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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
자투리땅에서 [ ]를 찾아라!
공터, 가로변 쉼터, 자투리 녹지대 등 방치되고 소외된 땅에 새 숨을 불어 넣는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이하 72시간 프로젝트)가 올해로 8회를 맞았다. 72시간 프로젝트는 2012년 바트얌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비엔날레(Bat-Yam International Biennale of Landscape Urbanism)에서 처음 실행된 ‘72시간 어반 액션(72 Hour Urban Action)’을 벤치마킹한 사업으로, 올해까지 73개의 공간을 재정비했다. 서울에 점진적인 변화를 일으키며 특색 있는 도시재생 사업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지난 7월에 열린 ‘제10회 대한민국 국토대전’의 도시재생 및 생활(SOC)분야에서 국토교통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이번 해에는 대상지에 적합한 주제를 찾아 실험적이고 참신한 계획을 하도록 “자투리땅에서 [ ]를 찾아라!”라는 미션이 주어졌다. “자투리땅에서 ‘여행’을 찾아라”, “자투리땅에서 ‘V 라인’을 찾아라” 등 각 팀은 대상지에서 재조명할 만한 숨은 가치 혹은 새로 담고자 하는 의미로 미션의 빈칸을 채웠다.
도심 번화가 주변 2개소(종로구 관훈동 자투리 녹지대, 성동구 금호동 공터), 주민 맞이 공간 3개소(동대문구 휘경동 가로변 쉼터, 강북구 삼각산동 자투리 녹지대, 도봉구 도봉동 가로변 쉼터), 주민 생활 공간 2개소(은평구 녹번동 가로변 쉼터, 양천구 신월동 마을 마당) 등 7개의대상지가 주어졌다. 총 35팀이 지원한 가운데 선발된 7팀 대부분이 조경 분야 전문가와 학생들로 구성되어 눈길을 끌었다. 작품 설치 비용과 상금은 작년 대비 소폭 증액됐다. 팀별 작품 설치 비용은 1,000만원에서 2,000만원(부가가치세 포함)으로, 총 상금은 2,000만원에서 3,000만 원으로 늘어났다. 시상 대상은 대상(상금 1,000만원) 1개 팀, 우수상(상금 500만원) 2개 팀, 장려상(상금 300만원) 2개 팀, 입선(상금 200만원) 2개 팀이다.
시는 지난 5월부터 작품을 접수 받아 1차 서류 심사와 2차 프레젠테이션 심사를 진행해 참여 팀을 선정했으며, 액션 시작 한 달 전에는 최신현 조직위원장(씨토포스 대표)을 비롯한 조직위원들과 각 팀이 모여 설계안을 최종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폐회식은 지난 9월 19일 서울시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렸다. 모든 팀이 한자리에 모여 프로젝트 진행 과정과 최종 결과물을 소개했고, 심사 결과에 따른 상장 및 상금 수여식이 있었다. 평가 기준은 작품의 창의성,내구성, 조화성, 성실성, 유지·관리 측면 등이었다.
대상을 수상한 새벽녘 팀의 ‘포:레스트For:rest’는 양천구의 낡은 마을 마당을 친근한 분위기의 주민 쉼터로 변모시킨 작품이다. 주민 이용 행태와 인터뷰를 토대로 옛 감성을 자극하는 양철 지붕의 정자와 사초류 식재 공간을 마련했는데,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평을 받았다. 우수상은 경사지에 영화관 좌석을 연상케 하는 구조물을 마련한 루체테 팀의 ‘G열 20’, 등산 로프를 활용해 도봉산을 닮은 시설물을 마련한 도봉79팀의 ‘마중다락원’에게로 돌아갔다. ‘G열 20’은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기에 충분한 공간을 만들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으며, ‘마중다락원’은 해당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특색 있는 시설물을 조성하고 공간의 실용성을 높였다는 평을 받았다. 장려상에는 솔화백 팀의 ‘수묵화랑’과 제기발랄 팀의 ‘늘, 그늘’이 선정됐으며, 입선에는 ITLs 팀의 ‘정원에 간 불당골’과 공간크리에이터 팀의 ‘V-log’가 선정됐다. 공고된 시상 내역 외에 별도로 추가된 인기상(상금 100만원)은 시민 투표 결과에 따라 루체테팀에게 돌아갔다. 박준호 심사위원장(EAST4 대표)은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가 도시의 변화가 작은 곳에서 일으켜 어제보다 나은 서울의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남산타워나 한강의 다리가 아닌 이러한 자투리 공간이 서울시의 랜드마크가 되기를 기대한다”는 심사평을 밝혔다.
