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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종로 광장형 테마가로 조성 사업 기본계획(안) 현상설계
골목으로 스민 불종로
당선작 _ (주)우리엔디자인펌(강연주 대표)설계참여자 _ 윤성덕 부장, 김성호, 박재형, 신희영, 한미숙
창원시는 마산 불종로가 마산원도심권의 중심 상징가로이나, 원도심권이 쇠퇴화됨에 따라 미관과 주변 환경이 불량하게 되어 정비가 절실해짐에 따라, 창원시가 추진 중인 마산 원도심권 재생사업과 연계하여 특색 있는 광장형 테마가로 조성을 위해 ‘불종로 광장형 테마가로 조성 사업 기본계획(안) 현상설계’를 공모하였다. 심사는 심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작품을 선정했으며, 당선작에게는 기본계획 설계 용역권을 부여하도록 하였다. 당선작은 (주)우리엔디자인펌이 제출한 ‘골목으로 스민 불종로’가 선정되었으며, 주변 환경과 새로운 시설물들의 전체적인 컨셉에 맞는 계획안을 제안하였다. - 편집자주
프롤로그불종로는 일상과 노동에 지친 마산 시민들의 새로운 생산을 위한, 일종의 해방구이자 변화하는 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스스로 역동하는, 도시의 중심축이었다.
불종로의 새로운 가치는 이렇듯 기존의 가로가 갖고 있던 가로와 함께 해온 주변 골목들이 불종로의 자생적 특성을 매개하는 하나의 단초로 기능하게 된다.
불종로는 골목으로 스며들고, 골목들은 불종로로 모여들며, 불종로와 주변의 역사적 골목들은 서로 유기적인 기능하고 상생하여 마산 원도심의 활기찬 생명력을 불어넣는 대표적 상징 가로로 부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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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g, Eui Taek
여행을 디자인하다.2012 내나라 여행박람회 예술감독 _ 홍의택
경원대학교 디자인학부 부교수PIDC 공공디자인혁신센터 센터장경기도 경관디자인 심의 및 자문교수문화체육관광부 공공환경디자인 자문위원
우리나라 구석구석의 여행지를 모두 묶은 ‘2012 내나라 여행박람회’가 2012년 1월 12일부터 15일까지 4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올해로 9회를 맞는 ‘내나라 여행박람회’는 매년 약 10만여 명의 관람객이 찾는 대형 박람회로, 전국 120여 개 이상의 지자체를 포함한 3백여 개 업체·단체가 참가해 대한민국 구석구석의 아름다운 여행지를 소개하여, 우리나라의 모든 여행지가 한 자리에 모이는 작은 한국의 메카이다. 올해 행사는 예년에 비해 한 달 앞당겨진 1월에 개최되어 사계절의 여행 계획을 세우려는 관람객들에게 좋은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내나라 여행박람회가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지역 특색을 살린 관광과 문화에 예술을 접목하여 전국 각지를 ‘문화와 예술’을 주제로 여행하며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함께 소개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박람회장 전체가 예술과 문화의 공간으로 꾸며지며, 관람객의 여행 욕구를 자극할 수 있는 공간디자인 작업에 심혈을 기울일 방침이다. 또한 최근 신新여행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캠핑 여행, 섬 여행을 심도 있게 분석해 다양한 여행 방법과 여행 정보를 제시할 계획이며, ‘어린이와 갈 수 있는 관광테마관’ 등을 신설, 교육을 동반하는 여행 관련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동안에는 국내 여행명소를 일방적으로 보여 주는 박람회였다면, 이번 박람회는 예술감독제도를 도입하여 전시장은 물론, 전시 컨텐츠도 뮤지컬, 오페라 등 예술 작품 같은 한층 품격 있고, 소통하는 박람회로 성장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문화와 예술을 테마로 관광과 접목하는 이번 박람회에 예술 감독으로 발탁된 경원대학교 홍의택 교수를 만나보았다. 홍의택 교수는 이미 공공디자인과 지역 활성화 사업 등으로 본지에도 몇 차례 소개된 바 있으며, 군산 구도심, 포천 폐채석장 아트밸리 등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다수 참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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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동 곡수당․ 동천석실
