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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허 리버프런트 리본 파크
Haihe Riverfront Ribbon Park
중국 톈진 시Tianjin 빈하이Binhai 신도시에 들어선 리본 파크Ribbon Park는 하이허Haihe 삼각주에 위치하고 있으며, 발해만Bohai Sea으로부터 약 3km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다. 대중교통 및 페리 노선, 베이징에서 출발하는 신설 고속열차 노선 등으로 연결되는 빈하이 개발 지구는 상업 및 관광의 중심지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또한 리본 파크는 강변에 위치한 공공 공간의 중심축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공원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다섯 개의 개성 있는 구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델타 아일랜드Delta Islands,강변의 숲과 초지Riparian Forest and Meadow, 중앙 광장Central Plaza, 식물의 숲Botanical Forest, 그리고 시그니처 가든Signature Garden은 인접 지역의 택지 개발을촉진하는 역할을 동시에 맡고 있다. 즉 남쪽 지역의 경우 주거 용도로의 개발이 활발한 반면, 북쪽 지역의 경우 복합 용도를 위한 활용이나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상업 시설의 유치가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30헥타르의 면적과 1.5km 길이에 달하는 리본 파크를 통해 중국 북부 지역 수변 공공 공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렇지만 바다에 인접해 있는 공원의 입지 조건으로 인해 해안 공원 디자인 시 일반적으로 등장하는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나타났던 것 역시 사실인데, 염분이 높은 해수, 강력한 바람, 그리고 계절에 따른 하천 범람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혹한이 몰아치는 겨울과 홍수가 밀려오는 여름을 위시한 이와 같은 자연 조건은, 수십 년에 걸친 조선 산업 그리고 석탄 및 기타 광물의 수출입 이력이 가져다준 결과물과 어우러져, 녹색 도심 수변 공원이라는 미래 비전의 실현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따라서 디자인 과정은 이러한 문제들을 다음과 같은 방법을 통해 우선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춰 진행했다. 즉 창의적 홍수 통제, 빗물 관리,그리고 토질 개선 및 약화된 지역 생태의 복원 등을 시행하는 한편, 능동적인 프로그램과 수동적인 프로그램을 병행 추진함으로써 공공 공원의 방향성을 수립하고자 했다.
홍수 통제 및 저지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심과 가까운 수변에 위치한 제방 구조물을 이동시키는 한편, 나무를 식재한 상층부 산책로upper promenade를 설치해 보행로의 뼈대를 마련하였다. 이곳을 기준으로 대상지의 북쪽 지역인 강변의 숲 및 리버 아일랜드Riparian and River Island 구역으로는 숲으로 가득 찬 토지가 위로 솟아오르고, 해안 초지가 강변 및 저층부 산책로lower promenade를 향해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이어진다. 높은 지대에 위치한 토지에서는 보다 건강한 토양이 마련되어 토착 고지대 생태가 번성하게 되고, 인공적으로 구성된 지형을 통해 빗물은 수질 정화용 습지로 흘러들게 되며, 이 물은 이후 강으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이러한 강변 습지는 보다 자연에 가깝게 변모된 물가를 따라 강에 새롭고 신선한 생명력을 불어넣어준다. 더불어 염수가 섞인 강변 지역은 구조적으로 강화된 차단막을 따라 뒤로 밀려나게 되며, 이곳에서는 해안 습지 식재도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두 가지 서로 다른 생태가 혁신적 지형, 토양 배치, 물 관리, 그리고 식재 등을 통해 상호공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기존의 콘크리트 수로의 일부는 물 재활용을 위한 물 저장 시설로 재배치되었다.
