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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리 보는 IFLA 2022] 응답하라 1992 IFLA
    무척 더웠던 해였다. 어찌나 더웠는지 그 다음해부터 버스에 에어컨이 달렸다. 벌써 30년이 흘렀다. 하지만 1992년 제29차 세계조경가대회 현장 증인의 한 사람으로 그때가 엊그제 같다고 느낀다면 조금 허풍스러울까. 과거라는 단어는 밝은 것보다는 어둠 쪽을 연상하게 하지만 당시의 조경은 미래를 향해 밝게 열린 문 앞에 서 있었다. 좋지 않은 건설 경기와 전 세계가 팬데믹이라는 생소한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적어도 1992년 IFLA는 찬란함의 추억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꼰대라고 눈치를 주더라도 당시를 생각하면 ‘왕년에’, ‘나 때는’을 말하고 싶다. 드라마 평론가나 사회학자는 아니지만 ‘응답하라’ 시리즈와 ‘오징어 게임’이 왜 인기 드라마가 되었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다. 지난 50~60년을 돌아보면 한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변화가 큰 국가라고 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온라인 게임으로 바뀌었고, 차범근을 만나려면(지금은 손흥민으로 바뀌기는 했는데 말이다) 전파상에나 가야 했지만 지금은 주머니 속 스마트폰에서 마음대로 꺼내 볼 수 있다. 가슴을 졸이며 몰래 들어갔던 극장도, 구슬치기를 했던 골목길도 지금은 과거의 유물이 됐지만, 내 가슴속에는 지금도 고스란히 살아 있다. 화석이 되었다고 생각했던 그 유물들을 다시 살려냈으니 그 속에 빠져주는 것이 예의일 테다. 에피소드 1. 작품 출품자 나는 이상석 교수(현 서울시립대학교 교수)와 대학원 과정에서 연구한 결과물을 정리해 국제학생작품 공모전에 출품을 했었다. 당시의 연구는 조선의 도읍인 한양의 조성과 발전을 이기론(理氣論)으로 해석하고 그에 따른 관리 방안을 제시한 것이었다. 이제 와서 연구 주제를 되짚는 것이 의미가 있겠냐만,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의 조선 성리학 핵심 개념을 현대 도시에 적용했다는 점이 당시 심사위원에게 좋은 평을 받았다. 심사위원이었던 이규목 교수(전 서울시립대학교 교수)와 양병이 교수(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퇴임한 지도 한참 되었고, 당시 전시분과위원장이었던 진양교 교수(현 홍익대학교 교수)도 올해 퇴임을 앞두었고, 함께했던 이상석 교수는 전임 조경학회장이었으니 오래된 기억이 아닐 수 없다. 당시 잡지(『환경과조경』1992년 10월호)의 국제학생작품 소개란에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석사과정’으로 잘못 소개되었는데 사실 ‘박사과정’이었음을 짚고 넘어간다. *환경과조경407호(2022년 3월호)수록본 일부
  • [미리 보는 IFLA 2022] 다시 읽는 제29차 세계조경가대회
    한국조경학회가 출범하고 20주년을 맞이한 1992년, 서울에서 진행된 개회식을 시작으로 경주에서 나흘간 제29차 세계조경가대회가 열렸다. 한국에서 열린 첫 국제 조경 행사였다. 성공적 개최를 위해 1991년 4월 산림청의 협조를 받아 산림청 내 조직위원회 사무국을 마련하고, 그해 6월 12일에 현판식이 거행되었다. 이사회와 개회식을 제외한 모든 행사는 경주에서 열렸다. 이를 위해 서울 조직뿐 아니라 경주관광개발공사를 중심으로 경주시, 시의회 등이 주축이 되어 경주 조직을 꾸리고 행사를 진행했다. 전통과 창조 제29차 세계조경가대회의 주제는 ‘전통과 창조’였다. 주제를 정하기 위해 여러 절차와 토론을 거쳤다. 학계, 업계, 기타 조경 관련자 6백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하고, 조사에서 제안된 주제를 토대로 여러 차례 상의했다. 그 결과 주최국인 한국이 유구하고 깊이 있는 전통 조경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외국에 전혀 소개 되지 않았다는 점과 세계 각국이 그들의 전통을 어떻게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주제를 선정했다. 전통과 창조는 시간적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주제이기도 했다. 세계 어느 나라든 각국 고유의 역사와 문화적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현대의 조경은 이 전통에 뿌리를 두고 특유한 조경 양식으로 발전해 왔다. 따라서 전통과 창조는 전 세계 조경가가 다 함께 고민하고 연구나 실무를 통해 찾고자 노력해 온 주제다. *환경과조경407호(2022년 3월호)수록본 일부