Buyongdong Goksudang·Dongcheonseoksil부용동 곡수당·동천석실은 전남 완도군 보길면1 부황리 200번지 일원에 위치한 81,745㎡약 24,771평의 원림으로, 조선 중기 대표적인 문인학자인 고산 윤선도2 尹善道, 1587〜1671가 경영한 별서였으나, 고산 사후 300여 년 동안 관리가 소홀한 탓에 정원 및 경관 건축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1989년 발굴 조사를 시작하여 1992년 12월 옛 주춧돌 위에 세연정 복원 및 곡수당, 동천석실 일원의 정비가 이루어진 조선 중기 대표적인 원림 유적으로, 곡수당, 낙서재, 동천석실, 승룡대, 상연지, 하연지 등에서 자연과 인공이 화합하는 순응의 미학을 공간적, 지형적으로 연계시키고 있다. 2008년 1월 8일 명승 제34호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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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의 식물이야기 18
사람과 같이한 식물의 긴 역사 11
“식물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아주 오래 된 과거 속에 묻어두고 왔다. 그 이야기를 들으려면 우선 식물이 걸어 온 길을 되짚어 가야 한다. 그 끝은 아마도 신화의 시대일 것이다. 신화의 시대에 사람들은 식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었다.”
연꽃 - 심청이 물에 빠져야 하는 이유
“꽃을 든 부처”유학시절, 첫 해의 설계 수업 시간이었다. 설계한 것을 벽에 걸어놓고 각자 설명하는 순서가 되었다. 내 순서가 되어 준비한대로 더듬거리며 설명을 했는데 교수님께서 뜻밖의 질문을 하셨다. 거기 저 나무가 왜 거기 서 있고, 저기 저 돌이 왜 저 자리에 있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고 하셨다. 막막했다. 그리고 약간 화가 났다. 나무가 거기서 있는 이유까지 말해야 하나. 지금이야 어린 학생들도 논술이다 뭐다 해서 논리가 정연하지만 우리 세대만 해도 ‘말없음표’가 미덕이었었다. 게다가 아직 독일어도 서투른 터여서 어떻게 대답을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진땀만 한 바가지 흘렸던 것 같다. 종일 그 일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왜 그런 질문을 하셨을까. 돌이 서 있는데도 이유를 알아야 하나. 서쪽과 동쪽의 사고 차이가 거대한 절벽처럼 다가왔다. 저녁 때 기숙사로 돌아 와 밤새도록 설명서를 썼다. 키워드가 하나 떠올랐기 때문이다. 염화미소染化微笑였다.
“어느 날 영취산에서 석가모니가 제자들을 모아 놓고 설법을 하고 있을 때였다. 부처의 가르침에 귀 기울이고 있는데 하늘에서 갑자기 꽃비가 내렸다. 신기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그 기이한 일을 두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조용하던 모임은 어느새 술렁임으로 소란스러웠다. 그때 석가모니는 바닥에 떨어져 쌓인 연꽃 하나를 사람들에게 들어 보인다. 다들 이 기이한 일과 스승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해 어리둥절하였다. 그러나 가섭이라는 제자만은 미소를 지어 석가모니에게 답하였다.” 이것이 염화미소 혹은 염화시중의 미소다. 물론 내가 염화미소의 뜻을 이해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동양의 직관적 사고 체계와 서양의 변증법적 사고 체계의 차이점을 설명하려다보니 위의 사례가 떠올랐던 거였다. 저는 고국에서 이런 식으로 교육을 받아 이런 식으로 사물을 이해하는 방법 밖에는 모릅니다. 그러니 그 점을 감안하시고 앞으로 많이 지도해 주십시오. 라는 요지의 설명문이었다.다음 주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서 내게 염화미소로 답을 주시는 것이 아닌가. 물론 꽃을 들어보이시지는 않았지만 내게 미소를 보내시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아무 말씀도 없이. 나중에 교수님과 어느 정도 친해진 후에 들은 얘긴데 교수님께서도 내 설명문을 읽으신 후 자료도 찾아보시고 생각을 많이 하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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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리에노 : 사자들의 정원
