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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1982년생 이야기
1982년에 태어나 21세기의 문을 열며 조경학과에 입학했던 그들이 마흔의 문턱을 넘었다. 이번 호에는 국내외 조경설계사무소, 조경시공사, 엔지니어링사, 건설회사, 지방자치단체, 대학 강단에서 다채로운 삶을 꾸려온 ‘82년생 김조경’ 열두 명을 초대했다.
1982년생이 친숙한 건 100만 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 소설이자 350만 관객을 모은 영화인 ‘82년생 김지영’ 덕이겠지만, 사실 그들이 탄생한 해는 한국 현대 조경사와도 인연이 깊다. 1982년은 『환경과조경』이 창간한 해다. 한국조경학회 창립을 기점으로 잡는다면 한국 조경의 10주년이며, 한국조경연합회가 세계조경가협회IFLA에 가입한 해이기도 하다.
내가 중학교 2학년이었던 1982년,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했다. 같은 해에 개장한 잠실종합운동장 야구장에서 제27회 세계야구선수권대회가 열렸고, 김재박의 동점 ‘개구리 번트’와 한대화의 역전 홈런으로 한국 대표팀은 우승을 하고야 말았다. 한국 야구의 황금세대로 불리는 82년생 선수로는 이대호, 추신수, 오승환, 김태균이 있다. 내 머릿속 82년은 온통 야구뿐이지만, 사실 이 해는 정치 환경이 요동치고 사회와 문화가 급변하던 시기의 한복판이었다.
서슬 퍼런 5공화국 초기인 1982년,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권은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미명 하에 사회를 통제하고 인권을 탄압했다. 반포대교 개통, 서울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교대역 구간 개통도 82년이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교복에서 해방되고 두발 자율화가 전격 시행된 것도 기억할 만한 일이다. 야간통행금지 폐지도 빼놓을 수 없다. 영국과 아르헨티나 간의 포클랜드 전쟁이 발발했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인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가 출시되어 ‘보는 음악’의 시대를 열었다. 1982년을 대표하는 대중가요로는 윤수일의 ‘아파트’를 꼽아야 한다. 물론 이용의 ‘잊혀진 계절’, 전영록의 '종이학’, 윤시내의 ‘DJ에게’,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 산울림의 ‘내게 사랑은 너무 써’ 등 수많은 히트곡도 82년생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 해에 가장 흥행한 한국 영화는 ‘애마부인’이지만, ‘록키3’, ‘람보’, ‘사관과 신사’, ‘ET’ 같은 외화에 몰려든 인파에는 비할 바 아니었다.
이번 특집에 참여한 82년생 조경인 고은진, 김정화, 김정훈, 김현정, 박진구, 송동근, 윤호준, 이한희, 채장원, 최동원, 최영준, 최효욱과 동갑인 연예인 중에는 김민희, 손예진, 한가인, 정지훈, 이준기, 현빈 등 지금도 맹활약하고 있는 스타가 유달리 많다. 해외 셀럽을 한 명만 꼽자면 단연코 앤 헤서웨이다. 뉴욕타임스가 정의한 밀레니얼 세대가 1981년생부터 1996년생까지니, 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 MZ 세대의 문을 연 큰언니, 큰형인 셈이다.
‘82년생 김조경’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간 1989년에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폴란드, 헝가리, 체코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등 동유럽 공산주의 정권들이 도미노처럼 차례로 쓰러졌다. 이들이 중학생이 된 1995년,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는 ‘세계화 원년’을 선언했다. 첫 지방선거가 실시되어 민선 지자체장 시대가 열렸다. 케이블 다채널 시대가 개막했고, PC통신이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드디어 인터넷이 대중화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95를 발매해 IT계의 대혁명이 일어난 것도 같은 해의 일이다. 이들이 고등학생이 된 1998년은 전년 말에 불어닥친 IMF 외환위기로 대다수 국민이 구조조정과 실업난의 고난을 겪은 흑역사의 절정기였다. 이 해를 전후로 H.O.T., S.E.S., god, 젝스키스, 신화, 베이비복스, 핑클 같은 1세대 아이돌 그룹들이 대거 데뷔해 대중문화의 새 장을 열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82년생 김조경’들이 대학 조경학과 신입생이 된 2001년, 대망의 21세기가 시작됐지만 뉴욕발 9.11 테러는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다. 마침내 IMF 시대를 졸업했고,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해 한국은 동아시아의 항공과 물류 허브로 도약했다. 사용자 1천만 명을 넘어서며 휴대전화가 대중화되었고, 이른바 모바일 시대가 열렸다. 2001년 연말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오리무중五里霧中이었다.
