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까미노 데 산티아고), 고독한 영혼의 길
마음을 씻고 닦아 비워내고길 하나 만들며 가리.
이 세상 먼지 너머, 흙탕물을 빠져나와유리알같이 맑고 투명한,아득히 흔들리는 불빛 더듬어마음의 길 하나 트면서 가리.
이 세상 안개 헤치며, 따스하고 높게이마에는 푸른 불을 달고서,(제목: 마음의 길 하나 트면서, 이태수. 시인, 1947~)
까미노(Camino)는 스페인어로 길道이라는 뜻이다. Camino de Santiago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뜻한다. 스페인 북동부의 산티아고 대성당(Santiago de Compostela)을 향해 걸어서 순례하는 길은 다섯 개가 있는데 그중에 가장 유명한 코스가 필자가 걸었던 ‘별의 길’이다. 프랑스 남서부의 생장 피에 드 포르(St.Jean Pied de Port)에서 시작하여 피레네 산맥을 넘어 Roncesvalles - Pamplona - Logrono - Burgos - Leon - Sarria - Santiago de Compostela까지 총 800km를 걸어가는 길이다. 중세부터 시작된 순례길은 1000년이 넘도록 이어져 오늘날 전 세계에서 매년 20여만 명이 이 길을 찾는다고 하는데 그중 약 10%가 한국인이라고 한다. 다양한 국적의 무수한 남녀노소는 왜 이 험하고 한적한 스페인 산간벽지를 찾아오는 걸까? 목마른 자가 물을 찾아 모여들듯, 인생사의 갖가지 사연을 간직한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온다. 결혼생활에 실패한 중년 여인,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젊은이, 직장생활에 지친 샐러리맨, 은퇴 후 제2의 인생설계 앞에 머뭇거리며 망설이는 사람,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도전하려는 대학생, 몸이 불편한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연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답을 찾기 위해 가는 곳이다.
신시아 니키틴
Cynthia Nikitin“한국의 공공공간은 지나치게 형태적이고 기념비적이다. 많은 비용을 들여 조성되었지만 과연 사람들이 원하는, 자연스럽게 모여드는 장소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세계적인 공공미술 및 커뮤니티 디자인 전문가이자 행동가인 신시아 니키틴의 말이다. 그녀는 공공재라 할 수 있는 도시 내 공공공간은 지자체에 의해 일방적으로 조성되기보다는 주민의 요구와 사용목적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신시아 니키틴은 미국의 저명한 장소만들기(Placemaking) 그룹인 PPS(Poject for Public Spaces)의 부회장이다. 1975년 윌리엄 화이트(William Whyte)에 의해 설립된 PPS는 건강한 지역 사회를 위한 공공공간을 디자인하고 유지하는 것을 모토로 삼는 비영리민간단체이다. 장소만들기라는 고유한 방법론을 통해 지역 사회의 공공공간을 활력이 넘치고 인간 친화적인 장소로 가꾸는 데 온 힘을 다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건강하고 강력한 커뮤니티 형성을 돕고 있다.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그녀를 만나 보았다.
