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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품작: SLOW. SOUL. SEOUL
서울역 고가 기본계획 국제지명 현상설계
서울역 고가 프로젝트의 가장 큰 과제는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동시에 현실적이며 구체적인 디자인을 제안하는 것이다. 우리가 가장 크게 관심을 기울였던 부분은 서울역 고가의 물리적 한계 즉, 구조적 불안정성과 10m의 좁은 폭원을 극복하는 것이었다.
서울역 고가는 남대문, 남산타워, 서울역, 그리고 멀리관악산이 어우러진 도심의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고 남대문시장, 남산 성곽길, 서울역을 차량에 의한 단절 없이 이어줄 수 있는 보행교로서 가능성을 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원이나 광장처럼 통행, 휴식, 조망 등의 다양한 행태를 동시에 수용하기에는 공간의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가 제안한 복층형 데크Lazy Larva는 서울역 고가의 가능성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장치다. 기존 고가 위에 또 하나의 데크를 얹어좀 더 높은(약 20m 높이) 위치에서 주변 도시 경관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기존고가는 남대문과 서울역을 잇는 주요 보행로이자 휴게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능을 구분했다. 또한 하부 데크는 반영구적인 실내 공간으로서 그늘을 제공할 뿐 아니라, 날씨의 제약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 남대문시장이 확장되어 길거리 장터가 되기도 하고, 서울역 역사와 연계한 전시 및 이벤트 공간이 될 수도 있다.
- 이형주 / 진양교 | CA조경 / 2015년07월 /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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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품작: Seoul Mirage
서울역 고가 기본계획 국제지명 현상설계
한 도시의 문화적 경관cultural landscape은 도시의 정체성을 확립한다. 효율성 중심의 시대에 생겨난 산업적 기념비를 재탄생시키고 그것의 문화적 요소들을 지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나의 건축적 유형으로서 중정courtyard은 동아시아의 오래된 주거 전통과 깊은 문화적 의미를 함축한다. 서울역 일대 상부를 가로지르는 990m의 보행자 네트워크를 따라 14개의 중정을 순차적으로 배치한다. 주변 환경과 관계를 맺으며 선형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일련의 중정은 유리 패널로 구성된다. 유리는 이중성을 가진 소재다. 유리 소재의 투명한 성질 덕분에 사람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공간적 순수성을 즐길 수 있다. 반면에 유리의 반사성은 한국의 수도 서울의 심장부에 있는 서울역 일대의 문화적 다양성을 높은 유리패널에 신기루처럼 투영한다. 이 공간적 단순성과 시각적 복잡성이 서울 신기루의 시작점이다.
유리의 반사reflection 작용은 단순한 물리적 현상이라기보다는 디자인의 개념으로 이용된다. 이것은 두 가지의 방법으로 작동된다. 먼저 대상지 일대의 도시적·문화적 시나리오가 고가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요소들(중정 유닛)을 통해 기본적으로 개념화되고 반영된다. 그리고 유리 중정의 형태로 추상화된 주변의 문화적 경관은 훨씬 더 큰 도시 규모의 문화적 경관에 대한정보(서울에 있는 아트 갤러리의 위치나 성곽의 역사와 같은)를 다시 시민들에게 전달한다. 따라서 중정은 도시 문화의 수신기receiver이자 동시에 송수신기transceiver라 할 수 있다.
