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 너나들이 놀이터
도심권 용산가족공원 거점형 어린이 놀이터 조성 설계공모 당선작
서울시는 2021년부터 권역별 거점형 어린이 놀이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단편적 놀이 시설로 구성된 놀이터에서 탈피해, 아이들의 창의성을 향상하고 폭넓은 활동을 유도하는 놀이터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간 추진해 성공을 거둔 ‘창의 어린이 놀이터 재조성사업’에 뿌리를 두고 있다. 2026년까지 시내 5개 권역에 1개소씩 거점형 놀이터를 조성할 계획으로, 현재 광나루한강공원(2022년)과 보라매공원(2024년)의 놀이터가 완공됐다.
지난 4월 공고된 ‘도심권 용산가족공원 거점형 어린이 놀이터 조성 설계공모’는 도심권 어린이 놀이터의 특색있고 독창적인 우수 설계안을 발굴하고자 진행됐다. 잔디 광장 옆에 자리한 기존 놀이터와 주변 유휴 공간(약 3,700m2)을 대상지로 제시했다. 공모 지침은 공원의 기존 이용 행태를 존중하고, 놀이 시설이 서로 연계되어 확장성을 갖는 놀이터 설계안을 요구했다. 또한 다양한 연령대의 어린이가 즐길 수 있는 모험 및 체험 활동을 수용할 뿐 아니라, 보호자를 비롯한 인근 시민이 휴식과 산책 등 다양한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복합 여가 공간을 제시해야 했다.
김수연(인터조경기술사사무소), 김현민(스튜디오일공일 엘앤씨), 민병욱(경희대학교 교수), 유송영(현대건설), 이남진(바이런), 진승범(이우환경디자인), 최혜영(성균관대학교 교수)의 심사 결과, 당선작은 유엘디조경설계사무소의 ‘용산 너나들이 놀이터’가 차치했다. 입상작에는 지엘에이디자인의 ‘용산가족공원 상상나래’와 조경설계호원의 ‘용산놀이마을’이, 가작에는 해율조경설계사무소의 ‘놀이의 거미줄’과 스케이프나인의 ‘벙커(Bunker 185)’가 선정됐다. 이 중 당선작을 간략히 소개한다.
*환경과조경436호(2024년 8월호)수록본 일부
-
대유평공원 2단계
도시와 공원을 연결하는 녹지 보행 네트워크
지난 5월 대유평공원 2단계 조성이 완료됐다. 대상지는 조선시대엔 정조가 설치한 국영농장 ‘대유둔전’으로 활용됐고, 1960년대에는 연초제조창이 들어서며 근대 산업화의 터전이 됐던 곳이다. 하지만 2003년 담배공장 폐쇄 후 20여 년간 도심을 단절시키는 장애물로 전락했다.
수원시는 이러한 대상지를 공원으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돌려주고자 했다. 2017년 해당 부지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면서 초기 단계부터 부지 중심에 공원을 두었다. 덕분에 대규모 공동주택단지와 대형 상업 시설이 자리 잡은 부지 가운데에 누구나 이용 가능한 대규모 공원을 조성할 수 있었다. 에이치이에이(HEA)가 설계한 대유평공원은 2021년 10월 말 1단계 준공(『환경과조경』 2022년 8월호)을 완료하고, 지난 5월 17일 2단계 조성을 마쳤다. 시대 변화에 따라 막히고 단절됐던 대유평이 시민을 위한 공원으로 새롭게 거듭나게 된 것이다.
