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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운 한국 조경 50, 기록과 비전] 한국조경50 비전플랜, 의미와 수립 과정 한국조경50 비전플랜, 의미와 수립 과정
    한국조경50 현대 조경은 산업혁명이 야기한 산업 도시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하여 19세기 말 제도적으로 정착했다. 당시는 과학 기술의 도약으로 여러 전문 분야(profession)가 태동하던 시기였다. 조경(landscape architecture) 또한 일련의 활동들이 성과를 거두며 사회적으로 필요성을 인정받게 되었다. 그 결과 하나의 전문업으로서 조직이 탄생하였으며 대학에서도 프로그램이 개설되어 전문 교육이 시작되었다.1 특별한 근현대사를 지나온 한국의 경우, 국토 개발 과정에서 1972년 조경학이 처음으로 정책적으로 받아들여져 대학의 학과로 자리 잡았다. 급속한 경제 성장기를 지나며 한국 조경은 성장하고 발전하였다. 또한 사회적으로 책임을 다하는 전문 분야이자 미래 환경 변화에 대비하는 기술 분야로서 주어진 소명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특히 조경 도입 30주년인 1992년에는 제29차 세계조경가대회를 개최하여 도약의 기회를 가진 바 있다. 2022년은 한국 조경이 50주년이 된 해였다. 이 의미 있는 해를 맞아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를 개최하는 등 국제적 흐름 속에서 조경의 역할과 기능을 되돌아보고 한국 조경의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조경50’이라는 용어는 지난 50년에 대한 성찰과 다가올 미래 한국 조경 50년의 비전을 함축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조경이 어떤 과정을 밟아왔는지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 2022년의 시점에서 그 비전과 비전플랜을 모색하는 것이 비전플랜위원회에게 부여된 임무이고, 본 선언을 하게 된 이유다. 수립 과정 비전은 전체가 지향하는 방향과 노력할 사항을 규정한 것이며, 비전플랜은 명확해진 비전에 대한 장기적 지향점과 단기적 행동을 규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2013년 10월에 제정된 ‘한국조경헌장’은 조경을 ‘아름답고 유용하고 건강한 환경을 형성하기 위해 인문적·과학적 지식을 응용하여 토지와 경관을 계획·설계·조성·관리하는 문화적 행위’이자, ‘건강한 사회의 척도이고 행복한 삶의 기반’으로 정의하였다. 나아가 조경은 ‘생태적 위기에 대처하는 실천적 해법을 제시하고, 공동체 형성을 위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며,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경관을 구현해야’ 하는 과제를 통해 ‘지속가능한 환경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책임과 과제를 가지고 있음을 선언한 바 있다. 한국조경50 비전플랜은 한국조경헌장이 제시하는 좌표에 따라 그동안 노력해온 조경의 현재를 진단하고 다가올 미래에 대응해 나아가야 할 실천의 나침반이자 이를 위한 한국 조경의 자기 선언이라 하겠다. *환경과조경417호(2023년 1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1. 1899년에 미국조경가협회(ASLA)가 조경 분야 조직으로는 최초로 탄생했다. 대학의 전문적인 과정(program)은 1900년 하버드 대학교에서 최초로 시작되었다. Charles Waldheim, “Landscapeas Architecture”, Harvard Design Magazine 36, 2013. 이유직은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다. 농촌 조경과 지역 개발의 현장에서 활동하며, 국가중요농업유산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조경학회 비전플랜위원장으로서 ‘한국조경50 비전플랜선언’을 이끌었다.
    • 이유직 / 2023년02월 / 418
  • [새로운 한국 조경 50, 기록과 비전] 한국 조경 50년 기념전, IFLA 한국 개최 성과전
    한국 조경에서 2022년은 상징성이 큰 해였다. 1972년 제도화된 한국 조경이 쉰 살을 맞이한 해이자, 30년 만에 다시 한국에서 세계조경가대회가 개최된 해이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한국 조경 50년의 발자취를 되짚고,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의 개최 성과를 공유하는 전시가 개최됐다. 이를 통해 우리 국토와 도시에 조경이 미친 영향과 미래를 주도할 조경의 새로운 가능성을 살펴보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선유도공원 이야기관에서 2022년 12월 9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됐으며, 전시뿐만 아니라 북토크, 영상 등 다양한 행사와 볼거리를 선보이며 조경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기회를 제공했다. 조경진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제25대 한국조경학회 학회장), 이홍길 대표(길디앤씨, 제21대 한국조경협회 협회장), 김태경 교수(강릉원주대학교, 제26대 한국조경학회 학회장), 김학범 교수(한경대학교, 한국조경학회 고문), 김한배 교수(서울시립대학교, 한국조경학회 고문), 김농오 교수(목표대학교, IFLA 지역위원회 위원장), 김도균 교수(순천대학교), 안계동 대표(동심원조경기술사무소), 김부식 대표(한국조경신문) 등 많은 조경인이 참석했다. 전시의 시작을 알린 조경진 교수는 “조경의 성취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선유도공원에서 열린 전시가 많은 시민과 학생들에게 조경이 무엇인가를 알리는 계기와 우리 국토 도시를 건강하고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경의 이해와 실천 전시는 크게 세 가지 섹션으로 나눠졌다. 1층에서는 ‘조경의 이해와 실천’을 주제로 전시를 선보였다. 2022년 세계조경가협회IFLA가 발표한 UN의 17가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에 기여하는 조경가들의 실천 전략과 사례를 소개했다. 지속가능한 도시와 공동체, 기후변화와 대응 등 17가지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경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조경헌장과 한국조경50 비전플랜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도록 정리했다. 한국 조경 50년의 역사 동안 출간된 조경 서적 100권을 추려 전시해, 한국 조경의 변천사를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학생, 시민들이 조경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조경의 탄생, 조경의 가치와 일의 특성을 그림과 내레이션으로 소개한 영상 ‘조경이 뭐예요’가 상영됐다. *환경과조경417호(2023년 1월호)수록본 일부
    • 금민수. 이수민 / 2023년02월 / 418
  • 영흥숲공원 Yeongheung Forest Park
