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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젊은 조경가 _ 조용준
조용준은 서울시립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했다.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으로 새로운 ‘광화문광장 기본 및 실시설계’를 이끌고 있으며, ‘워커힐 더글라스 정원 기본 및 실시설계’, ‘이스탄불 하천 회복 프로젝트’, ‘종로구 통합청사 설계공모’ 등 국내외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개인 자격으로 ‘서울시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 공동우수상, ‘서울형 저이용 도시공간 혁신 아이디어 공모’ 대상을 수상한 그는 즉흥적인 기획, 전시하지 않는 그래픽 작업 등을 즐기기도 한다. 최근 ‘IFLA 2020 World Landscape Architects Summit’에 한국의 조경가로 초청되어 ‘새로운 기술로 변화되는 삶에 대한 조경의 역할’을 주제로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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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개봉작 상영기] 조경업개론
업과 학
나누자는 것도 합쳐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직업적으로 다를 뿐인데 사고방식 자체가 나뉘어 그 안에만 머물고, 주어진 역할에 성실히 임한 나머지 각자의 가능성이 확장되지 못하거나 직위가 여러 가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세태가 아쉬울 뿐이다. 학자와 업자는 따로 있지 않다. 모두 자신이 맡은 업을 할 뿐이고 배우며 살아간다. 모든 일은 신성하다. 공공을 대상으로 하는 조경 일은 더 그렇다. 약 2천 년 전에 비트루비우스가 쓴 『건축십서』 제1서 제1장에는 이런 글이 있다. “지식은 이론과 실제의 소산인바, 실제란 조형 의도에 따라 필요한 재료를 써서 작품을 완성하는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실기의 적용 방식이고, 이론이란 완성된 작품을 비례 원칙에 따라 증명해주고 설명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학문에 입각하지 않고 단지 손으로만 숙련되려고 노력하는 건축가는 그 수고에 합당할 만큼 명예로운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지만, 이론과 학문에만 의존하는 사람은 근본이 아닌 환상만을 좇는 결과가 된다. 그러나 양쪽을 다 겸비한 이는 훌륭하게 무장한 군인과 같이 그 목적을 이루어 응분의 권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모리스 히키모건, 오덕성 역, 2011).
이 글을 소개하는 목적은 훌륭한 전문가가 되기 위함도, 응분의 권위를 차지하기 위함도 아니다. 세계가 나눈 기준에 맞추다 각자의 가능성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자, 조경을 하며 맞닥뜨리는 현상을 다각도로 인지하고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고 연구하며 실험하는 학자적 업자가 되길 바라는 스스로의 다짐이자 목표이기도 하다.
논리와 직관, 기술과 감각
흔히 논리와 직관을 구분하여 생각한다. 하지만 논리와 직관은 다르지 않다. 직관을 설명하는 것이 논리다. 설계 작업은 논리와 직관을 넘나들며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형태에 담는 작업이다. 논리와 직관, 기술과 감각을 나누어 생각해선 안 된다. 논리란 대상을 이해하기 위해 보편적 상식과 지식으로 풀어헤쳐 설명하는 것이고, 직관은 경험과 기술을 통찰하는 수준 높은 정신적 산물이다. 누구에게나 직관은 있다. 기술은 논리와 직관에 따른 결과물을 표현하는 방법이고, 감각은 주관을 가진 주체가 세계를 느끼는 오감의 상태다. 직관적 설계와 논리적 설계,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없다. 조사‧분석‧연구 등 논리적 방법론을 통해 만든 계획이 직관적 디자인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없다. 높은 직관에는 설명하기 힘든 논리가 내포되어 있을 수 있다. 공모 작업은 결과물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조사 분석을 기초로 한 논리를 계획안에 담는 작업이다. 하지만 직관을 먼저 내세우고 직관을 설명하기 위한 탄탄한 근거를 내놓는 것 또한 좋은 조경 계획을 만드는 방법이다. 아인슈타인의 많은 이론은 본인의 감각과 직관을 사고 실험으로 수없이 검증하고 그것을 본인 이외의 세계와 소통하고 알리기 위해 수학‧물리학 등의 기술을 사용해 논리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환경과조경404호(2021년 12월호)수록본 일부
김지환은 영남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씨토포스와 스튜디오엘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으며, 현재는 조경작업장 라디오의 대표다. 스스로를 작업반장, 설계공이라 칭하듯 설계와 시공 사이의 중재자(신호등) 역할의 중요성을 인지해 그 관계의 매커니즘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사회적 대기업을 만들어 도시 내 모든 디자인을 손대고 싶어 하는 야망과 유명 건축가와 조경가의 작업을 보며 절망과 환호를 즐기는 이상주의적 성향이 자신의 작품 세계를 더욱 견고하게 한다고 믿는다. 때론 못다 한 말을 해시태그로 덧붙이기도한다.