Q. 공공공간이 사람들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끼친다고 보십니까?A. 공공공간은 시민 모두가 공유하는 오픈 스페이스 입니다. 공공공간은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열려있습니다. 이것은 회의를 위한 공간이 될 수도 있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공간입니다. 건강한 공공공간은 어떤 공동체든, 어디에 있는 공동체든지 그들의 소통에 활력을 불어넣어 줍니다. 매력적이고, 활동적이며 기능이 잘 구성된 공공공간은 작은 시골마을에서 대도시에 이르기까지 공동체의 경제 발전에도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세계적으로 점점 인식되고 있기도 합니다. 공공공간은 또한 지역정부, 여러 그룹들 그리고 NGO가 함께 공동의 목표로 삼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지속가능한 개발의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많은 도시에서 공터나 남은공간으로 보이는 공공공간은 도시 이용의 모든 형태로 가능성이 열려있습니다. 공공공간은 도시 한복판에서 사람들에게 숨통을 열어줍니다. 도시환경의 구성적인 부분이고, 핵심 구조적인 요소입니다. 공공공간은 빌딩들을 연결시켜주고, 이웃들을 연결해줌으로써 도시가 지속가능하게끔 도와줍니다. 또한 사회 응집을 위한 지역 사회의 기본요소입니다. 그들은 사람들이 만나는 장소이자,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과 사회적 합의가 일어나는 공간이기도 하죠. 공공공간은 도시가 가진 역사적 유산, 문화경관 혹은 주변의 자연을 조직화해서 보여줍니다. 또한 개인과 공간 사이의 상호작용을 포함해 도시의 역동성을 대표하는 중심지입니다. 마지막으로 도시 프로젝트의 이미지를 구성하는 주된 요소가 됩니다.
소통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한국조경이 될 수 있기를
지난 7월 1일. 창간30주년을 맞아 <환경과조경>사의 전 임직원들은 작은 가족행사를 준비하며 30년이라는 시간을 되돌아보고 다시 한 번 새로운 미래를 함께 준비하는 마음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이 행사를 통해 바쁘게 진행되던 일상에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었으며, 직원 간 합창연습 등을 통해 늦은 시간까지 연습하면서도 활짝 웃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함께 하고 있고, 그래서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서로 통했던 것 같습니다.올해는 한국에 학문으로서의 조경학이 도입된 지 40년이 되는 해 입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처럼 10년이라는 수치적 시간은 긴 시간의 결절단위로 인식되기에, 한 번쯤은 새로운 변화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시도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됩니다. 생각해보건 데, 한국조경 40년, <환경과조경> 30년이 되는 2012년의 화두는 아무래도 ‘소통’이 아닐까 합니다.
소통의 부재, 세대갈등 등 어느 시대나 있어온 듯 보이는 이 말들이 최근 대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소통을 필요로 하는 현재의 상황은 ‘관계에 대한 갈증’이라는 표현으로 대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통’의 사전적 의미는 “생각하는 바가 서로 통하는 것”이며, 영어의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은 “서로의 의사가 통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통通하다’입니다. 서로 간에 통한다는 것은 단지 말과 생각만이 아니고 정서와 느낌, 취향과 행동양식 등 양자 간의 다양성을 모두 포함합니다. 그 다양성 때문에 어쩌면 정작 대화가 필요할 때 많은 이들은 침묵을 선택합니다. 당장의 갈등을 만들기 싫어 침묵을 지키거나 무관심해지는 것이 가장 편하고 빠른 길로 느껴지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개개인의 침묵과 무관심은 집단이기주의를 만들어내는 악순환의 고리가 됩니다. 사회적 소통의 부재는 구성원의 연대를 허물고 집단이기주의에 함께 매몰되어 공공의 목표설정을 불가능하게 합니다. 물론, 개성이 극대화된 현대사회에서 일률적인 목표, 간일한 담론을 모든 구성원이 동의해야 한다는 것은 일종의 폭력일 수도 있고, 다양한 가치와 질서가 공존하는 사회에서 서로의 의견이 다른 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회 전체가 아닌 가정 혹은 직장으로 영역을 좁혀서 본다면 구성원들이 함께 바라보는 미래와 비전이 있고, 힘들어도 함께 견뎌낼 수 있는 정이 있습니다. 소통 없이는 불화가 생길 수밖에 없고 그럴경우 마지막 한계에 이르기까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 간의 소통을 위한 노력을 하게 됩니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가고자하는 소통 말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작은 공동체 안에서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조경분야에는 여전히 관계에 대한 갈증이 세대를 넘나드는 것 같습니다. 이번 8월호에 수록된 3040 집담회에서 가장 많은 키워드로 제기·논의되었던 ‘소통의 부재’는 비단 중견세대만의 갈증이 아니었고, 조경분야 전체의 갈증이었습니다.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바라는 것, 후배들이 선배들에게 바라는 것, 설계분야에서 시공분야에 바라는 것, 시공분야에서 설계분야에 바라는 것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기대에서 느껴지는 이 상황이 어떻게 보면 아직은 세대 간의 불만이 무관심까지 전개되지 않은 희망적인 상황이라는 생각까지 들게 합니다. 거대화되고 삭막해져가는 현실에서도 조경분야는 열정이 있는 청년의 나이이기 때문인지, 자연을 다루는 서정적인 분야이기 때문인지 아직까지는 서로에 대한 기대나 함께 바라볼 수 있는 비전을 놓지는 않고 있나 봅니다.