    천년수원에서 영흥숲공원으로 수원 영흥숲공원은 민간공원특례법에 의거하여 민관협력 방식으로 진행한 최초의 사업이다. 수원시는 오랫동안 공원화하지 못하고 있던 영흥숲의 가치를 살리기 위해 사전 검토 후 몇 가지 주요 사항을 결정해 2016년에 공모를 진행했다. 민간공원 개발 사업의 진행 과정은 비공원 시설과 공원 시설, 그리고 각종 평가와 인가 대응 분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우리는 개발 사업이 공원 중심 구도로 진행되는 동시에 사업의 비전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 공원 내 수목원 시설을 특화하고 공원 건축과 상호 관련성이 있으며 포용이 가능한 협력 구도를 만들었다. 3명의 MP위원, 수원시와 함께 치열하게 검토하고 논의를 나누며 의사결정을 했다. 다양한 전문가의 수많은 자문 의견도 수렴했다. 건설사는 예상보다 줄어든 공기를 극복하고, 연속되는 난관 속에 최선을 다해 공사를 진행했다. 기대와 바람이 우려와 어려움을 극복하게 하고 마침내 공원은 공모 후 7년 만에 준공됐다.공모 단계에서 우리는 ‘천년수樹원_가치 있는 미래숲으로 자라는 공원’이라는 표제를 제시했다. 숲은 긴 시간을 보고 자연과 미래의 주인공들을 위해 준비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천년’을 기약하고자 했다. 한층 더 의미있게 숲을 조성하고자 ‘나무 수’를 쓰고 수원의 상징물이 될 것을 기대하여 '뜰 원’을 붙여 ‘수원’으로 담아냈다. 천년수원은 세 가지 방향성과 12가지의 약속을 담고 있다. 방향성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공원을 통해 삶의 질과 시민 참여 의식이 높아질 수 있도록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녹색 문화 인프라를 제안한다. 둘째, 생태성을 최대화한 명품 수목원으로서 조성 단계에서 수목이 정착될 때까지 자족적 운영 계획을 이루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책임진다. 셋째, 사업의 구조인 비공원 시설로 인해 공공성을 축소하지 않고 공원 속의 쾌적한 주거를 약속한다. 또한 수익성과 경제적 효과가 지역 사회에 환원 되도록 사회적 공원의 모델을 제시한다. 이 선언적 방향성은 지속적인 난관에 부딪혔지만, 문제에 대응하며 고군분투하는 과정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됐다. 천년수원의 12가지 약속 가치 있는 미래숲으로 자라나는 공원을 구상하며 다음의 12가지를 주요 실천 전략으로 제시했다. 천년을 준비하는 건강한 참숲, 1,000가지 꽃과 들풀이 있는 수목원, 모두에게 열린 공원, 산지형 공원을 연결하는 6% 구름마루길, 지역 맞춤형 공원 프로그램, 수원다운 수원성을 담은 공원, 스마트 수목원,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공원, 지속가능한 시민 참여 문화 자치 공원, 보행축을 공원으로 내어주는 상생, 공원이 있는 삶과 우수한 주거 단지의 연결, 기분 좋은 콘텐츠가 있는 복합 문화 체육 공간. 일부 변경된 내용이 있지만 기본적인 가치는 모두 담고자 했다.‘천년수원’의 명칭은 최종적으로 공모를 통해 ‘영흥숲공원’으로 정해졌다. 미사여구 없이 지닌 모습 그대로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개발 사업이라는 과업 영흥숲공원은 2022년 10월 가을 정취를 맞으며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수목원은 조성 후 적정한 보완·숙성을 거쳐 만물이 소생하는 올해 봄에 개장할 예정이며, 5월에 비공원 시설인 공동주택에 입주가 이뤄지면 사업이 완결될 예정이다. 해당 사업은 민간공원 내 공동주택 건설을 위한 도시관리계획으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시행했고,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의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민간공원 조성 시 ‘공원 시설 면적과 비공원 시설 면적의 합이 10만 제곱미터 이상인 사 업’에 해당되어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했다. 땅의 속성, 형상, 적어도 쓰임새를 바꾸는 일은 섣불리 하면 안 된다. 이곳은 영흥숲공원으로 지정되어 일부는 공원으로 이용되고 있었지만 존재 근거의 명분이 다하고 있었다. 공원이 정말 공원다워지기까지 7년이 걸렸고, 그 이전에 사업 방향을 정하기 위해 소요된 시간은 별도로 봐도 사뭇 길었던 기다림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영흥숲공원은 섣부르게 조성되지 않았는데, 특히 환경영향평가를 통하여 사업 시행으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들을 예측·분석하고, 이를 보완할 방안을 강구하며 문제를 해결해왔다. 환경영향평가와 같은 일련의 과정들은 설계 과정과 공사 일정을 좌지우지하는 큰 결정권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공공의 힘 존재하기만 하던 숲이 공원이 되면 공공성에 의한 효용 가치가 성숙되고 상승된다. 이것이 바로 공원의 힘이다. 대중의 호응을 받는 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조경가의 사명이다. 조경가는 세상의 어떤 이기적 논리보다 우선하여 이타적 공공성을 위한 선의의 프로그램을 구상할 수 있다. 이는 공원 설계가 가진 선한 권력이다. 그러나 구상과 수행은 간극이 있고, 공원이 공공에 기여하는 바람직한 가치를 만드는 선의의 권력 수행 중에는 예상보다 많은 저항이 도처에 발생한다. 우리는 천년수원의 약속에 집중하되 유연한 대응으로 하나둘씩 문제를 풀어가며 설계를 진행했다. 공원 구역 공원 구역은 영통건강마당에서 시작하여 시민참여마당, 도란마당, 청소년체험숲, 그 외 순환형 구름마루길과 숲 공간으로 구성된다. 영흥숲공원은 가깝고 편리한 근린생활시설이며 동시에 시민들에게 숲 문화 경험을 제공하는 체험 공원의 역할도 수행한다. 공간의 구성은 공모안과는 다소 다르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자 4차선 도로와 새로운 입구를 만들었다. 고즈넉한 참나무 산등성이가 사라지고, 남측으로 막혔던 지형이 입구 공원이 되었다. 흐르듯 머물 수 있는 가로공원으로길과 공간이 중첩되도록 유선형 공간을 계획하였으며, 영통체육관과 건강마당을 넓게 열어 일상에 가깝게 했다. 입구와 도시계획도로, 생태터널 공원 내 도로 신설로 인해 수원시 동·서 녹지축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80m가량의 생태터널이 필요했다.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 상부에 생태숲을 조성해 녹지 흐름을 잇는 생태 브리지를 만들었다. 보강토 옹벽에는 내후성 강판을 부착해 벽 아래 담쟁이가 점차 시간을 타며 구조물을 뒤덮을 예정이다. 공원다운 공원의 진입 공간이 되길 바라본다. 공원 인프라 구름마루길 공원과 수목원의 상생을 위하여 구름마루길을 제시했다. 양측에 고저차가 최대 52m까지 나는 숲과 편평한 지형을 아우르는 원활한 동선의 순환과 접근을 위해 입체 순환로를 주요 동선으로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숲을 포함한 공원 영역이 순환되며, 수목원 영역을 자연스레 분리하고 수목원으로의 진출입을 통제한다. 지형 차이를 이용하여 공원과 수목원을 사이를 잇는 거점과 통로로서 방문자센터를 부지 가장 중심부에 배치했다. 수목원에 입장하지 않은 근린 이용자들은 방문자센터 밖에서 공원의 공공성을 상대적으로 크게 누릴 수 있다. 방문자센터와 도란마당 방문자센터는 지상층으로 공원을, 지하층으로 수목원의 서비스를 지원한다. 건축물의 주변은 너무 넓지 않은 공간으로 비어 있도록 했으며, 공원과 수목원의 문을 터주며 전시, 전망카페, 정원교실, 가든 숍 등으로 이용된다. 목구조에 사용한 목재는 국산 낙엽송이다. 수입에 의존하던 국내 목건축에서는 새로운 시도라 한다. 도란마당은 어느 계절에나 풍성한 식물과 숲을 감상하고, 날이 밝으면 공원 이용자들이 브런치를 먹으며 일상적 행복을 누리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며 조성했다. 공원 건축 공모 시 우리는 생활밀착형 수목원을 공원 프로그램과 연결시키고자 가든센터를 만들고, 여기에 ‘조경진흥센터’를 유치한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공원 설계 권력이 주어지자 반대로 그 꿈은 과업의 명분으로 날아갔다. 