  • 그로우 Grow
    그로우(Grow)는 농사의 아름다움에 보내는 헌사다. 대부분 사람은 말 그대로 인간을 먹여 살리고있는 지구의 광대한 지역을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 그로우는 농업 시스템의 혁신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보여준다. 과학 연구를 기반으로 한 최첨단 조명이 식물의 지속가능한 생장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농부를 영웅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물이다. 라보뱅크(Rabobank) 아티스트 레지던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시작된 그로우 프로젝트는 2년여에 걸쳐 진행됐다. 이를 위해 스튜디오 로세하르더를 비롯해 네덜란드 바헤닝언 대학교(Wageningen University & Research), 스프링테이 포럼(Springtij Forum),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in Davos), 바이오루믹(BioLumic), 미디어몽크(MediaMonks)의 전문가가 협업했다. *환경과조경407호(2022년 3월호)수록본 일부 Design Daan Roosegaarde Collaboration Studio Roosegaarde, Wageningen University & Research, Springtij Forum, The World Economic Forum in Davos, BioLumic, MediaMonks Location Lelystad, Netherlands Area 20,000m2 Clients part of the artist-in-residence program of Rabobank Completion 2021. 1. Photographs Ruben Hamelink and Daan Roosegaarde. 단 로세하르더(Daan Roosegaarde)는 네덜란드 출신의 디자이너이자 혁신가다. 사회적 설계를 지향하는 스튜디오 로세하르더를 이끌며 디자인을 통해 인간과 기술을 연결하고 있다. 도시민의 일상을 풍요롭게 하고 동시에 상상력을 자극하는 디자인을 선보이고자 한다. 대표작으로 워터라이트(Waterlicht), 스모그 프리 프로젝트(Smog Free Project), 스마트 고속도로(Smart Highway), 우주 쓰레기 랩(Space Watste Lab)이 있다. 그로우, 어반 선, 시잉 스타, 스파크는 단 로세하르더가 미디어몽크(MediaMonks)와 협업해 선보인 드림스케이프(Dreamscape) 연작으로, 예술과 과학의 결합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 Daan Roosegaarde / 2022년03월 / 407
  • 어반 선 Urban Sun
    어반 선(Urban Sun)은 사람들을 더 안전하고 인간적인 방식으로 교류하게 하는 도시의 새로운 태양이다. 수년 간 해온 빛의 힘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2019년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를 맞닥뜨리며 필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로테르담의 상징인 에라스무스 다리(Erasmus Bridge)에서 처음 공개된 어반 선은 바닥을 향해 강렬한 원형 광선을 내뿜었다. 태양광선과 원거리 UVC 222nm(나노미터) 광선으로 구성된 광선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인플루엔자의 다양한 변종을 포함한 바이러스를 최대 99.9퍼센트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 콜롬비아 대학교와 히로시마 대학교가 2018년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45nm UV 광선은 인체에 유해하지만 UVC 222nm 광선의 경우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안전하다. 어반 선의 원거리 UVC 광원은 네덜란드 국립계측연구소(Dutch National Metrology Institute VSL)에 의해 측정되고 교정되며, (ICNIRPInternational Commission on Non-Ionizing Radiation Protection) 안전 표준 기준을 충족시킨다. 