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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프로캐니 호안
Redevelopment of the East Side Paprocany Lake Shore
파프로캐니 호수는 폴란드 티히Tychy 시의 남서부에 위치한 면적 1.32km2, 수심 1.5~1.9m의 호수다. 휴타 파프로카Huta Paprocka(파프로캐니의 제철소)에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1796년에 조성되었다. 인근에 레크리에이션과 스포츠 활동을 위한 레크리에이션 센터가 있는 파프로캐니 호수는 티히 시민들이 여가 시간을 보내는 장소다. 최근에는 이곳에 RS+가 디자인한 워터 플레이그라운드를 비롯한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 조성되기도 했다.
파프로캐니 호안의 재개발 프로젝트는 지역민에게 여가 공간을 제공하고 경관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기존의 도로와 둑은 형편없는 상태에 놓여 있었다. 재개발이 이루어지기 전에 부지는 잔디로만 뒤덮여 있었고 아름다운 경치에도 불구하고 낚시꾼들만 호수에 찾아왔다. 낡은 시설과 훼손된 호안을 정비하고 거주민에게 매력적인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주요 목표였다. 티히 시 정부가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할 때엔 주민들의 참여가 거의 없었지만 아이가 있는 가족들을 위한 대대적인 정비가 이루어지면서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ArchitectRS+(Robert Skitek)
CooperationJakub Zygmunt, Jarosław Zieli´nski,Szymon Borczyk, Marcin Jamro˙z, Dorota Zwolak,Katarzyna Wi´sniewska
Budget931,000 EUR
LocationTychy, Poland
Completion2014
PhotographsTomasz Zakrzewski
RS+는 로버트 스키텍(Robert Skitek)이 2001년 설립한 건축설계사무소다. RS+는 하나의 설계 유형만 추구하지 않으며 규모가 작더라도 특징적이고 다양한 구조를 가진 디자인을 추구한다. RS+는 섬세한 분석을기반으로 기존의 문화적, 경관적 가치를 존중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실제 이용자들의 사용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다.
- RS+ / RS+ / 2016년06월 / 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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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랑가루 보호 구역
Barangaroo Reserve
역사
19세기 중반에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시드니 하버Sydney Habour 해안의 긴 부지가 시드니의 초기 건축공사에 쓰일 사암 재료를 생산하는 해양 산업을 위한 공간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그 결과, 역사적인 가치를 지닌 밀러스 포인트 헤드랜드Millers Point Headland는 1960년대까지 약 100년간 평평한 사각형의 컨테이너 항구로 변해갔다.
폴 키팅Paul Keating 호주 전 총리는 이 콘크리트 항구를 영국인의 호주 이주가 시작되기 전, 즉 1836년 이전의 해안 경관을 상상할 수 있는 새로운 곶으로 재창조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자연 친화적인 녹지를 전면에 내세운, 시드니 하버 토착민에 대한 건축적 기념비를 조성하자는 아이디어로부터 발전했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2006년에 열린 시민 공모전을 통해 ‘바랑가루Barangaroo’로 붙여졌다. 바랑가루는 유럽인이 최초로 시드니에 정착했을 당시 지역 원주민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리더였던 캐머레이걸Cammeraygal(시드니를 기반으로 한 호주 토착 원주민 그룹) 여성의 이름이다.
공원의 주요 설계 원칙은 건축적인 요소를 제한하고 전체 부지가 자연 친화적으로 조성되도록 했으며 1836년경의 지도와 그림을 참조해 당시 해안선의 모습을 3차원적으로 재현하도록 했다. 새로운 도시 공원은 현대적인 방식으로 지어져야 했으므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처럼 재창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문화적인 중심지 역할을 하는 구역은 새롭게 재현된 곶의 지형을 보여주는 해안 경관 안쪽으로 감추어져야 했다. 해안 산책로는 도시적 규모로 조성되었으며 100년 이상 이용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또한 해안 산책로는 약 2.5km 길이로 이어지며 지난 100년간 대중의 접근이 불가능했던 워터프런트를 연결하도록 했다.
