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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행복한 조경가
주말의 소중한 늦잠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6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한 손에 감기는 크기와 가벼운 무게, 정교하면서도 감각적인 누드 제본,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표지, 자유분방함과 치밀함의 경계를 달리는 편집 디자인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서로 엮여 독자의 숨 쉴 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첫 장을 열면 단숨에 읽어 내릴 수밖에 없는 따끈따끈한 신간 『도큐멘테이션(Documentation)』, 이 책은 오랜 수련과 실무를 거친 후 자신의 설계사무소 디자인 스튜디오 로사이(design studio loci)로 독립해 10년을 채우고 1년을 더 보낸 박승진 소장의 작업 기록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아모레퍼시픽 사옥에 이르는 그간의 역작을 모은 작품집이 아니다. 그동안 발표해 온 주옥같은 에세이와 논평을 모은 책도 아니다.
“일과 일상이 자연스럽게 교차”한 10년의 기록을 펴내며 그는 이렇게 말한다. “작업은 늘 조심스럽고 흥미진진하다. 모든 작업은 결국 땅 위에 구축되지만, 거기에 이르기까지 좌뇌와 우뇌, 양팔과 양손 그리고 두 다리의 끊임없는 구동을 요구한다. 긴장과 이완의 지속적인 반복, 불안과 안도의 이상한 동거, 진척과 되새김이 만들어내는 시간의 역행은 설계 작업자의 숙명이다. … 찢어진 메모지에, 혹은 값비싼 몰스킨에, 옐로페이퍼의 구겨진 한 모서리에도 그 흔적은 남는다. 이제는 휴대장치가 만들어내는 고해상도 이미지까지 가세하므로 기록들은 차고 넘친다.” 그는 기록의 “정리라는 행위는 가끔 무의미한 과장과 무책임한 소거를 동반하기 때문”에 특별한 구분과 정리 없이 10년의 일과 일상을 뒤섞어 묶었다고 변명하지만, 이 멋스러운 책에서 독자는 오히려 일과 일상의 행복한 만남을, 일과 일상을 가로지르는 섬세한 삶을 마주하게 된다. 책을 덮으며 마지막 장에 침대 맡 연필을 “압인기”(449, 453쪽) 삼아 꾹꾹 눌러 이렇게 적었다. 행복한 조경가.
일과 일상의 즐거운 동거는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 일치할 때 가능하다. 이 둘이 일치하는 삶만큼 부러운 게 또 있을까.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사람만큼 행복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행복 연구로 이름난 최인철 교수(서울대학교 심리학과)는 한 칼럼에서 최근의 연구를 소개하며 이런 질문을 던진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일치하지 않는 실존의 비극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 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회의, 대화, 운동과 같은 일상적 경험을 하고 있는 그 순간순간의 즐거움과 의미는 그 일을 잘한다고 느끼는 정도보다 그 일을 좋아한다고 느끼는 정도에 의해서 훨씬 크게 좌우”된다고 한다. 일상에서 좀 더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서라면 우리는 잘하는 일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에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도큐멘테이션』에서 볼 수 있는 일과 일상의 행복한 만남, 그 열쇠는 ‘좋아하는 일 하기’가 아닐까. 주변의 여러 조경가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다보면 비단 박승진 소장뿐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서 행복감을 발견할 수 있다. 아마도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일 테다. 누군가 지금 조경이라는 두 글자를 앞에 두고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면, 조경 일의 전망과 연봉, 조경의 가치와 조경가의 지위 같은 잣대를 잠시 뒤로 물리고 우선 조경이 내가 좋아하는 일인지 스스로 묻고 답해 보기를 권한다. 최인철 교수의 조언을 옮긴다.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수 없다는 ‘어른스러운’ 조언이 들려올 때마다, 늘 잘하는 일만 하면서 살 수도 없다는 자기만의 주문을 외워야 한다. 그것이 자기다움의 삶과 행복한 삶을 사는 비결이기 때문이다.”