로테르담에서 선보인 어반 선의 크기는 100m2지만 다양한 공공 공간에 맞게 그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대규모 광장에는 3,500m2에 달하는 크기로 설치할 수 있다. *환경과조경407호(2022년 3월호)수록본 일부 Design Daan Roosegaarde Collaboration MediaMonks Clients Citylab010, Aarhus Festival in Denmark, Museum of Design Atlanta in the USA, the Netherlands Pavilion at the World Expo 2020 Dubai in the UAE and Lowlands Area 100m2 Location Rotterdam, Netherlands Completion 2021. 3. Photographs Willem de Kam, Ossip van Duivenbode and Daan Roosegaarde
    • Daan Roosegaarde / 2022년03월 / 407
  • 시잉 스타 Seeing Star
    우리가 서 있는 바로 이 거리에서 별들을 바라볼 수 있다면 어떨까. 동화 속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프라네커르(Franeker) 시는 시잉 스타(Seeing Star) 프로젝트를 통해 숨겨져 있던 하늘의 별을 보는 데 성공했다. 시잉 스타는 지역 주민, 정부 및 기업체, 네덜란드 유네스코와의 협업으로 불필요한 가정용 조명, 전광판, 가로등을 끈 프로젝트다. 도시의 모든 조명을 소등함으로써 보이지 않던 별을 다시 경험하고, 이를 통해 사람과 사람 또 사람과 전 지구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하고자 했다. 도시의 모든 불을 꺼도 시민들이 위험에 처하는 일이 없도록 지방 정부와 긴밀히 협력했다. 현재 세계 인구의 80퍼센트 이상이 빛 공해로 오염된 하늘 아래에서 살고 있다. 이는 우주를 체험하는 것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하지만 해결책은 있다. 네덜란드 유네스코 의장 카틀레인 페리르(Kathleen Ferrier)는 “모든 사람은 오염되지 않은 밤하늘을 통해 별을 볼 권리가 있다. 별들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게 되고, 우리 모두가 거대한 우주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는 공동체적이자 보편적인 유산으로 내가 추구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라고 설명했다. *환경과조경407호(2022년 3월호)수록본 일부 Design Daan Roosegaarde Collaboration MediaMonks Partners UNESCO Netherlands, the City of Franeker Location Franeker, The Netherlands Completion 2021. 12. photographs Albert Dros, Merel Tuk
    • Daan Roosegaarde / 2022년03월 / 407
  • 스파크 Spark
    스파크(Spark)는 반딧불이의 빛에서 영감을 얻어 불꽃놀이의 새로운 지속가능성을 모색한 작품이다. 축제의 현장에서 불꽃놀이와 풍선, 드론, 색종이를 이용한 기념 행사는 아름다운 순간을 선사하지만 환경을 오염시킨다. 스페인 빌바오의 중앙 공원에서 첫 선을 보인 스파크는 스페인의 빌바오–비스카이 사회적 변화를 위한 복지회(The Wellbeing Summit for Social Change in Bilbao–Biscay, 이하 빌바오–비스카이 복지회)의 지속가능한 커뮤니티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된 프로젝트다. 생물학적 분해가 가능한 수천 개의 조명 불꽃을 공중에 띄워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고, 친환경적인 방식의 세리머니를 제시했다. *환경과조경407호(2022년 3월호)수록본 일부 Design Daan Roosegaarde Collaboration Studio Roosegaarde, Draiflessen Collection, The Wellbeing Summit for Social Change in Bilbao-Biscay, MediaMonks Location Bilbao, Spain Area 50×30×50m Completion 2022. 1. Photographs Roberto Conte
    • Daan Roosegaarde / 2022년03월 / 407
  • 아름다움과 깨끗함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다
