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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반케 클라우드 시티 2단계
Vanke Cloud City Phase 2 Mi Cool Apartment in Guangzhou
광저우 클라우드 시티
구도심에서 15km 떨어진 클 라우드 시티는 광저우Guangzhou 시의 새로운 경제 동력으로 기획된 IT 계열회사 집적 지역 한가운데에 위치한다. 두 개의 구역, 총 네 개의 필지로 이루어진 작은 도시와도 같은 복합 용도의 프로젝트는 중국에서 선구적인 개발 유형이다. 외국인 학교, 대형 쇼핑몰을 포함하는 A 필지와 각종 오피스 타워를 중심으로 구성된 B 필지는 시공 준비 단계에 있다. 세일즈 센터가 문을 연 본 대상지인 C 구역은 한 세대가 8평(35m2)에 불과한 마이크로 아파트micro apartment 타워로 L자형의 타워 4동에 5,354세대가 초고밀도로 자리하게 된다. 지상부의 상업 시설과 각종 편의 시설은 이러한 밀도를 소화하면서 대도시권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소도시와 같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계획되어 새로 이주하는 외부의 젊은 인력이 내 집, 내 동네처럼 정착할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었다. 이에 따라 설계의 두 가지 기본 도전 과제는 젊고 트렌디한 계층의 욕구를 충족하고 초소형의 부동산 모델에 맞는 경제적인 공사비의 디자인을 도출하는 것이었다. 근래에 완공되어 대중에게 공개된 세일즈 센터 구역은 프로젝트의 핵심 철학을 반영하고 내부의 정점이 되는 일부 시설물을 시연하여 잠재 거주자들에게 경험하게 하는 장이다.
잠재 거주자의 기호 탐색
한 유닛의 크기가 반영하듯 클라우드 시티가 목표로 하는 거주자는 미혼의 1인 가구 또는 신혼부부다. 그에 따라 기존 아파트의 전형적인 옥외 공간과는 차별화된 조경 프로그램에 대한 탐색 과정이 디자이너와 개발회사에 의해 동시에 진행되었다. 디자이너는 지속적으로 옥외 공간의 구조와 프로그램을 제안했고, 개발 회사에서는 발전시키고 있는 디자인의 모형과 렌더링을 블로그와 SNS에 선택적으로 공개하며 관심 있는 잠재 입주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장을 마련했다. 가장 흥미로운 과정 중 하나는 프로젝트의 홍보 블로그를 구독중이면서 실제 입주를 고려하고 있는 시민들과 문자 메시지 어플을 이용하여 단체 대화창에서 직접 ‘대화’를 진행한 설문조사 이벤트였다. 입주민들이 희망하는 조경 공간의 성격과 프로그램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였고 제안 요소들에 대한 피드백도 얻을 수 있는 귀한소통이었다. 디자인 팀의 제안과 소비자의 요구가 크게 다르지 않아 최종적인 결정에 순조롭게 다다를 수 있었다. 그 결과, 네 곳의 중정을 각각 사교, 독서, 운동, 아트의 성격으로 구분하고 각 성격에 맞는 세부 프로그램들을 추후에 구체화했다.
Landscape ArchitectLaboratory D+H
EngineerGuangzhou Hanhua Architects+Engineers Co., ltd
ArchitectTsushima Design Studio
ClientChina Vanke Co., Ltd.
LocationGuangzhou, China
Area
Sales Center: 0.4ha
Parcel C: 3.5ha
Entire Phase 2: 8.9ha
Completion2016
PhotographsGuoyan Cheng
최영준은 1982년생으로,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설계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의 SWA Group과한국의 오피스박김에서 다양한 성격의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ArchiprixInternational 본 상, 뉴 욕 신 진건축가 공 모 대 상, 대 한민국환경조경대전 대상 등을 수상하였다. 『공원을 읽다』, 『용산공원』 등의 공저가 있으며, 현재는 후이챙 종과 함께 로스앤젤레스 기반의 설계사무소Laboratory D+H를 설립하고 활동중이다.