‘82년생 김조경’들이 대학 생활을 하거나 사회 초년생이던 시기, 국내외를 막론하고 조경의 지형과 판도가 꿈틀거렸다. 21세기의 문을 열며 진행된 다운스뷰파크, 프레시킬스, 하이라인 등의 국제 설계공모가 조경 이론과 실천의 변화를 재촉했고,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선유도공원, 서울숲, 한강르네상스를 횡단하며 한국 조경의 변신 프로젝트가 펼쳐진 것도 이 무렵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도시, 2기 신도시가 촉발한 대형 사업은 ‘조경의 시대’라는 표현을 낳기도 했다. ‘82년생 김조경’들은 역동적인 조경의 시대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성장했지만 정작 그들이 30대에 접어든 때부터는 한국 조경의 외적 환경이 위축되는 역설을 마주하기도 했다. 21세기의 개막과 함께 조경을 공부하고 다양한 직군에서 조경의 길을 걸어온 열두 명의 이야기는 한국 조경 50년사의 근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생생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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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감각] 적당한 거리
자주 다니던 수목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식물은 복수초 같았다.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된 진노랑상사화, 흰 꽃을 피우는 희귀한 진달래, 종을 정의할 때 기준으로 삼는 기준표본목문배나무 등 특별한 사연과 가치를 가진 식물들이 많지만, 몰려든 사람들이 줄까지 서서 구경하는 건 복수초가 유일했다. 복수초 주변에는 사람의 접근을 막는 울타리가 있다.
꽃 필 무렵의 복수초는 키가 한 뼘도 채 되지 않는다. 그래서 바닥에 뒹구는 낙엽 틈에 꽃이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꽃을 보기 위해 쪼그려 앉은 채 울타리 창살 틈으로 팔을 뻗고, 카메라 배율을 최대한 높여 사진을 찍는다. 꽃이 작고 울타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휴대폰 카메라에 자세히 담기지 않는다. 괜히 이 울타리가 답답하고 성가시다.
울타리는 복수초를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복수초는 해가 바뀌면 가장 먼저 피는 꽃이라 겨우내 꽃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앞다퉈 찾는다. 그런데 복수초는 크기가 작아 꽃이 노랗게 피기 전에는 눈에 띄지 않는다. 게다가 해가 없으면 꽃잎을 닫아버리기에 꽃을 보러온 이들의 발길에 꺾이고 밟힌 꽃봉오리가 여럿이었을 것이다. 울타리 속에는 이전보다 더 많은 복수초가 피어난다. 가까이 보고 싶고 울타리는 답답하지만, 멀리서 복수초를 본다. 노란 꽃잎이 햇빛에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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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조경
고은진 서울시 노원구 푸른도시과 주무관
김정화 네바다주립대학교 라스베이거스 캠퍼스 건축대학 교수
김정훈 동림종합조경 현장소장
김현정 HEA 부소장
박진구 크랙넬 어소시에이트 디자이너
송동근 부영주택 조경부 팀장
윤호준 조경하다열음 소장
이한희 현대건설 익스테리어팀 매니저
채장원 조경, 디자인 진심 소장
최동원 한국수자원공사 공간경관처 경관계획부 과장
최영준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최효욱 유신 레저조경부 차장
막 조경학과에 입학한 신입생이 선배에게 하는 단골 질문은 필시 이것일 것이다. “조경학과 졸업하면 무슨 일 하나요?” 모두가 궁금해할 법한 기본적인 질문이지만 답변하기는 쉽지 않다. 조경설계사무소, 엔지니어링, 조경시공사, 건설사, 공무원, 공기업, 연구소와 같은 답안을 내놓을 수도 있고, 조경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조금 다른 길을 걷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도 있다. 좀 더 심화된 질문에는 답하기 더욱 어렵다. “그 직업은 무슨 일을 하나요? 어떻게 하면 할 수 있나요?”