#라디오에이스 #정원작가 #은근히낯가려요 #조경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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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자락 식재 탐험기] 숲자락을 정원에 적용하기
“난 풀떼기는 잘 모르겠어. 네가 알아서 해.” 조경설계사무소에 다니는 3년 차 L양은 온갖 참고 자료를 뒤져 간신히 식재계획도 지피ㆍ초화 리스트를 작성했다. 꽃의 색깔, 성장 높이, 개화 시기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식물들을 고르느라 고생했는데 다시 이것을 조합하고 배치해야 한다니. 요즘 유행하는 피트 아우돌프 식의 도면 표현 기법을 흉내 내보고도 싶지만 쉽지 않다. 결국 종전에 선배가 작성한 도면을 토대로 늘 해오던 식의 블록 식재를 그린다.
앞선 연재를 통해 식재 디자인의 새로운 흐름을 이해하고, 서식처 기반 식재 디자인에 필요한 요소(생육 환경, 생장 방식 등)를 중심으로 식물을 어떻게 관찰 기록하고 정보를 축적해나가야 하는지 살펴보았다. 이제 어떤가. 식재 디자인에 대한 자신감이 조금은 상승했을까. 여전히 낯선 식자재를 모아 두고 어떤 형태로 다듬어야 할지, 구워야 할지 아니면 튀겨야 할지, 어떤 순서로 솥 안에 넣어야 할지 주저하는 초보 요리사의 마음은 아닌가. 필자들을 비롯해 이 글을 읽는 다수의 숙련된 조경가에게 개개의 식물 특성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식물을 ‘생태적이면서도 아름다운 하나의 군락’으로 디자인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일 듯싶다.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지난달에 소개한 숲자락에 서식하는 자생 여러해살이풀을 실제로 어떻게 조합해 디자인에 적용하면 좋을지 소개할 차례다. 자연에서 식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토대로 식물 공동체를 구성 배치하는 방법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방법에 따라 식물탐험대가 직접 숲자락 식물들을 배치해본 사례를 제시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환경과조경404호(2021년 12월호)수록본 일부
식물탐험대는 2021년 봄, 써드스페이스 베를린 환경아카데미의 식물적용학 수강생 42명이 결성한 그룹이다. 강보경, 김은정, 김장훈, 노진선, 오세훈, 이양희, 정은하 등 42명의 대원을 대표하는 일곱 명의 집필진은 정원·조경 분야의 실무자와 학계, 수목원·식물원의 연구자 등 다채로운 경력을 가진 이들이다. 숲자락의 단면을 정원에 도입하기 위해 떠난 흥미롭고 유익한 탐험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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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스케이프] 권력을 위한 앎, 플리니우스 『박물지』
‘아는 것이 힘이다.’ 압축 근대화 시기 대한민국에서 교육 받은 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격언이다. 사실 앎을 통해 무지함에서 벗어나고 미지의 영역을 정복해 나가는 계몽은 근대의 특징 중 하나이며 진보의 토대를 이룬다. 하지만 17세기 초 프랜시스 베이컨이 이 말을 하기 전에도 여러 이가 지식의 확장과 축적을 통해 세상을 통제하려 했다. 『동물지Historia Animalium』에서 수백 종에 이르는 동물과 물고기의 생리와 내외부 기관, 생태 등을 기록한 아리스토텔레스가 처음으로 지식 권력을 추구했다. 하지만 『박물지Historia Naturalis』를 통해 곤충부터 우주에 이르는 방대한 분야를 아우른 플리니우스Gaius Plinius Secundus Major의 작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환경과조경404호(2021년 12월호)수록본 일부
각주1.