- 최영준 / Laboratory D+H / 2016년07월 / 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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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S 알럼니 그린
UTS Alumni Green
시드니 공과대학교UTS(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는 시드니의 고밀도 지역 중 하나인 얼티모Ultimo의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다. 얼티모 시는 브루탈리스트brutalist 건축 양식뿐만 아니라 시민을 위한 공간이 열악하기로 유명하다. 이로 인해 UTS의 학생과 교직원,시민들은 자연 속에서 어울리고 휴식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다. ASPECT 스튜디오ASPECT Studios는 UTS알럼니 그린 프로젝트를 통해 캠퍼스를 녹색 오아시스로 만들고 캠퍼스를 넘어 더 넓은 생활권을 위한 시민중심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UTS는 캠퍼스 설계공모에서 ‘활기 넘치는 외부 공간’을 요구했다. 또한 캠퍼스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학생 커뮤니티를 캠퍼스 안으로 끌어들이고, 그들을 캠퍼스에붙잡아 둘 수 있는 ‘친밀한 캠퍼스’를 조성해 주기를 원했다.
ASPECT 스튜디오가 제시한 설계안의 핵심 목표는 ‘사람이 중심인 캠퍼스’였다. 디테일, 레벨의 변화 등 모든 계획 요소가 사람들을 공간에 끌어들일 수 있을지 검토됐고, 이 설계안은 UTS 캠퍼스 설계공모의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UTS 알럼니 그린의 지하에는 스포츠 홀과 수많은 장서를 보관한 중앙 도서관이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우수한 방수 시스템이 필요했고 식재에 필요한 토양 깊이를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600mm 정도 땅을 돋워야 했다. 이 계획을 기반으로 조각적이고 연속적인 앉음벽을부지 전체에 다양한 스케일로 조성했다.
Project Lead and Landscape ArchitectASPECT Studios
Structural EngineeringTaylor Thomson Whitting
HydraulicWarren Smith + Partners, Arup
Lighting & ElectricalSteensen Varming
Architects for the Science and Graduate School of Health
Building(Building 7)Durbach Block Jaggers + BVN Donovan Hill
Architects for the Library Retrieval SystemHassell
Project ManagerSavills Project Management
Head ContractorRichard Crookes Constructions
Landscape ContractorRegal Innovations
Client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LocationUTS City Campus, Ultimo, Sydney, NSW, 2007,Australia
Area6,500m2
BudgetAUD 5 million
Completion2015
PhotographsSimon Wood, Florian Groehn
ASPECT 스튜디오(ASPECT Studios)는 조경, 건축, 도시설계, 최첨단 인터랙티브 디지털 미디어, 환경 그래픽을 제공하여 사람들이 원하는 장소를 만드는 조경가 그룹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시드니, 멜버른, 애들레이드, 브리즈번과 중국의 상하이에 총 7개의 사무소를 두고 있다. 2015AILA SA Awards, 2015 Good Design Award 도시 디자인 및 공공공간 부문, 2016 202020 Vision Green Design Award 등을 수상했다.
- ASPECT Studios / ASPECT Studios / 2016년07월 / 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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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텔베인 존하우스 요양원
Amstelveen Zonnehuis Care Home & De Ontmoeting
그린 오아시스
삶의 경험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도시의 거주자들에게는 잘 조성된 녹지 공간이 필요하다. 암스텔베인Amstelveen의 존하우스 양로원Zonnehuis Care Home은 과거에는 도시의 다른 지역 커뮤니티와 교류하지 못해 일명 ‘노인들의 섬elderly island’으로 불렸다. 양로원의오래된 건물을 허물고 완전히 새로운 공간을 조성하면서 사회적 교류, 고품격의 거주 환경, 건강한 라이프스타일, 시설과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질 높은 주변 환경, 미적인 요소 등에 목표를 두었다. 존하우스 양로원의 정원을 생기 넘치는 녹색 보행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계획안을 제시했다. 이 대지에 들어선 다양한 건물은 개성있는 디자인의 광장으로 연결했다. 이 광장에는 그린 오존하우스 요양 시설 단지의 정원 아시스와 레크리에이션 및 기타 시설이 들어섰다.