이 질문에 답하고자 1982년에 창간한 환경과조경과 동갑인 “82년생 김조경”의 현재를 추적했다. 조경학과를 졸업한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을까. 어떤 길을 걸어 지금의 삶에 도달하게 되었을까. 다채롭게 삶을 꾸리고 있는 김조경들의 이야기가 졸업 후 미래를 어떻게 그려나가야 할지, 어떤 길을 택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는 이들에게 작은 나침반이 되길 기대하면서.
진행 김모아, 금민수, 이수민 디자인 팽선민
82년생 김조경에게 던진 공통 질문
1 어제 하루(혹은 한 달) 동안 무슨 일을 했나요.
2 조경을 전공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3 지금의 직업을 선택한 이유와 그 과정을 알려주세요.
4 일을 하며 가장 즐거운 순간은 언제인가요.
5 지금의 일을 해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6 만약 지금 대학생이라면 무엇을, 왜 해보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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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조경] 고은진
좋은 사람과 어울려 베풀 수 있는 일
1 현재 몸담고 있는 노원구청에서 내가 맡은 일은 공원 리모델링 사업과 재건축 등으로 새로 만드는 공원의 방향을 협의하는 일이다. 오래되고 낡은 공원을 직접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의견을 들어 새롭게 재탄생시키는 과정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계획부터 설계, 시공, 유지‧관리까지 전 과정을 아우를 수 있다. 물론 각 과정의 전문가는 따로 있지만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성과물을 창출할 수 있는 직업을 찾기 쉽지 않다. 그렇게 재조성된 공원에 이용자들이 “좋아요”라고 반응할 때 느끼는 감동을 어찌 말로 할 수 있을까. 그럴 때면 얼른 아이 손을 잡고 가서 엄마가 만든 공원이라고 마음껏 자랑하고 싶어진다.
2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대학과 전공을 정한다는 게 어린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당시 한창 유행하던 필통 만들기를 하며 재미를 붙였던지라 실용 디자인 분야가 눈에 들어왔고 그중 눈에 띈 건 건축학과였다. 당시 서울시립대학교는 건축과 조경이 학부로 묶여 있었다. 별 뜻 없이 여러 수업을 듣던 중 이름도 생소했던 조경이라는 학문을 접했을 때 새로 눈이 떠지는 듯했다. 자연을 담아 디자인을 하다니! 그렇게 운명처럼 조경학을 선택하게 됐다.
*환경과조경420호(2023년 4월호)수록본 일부
고은진은 노원구청 푸른도시과에서 일하고 있는 7급 공무원이다.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하고 9급 공무원으로 입사했다. 보통 조경이나 산림을 전공한 이들이 선택하는 녹지직은 산과 공원, 녹지를 관리하고, 주민을 위한 행사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또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직업이다. 물론 불법 행위 단속을 해야 하는 고달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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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조경] 김정화
언제나 깨어 있는, 쓸모를 따지지 않는 연구를 할 수 있는 곳
1 2022년 8월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살고 있다. 사막 도시, 카지노 도시인 이곳에도 조경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네바다주립대학교 라스베이거스 캠퍼스 건축대학에 조경 이론 및 역사 전공 조교수로 합류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지내고 있다.
학기 중에는 수업으로 바쁘다. 지난 학기에는 1학년 조경사 수업과 3학년 조경 스튜디오를 담당했고, 이번 학기에는 3학년 조경 스튜디오 하나만 가르친다. 스튜디오가 매주 11시간씩 편성되어 있어 이틀에 한번씩 학생들을 만난다. 학생들을 자주 만나는 덕에 영어 귀가 뚫리는 긍정적 효과를 경험하고 있다. 스튜디오 시간에는 9명의 학생들과 세미나도 하고 디자인도 한다. 라스베이거스는 계속 팽창 중이고, 기능을 못하는 잔디를 모두 제거할 정도로 물 부족 문제를 심하게 겪고 있어 조경 이슈가 꽤 있다. 그래서 이 도시를 대상으로 스튜디오를 진행하고 있다.
수업 외 학교 일로는 건축대학 교수 회의와 조경 전공 교수 회의, 인테리어 전공 교수 채용 심사, 대학원 입학 심사, 교수 연말 평가, 학장 미팅 등이 있다. 모두 다 처음 (그것도 영어로) 해보는 일이라 매번 우왕좌왕한다. 그래도 아직까지 잘 버티고 있는 K-교수다.
