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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로 미래를 묻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어제의 미래’ 전
비바 마젠타(Viva Magenta)는 팬톤이 정한 올해의 색이다. 차가움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이 색은 용기와 패기를 상징하기도 한다. 이 색과 어울리는 사진작가를 꼽는다면, 바로 마리아 스바르보바(Maria Svarbova)일 것이다.
마리아는 무표정한 인물과 정교한 구도, 따뜻한 색감이 절묘하게 조화된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사진작가다. 2010년부터 활동한 그는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이하 영향력 있는 30인 중 한 명이며, 2018년 핫셀블라드 마스터 아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전통적인 초상화에서 벗어난 실험적인 사진 스타일은 국제적 찬사를 받으며 특히 『보그』, 『포브스』, 『가디언』 등 전 세계 출판물의 특집 기사로 소개됐다. 국내에서도 SNS 등에서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유년시절부터 예술가를 꿈꾸며 목조 조각 복원 등을 했지만, 창작자로서 한계에 봉착하며 좌절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으로부터 받은 DSLR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하며 사진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현재는 전 세계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작가가 됐다. 정규 사진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점은 틀에 얽매이지 않는 독특한 시각적 표현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차갑지만 정교한 구도, 따뜻한 색감 그리고 신구(新舊)의 적절한 결합이다. 제대로 겪어본 적 없던 공산주의 시절 슬로바키아의 향수와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국내에서도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어제의 미래’는 그의 실험적인 작품 스타일을 조명한다. 174점의 주요 작품을 노스탤지어(Nostalgia), 퓨트로 레트로(Futuro Retro), 스위밍 풀(The Swimming Pool), 커플, 로스트 인 더 밸리Lost in the vally 다섯 개 섹션으로 나누어 한눈에 감상할 수 있게 구성했다. 다섯 개 섹션은 작가의 예술적 경험과 개인적 경험을 다룬다. 대표작인 스위밍 풀 시리즈 외에도 기업과 협업한 작품 및 최신 작품까지 선보이며 현재와 과거를 총망라한다.
*환경과조경417호(2023년 1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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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웃거리는 편집자] 알아두면 쓸데 있는 사전 지식
밸런스 게임을 해보자. 지금 우울하다면, ‘집에서 쉬며 우울함에서 벗어나기’ vs ‘밖에 나가 사람들과 함께(혼자 나가도 된다) 우울함 탈피하기.’ 나는 무조건 후자다. 우울할 때 집에만 있으면 끝없이 기분이 가라앉기 때문에 누군가와 함께 있거나 바깥 공기를 마시며 침울한 감정에서 빠져 나오려 한다. 우울한 날뿐 아니라 쉬는 날도 종종 밖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나가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다 보니 점차 이동 반경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까지 뻗어나갔다.
입시의 굴레에서 벗어나 갓 스무 살 되던 해에 갔던 대만은 여행의 매력을 알게 해주었다. 패키지 상품처럼 여행사가 짜놓은 경로를 쫓아다니는 여행이 아닌 순수 직접 모든 걸 예약하며 알아보고 간 여행이라서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인천공항의 새벽 공기, 긴장한 눈빛으로 대만 공항을 나서던 기분, 혹여 예약이 잘못되었을까 조마조마하며 체크인하던 호텔 로비, 예류Yeliou 지질공원행 버스에서 본 풍경. 사소한 것도 다 기억난다. 처음 주도한 여행이 대성공을 거둬 그 뒤로도 일정을 직접 짜는 자유 여행을 선호하게 됐다.
여행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변하게 한 경우도 있었다. 몇 날 며칠 밤새우며 과제를 반복하던 대학 생활에 잠시나마 쉼을 주고자 휴학을 했을 때다. 아르바이트를 해 모은 돈으로 친구들과 동유럽 여행을 갔다. 한 나라를 한 명씩 맡아 그 나라의 가이드가 되어 숙소부터 일정까지 알아서 진행하기로 했다. 나는 오스트리아 담당이었는데, 대표적인 관광지, 인스타그램 감성을 자극할 포토 스폿, 꼭 먹어봐야 하는 맛집 위주로 계획을 짰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가봐야 할 곳을 조사하던 중, 유명한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1965)의 배경 장소를 알게 됐다. 영화는 수도원에서 생활하던 마리아가 트랩 소령의 자식들의 가 정교사가 되면서 전개된다. 경직된 가정 환경으로 인해 무뚝뚝하고 표정이 없던 아이들에게 마리아는 음악을 가르치며 생기를 선물해준다. 학창 시절, 음악 시간에 자주 보았던 터라 ‘도레미 송’이 곧장 떠올랐다. 도레미 송은 마리아와 아이들을 끈끈하게 엮어주는 도구 역할을 하는 동시에 영화를 대표하는 곡이다. 정원 가운데 있는 분수대 뒤에서 아이들이 한 명씩 나오며 퍼걸러 주위를 뛰어다니고, 입구에 위치한 계단 위로 마리아와 아이들이 함께 올라와 정원을 등지고 도레미 송을 부르는 장면. 바로 그 장소가 미라벨 궁전 앞에 펼쳐진 미라벨 정원(Mirabell Garten)이다. 미라벨 정원과 더불어 마리아와 트랩이 함께 춤을 추며 사랑을 키워 나간 정자가 있는 헬브룬 궁(Schloss Hellbrunn)도 빼놓지 않고 들렀다.