    마스크를 쓰는 일이 일상이 된 지 오래라 잊었을지도 모른다. 한때 우리는 아침마다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고, 그 숫자의 크고 작음에 따라 마스크 착용 유무를 결정하곤 했다. 나날이 뿌예지는 하늘을 걱정하던 시기에 등장한 스모그 프리 타워(Smog Free Tower, 2016)에 눈길이 쏠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높이가 7m에 달하는 거대한 타워는 중국 탑의 건축 양식에서 모티브를 얻어 디자인되었는데, 상층부의 거대한 날개와 통풍 시스템이 주변의 부유 물질을 빨아들여 2,800만 리터에 달하는 공기를 정화한다. 독특한 상상력과 과학 기술을 결합한 이 작품을 선보인 주인공은 스튜디오 로세하르더의 창립자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단 로세하르더(Daan Roosegaarde)다. 사람, 기술, 공간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다양한 작업을 선보이는 그는 2022년 8월 광주에서 개최되는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의 기조강연자이기도 하다. 디자인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싶다는 그의 작품 세계를 탐구하고자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품을 보면 당신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작품에서 풍부한 상상력의 예술가, 머릿속 아이디어를 구조화하는 건축가, 디자인과 기술을 융합하는 엔지니어, 환경 문제를 고민하는 환경운동가의 면모까지 느껴진다.자신을 무엇이라 정의하는가. ‘스혼헤이트(schoonheid)’라는 네덜란드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단어에는 창조성에서 오는 아름다움, 공기와 에너지에서 비롯된 깨끗함이라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이것이 미래를 위한 중요한 가치라 믿는다. 내게 디자인은 의자나 램프를 제작하는 일이 아니라 삶을 개선하는 일이다. 상품이든 도시든 경관이든 디자인을 할 때 스혼헤이트를 기준으로 삼아 아름답고 사용하기 좋을 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것들을 창조해야 한다. 어떤 분야에 속하고 싶다기보다 그저 서로 다른 분야와 세계를 연결하고 싶을 뿐이다.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 아름답고 깨끗한 것을 만들어내는 나를 두고 스혼마커(schoonmaker, 청소부)라 부르기도 했는데, 굉장히 좋았다. 그들이 그렇게 부르도록 두어도 괜찮을 만큼. 지난 1월 25일 새로운 작품으로 스파크(Spark)를 선보였다. 그로우(Grow), 어반 선(Urban Sun), 시잉 스타(Seeing Star)에 이은 드림스케이프(Dreamscape) 시리즈 중 하나다. 네 개 작품을 하나의 연작으로 묶은 이유가 무엇인가. 드림스케이프는 지속가능한 사회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프로젝트의 컬렉션으로, 좋은 세상을 위해 현실로 나온 꿈을 의미한다. 그로우는 농업의 아름다움을 찬미하고, 어반 선은 공공 공간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제거하며, 시잉 스타는 도시의 불빛을 꺼트림으로써 거리에 별빛을 가져오고, 유기농 불꽃인 스파크는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폭죽을 대체하는 지속가능한 축제를 위한 새로운 요소를 제시한다. *환경과조경407호(2022년 3월호)수록본 일부 단 로세하르더(Daan Rosegaarde)는 스튜디오 로세하르더의 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아르테즈 예술대학교에서 순수 미술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고, 베를라헤 건축대학원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전 세계를 무대로 다양한 인터랙티브 기반의 공공 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 엘레프테리아 광장 Eleftheria Square