*환경과조경436호(2024년 8월호)수록본 일부
-
[기웃거리는 편집자] 영선 업고 튀어
비가 많이 자주 오는 요즘이다. 비를 보면 생각나는 노래들이 있다. 비스트의 ‘비가 오는 날엔’, 헤이즈의 ‘비도 오고 그래서’, 아이유의 ‘레인 드롭(Rain drop)’, 태연의 ‘레인(Rain)’. 최근엔 이 노래들을 제치고 이클립스의 ‘소나기’가 비 오는 날 플레이리스트 꼭대기를 차지했다. 정작 노래 가사엔 ‘비’란 단어가 다섯 번밖에 등장하지 않지만, 나의 애착 곡들을 제칠 수 있던 이유는 이 노래의 배경 때문이다. 최근 선풍적 인기를 이끈 ‘선재 업고 튀어’의 ost다. 드라마 애청자로서 소나기를 듣고 있으면 비를 맞고 있는 류선재에게 노란 우산을 씌어주는 임솔이 생각나며, (나의 추억인 마냥) 그들의 이야기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류선재 역할을 맡은 변우석의 피지컬, 서로만 바라보는 두 주인공의 서사, 과거와 미래가 이어지는 섬세한 연출 등 다양하지만, 이 드라마에 몰입하게 한 가장 큰 이유는 타임 슬립이다. 유명 아티스트 류선재의 죽음으로 절망했던 열성 팬 임솔이 최애인 류선재를 살리기 위해 15년의 시간을 거슬러 2008년으로 돌아간다. 타임슬립 연도가 2008년인 점이 드라마를 보게 했다. 나에겐 2008년은 이마를 뒤덮은 풀뱅 앞머리와 머리카락 끝이 귀와 닿을 정도의 C컬로 말린 풍성한 버섯 머리가 유행하던 학창시절이다. 그네 의자에 앉아 무제한으로 제공되었던 생크림을 바른 식빵을 먹기 위해 갔던 캔모아 카페, 캠코더나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화려한 자막과 효과로 편집한 UCC 등. 그 당시 내가 직접 가던 장소와 했던 것들이 드라마에 나오니 반갑기 짝이 없었다. 시대 배경이 흥미를 불러 일으켰고 두 주인공의 반전 같은 사랑 이야기가 드라마에 과몰입하게 만들었다(더 많은 사람이 봤으면 하는 바람에 스포일러는 하지 않겠다. 이 이야기는 2회 엔딩부터가 진짜다).
선재 업고 튀어를 보면서 타임 슬립이란 장르를 언제 알게 된 건지 문득 궁금해졌다. 나의 처음은 2012년에 방영한 ‘옥탑방 왕세자’다. 이 드라마는 조선시대의 왕세자 이각과 신하 3인방이 세자빈 살인 사건을 수사하던 중 현대로 타임 슬립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조선시대 사람이 현대 신문물에 적응하는 과정이 재미있고, 과거의 관계가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드라마를 통해 타임 슬립이란 단어를 처음 접하고 어떤 의미인지도 알게 됐다. 그러면서 나 혼자만의 타임 슬립 붐이 일었고 타임 슬립 드라마와 영화는 다 챙겨 봤다.
타임 슬립 영화, 드라마를 보면 타임 슬립으로 과거와 미래 중 어디로 갈지 고민하곤 한다. 둘 다 가고 싶어 고르기 어렵지만 과거에 마음이 더 기운다.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개발되지 않은 땅을 사 한탕 크게 누리고 싶은 마음 때문이지 않을까. 최근 어느 할머니의 말로 인해 속물적 이유 말고 새로운 이유가 생겼다.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전의 주인공인 조경가 정영선이다. 전시 연계 학술행사인 ‘정영선이 만든 땅을 읽다’에서 진행된 ‘정영선과의 대화’는 정영선이 날것의 대상지를 마주한 그때 그 당시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특히 포스터 한가운데를 차지한 바위가 상상력을 키웠다. 이 바위는 남해 사우스케이프의 암각 동산으로, 정영선은 암각 동산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이 바위를 없애보려고 했지만, 깨다 지쳤는지 그대로 방치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가서 보니 이 바위가 너무 좋더라고요. 보자마자 이 바위를 없애지 않고 다듬어, 주변을 두른 건축물의 다른 고유 기능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물과 꽃을 더”(44쪽)해 만들었다고 했다. 이를 들으면서 정영선이 마주했던 다듬지 않은 바위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이때로 타임 슬립해 정영선 옆에 서서 그와 똑같은 시선으로 바위를 보며 그의 고민의 소리를 듣고 싶어졌다.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는지 알고 싶을 뿐 아니라 정제되지 않은 대상지를 처음 마주했던 그때 그 순간의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