Staglieno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묘지공원으로 불리는 스타리에노(Staglieno)가 있다. 콜롬보(Christopher Columbus(영), Cristoforo Colombo(이))의 고향, 한 때 해상 무역으로 막대한 부를 자랑했던 도시인 이탈리아 북서부의 제노바(Genova)에 위치하고 있는 이곳은 제노바의 유명 인사들이 다 묻혀 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 명성에 비해 찾는 이는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스타리에노는 제노바에 많은 건축물을 세운 경험 많은 Carlo Barabino에 의해 설계안이 마련되었고 시의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같은 해에 그는 당시 제노바를 덮친 콜레라에 걸려 숨을 거두고 그의 동업자이자 제자인 Giovanni Battisti Resasco가 작업을 맡게 되었다. 비로소 공사는 1844년에 시작되었고, 7년 후인 1851년 2월에 문을 열었다. 이후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여러 번 확장 공사를 거쳐 오늘날에는 330,000㎡에 이르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이 묘지공원은 언덕 쪽으로 확장되면서 기존의 사이프러스 숲과 작은 가족 예배당들이 어우러져 더욱 더 매혹적이고 낭만적으로 변해왔다. 신고전주의와 전통적인 지중해 양식이 결합되고 상징주의, 신비잔틴, 신이집트, 신르네상스, Liberty, Art Déco에 이르기까지 여러 양식을 볼 수 있다.이 언덕에 Giuseppe Mazzini정치가, 1805~1872의 묘가 있고 주변에 이탈리아 통일 운동의 주역들이 안치되어 있다.
위치 _ Val Bisagno, Genova, Italia건축가 _ Carlo Barabino, Giovanni Battista Resasco공식 개원 _ 1851년면적 _ 3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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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투어
Winterthur델라웨어 주 윌밍턴 시의 북쪽으로 도심에서 벗어난 한적한 교외 지역에 그림 속 풍경처럼 자리 잡고 있는 윈터투어(Winterthur)는 박물관과 하우스, 도서관을 갖춘 고전미가 넘치는 정원이다. 이곳은 펜실베이니아 주 남동쪽으로부터 델라웨어 주에 걸쳐 흐르는 브랜디와인 강 주변 지역의 일부로, 숲과 초원, 강과 언덕 등의 빼어난 경관 요소들을 독특하면서도 균형 있게 갖추고 있다. 전체 면적 4백만 제곱미터에 이르는 광대한 부지 가운데 24만 제곱미터가 정원으로 조성되어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있다.
윈터투어의 역사는 183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맨 처음 에벨리나 듀퐁과 그의 남편이 이곳에 터를 잡고, 스위스의 같은 지명에서 이름을 본떠 윈터투어라 부르기 시작하였는데, 그 후 삼대에 걸쳐 그 후손들이 이곳에 살았고, 헨리 프란시스 듀퐁(Henry Francis du Pont, 1880~1969)에 의해 현재 윈터투어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와일드 가든의 비밀1870년 윌리엄 로빈슨(William Robinson)은 그의 저서 『와일드 가든(Wild Garden)』을 통해 인공적으로 꾸며지지 않은 자연스러운 형태의 정원을 제시하였다. 이로부터 촉발된 와일드 가든은 영국과 아일랜드, 미국에 널리 퍼지게 되었는데, 윈터투어는 이러한 와일드 가든의 원래 개념과 형태를 오늘날까지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다.대부분의 와일드 가든은 20세기 초 전쟁 후의 토지 개발과 자연 재해로부터 살아남지 못했기 때문이다. 와일드 가든은 건축물보다는 식물에 의존하기 때문에 한번 방치되기 시작한 와일드 가든은 말 그대로 야생의 정원이 되었고, 거의 회복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듀퐁은 애초부터 와일드 가든의 개념을 받아들여 정원이 자연스러운 경관과 잘 어우러져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윈터투어의 숲은 듀퐁이 마음속에 그린 와일드 가든의 형태에 잘 맞아 떨어지는 환경을 지닌 귀한 보물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우드랜드를 비롯하여 그가 윈터투어에서 자라오면서 보고 느낀 경관에 대한 풍부한 영감을 갖고 있었다.일반적으로 자연스러운 우드랜드는 네 개의 층을 가지고 있다. 지피류, 관목류, 소교목, 교목이 바로 그것인데, 이러한 우드랜드는 종종 초목층이 매우 두텁고 짙어서 그 속을 들여다보기가 어렵다. 