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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의 장소성을 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장소의 순환’ 전
서울 성곽은 중요한 국가 시설이 있는 한성부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도성(都城)이다. 흥인지문은 성곽 여덟 개 문 가운데 동쪽에 있는 문으로, 흔히 동대문이라고도 부른다. 조선시대 태조 5년(1396) 도성 축조 때 건립되었으나 단종 원년(1453)에 고쳐졌고, 지금의 흥인지문은 고종 6년(1869)에 새로 지은 것이다. 도성의 여덟 개 성문 중 유일하게 옹성을 갖추고 있으며 조선 후기 건축 양식을 잘 보여준다.
해방 이후, 동대문 일대는 본격적인 변화를 맞이한다. 도성의 동쪽 끝에 놓여 있다 해서 동촌이라 불렀던 이 일대는 북촌, 서촌, 남촌에 비해 번화하거나 부유한 지역은 아니었지만 한양의 간선 도로와 주된 물줄기를 따라 사람이 모이고 경제 활동이 일어나는 도성의 한 축이자 요충지였다. 근대기에 접어들면서 이곳은 새로운 교통 체계가 생기고 8.15 해방과 6.25 전쟁 이후 기존의 시장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며 급속하게 성장했다.
1980년대, 동대문 일대는 광장시장을 비롯해 동평화·제일평화·흥인·덕운·남평화·광희·청평화 시장 등이 들어서며 전국 최대 규모의 의류 도매시장으로 발돋움했다. 뿐만 아니라 의류, 직물 등의 해외 수출 기지로 자리 잡으며 거대 의류 시장으로 성장한다. 1990년대에는 현대식 시설을 갖춘 대규모 상가가 들어서면서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바꾸기도 했다. 20세기 초 한양 도성의 동쪽 끝에 자리 잡았던 하도감 터에 동대문운동장이 들어섰지만, 2006년 운동장은 철거됐다. 그 자리에 들어선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동대문의 장소성과 역사적 가치를 미디어 아트로 풀어낸 전시 ‘장소의 순환’이 DDP에서 개최됐다. 이번 전시는 ‘서울라이트 DDP’의 차세대 미디어 아티스트 육성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다섯 명의 미디어 아티스트는 한양 도성부터 훈련도감, 동대문운동장, 패션 상권, DDP까지 동대문이라는 장소에 오랜 시간 층층이 쌓여온 이야기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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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경계를 모른다
페이스갤러리, 마야 린 개인전
너른 잔디밭을 가로지르는 느슨한 V자 모양의 틈. 단단한 쇠붙이를 툭 찍어 생긴 상흔처럼 벌어진 자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얼굴이 비칠 정도로 반짝이는 검은 화강석이 모습을 드러낸다. 바닥에서 시작해 사람의 키를 훌쩍 넘어설 정도까지 서서히 높아지다가 다시 지면으로 하강하는 검은 벽에는 베트남 전쟁 희생자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다. 흰색으로 새긴 이름을 보며 개인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이곳은 베트남 참전용사 기념비다.
1982년 설계공모를 통해 만든 이 기념비의 계획안은 당시 큰 논란을 일으켰다. 높은 기념물이 들어선 주변의 내셔널 몰과 달리 단순한 형태에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기념비는 영웅적 디자인을 기대한 대중들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게다가 당선자가 유명한 건축가가 아닌, 당시 나이 23세, 중국계 미국 여성이자 예일대학교 건축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마야 린(Maya Lin)이었다.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었고 영향력 강한 정치가가 목소리를 더했지만, 기념비를 처음 계획한 얀 스트럭스(Jan C. Scruggs)가 강력히 밀고 나간 덕분에 설계안을 지켜낼 수 있었다. 논란이 불거지는 과정에서 마야 린이 남긴 말은 줄곧 애국의 선전물로 여겨졌던 기념비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상실이라는 뼈아픈 현실을 인식하게 될지라도, 상실감을 극복하는 것은 어차피 각 개인의 몫이다. 죽음은 결국 개인의 사적인 문제이며, 따라서 이 기념물의 내부 공간은 개인의 명상과 심판을 위해 마련된 조용한 장소다.”
