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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토리얼] 젊은 잡지가 온다
    창간 50년을 눈앞에 둔『 샘터』가 작년 말 폐간된다는 소식은 종이 잡지 시대의 폐막을 알리는 부고였다. 독자들의 지원으로 가까스로 수명을 연장하게 됐지만 한때 50만 부를 찍었던 ‘평범한 사람들의 교양지’의 전성기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시대의 지성을 이끌고 전문 지식의 최전선을 걸어온 전문지들도 거의 대부분 명멸과 부침을 거듭하다 이미 기억의 뒤안길로 퇴장했다. 1966년 같은 해에 창간된 계간 『창작과 비평』과 월간 『공간(Space)』 정도가 아직 발행되고 있는 오래된 전문지로 꼽힌다. 종이 잡지가 웹진의 힘을 당해내기 힘든 현실인 건 분명하다.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이미지 위주의 가벼운 ‘스낵 콘텐츠’가 대세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특별한 영역의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하거나 손에 잡히는 아날로그 감성을 앞세운 고급 종이 잡지들이 속속 창간되고 있기도 하다. 정기 간행물 등록 통계를 보면, 2000년의 등록 잡지는 6천 개 남짓한데 2019년에는 2만 개에 가깝다. 요즘 뜨고 있는 젊은 잡지들의 지형은 크게 세 가지 갈래다. 독자들의 요구에 맞춰 콘텐츠를 구성하는 큐레이션 잡지, 한 권에 특정 주제나 아이템 하나만 깊게 다루는 테마 잡지, 고유한 편집 원칙과 디자인 취향을 지키며 잡지 스타일을 심화해 나가는 독립 잡지. 서울에서 태어나 밴쿠버에서 자란 로사 박이 디자이너 리치 스테이플턴을 만나 2012년 영국에서 창간한,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미학을 살린 디자인 중심 여행 잡지『시리얼(Cereal)』은 전 세계 힙스터들을 매료시켰다. 2015년부터는 한국어판도 나오기 시작했다. 모든 호가 매진이며 중고 과월호는 온라인에서 두세 배 가격으로 거래된다. ‘킨포크 스타일’, ‘킨포크 라이프’, ‘킨포크스럽다’는 말을 유행시키며 하나의 문화 현상을 만들어낸『킨포크Kinfolk』는 2011년 미국 포틀랜드에서 창간된 라이프스타일 독립 잡지다. 처음엔 지역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한 해에 네 번, 500부 정도 발행하는 소규모 잡지였지만 지금은 한국어를 비롯한 70여 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고 있다. 바쁘고 지친 삶을 사는 현대인에게 자연 친화적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며 웰빙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출판 전문가들은 국내 테마형 독립 잡지의 붐을 이끈 주역으로 『매거진 B』를 꼽는다. ‘브랜드 다큐멘터리 매거진’을 지향하는 『매거진 B(Magazine B)』는 한 호에 한 가지 브랜드만 심층 탐구하는 전략으로 기성의 주류 잡지와 차별을 꾀했다. 프라이탁, 파타고니아, 이케아, 구글, 넷플릭스, 뉴발란스, 블루보틀 등 MZ세대에게 친숙한 브랜드를 다루면서 여러 번 읽어도 질리지 않는 잡지 이미지를 굳혔다. 매호 2만 부 넘게 팔리고 있으며, 레고, 라이카, 무인양품 등을 다룬 호는 4쇄 이상 찍었다고 한다. 라이프스타일이나 디자인 쪽의 감각적인 독립 잡지뿐만 아니라 새로운 형식의 인문 잡지들도 앞다퉈 창간되면서 핵심 독자층의 관심을 끌어내고 있다. 인문 잡지 『한편』은 ‘책보다 짧고 논문보다 쉬운 『한편』을 통해 지금 이곳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기쁨을 저자와 독자가 함께 나눈다’는 모토를 지향한다. 문학지 『악스트(Axt)』, 문예지 『문학3』, 과학 잡지 『에피(Epi)』, 사진 잡지 『보스토크(Vostok)』, 철학 잡지 『뉴필로소퍼(New Philosopher)』 등 최근 창간한 종이 매체들은 잡지의 시대가 끝난 게 아니라 잡지가 젊어졌음을 보여준다. 2년 뒤면 마흔 살이 되는 1982년생 『환경과조경』의 새로운 좌표를 궁리하며 요즘 아날로그 잡지들이 뿜어내는 ‘잡지스러움’의 매력 포인트를 짚어보다가, 막 배달된 따끈따끈한 새 조경 잡지를 펼쳤다. ‘새로운 기억, 연출된 과거’라는 부제를 단 『유엘씨(ULC; Urban Landscape Catalogue)』 창간호. 