그러나 듀퐁은 우드랜드에 대한 아이디어를 새롭게 다시 상상하여 아름다운 경치와 풍경을 창조해 냈다.주로 토착화된 외래식물로 구성된 윈터투어 가든의 식물상은 마치 자연발생적으로 자란 것처럼 보이도록 식재가 되었다. 색깔과 형태가 조화를 이루도록 다른 식물과 함께 그룹을 지어 커다란 군락 단위로 배치되었다. 이렇게 윈터투어의 정원은 전체 부지를 아우르게 되고, 따라서 모든 방향에서의 전망은 전체 그림을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우드랜드, 건초 지대, 초원은 어떤 형태를 갖추고 인위적으로 조성된 곳보다 더 중요하다. 또한 정원에 뻗어 있는 길은 전체적인 디자인의 필수적인 요소로서 직선보다는 곡선, 지면의 윤곽을 따르고, 나무들의 주변을 자연스럽게 돌며, 관람객을 정원의 새로운 장면으로 이끈다. 또한 윈터투어에서 색깔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듀퐁은 전 세계로부터 엄선하여 수집한 식물들을 바탕으로 한 다양하면서도 서정적인 색의 조합으로 1월부터 11월까지 윈터투어의 정원에 연속적인 꽃의 파노라마가 펼쳐지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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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의 힘, 건축의 힘
Power of Landscape Architecture, Power of Architecture서문인천 배다리 지역이 건축계의 전국 이슈가 된 것도 벌써 2년의 시간이 지났다. 2010 도코모모코리아 디자인 공모전의 대상지로 배다리가 선정되면서 전국의 대학생 및 대학원생들과 설계사무소 직원들 1천 개의 팀, 3천여 명이 참여하여 배다리 산업도로 건설 현장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고 그 상처 난 현장에 천 개의 건축과 조경, 도시의 디자인 아이디어를 쏟아내었던 것이다. 공모전 시행을 전후하여 공사 중지를 선언한 바 있던 인천시의 정책은 그 후로도 오락가락하며 진정을 보이지 않고 있어 지역민들의 투쟁은 현재까지도 여전히 외로운 진행형 위에 있다.그러나 평자가 느끼는 위기 의식은 다른 지점에서 비롯한다. 그것은 현재 이 지역의 문제가 더 이상 건축계의 관심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같은 시기 같은 이슈의 동반자 역할을 자임했던 조경계에서도 이 지역의 문제가 재론되고 있음을 들어본 적이 없기에 더더욱 그러하다.지역 환경문화를 다루는 전문가 집단의 관심이 사라진 현장의 공허함 뒤에는 늘상 건축과 조경계 공히 생산적인 담론의 구조화에 대하여 필요를 강조하는 만큼 실재적이진 않다는 현실적 한계를 재확인케 된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혹자는 그런 행태를 철새에 비유하기도 한다.철새들이 휩쓸려 다니며 모이사냥을 하는 생존의 방식을 통해 저들 생명체의 일회적 주기성만을 보는 것이 아닌 매해 같은 지역을 경유하며 생존과 번식을 향유하는 지속성의 가치를 발견해야하듯 건축과 조경계가 건강함을 유지하기 위해는 철새들의 본성을 제대로 읽어내야 할 것이다.지금 배다리에선 소수이지만 지역의 문제를 바로 보고 지역의 미래를 그려나가는 주민과 문화예술인들이 배다리역사문화마을만들기 운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전문가 사회가 외면하고 있는 사이 저들은 스스로 도시를 공부하고, 건축을 공부하고, 조경을 공부해오고 있다. 동시에 싹쓸이식 뉴타운 개발을 찬성하는 일단의 동네주민그룹과 대립하며 배다리가 지닌 역사문화적 장소성을 견인하기 위하여 저들은 오늘도 고단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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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과 한국 조경
The Landscape Urbanism and/in Contemporary Landscape
지난 10년 간 한국 조경이 그려온 역동적 풍경과 불안정한 지형은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landscape urbanism)과 넓은 면적의 교집합을 갖는다. 미국과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조경 담론으로 급부상한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은 실시간으로 수입되어 때로는 우리의 도시적 상황에 자연스럽게 겹쳐지기도 했고 또 때로는 몸에 맞지 않는 어색한 옷처럼 우리의 설계 환경에 덧입혀지기도 했다.