바랑가루 마스터플랜
총 22헥타르 규모의 부지에 60억 달러가 투입되는 바랑가루 지구는 시드니 하버의 서쪽 해안을 재정의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유산이 될 것이다. 바랑가루는 24,000개 이상의 일자리와 11헥타르 규모의 공유지, 1년에 대략 20억 달러의 경제 효과를 뉴사우스웨일스 주에 제공할 것이다. 바랑가루 지구는 바랑가루 보호 구역Barangaroo Reserve, 센트럴 바랑가루Central Barangaroo, 바랑가루 사우스Barangaroo South 등 총 세 개의 재개발 구역으로 구성된다. 바랑가루는 여가, 상업, 주거, 시민 활동 등의 용도를 결합한 시드니 워터프런트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창조하고 이를 둘러싼 네트워크를 활성화시킬 것이다.
2022년 모든 계획이 완료되면, 2.5km의 해안 산책로, 공원, 광장, 작은 만 등을 망라한 바랑가루 지구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구역이 공공 공간이 될 것이다. 전체공공 공간은 중심 비즈니스 구역과 넓게는 시드니 시내까지 여객선 허브와 지하철을 포함한 새로운 교통망으로 연결된다. 이 전체 계획의 첫 단계로 바랑가루 보호 구역이 2015년 8월 22일 개장했다.
Lead DesignerPWP Landscape Architecture in Associationwith Johnson Pilton Walker
Project ManagementAdvisian Pty Ltd
GeneralContractor Lend Lease(formerly Baulderstone PtyLtd), Sydney, Australia
ArchitectWMK
Quarry Operation and Chief Stone MasonTroy Stratti
HorticulturalistStuart Pittendrigh
Soils EngineerSimon Leake, SESL Australia
Construction ObservationTract Landscape Architects
Civil and Structural EngineersRobert Bird Group and Aurecon
Hydraulic EngineerWarren Smith and Partners
Construction ManagementEvans and Peck
Marine EngineerHyder Consulting
Geotechnical EngineerDouglas Partners
Traffic EngineerHalcrow
Lighting EngineerWebb Australia Group
Wayfinding and SignageEmery Studio
Historic InterpretationJudith Rintoul
History and ArtsPeter Emmett
Landscape Contractor RegalInovations
Plant Procurement NurseryAndreasens Green
ClientBarangaroo Delivery Authority, New South Wales StateLand
LocationSydney, Australia
Area
Barangaroo South - 7.5ha
Central Barangaroo - 5.7ha
Barangaroo Reserve - 6ha
Completion2015(first phase)
PhotographsBarangaroo Delivery Authority, PWP LandscapeArchitecture
PWP Landscape Architecture는 피터 워커(Peter Walker)를 수장으로 30여 년 동안 최고의 조경 설계를 선보여 왔다.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위치한 본사는 뉴욕의 내셔널 9/11 메모리얼,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 시드니의 바랑가루 헤드랜드 파크와 밀레니엄 파크랜드, 샌프란시스코의 트랜스베이 트랜짓 센터, 워싱턴 D.C.의 컨스티튜션 가든, 뉴포트 비치의 뉴포트 비치 시빅 센터와 공원, 서울의 삼성 서초 본사, 팔로 알토의 VM웨어 캠퍼스 등 다양하고 국제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PWP는 역사와 전통에 대한 지식과 현대 조경에 대한 연구를 결합해 디자인하며 최신 기술과 혁신적 기법을 시공에 적용한다.