아직 기성 조경(학)계 바깥에 있는 예비 연구자와 학자, 비평가들이 편집과 집필을 나눠 맡은 『유엘씨』는, “도시라는 쇼케이스에 담긴 건축과 조경을 상품으로 상정하고, 이를 소비할 도시민에게 그 기능과 특징, 디자인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잘 만든 카탈로그”를 지향한다. 창간호 발행 비용은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 127명의 후원으로 충당했다고 한다. 조경 이론과 비평, 도시 에세이와 경관 영상, 레트로 도시 문화를 다룬 집담을 엮어 만든 창간호에 이어, 올 연말에는 ‘판데믹 도시 기록: 서울의 일상과 오픈스페이스 탐독’이라는 제목을 단 다음 호를 펴낸다고 한다. 『유엘씨』의 촘촘한 지면과 행간을 탐독하다가 잠시 시간 여행을 했다. “조경의 대안적 담론 공간”을 선언하며 창간했던『로커스(Locus)』 창간호(1998)의 서문을 다시 꺼내 읽었다. “조경의 실천과 소통함으로써 … 이론의 복권을 지향한” 그들은 이미 오래 전에 기성의 다리를 건넜다. 젊은 잡지『유엘씨』가『 환경과조경』이 놓치고 있는 지점과 조경 담론의 틈새를 잘 발견해 지속가능한 독립 잡지로 성장해가길 응원한다.
  • 탐마삿 대학교 옥상 농장 Thammasat University Urban Rooftop Farm
    기후 변화로 인한 식량 및 물 부족은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방콕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의 도시들은 한때 풍부한 식량 자원을 생산하는 농업 사회였으나,무분별한 도시화로 인해 생산 환경은 훼손되고 지역의 식량 자급력이 떨어지게 되었다. 2050년이 되면 계 인구의80%가 도시에 살게 된다.잘 사용되지 않는 도시 공간을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생산지로 활용해 식량 안보와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방콕 북부에서 약 30km 떨어진 탐마삿 대학교 랑싯 캠퍼스(Thammasat University Rangsit Campus)에 대규모의 유기농 옥상 농장을 조성했다. 기후 문제에 대한 해법과 태국의 역사, 문화, 경관, 토지를 아우르고자 했다.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 체계, 재생 에너지, 효율적 물 관리 시스템, 공공 공간이 결합된 옥상 농장은 캠퍼스에 순환 시스템을 형성하고 기후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인다. ...(중략) Landscape Architect LANDPROCESS Architectural Design Arsomsilp Institute of the Arts Interior Design Dimensional Interpretation Structural Engineering Degree System MEP Engineering TPM Consultants Graphic Designer Be Our Friend Construction Management CM49 Client Thammasat University Location Thammasat University Rangsit Campus, Pathum ThaniProvince, Bangkok, Thailand Area Total Area: 60,000m2 Green Roof: 22,000m2 Completion 2019 Photographs Dsignsomething, Jinnawat Borihankijanan,LANDPROCESS, Panoramic Studio *환경과조경389호(2020년 9월호)수록본 일부 랜드프로세스(LANDPROCESS)는 꼿차꼰 보아콤(Kotchakorn Voraakhom)이 2011년 설립한 방콕의 조경설계사무소다. 땅과 사람의 조화를 꾀해 미래의 불확실한 기후에 대응하며, 옥상 녹화, 도시 숲, 습지, 공원과 같이 이산화탄소를 저감하는 경관을 보존하고 확장하고자 한다. 대상지와 그곳의 환경, 사람들과 대화하는 과정의 힘을 믿으며 현지 문화와 역사, 땅의 맥락을 존중하는 설계를 한다.