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이 수사나 구호의 수준을 넘어 이론적·실천적 의미를 획득하지 못한 채 여전히 새로운 가능성이라는 라벨만을 달고 있는 지금,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이라는 렌즈를 통해 조경의 지식 지형을 파악하고자 해 온 필자는 일종의 부채 의식을 느끼고 있다. 일면 자기 비평으로도 읽힐 수 있을 이 글은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과 한국 조경이 만나는 지점에서 노출되고 있는 몇 가지 난맥을 점검하고 교정의 향방을 제시해 보고자 하는 의도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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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과 조망의 정치사회학
Political Sociology of Landscape조경 일반론
사전 계획에 따라 인위적인 경관을 조성하는 조경술은, 빼어난 볼거리를 향한 인류의 꾸준한 수요로 지탱된다. 조경의 결과는 미술처럼 독립된 결과물로 귀결되지 않고, 조경이 관계하는 지역의 빛 기온 대기 등과 유기적으로 결합해서 관람자의 감각을 자극하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장소 특정적(site specific) 예술의 결정판쯤 될 것이다. 때문에 조경의 성패를 가늠하는 건 주변 지리와 건축물과의 조화로 귀결되곤 한다. 조경이 흔히 도시 계획의 일부로 환원되어 통제될 때 선명한 로드맵이 잡히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흔히 실내 공간에서 관전자를 1대1로 대면하는 것이 미술품의 기본 공식이어서, 미술이 실외 조경에 기여하는 여지는 그런 사정으로 인해 매우 적다.조경이 주변을 아름다운 경관으로 만들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처럼, 잊힐 만하면 보도되는 사회 고위층의 조망권 소송은, 유려한 경관을 방해 받지 않고 소유하려는 권한을 둘러싼 법정 분쟁이다. 훌륭한 조망권은 주거지의 품질을 좌우하는 기준으로 간주되며 주택 매매가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아름다운 경관의 소유와 고위층은 밀접하게 연결된다. 전 세계에 조성된 초대형 조경 사업이 왕족 계급의 정원에 집중된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에서 잔디는 기하학적 패턴으로, 수목은 원통형으로 다듬어져 있는데, 이런 차별화된 조경 스펙터클과 그것을 바라볼 권한은 평민과 왕족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인류는 자연 조망권 말고도 인위적으로 조성된 스펙터클을 갈구한다. 다종다양하게 변형된 구경꺼리의 제공은 곧 정치적 우위의 보장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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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플랫폼, 조경 비평에 거는 기대
‘2011 대한민국 조경비평대상’과‘초대비평가전’을 마무리하며
‘인문학의 위기’를 걱정했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의 일인데, 요즘은 ‘인문학의 부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 우리는 급변하는 시기의 한가운데에 서 있음이 분명하다. 기술과 효율을 중시하던 성장주의 시대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던 텍스트는 보다 명시적이고 보다 요약적이면서 실질적으로 유용한 지식과 정보였다. 요즘 새삼스럽게 관심 받는 텍스트는 ‘요약’보다 ‘전체’이고 ‘가공’된 정보보다 ‘원전’이라고 한다. 기술과 효율의 시대가 완전히 종말을 고한 것은 아니지만 그 전과는 다른 매우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느끼고 있다. “아예 플랫폼 자체가 바뀌었다”고도 한다. 새로운 플랫폼 위에서 경쟁력의 원천은 ‘창의’라는데 의견을 모은다. CEO들은 인문학 강의 듣기에 열을 올리고 있고, 인문학적인 소양을 갖춘 인재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창의적 사고와 만나는 것이소셜 네트워크 사회의 관건이며, 창의는 인문학으로부터 나온다는 믿음 때문이기도 하다. 소셜 네트워크 사회의 새로운 플랫폼과 인문학을 관계짓기하는 것이 다소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과거 ‘기술을 너무 중시한 것이 인문학의 위기 요소’였다는 진단에 어떤 반기가 가능할까. 다만 이는 기술과 인문학이 동반자 관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 관계성 만큼은 ‘참’이 아닌지.
