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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토리얼] 옥상달빛
    평범한 도시 남성의 옥상 경험은 세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공통분모가 가장 큰 옥상의 추억은 흡연이다. 추억보다는 현재진행형의 용도라고 표현해야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제아무리 리처드 클라인을 인용해가며 “담배는 숭고하다” 외친들 이미 담배는 천덕꾸러기를 넘어 공공의 적이다.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여전히 40%를 넘나드는데 도시의 거의 모든 공간에는 빨간색 금연 딱지가 선명하다. 옥상은 그나마 융통과 변칙이 묵인되는 일천만 흡연인의 해방구다. 옥상의 두 번째 추억에는 으레 주먹이 등장한다. “옥상으로 올라와.” 이 짧은 명령문 하나면 더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옥상은 군기 잡는 선배 앞에 무릎 꿇는 복종의 공간이(었)고, 학교 폭력의 전시장이(었으)며, 갖가지 명분의 싸움과 결투가 벌어지는 전장이(었)다. 청소년기에 옥상에서 겪은 사건들을 망각할 능력이나 추억이라 포장할 배포가 없다면, 옥상은 긴 시간이 흘러도 아물지 않는 상처의 공간이다. 세 번째 추억은 현실과 로망의 경계선상에 있다. 많은 이에게 옥상은 아련한 기억 저편의 사랑을 소환하는 가슴 먹먹한 장소다. 뭇 남성이 다 자기 이야기라고 여겼다는 공전의 히트작 ‘건축학개론’. 대학 새내기 서연(수지 분)과 승민(이제훈 분)의 어설픈 두 번째 데이트 장소는 개포동의 어느 아파트 옥상이다. CD 플레이어의 이어폰을 한쪽씩 나눠 끼고 듣는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신체의 모든 감각을 무장 해제시킨다. 옥상은 이렇게 이성은 물론 감성마저 마비시키는, 아름다운 기억의 장소다. 이 셋 중 한둘은 우리 모두가 겪어 온 도시 삶의 한 장면이다. 그런데 요즘 옥상 풍경은 이 정도 수준이 아니다. 옥상이 우리 사회와, 동시대 문화와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정말 다채로워지고 있다. 옥상에서 화분을 가꾸거나 상추를 기르며 짧게나마 노동의 희열을 맛보는 건 이미 고전이다. 더 진취적인 사람들은 블루베리 농사도 짓는다. 옥상을 이용해 빗물을 모으거나 옥상을 녹화해 기후 변화에 대처한다는 거룩한 명분의 사업도 활발하다. 옥상에서 하늘과 별과 바람이 주는 해방감을 느끼며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는 건 이미 드라마나 영화 주인공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쿨한 곳, 핫한 곳 가리지 않고 도처의 옥상을 카페와 바가 접수하고 있다. 나의 한 페이스북 친구는 주중의 격무를 스스로 위로하기 위해 주말용 옥탑방을 얻은 후 혼자 밥 먹고 술 마시며 빔 프로젝터로 영화 본다는 자랑질 포스팅을 매주 한다. 자본주의 도시 공간의 한계에 대한 도전이랄까, 여럿이 옥상을 함께 쓰는 움직임도 고개를 들고 있다. 어정쩡하게 버려져 있던 옥상이 도시의 그 어느 공간보다도 다양한 멀티 플레이어 역할을 하며 우리의 라이프스타일로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그 누구보다 옥상을 마음껏 즐기고 살면서 동시에 옥상에서 작품까지 생산하는, 부러운 도시인이 있다. 기자 출신의 화가 김미경은 서촌에 거주하면서 인왕산이 보이는 동네 풍경과 골목길, 서촌의 꽃과 사람들을 화폭에 옮긴다. 동네 친구들 옥상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그림을 그려서 “서촌 옥상 화가”라 불린다. 그는 옥상의 매력을 이렇게 전한다. “옥상에서 보는 서촌은 어마어마한 바닷속 풍경인 듯도, 축소된 세계 지도인 듯도 하다. … 옥상에서는 전체 구도가 확연하게 보여 좋다. 