    • LANDPROCESS / 2020년09월 / 389
  • 쭐랄롱꼰 대학교 백주년 공원 Chulalongkorn University Centenary Park
    해수면 상승, 폭풍 해일, 예기치 못한 폭우 등 급변하는 기후 환경으로 인해 세계 전역의 저지대 도시들이 수해에 대비하고 있다. 방콕은 차오프라야(Chao Phraya)강의 범람원에 조성된 도시로 물과 상호 작용하면서 발전해 왔다. 하지만 폭발적인 개발 추세는 땅 본연의 지질학적 특성을 무시하고 우수를 지하로 침투시키는 많은 물길과 농지를 없앴다. 도시 확장에 따른 과도한 지하수 사용과 고층 건물로 인한 하중 증가는 지반을 불안정하게 만들었고, 해수면이 점차 상승하며 방콕은 매년 2센티미터씩 가라앉고 있다. 이대로라면 2030년에는 도시 전체를 비롯한 많은 주변 지역이 침수될 것이다. 게다가 방콕의 1인당 공공 녹지 면적은 3제곱미터로 매우 낮은 편이다. 방콕 중심부에 위치한 대상지는 쭐랄롱꼰 대학교(Chulalongkorn University)소유의 상업용 부지였다. 2012년 대학은 창립 백주년을 맞아 지역 사회를 위한 공원을 조성하는 설계공모를 열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도시에 극심한 가뭄과 강우가 일어나는 가운데 100년 후의 방콕이 무엇을 직면하게 될지를 고민했다. 새로운 공원은 단순히 아름답거나 여가를 위한 목적으로만 조성되어선 안 된다. 다가오는 기후 변화와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시에 더 많은 녹지와 회복탄력성 높은 조경 공간이 필요하다. ...(중략) *환경과조경389호(2020년 9월호)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LANDPROCESS Architectural Design N7A architects Structural Engineering Civil And Structural Engineers MEP Engineering EEC Engineering Network Main Contractor Syntec Construction Construction Manager Consulting & Management 49 Softscape Contractor Cordia Graphic Designer G49 Client Chulalongkorn University Location Bangkok, Thailand Area Park: 44,800m2 Road: 1.57km Completion 2017 Photographs LANDPROCESS, VARP Studio, Panoramic Studio, Property Management of Chulalongkorn University, Suratchana Pakavaleetorn 랜드프로세스(LANDPROCESS)는 꼿차꼰 보아콤(Kotchakorn Voraakhom)이 2011년 설립한 방콕의 조경설계사무소다. 땅과 사람의 조화를 꾀해 미래의 불확실한 기후에 대응하며, 옥상 녹화, 도시 숲, 습지, 공원과 같이 이산화탄소를 저감하는 경관을 보존하고 확장하고자 한다. 대상지와 그곳의 환경, 사람들과 대화하는 과정의 힘을 믿으며 현지 문화와 역사, 땅의 맥락을 존중하는 설계를 한다.
    • LANDPROCESS / 2020년09월 / 389
  • 토론토 대학 DFALD 캠퍼스 University of Toronto DFALD
    도시에 미치는 영향과 새로운 연결 캐나다 토론토(Toronto)는 격자무늬의 도로가 특징적인 계획도시다. 토론토 도심에 자리한 원 스파디나 크레센트(One Spadina Crescent)는 토론토 대학의 건축, 조경 및 디자인을 가르치는 존 H. 대니얼스 학부(John H. Daniels Faculty of Architecture, Landscape and Design)(DFALD)가 있는 건물이다. 토론토 대학 세인트 조지 캠퍼스(St. George Campus)의 중요 관문이며, 흔치 않게 원형 부지에 놓여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대상지 인근의 녹스 대학(Knox College)과의 관계를 고려했는데, 녹스 대학은 역사적 가치를 지닌 곳임에도 불구하고 주차장과 출입이 불가능한 잔디밭으로 인해 주변과 단절되어 교통섬 같은 장소가 되어버린 상태다. 따라서 대상지를 넘어 그 주변 지역을 물리적, 시각적으로 연결함으로써 특정 구역이 섬처럼 고립되는 현상을 극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토론토 도심에 스파디나 남북축을 따라 새로운 활기를 부여하고자 했다. 서쪽의 학부 건물과 인근 지역, 동쪽의 대학 캠퍼스를 연결하는 통로로서 진입 광장, 보행자 연결로, 산책로를 계획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89호(2020년 9월호)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PUBLIC WORK Concept: Marc Ryan, Adam Nicklin, Lauren Abrahams, Gerardo Paez, Chester Rennie, Stephanie Braconnier, Seven Xiru Chen Detail Design & Delivery: Marc Ryan, Adam Nicklin, Ben WattMeyer, Guangyu Zhao, Lauren Abrahams, Virginia Fernandez Lead Consultant NADAAA Architect of Record Adamson Associates Heritage ERA Civil Engineering A.M Candaras Associates Structural Engineering Entuitive Electrical Engineering Mulvey & Banani Client University of Toronto Location Toronto, Ontario, Canada Area 2ac Completion 2019 Photographs Michael Muraz, Nic Lehoux, PUBLIC WORK 퍼블릭 워크(PUBLIC WORK)는 현대 도시의 지적 진화에 초점을 맞춘 도시 및 조경 설계 스튜디오다.