노인을 위한 디자인
전체 프로젝트는 두 단계에 걸쳐서 이루어졌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존하우스 요양 시설 단지가, 두 번째 단계에서는 주거동 ‘드 온트모팅De Ontmoeting’이 조성되었다. 전체 단지의 동쪽에는 aTAarchitectuurcentrale Thijs Asselbergs가 설계한 새로운 존하우스 요양 시설 단지가 들어섰다. 요양 시설 주변을 에워싼 외부 공간은 다년생 식물 정원과 입주민들이 정원을 가꿀 수 있는 온실로 이루어졌다. 광장에는 테라스와 놀이 공간, 다년생 식물 정원과 걷기 운동을 할 수 있는 완만한 경사의 길과 계단이 조성되었다. 요양 시설 단지와 드 온트모팅의 정원은 특히 치매 치료에 도움이 되도록 설계되었다. 스코틀랜드 스털링 대학교의 치매 치료 개선 센터의 건축과 조경을 담당한 건축가이자 조경가인 애니 폴록Annie Pollock과 치매 환자들을 위한 치료 정원과 장애아를 위한 자연 놀이터를 주로 설계하는 네덜란드의 조경설계사무소 뷰로 폰켈Bureau Fonkel의 안케 위냐Anke Wijnja로부터 자문을 얻었다.
DesignHOSPER(Ronald Bron, Frits van Loon, Elizabeth Keller,
Petrouschka Thumann, Marike Oudijk)
PartnersDG groep, Bureau Fonkel, Dementia ServicesDevelopment Centre(University of Stirling Schotland),Rijnboutt, architectuurcentrale Thijs Asselbergs, Octatube
ClientZonnehuisgroep Amstelland Foundation, M.J. de Nijsproject development
Area3ha
LocationAmstelveen, Netherlands
Year of Design2009~2014
Completion2015
PhotographsFerry Streng(De Ontmoeting),Pieter Kers(Het Zonnehuis)
호스퍼(HOSPER)는 알레 호스퍼(Alle Hosper)가 1991년 설립한 네덜란드의 조경설계사무소다. 조경과 도시계획 프로젝트를 주로 수행하며심도 있는 분석을 통해 장소 특정적인 디자인을 제시한다. 도시와 자연의 이분법적인 갈등을 해소하고 개발과 환경 사이의 균형을 통해 지속가능한 공간을 설계하고 있다.
- HOSPER / HOSPER / 2016년07월 / 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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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국립미술관
Statens Museum for Kunst
1896년 설립된 코펜하겐 국립미술관Statens Museum for Kunst(SMK)은 코펜하겐의 중심부에 있는 덴마크 최대의 미술관으로 14세기 미술품부터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덴마크와 해외 작가의 유명 예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과거 코펜하겐 국립미술관의 정원은 날카롭게 다듬은 생울타리와 건물 입구 계단에서부터 뻗어나가는 직선의 길을 강조한 바로크 양식을 따랐다. 오래된 양식의 정원은 미술관을 생기 넘치는 주변 지역과 단절시켰고 미술관이 사람들의 일상과 동떨어진 공간인 듯한 인상을 주었다.
2011년, 카레스 앤드 브란트karres+brands는 폴리폼 아키텍터Polyform Arkitekter와 협업하여 코펜하겐 국립미술관의 뮤지엄 가든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국제 설계공모에 당선되었다. ‘SMK, 다시 공원으로SMK tilbage i Parken’라는 제목의 설계안은 도시 요새 위에 위치한 외스트레 안레그Østre Anlæg 공원과 뮤지엄 가든을 서로 연결한다. 외스트레 안레그 공원의 작은 언덕과 구불구불한 오솔길, 커다란 그늘을 드리우는 나무들이 코펜하겐 국립미술관을 둘러싸고 미술관을 공원으로 끌어들인다. 이를 통해 코펜하겐 국립미술관은 자연스럽게 공원의 일부로 녹아들게 되어 예전의 위상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했다. 새롭게 조성된 뮤지엄 가든은 코펜하겐 국립미술관과 외스트레 안레그 공원의 개방적인 입구 공간을 형성한다.
Landscape Architectkarres+brands
CollaboratorPolyform Arkitekter, Svava Riesto,Oluf Jørgensen Ingeniører, Via Trafik
ClientStatens Museum for Kunst
Area7,500m2
LocationCopenhagen, Denmark
Year of Design2011~2013
Completion2014
PhotographsWichmann + Bendsten, Ida Tietgen Høyrup
카레스 앤드 브란트(karres+brands)는 네덜란드와 해외의 여러 프로젝트와 연구, 공모전 등에 참여하고 있다. 토지 계획, 기반 시설 프로젝트, 공원 및 정원 설계, 도시계획, 시설물 디자인 등 다양한 영역의 공간 디자인 작업을 수행고 있으며, 현대의 공간적 도전에 맞서 적절하고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열정과 장인 정신으로 지평을 넓히고있다.