*환경과조경420호(2023년 4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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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웃거리는 편집자] 96년생 이조경
이번 호 특집을 준비하고 매만지면서 본 선배들의 이야기에 조경학과를 졸업한 나도 공감한 부분이 많다. 특히 ‘만약 지금 대학생이라면 무엇을, 왜 해보고 싶나요’에 대한 답을 읽으며 대학 시절의 내가 저런 조언을 들었다면 어땠을지 상상해보기도 했다. 조경 전문지 에디터인 나는 꽤 오랜 시간 고민하고 이곳저곳을 둘러본 끝에, 전공에서 조금 빗겨났지만 그래도 조경 동네에 머물고 있다.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몇 문항에 답을 해보았다.
1 『환경과조경』 4월호 마감을 코앞에 두고 있다. 에디터는 남들보다 한 달 일찍 산다. 월 초에는 자료 수집과 필자 발굴로 바쁘다. 4월호 편집과 동시에 5월호 기획을 점검한다. 그리고 잡지 콘텐츠를 웹에 업로드하기 적합한 형태로 가공해 디자인한다. 환경과조경 공식 인스타그램(@lak_korea)에 업로드하는 잡지 콘텐츠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데, 좋아요와 팔로워의 숫자에 예민해졌다. 특히 지금 가장 공 들이고 있는 콘텐츠는 유튜브1다. 영상 길이는 짧지만 기획과 제작에 그보다 몇 배의 시간이 소요되는 게 ‘넘기다, 살짝’이다. 그달의 잡지를 예고편처럼 소개하는 영상인데, 몇 차례의 회의를 거쳐 인트로를 찍고, 제작에 필요한 이미지를 추리고, 콘티를 정리해 영상 편집자에게 편집계획서를 넘긴다. 3월부터 최신호와 과월호 특집과 연재의 한두 문장을 영상으로 볼 수 있는 30초 남짓의 ‘하루 한 문장’ 쇼츠 영상도 정성 들여 만들고 있으니 많은 구독 부탁드린다.
메일함에 도착한 원고를 읽으며 부족한 자료는 없는지 필자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점검하고, 교정 및 교열을 하고, 디자이너에게 넘겨 함께 디자인 레이아웃을 고민한다. 교정지가 나오면 몇 차례 교정을 보며 오타와 비문을 찾고, 글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이미지 배치를 다시 고민해보고, 전반적으로 통일성 있는 잡지를 만들기 위해 에디터들과 의논하며 잡지를 완성해 나간다. 틈틈이 인스타그램 게시물도 업로드한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마감을 마치면 한 달이 끝난다. 다시 새로운 기획과 특집을 위한 자료 수집을 시작해야겠다.
2 “한때 두루뭉술하게 국어 교사나 광고 기획자를 꿈꾸던 문과생은 수능 참사라는 핑계로 공대까지 기웃거리게 된다.”(31쪽) 한 필자가 이렇게 답했다. 사실 나도 비슷했다. 수능 참사로 여러 학과를 기웃거리다 학과 홈페이지에 있던 식물이 가득한 곳에서 수업하는 사진에 끌려 조경학과에 입학했다. 그림엔 소질이 없는데, 도면 그리기와 스케치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조경학과를 다니며 나도 몰랐던 재능을 발견했다. 캐드, 일러스트, 포토샵 등 디자인 프로그램을 잘 만지는 것이다. 디자인 툴이 조경의 전부는 아니지만, 이 능력 덕에 나름 만족스러운 패널들을 만들면서 조경에 재미를 느끼고 정을 붙여나갈 수 있었다.