Landscape Architect Hargreaves Associates (George Hargreaves, Alan Lewis,
Wright Yang, Joon Kim, Jisu Choi, Zhe Chen)
Local Landscape Architect Tianjin Bohai Urban Planning & Design
Civil Engineering Sherwood Design Engineers
Fountains Dan Euser Waterarchitecture
Lighting Design OneLUX
Marine Engineering Moffat & Nichol
Client New Town Development Company, Tanggu PRC
Location Tanggu District, Tianjin, PRC
Completion 2014
Image Hargreaves Associates
Photography Hargreaves Associates
Aerial Photography Tianjin Bowei Yongcheng Technology
하그리브스 어소시에이츠(Hargreaves Associates)는 조경가와 도시계획가로 구성된 전문적 컨설팅 회사로 1983년 설립되었으며,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캠브리지, 메사추세츠, 그리고 뉴욕에서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하그리브스 어소시에이츠는 문화적이고 자연적인 시스템 사이에서 건강하고 균형잡힌 접점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최근 작업으로는 시드니 올림픽 2000-올림픽 플라자, 크리시 필드(샌프란시스코), 과달루페 리버 파크(샌 조스, 캘리포니아), 엘리자베스 카루더스 파크(포틀랜드, 오레곤), 르네상스 파크(차타누가, 테네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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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비일상화
공모전
2007년 여름, 대학원을 졸업하고 뉴욕에서 실무를 시작했을 때다. 뉴욕 업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화두는 단연 거버너스 아일랜드 공원 및 오픈스페이스 공모전이었다. 29개 팀 중 자격을 심사해 선발된 최정예 5개 팀은 그 이름만으로도 큰 기대를 갖게 했다. 이들의 설계안이 일반에게 공개되었을 때 사실 많은 사람들은 JCFO의 ‘Mollusk’가 선정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콘셉트 자체도 자연과 생태를 강조해 감성적이었지만, JCFO 특유의 뛰어난 그래픽과 표현기법은 많은 대중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프레시킬스, 하이라인에 이어, 센트럴파크 이래로 뉴욕의 대표적인 공원 공모전을 모두 휩쓸겠다는 제임스 코너James Corner의 야심(!)이 대단하다는 소문도 심심찮게 들려왔다. 그러나 결과는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사실 늘 그렇듯이- 저 멀리서 나무자전거를 타고 등장한 네덜란드인에게 우승의 영광이 돌아갔다. 마치 17세기 초반, 거버너스 아일랜드에 네덜란드인이 들어와 원주민을 몰아냈던 그때처럼.
이 네덜란드인 아드리안 구즈Adriaan Geuze와 West 8 컨소시엄의 공모전 설계안을 보면 상당히 과격하다. 지금은 네 개의 언덕으로 줄어들었지만 공모전에서는 아일랜드 전체에 걸쳐 크고 작은 언덕을 제안했다. 건물과 연계한 언덕도 있고 자유의 여신상처럼 그 내부 공간을 통해 올라가는 언덕도 있다.
가장 높은 언덕의 높이는 약 55m에 달하고 어떤 언덕은 꼭대기에서 낚시를 하는 등 공모전 콘셉트로 재미는 있지만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의문이 들게 하는 그런 설계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est 8의 안이 당선된 이유는 콘셉트 자체가 상당히 단순하고 도시 맥락에 맞는 디자인으로 워터프런트의 활성화라는 발주처의 기대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2007년 12월 뉴욕시장실의 보도 자료를 보면 당선작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뉴욕 항에 위치한 섬이라는 측면에서의 거버너스 아일랜드를 잘 반영했고, 건물 잔해를 재활용해 뉴욕 항의 드라마틱한 경관을 360도 파노라마로 볼 수 있는 언덕을 제안한 것이 환경친화적이다. 무료 자전거 프로그램을 도입해 시민들이 섬 곳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사실 대단한 것은 없다. 과격하게 제안한 부분에 손을 좀 대어도 전체 콘셉트를 유지하는 데 무리 없는 안을 발주처에서 현명하게 선정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들의 요구 파악