- karres+brands / karres+brands / 2016년07월 / 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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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설계 환경을 진단하다’를 읽고
Column: Review of ‘Problems of Design Environment in Landscape Architecture’
조경설계 환경을 진단한 지난 호 특집, 반가웠다. 그 반향에 기대감도 크다. 하지만 설계 환경을 진단하려 했으나 정작 ‘설계’에 대한 이야기와 ‘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모로 부족해 보인다. 설계 환경의 가장 큰 이슈를 결국 ‘기-승-전-설계비’로 맺은 점 또한 아쉽다. 그 전제인 조경설계의 ‘위축’은 매우 상대적인 개념인데, 무엇과 비교해 위축되었는지에 대한 논의 없이 마치 한 십 년 전쯤에 비해 지금은 살기 어려워졌다는 데 초점을 맞춘 것 같아 이점 또한 아쉬웠다.
물론 합리적 계약을 통한 갑을 관계 청산과 의뢰인-설계자의 대등한 관계 재정립, 모호한 조경설계가에 대한 사회적·제도적 지위의 확립, 경쟁력 있는 공모 개최를 통한 설계 경쟁력의 제고, 현실성 있는 설계비의 기준 마련 등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조경가에게, 그리고 설계사무소를 운영하는 경영자에게 매우 중요한 제도적·사회적 환경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할 때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설계 회사의 몇 퍼센트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지난 수년간 수익 구조가 어떻게 됐는지, 유관 분야와 비교할 때 업무량 대비 설계비가 얼마나 적은지 등에 대한 개략적인 수치라도 보였어야 이해와 동의가 뒤따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또한 발주자 그룹의 의견도 함께 다루었어야 했다. 지자체나 LH 등의 발주 현황이나 입장이 함께 실려야 문제의 심각성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형편없는 설계비만 강조하다가 혹시나 반감이 생겨 계약, 공모, 자격 등의 문제까지 그 심각성이 희석될지도 모르겠다는 노파심이 들었다.
지난 호 특집에 등장한 다양한 진단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금 이 사회가 조경가를, 조경설계라는 일 자체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가 단적으로 보인다. 결국 우리 조경가는 (국제 설계공모에서 외국조경가를 꺾을 정도로) 그림은 화려하게 잘 그리는데 일은 제대로 해내는 게 없고, (공모를 통해 안이 뽑혔는데도 시행 과정에서 다 바뀌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설계적 대응은 못할 정도로) 실제 설계는 잘못하며, 설계비만 늘 많이 달라고 하면서 일의 양이 얼마나 될지 어떻게 정리될지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반값이고 뭐고 덤핑으로 수주한다는 이야기 아닌가. 이 조경가나 저 조경가나 결과물은 크게 다르지 않으니 더 싼 데 줘도 되는 일이고 그만큼 별로 가치 없는 일이니 첫 번째로 삭감되는 게 설계비 예산이다, 뭐 이렇다는 이야기 아닌가. 무섭다.
이런 사회적 인식은 어제 오늘 형성된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들어 위축되었다’는 말에는 어폐가 있다. 우리나라의 조경설계 분야는 잘나갔던 적이 없다. 왜냐하면 그 사회적 역할 기반이 이처럼 부실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조경은 절대 권력자의 말 한마디로 탄생했다. 조경의 사회적 역할이 일상의 전통이나 문화적·사회적 필요에 바탕을 두고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사회는 조경의 역할을 잘 모르거나 조경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 그들에게 지금에서야 우리가 하는 일에 비용을 지불하라고, 자격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아닐까. 내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들이 밀면서 이게 앞으로 꼭 필요할 테니 사세요, 이렇게 외치면 살 사람이 누가 있을까. 사기꾼으로 의심받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우리의 논의는 건설 시장의 일부로서 조경의 역할에 한정되어 있었다. 지난 특집에서도 드러나듯, 거대한 토목 공화국의 건립이라는 습관적 틀에서 잠시 벗어나게 된 어떤 낯섦이 모든 위기론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위기론의 중심에는 건설 시장의 축소로 일거리가 줄어들어 어려운 상황이고 다시 일감이 늘고 대가가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위기를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가 자리 잡고 있다. 과연 그럴까?