<환경과조경>은 30주년을 맞아 ‘3040 집담회’를 시작으로 연속기획 ‘한국조경의 오늘을 진단하다’를 통해 소통의 부재와 함께 제기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세대를, 공간을 넘나드는 많은 조경인들의 적극적인 고민과 생각을 모아 실천적인 대안을 모색하며, 이를 통해 세대간, 분야간 소통의 실마리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다시 한 번 묻고 싶습니다.우리는 서로 소통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서로 이해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서로 존중하고 있습니까?그래서 우리는 서로 인정하고 있습니까?
July 1, every employee of “Environment & Landscape Architecture” gathered together and prepared for a celebrating event, looking back on the 30-year history of the company and envisioning its bright future. This gave us a precious opportunity to carve out a moment for catching our breath and laugh a lot together having choir practice until late in the evening. We must have shared a feeling that we could do anything now that we were standing there side by side with one another. It has been 40 years since landscape architecture was rst introduced to Korea as a eld of study. Countless changes could occur for a single decade of time. It’s been four decades, and it is time to think of some new changes that the future has in store for us. I believe that the major talking point in the industry is, after all, communication.
I’ve been trying to nd a good reason why communication has become such an important conversation topic these days; in fact, we’ve always talked about lack of communication, generational conict, and so fourth. In my opinion, we are now living in a society where people are ‘thirsty for a relationship.’ To communicate, you share or exchange information with others, which means that you speak the same language with them and strive to make yourself understood. In this case, understanding is not only about words and ideas, but also emotions and feelings, and tastes and behaviors. Respecting diversity is the key to successful communication. Ironically, a number of people decide to become silent because of this diversity, even when they really need to speak up. It seems they choose to do so, feeling that it’s the best and easiest way in order to avoid creating conicts. We could be locked in a vicious circle, where silence and indifference produce collectivism. Lack of effective communication in a society is likely to break the bond among its members, create collectivism, and prevent the social discussion of a common cause.
Of course, it is true that there are a variety of ideas and opinions and we should respect every one of them. It can be considered highlyabsurd to force individuals to agree to a single objective or follow a common goal. However, within the family and the workplace, we have a similar vision for the future and a deep affection for each other that help us go through hard times. Without communication, there is a conict. We do our best to overcome this conict through communicating more effectively with one another. This communication is all about going together to achieve a goal that we have set.
Fortunately, in the landscape architecture industry where a relatively small number of professionals share a not much different vision for the future, ‘thirst for communication’ is not limited to a particular generation. In the open forum covered in this month’s issue, various topics were ingenuously discussed by both seniors and juniors. I was relieved to see that generational conict had not yet led to indifference to each other. I could even have a hopeful outlook. It might be because the industry is still in its developing stage or because our job is to deal with nature in a rather lyrical way. Whatever the reason is, it is a good thing to tell we still have expectations for one another and share the same dream for the days to come.
“Environment & Landscape Architecture” will continue to listen to diverse ideas and opinions from those working in the industry and try to nd practical solutions to the problems that have been continuously discussed, including lack of communication.
Now please think about these questions again.
Do we communicate with each other?Do we understand each other?Do we respect each other?So, do we appreciate each ot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