거버너스 아일랜드는 올해 5월 공식적으로 일반에 개방되었다. 2013년 가을, 블룸버그 시장이 퇴임 전 리본을 커팅한 것을 공식 개장이라고 보더라도 공모전에서 당선작을 선정하고서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것도 전체 공원이 아니라 1단계 공원(약 30에이커)을 마무리 하는데 걸린 시간이다. 물론 기본설계의 대상지는 공원 전체였지만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사실이다. 워낙 오랫동안 비워져 있던 곳이었고, 또 사람들이 사용하던 당시에도 군사 목적으로 이용되던 곳이기 때문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오픈스페이스로의 변형이 쉽지만은 않았다. 공원의 상수도를 다시 연결해야 했고 낙후된 호안을 개선하는 등 아일랜드 내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하지만 이런 하드웨어적인 부분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시간을 투자한 일은 잠재 이용자들에게 공원을 홍보하고 이들의 요구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공모전이 시행된 2007년 여름부터 매해 거버너스 아일랜드자체를 일반 시민에게 개방했다. 사람들에게 잊힌 공간 그 자체를 각인시키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었고, 아일랜드에 산재한 공개 공지에 다양한 예술 및 스포츠 프로그램을 유치해 사람들이 공원에서 어떤 것을 원하는지 알아보기 위함이 또 다른 이유였다. 시민들은 무료 페리를 타고 아일랜드에 들어와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그램을 즐기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공원에 노출되면서 공원 디자인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고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게 되었다. 시민과의 상호 커뮤니케이션은 시민 공청회, 워크숍, 디자인 샤렛, 전시 등 오프라인을 통해서뿐만 아니라 블로그, 홈페이지 등 온라인을 통해서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런 경험을 통해 발주처는 공원의 홍보 및 운영, 관리방안에 관한 아이디어를 축적할 수 있었고 설계자는 시민이 원하는 진정한 설계안을 마련할 수 있었다.
방문객은 매해 늘어났다. 2008년 여름 아일랜드를 방문한 방문객은 12만6천 명이었지만 2010년에 방문객은 44만 3천 명으로 늘었다. 아무리 좋은 디자인을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사전 준비없이 완성된 공원을 개장했을 때 섬이라는 약점이 있는 이 공간에 이 만큼의 사람들이 방문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올 여름, 새로운 공원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던 수많은 시민들이 이질감 없이 아일랜드에 녹아들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다년간에 걸친 공원 운영의 노하우와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된 공원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최혜영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 AECOM(전 EDAW)을 거쳐 West 8 뉴욕 오피스에서 거버너스 아일랜드 프로젝트를 담당해왔다.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에서 West 8 + 이로재 팀의 당선을 이끌면서 현재 프로젝트 리더로 일하고 있으며, 펜실베이니아 주 등록 미국 공인 조경가(RLA), 친환경건축물 인증제 공인 전문가(LEED AP)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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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너스 아일랜드
Governors Island
거버너스 아일랜드를 위한 새로운 공원 및 공공 공간조성 프로젝트는 한때 버려졌던 이 섬을 극적으로 변모시키는 것과 이 장소가 지닌 여러 가지 특성을 명확히 드러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궁극적으로는 거버너스 아일랜드를 관광 명소이자 랜드마크로 바꾸는 것이다. 그중 1단계 공사가 지난해 가을 마무리되었다. 프로젝트는 2006년 개최된 국제 설계공모전 수상작과 2010년 수립된 공원 및 공공 공간 마스터플랜The Governors Island Park and Public Space Master Plan을 바탕으로 진행되었다. 1단계 공사를 통해 30에이커 규모의 신규 공원 및 공공 공간이 섬 전역에 걸쳐 조성되었고, 방문객을 위한 주요 시설물이 역사적 의미를 지닌 노스 아일랜드North Island 지역에 들어섰다.