조경설계라는 일이 충분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가치 있는 일이라는 보편적 인식이 존재하지 않는 현재의 상황, 바로 이것이 우리가 극복해야할 설계의 위기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제도와 사회 시스템은 그러한 보편적 합의와 인식을 뒷받침하고 지켜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보편적 인식과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제도와 시스템을 바꾸는 일 못지않게 더 시급한 것은 조경의 사회적 역할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이 시점에 그 역할을 찾고 좋은 결과물을 보여주는 일이다. 그렇게 해서 더 나아진 삶의 모습이 바로 조경가의 역할로 인한 것임을 인식하게 하는 일이다. 눈을 돌려 이 거대한 도시를 보면 조경가의 역할을 기다리는 일이 너무나 많다. 이것을 보려는 노력을 우리가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환경이 열악해지고 건강이 나빠지고 사회적 관계가 엉망으로 꼬인다. 이 난제를 풀어내는 역할을 조경가가 할 수 있다. 조경가의 역할을 제대로 정립하는 것이 지금의 위기(나 위기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도正道일 것이다.
지금 당장 나부터 실천해야 한다. 실천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실천이 모여야 인식도 변하고 나아가 제도도 바뀔 수 있다. 지금은 좀 힘들겠지만 그런 노력을 해야 우리 후배들이, 우리 자녀 세대가 이 일을 이어갈 수 있고, 그들이 이 일을 할 때쯤에는 사회가 조경가에게 지불하는 비용이 아깝지 않다고 여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그 설계 환경도 나아질 것이다.
지난 호의 특집은 진단의 시작점이라는 점에서 충분한 의미를 지닌다.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해 다방면의 진단, 논의, 해법 제시 등을 이어갈 것이라고 기대한다.
박준서는 ‘Link Landscape with Life’라는 모토로 디자인엘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조경설계가다. 조경이란 근원적 삶의 터전으로서의 자연을 문화적으로 해석해 일상에 녹여 내는 행위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에서 조경설계의 사회적 역할을 바로세우기를 바라고, 지어지는 설계를 실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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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어느 광장의 추억
Editorial: A Memory of the Pershing Square
이번 7월호에 퍼싱 스퀘어Pershing Square 지면을 기획하며 5년 전 기억이 떠올랐다. 퍼싱 스퀘어 개조 설계공모에 대한 평문을 써준 김영민 교수가 그 당시 LA 다운타운에 살고 있었는데, 출장 중에 마침 여유 시간이 생겨 하룻밤 신세를 졌다. 이국땅에서 들이부은 소주에 취해 깨어나지 못하는 선배의 손에 그는 아파트 열쇠와 다운타운 지도 한 장을 쥐어주고 서울 출장길에 올랐다. 친절하게도 지도에는 걸어서 가볼 만한 스타 건축가와 조경가의 작품들이 표시되어 있었다. 프랭크 게리의 디즈니콘서트홀, 톰 메인의 작업들, 이미 고전이 된 로렌스 핼프린의 광장과 공원들을 스치듯 둘러보다 어느 광장 입구에 도착했다. 지도를 보니 거친 X자와 함께 ‘로리 올린, 위험, 가지 마세요’라는, 굵은 사인펜으로 휘갈겨 쓴 김 교수의 메모가 적혀 있었다. 퍼싱 스퀘어였다.
올린 할아버지가 설계한 곳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당당히, 거침없이 들어갔다. 도심의 고층 빌딩사이에 파묻힌 사각형 공간, 넓이는 오륙천 평 남짓. 주변 가로보다 높아서 계단으로 광장에 올라간다는 게 우선 생경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보라색의 높은 콘크리트 탑 안에 오렌지색 공이 들어 있고, 같은 색의 큰 구형 오브제들이 바닥에도 있다. 루이스 바라간을 연상시키는 짙은 노란색 가벽이 광장을 가로지르고, 진분홍색 원형 기둥들이 촘촘히 늘어서서 광장과 가로의 경계를 확실하게 나눈다. 어느 방향으로 카메라를 들이대도 작품이 나오는 강한 사진발. 셔터 누르기를 멈추고 광장 중앙의 바닥분수 곁 앉음벽에 걸터앉았다.
그제야 불안감이 엄습했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화려한 색채 때문은 아니었다. 광장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고 외치는 강렬한 조형미 때문도 아니었다. 까닭 없이 불안하기는 했지만 김 교수의 경고처럼 위험을 감지하지는 못했다. 잠시 시간이 흐르자 의문이 풀렸다.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불안감의 원인은 북적이는 도심 한복판의 광장에 나 혼자 있다는 데 있었다. 활력 있는 가로로 둘러싸인 요지에, 세상 어느 곳보다 밝을 것 같은 캘리포니아산 태양빛이 쏟아지는 매력적인 공간에 왜 아무도 없을까. 『이방인』의 뫼르소에 버금가는, 찌르는 듯한 현기증을 느꼈다. 담배를 꺼내 물었다.