치열한 이해관계와 요구를 수용하고 유효한 규모의 필수 시설로서 공원에는 약 1,000평 규모의 방문자센터, 600평 규모의 전시 온실, 500평 규모의 영흥체육관 등 3개의 주요 건물을 공원 내에 설치했다. 각기 다른 필요조건을 수용하느라 통합 디자인을 구현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최선으로 필요한 위치에 안착했다. 숲 활용 설명서, 스토리숲 신갈나무투쟁기 공원 영역은 숲이 대부분이다. 기존 숲을 잘 보전하면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올바르게 이행하고자 했다. 숲의 공원 영역은 수목원을 감싸며 산마루길, 중턱길을 경계 삼아 바깥쪽과 구분했다. 참나무숲인 척 보이지만 사실 아카시나무가 우점종인 숲은 많은 나무가 간벌됐다. 쓰러졌거나 쓰러질 수도 있는 다 큰 아카시나무를 그대로 숲에 두면 어떨까 생각했다. 이끼며 고사리가 자라는 숲 생태 자연천이를 지켜보자는 설계자의 의견은 ‘숲 가꾸기’ 매뉴얼에 따라 지켜지지 못했다. 그래서 간벌되거나 쓰러진 나무를 활용하여 숲 놀이 시설과 산책로 정비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오래된 숲은 다양한 이유로 훼손된 빈터가 생겨나서 우리는 여러 가지 대안을 고민했다. 나무 사이를 높게 걷는 우듬지길이나 키 큰 참나무 사이를 다람쥐처럼 이동할 수 있는 네트 어드벤처 시설, 숲 캠핑장, 전망대, 숲 학교, 후글컬쳐, 땅을 파고 만드는 버기파크 등을 구상했지만 종국에는 거의 빈터인 상태로 남겨둘 수밖에 없었다. 공원 인프라를 우선하느라 공사비가 숲에까지 이르지 못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통나무로 만든 숲 동물을 숲속 빈터에 두고 나오며 길목마다 『신갈나무 투쟁기』(2009)의 발췌문을 새겨 응원했다. 나무가 없는 숲의 빈터 5개 공간에 간벌된 목재를 활용하여 책에서 모티브를 얻은 신갈나무와 숲 요소들을 테마로 한 공간을 조성했다. 부모들이 아이와 손잡고 이 숲을 거닐며 ‘신갈나무’의 투쟁기에 동참해 숲 친구의 동지애를 키워줄 것이라 믿는다. 숲길과 구름마루길 구름마루길은 공원의 골격을 이루는 주동선이다. 방문자센터에서 분지하여 수목원을 감싸고 양쪽 숲 산마루와 수목원 온실 뒤를 돌아 한 바퀴를 이루는 1.5km의 공원길이다. 주요 구간은 4m 폭의 서비스 동선이 된다. 어떤 구간은 아치형 석재 교량, 혹은 철골 교량으로 하부의 수목원 관람로와 교차하고, 야자매트 깔린 숲길이 되기도 한다. 서숲에 이르면 공원이 가진 힘을 내려놓고, 건강한 흙길로 이어지기도 한다. 수목원을 품고 숲 공원을 한 바퀴 도는 구도다. 숲길이 곧 온전히 신갈나무 투쟁기의 현장이 되어 이용자들과 공생하기를 바란다. 공원의 디자인은 땅을 가르고 쓰임새를 열어 두고 지형의 형상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어쩔 수 없이 지형을 만져 숲 지형을 훼손하게 되는 부분이 계속해서 발생했다. 이에 생태를 고려한 식재 설계에서 다양한 다년생 식물의 계절 특성을 배식도에 반영하고, 씨드스프레이로 대부분의 나대지를 소화해야 했다. 선한 권력에도 무거운 책임은 뒤따른다. 포장, 시설물과 안내판 주동선의 재료는 보행성, 시공성, 경제성, 공사비 등을 고려하여 투수 콘크리트로 결정했다. 공원길이 삭막하고 광활할 것을 우려하여 바닥에 라인마킹 패턴을 구사했다. 필기체로 새긴 글자는 수목의 학명이다. 초록 가득한 어느 곳에도 이름 없는 식물은 없다. 글자들은 이용자들에게 학명으로 분류된 생명과학적 숲에 발을 들여놓는 중이라고 말을 걸 것이다. 공원 내 시설물의 목재 소재와 형태를 통일했다. 작은 보행 브리지, 휴게소, 피크닉 테이블 벤치, 안내판 등에 모두 같은 목재를 사용했다. 당초에 공원 내 여러 간이 건물이 있었는데, 모두 박공지붕 형태로 통일성 있게 디자인했으나 대부분의 시설이 삭제됐다. 최선을 다해 사수한 시설물들은 소박하고 편안하게 공원 시설로의 기능을 다하고 있다. 공원의 테이블과 의자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치했으며, 자유로이 이동하도록 가급적 바닥에 고정하지 않았다. 영흥숲공원 안내판은 현 위치를 알려주고 길을 안내해 주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시설을 최소화한 공원에서 경관 요소로서 일체화된 이미지를 담도록 디자인했다. 하드우드와 철망 프레임, 벌목된 통나무 등을 활용하여 단순하고 견고한 디자인이 되도록 했으며 이는 수원시 디자인 담당과의 협의를 통한 검증으로 최종안을 확정했다. 공원사용설명서 공원과 수목원은 공사 후 지속적인 관리 운영을 통해 시설 조성을 보완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모 시 공원, 수목원 같은 대형 집중 관리 시설의 지속가능성을 위하여 별도의 재단을 만들어 관리 운영을 하고, 기부, 홍보, 사업 등에 의한 자족적 수익 모델을 창출하는 운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지자체는 우선 공공성에 집중하여 그 효용을 발산시키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관리 방안을 진화시켜 나가길 바란다. 향후 방문자센터를 중심으로 인재 양성을 통한 지역 주민 참여가 활발해지고, 그린트러스트 등이 활성화된다면 두터운 자족 기반이 만들어질 것이다. 영흥숲공원의 조성은 바람직하고 자생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 것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맞게 시민의식이 높아져 지역 주민이 주로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수준도 창의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발길이 닿는 공원의 어느 곳, 공원이 보물 같이 품고 있는 수목원, 숲속의 이야기터 등에서 옳은 바람으로 공공에 기여하는 권한이 문화와 예술의 방식으로 일상화되는 공원을 기대한다. 시민과 함께 계절을 감상할 준비가 되었다. 이곳은 일상을 보내는 누군가에게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고 다람쥐 쫓던 숲과 공원이 함께한 아련한 고향의 장소가 될 것이다. 글 서미경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조경설계실 공원 총괄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조경설계실(서미경) 공원 설계 주관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조경설계실(김은지, 최유미, 정혜림) 공원 설계 참여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조경설계실(이상국, 김상우, 김남훈, 이상민, 이은진, 이지훈, 박정은, 이유진, 최소정, 조동희, 조선희, 백지현, 정은숙, 김경엽) 수목원 설계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공원 건축 설계 건축사사무소101(한준일) 사업MP 김인호(전 신구대학교 식물원), 김현(단국대학교), 김건호(천리포수목원) 발주 수원특례시 도시개발과 + 천년수원 시공 대우건설(김명수) 위치 수원특례시 영통구 영통동, 원천동 일원 면적 593,311m2(수목원 146,000m2, 비공원 84,148m2 포함) 완공 2022. 10. 사진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이남선, 안근호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조경설계실은 건축 환경, 그린 인프라, 공공 공간, 특화 공간 등을 설계한다. 환경과 삶의 공간에서 자연과의 공생을 고민하여 상호 호응하는 공간 창출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조경을 통해 어우러지는 환경이 견고해지는 동시에 유동적으로 재구조화되어 감동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공공적 가치를 바르게 구현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조경설계실 / 2023년02월 / 418
  • 영흥수목원 Suwon Arboretum Yeongheung