이 달에는 호주를 대표하는 조경설계사무소 TCL(Taylor Cullity Lethlean)의 작업, 에세이, 인터뷰에 거의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했다. 독일의 토포텍 1(Topotek 1)(2015년 2월호), 프랑스의 아장스 테르(Agence Ter)(2016년 11월호) 이후 세 번째 조경가/설계사무소 특집인 셈이다. 대규모 정원과 수목원부터, 습지, 도시 광장, 부두와 항만, 탈산업 경관, 워터프런트, 공항에 이르는 TCL의 다양한 설계 작업에서 조경, 건축, 도시설계를 가로지르는 다층의 지혜와 다각의 디자인 문법을 만날 수 있다. 우리의 시선을 머물게 하는 TCL 작품의 더 큰 특징은 ‘호주 경관의 재해석’이라는 설계 태도일 것이다. 유럽이나 아메리카 대륙과 다른 호주 고유의 지질, 지형, 기후, 식생, 도시 문화를 재해석하는 시도가 프로젝트의 성격과 스케일에 따라 다양하게 전개된다. 그들의 ‘호주성’ 재현 해법은 ‘한국성’의 그것과 무엇이 같고 또 다를까.
김정은 편집팀장과 김모아 기자는 TCL의 작품 사진, 텍스트, 이미지 패키지를 지난 두 달간 검토하고 편집하면서 그들의 작품뿐 아니라 설계 방식과 작업 환경에서 어떤 “따뜻함”과 “편안함”을 느꼈다고 한다. 박승진 소장의 『도큐멘테이션』에 담긴 일과 일상의 행복한 만남과 비슷한 어떤 것이 아니었을까.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의 역동적 이중주. 본문의 인터뷰에서 TCL은 프로젝트 선택 기준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우리가 전문가로서 관심 있는 분야인지, 우리를 흥분하게 만드는 무엇이 있는지”가 잣대다. 개인적으로는 오클랜드 워터프런트를 다룬 지면에서 묘한 행복감을 느꼈다. 몇 해 전 IFLA 학술대회에 참가했을 때 잠시 틈을 내 산책했던 곳이다. 낯선 도시의 청명한 오후 풍경이 지면에서 다시 살아난다.
이번 TCL 특집 기획과 구성에는 이홍인 호주 리포터의 공이 아주 크다. 국내에서 조경 교육을 받고 호주에서 활동해 온 이채로운 경력의 조경가인 그는, 지난 몇 달간 TCL과 본지를 매개하며 열정적으로 기획을 이끌었을 뿐 아니라 네 편의 인터뷰 원고까지 맡았다. 깊이 감사드린다.
2017년 1월호부터 연재된 재미 조경가 안동혁(JCFO)의 ‘가까이 보기, 다시 읽기’가 이번 호로 막을 내린다. 16회에 걸친 긴 연재의 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지면이 넘쳐 ‘그들이 설계하는 법’과 최이규 교수의 연재 ‘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을 다음 달로 넘긴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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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L
TAYLOR CULLITY LETHLEAN
TCL(Taylor Cullity Lethlean)은 조경과 도시설계를 넘나드는 호주의 대표적 설계사무소다. 지난 30여 년간 도시의 워터프런트부터 사막의 산책로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공공 공간에서 작은 정원까지 광범위한 영역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특히 장소에 대한 이해와 공동체에 대한 세심한 탐색을 통해 경관과 지역의 문화를 시적으로 표현하는 데 탁월한 면모를 보인다. 광활한 대륙의 자연을 독창적으로 해석한 TCL의 작업은 전문 분야로서 조경의 역사가 길지 않은 호주에서 조경이라는 직능의 토대를 견고히 하는 데 기여했다.
멜버른(Melbourne)과 애들레이드(Adelaide) 두 곳에서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는 TCL은 디렉터를 중심으로 조경가, 도시설계가, 건축가가 협업하는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스튜디오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TCL을 이끌고 있는 디렉터들은 조경을 공통분모로 삼지만, 케이트 컬리티(Kate Cullity)는 원예학과 시각 예술, 페리 레슬린(Perry Lethlean)은 도시설계, 스캇 아담스(Scott Adams)는 대규모 프로젝트 설계, 데미안 슐츠(Damian Schultz)는 물순환 관리형 도시설계(WSUD)와 습지 디자인 등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시각화에 특출한 리사 호워드(Lisa Howard)(Studio Principal)는 디렉터들을 지원한다.
이번 호에서는 호주 조경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었던 오스트레일리아 가든(Australian Garden)부터 캠퍼스와 공항 같은 도시 프로젝트, 산업 유산의 재생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오클랜드 워터프런트(Auckland Waterfront), 도전적 형태의 엘리자베스 키(Elizabeth Quay) 등 TCL의 최근 6~7년간 주요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덧붙여 2017년 베를린의 국제 정원박람회IGA에 전시된 컬티베이티드 바이 파이어(Cultivated by Fire)를 수록해, 호주의 생태에 지속적으로 천착하며 그들만의 미학을 일궈나가는 TCL의 일면을 확인할 수 있다. 낯선 대륙의 작업이지만 본지의 호주 리포터인 이홍인이 각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디렉터를 인터뷰해 독자들이 작품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
풍요롭지만 때론 무미건조한, 도시적이지만 한편으로 느긋한 경관에 감각을 입히는 TCL의 작품 세계를 탐험하는 매혹적인 여정에 독자들을 초대한다.