- 조한결 / Chang Yung Ho | Atelier FCJZ / 2015년07월 /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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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품작: Skyway
서울역 고가 기본계획 국제지명 현상설계
토포텍 1Topotek 1은 ‘비움emptiness’의 설계 개념을 제안했다. 비움의 전략은 설계적 개입을 전략적으로 최소화하여 서울역 고가 도로를 극장의 열린 무대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는 유연한 공공 공간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최근 세계 여러 도시에서 공공 영역의 개방성과 유연성을 확장시키고자 하는 사회적 흐름과도 일맥상통한다. ‘스카이웨이Skyway’ 역시 이와 같은 시대적 패러다임에 따라 형태와 공간 배치가 결정된 완결적 공간이 아닌, 열린 가능성의 공간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선큰 플랫폼
스카이웨이는 기본적으로 기존의 도시 공원과 상당히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방문자의 공간에 대한 해석과 상상력에 따라 전혀 새로운 공간이 될 수 있다. 서울역 고가의 만리동 방면 램프에서 퇴계로 방면 램프까지 하얀 콘크리트 포장이 이어지고, 이는 고가 중심부에 새롭게 깔린 플랫폼과 함께 단순한 공간미를 확연하게 보여준다. 특별한 구조물 없이 서울역 고가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오픈스페이스는 보행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가능하게 하며, 다양한 이벤트의 유치와 이용자들의 접근성을 증가시킨다. 나아가 고가의 양쪽 가장자리로 선큰 플랫폼을 조성함으로써 구조물의 면적 범위를 더욱 확장한다. 선큰 플랫폼은 그 자체로 고가를 따라 길게 놓인 선형의 벤치가 되고, 방문객들은 이 거대한 소파에 모여 앉아 탁 트인 도시를 조망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선큰 플랫폼의 가장자리를 따라 설치된 유리 가로막은 바람을 차단하고, 사람들이 스카이웨이를 보다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상대적으로 높은 레벨의 중앙 공간에서는 양쪽의 선큰 플랫폼과 유리 가로막이 눈높이 아래에 위치하기 때문에, 방문객들은 도시 위의 열린 공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 양다빈 / Martin Rein-Cano | Topotek 1 / 2015년07월 /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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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품작: Seoul Evergreen Terrace
서울역 고가 기본계획 국제지명 현상설계
서울시는 역사적인 구도심과 기차역 반대쪽으로 펼쳐진 새로운 도시 개발 지역을 지난 40년 동안 이어준 고가 도로를 보행로로 바꾸고 공원화할 예정이다. 즉, 서울시는 도로의 노후화 문제를 도시재생을 모색하는 원동력으로 삼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러한 서울시의 결정으로부터 ‘서울 늘 푸른 테라스’는 고가의 노후화 문제와 도시재생에 주목했다. 시민에게 지나온 역사의 흔적을 안겨주고, 종국에는 이 도시만의 독특한 모습으로 계속해서 각인될 현대식 공공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것이 ‘서울 늘 푸른 테라스’의 목표다. 고가 도로는 고립된 곳이 아니라 지면과 그 위, 아래의 공간 모두와 연계된 입체적인 공공 공간이라는 것이 ‘서울 늘 푸른 테라스’의 핵심적인 아이디어다. 이 목적을 구체화하기 위해 주변의 도시 조직과 고가의 관계를 토대로 우리는 길게 뻗은 고가를 다섯 개의 ‘룸room’―플레잉 룸(Playing Room), 리빙 룸(Living Room), 리딩 룸(Reading Room), 다이닝 룸(Dining Room), 게이트 룸(Gate Room)―으로 분할했다.
- 조한결 / Juan Herreros | estudio Herreros / 2015년07월 /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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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작: Continuous Landmark: Unifi ed Hyper-Collage City
서울역 고가 기본계획 국제지명 현상설계
‘흐르는 랜드마크Continuous Landmark’는 독특한 선형의 대상지와 그에 인접하여 풍부하게 엮여있는 이질적 도시 구성 요소, 그리고 극도로 파편화된 수많은 도시조건이 한데 모인 ‘통합된 하이퍼 콜라주 도시Unified Hyper-Collage City’의 구현을 목표로 한다. 이와 같이 복잡한 도시에서 단일한 해결책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적용 가능하지도 않다. 즉, 다수의 특정한 전략이 요구되는 것이다. 서울역 고가 도로의 변화는 전체 구간을 서단에서 동단까지 8개의 구역으로 나누어 전략 거점을 설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나아가 기존의 서울역 고가를 존치시키고 개발하느냐 또는 철거하느냐를 논하는 비생산적인 양자택일에서 벗어나 개발과 철거의 교차점에서 그 해결 방식을 찾아내려 했다. 불필요한 부분을 철거하고 기존의 유용한 부분은 업그레이드해서 활용하는 것이다. 새롭게 탄생할 서울역 스카이웨이는 전체 시퀀스를 구성하는 8개의 독특한 공간 경험을 통해 역동적인 도시 명소로 자리 잡게될 것이다. 이 ‘흐르는 랜드마크’는 수평·수직적으로 단절된 도시와 그로 인해 비롯된 파편화된 경험을 통합하여 보다 다양하고 융통성 있는 공간적 내러티브를 구성하게 될 것이다.