    도시 구조의 유기적인 통합 도심 속 만남의 공간인 엘레프테리아 광장(Eleftheria Square)은 분열된 수도를 통합할 수 있는 새로운 연결 고리를 만들어냈다. 대상지는 키프로스의 수도 니코시아(Nicosia) 중심에 위치하며 베네치아 성벽과 도시를 둘러싼 해자와 인접해 있다. 중세에 건설된 대규모 방어벽인 베네치아 성벽은 16세기 당시 베네치아 공화국에 의해 재건축되었다. 수도 내 가장 오래된 도심의 경계가 되어 고대 도시와 성벽 밖 현대적으로 개발된 지구를 분리한다. 성벽과 더불어 조성된 거대한 선형 녹지는 도시를 서로 다른 두 개의 커뮤니티로 나누고 있다. 엘레프테리아 광장이 구도심과 현대 도시를 결합하는 촉진제로 작동할 도시계획의 첫 번째 단계라고 보았다. 광장은 해자 내 새로운 공공 공간을 만들고 니코시아를 둘러싼 고대 성벽을 따라 확장됨으로써 분열된 도심의 커뮤니티를 연결했다. 광장을 통해 베네치아 성벽을 어디서든 바라볼 수 있고 접근이 불가능했던 해자 지역은 정원으로 개방됐다. 해자에 종려나무를 식재하고 산책로를 조성해 도시 외곽을 감싸는 그린벨트를 완성했다. 새로운 공공 광장으로 탈바꿈된 해자 엘레프테리아 광장은 새로운 도심 공공 공간의 모습을 제시한다. 대상지 내 해자의 일부 구간을 높이고 주변 오미루(Omirou) 거리와 연결될 수 있도록 상층부에 브리지를 만들어 도시와 직접적인 연결 고리를 형성했다. 브리지의 유선형 기하학적 구조는 고대 성벽의 비정형적 형태를 삼각형으로 환원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이 과정을 통해 새로운 공원의 의자, 화단과 수 공간을 어느 정도로 드러나게 할지 정할 수 있었다. 상층부 브리지를 받치고 있는 기둥은 콘크리트로 되어 있고 지진 지역에 알맞은 견고한 구조로 설계됐다. 기둥의 아랫부분은 의자로도 쓸 수 있다. 바닥은 화강암으로 포장하고 화강암 석판 사이 이음매를 빗물 배수에 활용했다. 이 빗물 배수 시스템과 해자에 새로 식재한 수목들이 자연스럽게 지표수의 균형을 만들어내고 베네치아 성벽의 풍화 현상을 완화한다. 엘레프테리아 광장의 변화 엘레프테리아 광장의 변화는 니코시아의 풍부한 역사와 미래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엮어낸 결과다. 광장 리노베이션을 통해 오랜 역사를 지닌 베네치아 성벽을 수리하고 보호하는 작업과 고고학적 발굴 작업이 진행됐다. 광장 내 두 개의 카페를 재건축하고 지하 주차장을 새롭게 조성했다. 지하 주차장은 주변 거리와 연결된 브리지에서 어디서든 접근할 수 있다. 주차장 덕분에 거리를 점거한 차량이 사라지고 보행 위주의 광장으로 재탄생됐다. 브리지의 계단과 엘리베이터는 솔로모스 광장(Solomos Square)의 버스 터미널과 연결된다. 니코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광장인 엘레프테리아 광장에서는 이제 도시의 다양한 축제와 공공 행사가 열린다. 광장은 베네치아 성벽과 해자를 연결하고 구도심으로 가는 중요한 길목 역할을 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이곳이 지닌 역사와 도시적 면모를 강화하는 동시에 시민과 방문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정원과 광장을 만들었다. *환경과조경407호(2022년 3월호)수록본 일부 Design Zaha Hadid, Patrik Schumacher, Christos Passas On-site Engineers Eleni Loizou, Remos Achilleos Structural Engineers ASD Hyperstatic Engineering, Andros Achilleos, Michalis Allayiotis MEP Engineers UNEMEC Lighting Kardorff Ingenieure Lichtplanung Accessibility Consultants David Bonnett Associates, MTCW Klelia Petridou Traffic Consultants SKM Colin Buchanan Project Management Team Modinos & Vrahimis Associates Client Project Management Team Agni Petridou, Maria Ioannou, Maria Georgiou, Foivos Tsappas, Georgiana Loizides Cost Consultants MDA Cyprus, Niki Stavrou Advisors Lekton, The Concrete Center, Beton Centrum Client Nicosia Municipality Location Nicosia, Cyprus Open area 35,200m2 Interior area 7,175m2 Completion 2021 Photographs Laurian Ghinitoiu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Zaha Hadid Architects)는 다양한 변화를 일으키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영국 런던에 사무소를 두고 40년간 전 세계 곳곳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21세기 건축을 재정립해왔다. 긍정적 시선으로 미래를 바라보며 연결성과 통합성의 결합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 Zaha Hadid Architects / 2022년03월 / 407