프로젝트의 1단계 지역에는 리겟 테라스Liggett Terrace, 해먹 그로브Hammock Grove, 놀이 잔디밭Play Lawn, 그리고 노스 아일랜드의 역사 유적지가 포함되는데, 소이선스 랜딩Soissons Landing, 퍼레이드 그라운드Parade Ground, 그리고 사우스 배터리South Battery 등이 이에 속한다. 설계를 맡은 West 8은 정원, 숲, 자전거길과 더불어 맞춤형 조명, 좌석, 그리고 이정표 등을 개발했으며, 이를 통해 섬 전역에 걸쳐 펼쳐진 새로운 공공 공간 사이의 연계성을 높였다.
뉴욕 시는 거버너스 아일랜드의 공원 및 공공 공간 그리고 기반 시설의 재설계 및 개선을 위해 2억5천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는데, 여러 단계를 거쳐 진행될 예정이다. 15년 동안 폐쇄되었던 거버너스 아일랜드가 2005년 8천여 명의 방문객들에게 공개되자 뉴욕 시민들은 이 섬의 매력을 재발견하게 되었고, 2013년 한 해 동안 거버너스 아일랜드를 찾은 방문객수는 총 39만9천 명에 달했다. 명실공히 관광 명소가 된 거버너스 아일랜드는 매일 일반인에게 개방되고 있으며, 페리를 이용하면 언제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 방문객의 85%가 뉴욕 시를 구성하는 5개 행정구에 거주할 정도로 지역민의 주말 나들이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역사와 배경
델라웨어족 인디언, 네덜란드계 정착민, 영국군, 그리고 미국 해안경비대 등은 모두 거버너스 아일랜드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으며, 이 공간이 지닌 풍요로운 문화적·물리적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20세기 들어 거버너스 아일랜드는 지하철 렉싱턴 에비뉴 라인Lexington Avenue Line 건설에서 비롯된 토사 매립으로 인해 그 면적이 넓어져, 69에이커였던 섬이 172에이커로 커지게 된다. 대상지에 남아있는 여러 동의 빈 건물들과 식재 구성 등을 통해 미군과 해안경비대가 주둔한 역사와 그들이 남긴 흔적을 알 수 있다.
거버너스 아일랜드의 자연환경은 다소 역설적이라 할 수 있는데, 도시화된 뉴욕 시를 배경으로 일련의 독특한 미기후가 존재하고 있다. 거버너스 아일랜드 공원 및 공공 공간 마스터플랜의 대상 지역은 총 87에이커 규모로, 북쪽에 위치한 역사 지구historic district가 약 33에이커, 남쪽에 있는 신규 공원 및 공공 공간이 약 40에이커를 차지하고 있다. 2.2마일 길이의 그레이트 프롬나드Great Promenade는 섬 전역을 빠짐없이 연결하고 있다.
대상지 분석과 계획 수립 과정
디자인 팀은 마스터플랜의 내용을 충실히 구성하기 위해 방문객들의 이용 유형을 면밀히 관찰했다. 이동이 가능한 가구처럼 단순한 콘셉트에서부터 페리 탑승 대기나 승객 하선과 같은 복잡한 수송 문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을 귀납적으로 연구하고 직접 관찰했다.
성공적인 프로그래밍 전략의 상당수가 마스터플랜으로부터 발전된 것들이며, 여름 동안 그 타당성에 대해 검증을 받았는데, 무료 자전거 대여, 장대한 수변 산책로, 그리고 안전이 보장된 섬 둘러보기 등을 예로 들수 있다. 대중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한편, 개장 초기의 이용객 증대를 꾀하기 위해 디자인팀은 각기 다른 이용 패턴을 갖고 있는 광범위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 조사를 진행했다. 수천 명의 뉴욕 시민들이 자신이 공원과 공공 공간에서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생각을 밝혀주었고, 이런 내용이 고스란히 마스터플랜에 반영되었다. 낮잠을 잘 수 있는 해먹, 조류 서식지, 운동 경기장, 그리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 등이 좋은사례다.
Lead Designer/Prime Consultant West 8 urbandesign & landscape architecture p.c.