진행 김정은, 김모아, 이홍인 번역 안호균 디자인 팽선민 자료제공 TC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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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L] 디자인 철학과 전략
DESIGN PHILOSOPHY AND STRATEGY
경관을 감지하다Sensing Landscape
애들레이드(Adelaide)이든 멜버른(Melbourne)이든 테일러 컬리티 레슬린(Taylor Cullity Lethlean)(TCL)의 작업 공간에 들어선다는 것은 일종의 상호 작용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셈이다. 이러한 상호 작용은 디자인 스튜디오의 협업 공간과 호주의 도시, 교외, 황무지(outback), 기반 시설 경관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TCL의 작업은 설계된 경관에 긍정적 기여를 하고 있으며, 지적인 동시에 관대한 성격을 띠고 있다. TCL의 공간을 방문하면 원 재료의 섬세함과 진지한 의도가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분주한 사무실에 널려 있기 마련인 쓰레기 더미 사이에 자연에서 가져온 일련의 재료가 조심스럽고 정확하게 배열되어 있다. 벽면은 스케치, 사진, 회화 등을 통해 포착된 경관 이미지로 가득 채워져 있으며,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다양한 일상의 모습도 병치되어 있다. 디자인 스튜디오들은 대개 이렇다. 그렇지만 TCL의 작업 공간은 독특한 감수성을 보여준다. 조경 프로젝트에 대한, 나아가 호주 경관의 본질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TCL의 구성원들은 다층의 경관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비롯된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가족 같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호주의 황무지가 지닌 공간적 특질과 구조적 특성 등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TCL 스튜디오에 발을 들여놓는 것은 경관을 제대로 감지하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호주에서 하나의 전문 직능으로서 조경에 TCL이 기여한 바는 상당히 클 뿐만 아니라 매우 광범위하다. 호주에서는 경관을 설계하는 이른바 조경이 최근에 들어서야 전문 직능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1966년 호주조경학회(Australian Institute of Landscape Architecture)는 호주 내에서 조경의 직능 토대를 공고히 한 바 있다. 어떤 측면에서 보더라도 사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평가할 수 있는 TCL의 프로젝트들은 전 세계적으로 출판되고 있으며, 디자인의 탁월함을 인정받아 많은 상을 받기도 했다. 주요 설계 프로젝트에서 주관 조경사로 선정되고 있지만, TCL은 성취와 인정만을 지향하지 않는다. TCL의 디렉터와 직원들에게 프로젝트를 이끈다는 것은 곧 경관을 좀 더 깊이 이해해 경관에 감각을 입히는 일이다. 호주에서 전문적 조경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TCL이 지금껏 진행한 1,000건 이상의 프로젝트를 통해 여실히 보여준 호주 경관에 대한 독창적 접근법이 다소 덜 알려졌다고도 볼 수 있다. TCL의 성과에 대한 심도 있는 비평과 다양한 관점의 고찰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0호(2018년 4월호) 수록본 일부
- 지니 리, 수앤 웨어 / 2018년04월 /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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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L] 오스트레일리아 가든
Australian Garden
과거 모래 채굴장이었던 장소에 새로운 식물원이 들어섰다. 방문객은 물이 보여주는 은유적 여정을 따라 사막에서 해안가에 이르는 호주의 경관을 경험하게 된다. 조경이 보여주는 근사한 솜씨를 바탕으로 원예, 건축, 생태, 그리고 예술을 하나의 경관으로 통합한 호주 최대 규모의 식물원이 탄생했다. 이 정원은 경험을 주제로 한 설계를 통해 식물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영감을 불어 넣는다.
오스트레일리아 가든(Australian Garden)이 완공된 시점은 전 세계 식물원들이 기존의 연구와 여가 패러다임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경관 보존의 메시지와 의미 있는 방문자 참여에 대해 새로운 관심을 모으던 때다.