3 어렸을 때부터 꿈꾼 교사에 대한 꿈을 저버릴 수 없어 교직이수를 했다. 졸업 후 임용고시를 준비했지만 (뽑지 않아서 더 좁았던) 합격의 문을 열지 못했다. 결국 미련을 버리고 새로운 꿈을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대학 시절 즐거웠던 적이 언제인지 돌이켜보니 환경과조경 통신원 활동이 떠올랐다. 기사 작성을 위해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질문 준비부터 인터뷰이 섭외 등 풍성한 글을 구성하기 위한 기획에 꽤 열정적이었다. 특히 인터뷰이의 우물쭈물한 답변에 추가 질문과 호응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끌어냈을 때 처음 느껴보는 짜릿함을 맛봤다. 과제 속 우물 안 개구리였던 내게 새로운 기분을 선물해준 이 기억에 푹 빠져 있었는데, 운명처럼 환경과조경 에디터 공고가 올라왔다. 타이밍과 운이 잘 맞물렸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던 것 같다.
5 필자들의 답변에서 가장 공감한 부분이 72시간 프로젝트, 시민정원작가 디딤돌 프로젝트 등 대학생 때 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참여를 추천하는 이야기다. 물론 일이 매끄럽게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고 과제와 시험으로 바쁜 일상은 더욱 분주해지겠지만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성향과 능력들을 발견할 수 있다. 나도 대외활동 덕에 기획하는 것을 좋아하고 이야기를 이끄는 능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전공과 관련된 것이 아니어도 좋으니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길 권한다. 이왕이면 대학생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을 많이 누려보기를
각주 1. 환경과조경 공식 유튜브 채널, www.youtube.com/c/환경과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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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계속 1번부터 5번 중에 답이 있었잖아
우리 동네에서 가장 행복해 보이는 사람은 집에서 두 골목 떨어진 곳에 있는 카페의 사장이다. 원두 로스팅을 하며 소일거리로 커피를 파는 곳이라 부르는 게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테이크아웃 매장인 데다 주문할 수 있는 공간도 사람 서너 명이면 가득 찰 정도로 좁다. 카페는 저녁 다섯 시가 넘어서야 문을 연다. 장사를 할 생각이 있는 거야? 투덜거리면서도 골목에 카페 입간판이 세워져 있으면 얼른 달려간다. 각종 로스팅 대회에서 대상을 거머쥔 실력으로 내린 커피 맛이 좋기도 하지만, 샷을 추출하는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사장의 취미를 엿볼 수 있는 가게 앞 공간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손수 만든 의자와 도장, 붓 그림과 캘리그라피로 완성한 메뉴판, 흑백 타일로 바닥에 새긴 카페 이름까지. 이토록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그가 언제 로스팅을 자신의 길로 삼았는지 궁금했는데, 한 인터뷰를 보니 아버지가 로스팅 분야에서 일하고 있어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하더라.
이번 특집에도 과수원을 한 부모님 덕분에 일찍 나무와 자연에 대한 흥미를 느꼈다는 인터뷰이가 있었다(39쪽). 어린 시절부터 직업으로 삼을 분야를 가까이에서 접할 기회가 있었다는 점이 부러울 따름이었다. 좋아하는 일로 성공한 사람의 행복한 일상을 지켜보면 덩달아 즐거워지고 선망을 느끼게 된다. 자신이 가는 길에 언제 확신이 생겼을까. 비슷한 이유로 미니멀리스트를 동경한다. 나는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의도치 않게 맥시멀리스트로 살고 있다. 카메라, 건반, 잡다한 서적들까지 관심이 생긴 것들을 좁은 방에 꾸역꾸역 욱여넣는다. 외출 가방을 꾸릴 때도 마찬가지다. 나가서 뭘 할지 모르니까. 변명하며 가득 채운 가방 속 물건을 반도 사용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도대체 나에 대해 아는 게 뭘까.
직업을 고민할 때면 맞닥뜨리는 아이러니가 있다.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삼으라고 조언하는 이가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행복하지 않겠냐고 묻는다. 하지만 양자택일 전에 직업으로 삼을 만큼 좋아하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 앞에 멈칫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가심비, 소확행 같은 단어가 쓰이는 세상은 사람들이 실패를 겪고 다시 일어날 시간을 내어주지 않으니 말이다. 8년차 에디터인 나도 “내가 나를 잘 모를 때 / 선택하기조차 어려울 때 / 어떻게 보면 호불호 강한 친구들이 너무 부러워”1 죽겠으니 말이다. 82년생 김조경들이 다시 대학생이 된다면 하고 싶은 일로 나를 이해하기 위한 시간을 보내기를 추천한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돈은 없어도 그나마 시간 여유가 가장 많은 때가 대학 시절이니까.