올해는 날씨를 고려해 액션 날짜를 조정한 덕분에 우천 중 공사를 피할 수 있었지만, 공사를 반대하는 민원으로 진행에 어려움을 겪은 팀들이 있었다. 루체테 팀은 시설물 설치를 반대하는 민원에 계속해서 부딪혔으며, 제기발랄 팀은 주민의 반대로 액션 시작 한 주 전 대상지가 휘경동으로 변경되어 상세 설계를 다시 진행해야 했다. 서울시는 2014년부터 공간의 안전성과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모든 작품을 존치할 것을 요구하며, 모집 공고에 존치에 대한 준수 사항을 명시하고 심사 기준에도 내구성이나 유지·관리 측면을 포함시켜 왔다. 이에 따라 각 팀은 상세한 설계와 정확한 시공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준비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대상지 선정은 다소 미흡하게 진행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향후 사업 진행에 있어서는 주민과 지자체 간 보다 확실하고 정확한 협의가 선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진행 과정에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참여자들의 손길은 도심 곳곳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냈다. 다채로운 식물이 후미진 공간을 아름답게 수놓았고, 평범한 소나무 군락이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으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약 3개월의 사전 준비 기간과 72시간의 액션 기간 동안 쏟은 각 팀의 노력이 시민들의 일상에 크고 작은 울림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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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중동 유니시티 1, 2단지
Changwon Jungdong Unicity 1 & 2 Block
‘창원 중동 유니시티’(이하 유니시티)는 풍성한 자연 속에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탐닉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단지다. 단지 인근의 중앙공원과 사화공원(『환경과조경』 2019년 8월호, pp.74~87 참조)은 여유와 휴식이 넘치는 삶의 배경으로 역할하고, 유니시티의 녹지와 어우러져 중동의 그린 네트워크 기능을 확장하고 있다. 유니시티는 총 네 개 블록으로 구성된다. 그중 서쪽에 위치한 1, 2블록이 완공되어 거주민뿐만 아니라 시민에게 녹음과 자연을 선사하고 있다.
대지의 기억을 담다
대상지는 60여 년간 육군 제39보병사단(이하 39사단)이 주둔한 곳으로, 도시 외곽에 위치해 논밭이 많은 곳이었다. 하지만 도시화가 진행되며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단독 주택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1990년대에는 부대 이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2015년 6월 39사단은 함안군으로 이전했고, 대규모의 빈터는 유니시티로 거듭났다. 이 땅은 농부들이 곡식을 얻어온 삶의 터전이자, 신병 훈련을 겪은 청춘들의 땀이 서린 곳이며, 경남의 향토를 수호해 온 대지다. 수많은 사람들의 보금자리였던 땅에 들어서는 도시 규모의 주택 단지에 책임감 있는 태도로 접근하며 대상지 고유의 잠재력을 끌어내고자 했다.
39사단이 자리잡기 전 대지의 기억, 즉 논밭의 지형에서 설계 모티브를 얻었다. 경작지를 연상시키는 그리드 패턴을 기반으로 단지 외곽의 녹지 숲, 단지 내부의 숲을 구성했다. 녹지 숲은 도로와 단지의 레벨 차로 인해 생긴 자연 지반을 활용한 녹지 공간이다. 외곽을 따라 약 2km에 달하는 녹지 띠가 형성됐는데, 소음과 미세 먼지를 저감하는 마을 숲으로 역할하고 있다. 단지 내부의 숲은 주동 인근에 마련되는 정원으로 입주민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8호(2019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사업 시행(주)유니시티
시공사(주)태영건설 외 5개사
조경 설계 그룹한 어소시에이트/태영건설 디자인팀
조경 공사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
위치 경상남도 창원시 의창구 중동 53번지 일원
면적
1단지: 대지면적 90,960m2, 조경면적 43,899m2
2단지: 대지면적 51,794m2, 조경면적 22,755m2
사업 준공2019. 6.