잘츠부르크 다음 도시는 빈이었는데, 이 도시에서도 미라벨 정원, 헬브룬 궁 같은 곳을 발견했다. ‘비포 선라이즈’(1996)는 빈을 낭만적인 도시로 그린 대표적 영화다.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난 셀린과 제시, 목적지는 달랐지만 서로를 향한 이끌림에 함께 빈에 내려 하루를 보내며 사랑에 빠진다. 셀린이 제시에 대한 호감을 친구에게 전화하듯 고백하던 카페 슈페를(Sperl), 함께 지낸 하루가 꿈만 같다고 이야기하던 테라스가 있는 알베르티나(Albertina) 박물관도 필수 방문 코스에 넣었다. 이곳들에서 영화 장면의 구도처럼 사진을 찍고 싶었기에 다른 그림 찾기 하듯 꼼꼼히 대조하며 공간을 둘러봤다. 그렇게 찍은 사진들이 인스타그램용으로 찍은 사진들보다 왠지 더 정감이 간다. 이제는 반대로 영화 제목을 보면 여행지에서의 일들이 떠오른다.
어딜 가게 되면 먼저 그곳의 숨은 정보를 찾아본다. 여행 도중에 새로운 이야기를 알게 되는 것도 매력이지만, 사전에 지식을 쌓고 가는 여행도 꽤나 흥미롭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는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라 말했다. 긴 인생을 산건 아니지만 짧고 굵직한 여행 경력을 가진 내 방식대로 고쳐 써본다.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알아두면 쓸데 있는 지식을 쌓고 떠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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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모든 폐허는 저마다 찬란한 번성과 비참한 쇠락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축소된 제국이다
공간은 짓는 데 시간이 걸리기에 계획안을 만든 때와의 시차를 갖게 된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어 유행처럼 번졌던 공간 유형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비슷한 조건의 대상지를 바탕으로 한 엇비슷한 그림들이 쏟아지고 나면, 기억 속 조감도와 그에 대한 기대감이 희미해진 후에야 실제 공간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다보니 정작 완성된 공간에는 설계안을 향해 쏟아지던 관심만큼의 열기가 들끓지 않기도 한다. 그 대표적 공간 중 하나가 고가다. 빌딩과 도로로 포화된 도심에서 기능을 잃은 고가의 잠재력은 뉴욕 하이라인(Highline)을 통해 이미 증명됐다. 빌딩 숲을 색다른 높이에서 거닐고, 킬로미터퍼아워(km/h)를 위한 도로를 느린 걸음으로 산책하는 일은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게다가 낡았지만 여전히 단단한, 한때 도시의 번영을 도왔던 고가는 찬란한 페허로 불리기에도 충분하다. “모든 폐허는 저마다 찬란한 번성과 비참한 쇠락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축소된 제국이다.”1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고가의 균열은 사람들의 낭만적인 멜랑 콜리를 충족시킨다.
다리 위는 새로운 나 들이 장소로 적격이지만, 그 아래 공간의 여건은 다르다. 그늘은 어둠 외에도 많은 것을 불러들인다. 축축한 습기, 습기를 좋아하는 곰팡이와 벌레들. 병균과 해충을 피해 발 길이 뜸해진 곳에는 숨기고 싶은 행위를 벌이는 사람이 모여들기 마련이다. 그렇게 고가 하부는 비어 있지만 땅을 가르는 무형의 경계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픈스페이스를 향한 갈증은 다리 아래의 땅도 바꾸기 시작했다. 토론토의 언더패스 파크(Underpass Park), 암스테르담의 A8ernA를 비롯해 버려졌던 다리 밑 공간이 공원, 커뮤니티 공간, 예술가들의 작업 및 전시 장소로 재탄생했다.