- 양다빈 / 조민석 | 매스스터디스 / 2015년07월 /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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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작: Seoul-Yeok-Goga: Walkway for All
서울역 고가 기본계획 국제지명 현상설계
사람의 길로 돌아보기 위한 새로운 시작,
도시재생을 위한 의미 있는 거버넌스의 출발점
서울역 고가 프로젝트는 서울시가 본질적으로는 처음 시도하는 도심재생 작업이다. 한국에서 근대화는 20세기 초 외세에 의해 강제로 시행된 일련의 도시 정비 계획과 해방 후 역사의식 없이 계속된 근대 도시 계획으로 시작되었다. 그런 계획들은 지난 500년 동안 지속된 서울의 역사와 기억, 지형과 삶을 단절시켰다.
이 제안은 이러한 정치·사회적 상황에 의해 생겨나 부조화를 이루는 도시 조직과 공간 구조를 새롭게 돌아보기 위한 시작이다. 자동차가 우선이던 계획에서 사람을 중심에 놓고 건강한 도시를 만들고자 한다. 이를 위해 건축가와 엔지니어, 도시계획가, 조경가뿐만 아니라 인문학자, 작가, 예술가, 디자이너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학생 그리고 시민과 공무원이 시작부터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며 의견을 수렴했다. 마치 수평으로 펼쳐진 고가의 기능이 그러하듯이, 그 결과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은 민주적인 절차로 진행되었다. 그 과정이 다소 익숙하지 않았지만 소중한 경험이었다.
수직: 3가지의 다른 레벨의 길 조성. 1 고가 + 3 보도
서울역 고가의 아스팔트를 덜어내어 하중을 줄이고, 원래 고가의 구조를 재활용해 여러 가지의 길 조합을 만들어낸다. 원래의 아스팔트 면과 그 위의 높은 길, 지붕 아랫길과 더 아랫길까지 네 개 층의 길이 생겨 계절이나 기후변화에 따라 햇볕과 비바람, 눈을 피할 수도 있다. 고가의 보강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시민들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이 안의 핵심 가운데 하나다.
- 이형주 / 조성룡 | 조성룡도시건축 / 2015년07월 /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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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Seoul Arboretum
서울역 고가 기본계획 국제지명 현상설계
서울역 고가는 대형 차량의 통행이 가능한 2차선 도로였으며, 그 규모 덕분에 서울의 중심부에서 독창적인 공공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공공성을 창출하고 최대한 친환경적인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모듈을 통한 접근법을 제안했다. ‘서울 수목원Seoul Arboretum’은 대상지 주변에 식재된 수목들을 한데 모아놓은 도심형 식물원이다. 이 수목들은 938m에 이르는 고가와 그 주변 지역에 가나다순으로 식재될 것이다. 다양한 크기의 원형 화분과 더불어 찻집, 꽃집, 노점, 도서관, 온실 등 일련의 가변적 시설activator을 더해줌으로써 서울의 하늘 정원에 생기를 불어넣고 더욱 다채로운 모습을 담아낼 것이다.
수목원
서울의 중심을 관통하는 고가 위라는 대상지 조건에 따라 식재 수종의 선택에 있어서도 보다 상징적인 접근을 취했다. 서울의 환경 조건에서 식재 가능한 모든 식물을 보여줄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수목원, 즉 일종의 ‘식물 도서관’을 조성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체험형 식물 도감에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식물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식물을 화분에 식재하는 방식은 수종에 따라 뿌리를 내리기 위해 필요한 충분한 깊이를 개별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하며, 이는 하중의 집중과 분산을 가능하게 하여 구조적 안정성에도 도움을 준다.
- 양다빈 / Winy Maas | MVRDV / 2015년07월 /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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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고가 기본계획 국제지명 현상설계
International Competition for Seoul Station Overpass
설계공모경과 및 심사평
다음은 서울역 고가 기본계획 국제지명 현상설계의 심사평 전문이다.
“산업 유산인 서울역 고가 도로를 보존하면서 새로운 공공 공간으로 전환하는 것이 이번 현상설계의 과제다. 사람 중심의 보행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고가 도로를 주변 지역과 긴밀히 연계하여 녹지, 문화, 소통의 공간으로 재생함으로써 서울역 일대의 변화는 물론 더 나아가 서울의 변화를 촉발하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심사위원들은 이 취지에 공감하며 프로젝트의 전개 과정을 통해 성숙한 시민문화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공유했다.