공공 공간 활성화,도시와 생태계의 기능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도시에 새로운 경험의 층을 마련해 공공을 위한 혁신적인 공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 PUBLIC WORK / 2020년09월 / 389
  • 벤트웨이 The Bentway
    도시 과밀 현상이 계속되며, 활용할 수 있는 빈 땅을 찾기 힘들어졌다. 공공 공간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때다. 주어진 조건 내에서 새로운 방식의 작업을 통해 극적인 효과를 끌어내야 한다. 가디너 고속도로(Gardiner Expressway)는 20세기 교통 정책으로 탄생한 분열의 상징물이다. 이를 재해석해 토론토의 문화와 정신을 드러내는 공공 공간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자 했다. 디자인과 프로그램을 융합해 창의적 형태이면서도 공공의 경험을 담을 수 있는 플랫폼을 고가 하부에 계획했다. 독특한 공간 환경, 미기후, 문화, 역사, 지역 사회를 고려해 대상지의 새로운 용도를 탐색하는 것은 물론, 다른 도시와 차별화되면서 진화해나가는 프로그램을 계획했다. 도시 전역의 지역 커뮤니티와 잠재 이용객을 대상으로 설계 진행 과정과 프로그램 계획을 공유했으며, 새로 설립된 벤트웨이 컨서번시(The Bentway Conservancy)가 프로그램 운영을 맡아 이어가고 있다. 벤트웨이)The Bentway_는 일곱 개의 동네를 하나로 묶고, 포트 요크(Fort York)국립 역사 유적지 등 주요 지역 명소로의 접근성을 확장한다. 또한 점차 증가하는 토론토의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한다. 고속도로를 받치고 있는 콘크리트 기둥인 벤트(bent)에서 콘셉트를 도출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89호(2020년 9월호)수록본 일부 Lead Deign PUBLIC WORK(Marc Ryan, Adam Nicklin, LaurenAbrahams, Virginia Fernandez Rincon, Chester Rennie, BenWatt-Meyer, Melissa Tovar, Clint Langevin, Laura Ettedgui,Golnaz Jamshidi) Urban Design Greenberg Consultants Structural Blackwell Lighting Tillett Lighting Design Associates Electrical DPM Energy Civil and Mechanical WSP Signage and Wayfinding Bespoke Cultural CollectiveArchitect, Strachan Gate Building Gensler Skating Building Kearns Mancini Architects Fountain Design DEW Client Waterfront Toronto Location Toronto, Ontario, Canada Area Public Space: 10ac Trail: 1.75km Completion 2018 Photographs Droneography Aerial Imaging, Nic Lehoux, PUBLC WORK, Sean Galbraith, The Bentway Conservancy 퍼블릭 워크(PUBLIC WORK)는 현대 도시의 지적 진화에 초점을 맞춘 도시 및 조경 설계 스튜디오다. 공공 공간 활성화, 도시와 생태계의 기능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 도시에 새로운 경험의 층을 마련해 공공을 위한 혁신적인 공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 PUBLIC WORK / 2020년09월 / 389
  • 카라타 헬스 캠퍼스 Karratha Health Campus