오스트레일리아 가든은 호주인이 경관에 품고 있는 애증을 표현함으로써 관심을 사로잡는다. 호주 경관의 숭고한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호주인이 있는 반면, 고난의 원천이라는 이유로 혐오하는 호주인도 있기 때문이다. 예술가와 작가들은 종종 우리 경관이 보여주는 미묘한 리듬, 흐르는 듯한 형상, 그리고 강인한 식물을 반영한 작품을 보여주고 싶다는 열망을 느껴왔다. 반면 또 다른 예술가와 작가들은 이러한 경관에 질서를 부여하고, 인간에 의해 설계된 형상으로 구성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오스트레일리아 가든에서는 이처럼 서로 다른 방향성이 긴장감을 형성하며 디자인의 바탕이 되고 있으며, 경외감과 동경, 자연 경관, 그리고 이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내재적 열망, 다시 말해 경관을 인공적 형태의 아름다움이자 우리들 자신의 작품으로 만들고자 하는 열망을 여실히 드러낸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0호(2018년 4월호) 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TCL(Perry Lethlean, Kate Cullity)
Architecture Kerstin Thompson Architects,Gregory Burgess Architects, BKK Architects
Art and Sculpture Mark Stoner & Edwina Kearney, Greg Clark
Cost Planner Donald Cant Watts Corke, Rider Levett Bucknall
Engineering Meinhardt, Irwinconsult, Felicetti
Horticulture Paul Thompson
Irrigation Irrigation Design Consultants
Lighting Barry Webb and Associates
Soil Consultant Robert van de Graaff, Peter May
Superintendency LIS
Water Waterforms International, Doug Basich
Location Royal Botanic Gardens, Cranbourne,Melbourne, Victoria, Australia
Budget $11,000,000
Area 25ha
Completion 2005(stage 1), 2012(stage 2)
Photographs John Gollings
- TCL / TCL / 2018년04월 /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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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L] 오스트레일리아 가든, 호주 경관의 재해석
페리 레슬린과의 대화
이홍인(이하 L): 이 프로젝트를 수주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페리 레슬린Perry Lethlean(이하 PL): 왕립식물원(Royal Botanic Gardens)은 크랜버른(Cranbourne) 지역에 363헥타르에 달하는 숲 지대를 조성하고자 했는데, 그 안에 위치한 25헥타르의 모래 채굴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그래서 공개 입찰을 했는데 당시 막 이 회사에 들어온 나와 케빈(Kevin Taylor), 케이트(Kate Cullity), 폴 톰슨(Paul Thompson)이 함께 팀을 이뤄 제안서를 냈고 당선되었다.
L: 왜 정원의 이름을 ‘오스트레일리아 가든(Australian Garden)’이라고 지었는가?
PL: 당시 대상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곳이었다. 멜버른 도심에서 꽤 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지금처럼 주변에 주거지가 형성되기도 전이었다. 그저 시골의 황량한 수풀 지역에 가까웠다. 방문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강력한 이름이 필요했고, 정원의 목적이 호주의 식생을 연출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 이름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L: 호주 조경사에서 이 공원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PL: 당시 호주에서 조경은 역사가 길지 않은 새롭고 젊은 전문 직종이었다. 대부분의 조경은 호주의 지질, 지형 문화, 기후, 식생을 반영하기보다는 유럽이나 아메리카에서 차용한 것이었다. 이후 호주의 경관과 식생을 사랑하고 호주에서 교육받은 열정적인 젊은 조경가들이 나타났지만 그들은 호주의 식생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우리의 접근 방식은 생태계를 복제하기보다는 그것을 재해석하여 추상적으로 묘사하거나 조형적, 예술적으로 승화하여 방문자에게 호주의 경관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그것이 색다른 시도였다.
우리는 방문자들이 이 정원을 통해 우리 대륙으로 은유적 여행을 떠나는 듯한 경험을 하도록 스토리를 구상했다. 그 스토리텔링의 핵심 요소가 바로 물이었는데, 알다시피 우리 대륙은 물로 둘러싸여 있지만 중심에는 물이 없고, 대체로 건조하며, 때로는 풍요롭고, 홍수가 나고 가뭄이 들고 변화한다. 우리는 물을 강력한 매개체로 삼아 방문자가 메마른 사막, 비옥한 해안, 대륙의 이동, 유칼립투스 자생림의 정착 등을 추상적으로 경험하게 했다.
L: 이 프로젝트는 1995년에 시작되어 2012년 완공되기까지 긴 시간 동안 진행되었는데 그동안 클라이언트와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했는가?