    수원시는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에 따라 도시공원에서 해제될 위기에 처한 영흥숲공원을 ‘친환경적 도심 내 수목원형 공원’으로 조성할 것을 공모 지침으로 요구했다. 공원과 수목원의 차이 공원과 수목원은 식물을 심어 아름다운 공간을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공원은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자 복지의 일환으로 만든 곳이고, 수목원은 관찰이나 연구의 목적으로 여러 가지 나무를 수집해 재배하는 시설이다. 두 공간은 조성 목적에서 차이가 있다. 수목원은 심겨지는 모든 식물을 기록해 관리할 필요가 있고, 무엇보다도 종 보존을 해야 하는 귀한 식물이 있는 만큼 일정 수준의 보안이 요구된다. 유지·관리비가 많이 드는 시설이기에 무료가 아닌 과금 시설로 관리될 필요가 있다. 수목원을 영흥숲공원에 어떻게 대입할 것인가 대상지는 산지형으로 주변이 개발되면서 조금씩 깎여 나가 도심 중앙에 산으로 남겨진 땅이다. 도시 안에서 만나기 힘든 숲이며, 인근 주민들의 산책로이자 학교가는 길이었던 곳이다. 이런 곳을 수목원으로 만들어 입장료를 지불한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주민들에게 상실감을 안겨줄 것이다. 식물 전시 이용자들이 소정원을 통해 아름다운 경관을 느낀 후 나무 하나하나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아름답고 값비싼 나무들로 된 전시장을 지양하고, 공간이 주는 분위기를 체험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를 통해 이용자들이 어렵지 않게 꽃과 나무를 접하고 배울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런 경험으로 환경이 가진 가치를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완만한 논밭은 너른 잔디마당과 초화류 중심의 주제원으로 구성했다. 개장하면 바로 감상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가든으로 만들었다. 이곳을 둘러싼 숲은 향후 영흥수목원을 대표할 만한 수목들을 모으고 성장시켜 십 년, 이십 년 뒤를 기약하는 숲이 될 것이다. 생태숲(동숲)과 전시숲(서숲) 남겨진 숲은 밖에서 볼 때와 달리 고사목과 도복목이 많았고 아까시나무가 우점한 숲이었다. 도시생태학연구센터(HUNECO)가 조사한 결과, 장기 계획에 의한 적극적 수종 갱신이 필요한 상태였다. 서숲은 부분적 간벌을 통해 수목원의 컬렉션을 만드는 숲으로, 동숲은 관리를 통해 중부온대림을 보여주면서 하부에는 희귀 초화, 자생 식물을 전시한 숲으로 구성했다. 띄운 데크와 벽체를 활용해 경사도 8% 이하의 길을 구성해 숲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도록 했다. ‘물의 수목원’ 온실 온실은 물과 맞닿아 있고 5m의 레벨차를 지닌 언덕 위에 배치했다. 온실의 규모는 크지 않으나 지형차를 활용한 동선을 통해 길게 관람할 수 있다. 지하에는 화장실과 사무실 등 부대시설이 위치한다. 수원은 매홀買忽(물골)이라 불리다 수원이란 이름으로 정착됐다. 이러한 이야기를 담아 온실에 여러 물웅덩이를 만들고 연꽃과 수련을 식재했다. 글 김영아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 조경 설계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안계동, 김영아, 안원영, 강인화, 백충석, 홍진아, 정세미, 김평주, 최광재, 김혜빈, 한창수, 황동석, 김황순, 박소연, 김영찬, 최이숙, 류승주) 방문자센터, 온실 건축 설계 건축사사무소101(한준일, 박혁준, 김병채) 지원 산내식물원, 도시생태학연구센터, 가림환경개발 위치 수원특례시 영통구 영통동 20-1 면적 146,093.83m2 개장 2023. 4. 사진 이근호,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는 땅이 가지고 있는 힘을 충실히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과도한 수사적인 디자인을 경계하고 이용자가 체감할 수 있도록 변화하는 삶을 담아내는 설계를 지향한다. 더 나은 삶의 문화를 이끄는 공간을 만들고 있다.
    •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 2023년02월 / 418
  • 프리덤 광장 Freedom Square
    프리덤 광장 리뉴얼 설계공모 2016년 파네베지스(Panevėžys) 시의회는 도심의 핵심 광장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하기로 결정했다. 주요 목표는 시민들이 야외 활동에 참여하도록 장려하는 열린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기존 광장의 여건은 21세기 유럽 도시의 역동적 비전을 수행하기에 부족한 면이 있었다. 발티카(Baltica) 철도로의 접근성이 높은 광장은 풍부한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강력한 지역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지닌 곳이었다. 시의회는 파네베지스 프리덤 광장 리뉴얼 설계공모를준비하며 연구와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응답자의 3분의 2가량은 광장을 그냥 지나쳐가거나 30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만 머무르다 떠난다고 답했다. 시민들은 광장의 중심에서 시간을 보내기보다 광장 주변의 레스토랑이나 카페에 가는 것을 더 선호했다. 많은 응답자가 기존 광장도 만족스럽지만 몇몇 종류의 인프라를 개선하면 훨씬 더 좋은 광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설계 목표 연구와 조사 결과를 통해 설계 목표를 도출했다. 광장의 형태를 과도하게 변화시키지 않는 섬세한 재설계를 통해 넓은 공공 공간, 오래된 나무들, 기능적인 보행자 동선 등 장점과 잠재력을 극대화해 주민들에게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작은 섬 역사가 깊고 기능에 충실한 광장의 형태를 변경하지않고 현대적이고 발랄한 디자인, 조명, 천연 소재를 통해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기존 광장은 주변부에 상업 기능이 밀집되어 있었고, 중심부는 이벤트 공간, 도시공원 구역, 공공 주차장―현재는 시의회 행사 장소로 사용 중―으로 나뉘었다. 그중 넓은 중심부를 작은 섬으로 분할하고, 섬마다 각기 다른 구체적인 기능을 부여해 공간을 활성화하고자 했다. 어린이 놀이터, 차분한 분위기에서 휴식할 수 있는 식물 섬, 섬과 섬 사이에 마련한 개인적인 공간이 그 예다. *환경과조경417호(2023년 1월호)수록본 일부 글 501 architects Lead Architect 501 architects(Martynas Norvila, KęstutisKasperavičius, Mindaugas Karanevskis, Laura Gaižutytė, Austėja Balčiūnaitė) Project Management Mutuus Landscape Design Consultant AOE Lozuraitis Lighting Design Consultant Korgas Civil Engineering Via Projecta Structural Engineering Projektuok.lt Manufacturer iGuzzini Location Panevėžys, Lithuania Area 8ha Completion 2021 Photograph Norbert Tukaj 501 아키텍츠(501 architects)는 맥락에 입각한 설계를 하는 도시계획가와 건축가로 구성된 그룹이다. 파네베지스 프리덤 광장 리뉴얼 설계공모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공공 공간 설계에 적극 참여하며 조경, 주거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엔지니어링과 시공 프로젝트에도 관심을 갖고 준비하고 있다.