한동안 뜸했던 고가 하부 프로젝트 소식이 2022년부터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시작은 도쿄의 미야시타 공원(Miyashita Park)(『환경과조경』 2022년 2월호, 이하 발행연월만 기재), 철도 인프라를 주차장, 상업 시설, 호텔과 엮어 시대에 부응하는 다층의 공원으로 만들었다. 옥상이 주요 공간이지만 지상과 상부를 연결하는 거대한 계단을 만들어 하부의 답답함을 덜어내는 동시에 야외 스탠드로 활용하는 영민함을 보였다. 스톡홀름의 셰르토르프스 센트룸(Kärrtorps Centrum)(2022년 9월호)은 지역의 오래된 광장이다. 광장 가장자리를 지나는 지하철 고가 밑에 날씨와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체육 시설, 그네, 자전거 보관소를 설치함으로써 활기찬 입구의 역할을 부여했다. 같은 호의 상하이 차오양 백주년공원(Caoyang Centennial Park) 대상지는 폭 10~15m, 길이 1km의 화물 철도다. 기존 철도 인프라에 지하층과 2층을 더하는 복층화 전략으로 부족한 부지를 확보했다. 날렵한 형태의 고가는 지상에 넉넉한 양의 빛을 내린다. 덕분에 식물이 무리 없이 자라고, 농구장의 아이들은 콘크리트 천장 대신 하늘을 보며 운동을 한다. 빛이 들지 않는 지하는 예술가의 전시 공간으로 활용했다.
마이애미의 언더라인(Underline)과 뭄바이의 원 그린 마일(One Green Mile)(2023년 1월호)은 조건은 조금 다르지만 일종의 ‘방’을 만들어 다양한 프로그램을 담는, 같은 전략을 사용한다. 이때 고가의 형태 자체가 둔중한 원 그린 마일은 녹색의 가벽을 세우고 내부에 언덕 놀이터, 테이블과 의자를 두어 아늑한 공간을 만든다. 말 그대로 투과성을 갖는 방을 만든 셈이다. 반면 언더라인의 방은 행위를 담는 개념적 그릇이다. 위요된 공간이라기보다 탁 트인 야외라는 느낌이 훨씬 강하다.
서울시도 2017년 고가 하부를 도심 속 쉼터로 바꾸는 시도를 했다. ‘고가하부공간 활용사업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6개의 사업 대상지(옥수, 이문, 한남, 종암사거리, 금천, 노원역)를 선정했다. (비)일상의 수목원(한남1고가), 지붕마당(이문)을 제외한 다른 고가에는 모두 작은 건축물 형태의 실내 공간이 들어섰다. 이미 콘크리트 구조물로 한차례 감싸인 공간을 또 한 번 박스에 가둔 모양이다. 고가 하부는 열린 듯 닫혀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지 않나, 미세먼지 같은 이슈를 피할 수 없었나, 들어서야만 내부를 볼 수 있는 실내 공간은 찬란한 폐허와 다른 속도로 낡아가지 않을까. 아무래도 직접 가봐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테니, 날이 풀리면 잊지 않고 이곳들을 찾아갈 요량이다. 비행기 티켓 값은 버거워도 지하철 타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으니까.
각주 1.리처드 하퍼, 『세상이 버린 위대한 폐허 60』, 예담아카이브,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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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무장애 도시 환경을 위한 퍼걸러와 놀이터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인 BF 디자인
무장애 도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BF 디자인의 휴게 시설과 놀이 시설이 필요하다. 자인의 퍼걸러는 장애인의 이동 동선을 고려한 유려한 곡선의 벤치 디자인과 깨끗한 화이트 톤이 특징이다. 평상을 곡선 형태로 디자인해 휠체어 이용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편의성을 제공하기 위해서 간이 테이블을 설치했다. 필요에 따라서 USB 충전 등이 가능한 멀티 콘센트도 설치가 가능하다. 타원형 입체 채광창이 있는 지붕은 공간에 개방감을 불어넣는다. 가장자리의 바 테이블에서는 다양한 이용자들이 주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키젯의 아키블럭은 무장애 통합 놀이 시설로 다양한 이용자들이 사회적 평등과 균형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아이들의 감성적 발달과 시각적 흥미를 돋우는 다양한 색채와 패턴을 디자인에 활용했다. 휠체어, 유모차 등 다양한 유형의 이용자도 불편하지 않게 이용할 수 있다. 놀이터에 접근이 쉽도록 램프 구조의 데크로 구성했다. 색약 등 사회적 약자의 이용에 초점을 맞춰 핸드 레일을 노란색으로 칠했고, 중앙 메인 타워 아래에는 휠체어 사용자를 위해 회전 공간을 만들어 놀이 시설 내부에서 불편함 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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