동네가 산과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 어디서부터 길이 시작되는지가 한눈에 보인다. 동서남북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내가 나를 둘러싼 세상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내가 자리한 곳이 어디인지를 객관화해 볼 수 있어 좋다. 그 새로운 면들이 겹치고 풀리고 만나면서 만들어내는, 예측할 수 없는 선과 면, 그리고 새로운 구도를 찾아낼 때마다 새로운 진실을 발견하는 기분이다.” 펜 터치가 정다운 그의 ‘옥상화’ 엽서를 보노라면 서울의 또 다른 세계로 한 걸음 들어서는 기분이 든다. 운 좋게도, 나에게는 일상을 풍요롭게 해 주는 옥상이 있다. 연구실에서 다섯 걸음만 내디디면 검박하면서도 화려한 옥상 테라스다. 여느 옥상처럼 어수선하게 방치되던 곳을 동료 정욱주 교수가 정갈하게 디자인해 고쳤다. 꼼꼼한 디테일의 데크, 장방형의 내후성 강판 플랜터, 그 속에 날아와 스스로 자란 이름 모를 야생의 꽃과 풀, 단정한 철제 의자와 여유로운 목제 평상이 전부지만 그 조합의 시너지가 만만치 않다. 압권은 옥상을 향해 달려오는 관악산 풍광과 기운이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산 풍경도 아니고,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도 아니다. 산허리를 바로 눈앞에서 뚫고 대면할 수 있는 도시의 이 비경을 김미경 작가라면 어떻게 담아낼지 궁금하다. 그이처럼 재주가 없고 성실하지도 못한 나는 내가 정해 놓은 한 지점에서 같은 장면의 사진을 이따금 찍을 뿐이다. 옥상에 가만히 앉으면 날이 밝아 오고 해가 저물 때의 기온 변화를 스마트폰이 아닌 피부로 알 수 있다. 땅거미, 오래 잊고 지낸 이런 단어가 다시 생각난다. 도시의 초록이 봄과 여름과 가을에 어떻게 다른지 실물로 배운다. 감각의 연합, 즉 공감각synaesthesia이 책 속에만 존재하는 개념이 아님을 온몸의 감각으로 직접 느낀다. 어느 가을밤, 나를 삼킬 듯한 달빛을 옥상에서 만나고야 말았다. 옥상의 여러 얼굴을 포착하고자 기획한 특집 ‘옥상다반사茶飯事’를 싣는 이번 호 에디토리얼에는 그 달빛의 감동을 전해야겠다 싶어 제목을 ‘옥상달빛’으로 일찌감치 고정했다. 도무지 전할 방도가 없는 글쓰기 재주, 지면이 춤을 춘다. 애꿎은 네이버에 옥상과 달빛을 쳐 넣으니 가수 ‘옥상달빛’이 제일 먼저 뜬다. 아, 이런 듀엣이 있구나! 뭔가 글감을 포착한 직감이 들어 그들의 음악을 재생한다. ‘수고했어, 오늘도’라는 노래를 듣다가 방에서 공부하는 아이를 불러내 “너, 옥상달빛 아니? 이 노래 완전 좋은데?” 물으니, 대략 난감한 표정을 짓는 아이에게서 이런 답이 돌아온다. “아빠, 아니 교수님, 공부 좀 하셔야겠어요. 벌써 7, 8년 된 노랜데요? 드라마 ‘미생’에도 OST로 나오잖아요.” (얼마 안 됐네. 다 지우고 다시 써볼까? ‘미생’의 명장면들에도 옥상이 많이 나오는데, 어떻게든 엮어볼 수 있지 않을까….) 올해는 연재물을 점차 줄여나가면서 특집 중심의 구성, 즉 독립된주제의 단행본 성격을 띤 구성을 실험해 볼 계획이다. 가까운 예로는 자전거를 주제로 특집 원고와 작품을 엮었던 2015년 4월호를 들 수 있겠다. 실험의 첫 걸음으로 이번 호에서는 옥상을 주인공으로 발탁해 보았다. 많은 관심과 피드백 부탁드린다. 참, 이달에는본문 편집 디자인에도 작은 변화를 시도했다. 알아차리신 독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역시, 많은 의견 부탁드린다. ‘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을 연재하고 있는 최이규 교수(계명대학교도시학부)가 『와이드 AR』과 『건축평단』이 공동 주최한 ‘2017 올해의 발견, 매체기고부문’에서 수상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한다.