Associate Landscape Architect Mathews NielsenLandscape Architecture
Lead Civil Engineer Magnusson KlemencicAssociates
Local Civil Engineer AKRF
Geotechnical Engineer Hart Crowser Inc.
Signage and Wayfinding Pentagram
Lighting Tillotson Design Associates
MEP Engineer Dagher Associates
Soils Consultant Pine and Swallow Environmental
Irrigation Consultants Northern Designs
Code Consultants Code Consulting Inc.
Cost Estimator Faithful & Gould
Operations and Maintenance ETM Associates
Surveyors of Record Langan
Water Feature Designers Fluidity Design
Archaeological Consultants Linda Stone, RPA
Specification Consultants ConstructionSpecifications, Inc.
Client The Trust for Governors Island
Location New York, USA
Area 30 acres
Design 2007~2013
Realization(Phase 1) 2013
West 8은 네덜란드 로테르담을 기반으로 뉴욕과 벨기에에 지사를 둔 도시·조경 설계 전문 오피스다. 1987년 설립된 이래로 대규모 도시 및 환경 설계 프로젝트에서부터 워터프런트, 공원, 광장, 정원, 시설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모와 성격의 프로젝트를 다루고 있다. 복잡한 디자인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조경가, 건축가, 도시설계가, 산업디자이너 등 70명이 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일하고 있으며 종합적이고 다학제적인 접근을 통해 디자인을 수행하고 있다. 로테르담 쇼부르흐플레인(Schouwburgplein), 암스테르담 보르네오 도시설계, 런던의 업무단지 치스윅 파크(Chiswick Park), 스위스 이베르동-레-방(Yverdon-les-Bains) 2002 엑스포 등을 통해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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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피할 수 없는 인문학과 종이책의 쇠퇴
출판업은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고들 한다. 아마 올해보다 내년이, 내년보다 그 후년이 더 나빠질 게 분명하니 당분간은 더 들어야 할 이야기다. 우리의 희망과 무관하게, 종이와 활자라는 매체를 통한 지식의 유통과 습득은 거대하면서도 급속한 전환기에 접어들었다. 다만 우리가 어느 위치에서서 이 변화를 바라보고 있느냐가 관건일 따름이다. 그러므로 애도(또는 환영)는 잠시 접어두고 인쇄매체의 쇠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되물어보아야 할 때다.
하이데거는 1946년에 쓴 ‘휴머니즘에 관한 편지’라는 글에서 휴머니즘이 처음 출현한 때를 로마공화정이라고 했다. 그리스인으로부터 전해 받은 교양(paideia, 독일어로는 Bildung)을 로마의 덕으로 고양시킨 시기를 시작으로 보는 것이다. 15세기 르네상스의 인문학(휴머니즘)이 고대 그리스 로마인이 남긴 글과 유산에 대한 화답이라는 것이 하이데거의 설명이다. 르네상스를 고전의 부활로 아는 우리의 상식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책은 인문학과한 운명이었다. 사실 르네상스 이래 인문학은 휴머니즘, 달리 말해 고전을 통해 인간성을 고취하고 더 나은 인간을 만들고자 한 거대한 기획이나 다름없었다. 책은 이를 실현하는 최고의 도구였다. 보다 나은 정치 체제를 만들어 인류 일반의 삶을 개선하고자 하는 열망이 아니라면 우리가 무엇하러 플라톤과 루소, 홉스, 그리고 마르크스를 읽겠는가? 같은 언어를 쓰고 비슷한 감성과 정서를 공유하는 공동체를 꿈꾸게 하는 데 소설과 책 이상으로 효율적인 것이 무엇이 있었던가? 인간의 삶과 관계하기에 역시 인문학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건축과 조경 쪽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알베르티부터 르 코르뷔지에에 이르기까지 보다 나은 공간과 환경을 향한 욕망이 아니었다면 저 책들이 쓰이기나 했겠는가? 그런데 하이데거는 고대인과의 우정 어린 대화로 미래를 꿈꿔온 인문학이 이제 한계에 달했다고 진단한다. 이 논리를 끝까지 밀어붙인 독일 철학자 슬로터다이크Peter Sloterdijk는 “인문학(책)으로 인간을 도덕적으로 만드는 계획이 실패했음이 명백해진 지금 우생학이 그 역할을 하면 왜 안 되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기실, 인문학의 프로젝트가 끝난 자리를 기술과 생리학이 대신하는 게 현재 상황이다.