    • 501 architects / 2023년02월 / 418
  • 나투르크라프트 Naturkraft
    새로운 자연을 담은 감각적 멀티버스 덴마크 서해안에 위치한 작은 도시 링쾨빙(Ringkøbing)에들어선 나투르크라프트(Naturkraft)는 새로운 형식의 탐험관이자 자연 체험 공간이다. 50에이커 규모의 새로운 자연과 건물에서 사람들은 자연이 지닌 물리적이고 미학적인 힘을 경험하고, 미래 지속가능한 도시와 커뮤니티를 어떻게 형성해야 하는지 살필 수 있다. 핵심 공간은 새로운 자연이다. 이곳에서 신체 놀이, 학습 활동,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을 직관적으로 이해시키는 공간을 통해 자연의 힘을 깨달을 수 있다. 지역 고유의 지질 다양성, 자연, 문화사에 대한 종합적 연구를 바탕으로 서부 유틀란트(Jutland)의 기존 자연 경관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로지르는 17km 길이의 ‘단면’을 조성했다. 이 단면을 토대로 사구, 황야, 습지, 탄소 숲 등 여덟 가지의 자연 유형을 인간이 만든 새로운 형태의 생태계와 결합했다. 그 결과 다양한 유형의 자연이 집약적이고 초감각적으로 병치되는 풍경이 완성됐다. 이는 자연이 우리 생활과 사회의 근간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자연 기반 도시와 미래 사회를 위한 모델 생명과 삶의 기반으로서의 자연은 나투르크라프트를경험하고 이해하기 위한 기본 원리다. 자연의 물리적 현상과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정서적, 인지적 가치에 초점을 맞춰 설계를 진행했다. 인간이 경험하고 사용하며 느끼는 가시적인 자연의 힘뿐 아니라 자연의 미학적 가치를 자연현상을 통해 일깨워주고자 했다. 궁극적으로는 자연적인 과정을 활용하는 것이 미래 도시와 지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줌으로써, 자연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서 배우고 함께 살아가야 함을 깨닫기를 바랐다. *환경과조경417호(2023년 1월호)수록본 일부 글 SLA Lead Landscape Architect(New Nature) SLA Architect(Building, Arena and Experiences) Thøgersen&Stouby Architect Hune & Elkjær Engineers NIRAS, Fuldendt Contractor Hansen & Larsen Client Naturkraft Foundation Supported Financially by A.P. Møller Foundation, Ringkøbing-Skjern Municipality, Realdania, Augustinus Foundation, Vestas, Villum Foundation, Færch Foundation, Tryg Foundation, Velux Foundation, ErhvervsVækst Ringkøbing, Beckett-Foundation, Krogager Foundation, Hedeselskabet. Location Ringkøbing, Denmark Area Site: 50ac Nature Area: 5ac Completion 2020. 6. Photograph Naturkraft, SLA, Thøgersen&Stouby, Torben Petersen SLA는 자연을 기반으로 한 조경, 지속가능한 도시 디자인, 도시계획을 진행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설립되어 지난 30년간 여러 공공 공간과 마스터플랜을 만들었다. 공원과 광장에서부터 도시 전역에 걸친 마스터플랜, 국가 단위의 생물다양성 전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모의 프로젝트를 다룬다. 현재 유럽, 북미, 아시아, 중동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 SLA / 2023년02월 / 418
  • 힐스테이트 과천중앙 HILLSTATE Gwacheon Jungang
    힐스테이트 과천중앙은 과천시 중앙동 38번지 일대에 있으며, 과천 시청·경찰서·정부청사, 정부과천청사역과 인접한다. 도심 속에 위치하면서 관악산과 매봉산의 자연을 바라볼 수 있다는 특징에 착안해 도심의 화려함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담아내는 야외 미술관 개념으로 접근했다. 갤러리 스퀘어 주출입구에 위치한 갤러리 스퀘어는 아름드리 소나무와 미술 장식품이 있는 야외 미술관 개념으로 설계한 공간이다. 은행나무가 있는 관문로와 연결되는 열린 공간으로 보행자가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동선을 유도했다. 중심부에는 특색 있는 경관을 조성하고자 조형 소나무와 미술 장식품을 중심으로 다양한 수목을 식재해 아름다움을 더했다. 청량감을 줄 수 있는 수공간을 배치하고, 조형미를 느낄 수 있는 퍼걸러와 통석 벤치를 두어 편안한 휴식과 볼거리가 있는 공간으로 조성했다. 피크닉 가든 피크닉 가든은 풍성한 녹음 아래에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야외 휴게 공간으로 중국단풍이 가로수인 교동길과 이어진다. 상록수인 소나무 위주로 식재해 낙엽수 중심이었던 기존 녹지 공간과 대비되는 늘 푸르른 공간으로 계획했다. 노란 색감의 부정형 판석으로 포장한 산책로는 자연스러우면서 온화한 느낌을 선사한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미술 장식품과 야외 테이블을 만날 수 있고, 아기자기한 데크 공간을 나무와 꽃 사이에 배치해 일상에서의 여유로움과 머무는 즐거움을 느끼게 했다. *환경과조경417호(2023년 1월호)수록본 일부 글 한규식 씨엔케이 설계팀 소장 조경 설계 씨엔케이 건설 현대건설 시공 조경사엔앤씨 위치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38번지 대지 면적 9,480.18m2 조경 면적 1,537.72m2 완공 2022. 11. 사진 현대건설 씨엔케이(CnK)는 2003년 설립된 조경설계사무소다. 미래를 위한 새로운가치를 추구하며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하는 젊은 시각과 철학을 가지고 있다. 공원, 공동 주택, 공공시설, 쇼핑몰, 테마 거리, 정원 등 조경과 환경 디자인이 필요한 분야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 씨엔케이 / 2023년02월 / 418
  • [어떤 디자인 오피스] 스튜디오테라 시대 골목에서 조경으로 시대를 고민하는 디자인 구멍가게