    • 배정한[email protected] / 편집주간,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 2018년02월 / 358
  • [칼럼] 옥상, 공간이 되다
    현대 도시는 ‘옥상의 숲’이자 ‘옥상의 바다’라 할 만하다. 높은 곳에 올라 도시를 내려다보면 옥상이 끝없이 펼쳐지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우리는 평소 옥상의 존재를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 지표 혹은 지상의 눈높이에서는 그 모습을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동선 상에서도 대면할 일이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우리네 눈에서 가깝지 않아 마음에서도 멀어진 것일까. 세상 만물의 의미와 용도를 해석하는 사전에서는 옥상屋上을 어떻게 규정하는가. 사전은 옥상을 “지붕의 위, 특히 현대식 양옥 건물로서 마당처럼 편평하게 만든 지붕 위”(표준국어대사전)로 정의한다. 영어로는 루프탑rooftop인데, 이는 “the outer surface of a building’s roof”(Oxford English Dictionary)이다. 결국 옥상은 “건물 지붕의 외부 표면” 정도로서 태생부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못하도록 운명 지어진 곳일지도 모른다. 지붕에 종속되어 덤으로 생겼기 때문에 그것이 담아내는 혹은 담아내야 할 기능에 애초부터 어느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다. 대부분 옥상은 건축물 혹은 건물주主의 사정이나 형편에 따라 유동적이고 가변적으로 이용되는 편이다. 건물의 주 기능을 보조하거나 건물을 이용하는 인간의 활동을 거드는 역할에 그치는 것이다. 가끔은 실내 금연 구역을 피해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야외 흡연 구역이 되고, 때로는 가스통, 에어컨 실외기, 물탱크 등 실내에 두면 너무 크거나 위험한 것들을 올려두는 지상의 지하실이 되며, 이따금 꽃과 화단, 평상이나 장독대를 놓아두는 공중의 마당이 되는 것이 그런 경우다. 오늘날 옥상은 더 이상 도시의 주변적 존재가 아니다. 이제 옥상은 건물의 일부로서 버려지고 방치되는 공간이 아니라 웰빙, 힐링, 생태 등 사회 문화적 코드와 맞물려 그 자체가 독자적 기능을 지닌 하나의 건축 요소이자 실재하는 공간으로 무한 변신 중이다. 일부러 찾아가는 일이 드물었던 옥상을 언제부턴가 기꺼이 제 발로 찾아 오르고 있다. 지금 옥상은 또 하나의 완전히 다른 세계가 존재하는 ‘공간’으로 재탄생 중이다. 엄격히 옥상은 ‘허공虛空’이나 다를 바 없다. 적극적인 건축 행위를 통해 구축된 공간이 아니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일 것이다. 의도하고 건축된 것이 아닌 까닭에 통상 공간이 바닥과 벽 그리고 천장으로 이루어지는 것과 달리 옥상에는 벽도, 천장도 없이 오직 바닥만 주어진다. 말하자면 옥상은 공간이 아니라 ‘텅 빈 공중’으로, 건축물로서 제대로 된 권리를 부여받지 못한 상태인 것이다. 하지만 허공이기 때문에 옥상은 어떠한 변신도 포용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다. 옥상은 공중에 직접 노출되어 있어 기온, 바람, 습도 등 외부 환경에 상대적으로 민감하고 방수, 환기, 채광 등에서도 치명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내부에 위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옥상은 빛이나 공기, 온도 등과 원초적으로 교감을 이루는 장소로 거듭날 여지가 있다. 옥상의 비존재성 혹은 비물질성은 역설적으로 가꿔지고 채워질 수 있는 옥상의 잠재력을 웅변한다. ‘자연과의 열린 만남’이라는 내재적 유용성이 가장 본질적이면서도 적극적으로 강화된 형태는 정원庭園이 된 옥상이다. 도시의 일반 옥상이 ‘녹화’라는 이름으로 자연의 모방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면서 ‘공중의 녹지’로 변모하고 있다. 옥상을 정원으로 가꾸고 꾸미는 것은 개인적 차원의 기쁨과 희열 이상이다. 옥상 정원은 도시의 미기후를 조절하거나 녹색의 집합 경관을 창출하는 생태적·환경적 가치뿐만 아니라 도시민에게 새롭고 즐거운 시각적 자극과 생태적 삶의 회복을 주는 사회적 가치도 창출한다. 이러한 이유로 옥상 정원을 통한 도시 녹화가 공공 사업의 대상으로 부상 중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옥상은 ‘농사’라는 전통적 행위가 발생하는 농지農地가 되기도 한다. 버려졌던 옥상이 인간의 원초적 노동이 행해지는 ‘생산의 공간’이 된다는 것은 비단 농촌 문화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옥상의 도농 결합은 도시민이 수확의 즐거움을 맛보고 화학 비료와 농약으로부터 안전한 음식을 섭취할 수 있는 색다른 체험이다. 이웃과 함께 농촌의 삶을 체험하고 수확의 기쁨을 나누면서 도시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경작지로서 옥상은 자연스럽게 애그리테인먼트agritainment가 실천되는 지역 사회의 공공 자산이 된다. 