MIT 미디어랩을 만들고 디지털 문명을 선도해온 네그로폰테Nicholas Negroponte는 최근 강의에서 옛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수십 년 전 등장한 최초의 터치스크린, 태블릿 등을 보여주며 지금의 디지털 혁신은 예정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회고담만 늘어놓고 강연을 끝내자 조바심이 난 사회자가 무대로 올라가 질문을 던진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 까요” 네그로폰테는 지식 습득 방식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머뭇거리면서도 확신에 차서 이야기한다. 셰익스피어를 힘들게 읽어서 아는 게 아니라 먹거나 몸에 주입해서 단박에 알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한국의 사정도 이와 유사하다. 많은 통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 출판 시장을 지탱하는 세대는 40대 이상이다(남성의 비율이 더 높다). 실용서나 특화된 일부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책의 성패는 40대 이상의 구매에 달려 있다. 이는 단순히 한국 사회가 노령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지금 40대 이상은 80년대 학번과 90년대 초반 학번들이다. 한때 책을 믿었던 이들이다. 출판사 문 앞으로 대형 서점 트럭이 달려와 줄을 서서 책을 실어가던 사회과학 서적의 전성기를 경험했던 이들이다. 책을 통한 계몽과 사회 변혁을 꿈꾸었던 경험은 이후에도 꾸준히 책에 관심을 기울이게 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관심사뿐 아니라 자녀들에게 가장 책을 열성적으로 사주는 세대다. 유아 시장의 급속한 확대와 축소, 청소년 시장의 탄생 등은 386세대 자녀의 성장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러나 이 열정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 이후 세대에게 책은 절대적 권위와 정보의 유일한 원천이 아니라 수많은 매체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이 세대는 또한 세상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체득했다. 한국에서 출판 동향은 세대론과 나란히 간다.
전자책이냐 종이책이냐를 떠나 책을 읽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외부적 환경의 변화를 논하기 이전에― 저수많은 인문사회과학 책이 우리가 원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인문학의 고담준론과 사회과학의 치밀한 분석으로 우리는 사회의 교양을 높이기는커녕 도처에서 생겨나는 괴물조차 막지 못했다. 지금 국내에서 책의 위기는 87년 체제를 이끌어낸 열망이 소진되고 냉소와 허무만이 남았음을 알리는 징표다. 플라톤과 루소는 우리의 정치를 조금도 나아지게 하지 못하고, 마르크스는 우리의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무기력하며, 100만 부나 팔린 샌델Michael J. Sandel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우리 사회를 정의롭게 하는 데 아무런 힘이 없다. 책이 말하는 이상과 발을 딛고선 현실이 도무지 만나지 않을 것 같은데 책을 읽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 실제 삶을 바꾸는 데 아무런 힘도 없는 인문학이 자기계발과 과시용 지식이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 위기를 일찌감치 감지한 이들이 인문학의 실패를 말했을 때부터 책의 쇠퇴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던 셈이다. 1960년대를 기점으로 인쇄 매체는 영상 매체에 자리를 넘겨주었다고 레지스 드브레Régis Debray가 일찌감치 진단하지 않았던가. 이제 누구도 인문학-종이책-자국어-계몽이라는 패러다임이 쇠하고 있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종이책이 쉽사리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음원의 시대를 맞아 LP가 역설적으로 부활한 것처럼, 물성의 힘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이사할 때마다 책이 제일 무겁고 부피가 크다는 핀잔을 들으면서도 우리는 책을 버리지 못하고, 여전히 읽고 쓰고 고뇌하고 떠들며 책을 ‘만드는’ 일을 사랑한다. 이 사랑이 골방에 파묻힌 아날로그 애호가의 페티시가 아니라 광장에 나가 다른 이들과 지식을 나누는 것이 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 지 고민해야 할 때다. 이 물음에 답하기란 지극히 어려울 것이고, 모두에게 유용한 하나의 답도 없을 것이다. 다만 출판, 잡지, 신문 등에 관여하는 모든 이들이 피할 수 없는 질문이 될 것은 분명하다. 책을 사랑하는 업보를 지닌 모든 이의 건투를 빈다.