이런 마음이 생긴 게 정영선의 말 때문이기도 하지만, 유독 더 오락가락하는 비 때문에 기후가 정말 위기구나를 실감하는 요즘이라서 날것의 자연을 만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솔이가 선재를 살리기 위해 선재를 업고 튄 것처럼, 자연을 구하기 위해 (정)영선을 업고 튀어야 할 수도.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낭만은 그런 것이다 이번 생은 내내 불편할 것
기대만큼이나 걱정되는 마음도 컸다는 걸 고백한다. 어떤 변명을 해봐도 자격지심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지만 말이다. 조경이 나무 심는 일로 인식되지 않길, 당연히 예쁠 수밖에 없는 식물을 무기로 공간을 치장하는 일로 여겨지기를 않길,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결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로 보이길. 정영선이 식물을 손수 심고 작은 정원을 가꾸며 기뻐하는 소박한 할머니처럼 비춰지기보다 그의 작업 영역이 전 국토 곳곳에 퍼져 있는 모든 공공 공간이라는 점이 드러나기를 바랐다.
그래서 자꾸 표제를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땅에 쓰는 시’. 이 낭만적인 수사들을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자꾸 해석하게 되는 것이다. 너무 감성에 치우친 표현이 아닐까 하고 들여다봤더니 마냥 틀린 말은 아니었다. 조경학과에 입학한 뒤 들은 첫 수업에서 조경의 정의를 배웠었다. “자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아름답고 유용하며 지속가능한 환경을 형성하기 위한 종합 예술 과학.” 아름답고 유용하며 지속가능한 환경을 형성하는 일은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한 일일 것이다. 시는 운율, 울림 같은 음악적 요소와 언어의 특성을 이용해 문학 작품 중에서도 회화적 특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장르이니 종합 예술이라 말해도 어색하지 않다.
이제 해결되지 않은 건 ‘과학’이다. 깨닫고 나니 생명, 자연, 식물, 지구, 기후 위기 같이 사람들에게 더 닿기 쉬운 어휘에 밀려 설계, 계획, 마스터플랜, 도면 등 과정을 담은 단어들이 저 먼 곳으로 밀려나면 어떡하나 시키지 않은 우려가 시작됐다. 늘 그렇듯 사서하는 걱정을 떨치기가 더 어렵기 마련이다.
조경의 목표와 결과는 잘 설명된 셈이다. 결국 조경의 작업 과정을 이야기하는 게 어려운 게 아닐까 싶다. 배정한은 “많은 언론 기사와 인터뷰는 정영선의 조경을 ‘땅에 쓰는 시’로 비유하곤 한다. …… 그러나 ‘시’라는 어휘가 연상시키는 감상적인 의미가 그의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작업을 낭만적인 영역에 가둬버릴 위험도 있다”고 말한다. 이어 정영선의 여러 말을 인용하며 “그가 말하는 시는 지사, 즉 땅의 시공간적 맥락을 섬세하게 이해하는 태도의 다른 이름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정리하며 “정영선의 작업을 정영선 고유의 경관으로 만드는 것은 부지의 조건과 맥락을 세심하게 독해하고 섬세하게 연결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땅에 쓰는 시’로 비유되기도 하는 그의 태도는 ‘관계’ 혹은 ‘관계 맺기’에서 가장 명확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한다.(22쪽) 이를 통해, 시라는 단어가 조경의 결과물이 아닌 그 과정에 집중했기에 선택된 단어라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다. 우리는 정영선의 작업을 시라 일컫기보다 작업 태도와 그 과정을 더 많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김아연은 정영선 조경 속 “식물 하나하나가 시의 언어”이며, 그의 “손을 거친 장소는 특유의 미적 감성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한다.