자연을 직접 만나고 체험하는 것을 넘어 옥상은 근래 여가, 오락, 소비 등의 가치가 더해진 새로운 도시 문화 인프라로 급부상하는 중이기도 하다. 옥상에 들어선 극장, 레스토랑, 카페, 갤러리를 찾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공과 자연, 내부와 외부가 혼재되는 옥상은 그것이 담아내는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무한히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게다가 옥상은 콘크리트 벽에서 벗어난 탈일상적 해방감,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각적 쾌락, 날씨나 시간에 따라 새롭게 창출되는 심미적 분위기 등을 제공하면서 현대인의 감성적 소비 욕구를 충족시킨다. 분명 옥상은 처음부터 자신의 고유한 가치나 용도를 가진 채 태어나지 않았다. 옥상의 기능이나 역할이 절실하게 요구되거나 확실하게 제기된 적도 없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옥상은 단순한 ‘지붕 표면’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공간’으로서 권리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공간으로서 옥상은 공공성을 담지한다. 새롭게 발견된 도시 면적이면서 도시 형태나 도시 경관을 구성하는 요소이자 다양한 도시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창출하는 기폭제다. 이는 우리가 이제야 갖게 된 옥상의 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닌 이유이기도 하다. 김미영은 현재 서울연구원 초빙부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홍익대학교 도시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도시계획학 석사와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관심 분야는 도시의 문화 예술 공간, 공간의 문화사, 공간의 사회학 등이며, 공간의 문화 사회적 기능과 의미를 발견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주요 논문과 저서로는 『서울 사회학』(공저, 2017), 『옥상의 공간사회학』(공저, 2012), “현대 공공 공간의 새로운 가능성 고찰”, “호텔과 ‘강남의 탄생’”, “‘오감(五感) 도시’를 위한 연구 방법론으로서 걷기” 등이 있다.
    • 김미영 [email protected] / 서울연구원 초빙부연구위원 / 2018년02월 / 358
  • 옥상다반사 Rooftop Lifestyle
    루프탑 카페, 루프탑 콘서트, 루프탑 시네마 등. 루프탑rooftop, 옥상은 도시의 낭만을 느끼고 자연을 만나는 소위 ‘힙’한 장소의 하나로 최근 부쩍 주목받고 있지만, 꽤 오래전부터 다양한 쓰임새의 가능성을 보여 왔다. 지붕의 다른 형태로 물탱크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 잉여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정원으로 꾸며 하늘과 풀을 접할 수 있는 휴식 공간이 되기도 하고, 텃밭이 있는 생산의 공간이기도 하다. 놀이터나 수영장은 옥상에 계획되는 고전적 여가 프로그램이다. ‘녹화’를 통해 끊어진 도시의 녹지축을 연결하고 미기후를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인공 지반이기도 하며,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도시재생의 거점이 되리라 기대되기도 한다. 이번 지면에서는 도시의 삶을 직조하는 물리적 토대로서 옥상, 그리고 옥상을 무대로 펼쳐지는 생활의 풍경에 주목하고 옥상을 매개로 한 다양한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다반사茶飯事’란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것처럼 예사로운 일이란 의미다. 이번 특집을 통해 우리의 일상에 성큼 다가선 옥상, 그곳에서 가능한 다반사를 찾아 탐사를 떠나보자. 진행 김정은, 김모아 디자인 팽선민
    • 편집부 / 2018년02월 / 358
  • [옥상다반사] 우리는 어떻게 지붕 위에 모이게 되었나
    옥상의 등장 한국에 옥상은 언제쯤 등장했을까. 일제 식민지기, 조선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건축가들을 중심으로 서양의 역사적 양식을 차용하거나 서양식에 일본식을 혼용한 건축물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특히 철근 콘크리트가 사용되고 배수와 방수 기술이 발달하면서, 평지붕에 옥상이 만들어질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다. 한일병합 직후인 1910년대에는 청사나 철도역사 같은 공공건물이 건축되는데, 조선총독부의 기관지인 「매일신보」에서는 부산부청사에 옥상 정원을 설계한다거나 부산역에 옥상 공원을 만든다는 짧은 기사를 찾을 수 있다.1 ...(중략)... 1. “釜山廳屋上庭園”, 「매일신보」 1912년 2월 20일;“釜山驛屋上公園”, 「매일신보」 1912년 6월 16일. * 환경과조경 358호(2018년 2월호) 수록본 일부