사진 유청오
- 정병규 / 태영건설, 그룹한 / 2019년10월 / 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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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다리 조성 설계공모
설계공모 경과 및 심사평
1917년 개통된 한강대교는 인도교였다. 하지만 1981년 산업화를 거치며 자동차 중심의 8차로 교량으로 확장되었고, 현재와 같은 쌍둥이 교각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 한강대교 남단이 노량진과 노들섬을 잇는 보행자 전용 다리로 새롭게 거듭날 예정이다. 9월 말 개장을 앞두고 있는 노들섬에 편리하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보행 통로를 마련하려는 의도다. 지난 5월 서울시는 ‘백년다리 조성 설계공모’를 개최해 한강대교의 아치와 기존 교각을 활용한 공중보행길 아이디어를 모집했다.
대상지는 두 구간으로 나뉜다. 첫 번째 구간은 한강대교 남단 아치교 사이의 ‘공중보행길’이다. 폭 10.5m, 길이 500m에 이르는 선형 공간을 한강을 조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체험, 녹음, 휴식을 제공하는 장소로 조성해야 한다. 한강대교의 아치나 구조에 무리가 가지 않는 형태로 설계하고, 기존 아치와 잘 어우러지는 디자인을 통해 아름다운 경관을 형성하는 것 역시 주요 평가 요소였다. 두 번째 구간은 노량진 북고가차도 존치 구간이다. 공중보행길과 주변 지역을 연결해 노량진 지역 재생에 기여하는 방안, 노들섬을 찾는 사람들의 기대감을 높이는 연출 계획이 요구됐다. 또한 두 구간 모두 사회적 약자를 고려한 유니버설 디자인을 담아야 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8호(2019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주최 서울시 도시재생실
위치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 327일대
(한강대교 남단: 노들섬~노량진 북고가차도)
공모 범위
구역1: 한강대교 남단 아치교 사이
(폭 10.5m 미만 × 길이 500m 이상)
구역2: 노량진 북고가차도 존치구간 및 주변 지역 연계
예정 공사비253억원(부가세 포함)
예정 설계비1,339백만원(부가세 포함)
예정 설계 기간 착수일로부터 5개월(계약 시 확정 예정, 공휴일 등 포함)
방식 일반 공개공모
시상
당선작: 기본 및 실시설계 계약 체결 우선 협상권
2등작: 5,356만원
3등작: 4,017만원
4등작: 2,678만원
5등작: 1,339만원
공모운영위원장 정진국(한양대학교)
심사위원
크리스토프 휠셔 보글
(Christoph Hoelscher Vogl, 건축사사무소 청보글)
김준성(핸드플러스 건축사사무소)
김희욱(제일엔지니어링)
정욱주(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김세진(스키마 건축사사무소)
박선우(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건축과)
김은희(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정책연구센터)
국형걸(이화여자대학교 건축학전공, 예비심사위원)
진행 김모아 디자인 팽선민
자료제공 서울시 도시재생실, 수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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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다리 조성 설계공모] 투영된 풍경
Reflective Scape
한강 최초의 인도교인 한강대교의 원형은 ‘배다리’다. 조선 시대에 정조는 작은 배를 모아 그 위에 가설 교량을 설치해 배다리를 만들었는데, 이 배다리가 놓였던 곳이 현재 한강대교가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당시 배다리 설치를 관장한 관청 주교사 터, 강을 건넌 정조가 잠시 쉬어가던 정자 용양봉저정이 인근에 남아 있다. 배다리를 구성하는 배는 강의 흐름에 따라 유동적으로 부유하는 풍경으로, 구조물 형태의 다리와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강대교는 백여 년의 역사를 담고 있다. 도시의 중심을 지켜 온 한강을 건너게 해주는 한강대교는 단순한 물리적 연결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백년다리 역시 노들섬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넘어 한강을 경험하는 새로운 기회로 역할하기를 바랐다. 강이라는 자연적 요소와 다리라는 인공적 요소가 공존하는 모순적 경계를 하나의 가능성으로 보고, 도시와 자연의 모호한 경계를 잇는 새로운 풍경을 제안하고자 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8호(2019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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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면으로 말하기, 디테일로 짓기] 액랜드 스트리트