수업 사이에 덩어리 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4년 후에 정년 심사도 있고 연구 기반도 닦아야 해서 이 시간에 연구 제안서나 논문을 쓴다. 얼마 전에는 2022년 현대자동차 제로원ZER01NE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알게 된 아티스트들과 함께 서해안 갯벌 경관을 연구하는 다학제 연구 제안서를 썼고, 지금은 환경공학과 교수와 함께 학교 내 학제간 연구 프로그램에 낼 지원서를 쓰기 시작했다. 내는 족족 다 되면 좋을 텐데, 올해는 벌써 퇴짜 맞았다. 어제는 2018년에 시작한 연구를 끝냈다. 봄 방학이라 인적 없는 학교 연구실에서 집중 모드로 논문을 썼다. 아주 후련하다.
이제 이 원고까지 다 끝내고 나면 텍사스에 갈 것이다. 샌안토니오에서 미국 조경교육자협의회CELA 연례 학 술대회가 열린다. 이번에 처음 참석하는데, 분위기 파악을 해볼 참이다. 마침 지금 텍사스에서 교수 생활을 하고 있는, 함께 석사 과정을 했던 후배도 온다고 해 기대 중이다.
*환경과조경420호(2023년 4월호)수록본 일부
김정화는 미국 네바다주립대학교 라스베이거스 캠퍼스 건축대학 조교수다. 2022년 가을 학기부터 조경 이론과 역사 수업을 담당하고 스튜디오도 함께 가르치고 있다. 이전에는 막스플랑크 예술사연구소 내 식물을 테마로 한 다학제 연구 팀인 4A_Lab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지냈다. 19~20세기 한국과 주변국의 관계 속의 조경사가 주 관심사다. 서울대학교에서 조경학을 공부했고, 2017년 “우리나라 식물원의 기원과 진화”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8년부터 도시경관연구회 보라(BoLA) 멤버로 활동하며 조경 아카이브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2022년에는 현대자동차 제로원 크리에이터로서 아티스트 마르코 바로티, 큐레이터 김금화와 함께 설치물과 다큐멘터리 ‘MOSS-이끼’를 제작하고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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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조경] 김정훈
사람의 손으로 시작해 사람의 손으로 마무리하다
1현재 경기도 양주의 한 아파트 현장에서 조경 식재와 시설물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준공일이 임박해 한창 마무리 작업 중이다. 공동주택이라 복합 공정으로 이루어져 있고 여러 타 공정과도 얽혀 있다 보니 계획한 일정에 비해 많이 늦어졌다. 여느 현장과 마찬가지로 조경은 건축과 토목 공정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선 공정이 진행되어야 마감 공정이 뒤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재작년부터 건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여러 문제가 생겼다. 시멘트, 레미콘, 철근 등 자재값 상승과 운송업 파업 등 여러 이슈가 뒤섞여 현장에서 고충이 컸다. 이런 상황 때문에 선행 공정이 늦춰지고, 강추위로 인해 공사 구간의 결빙이 생겨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예정된 일정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소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준공일은 정해져 있고 남은 시간은 촉박한 상황이라 여러 공정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조경 식재 공사로 대형목 및 기타 교목과 관목을 식재하고, 암석원을 조성하는 중이다. 곧 지피류와 잔디 식재도 진행할 예정이다. 구조물 공사는 작년에 어느 정도 마무리해놓은 상태라 잔여 경계석 설치와 보도블록 포장이 한창이다. 티하우스와 퍼걸러 마감 작업도 함께 진행 중이다. 일정 상 이미 끝났어야 할 공정도 같이 진행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했다. 사실 그전까지 조경은 내게 참 생소한 단어였다. 수능이 끝난 어느날 저녁, 부모님이 운영하는 가게의 테이블 위에 놓인 신문 광고 한 장을 발견했다. 평소 아버지가 조경 분야에 관심이 많았는데, 때마침 신문에서 조경학과 신입생 모집 공고를 보고 스크랩을 했던 것 같다. 그 광고를 내게 보여주며 앞으로의 조경 산업이 비전이 있을 것 같다며 전공으로 추천했다. 이후 고심 끝에 조경학과 진학을 결정했다.