인문학의 부상, 조경 비평의 봄은 오는가인접 분야로부터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시달려 온 조경가들, 특히 비평이나 이론에 대한 경시가 팽배했던 조경 분야도 최근 이를 만회하는 변화들은 있었다. 설계 이론을 이해하려고 하고, 설계를 하면서 철학적 사유와 손을 잡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조경 스스로의 변화의 폭에 비해 조경이 원하는 이상은 더욱 높아져 있다. 여전히 조경 비평은 가뭄이고, 또한 여전히 학교와 회사는 기술적인 툴을 가르치기에 급급한 것도 현실인데, 과연 조경가들의 높아진 열망은 실현될 수 있을까. 다른 것은 몰라도 ‘조경 비평’이 조경을 문화로 정착시키고, 조경가의 사회적 위상과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열망에 있어서 독이 아닌 약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양적인 발전 속에서도 항상 위기를 부르짖었던 조경의 허약함은 지금 소셜 네트워크 시대의 변화 속에서 더욱 가중될 것이기에 시기적으로 다급한 과제이기도 했다. 어쨌든 이 모든 것들이 바로 2012년 새해부터 “조경 비평”을 화두로 열게 된 이유이자 정황들이다.
2011 대한민국 조경비평대상지난해 본지는 신진조경비평가 발굴을 위한 ‘2011 대한민국 조경비평대상’을 개최하고, 이와 함께 기성 비평가들의 수준 높은 글을 독자들에게 선물하기 위한 ‘초대비평가전’을 기획해 진행해 왔다. 우선 2011 대한민국 조경비평대상은 “조경 산업의 가시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유독 비평 문화가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는 것에 전문 언론으로서 안타까움을 느껴 공모전을 개최하게 되었다”고 개최 배경을 밝힌 바 있으며, 또한 “다양한 시선과 풍부한 해석들이 조경과 조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하며, 특히 조경 건축 도시 미술 국문학 분야의 젊고 진취적인 신진 비평가들”의 참여를 기대한다고 공지하였다. 공모전의 목적은 이상과 같이 ‘조경 비평 문화의 활성화’와 ‘조경과 다른 분야 간 통섭적인 비평 문화를 개척’하는 것이었다. 공모전의 결과는 다음 호 본지를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초대비평가전공모전이 신진 비평가들을 발굴하는 장이라면, ‘초대비평전’은 건축 도시 미술 등 조경 및 조경 유관 분야의 기성 비평가들로부터 원고를 받아 게재하는 기획이다. 특히 건축 미술 등 기성 비평가들의 조경 비평 참여는 절대적으로 비평의 양이 부족한 조경 분야에 읽을거리와 담론을 제공할 수 있으며, 조경 분야의 비평에 대한 관심을 확대시키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고, 또한 기존 조경 비평 문화에는 신선한 자극제가 될 것이라 기대하였다. 이에 조경 분야에서는 배정한 교수(서울대, 조경비평가), 건축 분야에서는 전진삼 소장(와이드AR, 건축비평가), 미술 분야에서는 반이정 평론가(미술평론가)를 초대하였으며, 약 3개월 정도의 여유롭지 못한 집필 기간임에 불구하고 흔쾌히 청탁에 응해 주셨다. 이번 기획에 초대된 비평가들은 단순히 글을 잘 쓰는 필자가 아니라 각 분야에서 비평 문화의 지형을 확대하는 구체적인 활동 및 집필을 해 온 ‘전문성’을 겸비한 ‘비평가’들로 이루어졌다. 이번 호에 세비평가들의 비평문이 소개되며, 이번 기획을 통해 더 많은 조경가들이 비평에 관심을 갖고, 비평에 좀더 관대한 여건이 성숙되길 바라며, 무엇보다 비평 자체의 활성화가 촉진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