양화 한강공원의 실시설계를 맡게 되었을 때 너무나 설레고 흥분되었다. 내가 긋는 캐드 선 하나하나가 그대로 실현될 것이라 상상하니 의욕이 불타올라 밤늦은 줄 모르고 도면 작업에 몰두하기도 했다. 다섯 단계의 선 두께, 흑색과 회색 사이 선의 진하기를 조절해 가며 온갖 치수로 빼곡하게 채워 완성한 도면 한 장은 그저 아름다웠다. 모든 요소의 크기와 간격, 곡률을 도면에 정의했으니 이제 그대로 짓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잘못될 여지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시공이 시작되자 수많은 질문이 날아들었다. 도면대로 시공할 수 없는 온갖 이유와 한시가 급하니 당장 대안을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우려와 함께 현장에 도착해 목격한 것은 그렇게 시공되지 말았어야 할, 그러나 돌이킬 수 없이 대상지에 새겨진 상처들이었다. 현장에서 즉흥적 결정에 의해 디테일이 바뀌고 있었고, 한껏 공을 들인 자식 같은 설계 도면들은 휴지 조각이 되어 있었다. 어차피 시공이 끝나고 나면 아무도 보지 않을 도면인데 아무려면 어떠랴, 스스로를 쓸쓸히 위로했다. 호주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몇 개 프로젝트를 통해 비슷한 패턴을 경험하고 나니 의문이 끓어올랐다. 왜 우리는 도면을 만드는 데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이는가? 왜 시공자는 우리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안 하는가? ...(중략)...
* 환경과조경 378호(2019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이홍인은 호주 공인 조경가(RLA)다.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쳤다. 한국의 오피스박김, 호주의 맥그리거 콕샐(McGregor Coxall)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현재 하셀(Hassell) 멜버른 오피스에서 BIM 모델링, 컴퓨테이셔널 디자인, 가상 현실 등 신기술을 조경 실무에 응용하는 직책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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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는, 조경] 현실처럼 보이는 드로잉
미국조경가협회ASLA는 몇 년 전부터 최우수 작품상ASLA Professional Award of Excellence 수상작을 가상 현실VR 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에 서비스하고 있다(그림 1). 공원 주요 구역의 풍경과 방문객의 활동을 담고 디자이너의 설계 설명을 내레이션으로 입혔다. 휴대폰이나 컴퓨터로 유튜브에 접속하면 2차원의 360도 동영상을, 가상 현실 헤드셋을 이용하면 3차원의 360도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상하좌우로 자유롭게 마우스를 움직이거나 헤드셋을 쓰고 고개를 돌려가며 공원을 실제로 누비는 것처럼 경험할 수 있다. 가상 현실이 디자인 과정의 도구로 활용된 것은 아니지만 대중과 소통하는 중요한 테크놀로지로 활용되고 있다.
가상 현실이라는 기술도 놀랍지만 풍경을 입체로 체험하기 위한 노력이 19세기에 이미 나타났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그림 2는 뉴욕의 센트럴파크가 조성된 지 십여 년 남짓 되었을 때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입체경(stereoscope)사진이다. 두 장의 비슷한 사진이 나란히 놓여 있는데, 가상 현실 헤드셋과 비슷하게 생긴 입체경을 통해 보면 3차원 이미지로 보인다.1 입체경, 가상 현실, 3D 영화를 비롯한 입체 시각화는 우리의 두 눈이 떨어져 있는 만큼 조금씩 다른 것을 보는, 소위 양안 시차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만들어낸 지각 방식이다.
사실처럼 그리기
시각 이미지를 이용해 현실과 유사한 경험을 만들고자 하는 욕구는 조경 드로잉에서도 발견된다. 19세기 중후반 조경가는 당대의 최신 기술인 사진을 현장 조사 도구로 활용했고(『환경과조경』 2019년 5월호 참조), 사진이 발명되기 이전에는 풍경화 같은 투시도를 그려 대상지에 대한 비전을 사실처럼 그리곤 했다(『환경과조경』 2019년 4월호 참조). 조경의 최종 목적이 현실 세계의 경관을 디자인하는 것인 만큼 사실적으로(realistic)그려 현실처럼 보여주고자 하는 태도는 어쩌면 당연한, 조경 드로잉의 기본적 역할일지도 모르겠다. 2000년을 전후로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와 같은 그래픽 소프트웨어의 상용화에 힘입어 현실처럼 보이는 드로잉을 보다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손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찍은 사진을 재료로 합성하면서 조경 드로잉은 실제를 그린 것처럼 인식될 수 있다(그림 3).