불안감이 공포감으로 급변했다. 분명히 나 혼자였는데 순식간에 서른 명 가까운 사람들이 나를 둘러쌌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광장 구석구석의 그늘에 흩어져 있던 남루한 차림의 노숙인들이, 퀭한 눈빛의 마약 중독자들이 모여든 것이다. 귀까지 얼어붙어 그들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했지만 손동작을 보고 담배를 요구하는 것임을 즉각 알아챘다. 두려웠지만 태연하게 웃으며 주머니속의 한 갑과 카메라 가방 속의 비상용 한 갑까지아낌없이 풀어 한 개피씩 나눠 피니 그들은 바로 나를 ‘브로’라 부르며 형제로 대했다. 몇 분 후 우리는 모두 흩어져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지난 4월 말, 인터넷 잡지에서 퍼싱 스퀘어 공모전의 결선작 선정 뉴스를 읽고 한 이방인을 강타했던 그날의 현기증을 다시 느꼈다. 누가 봐도 입지 조건이 뛰어나지만 어느 업종이 들어와도 장사가 안 되는 팔자 사나운 건물이 더러 있다. 광장이나 공원같은 도시의 공공 공간도 기구한 운명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계속 조경가를 바꿔가며 ‘다른’ 디자인으로 덧칠을 해도 공간의 성격이 바뀌지 않는 예가 많다. LA의 퍼싱 스퀘어도 그런 곳 중 하나다.
1866년에 처음 조성된 이 광장에는 150년 동안 무려 일곱 차례나 새로운 디자인이 투입되었다. 리차드 세라의 ‘기울어진 호Tilted Arc’를 걷어내고 마사슈왈츠의 자유분방한 곡선 벤치와 마운드를 얹었다가 다시 백지 위에 마이클 반 발켄버그의 얌전한 조경을 우겨넣은 뉴욕의 제이콥 자비츠 플라자Jacob Javits Plaza 못지않은 변화를 경험한 곳이 퍼싱 스퀘어다.
LA 시민들이 외면하다 못해 혐오하기까지 한다는 현재의 퍼싱 스퀘어는 멕시코 출신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가 뉴욕의 골치 덩어리 브라이언트 파크Bryant Park를 성공적으로 개조한 조경가 로리 올린과 협력해 만든 1994년 버전이다. 퍼싱 스퀘어가 배제와 소외의 광장으로 전락한 것은 1950년대에 지하 주차장을 넣으면서 광장의 레벨을 주변 가로보다 높이고 높은 담으로 광장을 감금하면서부터라고 알려져 있다. 여덟 번째 개조 작업인 이번 프로젝트의 당선작은 광장 외부로부터 “높게 솟은 지면을 평평하게 만들어 퍼싱 스퀘어와 주변 지역의 연계성을 회복하고 … 지속가능한 녹지 공간으로 만들어 활기 넘치는 공간이 되게 할 것”을 전면에 내세웠다. 아장스 테르 앤드 팀Agence Ter and Team의 당선작뿐만 아니라 다른 세 개의 결선작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가 탁 트인 경관을 확보한 ‘녹색천국’이다.
나와 함께 집단 흡연을 즐겼던 그들은 이제 어디로 갈까. 이번 퍼싱 스퀘어 프로젝트의 지향점은 결국 동굴처럼 닫혀 있던 광장을 열어 노숙인과 부랑인을 도시의 또 다른 어느 동굴로 몰아내는 것과 다름이 없다. 지속가능한 운영과 관리를 위해 민관이 협력하여 비영리 주식회사까지 만들었으니 당분간 새로운 퍼싱 스퀘어는 안전하고 청결하고 낭만적인 녹색의 별천지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호 본문의 비평에서 김영민 교수가 단언하듯,“미래의 어느 시점에 퍼싱 스퀘어는 여덟 번째 불만족을 경험할 것이고, 아홉 번째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퍼싱 스퀘어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두고 우리는 몇 가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디자인은 도시를 구원할 수 있는가? 공원은 자본주의 도시의 면죄부인가? 녹색 공간은 도시 정치의 만병통치약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