    오피스 철학 S는 묵음입니다 명함 뒷면의 로고를 보고 “스튜디오스 테라군요”라며 인사하는 사람에게 대답한다. 마치 영어 발음을 잘못한 사람처럼 멋쩍어하는 모습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테라 맥주가 나왔을 때 이제부터 폭탄주에는 무조건 테라라며 사람들은 장난을 건넸다. 흙, 땅, 대지, 나아가 지구를 의미하는 라틴어 테라(terra)는 대지의 여신이자 10의 12제곱(1조)이며, 온라인 게임의 이름이기도 하고 문제가 된 가상화폐 이름이기도 하다. 각양각색의 테라를 만날 때마다 2010년에 테라를 선점한 우리는 시대정신을 너무 앞서 간 게 아닐까 웃기도 한다. 스튜디오테라 는 조경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을 공유하는 느슨한 네트워크다. 스튜디오테라가 지향하는 바는 이름에 암호처럼 코딩되어 있다. 조경계의 새로운 종(species)이 되길 바라는 바람으로 학명을 닮은 이름을 지었고, 스튜디오가 뿌리 내린 동네와 대학의 약자(UOS)가 숨어있으며, 여느 생명체처럼 성장과 세포 분열을 통해 분화한 복수(plural)의 스튜디오 연합체(studios)를 추구한다. 그리고 땅에서 시작하고 땅으로 회귀하는 풍경의 근원인 대지terra의 총체성과 복합성, 근원성과 수평성을 추구한다. 설계적 연구 집단인 서울시립대학교 조경설계연구실 리서치 스튜디오, 연구적 설계 실무 집단인 디자인 스튜디오, 그리고 아직 테스트 단계지만 만들고 실험하는 필드 스튜디오가 현재의 단위 스튜디오이며, 끈끈한 이웃 회사인 MDL(대표 송민원)과 시대조경이라는 공간 플랫폼을 함께 쓴다. 동네 어귀마다 터줏대감처럼 자리하던 구멍가게가 사라지고 편의점이 들어선 지 오래다. 작지만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구멍가게는 마을의 가장 중요한 공공 공간이자 사교의 장이었고, 가게 주인은 동네의 모든 정보를 꿰고 있는 거간꾼이자 감시자기도 하다. 우리는 작은 오피스다. 몸집이 크지 않지만 큰일을 하기 위해 연합한다. 시(립)대 옆 주택가 골목 귀퉁이라 동네 아주머니들의 잔소리는 익숙해져야 한다. 쪽문을 빠져 나온 학생들이 맘 편히 들락날락할 수 있도록 낮게 자리 잡았다. 연구와 실무의 복합적 탐구와 작업 방식의 결과로 공간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세 가지 주제를 소개한다. 놀이를 탐색하다 우리가 만드는 수많은 공간의 본질은 놀이에 닿아있다.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놀이의 속성처럼 놀이는 노동과 공부, 목표를 좇는 숨 가쁜 삶으로부터 벗어나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자발적이며 창의적인 재충전과 즐거움의 활동이다. 놀이를 담는 공간인 놀이터 디자인에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놀이의 핵심은 어린이의 눈으로 간파할 수 있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일련의 작업, 그리고 연세대학교 어린이생활지도연구원과의 협업은 이 단순한 질문을 무한대의 탐색으로 확장하였다. 갈수록 놀이 기구는 화려하고 다양해지며 각종 인증 기준으로 안전 문제와 위생이 개선되었지만 어린이와 야외 놀이 환경에 대한 사회의 근본적인 철학과 태도가 크게 달라졌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놀이터는 빈 그릇 같아야 한다. 물론 재미있는 그릇이어야 한다. 비어야 채울 수 있다. 어린이가 스스로 상상하고 변형시키며 채우는 그릇, 즉 공간의 수동적 소비자가 아니라 공간을 구성하는 주체로서 성장할 수 있는 놀이터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매우 추상적이며 이론적인 목표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에서 놀이터를 디자인하는 일은 놀이의 인프라, 혹은 놀이의 플랫폼을 만드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어린이들은 누구나 자기만의 소우주를 가지고 태어난다. 어린 시절 바깥에서 놀았던 경험은 자연에 대한 원천의 관계를 형성하고 나아가 지구와 세계에 대한 근원적 태도를 만드는 중요한 바탕이 된다. 그래서 놀이터를 만드는 일은 미래의 과거를 만드는 일, 그리고 어른의 바탕을 만드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초저출생 사회에서 수가 줄어든 아동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위한 중요 사안이며 놀이는 아동의 발달과 행복의 핵심 요소다. 어린이놀이터는 공평한 생애 첫출발을 위한 그들만의 공공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가 개별 놀이터 디자인에 진심인 동시에 누구나 동등하게 놀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놀이 정책에도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주거를 탐구하다 집은 그곳에 사는 사람을 비추는 거울이다. 우리는 집이라는 가장 원초적 공간을 개인 주택정원과 공동주택 외부 공간이라는 두 가지 틀 속에서 탐구해왔다. 주택정원은 주인의 자연관을 재구성하는 작업이니 그들의 인생을 고스란히 들여다보게 된다. 우리가 설계한 첫 번째 집은 자연이 가지는 생명력과 파괴력을 절제된 방식으로 구현하길 바랐다. 두 번째 집은 어린 시절 엄마가 가꾸던 꽃밭을 닮고 싶어 했다. 세 번째 집은 유년기에 누워서 바라보던 비행기가 상징하는 여행을 다룬다. 네 번째 집은 풍경을 큐레이팅하는 컬렉터의 시선으로 현재 진행형이다. 주택정원은 한 사람이 자연을 경험하고 사유해온 삶의 여정을 공간과 식물로 각색하고 그를 위한 헤테로토피아를 만드는 일이다. 아파트는 더 어렵다. 공간을 공유하지만 그들의 욕구는 균질하지 않다. 옆 단지보다 더 나은, 적어도 뒤지지 않아야 한다는 입주민들의 집에 대한 욕망은 아파트 조경을 공식처럼 만들었다. ‘해마다 리뉴얼되는 상품’이 된 공동주택의 조경 트렌드 속에, 잊거나 잃어가는 자연 본연의 모습이 아파트에 구현하는 게 과연 불가능한지 반문한다. 몇 차례 아파트 조경 디자인 가이드라인과 컨설팅 연구를 수행하며 한국 아파트 조경의 근본적인 문제와 새로운 지향점을 고민해왔다. 한국의 대표 주거 유형인 아파트가 변하면 주변의 풍경이 바뀔 수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만들어진 삼성 래미안 갤러리에 자연이 가진 근원성(origin)과 래미안 조경의 고유성(origin)을 담는 ‘오리지널 네이처(The Original Nature)’를 제안했다. 자연 그대로의 자연, 삶이 돋보이는 조경을 구현하려는 네이처 갤러리에 미세 지형과 물의 흐름이 만들어내는 미기후와 환경적 요인을 분석하여 군락 식재 모델과 건강한 생장을 위한 식재 밀도를 제안했다. 관망하는 외관이 아닌 작동하는 외관(performative appearance)은 우리가 지향하는 원칙 중 하나다. 원 서식처의 군락 구조와 수종 간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숲과 계곡을 찾았고 경관적·기능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자생종과 원예종을 섞어 생육 환경에 따라 연출하였다. 도면 작업으로 경관과 서식처의 구역을 정하고 건물과 나무에 의한 음영, 빗물과 식재 기반에 따른 흙의 습기까지, 예상되는 땅의 환경을 고려해 후보 종을 선택하고 자세한 연출은 현장에서 진행했다. MDL과 함께 진행한 네이처 갤러리는 이후 스튜디오테라 초창기 멤버이자 제주도에서 식물 전문가로 거듭난 연수당의 신준호 대표가 합류해 발주처, 시공사와 한 팀으로 완성했다. 예술을 탐하다 우리는 조경 작업에 내재한 가치와 비전을 대중적인 언어와 예술적 표현으로 전달하려는 설치 작업을 병행해왔다. 