이러한 이미지는 현실 세계를 사실처럼 그린 것일까. 대상과 관련하자면, 그렇지 않다. 드로잉은 디자인된 이후의 세계를 그리기에, 엄밀히 말해 현실이 아니라 디자이너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가상의 세계를 다룬다. 방법과 관련해도 그렇지 않다. 사진을 합성해 만든 조경 드로잉은 정확히 말해 포토 리얼리즘(photo-realism), 즉 미래의 경관을 촬영한 ‘사진처럼’ 보이도록 제작된 이미지다. 쉽게 이야기해서 우리에게 사실처럼 보이는 그래픽 이미지는 현실의 경험이 아니라 그것을 찍은 사진, 그것을 보정한 작품 사진처럼 연출된 것이다(그림 4).2...(중략)...
*환경과조경378호(2019년10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풍경을 입체로 보는 시각 체제의 국내 도입과 관련해서 다음을 참조. Myeong-Jun Lee & Jeong-Hann Pae, “Nature as Spectacle: Photographic Representations of Nature in Early Twentieth-Century Korea”, History of Photography 39(4), 2015, pp.390~404; 이명준, “일제 식민지기 풍경 사진의 속내”, 『환경과조경』 2017년 10월호, pp.32~37.
2. 미디어 이론가 레프 마노비치의 말을 빌리면, “컴퓨터 그래픽이 (거의) 성취해 온 것은 리얼리즘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포토리얼리즘인데, 포토리얼리즘은 우리의 현실에 대한 인식적이고 신체적인 경험이 아니라 오직 사진적 이미지를 모방하는 능력이다.” Lev Manovich, The Language of New Media, Cambridge, MA: MIT Press, 2001, p.200.
이명준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경 설계와 계획, 역사와 이론, 비평에 두루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박사 학위 논문에서는 조경 드로잉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현대 조경 설계 실무와 교육에서 디지털 드로잉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고, 현재는 조경 설계에서 산업 폐허의 활용 양상, 조경 아카이브 구축, 20세기 전후의 한국 조경사를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다. ‘조경비평 봄’과 ‘조경연구회 보라(BoLA)’의 회원으로도 활동한다.
자료출처
그림 1. https://www.youtube.com/watch?v=nQ2geeXMThI
그림 2.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Outdoor_Life_and_Sport_in_Central_Park_N.Y,_from_Robert_N._Dennis_collection_of_stereoscopic_views.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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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탄생, 1968~2018] 오늘날 공간의 탄생, 도시의 도시화
원도심을 살려라
지난달에는 한국 도시화 50년의 네 번째 공간 사례로 자연의 도시화를 4대강 자전거 길과 코리아 둘레길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오늘날 도시의 도시화를 살펴본다. 이를 위해 도시와 도시의 도시화에 대한 개념적 이해로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도시(都市, city)는 구체적으로 일정한 지역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을 의미한다.1 본래 도시라는 단어 자체가 정치 중심지인 도읍(都邑)과 경제 중심지인 시장(市場)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시의 도시화는 과연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도시는 이미 중심지인데, 어떻게 도시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일까? 이것은 현재의 도시가 과거 중심지로서의 역할 또는 위상과는 다른 처지에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무엇이 도시를 도시화가 필요한 상태에 이르게 했을까? 그리고 도시는 어떻게 도시화될 수 있을까?