- PWP Landscape Architecture / PWP Landscape Architecture / 2016년06월 / 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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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설계를 찾아서
Column: Quest for Design
5월호 특집 ‘설계사무소를 시작한다는 것’을 읽고 몇 마디 거들고자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내용이었으면 좋겠다는 원고 청탁을 받았다. 편집주간의 글처럼, 새롭게 시작하는 젊은 그들의 참신한 태도와 작업 방식에 나 또한 박수를 보내며 내가 설계사무소를 열고 지금까지 운영해 오면서 가슴 속에 묻어 두었던 몇 가지 이야기를 꺼낼까 한다. 학부 졸업 후 나 또한 풍운의 꿈을 안고 설계사무소에 입사했다. 첫 출근 날 강남역에 내려 사무실로 걸어가는데 지하 역사 안의 레코드 가게에서 아침부터 음악이 울려 퍼졌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환희의 송가가 등 뒤로 웅장하게 흘렀다. 마치 내 첫 출근의 위대한 첫 걸음을 환희로 채워주는 듯했다. 전율을 느꼈다. 영광스러운(?) 나의 조경 설계 인생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17년이 흐른 후 내 사무실을 열었다. 마흔둘의 나이에 한 창업이라 주변에서는 좀 늦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동업으로 시작했기에 마음의 부담을 나눌 수 있었다. 건설 경기가 계속 악화되어 매출 대비 고정 지출의 규모가 너무 커 경영난을 겪게 되었고,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서로 독립해 각자의 길을 찾아 나서게 되었지만, 처음의 선택은 옳았다.
지난 호에 실린 소장들의 창업 이야기를 읽으며 참신한 작업 방식과 환경은 물론 남부럽지 않은 스펙을 가진 젊은 그들의 역동성을 느꼈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를 이겨나갈 능력을 지닌 그들에게 안도감을 느꼈다. 부러움이 앞선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상상력 충만한 분위기에서 좋은 설계안이 나온다고 믿고 직원들과 허물없이 호형호제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설계사무소라 하더라도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아무리 참신하고 의욕 충만한 새로운 설계사무소여도 대표자에게는 결코 뒤로 할 수 없는 책임이 따른다. 설계 과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나 오류는 일 잘하는 임원이 해결할 수 있다. 세금이나 회계 문제는 전문 세무사에게 맡기면 된다. 하지만 대표 소장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있다.
첫 번째는 직원과의 약속이다. 최근 몇 년간 경기가 계속 나빠지고 회사의 수주가 바닥을 찍는 악순환이 연속되면서 사무실의 대표는 나름 최선을 다해뛰고 또 뛴다고 생각하는데 직원들이 그 노력을 반도 몰라주는 것 같다. 또 직원들은 열심히 하는데 대표가 보기에는 무언가 모자라고 성이 차지 않는 다. 대표의 눈에 성과가 보이지 않으면 불만이 생기고 다그치기 시작한다. 경영자와 직원 사이에 틈이 벌어진다. 서로가 이해해 주길 간절히 바라게 된다.
서로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거리라고 인정해 버린다. 어쩌면 ‘회사’라는 통념과 선입견 속에서 비롯된 사용자와 피사용자 간의 거리감은 아닐까?
이 어쩔 수 없는 입장 차이를 조금이라도 개선할 방법은 없을까? 하나 있는 듯하다. 내가 직원이었을 때를 기억해 내는 것. 나는 그 당시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 무엇이 불만이었고 무엇에 만족했는지 다시 떠올리는 것. ‘나는 설계사무소를 이렇게 이끌어갈 것이다’라는, 처음 지녔던 자신만의 신념을 부적처럼 지니고 살아야 한다. 무언의 다짐도 약속이다.
대표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직원으로 채용해야 한다. 그리고 직원으로 채용한 사람을 믿어야 한다. 이런 약속이 직원들과 새끼손가락을 건다고, 계약서를 쓴다고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은 첫 생각을 잊기 마련이다. 이 정도면 됐다하고 마음을 놓는 순간 사무실 가족들과 함께 쌓아온 탑이 기초부터 흔들린다. 창업하면서 큰 꿈을 꾼 바로 그때 가슴 깊숙한 곳에 스스로 묻어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내 곁에 있는 ‘스마트 피플’들이 없었다면 나의 오늘도 없었다”는 빌 게이츠의 회고를 잊지 말자.