*환경과조경420호(2023년 4월호)수록본 일부
김정훈은 연암대학교 조경학과 졸업 후 새로운 배움의 길을 찾아 한경대학교 지역자원시스템공학과에 진학해 시설의 입지 선정과 공간 및 자원 활용에 대해 연구했다. 이후 동림종합조경 시공 부문에 입사해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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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조경] 김현정
중요한 건 한계를 정하지 않는 마음
1 인터뷰 요청 연락을 받은 시점은 육아휴직 후 회사로 복귀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복귀 첫날 간단한 프로그램 단축키가 생각나지 않아 적응 시간이 꽤 걸릴 줄 알았는데 역시나 오산이었다.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지금, 한 달 하고 보름 정도가 지났는데 그 사이 기본 및 실시설계와 관련된 다양한 업무를 진행했다.
공간 디자인을 하고, 법적 사항을 확인하고, 보고 자료를 만들고, 디테일을 고민하고, 도면을 작성하고, 공사비를 산출하고, 회의에 참석하고……. 어릴 적 배운 자전거에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하듯 자연스럽게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다만 똑같은 페달을 밟아도 장소에 따라 새로운 경험이 되듯, 매번 반복적인 설계 과정이어도 대상지에 따라 흥미로움은 언제나 변한다.
간혹 금요일에 끝내지 못한 고민들의 답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에 생각이 나기도 한다. 지난 주말엔 한 프로젝트에서 고민하던 포장재 색상을 주말에 놀러간 장소에서 영감을 얻고 결정하기도 했다.
2 아이들이 쓰는 말 중에 가장 모호한 답변이 ‘그냥’이다. 정말 어쩌다 하게 됐다. 쳇바퀴 돌 듯 정해진 틀에 맞춘 일상에 현기증을 느낀 고등학생의 패기였을지도 모른다. 그땐 그랬다. 그냥 해보고 싶다는 그런 얄팍한 마음 정도. 재미있을 것 같고, 유망해 보이고, 무엇보다 ‘자유분방한 정신’이 느껴졌다고 할까. 사람이든 물건이든 장소든 먹고 사는 ‘업’이든, 마음을 빼앗기는 데는 비단 논리적인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순간의 비이성적 결심이 한참 지나고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현재의 합리적 나를 만드는 데 일조하는 초현실적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러면 어쩌다 조경학이었을까. 한때 두루뭉술하게 국어 교사나 광고 기획자를 꿈꾸던 문과생은 수능 참사라는 핑계로 공대까지 기웃거리게 된다. 조경학과는 공과대, 농업생명과학대, 미술대, 자연과학대 등 소속이 참 다양하다. 공대 중 가장 공대답지 않아 보이고 몽글몽글 글 쓰듯 ‘대지 위에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조경이라는 학문에 이끌렸던 건 운명이었을까. 적분도 공부하지 않은 문과생이 대학 수학과 대학 물리학을 기호 암기하듯 패스하고 그렇게 조경가가 되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지극히 개인적인 과거사를 공유하는 것은 조경이라는 학문과 실무를 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자신의 한계를 정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이 명확할 때 가장 큰 장애물은 스스로 자신 없는 단정 지음뿐이다.
*환경과조경420호(2023년 4월호)수록본 일부
김현정은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오래된 광고 카피처럼 설계의 품격은 리얼리티에 기반한 섬세한 고민들로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동아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하고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에서 다년간 기초 실무를 쌓았다. 서른이 훌쩍 넘어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 진학해 만학도 생활을 즐기고 다시 설계로 복귀했다. 현재는 HEA 일원으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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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조경] 박진구
조경은 이야기, 형태의 창조, 논리적 과정의 합
1 최근 한 달 동안 사우디 리야드 호텔, 사우디 마디나 호텔, 사우디 제다 코니시 오픈스페이스 프로젝트 공모,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주거단지 프로젝트를 맡아 하고 있다. 어소시에이트의 주요 역할은 맡은 프로젝트를 높은 완성도로 약속된 시간에 제출하고 같이 일하는 디자이너를 멘토링 해주는 것이다. 현재 함께 일하는 조경 디자이너, 그래픽 스페셜리스트에게 디자인 방향을 제시해주고 멘토링을 해주며 담당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있다. 매주 클라이언트와 미팅하면서 디자인 제안을 하거나 발전된 디자인의 상황을 프레젠테이션한다. 때로는 직접 스케치, 3D 작업, 캐드 드로잉을 하기도 한다. 좀 더 생생한 일상을 전하기 위해 어느 하루를 간략히 되돌아봤다.