    카라타 헬스 캠퍼스(Karratha Health Campus)는 서호주에서 최대 규모의 투자를 받아 조성된 의료 기반 시설이다. 이 새로운 의료 시설이 호주의 오지로 일컬어지는 북서부 지역의 의료 서비스를 혁신적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병원 환경을 개선하고, 환자와 그 가족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카라타의 녹지축을 도심으로 확장하는 등 캠퍼스 전역의 경관과 공공 보건 시설을 설계했다. 풍부한 식물과 관개 시설 덕분에 필버라(Pilbara)의 혹독한 기후 조건 속에서도 새로운 도시의 풍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병원 직원, 카라타 시 정부, 호주 원주민인 네갈루마(Ngarluma)와 협업해 지역 공동체 모두가 편안하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공공 공간을 조성했다. 카라타에 지속가능한 경관을 설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날씨를 비롯한 여러 여건이 극단적인데, 높은 기온과 습도, 간헐적인 국지성 강우, 심지어 사이클론까지 고려해야 했다. 물이 부족한 환경에서 식물을 자라게 하는 법 반건조 기후대에 속하는 필버라의 공공 공간에는 풍성한 식물과 그늘이 꼭 필요하지만, 관개에 필요한 물을 손쉽게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카라타의 지하수에는 염분이 섞여 있고, 강수량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상지의 사전 개발 단계는 거대한 모래밭에서 이루어졌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엔지니어와 협업해 혁신적인 관개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병원의 에어컨 설비에서 발생한 응축액, 역삼투압 시스템에서 비롯된 역류수를 지하 수조에 저장해 재활용한다. 일 년 중 가장 더운 달 매일 30킬로리터에 달하는 물을 저장할 수 있는데, 뒷마당의 수영장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이다. 관개 시스템을 통해 병원의 경관을 유지하고, 건물 안팎으로는 온화한 미기후가 형성되어 녹지 공간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고 있다. ...(중략) *환경과조경389호(2020년 9월호)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Hassell Owner Western Australian Government | Department of Health& WA Country Health Service Architecture Hassell Structural, Civil Pritchard Francis Mechanical, Electrical, Hydraulics, Security & ESDWood & Grieve Engineers Compliance Philip Chun Irrigation LD Total Public Art Consultant FORM Landscape Contractor Multiplex/Frogmat Artists Simon Gilby, Leanne Bray, Ian Dowling, Cliff Samson, KyleHughes-Odgers Client Multiplex Location Karratha, Australia Area 1.3ha Completion 2018 Photographs Douglas Mark Black, Robert Frith 하셀(Hassell)은 아시아,호주,미국,영국에 사무실을 둔 국제적 설계사무소다.전략적 통찰과 창조적 디자인을 결합해 대상지의 사회적,문화적,경제적 가치를 드러내는 공간을 만든다.전 세계의 연구,산업,디자인 분야 전문가와 협업하며 지역 사회와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데 힘쓰고 있다.
    • Hassell / 2020년09월 / 389
  • 세 번째 열차의 정원 The Third Train
    프랑스 최북단에 위치한‘오드프랑스(Haut-de-France)’는 제1차 세계대전의 흔적이 남아 있는 역사적 지역이다.영국·프랑스 연합군과 독일이 벌인 솜(Somme)전투의 격전지로,이때 발생한 사상자가 백만 명에 달했다. 1918년11월11일,연합군과 독일군은 레통드(Rethondes)마을 콩피에뉴(Compiegne)숲속의 열차에서 만나 휴전 협정을 체결했다.그로부터100년이 지난2018년, 프랑스와 독일 정부는 종전 100주년을 기념해 오드프랑스의 다양한 역사적 장소에 여러 개의 추모 정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조경가 마르 블루메(Marc Blume), 건축가 프란체스카 리기에리(Francesca Liggieri)와 함께 콩피에뉴 숲에 만들 평화의 정원을 설계했다. 주차장과 휴전 기념터(Clairiere de l'Armistice)를 연결하는 길 양옆을 상징적인 보행 공간으로 조성해, 방문객들이 역사적 장소에 닿기 전 인상적인 경험을 하기를 바랐다. ...(중략) *환경과조경389호(2020년 9월호)수록본 일부 Team Marc Blume, Gilles Brusset, Francesca Liggieri Client Association Arts & jardins | Hauts-de-France, Les jardinsde la paix Location Compiegne, France Area 500m2 Cost 50,000€ Completion 2019 Photographs Pierre-Yves Brunaud 질 브뤼셋(Gilles Brusset)은 공공 공간의 예술화를 지향한다.물리적 공간은 하나의 거대한 조형물이며,대상지는 미완의 예술 작품으로 여긴다.파리벨빌 건축학교와 베르사유 국립건축학교를 졸업했으며 시설물,조경,건축,도시계획 등 폭넓은 분야에서 차별화된 공간을 구현하고 있다.주요 작품으로는 아이티 프랑스 대사관 앞의 에트알레 드 테르(Etoile De Terre, 2018),프랑스 클리시의 빈터에 설치된 트랑슈 드빌(Tranches De Ville, 2013)등이 있다.