두 번째는 설계사무소의 생명력 문제다. 장 자크 아노 감독의 ‘불을 찾아서Quest for Fire’(1981)라는 영화가 있다. 약 8만 년 전, 동굴에서 사는 울람 족은 자연에서 생겨난 불을 이용해 생활을 영위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부족의 습격과 야생 동물의 공격으로 불을 꺼뜨리고 만다. 추위에 떨게 되고 불의 필요성을 새삼 절실히 깨닫게 된다. 울람 족은 불을자연에서만 얻어왔던 터라 다시 불을 구하기 위해 부족 중에 선발된 세 명이 멀고 긴 여정에 나선다.
목숨 걸고 불을 찾아 떠난 여정 속에서 많은 경험을 하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불을 가지고 돌아오지만 물속에 빠뜨려 천신만고 끝에 얻은 불을 잃는다. 결국 여행 중 구해낸 여성의 부족에게서 불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어 다시 불을 얻게 된다. 영화에서 불의 의미는 생명이며 힘이다. 불을 중심으로 가족이 모일 수 있었고 불이 있어 맹수들의 위협으로부터 생명을 지킬 수 있었기에 목숨을 걸고 불을 지키려 애썼다. 불을 잃게 되자 모든 것을 걸고 불을 찾아 나섰다. 불은 반드시 구해야 할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불이 있는 종족이 곧 힘 있는 종족이었다. 설계사무소에서 불과 같은 존재는 누가 뭐래도 설계다. 설계는 우리가 지켜야 할 힘이며 생명이다. 설계사무소가 갖추어야 할 최종병기다.
가슴 벅찬 기대를 안고 새롭게 시작하는 그들, 꿈틀대는 생명과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갖춘 그들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설계를 찾아서.
이재연은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조경설계 서안을 거쳐 2006년조경디자인 린을 설립했다. 2013년 조경박람회 초대 작가로, 2014년에는 정원문화 심포지엄 초대 작가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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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조경이라는 이름
Editorial: Questions on Nomenclature of Landscape Architecture
어느 제자와의 대화를 소개하며 ‘조경’의 개명 문제를 넌지시 제기했던 지난 4월호 에디토리얼에 많은 독자들이 피드백을 주셔서 내심 놀랐다. 1970년대에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landscape architecture의 번역어로 선택된 조경造景. 이 단어의 기표signifiant와 기의signifié가 어긋나는 현상이 한국 조경의 40년 역사를 뒤엉키게 한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주장에 다양한 반응이 이어졌다. 나무나 꽃 심고 돌 놓는 것을 연상시키는 일상 용어 조경이 전문 직능이자 학제인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와 등가를 이루지 못한다는 점에 동감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이제 와서 40년 넘게 지켜온 이름을 버릴 수는 없으며 오히려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조경의 사회적·문화적 역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가야 한다는 반론도 있었다. 공감은 하지만 마땅한 대안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를 다시 번역한다면 결국 대만처럼 경관건축景觀建築인가. 중국처럼 원림園林건축으로 옮길 이유는 없다. 일본의 조원造園은 조경보다 더 좁은 느낌이다. 일부 건축가나 유학파 조경가들처럼 조경건축이라 쓰는 대안도 있겠지만 아마 제도권 조경인들은 경관‘건축’이나 조경‘건축’에 결사반대할 게 분명하다. 이미 몇몇 대학의 학과명에서 볼 수 있듯이 조경 앞에 환경이나 생태나 도시를 덧대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옹색한 감을 감출 수없다.
이미 익숙해서 둔감해졌지만, 여러 지자체의 조경관련 부서명들은 조경이라는 이름의 모순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 조경 정책과 사업을 총괄하는 조직은 푸른도시국이다. 이 근사한 이름을 단 부서 밑에 공원조성과, 공원녹지정책과, 자연생태과, 산지방재과, 그리고 ‘조경과’가 있다. 조경과의 담당 업무를 찾아보면 수목 식재 사후 관리, 시설물 관리, 가로수와 녹지대, 가로변 꽃 가꾸기정도다. ‘한국조경헌장’이 정의하듯, 조경이 “아름답고 유용하고 건강한 환경을 형성하기 위해 인문적·과학적 지식을 응용하여 토지와 경관을 계획·설계·조성·관리하는 문화적 행위”라면, 푸른도시국은 ‘조경국’이어야 정상적인 이름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조경계에서만 소통될 수 있을 뿐이다.