박정현은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2012년 『와이드AR』 건축비평상을 수상했다. 『에스콰이어』, 「한국일보」 등에 칼럼을 기고하며 도서출판 마티의 편집장으로 일하고있다. ‘1980년대 한국 건축의 담론 구성’을 주제로 박사 학위 논문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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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리빌드 바이 디자인’을 필두로 한 지난 호의 콘텐츠에 대해 많은 독자들이 피드백을 주셨다. 편집자에게는 독자의 반응 자체가 그 어떤 영양제나 피로회복제보다 힘이 된다. 이번 호에는 피터 워커, 조지 하그리브스, 아드리안 구즈 등 스타 조경가들의 근작이 한꺼번에 실리지만, 편집부가 두 달 넘게 준비해 온 특집은 정작 ‘책’ 이야기다. 초여름의 어느 평화로운 편집회의에서 책으로 가을을 열자는 의견을 누군가가 던졌고, 기왕이면 편집부 모두가 참여하는 책 기획으로 엮어보자는 성급한(?) 결론을 내렸다.
매주 아이디어가 백출했다. 제목 후보로 활자로 지어진 경관, 활자와 경관 사이, 이미지의 숲에서 활자 산책을 떠나다, 조경-책으로 말하다, 여기 129권의 책이 있다, 텍스트의 숲 속으로 등 갖가지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용기백배하여, 그래도 책을 읽고 펴내는 이유, 그들이 책을 쓰는 까닭, 나는 이런 독자를 원한다, 나는 이런 책을 원한다, 책의 101가지 활용법, 서점에서 조경 서적을 들추고 있는 당신에게, 읽어야 사는 여자(남자), 이런 책은 왜 없을까 등 정말 다양한 기획 꼭지를 수차례 구상하고 검토했다. 그러나, 김현의 책 제목처럼 ‘행복한 책읽기’를 꿈꾸며 출발했지만, 역시 책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그렇듯 스트레스의 일등공신이 아닐 수 없었다. 기획안이 표류를 거듭했고, 어느 한여름 오후의 편집회의에서는 마침내 책 특집이 백지화되기도 했다. 마감 전쟁을 치르고 있는 지금, 한 기자가 허공에 대고 이렇게 독백하는 게 들린다. “당분간은 책을 읽지 못할 것 같아요.”