  • [옥상다반사] 옥상, 교외의 대안
    신 개념, 옥상 옥상rooftop은 역사가 짧은 단어인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다. 세계 건축사에서 옥상에 정원을 조성한 예가 여러 개 발견되기 때문이다. 실존 여부에 논란이 있지만,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인 바빌론의 공중 정원이 그 좋은 예다. 계단식으로 구성된 구조물 위에 다양한 종류의 식물을 심었다고 전해진다. 이 밖에도 이집트나 로마, 메소포타미아 등지에서 유사한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중략)... 건축가 황두진은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0년 황두진건축을 창설한 이후 주로 구도심에서의 경험을 배경으로 건축적 생각을 키워 왔다. 이 과정에서 현대 건축가지만 한옥 작업을 병행하게 되었다. 대표작으로는가회헌, 춘원당 한방병원 및 박물관,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 원앤원 빌딩 등이 있다. 활발한 저술 활동을 통해 『당신의 서울은 어디입니까?』(2005, 해냄), 『한옥이 돌아왔다』(2006, 공간사), 『무지개떡 건축』(2015, 메디치미디어), 『가장 도시적인 삶』 (2017, 반비) 등을 펴냈다. 서울시 건축상, 대한민국 한옥 대상, 대한민국 공공 디자인 대상, 유네스코 아시아 태평양 문화 유산상 등을 수상했다. * 환경과조경 358호(2018년 2월호) 수록본 일부
  • [옥상다반사] 옥상을 공유하다
    ‘옥상 공유지Rooftop Commons/옥상 美路’는 서울혁신파크 옥상 활용기획 연구의 표제였다. 연구의 정식 명칭은 ‘서울혁신파크 1단계 조성 공간 활용기획 및 운영 2차 파일럿 프로젝트 연구’다. ‘옥상 공유지’는 서울혁신파크 옥상의 사회적 성격을, ‘옥상 美路’는 미로迷路처럼 복잡하게 연결해서 매력을 갖는 공간을 구현하려는 기획 의도를 표현한다. 실제 구현을 위해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고 기획대로 구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옥상을 사회적 일상 공간으로 바꾸려는 기획의 배경과 의도, 구상이 사회적으로 공유되기 바라는 희망을 담아 소개한다. ...(중략)... 김성원은 (주)숲과도시 이사, (사)한국흙건축연구회 기술이사, PaTI 생활기술과 놀이멋짓 연구소장,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교수, 서울혁신센터 사회혁신리서치랩 객원연구원, 경기도적정기술협의회 감사로 활동하고 있다. 적정기술, 생활기술, 생태건축, 공공공간 디자인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연구와 집필, 강의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 환경과조경 358호(2018년 2월호) 수록본 일부
    • 김성원[email protected] / PaTI 생활기술과 놀이멋짓 연구소장 / 2018년02월 / 358
  • [옥상다반사] 옥상 녹화의 최전선
    세계 각국의 옥상 활용법 2015년 6월, 뉴욕 맨해튼의 하이라인 근처를 걷다 우연히 마주친 서점에서 더 우연히 ‘핫’한 책을 만났다. 2014년 발간된 책으로 제목은 『지붕 탐색자를 위한 가이드: 뉴욕의 옥상 101개Roof Explores’s Guide: 101 New York City Rooftops』다. 이 문고판 책은 내게 가벼운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들은 옥상을 참 다양하게 이용하고 있구나!” 총 226쪽의 책은 여러 옥상 사례를 보여주는 여섯 개 섹션1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를 통해 옥상을 얼마나 다양하고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중략)... 1. hotel rooftop bars, restaurants and more; rooftop bars, restaurants; elevated parks; museums, theaters and green roofs; elevated farms; rooftop classes, entertainment and sports 김진수는 10여년 전부터 옥상 정원 분야에 전념해왔으며 현재 (주)랜드아키생태조경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다양한 옥상 녹화를 경험하고자 13개국을 여행했고, 독일 ZinCo GmbH 사와 기술 협약을 맺어 옥상 녹화 시스템을 국내에 보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로7017의 옥상 녹화 부문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 환경과조경 358호(2018년 2월호) 수록본 일부
    • 김진수[email protected] / 랜드아키생태조경 대표이사 / 2018년02월 / 358
  • [옥상다반사] 잡초 정원, 자연 정원