장소성을 어떻게 발견하고 해석할 것인가, 주변 지역과의 연계를 어떻게 이루어 낼 것인가, 고가 도로 시설을 어떻게 보존하면서 재구성할 것인가, 어떠한 이용 프로그램을 제시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일곱 개의 설계안은 각기 다른 독창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심사위원들은 디자인에서 운영관리까지 다각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토론과 표결을 통해 세 작품의 입상작을 선정했다.
당선작은 고가 도로를 공중 정원으로 조성하는 안이다. 자연을 매개로 콘크리트 구조물을 생명의 장소로 전환하는 비전과 전략은 미래지향적이며 혁신적이다. 단계적으로 서울역 일대를 녹색 공간화하는 확장가능성을 제시한 점과 다양한 시민 및 주체가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프로세스를 중시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또한 고가 도로와 여러 장소를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접근성을 제고했다는 측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서울의 기후를 고려한 정교한 식재 디자인과 식물 생육의 지속가능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2등작은 장소의 기억을 존중하면서 고가 도로에 대해 최소한의 개입을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시간에 따른 지형과 도시 조직의 변화를 추적했으며, 지역 사회의 면밀한 분석을 통해 주변의 변화를 촉진하는 적정 수준의 설계안을 제시했다. 공공의 개입이 가능한 민간영역까지 찾아내어 실제적인 설계를 제안한 점도 높이 평가된 점이다. 비용 절감과 운영관리 측면까지 고려한 제안이 돋보였고, 지역 주민의 참여를 고려한 디자인 전략도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고가 도로 상부의 활용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와 구체적인 설계안이 발전되지 못한 점은 한계로 지적되었다.
3등작은 도시 조직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통해 공간별로 적극적인 디자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각각 정교하게 조직된 공간 구성으로 다양한 활용에 대응하고 있다는 점은 이 설계안의 장점이다. 남대문과 한양도성 주변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량 디자인 방식은 창의적이었다. 그러나 설계안에 제시한 고가 도로의 과도한 변형은 심사위원 전체의 공감을 끌어내기는 어려웠다. 당선작이 지니는 가치와 장점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관리 기구가 만들어져서 운영되어야 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단계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당선안이 지향하는 열린 디자인의 정신이 프로젝트의 전개 과정에서 잘 구현되기를 바란다.”
전문위원인 김영준은 당선작은 수목원을 통해 새로운 도시 맥락을 만들자는 것이 핵심이며, 프로젝트의 진행에 따라 변형을 수용하되 원 개념을 존속시키기에 적절한 유연한 형태와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당선자인 비니 마스는 “어떻게 완성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에 집중해 단순히 고가 상부를 디자인 하는 것을 넘어 고가의 하부와 주변으로 파급 효과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고 밝혔다.
“우리의 제안 개념이 ‘수목원’이라고 해서 단순히 식물을 모아 놓은 공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서울에 존재하는 다양한 나무와 풀들이 화분 형식으로 고가 위에 심기고, 그 식재 과정과 분위기를 사람들이 경험하는 가운데 행위를 유도하고자 했다. 현재 서울역 고가의 범위를 넘어 남대문 성곽, 버스 정류장, 서울역 북부 역세권 등으로 과감하게 번져 나갈 수 있는, 향후 더 큰 가능성을 가질 수 있는 디자인의 단초를 마련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
서울시는 지역 주민 설명회, 분야별 전문가 소통을 통해 올해까지 설계를 구체화 해 완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다른 출품작의 좋은 아이디어 역시 선별하여 당선자에게 권고할 예정이며, 비니 마스 역시 이러한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향후 고가의 구조 보강 작업과 구간별 공사를 단계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며, 2017년 3월 일부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선작Seoul Arboretum
서울 수목원
비니 마스Winy Maas|MVRDV
2등작Seoul-Yeok-Goga: Walkway for All
서울역 고가: 모두를 위한 길
조성룡Joh Sung Yong|조성룡도시건축
3등작Continuous Landmark: Unified Hyper-Collage City
흐르는 랜드마크: 통합된 하이퍼 콜라주 도시
조민석Cho Min Suk|매스스터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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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담장에 갇힌 늙은 거인
불안감에 쌓기 시작한 담장에 스스로 갇혀 버린 사람의 얘기는 더 이상 우화가 아니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아파트 거주자가 도시의 절반이 넘고 그나마 남은 골목은 주차장이 되어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은 지 오래다. 행여나 뭐라도 훔쳐 갈까 집집마다 보안 시설을 설치하고 도로 곳곳에 CCTV를 단다. 서울의 아이들이 바깥공기를 맡는 시간이 하루 평균 7분이라는 통계는 담 정도에 갇힌 게 아니라 벙커에 사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게할 정도다.