오늘날 도시의 도시화는 도심(都心, downtown), 즉 도시의 중심부에서 주로 일어나고 있다. 흥미롭게도 한국의 도시화는 원도심, 구도심, 신도심, 부도심 등 다양한 도시의 중심부를 형성시켰다. 하나의 도시에 도심이 여러 개 존재하며, 오래된 도심과 새로운 도심이 만들어진 것은 도시의 실제 중심부가 이동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하지만 오랜 역사를 간직한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 등에서 도시의 중심부가 전면적으로 이동하는 일은 흔치 않다. 한국의 도시화는 정부 주도의 대규모 물리적 개발을 통해 급속히 일어났기 때문에, 도시의 중심부가 이동한 사례는 오히려 흔한 일이었다. 이를테면 서울의 강남은 1970년대에 개발되기 시작해 신도심으로서 위상이 높아졌지만, 기존의 사대문 안 도심은 구도심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그나마 서울 도심의 위상 변화는 상황이 좋은 경우다. 지방 대부분의 대도시와 수많은 중소 도시는 1980~1990년대 근교의 도시화, 2000년대 지방의 도시화 시기에 도시의 중심부 이동을 경험했다.
자연스럽게 구도심 쇠퇴와 신도심 성장 구도가 만들어졌으며, 이들 사이에 더 이상 묵과하기 힘든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격차가 존재하게 되었다. 이런 고질적 문제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대선을 정확히 한 달 앞둔 시점에 원도심을 살리는 도시재생 뉴딜을 핵심 정책 공약으로 천명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바로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추진해 구도심을 살리고 더욱 쾌적한 주거 환경을 만들겠다. 그동안 도시재생 사업에는 연간 1,500억 원 정도가 투입됐다.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공공 기관 주도로 정비하거나 매입 또는 장기 임차하면 연간 5만 호의 공공 임대 주택을 마련할 수 있다. 매입이나 임차를 할 때 고령층 소유자에게는 생활비에 상응하는 수준의 임대료를 지원할 것이다. 낡은 주택을 직접 개량하는 집주인은 주택도시기금에서 무이자 대출을 지원받을 수 있다. 전문 기관은 10조 원대 도시재생 사업으로 매년 39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2
이번 연재에서는 오늘날 도시의 도시화를 도시재생 뉴딜과 스마트시티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도시재생 뉴딜, 스마트시티의 시작과 경과
도시재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도시재생 이전에 도시 쇠퇴의 문제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학술적 연구와 정책적 대응이 10여 년 이상 지속되어 왔다.3 도시재생사업단은 국가 R&D 연구의 일환으로 2006년부터 2014년까지 도시 쇠퇴의 문제에 경제·사회·문화·환경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며, 도시재생 관련 정책·제도 및 환경·에너지, 건설 기술 등을 제고시키기 위해 노력했다.4
이에 따라 2013년 6월 ‘도시재생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약칭 도시재생특별법)이 제정되어 도시재생 사업 추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뿐만 아니라 도시 쇠퇴의 진단 및 도시재생전략계획의 수립 등을 위해 도시재생 종합정보체계를 활용하게 됐다. 도시재생 사업은 도시재생특별법의 테두리 내에서 도시재생전략계획과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을 통해 추진되고 있으며, 도시재생 지원체계와 도시재생 종합정보체계는 도시재생 사업과 관련된 법적, 제도적, 실무적 의사 결정과 사업 수행을 지원한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도시 쇠퇴가 일자리 감소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문제를 인식하고, 도시재생과 뉴딜을 결합한 도시재생 뉴딜을 일자리 창출의 파급 효과가 큰 거점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다.5 하지만, 도시재생 뉴딜 역시 도시재생 사업의 연속성 상에서 표1과 표2에서 보는 것과 같이 기존 사업과 대동소이하게 사업 유형의 변화만을 보이며 추진되는 중이다.
스마트시티는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지만, 정의가 수백여 가지에 이를 정도로 다양해 여러 개념이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다.6 스마트시티라는 용어는 2010년 이후에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특히 중국이나 인도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많이 사용된다.7 본질적으로 스마트시티는 정보 통신 기술과 도시 건설 및 관리를 융합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전 세계의 스마트시티는 크게 세 단계에 걸쳐 진화되어 왔으며, 한국의 스마트시티 역시 유사한 역사적 경과를 거쳐 형성되었다....(중략)...
* 환경과조경 378호(2019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도시”, 표준국어대사전, 2019년 9월 10일 접속
(https://ko.dict.naver.com/#/entry/koko/d581735c667a43aab3d0897efab33924).