이러한 설치 작업의 가장 큰 장점은 클라이언트의 요구로 재단되지 않은 작가의 개념을 온전히 실현할 수 있는, 그야말로 독립적이며 실험적인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십여 차례에 걸쳐 미술관의 안과 밖에서 설치물을 만들거나 전시회를 기획하여 개최했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만나 생각을 나누고 바깥에서는 잘 쓰지 않은 재료와 공법을 공부한다. 이 과정을 통해 조경의 예술적 측면, 즉 자연이 가지는 시학과 감동을 예술이라는 매체를 통해 표현할 수 있는 나름의 방식을 탐구해 왔다. 팬데믹과 기후위기를 온몸으로 겪고 있는 지금, 다양한 정책적, 전문가적 해결 방안이 모색되고 있는데, 이런 해결책들은 행정가, 정치인, 기업인, 전문가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우리는 자연을 대하는 대중의 태도가 바뀌어야 비로소 이러한 정책들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 하나가 일상에서 자연을 더 잘 이해하고 자연에서 감동을 받고, 그래서 나와 자연을 이어주는 계기들을 계속 만들어가는 일일 것이다. 여기에 조경이라는 예술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이 있다. 자연이 가지는 본연의 예술성을 드러내는 일 혹은 자연을 예술적으로 체험하는 일이 궁극적으로는 인류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서서히 변화시키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조경과 예술은 지구를 살리는 실천으로 만날 수 있고, 그 실천에 우리는 동참하고 있다. 우리의 낙선 다이어리 생각의 원석들 설계안은 자식 같아서 못나도 가장 예뻐 보이는 법이다. 참 많은 설계공모에서 떨어졌다. 당선됐지만 폐기된 설계안도 꽤 된다. 낙선은 우울함과 좌절감을 주지만 설계공모를 준비하면서 벼리는 디자인적 고민의 날은 무뎌질 뻔한 감각과 생각을 자극하는 중요한 계기를 만든다. 떨어졌을 뿐 실패가 아니라고 스스로를 달래기도 하지만, 꽤 두꺼워진 낙선 다이어리 속의 생각과 스케치들은 현실에 희석되지 않아 오히려 더 또렷한 힘을 가진다. 스케치와 파일로만 남아 있는 낙선작을 가끔 부여잡고 성찰하는 이유는 뒤끝이 아닌 그 안에 매장된 생각의 원석들을 언젠가 다시 채굴할 날이 올 거라는 소소한 바람 때문일 것이다. 광주공원 심사위원과 시민들의 투표로 당선안을 선정한 소위 ‘나는 가수다’식 지명 설계공모에서 당선된 광주공원(2011)은 예산과 행정의 이유로 건축물만 지어졌지만, 우리는 시민회관이라는 건축적 자산이 공원으로 확장되고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유산과 시민의 힘이 공원의 정체성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신했다. 춘천 시민공원 춘천 시민공원(구 캠프 페이지) 설계공모(2020) 때는 이미 사라진 미군기지의 흔적을 시민들의 공간 점유와 전유를 통한 자발적 해체라는 관점에서 접근했다. ‘공원문화의 최전선, 파키비움 춘천’을 제안한 ‘기록 장치로서의 공원(Parkiveum)’은 살아있는 유산 만들기로서 우리가 공원을 바라보는 중요한 개념이기도 하다. 배곧신도시 배곧신도시 공원 설계공모(2012)는 기수역이라는 역동적 생태계와 도시의 질서가 공존할 수 있는 대안적 방식을 고민한 기회였다. 옛 염전의 기하학적 질서는 새로운 생태계가 태어나는 모눈종이 역할을 하며 도시와 바다의 경계(Urban Ecotone)에서 재구성된다. 만리동공원 공공미술 서울로 7017 초입 만리동 공원의 공공미술 작품 지명 설계공모(2016)에서는 전쟁 후 서울역을 매일 바라보며 가족을 기다리던 피난민들의 동네라는 만리동의 의미와 현대 도시의 새로운 아이코닉 장소 만들기에 집중했다. 약속을 의미하는 반지 모양의 구조물을 통해서 공공 미술의 기능을 하는 도시 정원을 제안했다. 테라의 어제와 오늘 테라 동창회의 월간테라 어떤 방식이든, 얼마만큼 머물렀든 스튜디오테라를 거쳐 간 많은 사람이 하나씩 쌓아 올린 돌담이 지금의 우리를 정의한다. 10년을 넘기는 어느 해 테라 동창들(Alumni terra)은 기념행사를 하자는 관성적 제안을 꺼내 들었다. 숫자가 주는 이상한 압박이 가끔은 어떤 계기를 만들기도 하지만, 우리는 형식적이며 물리적인 행사보다 10년 동안 스튜디오테라를 거쳐 간 여러 사람의 현재를 공유하기로 결정했다. 각자 지금 활동하는 곳에서 그들만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내놓기로 말이다. 그것이 2021년 4월 이후 새 글이 올라오지 않고 있는 월간테라(Monthly terra)다. 그다음 연재를 맡은 친구는 창업과 사업 확장에 분주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청년들이 활동하느라 바빠서 글쓰기에 소홀하다면 오히려 잘된 일 아닌가 하는 마음으로 언젠가 그가 소수의 독자를 위해 연재를 재개해주길 기다린다. 지구에 최소한의 흔적 남기기 사는 동안 자연인으로 또 디자이너로서 우리는 최소한의 혹은 절제된 흔적을 남기기로 한다. 여기에는 과도한 조형적 어휘와 디지털 흔적도 포함된다. 요즘 같은 시대에 다양한 온라인 매체 소통에 소홀하다는 꾸짖음에 대한 궁색한 변명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말과 자기 매니페스토가 초과 용량으로 밀려드는 정보 소화 불량 시대에, 말을 아낀 틈새에서 자라는 생각의 새싹들을 응시하는 일이 조금은 구닥다리인 우리에게 더 편안한 것 같다. 디자인은 자연과의 어떤 조우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우리의 삶을 담는 그릇이어야하고, 디자인의 이름을 통해 행해지는 장치들이 공간의 본질을 뛰어넘는 그 자체의 조형으로 남지 않도록 자기 검열을 자주 한다. 우리를 몇 가지의 생각을 공유하는 느슨한 집단으로 소개했지만 사실 그게 정확히 무엇이며 몇 개의 생각인지는 아직 잘 모른다. 아마도 함께 실천하며 생각을 나누는 가운데 어느덧 수렴되는 수평선 같이 무언가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에 가까울 것이다. 동네의 문지기이자 자연과 사람의 거간꾼, 작은 오피스 스튜디오테라는 오래된 것, 느린 것, 낮은 것, 수평적인 것, 작은 것 그리고 사라지는 것들을 존중하며 디자인한다. 이 다짐이 아직 규정되지 않은 그 몇 가지의 생각 중 하나임은 틀림없다. 스튜디오테라는 조경에 대한 몇 가지의 생각을 공유하는 느슨한 네트워크다. 조경을 통해 건강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 수 있고, 좋은 생각과 상상력이 좋은 디자인을 만든다고 믿는다. 설계 실무 중심의 디자인 스튜디오(design studio), 연구 중심의 리서치 스튜디오(research studio), 만들고 실험하는 필드 스튜디오(field studio)가 독립적으로 혹은 연대하여 작업한다. 현재 디자인 스튜디오의 수장인 안형주는 송가림, 박근우, 육아 중인 최진호와 함께 일하며, 리서치 스튜디오는 윤정원, 손영호, 전효정, 김선주, 정영재, 임용재, 이수빈, 김문기가 4학기 제때 졸업을 목표로 공부하며 신입생들을 기다린다. 이 틈새에 김아연이 활동한다. 현재 원주의 미술관, 논산의 예술 놀이터, 네 번째 주택정원, 장항의 폐선 철도 공원을 설계 중이고, 양양의 어린이집과 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가 공사 중이다.