담은 궁극적으로 단절을 말하는 것인데, 도시민들이 스스로 쌓은 담은 사유재산을 지키려는 불안감에서 기인하지만 도시의 단절은 자본의 욕망에 기인한다. ‘더 많이’ 벌고 싶은 욕구는 ‘더 빨리’를 요구했고 결과적으로 더 넓은 도로와 더 많은 철도가 만들어진 셈이다.
서울의 어느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가려고 할때 가장 효율적인 수단은 단연 자동차다. 필자는 건강과 다이어트를 이유로 걷기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있지만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울은 여전히 걷기 힘든 도시다. 그래서 결국 다시 자동차 열쇠를 찾는다. 역시 자동차가 답이다. 얼마 전까지는 그랬다. 교통이 좋아야 장사도 잘 됐고 집값도 올랐다. 그래서 사람들은 월세를 사는 한이 있어도 차는 꼭 샀다.
시작은 달콤했으나 결과는 참혹했다. 교통사고는 늘고 공기의 질은 지속적으로 나빠진 데다 아스팔트의 열기는 숨이 턱턱 막히게 했다. ‘더 빨리’가 무색하게 길에서 낭비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천정부지로 치솟은 기름값은 지갑을 얇게 만들었다. 그뿐인가 개인이 쌓은 담과 도시가 쌓은 수많은 담들에 갇힌 시민들은 급속도로 개인화되기 시작했다. 한동안 한국 사회를 휩쓸고 간 키워드는 ‘불不’이었다. 불통, 불신, 불안, 불확실 등의 단어는 익숙하다 못해 지겨운 수준으로 다가왔고, 결국 우려했던 단계로 접어들었는데 그것은 ‘무無’다. 작년 세월호 사건 이후로 지금의 메르스까지 우리는 무책임, 무능력, 무관심으로 인한 무기력의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개인화가 낳은 소외와 단절이 가져온 결과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이제야 정신을 좀 차린 서울은 세계의 대도시가 다들 그랬듯이 육교와 고가를 허물고 보도를 넓히고 더 나아가 차량이 다니지 못하는 보행 전용 도로나 대중교통 전용 도로를 만들기 시작했다. 담을 허무는 서울의 도전이 시작된 셈이다. 그 한복판에 서울역 고가가 놓여 있다. 남대문시장의 상인들은 시장이 망할 것이라고 하고, 고가 주변 주민들은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걱정이 태산이다. 과거의 경험이 주는 믿음은 견고했고 갈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문제는 보다 근본적인 것에 있음에도 여전히 화살의 방향은 교통을 향한다. 꽉 막힌 도시에서 자본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길을 뚫어 소비의 물꼬를 돌렸고 더 이상 좋은 땅을 찾지 못한 현대판 지관들인 투기꾼들은 수도권 곳곳에 욕망의 신기루를 만들어 배를 불렸다. 그러는 동안, 정부와 서울시의 무책임, 시민들의 무관심, 소위 전문가 집단의 무능력은 상인들을 무기력 상태에 빠뜨렸고 분노의 화살은 엉뚱하게도 서울역 고가로 향했다.
서울역 뒤편의 상황은 더 처참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도시의 중앙 역사의 뒤편은 허름했다. 서울역도 예외가 아니었고 한 발 더 나아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 병폐인 부동산 투기와 만나 상황은 더욱 처참해졌다. 지난 30년 동안의 선거에서 모든 후보들은 개발을 약속하고 파기하기를 반복했고 그때마다 요동을 친 땅값은 2008년 북부역세권 개발 계획 발표 시 평당 6천만 원이라는 정점을 찍었다. 800여 명이었던 소유주는 그새 2,200여 명으로 늘었는데, 소위 딱지 거래가 성행한 결과 한 집에 소유자가 무려 20명에 달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고 이제 주민들은 아무 기대도 하지 않는다. 말기 암환자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대체 의학을 찾듯 “그나마 박원순이니까…”하는 마음으로 심드렁하게 쳐다보는 중이다. 늙은 도시, 600살을 넘긴 무기력한 거인의 현재 모습이다. 그렇다면 진정 답은 없는 것인가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에 답이 있을 것 같다.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올 때 어미닭이 쪼아주듯이 주민과 시민들이 스스로 깨려고 할 때 행정이 도움을 주어야 한다. 서울의 활력은 애초부터 사람에 있었다.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옛말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서울은 언제나 도전하는 사람들의 활력으로 발전해 온 도시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역량이 지속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정책의 결정 과정에 참여시켜야 근육이 생기고 힘이 붙어 알을 깨고 나올 수 있는 법이다.