    잡초 정원 잡초weeds, 雜草.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서 불필요한 식물들. 잡초의 사전적 정의다. 잡초라는 단어는 인간이 농경 생활을 시작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때와 장소에 적절하지 않은 식물을 뜻한다. 이는 전적으로 인간의 선택에 의한 것으로 인류 역사의 발전과 더불어 인간에게 유용하고 필요한 식물들은 하나씩 그 이름을 얻기 시작한 한편, 원하지 않고 적절하지 않은 수많은 잡초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이름도 없이 쓸모없는 것 또는 제거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중략)... 백종현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미국 하버드GSD에서 조경 설계와 도시설계를 공부했다. 다목적 조경 모듈 셀라(CELLA)를 개발하여 2014년 레드닷 디자인에 선정됐고, 한국인 최초로 캐나다 국제정원박람회(The International Garden Festival,2013)에 초청됐다. 2018년 현재 합리적이고 세심하며 감각적인 자연을만들어가는 그룹인 자연감각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자연과 도시 라이프스타일의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고 있다. * 환경과조경 358호(2018년 2월호) 수록본 일부
  • [옥상다반사] 옥상에서 만나요
    “언니, 오늘은 카페 대신 바에 가요!” 지난 여름, 마치 선전포고를 하듯 결연한 M의 표정에 심상치 않은 징조를 느꼈다. M과는 벌써 4년 째,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씩은 만나는 친한 사이지만 함께 술을 마시러 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회사 영업부의 유일한 여직원으로 술이라면 이미 질리도록 마신다며 질색을 하던 M이었다. 그녀가 이끈 곳은 시원한 그늘막이 인상적인 화려한 루프탑 바. 늘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카페를 선호했던 M의 새로운 일면을 본 것 같았다. 비싼 칵테일을 시켜 놓고도 옥상 경치만 구경하던 그녀가 결국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폭탄선언을 했을 때도 어쩐지 놀랍지 않았다. 모범 답안처럼 일탈을 모르던 그녀의 충동적인 결심도 그날의 분위기에선 너무나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중략)... 조한결은 전 『환경과조경』 기자다. 독서, 여행, 음주가무를 즐기는 모태한량, 게으름뱅이로 송은문화재단 송은수장고에서 도슨트로 일하며 미술사를 공부하고 있다. 달팽이처럼 느리게, 하지만 온몸으로 세상을 경험하는 것이 꿈이다. * 환경과조경 358호(2018년 2월호) 수록본 일부
  • 동원플라자 하늘정원 DWP Sky Garden
    2016년 여름으로 들어설 즈음 옥상 정원을 포함한 상업 건축물 조경 설계를 의뢰 받았다. 몇 년 전 축구장 크기의 옥상 정원 설계, 시공을 경험해본지라 별 주저 없이 대상지를 찾았고, 옥상 공간의 잠재력에 매력을 느끼면서 프로젝트의 멤버가 되었다. 오래된 동대문 의류 도매 상가 중 하나인 동원플라자(현 DWP)는 기존 7층의 건축물에 두 개 층을 증축하고 건축 입면 전체에 익스팬디드 메탈expanded metal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본래의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하는 중이었다. 한창 대수선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옥상은 온갖 적치물로 가득했지만, 기존보다 10m가량 높아지며 조망과 개방감이 개선되어 전망대와 정원으로서의 잠재력이 커진 상태였다. 클라이언트는 의류 상가에서 열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유치할 수 있는 외부 공간을 요청했다. 1층에는 공공 행사를 염두에 둔 공간을, 옥상에는 좀 더 친밀한 분위기의 이벤트가 가능한 공간을 기대하고 있었다. ...(중략)... 조경 설계 정욱주(서울대학교), 원종호·이상윤(JWL) 디자인 감리 정욱주 시설물 (주)쌔즈믄 식재 JWL 위치 서울시 중구 신당동 대지 면적 1,012m2 옥상 면적 469m2 완공 2017. 4. 정욱주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디자인 대학원 조경학과를 졸업했다. 같은 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하는 동시에 올린 파트너십(Olin Partnership)과 필드 오퍼레이션스(Field Operations)에서 조경가로 활동하면서 대규모 도시공원, 대학 캠퍼스 마스터플랜 프로젝트 등을 수행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이며, 도시 정원과 대형 공원, 문화적 장소 구성에 대한 디자인 리서치와 실천을 행하고 있다. * 환경과조경 358호(2018년 2월호) 수록본 일부
    • 정욱주 / 정욱주 / 2018년02월 / 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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