『박물지』도 여러 판본이 전해지는데, 라틴어 원전과 영어 번역이 병기된 하버드 로엡 고전 총서(Loeb Classical Library)가 가장 널리 쓰인다(Pliny, H. Rackham, Pliny: Natural History vol 1-10, Harvard University Press, 1938). 국내에는 『플리니우스 박물지』(서경주 역, 노마드, 2021)가 있으나 정원과 관련해 참조할 만한 식물학과 농업, 원예학 부분은 수록되어 있지 않다.
각주 2.
플리니우스의 생애에 대해서는 고증이 잘된 만화는 『플리니우스 1-5』(이재화 역, D&C미디어, 2017~2019)이며 원서는 11권까지 출간되었다.
황주영은 서울대학교 협동과정 조경학전공에서 19세기 후반 도시 공원의 모더니티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파리 라빌레트 국립건축학교에서 박사후 연수를 마쳤다. 미술과 조경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화사적 관점에서 정원과 공원, 도시를 보는 일에 관심이 많으며, 이와 관련된 강의와 집필, 번역을 한다. 그러는 동안 수많은 책을 사거나 빌렸고 그중 아주 일부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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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한국종합기술 조경레저부 아이디어경진대회
유정희·최민주의 ‘피토레스코’ 대상 수상
지난 11월 9일 한국종합기술이 개최한 ‘제1회 한국종합기술 조경레저부 아이디어경진대회’(이하 한국종합기술 경진대회)의 결과가 발표됐다. 한국종합기술은 건설 관련 엔지니어링 산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학생들의 인식을 제고하고자 이 대회를 마련했다.
이번 경진대회의 주제는 전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관광단지다. 현재 운영 중인 강원도 고성 켄싱턴리조트 일원이 대상지로 주어졌고, 대학생 및 대학원생으로 구성된 24개 팀이 작품을 접수했다. 심사는 이상민(한국종합기술 대표), 박상천(한국종합기술 국토개발본부장), 김문용(이랜드파크 대표), 최원만(신화컨설팅 대표), 이애란(청주대학교 교수), 이시영(배재대학교 교수), 이우성(대구대학교 교수)이 맡았다. 이들은 설계·시공 가능성, 공모 주제와의 적합성, 공간 해석의 창의성, 설계 과정의 논리성, 결과물 표현의 완성도, 기 조성 부지와의 연계성을 평가해 5개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수상자에게는 대상 500만원(1점), 최우수상 300만원(1점), 우수상 100만원(1점), 입선 50만원(2점)의 상금이 수여된다.