대학 졸업반 시절, 동기는 크게 두 분류로 갈렸다. 일찌감치 공사, 공무원, 임용을 위해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과 건설사 취업을 위해 인적성 문제집을 사는 친구들. 업무 강도와 걸맞지 않은 연봉 문제로 조경설계사무소를 기피하던 때였다. 나는 어디에도 끼지 못한 여집합의 원소였지만, 대세를 따라 괜히 두 그룹을 기웃거려보기도 했다. 산책하듯 시험장에 가고 면접을 봤으니 붙을 리가 없었다. 당시에는 어떤 목표 없이 방황하는 게 참 부끄러웠지만,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계속 1번부터 5번 중에 답이” 있는 삶을 살아왔으니까. 늘 오와 열을 맞춰 나인 적이 없고, 눈치를 계속 보며 나를 잃어버리는 중이었을 거다.2
연구소 행정 인턴, 언론고시생, 조경설계사무소 공무팀을 거쳐 환경과조경에 정착한 난 어쨌든 잘 살고 있다. 탈조경을 할 거라던 선배는 조경 동네 한복판에 머물고 있고, 식물이 좋다던 친구는 얼마 전 조경과 전혀 상관없는 분야의 공부를 시작했다. 빠르게 적성을 찾은 동기들도 있지만, 적어도 10년은 헤매야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가닥을 잡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러니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는, 또 무위의 상태를 유지해보라는 82년생 김조경의 조언들은 의미가 있다. 한 가지 조건만 더 갖춰지면 더 완벽해질 거다. 면접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빙자한 무안 주는 말을 하지 않기. “휴학을 2년이나 하셨는데 (졸업한 지 2년이나 지났는데), 유학을 다녀온 것도 아니고 자격증도 별거 없네요. 그냥 놀기만 했나요?”
**각주 정리
1. 우원재 ‘호불호’ 가사
2. 위의 노래 가사 변형. 기존 가사는 다음과 같다. “계속 1번부터 5번 중에 답이 있었잖아. 넌 오와 열을 맞춰 너인 적이 없고 눈치를 계속 보다가 또 잃어가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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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공원에서 즐기는 물놀이터, 원더풀
도시의 새로운 물놀이 문화를 만드는 놀이터
무더운 여름이 찾아오면 시원한 워터파크에서 물놀이를 하며 피서를 즐긴다. 하지만 멀리 나가지 않아도 집 근처 공원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디자인파크의 ‘원더풀’은 기존 조합 놀이대에 물놀이 기능을 결합해 만든 공원형 물놀이 시설로 도심 한복판에서 무료 바캉스를 즐기게 만든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고, 다른 계절에는 놀이 시설로 사용된다.
원더풀은 쾌적한 물놀이 환경을 제공하며 감성적인 디자인을 선보인다. 특허를 받은 살균 여과기를 통해 미생물 처리와 물리적 이물질 제거 공정의 효과를 높였다.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 고밀도 펄프를 소재로 활용하고, 패널에 직접 프린팅을 해서 다양한 색상의 감성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GRC 조각 등과 철재의 적절한 조합을 통해 조형성 및 기능성을 더했다.
최근 신축 아파트에서 물놀이 시설을 많이 볼 수 있고, 노후화된 어린이공원을 물놀이 시설 중심으로 리모델링하는 지자체도 늘어나고 있다. 디자인파크는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국 지자체 500여 곳에 물놀이장을 설치 및 운영하고 있다. 도시의 새로운 물놀이 문화를 제공하며 지역에 맞는 테마와 콘셉트에 맞는 디자인을 통해 지역의 랜드마크로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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