사실 책 읽기는 일상적인 것 같지만 가장 비일상적인 행위 중 하나다. 이미지, 디지털, SNS와 같은 이 시대의 문화 풍경 때문에 책 읽기가 종말을 맞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어느 시대에나 책은 힘든 업보와도 같은 숙제였다. 시대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우리 대부분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성인이 된 이후에도 항상 책에 시달리며 살고 있다. 의무는 모두 싫기 마련인데 독서도 의무처럼 어깨를 누른다. 권장 도서 리스트를 보면 숨이 멎을 것 같다. 남들이 읽은 책들을 나만 읽지 않은 것 같아 늘 마음이 무겁다. 사놓고 읽지 않은 책들을 보면 두통이 생긴다. 이런 맥락에서 피에르 바야르Pierre Bayard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은 의무나 강요가 아닌 자유로운 읽기를 통해 책과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해주는 통쾌한 책이다. 언뜻 보면 이 책은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 그러나 위트 있는 이 책의 저자는 그런 값싼 테크닉을 가르치고 있지 않다. 과연 책을 읽었다는 것은 무엇이며 읽지 않았다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모든 책을 다 읽어야 한다는 의무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가? 그러면서도 책과 지식과 진실을 숭상해온 전통을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지켜나갈 수 있는가?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말할 수 있다는 바야르의 논지는 곧 “불완전한 독서와 비非독서를 포함한 온갖 읽기 방식의 창조적 국면”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읽었다고 생각하는 책은 사실은 다른 사람들의 책들과는 무관한, 우리의 상상에 의해 다시 손질된 텍스트 조각들의 잡다한 축적인 것이다.”(p.122) 그렇다면 김현과 같은 ‘행복한 책 읽기’도 남의 일만은 아니지 않을까? 이번 호를 통해 독자들이 책의 중압감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 ‘행복한 책 읽기’를 꿈꿀 수 있다면 우리 편집부 모두의 두 달간의 스트레스도 날아갈 것 같다.
‘읽다’ 외에 책과 가장 궁합이 잘 맞는 동사는 무엇일까. 물론 ‘쓰다’이겠지만, 책 쓰는 일은 책 읽는 일 이상으로 하고 싶지만 하기 어려운 일이다. 책과 관련된 더 즐거운 행위는 없을까. ‘만들다’가 있다. 책 만드는 일은 읽고 쓰는 것 이상으로 복합적인 과정과 창조적인 상상을 동반하는, 아주 어렵지만 매우 재미있는 일이다. 편집과 인쇄와 제책으로 대별되는 책 만들기는 근대 이후 하나의 전문 영역이 되었지만, 아직도 직접 그 과정을 하나하나 밟아가며 자신만의 책을 만드는 사람도 있다. 8월 초, 우리 잡지 편집위원이기도 한 박승진 소장(디자인 스튜디오 loci)이 서류봉투 한 장을 건네주었다. 그가 손수 만든 달력 책이 들어있었다. 7월호의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 비평 글의 주석 귀퉁이에 “그는 대학원 시절 피터 워커의 작품 사진으로 수제 달력을 만들어 지인 100명에게 돌리기까지 했다”고 쓴 것을 보고, 바로 그 문제의 1993년 달력 책을 선물해준 것이다. 한정판 책의 마지막 남은 한 권, 매월 피터 워커의 대표작들이 하나씩 박승진의 수제 책 디자인 모티브가 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책을 만드는 일도 의미 있지만, 아름다운 책을 보관하고 소장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빌리다’도 있음을 깨닫는다. 7월 말에는 10월호부터 시작될 새로운 ‘조경가의 서재’ 필자와의 협의를 위해 남기준 편집장과 함께 허대영 소장(스튜디오 테라)을 만났다. 영원한 문학청년인 두 사람은 만나기만 하면 책 이야기로 불꽃을 튀긴다. 나와 허대영 소장 사이에는 단골 메뉴가 하나 있다. 대학원 시절, 내가 그의 책을 빌려가 아직도 돌려주지 않고 있다는 스토리다. 첫 장에 사인만 하고 채 펼쳐보지도 않은 최영미의 『시대의 우울』을 포스트잇에 ‘빌려간다’고 써놓고 집어간 지 어언 20년이란다. 다음엔 꼭 반납하겠다고 미루고 미루어왔지만 사실 나는 또 약속을 어길 것 같다. 책의 첫 문장 “그해 겨울 런던의 히스로우 공항에 도착해 피웠던 첫 담배의 맛을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하리라”를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허 소장과 만난 다음날 아침, 한통의 카톡 메시지가 도착했다. 자리가 파할 무렵 내가 9월호 에디토리얼을 이렇게 끝맺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때 우리는 이십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