  • ING 세다르 본사 사옥 ING Cedar Building
    ING 세다르(Cedar) 본사 사옥 건축은 도시 구역의 탈바꿈을 위한 첫 번째 단계였다. ING 은행은 2015년 암스테르담 자위도스트(Amsterdam Zuidoost) 내로 본사 위치를 옮기기로 했다. 본사 건물은 지속가능성, 혁신, 창발성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우리는 암스테르담 혁신지구·통합공원(Amsterdam Innovation District·Cumulus Park)으로 명명된 통합적 도시개발 캠퍼스 비전의 일부로서 건물 주변의 조경 설계를 했다. 2,700명에 달하는 직원과 함께 본사 사옥과 일대를 활기차고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 지역으로 만들고자 했다. 캠퍼스 비전 ING 세다르 본사 사옥은 새로운 건물을 넘어 새로운 도시 구역을 조성하고 싶은 ING의 야심 찬 포부를 드러낸다. 이를 엿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자위도스트 중심에 닿은 도시 캠퍼스다. 전통적이고 권위적인 은행 건물과 달리 여러 회사, 직원, 방문객, 주민들 간 시너지를 만들고 접근이 용이하다. 나아가 케이터링과 회의 시설 등 여러 프로그램 요소를 건물로부터 분리해 새로운 캠퍼스 내 파빌리온에 위치시키고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ING 세다르 본사 사옥은 암스테르담 자위도스트 내 전반적인 도시개발 캠퍼스 비전의 시작을 대표하며, 우리는 그 비전의 기획자 역할을 맡았다. 캠퍼스 비전은 자위도스트를 암스테르담의 제2의 중심지로 탈바꿈시키는 데 집중한다. 활기차고 다채로운 시가지에 주거, 업무, 각종 시설과 화려한 밤 문화를 섞는다. 이곳에서 공공 공간은 건물이자 기능적인 공간이며 사람들 간 시너지를 불러일으키는 경관이다. 역동적인 도시 녹지는 주변 경관에서 도드라지지 않으면서도 창발성, 혁신, 발전, 협력을 위한 전문가를 불러들인다. 사람들이 머무르거나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직원, 방문객, 지역 주민 모두를 위한 공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공간성을 만든다. *환경과조경407호(2022년 3월호)수록본 일부 Landscape DesignKarres en Brands CollaborationBenthem Crouwel architects ClientOVG Vastgoed and G&S Vastgoed LocationAmsterdam, Netherlands Area1.9ha Completion2020 PhotographsChiel van Diest 1997년 설립한 카러스 엔 브란츠(Karres en Brands)는 국내외 다양한 프로젝트, 연구, 공모에 참여해왔다. 공간 설계의 모든 규모를 아우르며 지역 단위 전략과 인프라 프로젝트, 공원과 정원, 도시설계, 제품 디자인 등 여러 방면에서 활약 중이다. 오늘날 주어진 여러 가지 문제의 해결을 위한 올바르고 혁신적인 대응 방법을 도출하기 위해 관점과 사고를 확장하고 있다.
    • Karres en Brands / 2022년03월 / 407
  • [어떤 디자인 오피스] 본시구도 삶의 터전, 그 본래의 구도를 추구합니다
    선릉 경치를 즐기기 위해 지하철 9호선 선정릉역과 2호선 선릉역 사이에 있는 본시구도 사무실. 처음 찾아오는 이는 몇 호선 열차를 타야 할지 잠시 고민할 것이다. 어느 역이라도 좋다. 역에서 내린 다음 선릉을 둘러싼 돌담길을 잠시 걸어보자. 돌담 뒤로 자리 잡은 언덕은 조선 제9대 임금 성종의 왕릉이다. 길에서 왕릉을 제대로 감상하기는 쉽지 않지만, 4층에 있는 본시구도 사무실에서는 왕릉의 봉분은 물론 그 앞에 늠름하게 서 있는 문인석과 무인석까지 전부 시야에 담을 수 있다. 건물 4층에 올라오면 다시 한번 목적지를 확실히 해야 한다. 만약 당신이 복도의 중간쯤에서 멈춘다면 ‘본시건축’ 간판을 보게 될 것이고, 복도 끝까지 가게 될 경우는 ‘본시구도’ 사무실에 도착할 것이므로. 파트너사인 본시건축에 특별한 용무가 있다면 복도 중간에 멈추는 것을 말리지는 않겠다. 그러나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본시구도 사무실에서만 선릉 경치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사실, 4월부터 본시건축과 이 경치를 함께 볼 수 있게 됐다). 본래의 구도를 찾다 “본시구도(本是構圖)입니다.” 처음 회사 이름을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비슷하다. 회사 이름이 어렵다고 하거나, 무슨 뜻이냐고 되묻는다. 창립 전 회사명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길었다. 