네덜란드의 세계적 건축가인 비니 마스가 서울역에 말을 걸었다. 그에 대한 대답을 시민이 할 것인가, 서울시가 할 것인가. 앞으로 남은 설계 과정에 얼마나 많은 시민이 참여할 것인가가 이 사업의 관건이다. 앞으로 3개월 여, 고가산책단은 이 과정의 퍼실리테이터facilitater가 되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서울역 고가의 당선 작가인 비니 마스의 인터뷰는 눈여겨볼 만하다. “도시재생은 결과가 아닌 과정의 산물입니다.” 이제 선택은 서울 시민들에게 달렸다. 담장을 허물어주길 기다릴 것인가, 스스로 깨고 나올 것인가.
조경민이라는 이름보다는 조반장이라는 별명이 더 익숙해졌다. 지금은 사단법인 서울산책의 대표이자 고가산책단의 일원이지만 이전까지는 각종 문제 연구소장으로 불릴 정도로 얇고 넓게 그리고 복잡하게 살아왔다. 건축을 전공했으나 아직 자기 집이 없고 남자 평균수명의 절반을 넘었으나 아직 해보고 싶은 게 많으며 현재 가장 큰 고민의 주제는 ‘서울’과 ‘길’이다. 고가산책단은 서울역 고가에 대한 걱정이 많은 사람들의 자발적 모임이다. 지금은 고가에 대한 시민들의 마음을 듣고 모으고 전하는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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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설계공모의 이면
예고한 대로 이달에는 ‘서울역 고가 기본계획 국제지명 현상설계’의 당선작과 출품작들을 세 편의 비평과 함께 엮은 특집을 싣는다. 너무 당연한 말이 겠지만 설계공모의 목적은 좋은 설계안을 뽑는 데 있다. ‘좋은’의 자리에는 실험성이나 독창성처럼 가슴 뛰는 단어가 들어갈 수 있다. 경제성이나 공공성 같은 가치가 더 중요할 때도 있다. 어느 경우든 설계공모의 주인은 당선작에 따라 구현될 현실 공간의 사용자들이어야 하지만, 그들이 공모전의 실제 과정에 개입할 기회는 거의 없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주체는 주최자(또는 전문위원), 출품자, 심사위원 정도다. 행운인지 불행인지 나는 이 세역할을 모두 경험하며 설계공모의 이면을 생생히 목격할 수 있었다.
모든 게임의 주인공은 직접 뛰는 선수다. 스스로를 조경가가 아니라 이론가나 비평가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공모전에는 출품한 적이 몇 번 있다. 연합팀의 일원으로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거나 전반적인 디자인 개념이나 전략을 잡는 일을 했다. 설계공모에 도전한다는 건 경쟁의 장에 뛰어드는 일이다. 시간과 노동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안감이나 피곤함보다는 흥분감과 초조함이 절묘한 비율로 혼합된, 매우 자극적인 경험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표현하자면, 공모전을 한번이라도 해보면 바로 그 “기쁨을 아는 몸”이 된다. 자신의 디자인 아이디어와 해법을 실험하고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구상이 실현되거나 적어도 공론화될 수도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부르디외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일루지오illusio”(장場의 환상)에 빠져 “인정 투쟁”을 하는 셈이다. 당선작을 내는 기쁨을 맛본 적은 없다. 매번 아쉬울 수밖에 없었는데, 경쟁에서 이기지 못해 억울한 건 아니었다. 패인을 알 수 없다는 점이, 더 정확히 말하자면, 패인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주최자나 심사위원회가 제출작이나 최종 경쟁작에 대해 상세한 리뷰를 제공하는 경우는 전무하다. A4 한쪽 미만의 형식적인 심사평이라도 발표되면 다행이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패자는 작품 외적인 모종의 어떤 상황이나 관계 때문에 자신의 작품이 당선되지 못했다고 굳게 믿으며 분루를 삼킨다. 다시는 하지 않으리라 냉소를 짓지만 이미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기에 멈출 수 없다. PAProfessional Advisor라는 조금은 생소한 약자로도 불리는 전문위원은 설계공모 주최자의 대리인이다.설계공모의 풍년이던 2000년대 중반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제도다. 같은 학과 원로 교수를 도와 행정중심복합도시 중앙녹지공간, 광교신도시 호수공원, 동탄신도시 워터프런트공원, 용산공원 등 대형국제 설계공모의 전문위원 역할을 하게 됐는데, 복잡하지만 도전적인 일이었다. 설계공모 전반을 기획하고 설계 지침을 쓰고 제공 자료를 만들고 심사위원을 섭외하고 심사를 진행한다. 초청 공모인 경우에는 지명 초청자를 선정하는 일도 해야 한다.홍보, 의전, 전시 기획, 출판까지 관장해야 한다. 교수 몇 사람이 하기에는 벅찬 일이다.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전문 인력 풀이 필요함을 깨닫곤 했다.