대상은 유정희·최민주(경희대학교)의 ‘피토레스코(Pittoresco)’가 차지했다. 최우수상은 이승준·송윤주·이지선·이상운(청주대학교)의 ‘클라이맥스(Climax)’, 우수상은 김현수·문민정·전유경·태지혜(한경대학교)의 ‘Time to draw the Future(미래를 그리는 시간)’, 입선은 김나래·백두희·송모빈·이다솔(경희대학교)의 ‘숲속 DMZ 테마파크’와 유승우·신한주·임한진·윤영빈(한경대학교)의 ‘ㅅㅇㅅ: 설악의 대자연에 스위스를 담다’가 선정됐다. 행사를 주관한 김인관 부서장은 “기대보다 수준이 높은 아이디어가 담긴 작품이 출품됐다. 특히 대상작과 우수작은 학생 수준을 넘어서는 작품이다. 향후 지속적으로 이러한 행사를 마련해 조경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분야의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환경과조경404호(2021년 12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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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시간 프로젝트 왕중왕전
공원의 숨은 공간이 정원으로, 정원이 시민의 일상으로
서울시가 주최하는 ‘72시간 프로젝트’는 시민이 중심이 되어 72시간 동안 낡은 자투리땅에 다채로운 이야기를 채워 도심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 넣는 프로젝트다. 독일 슈투르가르트에서 열린 ‘72시간 어반 액션(72Hour Urban Action)’을 벤치마킹한 ‘72시간 프로젝트’는 10년 동안 시민과 전문가, 학생이 협력하여 78개의 공간을 재정비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2012년 ‘테이크 어반 인 72아우어즈(Take Urban in 72hours)’로 시작하여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2013~2019년)’로 명칭을 바꾸었다가 72시간 이내에 작품 조성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2020년부터 ‘72시간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는 10주년을 기념하고자 ‘72시간 프로젝트 왕중왕전’을 진행했다. 시는 역대 수상팀에게 참가 접수를 받고 작품 계획안을 심사해 5팀을 선정했다. 그 결과 리스케이프(2014년 최우수상), 동작보슈(2017년 우수상), 일사천리(2017년 우수상), 어반그라데이션(2018년 우수상), 모였SWU(2020년 우수상)가 프로젝트 참가 자격을 얻었다. 대상지는 서울숲 내 녹지·작품 5개소다. ‘공원의 숨은 공간이 정원으로, 정원이 시민의 일상으로’를 주제로 참신하고 아름다운 정원 작품이 요구됐다. 10월 14일부터 21일까지 액션을 진행했으며, 폐회식은 11월 18일 서울시청 서소문1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대상(상금 1천만원)은 ‘일사천리(1472)’가 받았다. 우수상(상금 각 500만원)은 ‘어반그라데이션’과 ‘모였SWU’가, 장려상(상금 각 350만원)은 ‘리스케이프’와 ‘동작보슈’가 차지했다. 시민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어반그라데이션’에게 인기상이 추가로 수여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참여자들의 노력으로 서울숲 내 공터가 활력 있는 쉼터로 바뀌었다. 그중 대상과 우수상을 받은 작품을 자세히 소개한다.
*환경과조경404호(2021년 12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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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웃거리는 편집자] 업
사바 아사나(Shava-asana). 요가에서 가장 좋아하는 자세다. 전신의 긴장을 풀고 두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고 양팔이 각각 몸에서 30도의 각도로 떨어진 상태에서 손등이 마루에 닿게 하고 편히 눕는 자세다. 이 동작으로 심신을 안정시키고 요가를 마무리한다. 공부하고 회사에 다니게 되면서 오랜 시간 앉아서 보내고 있다. 활동량이 적어지고 자세가 나빠져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엄마가 집에서 종종 영상을 틀어 놓고 요가 하는 걸 어깨너머 따라 한 게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점차 자세도 고쳐지고 허리도 편안해졌다. 스트레칭도 잘 하지 않던 내가 이제 엄마보다 더 자주 요가를 한다. 잊히지 않는 사건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경우는 손에 꼽는다. 어쩌면 우리는 충격적인 사건이 아닌 지나가다 본 문장, 알고리즘을 통해 본 동영상, 자주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더 많은 전환점을 갖는지도 모른다.