7:30 am 차를 몰아 오피스가 있는 디자인 디스트릭트로 향한다. 운전하며 오늘 할 일을 머릿속에 정리한다.
8:00 am 우리 회사에는 바리스타가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라테 한 잔을 부탁하고 자리에 앉는다. 운전하며 생각한 사항을 노트에 적고, 이메일을 체크한다. 디자인 디렉터에게 시간이 있냐고 물어본다. 디자인 디렉터와 전날 있었던 상황 혹은 앞으로의 진행 상황을 토론하며 아침을 시작한다. 짧은 대화 뒤 자리에 다시 앉아 분배할 일들을 정리한다. 대부분은 스케치 마크업이다. 9시면 팀원들이 슬슬 도착한다. 도착하는 순서대로 일을 나눠주고 내 할일을 시작한다.
11:00 am 너덧 개 프로젝트를 관리하다보니 거의 매일 미팅이 있다. 클라이언트 혹은 건축, 인테리어, MEP 등 관련 공종과의 코디네이션 미팅이다. 그날 미팅에서 논의할 내용들을 스케치, 사례 사진, 간단한 3D 등 가급적 효율적이고 빠른 방법으로 준비한다.
4:00 pm 여러 미팅에 참여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테니스 코치에게 문자를 보내 코트를 예약한다. 기분이 좀 좋아진다. 팀원들의 진행 사항을 체크하기 시작한다. 대부분은 그 자리에서 빠른 스케치를 해주며 나아갈 방향을 지시해준다. 가끔 빨리 안 풀리는 경우가 있으면 내 자리로 가져와 좀 더 상세히 들여다본다.
5:00 pm 다시 한번 팀원들의 진행 사항을 체크하고 미비한 게 있으면 도와준다. 캐드, 3D, 스케치, 인디자인 등 툴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그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7:00 pm 일을 마무리하고 놓친 게 없는지 이메일을 체크한다.
2 서울시립대학교 화학공학과에 01학번으로 입학했다. 화학공학도 매력이 있었지만 좀 더 직접적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싶었다. 조경이 그 목표에 적합한 학문이라 생각해 전과를 했다. 지금 돌아보니 순진한 생각이었지만, 덕분에 꽤 적성에 맞는 직업을 갖게 됐다.
*환경과조경420호(2023년 4월호)수록본 일부
박진구는 조경 디자인 내러티브를 형태로 연결시키는 과정에 관심이 있다. 조경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질을 높일 수 있고 자신의 삶의 가치 또한 높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하고 인터조경기술사사무소에서 2년, 스튜디오테라에서 3년 실무를 했다. 외국에서 실무 경험을 쌓기 위해 2012년 영국 에식스대학교 리틀 칼리지에서 정원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그 뒤 런던 마사 슈워츠 파트너스에서 디자이너로 2년간 일하며 중동 프로젝트를 경험했다. 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중동에서 커리어를 쌓기로 결심하고 두바이 파슨스 조경 팀에서 4년간 일한 뒤 현재 두바이 크랙넬에서 어소시에이트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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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조경] 송동근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1 전국 아파트 조경 답사를 진행했고, 아파트 조경 성공 및 실패 사례를 살펴보며 아파트 조경 트렌드를 분석했다. 해당 내용을 토대로 회사의 조경 가이드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조경 식재 하자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며 해당 내용을 매뉴얼로 만들어 오픈 채팅방에 공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답사를 통해 신품종 수종과 중부지방에서 활용 가능한 수목을 공부하며 수집 중이다.
2 과수원을 운영한 아버지 덕분에 어릴 때부터 나무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자연 경관이 부족해서 팍팍하게 느껴지는 도시에 나무를 심고 싶은 마음으로 경원대학교(현 가천대학교) 조경학과에 입학했다. 입학 후 과제하느라 자주 밤을 새우고 취업한 선배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조경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진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군대 전역 후 나름대로 인생을 계획함에 있어서 비싼 등록금 내고 배운 조경이기에 전공을 살리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 같다.