수십 번 회의를 하고 수십 가지 대안을 만들었다. 조경을 전공하고 10여년을 현업에서 종사했지만, 언제나 가지게 되는 근원적인 질문. 조경은 무엇인가.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본래의 구도를 추구한다는 의미의 ‘본시구도’에서 찾았다. 본시(本是, origin)는 ‘처음’, ‘근본’이라는 뜻으로, 사물의 본질이나 본바탕. 즉 원래 그러한 것을 의미한다. 구도(構圖, composition)는 시간과 빛을 비롯한 재료, 형태, 색채 등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조합하여 하나의 통일체로 완성하는 것을 뜻한다. 본시구도는 땅이 말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에 따른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이상적인 인프라를 구현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한다. 인간과 자연의 본질을 탐구하고, 지문(地紋), 미기후, 인문, 심리 등 자연과 사람을 배우고 이해하며 공감을 바탕으로 한 통찰력을 토대로 한 환경을 설계하고자 한다. 공간에서 느끼는 가치가 극대화되도록 시간과 공간의 융합을 추구한다. 생태, 도시, 건축, 토목, 구조 등의 기술적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모든 생명체의 삶이 번영하도록 그 본래의 구도를 찾아가고자 한다. 과거 건물을 지을 때 터잡이가 건물의 위치와 방향을 잡고 간잡이가 건물을 설계했던 것과 같이 조경, 설계에 국한하지 않고 마스터플래너로서 본래의 구도를 지향하는 것이다. 거침없이 달려온 지난 3년의 기록 본시구도 설립 후 3년 정도의 짧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동안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 노력은 헛되지 않아서 좋은 성과를 남겼다. 이 과정에서 조경 분야에서 축적된 노하우가 풍부한 우리 구성원들의 노고가 가장 컸지만, 파트너인 건축사사무소 본시와 협력 분야의 긴밀한 네트워크의 도움도 컸다. 또한 도면 작성 단계에서 단순 작업을 효율적으로 줄여준 자체 개발 프로그램이 큰 역할을 했다. 동부간선도로(창동-상계구간) 지하차도 상부 공원화: 서울 주요 간선도로 중 하나를 지하화하고 상부를 공원화하는 프로젝트의 첫 단추였다. 창동-상계구간을 대상으로 하였고, 기술 제안으로 당선되었다. 근처 케이팝 공연장의 문화, 중랑천의 흐르는 물결을 모티브 삼아 서울 웨이브(Seoul Wave)를 콘셉트로 정했다.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 이형석 소장이 예전 회사에 다니고 있을 때 실격의 아픔을 주었던 프로젝트. 제출 당시 서류에 오류가 있어 심사 과정에서 실격 처리되었다. 본시구도를 창립하고 나서 다시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을 때 감회가 남달랐다. 양평 국수리 전원주택단지: 양평군 국수역 인근에 있는 약 50세대에 이르는 전원주택단지 조성 프로젝트로 시행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측량에서부터 시작해 전체적인 콘셉트를 잡고 단지 계획, 조경 계획에 이르기까지 마스터플래너로서 마음껏 역량을 발휘했다. 카스카디아 CC: 지형의 제약을 발상의 전환으로 새롭게 탄생시킨 27홀 규모의 하이엔드 골프장 프로젝트다. 국내 골프장들은 코로나 이후 경쟁 시기를 대비하여 코스 및 클럽하우스뿐 아니라 조경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클럽하우스와 거대한 폭포 주변에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홀마다 특색 있는 경관을 만들기 위해 27홀 전체를 3D 시뮬레이션을 해 아이디어를 도출했다. 앨리웨이 인천 쑥골광장 활성화 계획: 부지 중앙에 있는 공공 기여 광장 특화 설계 및 시공을 경쟁 방식으로 맡게 되었다. 당선 후 특화 설계는 김건영 실장이 담당하고, 그의 친형 김건우는 현장 소장으로 시공을 담당했기에(당시 조경디자인 이레에 근무하고 있었다)김건영 실장에게 의미가 깊은 프로젝트다. 하동지구 두우레저단지 개발사업: 우리가 마스터플래너로서 이끌어갔던 프로젝트로 건축사무소 선정부터 단지 전체 콘셉트 및 건물 배치까지 약 80만 평에 이르는 부지에 골프 코스, 콘도, 테마파크, 상업 가로 등을 계획했다. 순천만 국가정원 식물원(온실) 건립사업: 전시 온실 설계는 흔한 프로젝트가 아니기 때문에 설계자로서 욕심이 나고 더 의미가 있었다. 450여 종 이상의 식물 종류를 선별하는 과정이 고생스러웠기에 기억에 남는다. 2023년 국제정원박람회 마중물 사업으로 의미 있는 작품을 남겼다는 것에서 더욱 감회가 새롭다. 