    • Gilles Brusset / 2020년09월 / 389
  • 힐스테이트 리버시티 Hillstate Rivercity
    ‘힐스테이트 리버시티’는 축구장 11개 면적에 달하는 넓은 녹지를 품은 단지다. 풍성하고 다채로운 수목으로 식물원 같은 주거 단지를 만들고자 세 가지 전략을 세웠다. 첫째, 다양한 대형목과 특성수를 식재한 갤러리 숲을 조성한다. 둘째, 대형 석가산, 계류, 유러피안 폰드, 바닥 분수 등 여러 가지 수경 시설을 주요 경관 요소로 배치한다. 셋째, 티하우스와 가벽, 장미 트렐리스, 옥토넛놀이터, 3D 프린팅 벤치 등 특화 시설을 도입한다. 먼저 갤러리 숲은 소나무, 팽나무, 회화나무, 귀룽나무, 서어너무, 느릅나무 등으로 구성된다. 계절 풍경을 고려한 화목류와 야생화를 조화롭게 배치해 정원마다 다른 풍경이 연출되도록 했다. 단지 곳곳에서 남다른 이야기를 담은 특별한 나무들을 볼 수 있는데, 전국의 수목 농장을 다니며 발품을 판 덕분이다. 둘째로 다양한 모습의 수경 시설을 배치했다. 리버파크(중앙공원)에는 한강을 모티브로 한 생태 계류와 석가산 폭포가 어우러져 장대한 자연형 수경관을 연출한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쏟아지고 길을 따라 흐르고 잔잔히 고이기도 하며 커뮤니티 공간에 활기를 부여한다. 정원에는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유러피안 폰드, 도시적이고 세련된 형태의 폰드, 바닥 분수 등이 놓여 아름다 운 경관과 물놀이 공간을 함께 제공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89호(2020년 9월호)수록본 일부 조경 기본 설계 신화컨설팅(최원만) 조경 특화 설계 디자인로직(오형석,유선근,김하나) 조경 시공 현대건설(정찬옥,박준호,박연상,문수호,하지원,김예본) 식재 1단지:남도조경(도재광) 2단지:유일종합조경(최일호) 시설물 1단지:그린에이드(홍순문) 2단지:원앤티에스(이청이) 놀이 시설 원앤티에스(이동진) 위치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향산리 대지면적 1단지: 76,425m2(1,568세대) 2단지: 94,869m2(1,942세대) 준공2020. 7. 사진 로 스튜디오(우경선) 디자인로직(LOSYK)은 외부 환경 및 조경 계획,설계,컨설팅을 수행하는 전문가 집단이다. 2005년 봄 새로운 조경 문화를 고민하는 젊은 조경가7인이 모여 만든 프로젝트 그룹에서 시작됐다.외부 환경을 바라보고 이해하며 표현하는 새로운 방식과 설계 전문가 집단의 새로운 운영 방식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 유선근 / 2020년09월 / 389
  • [비트로 상상하기, 픽셀로 그리기] 그래스호퍼 연대기 Ⅲ
    나쁜 피 살충제가 개발되기 전 인류의 오랜 역사에서 메뚜기 떼는 언제나 저항할 수 없는 재앙의 상징으로 묘사됐다. 그야말로 나쁜 피. 모든 의미를 잿더미로 만드는 무력과 무의미의 상징. 뉘앙스만 다를 뿐 사람들이 말하는 진심은 늘 순간적이고 상대적이어서 익숙해지면 모든 게 한없이 옅어졌다. 마치 이별을 말하는 데 소질이 없는 연인이 지난날의 의미를 돌아볼 때 밀려오는 짜증을 감출 수 없는 것처럼. 그래서 나는 이 무거운 연작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련이 얼마나 남았는지 그래스호퍼의 의미를 말해야 하는 변하지 않을 꿈에 갇혀버렸다. 네가 대체 뭐라고 ‘그래스호퍼의 쓸모’에 대해 말하고 있나. 내가 대체 뭐라고 ‘파라메트릭의 비밀’을 밝히려 하나. 서로 거짓말들을 소리 내서 반복할 뿐 역병이 지나간 자리에 메마른 기억만 남기고 있다. 나쁜 꿈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말은 정말 이기적인 표현일 것이다. 누가 누구를 교란하나.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언제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의미 없는 것들에 환상을 부여하며 동등하게 경쟁해왔다. 교란당한다고 생각하는 쪽이 나쁜 꿈을 꾸는 것이다. 그래서 경쟁자들을 죽이기 위해 숨 막히는 이유를 지어내는 것이다. 나는 벌써 두 달이나 거짓말을 해왔다. 오늘, 아니 어쩌면 어제 죽었을지도 모르는 많은 생명체에게 오직 내가 돋보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그래스호퍼에 대한 연극을 한 것이다. 이제 슬픈 막을 내린다. 