*환경과조경420호(2023년 4월호)수록본 일부
송동근은 경원대학교(현 가천대학교) 조경학과 졸업 후 조경설계, 조경 시공, 조경 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15년차 조경인이다. 현재는 부영주택 조경 담당자로서 전국 분양 및 임대 아파트 조경 및 안성 마에스트로CC 골프장 외 8개 골프장을 관리 감독 하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조경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수다방’의 운영자로 현재 1,000명의 회원과 소통하며 조경 분야 발전을 위한 대외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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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조경] 윤호준
기회를 놓치지 않는 유연하고 자신감 있는 태도
1 요즘 일상은 설계와 학업 그리고 박람회(컨벤션) 준비로 요약된다. 동료들과 함께 운영하는 회사 업무와 정원학 박사 과정을 병행하고 있다. 주중에는 현장 업무와 각종 회의, 전화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낸다면, 주말에는 부족한 지식을 더하기 위한 학업에 몰두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학교가 위치한 고양시에 농가와 정원 용품 상점이 많아 자주 들르는 편이다. 꽃의 개화를 보며 계절과 날짜를 확인하고, 새로운 품종과 비워지는 매대를 보며 트렌드와 인기 품종을 가늠해보기도 한다.
현재 다니고 있는 중부대학교에는 2021년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조성한 생활 정원이 있다.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잠시라도 이곳에 머물며 정원을 둘러보고 식물의 상태를 세밀하게 살펴본다. 전공과 직업이 조경이다 보니 이동하다가 실무와 직접적으로 맞물리는 장소를 발견하면 더욱 의미 있고 즐거운 기억이 된다.
현재 서울식물원 해봄행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얼마 전 2023 서울정원박람회 운영 제안서 작업을 마무리했다. 조경 전공자가 행사를 왜 하지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공간을 계획하고 실제 조성해 본 경험이 박람회를 준비하는 데 큰 기반이 됐다. 조경 전공 학생이라면 서울식물원이나 올해 서울정원박람회가 개최되는 하늘공원에 한두 번 방문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방문객으로 공간을 즐기는 것과 프로젝트 담당 실무자로서 현장을 바라보는 것은 조금 차이가 있는데, 우리는 이러한 관점의 차이를 관찰할 줄 알아야 한다. 전문가의 시선으로만 공간을 바라보면 때로는 보편적 다수의 행태를 놓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래서 대상지를 전문가적 시선과 일반인의 관점 모두로 살피고자 노력한다. 특히 업무 시간 외에도 가족 혹은 동료와 자주 대상지를 방문하곤 한다. 이때 이용자 행태를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으며, 이용 계층마다 어떻게 공간을 즐기는지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체감할 수 있다.
매년 전국에서 개최되는 다양한 정원박람회에 계획가나 설계가, 운영자, 작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해왔다. 준비 기간이나 예산 등의 한계로 해외의 박람회와 차별화된 특색을 찾아보기 어려운 점이 아쉬웠다. 이 부분을 언제나 많이 고민하고, 종종 코엑스나 킨텍스에서 열리는 타 분야 박람회를 찾아가 접목할 점은 없는지 찾아보기도 한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올해 상반기에는 독일연방정원박람회BUGA도 다녀올 계획이다.
가장 주력하고 있는 설계 프로젝트는 캄보디아에 조성하는 한·아세안 국가정원 기본계획이다. 국외에 조성되는 첫 번째 한·아세안 국가정원이기에 한국과 상이한 캄보디아의 인문‧자연 환경을 존중하고 한국성을 잘 담을 수 있는 정원을 고민하고 있다. 조성 이후 현지에서 지속적으로 유지‧관리할 수 있는 방안도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다.
*환경과조경420호(2023년 4월호)수록본 일부
윤호준은 조경설계를 기반으로 사회를 바꾸고자 한다. 경원대학교(현 가천대학교)에서 조경을 전공하고 설계사무소에서 10년간 경력을 쌓은 뒤 제도권을 넘어 새로운 판을 만들자는 포부로 2017년 조민영과 함께 조경하다 열음을 열었다. 주민과 소통하고 공간의 조사, 설계, 시공뿐만 아니라 교육과 컨설팅, 박람회까지 아우르는 생활밀착형 조경을 전문적으로 다룬다. 자연의 모습을도시에 재현하는 편집자로서 사무실보다 현장에서 답을 찾고, 직관보다 경험, 발주처보다 주민의 이야기에 귀를 더 기울인다. 예비 조경가를 발굴·육성하는 매니지먼트 회사로 조경설계사무소를 키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