2. 정희완, “문재인 매년 10조 투입해 도시재생 뉴딜 추진”, 「경향신문」 2017년 4월 9일.
3. 임현성·김충호, “도시쇠퇴의 공간적 실태분석 및 정책개선방향 고찰: 부산시 부산진구의 사례를 중심으로”, 『국토계획』 240호, 2019, pp.186~187.
4. 도시재생사업단, 『도시재생 R&D 종합성과집』, 2014.
5. “내 삶을 바꾸는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 국토교통부, 2019년 9월 10일 접속
(http://www.molit.go.kr/USR/NEWS/m_71/dtl.jsp?id=95080559).
6. “스마트시티”, 정책위키, 2019년 9월 10일 접속
(http://www.korea.kr/special/policyCurationView.do?newsId=148863564).
7. Cocchia, Annalisa, “Smart and Digital City: A Systematic Literature Review”, Smart City, 2014.
김충호는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도시설계 전공 교수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워싱턴 대학교 도시설계·계획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우설계와 해안건축에서 실무 건축가로 일했으며, 미국의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와 워싱턴 대학교, 중국의 쓰촨 대학교, 한국의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서 건축과 도시 분야의 교육과 연구를 했다. 인간, 사회, 자연에 대한 건축, 도시, 디자인의 새로운 해석과 현실적 대안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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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스케이프] 하늘을 낚다
태풍과 며칠째 계속되는 가을 장마 끝에 만난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여름에 계속밀리던 가을이 오랜만에 승기를 잡은 듯합니다.청명한 가을 하늘은 언제 봐도 기분 좋은 그림입니다.학생들과 공모전 대상지 답사를 위해 길음동에 들렀습니다.대상지와 바로 붙어 있는 재정비촉진지구.재정비를 촉진하는 곳이라는 뜻 같은데,원래 있던 집들을 정비하는 대신 높은 공사 가림막과 커다란 크레인이 버티고 있네요.아마도 아파트를 짓고 있겠지요.아파트 거주 인구가50%를 넘었다고 합니다.그렇게 아파트가 많이 있는 데도 계속 짓고 있는 걸 보면 정말 신기합니다.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대목이지요.여기서 살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그들은 나중에 이곳에 대한 기억과 이야기를 어떻게 추억할까?어릴 적 살던 동네는 지금 어떻게 됐을까?...(중략)...
* 환경과조경 378호(2019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같은 학과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가원조경, 도시건축 소도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실무를 담당했고,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경 계획과 경관 계획에 학문적 관심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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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을 위한 변화의 시작
백남준아트센터, ‘생태감각’ 전
“TV는 환경이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은 TV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았다. 식물이 물과 공기, 빛, 영양소를 필요로 하는 것처럼 TV도 전기가 있어야 작동한다는 관점에서다. 이러한 사유는 그의 몇몇 작품에서 또렷하게 드러난다. 수풀 속에 작은 TV를 여러 개 설치해 생태계의 일부처럼 느껴지게 한 ‘TV 정원’(1974), 33개의 TV를 4m 높이의 나무 모양으로 쌓아올린 ‘사과나무’(1995)가 그 예다. 그에게 미디어는 곧 생태계고, 생태학은 특정 학문이 아닌 하나의 세계관이었다. 미디어생태학적 관점을 토대로 그는 미디어 기술의 발전이 인류 발전은 물론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5일부터 9월 22일까지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린 ‘생태감각’ 전은 생태학에 대한 백남준의 철학과 비전을 토대로 기획된 전시로, 오늘날 인간의 ‘편향된 감각’에 문제를 제기한다. 미디어 기술의 발달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의 플랫폼은 사용자의 취향을 파악해 그에 걸맞은 콘텐츠를 추천해준다. 선호하는 정보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편리하지만, 미디어가 제공하는 감각만을 소비한다고도 볼 수 있다. 자본화된 미디어가 우리의 감각을 제한하는 사이 미세 먼지, 쓰레기 산, 플라스틱과 방사능으로 오염된 바다는 일상적인 풍경이 되었다. 전시는 이렇게 편향된 감각을 가진 인간에게 계속 지구의 미래를 맡겨두는 것이 정당한지, 지구 생명체의 생존을 위해 인간이 가져야 할 새로운 태도는 무엇인지를 묻는다. 설치물, 사진, 영상 등 열여덟 점의 작품은 자연에 미친 인간의 영향력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지구에 살아가는 다양한 서식자의목소리를 들려준다. 정원에 사는 식물부터 곤충, 깊은 숲 속의 버섯과 미생물, 바다 속 문어, 인간 역사를 함께 한 소와 개, 기술의 오랜 재료인 광물까지, 사람을 제외한 무수한 존재와 감응하며 그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8호(2019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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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질문] 당신의 책상에 항상 놓여 있는 물건은?