PL: 운이 좋게도 클라이언트는 한결같았고 우리는 동일한 팀을 유지했다. 클라이언트 대표였던 필립 무어스(Philip Moors)는 열정이 넘쳤고 프로젝트 예산을 따고 우리가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모든 난제를 끌어안는 해결사였다. 사실 긴 기간 동안 클라이언트 팀과의 협업 방식은 조금 바뀌었다. 클라이언트 팀은 조경, 정원, 식생에 관한 진정한 전문가들로 구성되었고, 초반에는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그들과 우리 사이의 관계를 확립하는 데 꽤나 애를 먹었다. 첫 번째 단계가 우리가 어떻게 함께 일을 할지 이해하고 탐구하는 과정이었다면, 두 번째 단계에서는 훨씬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10명 정도의 클라이언트 팀원들과 격주로 우리 사무실에서 회의를 했다. 우리는 디자인 안을 보여주고 납득시키려고 하기보다는, 다양한 가능성을 던져놓고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그들과 함께 장단점을 의논해가며 안을 도출하려 했다. 때때로 수십 가지의 가능성과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클라이언트에게 열정과 오너십을 가지게 하는 동시에, 전문가인 이들로부터 다채로운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성공적인 협업 방식이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0호(2018년 4월호) 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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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L] 캔버라 국립 수목원
National Arboretum Canberra
2003년 1월, 호주의 수도 캔버라Canberra는 주변 교외를 덮친 화재로 처참한 상태가 되었다. 호주 수도권자치정부ACT(Australian Capital Territory Government)는 캔버라를 설계한 월터 벌리 그리핀(Walter Burley Griffin)의 국가 수도에 대한 비전에서 영감을 얻어 캔버라 국립 수목원(National Arboretum Canberra) 건립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캔버라 시내에서 6km 떨어져 있는 화재로 황폐해진 지역이 대상지로 선정됐고, 2004년 ACT가 주최한 국제 설계공모전이 열렸다.
디자인
캔버라 국립 수목원의 ‘100 포레스트100 Forest’는 21세기 공공 정원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한다. 멸종 위기 수목으로 이루어진 100개의 숲은 지속가능성, 생물학적 다양성,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는 전략이자 프로그램인 동시에 쉼 없이 진행되는 이벤트라 할 수 있다. 심미적 측면에 치중한 설계와는 거리가 멀다. 숲은 하나의 식물종에 완전히 둘러싸이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한 종자 은행 역할을 한다. 각각의 숲은 충분한 개체군을 유지해 멸종 위기에 놓인 취약한 식물종을 보호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0호(2018년 4월호) 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TCL
Collaboration Tonkin Zulaikha Greer, Agency of Sculpture, Big Fish,Urban Contractors, David Lancashire Interpretive Design
Client Shaping Our Territory Implementation Group, ACT Government
Location Canberra, Australian Capital Territory, Australia
Area 250ha
Construction Budget $67,000,000
Completion 2013. 2.
Photographs Ben Wrigley, John Gollings
- TCL / TCL / 2018년04월 /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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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L] 애들레이드 식물원 습지
Adelaide Botanic Gardens Wetland
애들레이드 식물원 습지(Adelaide Botanic Gardens Wetland)는 조경, 엔지니어링, 공간 해석 등의 다양한 디자인 분야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 결과 수자원을 저장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물리적, 생물학적, 기계적, 수문학적 과정을 하나로 묶은 통합적 시스템이 탄생했다. 방문객은 수많은 수공간, 인공 구조물, 산책로, 안내판 등을 통해 식물원 습지에 몰입하게 되는데, 이러한 경험은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자연환경과 결합된다.
애들레이드 식물원 습지의 가치
식물, 물, 사람이라는 세 가지 주요 테마를 전체적인 구성을 통해 드러냈다. 동쪽 입구 주변 환경을 개선하고, 원활한 서비스와 다채로운 교육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주요 목표였다. 습지는 방문객이 안전하게 식물원을 둘러보게 하고,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며 자연 속에서 야외 활동을 즐길 수 있게 돕는다. 공공 미술과 설치물을 결합했는데, 이는 상상력을 일깨울 뿐만 아니라 자연과 색다르게 교감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자세한 설명이 적힌 안내판은 수자원 보존과 재활용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0호(2018년 4월호) 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TCL(Kate Cullity, Damian Schultz, Grace Lin, Jason Avery)
Builders Building solutions, CAMCO, diadem
Consultant TeamSinclair Knight Merz, David Lancashire Design,Paul Thompson, Aquenta, AECOM
Client Adelaide Botanic Gardens
Location Adelaide, South Australia
Area 20,000m2
Budget $8,500,000
Completion 2013
Photographs John Gollings
- TCL / TCL / 2018년04월 /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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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L] 모나시 대학교 콜필드 캠퍼스 그린
Monash University Caulfield Campus Green
대학 캠퍼스의 경관이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한때 명상하는 듯한 차분함이 대세였던 것과 대조적으로, 이제 경관에 도시의 삶을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온라인과 원격 교육이 활성화된 시대에 대학 캠퍼스 경관은 교원과 학생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의미 있는 관계, 대화가 이어질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한다.