몇 년 전, 행정중심복합도시 중앙녹지공간, 광교호수공원, 용산공원 등 대규모 국제 설계공모의 운영과 진행에 참여하며 공모전 결과와 당선작에 대한 보도 자료를 작성한 적이 있다.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은 보도 자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기사를 내보내면서 유독 조경이나 조경가는 다른 용어로 고쳐 표기하곤 했다. 이를테면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 조경가 아드리안 구즈의 작품이 용산공원의 미래를 그릴 설계안으로 당선되었다’는 문장에서 ‘조경가’는 예외 없이 다른 단어로 수정되었다. 조경전문가, 조경디자이너, 조경건축가는 그나마 조경을 남겨준 경우다. 적지 않은 언론은 구즈의 직업명을 공원전문가, 공원설계가, 공원디자이너, 도시공원계획가 등으로 바꿔 적었다. 기자와 편집자들이 조경에 무지한 탓이라고 분노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조경(가)으로는 의미 전달이 안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번 호 특집 ‘설계 환경을 진단하다’는 이 애증의 이름 조경을 달고 고군분투하는 현장의 난맥 중 계약, 공모, 자격, 설계비의 문제를 짚어보는 기획이다. 박승진 소장은 계약의 중요성을 새로운 시각으로 제시하고, 최정민 교수는 설계공모의 문제점과 방향을 깊이 있게 다룬다. 이민우 교수는 기존의 조경기술사 자격과 구별되는 조경설계 전문가 자격의 필요성을 제안한다. 특히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조설협)와 공동으로 기획한 좌담에서는 설계비를 둘러싼생생한 현장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 조설협의 전·현직 회장인 안세헌 소장과 안계동 소장, 한국조경사회 수석부회장인 진승범 소장은 설계비의 실태와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진단한다. 특히 스타트업 조경가를 대변하며 참여한 이호영 소장은 누구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조경계 내부의 관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저가 수주가 만연한 현재의 상황을 문제라고 지적만 할 것이 아니라 원인 파악이 우선이라는 그의 의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호영 소장이 예로 든, 소수 민족이나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의무화한 미국의 사례는 기성과 신생설계사무소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보여준다.
한국조경헌장에 명시된 ‘조경의 영역’ 중 설계는 “계획안을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창작 행위이며, 계획설계, 실시설계, 감리의 과정으로 나뉠 수 있다. 조경가는 설계를 통해 개인과 사회의 복합적인 요구와 문제를 합리적이고 창의적으로 해결한다.” 사회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명칭인 조경과 조경가가 조경설계의 정의와 범위까지 모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조경가는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하며 ‘복합적인 요구와 문제를 합리적이고 창의적으로 해결’하고 있지만, 정작 되돌아오는 사회적 인식과 경제적 대가는 ‘나무나 꽃 심고 돌 놓는 조경’이다. 현실의 설계 환경을 둘러싼 여러 문제는 이 간극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이번 특집은 문제의 원인을 외부적 요인 탓으로만 돌리기보다는 조경계 내부를 진단하고 성찰해 보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번 기획이 설계 환경의 실제, 더 나아가 조경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물론 부족한 지면에 일회성 기획으로 담을 수 있는 주제가 아니다. 『환경과조경』은 독자 여러분의 보다 다각적인 의견과 아이디어를 모아 설계 환경과 조건의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후속 기획을 마련하고자 한다. 애증(?)의 이름표 조경을 목에 걸고 오늘도 설계실의 밤을 밝히고 있는 조경가들에게 존경과 애정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