송산GC 물 순환 마을 개발사업: 국내 최초의 물 순환 주거 단지를 만드는 프로젝트로서 조경이 주도하여 그린 인프라 주거 환경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향후 한국 도시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선도적인 지침이 될 공간을 만들어나간다는 생각에 책임감과 설렘을 느꼈다. 공간 크리에이티브 집단을 표방하다 최근 건축과 인테리어로 집중됐던 일반인의 관심이 점차 외부 공간으로 향하고 있다. 조경에 국한된 사고로는 공간을 다루는 데 한계가 있고,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공간을 다룰 때 건축, 토목, 구조, 경관, 생태, 도시의 맥락까지 이해해야 하며, 나아가 인간의 행동을 알기 위해 역사, 철학 등 인문학적 사고까지 필요하다. 우리는 좀 더 진보적인 공간을 창조하기 위해 노력한다. 계획 설계를 할 때 크게 세 가지의 키워드를 생각하는데, 시간, 공간, 가치다. ‘시간’은 시간과 계절의 변화에 따른 디자인, 인간의 일생을 담는 공간을 뜻한다. ‘공간’은 비움과 채움, 군더더기가 없는 쓸모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가치’는 맥락을 고려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하여 가치 있는 공간을 지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전문적인 디자이너가 모여 있는 집단을 형성한다. 직원과 회사가 상생한다면 시장에서도 인정받을 것이다. 건축, 골프, 작가, 가드닝, 미술 등 다양한 방면에 강점을 가진 인력을 품어왔으며, 폭넓은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시행사, 건축사무소 등과의 협력 관계도 강화해왔다. 소비자에게 공간에 대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 것. 우리가 공간 크리에이티브 집단을 꿈꾸는 이유다. 진화하는 조경, 함께 성장하고 싶은 회사 임인년 본시구도에 새로운 부서를 만들었다. 식물을 연구하고 실무에 적용하기 위해 만든 가든랩(정원사업부)이다. 영국과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김지영 이사와 서정완 이사가 주축이다. 이들이 만드는 정원이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조경 수목의 탄소 계산기 개발 및 BIM 연동 프로젝트도 연구 중이다. 탄소 계산기는 수목의 환경 성능을 계획 과정에 적용하여 식재 설계 시 설계안의 탄소 저감량을 계산해내는 방식으로, 전 세계적인 탄소 이슈에 직능적으로 동참하면서 추후에는 BIM과의 연동을 통해 더욱 효율적으로 풍경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조경 BIM은 그 자체만으로도 도전 과제지만, 새로운 저작 도구로서의 의미뿐 아니라 조경 설계의 영역과 차원을 한 단계 향상시켜 줄 시스템이라 확신한다. 본시구도는 반복적이고 기능적인 업무로 디자이너의 역량이 정체되는 것을 지양하며, 체계화된 디자인 시스템과 자체 프로그램 개발에 지속해서 투자하고 있다. 진화하는 외부 환경에 선구적으로 대응하고자, 끊임없이 트렌드를 연구하고 워크숍 등 내부교육을 통해 회사의 핵심 동력인 직원들이 체화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신구의 조화로 전문 지식이 누적되고 심화되어 깊이 있는 디자인, 조경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범위의 디자인을 추구하는 회사. 최고의 디자이너가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환경, 그 환경의 구도를 잡는 것이 바로 본시구도가 추구하는 경영 철학이다. [email protected] 이형석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풍경디자인, 현대건설,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를 거쳐 오지영 대표, 김건영 실장과 함께 본시구도를 열었다. 환경이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킨다고 믿으며, 지금보다 더 나은 꿈을 꾸며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조경을 인간의 생활과 삶의 터전을 바꿀 수 있는 직접적인 작업이자 세상을 바꿀 힘으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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