아무래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나쁜 꿈에서 말없이 깨어난다. 단지 미련이 남을 뿐이다. 오늘 같은 날은 앞으로 오지 않을 것이기에 이미 끝난 것을 알면서도 붙잡고 있는 것이다. 나는 아무렇게나 얘기할 것이다. 목록도, 목적도, 고통 뒤에 감춰둔 거짓도 없이 생각나는 대로 모두를 교란할 것이다. 삶을 간단하게 하는 데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사형 선고를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겠지만, 지면의 마지막까지 그래스호퍼로 할 수 있는 것들의 목록을 또 얘기할 것이다. BIG 서펜타인 파빌리온(유선형 디자인+매크로 디자인+커브 어트랙터) 하이드 파크의 서펜타인 갤러리는 매년 영향력 있는 건축가를 초청해 파빌리온 디자인을 의뢰하는 서펜타인 파빌리온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2000년 자하 하디드를 시작으로 2002년 토요 이토, 2006년 렘 콜하스, 2008년 프랭크 게리 등 스타 건축가들의 자유로운 디자인과 동시대 건축의 트렌드를 즐길 수 있는 행사다. 그림 1은 BIG의 비야케 잉겔스가 2016년에 디자인한 파빌리온을 그래스호퍼로 모델링한 것이다. 인터뷰에서 그는 ‘투명과 불투명’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했지만, 그래스호퍼 키드의 관점에서 보면 그저 온전한 파라메트릭 디자인이다. ...(중략) *환경과조경389호(2020년 9월호)수록본 일부 나성진은 서울대학교와 하버드GSD에서 조경을 전공했다.한국의 디자인 엘,뉴욕의 발모리 어소시에이츠(Balmori Associates)와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CFO)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고, West 8의 로테르담과 서울 지사를 오가며 용산공원 기본설계를 수행했다.한국,미국,유럽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귀국 후 파트너들과 함께 얼라이브어스(ALIVEUS)라는 대안적 그룹을 열었다.
  • [공간잇기] 담장 안 사람들의 이야기
    용산은 제 고향이에요 오클라호마 주에서 태어난 금발 머리 푸른 눈의 조는 거리낌없이 용산을 자신의 고향이라고 말한다. 자신도 그렇게 말한 게 짐짓 놀라운 듯 살짝 상기된 표정이다. 의아한 마음에 묻는다. “조는 미국에서 태어났고 한국에는 초등학교 때 와서 고등학교 때까지 8년만 살았는데 왜 용산을 고향이라고 생각하나요?” 엄마 리사와 아빠 브라이언도 딸의 답변을 궁금해한다. “정체성이 형성되던 중요한 시기인 십대를 한국에서 보냈어요. 한국의 생활과 문화가 제 DNA 깊숙이 자리잡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용산 미8군부대 안에 있는 초, 중,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평생 함께할 소중한 친구들을 만나 학창 시절을 보냈고 이를 간직한 공간들이 기억에 남아있어요. 그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성인이 됐어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계신 오클라호마도 좋지만, 제게 더 의미 있는 곳은 학창 시절 추억이 담긴 여기, 용산이에요.” 조의 어머니인 리사 홀(Lisa Hall)은 용산 미8군 기지 안에 있는 서울미국인초등학교(Seoul American Elementary School)(SAES) 교사였다. 지난해 한국 부임 8년째를 맞은 리사는 특별 수업 교사로서 전 학년(유치원생부터 5학년까지) 학생들의 창의성을 키워주는 역할을 담당했었다. 조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엄마를 따라 한국에 온 뒤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기지 내 학교에서 공부했다. 미국 소재의 대학생이 되어 더 이상 한국에 살지 않지만, 길에서 한국말을 하는 사람들이 지나가기만 해도 고향에 온 듯 마음이 포근해진다고 했다. 담장 너머 금단의 땅 한국인에게 애환의 공간이자 금지된 땅인 용산 기지에는 역사적 아픔이 깊게 서려있다. 1882년 청과 불평등 통상조약이 체결되어 용산에 청군이 상주한 것을 시작으로 1905년 을사늑약 이후 대한제국 점령을 목적으로 일본 군대가 주둔했다. 1945년광복 후에는 미국이 일본의 군사 시설을 접수해 사령부로 사용했으며 한국전쟁을 거치며 정착한 뒤에는 미국 제8군이 2019년 말까지 주둔했다. 