집에서 떠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칼이 집에 풍선을 달고 모험에 나선 것은 우연한 사건에서 시작된다. 영화 ‘업Up’(2009년)은 주인공인 칼 프레드릭슨과 아내 엘리가 함께 그린 일생을 4분 정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101분의 러닝타임에서 짧은 장면일 수 있지만 칼이 왜 모험을 떠나는지, 집을 버릴 수 없었던 욕심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시간이다. 엘리가 세상을 떠나고 칼의 집 주변이 재개발되는데, 담당한 회사가 칼에게 거액을 주며 집에서 나가라고 한다. 칼은 엘리와 추억이 많은 집을 떠날 수 없었다. 어느 날 회사 직원이 실수로 칼의 우체통을 망가뜨리게 된다. 화가 난 칼은 직원의 머리를 한 대 친다. 이 일로 재판까지 가게 되고 경찰은 칼을 요양원에 보내려고 한다. 하지만 칼은 요양원이 아닌 화면을 꽉 채울 만큼의 풍선을 집에 매달고(수만 개쯤 될 것 같다) 엘리와 함께 가자고 약속했던 파라다이스 폭포로 모험을 떠난다. “당신이 말한 그곳으로 가는 중이야(I'm going to the place you mentioned).” 칼이 꿈꿨던 모습으로 시작된 건 아니지만, 예상치 못한 모험은 칼에게도 썩 나쁘지 않은 기억으로 남게 된다.
“모험은 문밖에 있다(Adventure is out there).” 우리는 모험을 위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 밖으로 한 걸음을 내디딘다. 어떤 위험과 변수가 닥칠지 모르지만 모험을 계속 진행한다. 모험을 방해하는 위험과 변수가 어쩌면 잡아야 할 기회일지도, 평생 함께할 동료일지도 모른다. 칼이 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에 어린이 러셀을 만난다. 러셀은 야생 탐험대가 될 수 있는 배지를 모으고 있었는데, 하나의 배지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 배지를 받기 위해 러셀은 칼을 도와주려고 했다. 칼은 러셀의 도움을 거절하지만 러셀은 떠오르는 집에 매달려 칼의 여행 파트너가 되어준다. 혼자서 떠나는 여행인 줄 알았던 칼에게 여행 도중 만난 러셀과 더그, 캐빈은 평범하지 않은 여행을 선사해 준다.
파라다이스 폭포에서 칼과 엘리가 동경했던 찰스 먼츠를 만난다. 찰스 먼츠는 마을 사람들에게 괴물을 만났다는 오명을 받고 있었다. 이에 찰스 먼츠는 오명을 벗기 위해 러셀, 더그, 캐빈을 납치한다. 칼은 그들을 구하기 위해 엘리와 함께한 추억이 깃든 가구를 버리기 시작하고 머물렀던 집을 미련 없이 떠나보낸다. 칼의 옆자리는 평생 엘리였지만 이제는 모험의 불청객이었던 러셀, 더그, 캐빈에게 새로운 짝꿍 자리를 내어주고 러셀에게 마지막 배지를 칼이 달아주며 영화는 끝난다.
칼이 간직해온 모험 책은 엘리가 남긴 문장으로 끝이 난다. “멋진 모험을 함께해줘서 고마워요. 이젠 당신의 새로운 모험을 떠나 봐요(Thank you for sharing this wonderful adventure. now go on your new adventure).” 이 문장이 칼의 마음을 바꾸는 전환점이었을 것이다. 우리의 모험은 어떻게 끝날지 예상할 수 없다. 때로는 지칠지라도 지난주에 읽은 책, 어제 본 드라마, 매일 만나는 동료가 모험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사회초년생이자 신입인 나는 매일 똑같은 지하철을 타고 원고를 쓰고 취재를 하며 교정을 보는(아직 많이 배워야 한다) 반복되는 일상을 보낸다. 똑같을 것 같지만 오늘 본 문장이, 지난 연재가, 많은 설계 작품이 나에게 어떠한 영감을 불어넣어 줄지 모른다. 평범한 오늘이 다가올 모험의 자양분이 될지 모른 채 여전히 모험을 떠나고 있다.