모나시 대학교 콜필드 캠퍼스 그린(Monash University Caulfield Campus Green)은 교원, 학생, 방문객 모두가 역동적인 대학 문화를 즐길 수 있게 한다. 캠퍼스의 산책로, 잔디밭, 테라스, 각종 활동 공간이 학습, 사교, 여가, 활력 충전에 기여한다. 콜필드 캠퍼스의 친밀한 분위기를 기반으로 토론, 명상, 사교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며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비옥한 토양(fertile ground)’을 만들었는데, 이는 정신과 신체 모두를 성장시킬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0호(2018년 4월호) 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TCL(Perry Lethlean, Elly Russell)
Collaboration Agatha Gothe-Snape
Client Monash University
Location Wellington Rd, Clayton VIC 3800, Australia
Area 1ha
Budget $6,000,000
Completion 2015
Photographs Andrew Lloyd, John Gollings
- TCL / TCL / 2018년04월 /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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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L] 애들레이드 공항
Adelaide Airport
애들레이드 공항 랜드사이드 기반 시설(Adelaide Airport Landside Infrastructure) 프로젝트는 남호주와 애들레이드로 진입하는 세계적 수준의 관문을 마련하는 기획이다. 우드헤드 아키텍츠(Woodhead Architects)와 협업해 전체 마스터플랜을 계획했고, 다음 단계에서는 광장, 수경 시설, 택시 승강장 스크린, 차량 출입구, 드롭 오프(dropoff) 도로, 포장, 호주 자생 식물 식재를 담당하게 되었다. 남호주 대부분은 사막으로 분류된다. 인간이 거주하는 대륙 중 가장 건조한 호주에서도 가장 덥고 건조한 지역이다. 애들레이드 공항의 독특한 포장은 남호주의 경관 조건에서 착안했는데, 호주 중심부의 적색토에 비가 쏟아지며 만들어진 패턴이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워터코스(Watercourse)라고 명명된 핵심 수경 시설의 출발점은 물이다. 남호주 경관에 레이스 같은 흔적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지는 시냇물의 모습은 생명을 불어넣는 물의 존재를 명징하게 상기시킨다. 둥근 호는 포장된 바닥을 수놓고 있으며, 이 원호는 위쪽에 놓인 보행교와도 조응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0호(2018년 4월호) 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TCL
Collaboration Woodhead Architects
Client Adelaide Airport Limited
Location Adelaide Airport, Australia
Area 20,000m2
Budget $5,000,000
Completion 2013
Photographs Ben Wrigley, John Gollings, Lyndon Stacey
- TCL / TCL / 2018년04월 /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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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L] 오클랜드 워터프런트
Auckland Waterfront
오클랜드 워터프런트(Auckland Waterfront)에 새롭게 조성된 젤리코 하버(Jellicoe Harbour), 젤리코 스트리트(Jellicoe Street), 사일로 파크(Silo Park), 노스 워프 프롬나드(North Wharf Promenade)가 워터프런트와 공공 공간 사이의 활발한 교류를 유도하고 있다. 이전에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여러 활동이 워터프런트에서 펼쳐지는데, 이런 활동이 낚싯배 선착장, 도소매 수산물 시장 등과 결합해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어낸다.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부두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딱딱하고 실용적인 동시에 우리의 모든 감각을 사로잡을 만한 특징을 일시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현대의 워터프런트 재개발 사업은 대개 우리를 매혹시키는 그 특성들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오클랜드 워터프런트는 전통적 개발 방법 대신 버려진 산업 시설과 해안 구역을 다층적 복합 이용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전략을 사용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0호(2018년 4월호) 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TCL
Collaboration Wraight + Associates
Client Waterfront Auckland(formerly Sea & City)
Location Wynyard Quarter, Auckland Waterfront, New Zealand
Area 9ac
Budget $20,000,000
Completion 2011
Photographs Simone Devitt
- TCL / TCL / 2018년04월 / 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