가장 당혹스러웠던 건 주최자가 설계공모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였다. 설계 대상지를 무엇으로 어떻게 쓰겠다는 명확한 목적 없이, 원하는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최소한의 바람도 없이 행정 절차의 하나로 진행되는 공모전. 설사 좋은 작품을 뽑는다하더라도 현실로 구현되기 어렵다. 주최자를 대리하는 입장에서 공들여 설계 지침을 작성해도 머릿속에 그렸던 작품이 제출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전문위원이 설계 지침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사를 진행하는 과정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기도 했다. 심사위원회에 모신 내로라하는 세계적 전문가들이 합리적인 토론보다는 난데없는 국가대항전이나 감정적인 민족주의의 대리전을 펼친다. 작품 자체보다는 태도나 스타일이 심사의 초점이 되기도 한다.
심사위원은 다시 하라면 가장 하기 싫은 역할이다. 다른 분들이야 그렇지 않겠지만, 나에겐 몇 달씩 뜬눈으로 밤을 새워 제출한 노력과 성과를 단 몇 시간 안에 감식할 안목이 없기 때문이다. 첨예한이권이 걸린 설계공모에서는 심사위원간의 토론을 금지하는 경우도 있었다. 공정성과 투명성이라는 미명 하에 심사장의 상황이 옆방에 앉은 제출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생중계되고 심사위원은 마네킹처럼 다소곳이 앉아 자신의 채점표에 점수만 매기는 진풍경도 펼쳐진다. 토론을 하더라도 “이 작품은 직선이 많아 생태적이지 않다”, “저 작품은 정자가 있으므로 전통적이고 한국적이다”는 수준의 주장이 난무한다. 심사위원 노릇이 난감하고 피곤한 더 큰 이유는 인간관계 때문이다. 심사위원으로 예상되거나 발표되면 선후배, 친구는 물론이고 친구의 친구, 생전 본 적 없는 사람들로부터 전화가 빗발친다. 찾아오지 마시라고 간청을 해도 소용없다. 연구실 문을 잠그고 없는 척해야 한다. 작품 제목을 문자 메시지로 보내는 사람도 있고, 패널 이미지 파일이 카톡으로 날아오기도 한다.
2015년의 서울은 때 아닌 공모전의 르네상스다. 지난 한달 동안만 하더라도 설계공모 뉴스가 줄을 이었다. ‘잠실운동장 도시재생 구상 국제공모’의 참가 등록이 끝났고, ‘노들꿈섬 운영구상(1차) 공모’의 설계 지침이 발표됐으며, ‘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공공공간 국제공모’의 수상작들이 공개됐다. 세종대로의 국세청 별관을 허물고 역사문화 광장을 조성하는 설계공모도 곧 시작될 예정이다. 공공의 도시 공간을 재발견해 지혜롭게 고쳐 쓰는 일이야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홍수처럼 쏟아지는 이 프로젝트들의 목표 시점이 정치적 일정과 무관하지 않으며, 일련의 설계공모가 ‘공간 정치’의 전시적 이벤트로 동원되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공모전이 많아질수록 조경, 건축, 도시 전문가의 일거리가 풍족해진다고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설계공모는 생각처럼 낭만적인 제도가 아니다. 잡지 첫 쪽에 부끄러운 개인적 경험담을 늘어놓은 건 설계공모의 관행적인 형식과 내용을 다시 돌아보자는 뜻에서였다. 설계공모의 과정 자체를 다시 디자인하고 그 과정에 사용자(시민)가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