“오늘이란 평범한 날이지만 미래로 통하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야(Today is a normal day, but it's the most precious time that leads to the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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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순간을 믿어요
붉은 벽돌 건물은 유독 단풍과 함께할 때 더 예쁘다. 노랗고 붉은 잎을 따라 걷다 보니 금세 주신하 교수가 머무는 서울여대 과학관에 닿았다. 요즘 인스타그램 팔로워 늘리는 데 재미를 붙였는데, 그날에는 인터뷰 현장을 찍어 12월호를 예고하는 스토리를 올리겠다고 마음먹은 참이었다(아직 팔로우하지 않았다면 인스타그램에서 @lak_korea를 검색하시길). 멋들어진 사진이 가득 붙은 벽과 책장을 찍다가, 한구석에서 ‘과제 가져가세요’가 적힌 박스 하나를 발견했다. 그 정체는 ‘디자인 노트’ 과제함. 주 교수는 설계에 대한 재미를 붙여주려고, 일주일에 한 번씩 어떤 공간의 사진을 찍고 감상을 적는 과제를 내주었다고 설명했다. 박스 뒤에는 ‘과제 제출하세요’가 쓰여 있단다.
듣자마자 떠올린 생각은 ‘귀찮겠다’. 비슷한 과제를 했던 기억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느티나무, 단풍나무, 벚나무…. 막 조경학과에 입학한 내가 아는 나무의 종류는 열 손가락으로 다 셀 수 있을 만큼 적었다. 꽃과 나무를 사랑해 잘 아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나와 비슷했다. 가르치는 이의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수많은 나무의 특징을 일일이 알려주고 외우게 할 순 없다. 스스로 익히되 조금이라도 재미를 느끼게 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그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게 수목 관찰일기였을 것이다. 교내에 있는 열 개의 나무를 선정하고 관찰한 내용을 일주일마다 글과 그림으로 정리해 제출할 것.
학창 시절을 통틀어 가장 성가셔한 과제였다. 큰 변화가 있으면 좋으련만 성정이 투박한 내게 나무는 매일 푸르고 매일 조용한 존재였다. 그렇게 게으름을 피우다 어느 날 누가 ‘단풍나무 꽃 벌써 졌더라’하면 ‘뭐? 꽃핀 것도 못 봤는데!’ 하고 달려가는 식이었다. 하루는 친구가 돈이라도 빼앗긴 사람처럼 망연히 걸어오기에 물으니, 쭉 관찰해오던 인문학관 앞 가중나무가 밑동만 남은 채 사라졌다고 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잘려 나간 것이다. 뜻하지 않은 사고라 점수를 못 받거나 하진 않았지만 친구는 계속 아쉬운 얼굴이었다. 변화의 순간을 포착하는 일은 긴 시간의 관찰을 동반하기 마련이니 가중나무와 정이 든 모양이었다. 당연한 결과겠지만, 수목 관찰일기가 총점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30% 정도였지만 이 과제를 충실히 한 친구들의 학점이 훨씬 높았다. 식물에 대해서도 훨씬 잘 알았다. 역시 재능 중 최고는 끈기다.
지난주 토요일에는 일찍부터 지하철에 올랐다. 『환경과조경』 전속 사진작가인 유청오가 참여한 전시 ‘더 튤립The Tulip’이 서울식물원에서 열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집에서부터 장장 한 시간 사십 분이 걸리는 긴 여정에 벌써 지친 나와 달리, 화초 가꾸기를 좋아하는 엄마는 이 기회에 온실도 둘러보자며 잔뜩 신이 난 기색이었다. 온실을 구경하고,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식물문화센터 2층 프로젝트홀에 들어섰다. 꽃을 주제로 한 사진전은 처음이었다. 사실 튤립 하면 놀이공원이나 지역 축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고등학교 때만 해도 좋아했던 그 꽃밭은 설계를 배우며 유치한 풍경으로 전락해버렸는데, 툭하면 땅의 맥락과 상관없이 조악한 조형물과 함께 사진의 배경처럼 꽃을 심는 게 싫어서였다. 그날 사진을 통해 바라본 튤립은 좀 달랐다. 들여다보면 볼수록 본래의 형태는 사라지고 튤립과는 상관없는 엉뚱한 생각들이 툭툭 튀어 올랐다. 붉은 얼룩이 박힌 튤립은 어항 속을 유영하는 금붕어 같았고, 전체적으로 옅은 분홍빛을 띠는 튤립은 복숭아의 단면을 닮아 있었다. 배가 고팠던 건지 초밥이나 굽지 않은 차돌박이를 떠올리게 하는 것도 있었다. 괜히 미워 보이던 튤립이 각양각색의 얼굴을 가진 생물로 보였다. 이 순간의 어떤 매력에 홀려 유작가는 셔터를 눌렀을까. 오래전 언제나 똑같아 보이는 나무 앞에서 사진기를 들고 망설이던 내 모습이 기억났다. 긴 시간 동안 하나의 피사체를 뷰파인더에 담는 일은 그 대상을 탐구하고 돌보고 영원히 기억하려는 일과도 닿아 있다. 언니네 이발관도 노래하지 않았나. “영원한 것은 없다 생각하지 말아요. 우리 기억 속에 남은 순간을 믿어요.”