  • [모던스케이프] 모던걸과 모던보이의 옥상정원
    옥상정원은 도시의 부족한 녹지 공간을 확대하는 장점도 지니지만 에너지 활용과 절감 측면에서도 효과가 있어 패시브 하우스에서 종종 언급되는 아이템이다. 그런데 이런 유용성은 최근 부각된 것이고, 원래는 근대 건축과 근대적 소비 문화에 기반해 탄생한 공간이다. 옥상정원은 뾰족한 경사 지붕을 가진 옛 건축물에는 설치하기 힘들었지만, 철근 콘크리트 기둥에 의지해 세운 평면 슬래브 건축물은 옥상정원을 두기에 안성맞춤의 장소였다.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1887~1965)는 ‘근대 건축의 5원칙’에서 철근 콘크리트 건물 상부에 정원을 둘 것을 권장했다. 르 코르뷔지에에게 있어 녹색의 옥상정원은 건물로 상실된 자연의 대체재이자 건물에서 자연으로 나아가는 연속적 경험의 중간자다. 관찰자의 이동에 따라 펼쳐지는 건축적 산책의 종착지는 옥상정원인데, 관찰자는 벽체와 천장, 건축적 오브제를 거쳐 마침내 도달하게 되는 옥상정원에서 열린 하늘을 만나고 자연 경관을 조망하게 된다. 건축가들과 이론가들은 르 코르뷔지에의 옥상정원을 두고 자연과 건축 관계의 실례에 관한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지만, 이러한 담론과 무관하게 옥상정원은 근대 건축과 함께 점차 도시민에게 익숙한 공간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옥상정원이 주로 백화점이나 호텔에 처음 설치됐는데, 사람들은 도시 한복판 건물 최고층 높이에서 일상 공간을 내려다보면서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생소한 개방감과 낯선 시선을 경험했다. 모더니스트 시인 이상(1910~1937)은 미쓰코시백화점(三越百和店) 경성점 옥상정원에서 망망대해를 바라보는 마음으로 도시를 조망했고, 김기림(1908~?)은 그곳에서 바라보는 도시를 금붕어가 흐느적거리는 바닷속으로 표현했다. 세련된 장식과 시설, 최고급 서비스를 향유하는 서양식 사교 활동이 가능했기에, 자본과 권력을 가진 상류 계층은 물론 진보적 성향의 모던걸과 모던보이는 옥상정원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환경과조경417호(2023년 1월호)수록본 일부 참고문헌 김영민, “르 코르뷔지에의 자연관에 대한 비판의 전개 양상”, 『대한건축학회논문집』 37(6), 2021, pp.117~126. 박진아, “르 꼬르뷔지에 유토피아적 자연관의 절대적 이데올로기화 과정 연구”, 『건축역사연구』 13(2), 2004, pp.7~19. 신세계백화점 자료 제공, “미쓰코시 백화점 사진 자료”, 『이상리뷰』 3, 2004, pp.169~176. 이길훈, “미츠코시백화점의 설립과 경성 진출”, 『대한건축학회논문집』 32(1), 2016, pp.81~89. 전상인·김미영, 『옥상의 공간사회학』, 건축도시공간연구소, 2012. 朝鮮建築会, 『朝鮮と建築』 11(9), 1930, pp.13~39. “옥상정원을 개조하여 호텔 개방을 계획하고 동시에 아래층 정원에도 손을 대 여름용 납량원을 만들다”, 「朝鮮時報」 1921년 6월 9일. “屋上庭園開放”, 「경성일보」 1924년 7월 12일.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역사아카이브 사진 출처 그림 1. 『京城名所』 그림 2. 신세계백화점 자료 제공, “미스코시백화점 사진 자료”, 『이상리뷰』 3, 2004, p.174 박희성은 대구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한중 문인정원과 자연미의 관계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에서 건축과 도시, 역사 연구자들과 학제간 연구를 수행하면서 근현대 조경으로 연구의 범위를 확장했다. 대표 저서로 『원림, 경계없는 자연』이 있으며, 최근에는 도시 공원과 근대 정원 아카이빙, 세계유산 제도와 운영에 관한 일을 하고 있다.
  • 오후 4시에 머물러 있는 집 프로젝트 스페이스 ㅁ(미음), ‘오후 4시’ 잉고 바움가르텐 개인전
    오후 2시는 점심을 먹은 뒤 졸린 시간이고, 3시는 일하는 시간, 5시는 퇴근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그렇다면 오후 4시는 어떤가. 잉고 바움가르텐(Ingo Baumgarten)은 4시를 어떤 조짐이라고 말한다. 무엇이 일어나지도 않았고, 무엇이 일어난 뒤도 아니다. 바움가르텐은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건축물들이 오후 4시에 머물러 있음을 표현한다. ‘오후 4시’ 전에서 다룬 건축물들은 한국이란 공간에 있는 집이다. 사물화된 공간에 사는 존재들은 그 사물성에 지배 받아 사물화된다. 모든 공간은 시간의 영향 아래 있다. 그의 시각을 빌리자면 인간은 어디에 살고 있든 오후 4시의 공간 속을 표류하고 있다. 공간을 주제로 그리는 독일인 작가 바움가르텐은 1964년 서독에서 태어나 독일 카를스루에(Karlsruhe) 국립미술대학교에서 미술 학위를 받고 도쿄 예술대학원에서 미술 석사를 받았다. 그 후 프랑스 파리, 영국 노리치(Norwich)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바움가르텐은 가까운 주변 환경으로부터 모티브를 얻는데, 일상생활에서 가장 가까운 것이 건축물이라 생각한다. 건축물들은 문화의 현상, 징후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건물을 단순한 공간이 아닌 인간의 일상, 도시의 문화, 사회 이념이 투영된 사회적 구조물로 여긴다. 이러한 점에서 바움가르텐이 그려낸 건축물은 인간의 생활과 밀접한 욕망과 소망, 생활과 환상을 어우르는 표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도시의 풍경을 관찰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사람들의 욕망의 변화를 건축물의 외곽으로 드러냈다. 작업 순서는 다음과 같다. 우선 집과 빌딩, 학교, 지하철역, 교량 등 다양한 건축물 사이에서 자신의 심미안을 자극하는 것들을 선택한다. 대칭과 비대칭의 구조, 다양한 건축 자재와 색감이 만들어내는 조화와 리듬 등 조형적 요소들을 일차적으로 주목한다. 동시에 건축 스타일이 나오게 된 문화적, 사회적 배경을 이해하며 심미적 표피 속에 숨겨진 의미와 가치들을 발굴하고 총체화해 작품으로 표현한다. *환경과조경417호(2023년 1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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