이곳은 한양으로의 진입부이자 한강과 맞닿은 군사 물자 수송의 허브로서, 외국 군대가 주둔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땅이었다. 국운이 쇠퇴하던 조선 시대 말기 및 대한제국 때부터 일제 식민지기와 현재에 이르기까지 외세 침략과 간섭의 전초 기지였던 용산은 아픈 손가락이었다. 이 역사적인 땅은 한 세기를 돌고 돌아 용산공원으로 재탄생하여 우리 품으로 돌아오게 될 예정이다. 리사와의 인연이 닿은 것은 서울미국인초등학교가 문을 닫기 전 마지막 한 학기를 남겨두고서였다. 주한미군의 용산 기지 반환 절차가 공식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기지에 담긴 역사·문화유산을 기록하자는 취지로 모인 ‘용산레거시(Yongsan Legacy)’라는 전문가 그룹을 통해 만남이 성사됐다. 리사는 첫 만남부터 학교에 대한 아쉽고 복잡한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용산 기지가 한국 땅인 것을 잊은 적이 없어요. 오랫동안 잘 빌려 썼고, 당연히 한국에 다시 돌려줘야죠. 그런데 사용하는 동안 이 땅에 정이 굉장히 많이 들었어요. 우리의 많은 이야기가 이곳에 녹아 있죠.” 그는 간절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지난 60년간 우리 학교를 거쳐 간 수많은 학생과 선생님, 학부모들이 아주 특별한 의미와 추억을 지닌 곳이기도 해요.” 몇 개월 후 학교가 문을 닫고 공원화가 시작되면 학교 건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거라며 안타까워했다. 리사는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용산 기지는 군인들만 있던 곳이 아니라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의 삶의 터전이었다는 흔적을 남기고 한국인들과 소통하고 공유하고 싶어요.” 십 년 뒤 혹은 이십 년 뒤 다시 한국을 찾은 제자들이 유년의 추억이 담긴 이 땅의 역사와 이야기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해주고 싶다는 눈빛이 간절했다. 게이티드 커뮤니티, 용산 기지 한 세기 넘게 들어갈 수 없던 높은 담장 안 금단의 땅에서도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은 이어지고 있었다.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는 “공간은 인간의 친구”라고 했다. 사람은 공간 없이는 삶을 이어갈 수 없고, 공간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군부대로만 보였던 용산 기지가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보낸 삶의 터전이라는 관점이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베일에 싸인 시간 동안 어떤 사람들이 누구와 함께 어떤 일상을 누리며 어떤 이야기를 품고 살아왔는지, 흔적이 모두 사라지기 전에 하나라도 기록해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사는 곳, 평범한 일상 공간으로서 용산 기지, 그곳이 궁금해졌다. ...(중략) *환경과조경389호(2020년 9월호)수록본 일부 서준원은 열다섯 살부터 대학 졸업 후까지 뉴욕에서 약10년간 생활했다.파슨스 디자인 스쿨(Parsons School of Design)인테리어디자인학과에서 다양한 주거 공간에 대해 공부했고,한국인의 생활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치고 박사를 수료했다. SOM뉴욕 지사, HLW한국 지사, GS건설,한옥문화원,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등에서 약16년간 실내외 공간을 아우르는 디자이너이자 공간 연구자로 활동했다.한국인의 참다운 생활 환경을 위한 디자인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품고 다양성이 공존하는 도시 공간 연구를 위해 곳곳을 누비며‘공간 속 시간의 켜’를 발굴하는 작업을 긴 호흡으로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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