인터뷰 중 분위기를 환기할 겸 우리는 주 교수의 취미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늘 사진기를 가까이 두시네요. 어떤 찰나를 남기는 데 큰 애정이 있는 거 같아요.” “휴대폰을 포함해서 사진기가 총 세 개 있는데, 콤팩트한 사진기는 늘 가방에 넣고 다녀요. 그 순간이 아니면 영원히 못 찍는 장면이 있더라고요.” 갑자기 내 서랍 속에 잠들어 있는 (아날로그에 대한 글을 읽고충동적으로 구매한) 필름 카메라가 가여워졌다. 올해가 가기 전 어디엔가 넣어두었을 필름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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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친환경 코르크 바닥재
어린이 놀이 공간 포장재의 새로운 대안
2009년 설립된 코르크로는 건강한 삶의 기반이 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널리 보급하는 데 힘쓰는 기업이다. 본래 고무칩 탄성 포장재 회사로 시작했지만, 고무칩이 가진 한계와 친환경적 소재에 대한 열망으로 천연 소재인 코르크를 그 대체재로 삼아 연구를 거듭했다. 노력 끝에 지중해 연안에서 자란 나무에서 얻은 질좋은 코르크와 코르크로의 기술력을 결합해 친환경 코르크 바닥재를 개발했다.
참나무의 겉껍질인 코르크는 자연적이며 물성이 훌륭한 원재료다. 소리와 진동을 잘 전도하지 않으며, 세포벽의 수베린과 세로이드는 액체와 기체가 내부로 침투하는 것을 막아 코르크의 부패를 방지한다. 마모와 마찰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며, 탄성 기억력이 좋아 온도와 압력 변화에도 쉽게 망가지지 않는다. 특히 나무에 해를 끼치지 않고도 채취가 가능하며, 연소 과정에서 불꽃이나 유독 물질을 내뿜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바닥재로 흔히 쓰이는 고무칩은 열을 흡수해 여름철 아이들을 화상의 위험에 노출시키고 악취를 내뿜으며, 많은 미세플라스틱을 발생시킨다. 우드칩은 친환경 소재이지만 물기에 약해 쉽게 썩으며 벌레의 서식지가 되기도 한다. 반면 코르크 바닥재는 고무칩과 같은 높은 탄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쉽게 부패하지 않는다. 코르크 세포 내부의 공기층은 열의 흡수를 막아 여름철에도 쾌적한 환경을 형성하며 도심 열섬 현상을 완화한다. 투수성이 좋아 비가 오는 날 바닥이 물웅덩이로 가득 차는 일을 방지할 수도 있다. 코르크 특유의 향기와 부드러운 촉감, 자연스러운 색감은 친근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탁월하다. 어린이 놀이 공간뿐 아니라 운동 공간 바닥에 코르크 바닥재를 사용하면 친환경적이며 건강하고 안전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시공 시 코르크로의 ‘코르크용 친환경 무독성 바인더’를 사용하면 포장 강도가 더욱 높아진다.
TEL. 1533-2675 WEB. www.cork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