항상 각종 세금 관련 고지서와 서류들이 놓여 있다.가끔 내가 경리인지 설계가인지 헷갈릴 정도다.소규모 아틀리에 소장의 고충이다.그러고 보니 곧 부가세 낼 시기가 다가온다.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날은 오지 않을 것 같다.
오현주 안마당더랩 소장
평범한 책상과 다를 바 없이 전화기, 비상 연락망, 메모지, 볼펜이 항상 놓여 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스케일자, 트레이싱지, 마커, 색연필, 젤리가 있다는 것. 평소에 꾸준히 젤리를 먹는 편이지만 설계 아이디어가 필요한 날엔 특히, 절대적으로 젤리가 필요하다. 설계 대상지를 보면서 머릿속으로 ‘이렇게 되면 어떨까, 저렇게 되면 어떨까’ 생각하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정도로 흥분하는데, 이때 꾸준히 당을 공급해줘야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다. 당 떨어지면 아무 생각 안 나는 당 의존형이다.
김수린 CA조경
아침에 커피를 습관처럼 마신다. 보온·보냉에 탁월한 검은색 스테인리스 텀블러는 4년째 내책상을 지키는 터줏대감이다.
권솔이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고무판과 커터칼. 설계 모델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다. 고무판은 우드록을 자르고 붙일 때 책상에 칼자국이나 풀 자국이 남지 않게 해준다. 모델을 만들고 나서 고무판에 말라붙은 목공 풀을 떼어내는 소소한 재미는 덤이다.
이서연 계명대학교 생태조경학전공
테니스 대회 트로피다. 테니스는 대학교를 다닐 때부터 열정을 쏟아 부은 취미인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참가한 대회에서 받은 상이다. 주변으로부터 받은 많은 축하와 격려를 받은 일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 일상에 소소한 활력을 준다.
송태규 아이앤지종합엔지니어링 소장
첫째는 스탠드다. 방에 형광등이 있지만 충분히 밝지 않아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쓸 때 유용하게 사용한다. 공부 열심히 하라고 받은 선물이라 그런지, 스탠드를 켜면 집중이 더 잘 되는 느낌이다. 둘째는 쓰다 남은 노트들이다. 수업 시간에 받은 프린트물 내용을 노트에 옮겨 적는 게 보기에 편하고, 학기가 시작되면 노트를 몇 권씩 사는 습관이 있어서다. 항상 끝까지는 못 써서 연습장으로 남아 쌓이지만.
임지연 삼육대학교 환경디자인원예학과
다이어리와 연필, 한번에 다 읽진 않지만 매일 조금씩 읽는 책, 그리고 가족사진이 있다. 기억력이 좋지 않은 내게 다이어리는 메모하거나 하루 일과를 시작할 때 유용하며, 연필은 사각거리는 소리가 좋아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준다. 책은 잠시라도 일상을 벗어나고픈 욕망을 충족해주는데, 요즘은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과 『환경과조경』의 ‘공간의 탄생, 1968~2019’ 연재를 재밌게 읽고 있다. 가족사진을 보면 내가 일하고 사는 이유가 떠오른다.
남수환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팀장
귀이개가 있다. 업무도 업무지만 일을 하다 보면 가장 힘든 게 인간관계다. 귀를 자주 파면 귀 건강에 좋지 않다는데, 부모님이 아들 건강을 걱정해서 그런지, 아내가 가계 수입을 걱정해서 그런지, 프로젝트 관계자가 업무에 대한 험담을 늘어놔서 그런지, 자꾸만 귀가 간지러워 귀이개를 찾는다. 문득 마음의 소리부터 잘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김충희 로컬마스터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