(25쪽) 정영선의 작품은 단순한 형식을 다루는 것을 넘어 서식처에 기반을 둔 생태계를 품은 생태 미학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그의 작품에서 본래 자연이었던 것과 설계한 것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김아연의 말처럼 “정영선의 작품은 예쁘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다. 대경관이 주는 숭고미에 가깝기 때문이다.” 즉, 정영선 조경의 아름다움은 자연의 원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정영선은 “조경은 땅에 쓰는 한 편의 시가 될 수 있고,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이 깊은 울림이 뜻하는 바는 김아연이 말한 대경관이 주는 숭고미와 결이 같을 것이다. 스스로자自, 그러할 연(然)이라는 한자에서 볼 수 있듯 자연스러움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아모레퍼시픽사옥과 같이 ‘보이는 정원’(각주 1)도 있다. 하지만 대상지의 규모가 커질수록, 생태계의 원리를 더 깊이 따르고 그 흐름이 진짜 자연을 향해 흐를수록, 정영선의 작업처럼 자연과의 경계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되면 조경은 더욱 보이지 않게 될 확률이 높다.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는 방법은 조경을 잘해서 사람들이 절로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 아무도 묻지 않아도 또 듣고 보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조경 작업 이야기를 하는 것. 피곤하고 고되지만 그 방법뿐이다. “낭만은 그런 것이다”. 조경을 떠나지 않는 이상 “이번 생은 내내 불편할 것”이다.(각주 2)
**각주 정리
1. 이명준, “비평: 정원섬, 보이는 정원”, 『환경과조경』 2018년 8월호, p.30. “조경이 ‘보이지 않는다(invisible)’고 할 때, 이 말은 두 가지 의미를 담는다. 하나는 설계한 경관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리하여 대중에게 ‘인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간 예술로 인식되면서 동시에 생태적 성능을 지닌 경관을 만들기 위한 조경가들의 노력이 있었다. …… 랜드폼을 디자인하는 실험이 빈번하지 않은 국내에서 아직 조경은 시각적으로, 그리고 인식적으로 충분히 보이지 않았다. 조경은 좀 더 보일(visible)필요가 있다.”
2. 김경주의 시 ‘드라이아이스’의 한 구절. 문득 어머니의 필체가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다/그리고 나는 고향과 나 사이의 시간이 위독함을 12월의 창문으로부터 느낀다/낭만은 그런 것이다/이번 생은 내내 불편할 것.
-
[PRODUCT] 삼원색처럼 다채로운 쉼터, 써클 트리오 퍼걸러
이용자의 다양한 행태를 수용하는 다목적 쉼터
하나의 퍼걸러 안에서 다양한 공간적 경험을 체험할 수 있다면 어떨까. 예건의 휴게 시설 전문 브랜드 ‘푸르너스(Prunus)’는 다양한 이용자의 행태를 고려하며 자연을 비롯한 외부 공간과의 조화를 꾀하는 휴게 시설을 제작한다.
써클 트리오(Circle Trio) 퍼걸러(이하 써클 트리오)는 부산의 한국과학영재학교 단지 내 오작공원에 조성한 대형 조합 퍼걸러다. 학생 기숙사인 직녀관과 견우관 사이 오작공원 중심부에 위치한 써클 트리오는 학생과 교직원의 창의적 활동과 휴식, 친목 도모를 위한 다목적 공간으로 조성됐다.
써클 트리오는 주변을 감싸고 있는 박스 형태 건축물의 단조로운 경관을 상쇄할 수 있는 원형의 셸터로 디자인됐다. 크기가 다른 3개(대, 중, 소)의 원형 퍼걸러를 삼원색 다이어그램처럼 배치했다. 각 공간에는 학생과 교직원의 다양한 휴식과 학습 행태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가든 테이블, 평상, 바 테이블 등 다양한 휴게 시설물을 설치했다. 또한 퍼걸러 지붕의 높낮이를 다르게 해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봤을 때 지붕 선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했다.
TEL. 031-943-6114 E-MAIL.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