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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가지 빌드업
‘제5회 젊은 조경가 최윤석’ 온라인 토크쇼
지난 2월 14일, 그룹한빌딩 2층 환경과조경 세미나실에서 제5회 젊은 조경가 최윤석 소장(그람디자인)의 온라인 토크쇼 ‘여섯 가지 빌드업’이 개최됐다. 유튜브 생중계 형식으로 열린 토크쇼는 1부 강연, 2부 토크쇼 순으로 진행됐다.
강연은 토크쇼 제목에 얽힌 이야기로 시작됐다. “‘조경가 최윤석’(『환경과조경』 1월호) 특집을 준비하면서 적었던 원고 중 하나인 여섯 가지 빌드업의 내용을 요약하고 글에 담지 못했던 내용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며 디자인 빌드, 경계, 스토리텔링, 쓸모, 장면, 사람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디자인 빌드를 하는 이유에 대해 “클라이언트 요구를 만족시키려면 가격, 품질, 속도,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하지만 이를 가능케 하기는 어렵다”며 “세 가지 조건 중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디자인 빌드를 한다”고 설명했다.
최윤석은 ‘문화역서울284 기획전시’, ‘2021 광주디자인비엔날레’과 ‘서울식물원 기획전시’ 등 전시·기획 영역의 일을 하기도 한다. 그는 조경 설계의 영역에 한계가 없다는 걸 깨닫게 해 준 사례로 ‘식물극장’(2021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을 소개했다. “도면을 그리고 3D 모델링을 활용하는 게 설계라고 생각했는데, 조경을 이용한 전시회, 정원 시설물 조성 등을 다양하게 하다 보니 영상을 연출하고 글자 크기와 모양에 대해 고민하는 것 또한 설계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는 ‘무너진 경계’라는 디자인 언어를 만든 계기가 됐다.
최 소장은 “조경 설계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쓸모에 대해 고민하는 것과 조경가의 입장이 아닌 일반인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조경가들은 경관과 가치에 대해 생각하지만, 일반인들은 하나의 장면을 중시한다. 즉, 장소에 대한 추억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어떤 기억을 남겨줄지 생각하며 공간을 설계해야 하고, 사람들이 순수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환경과조경419호(2023년 3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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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그린 한 폭의 그림
마이아트뮤지엄, ‘프랑코 폰타나: 컬러 인 라이프’ 전
‘사진 같은 그림’, ‘그림 같은 사진’이란 표현은 흔히 좋은 작품을 빗대는 수사로 자주 쓰인다. 이 수사가 붙은 작품은 사진과 그림이란 장르가 추구하는 전형성에서 벗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컬러 사진의 선구자로 평가 받는 이탈리아 사진작가 프랑코 폰타나(Franco Fontana)는 그림 같은 사진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폰타나는 인테리어 쇼룸을 운영하면서 틈날 때마다 친구들과 여행을 다니며 지인으로부터 빌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체코 여행 도중 우연히 도심에서 선명한 빨간색이 인상적인 빈티지 차량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 작품이 바로 ‘프라가 1967’로 폰타나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폰타나는 이 작품을 찍으면서 사진작가로서 운명을 직감적으로 느꼈다고 밝혔다. 이때부터 색에 대한 고찰을 시작했다.
1960년대 초반의 사진가들은 주로 흑백 사진을 찍었는데, 폰타나는 당시 트렌드에 얽매이지 않고 컬러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사진의 투명도를 과소 노출해 한폭의 회화를 연상시키는 작품을 탄생시켰다. 기존의 관행과 고정관념을 뒤집는 그의 스타일은 이탈리아 사진 역사에 큰 변화를 불어 넣었고, 뉴욕 현대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갤러리에서 전시를 선보였다. 페라리, 베르사체 등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명성을 쌓으며 이탈리아 대표 사진작가로 거듭났다.
폰타나의 작품과 철학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마이아트뮤지엄에서 2022년 9월 30일부터 2023년 3월 1일까지 열렸다. 이번 전시는 폰타나가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고찰하는 예술적 주제이자 그의 인생 철학이 담긴 삶의 풍경 122점을 선보였다. 랜드스케이프, 어반스케이프, 휴먼스케이프, 아스팔토로 이어지는 네 개 섹션은 자연과 도시, 인물 등이 등장하는 일상적 풍경을 여러 각도에서 포착한 작품을 소개한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수평과 수직의 선과 그림자, 자연의 장엄한경관 속 선명한 색과 패턴의 조화는 마치 회화를 보는 기분을 선사한다.
*환경과조경419호(2023년 3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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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을 찾아서
뮈에인, 내 마음속의 오목렌즈 전
초등학생 시절, 동네 담벼락에서 심심치 않게 재개발 예정지임을 알리는 커다란 안내문을 발견하곤 했다. 종종 그 위에 붉은 스프레이로 재개발을 반대하는 글귀가 적혔다. 갈등은 아주 오래 지속되었고, 내가 대학에 입학할 즈음이 되어서야 주택 철거가 슬그머니 진행되기 시작했다. 특별할 것 없는 곳이지만, 내 유년 시절이 담긴 공간이 모두 스러진다는 말에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골목길을 헤맸던 기억이 난다. 부지런하지 못해 추억이 깃든 동네의 모습을 전부 담는 데 실패하고 아쉬워했던 게 아직도 생생하다. 서울에는 재개발로 고향을 잃은 실향민이 생각보다 많다. 1월 13일에 개최된 ‘뮈에인, 내 마음속의 오목렌즈’는 그렇게 사라져버린 공간과 그 속의 삶을 조명하는 전시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서울의 재개발 예정지를 담은 196점의 사진을 선보였다.
신성하게 하다
그리스어로 ‘신성하게 하다’를 의미하는 뮈에인(myein)은 전시의 핵심을 담은 단어다. 신성화하려는 대상은 부동산 투기, 도시 재개발에 밀려 ‘누추한 환경’이나 ‘저소득층의 주거’로 잘못 계층화되고 기억 속에서 삭제되기까지 한 삶의 터전이다. 물리적 공간을 넘어 공동체적 이웃을 담았던 장소의 가치를 발굴하고 드러냄으로써 잃어버린 공간을 다시 신성하게 만들고자 했다. 뒤에 붙은 오목렌즈는 “과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포함하는, 더 넓은 전망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근시안을 교정하기 위해, 우리 마음속 오목렌즈의 배율을 더 높게 하자고 제안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전시 소개문 중).
기억 풍경
김정일은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에 입학했다. 사진을 공부하기 시작한 1980년대 초 그는 한 기사를 접한다. “1982년 어느 날 신문 지면에, 지금으로 말하면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40여 개의 개발 지구가 발표됐다. 투기의 시작이며 빈부의 격차가 벌어진 시발점이다. 이 신문 쪽지를 가지고 한군데씩 지워가며 촬영을 다녔다. ‘사실성’, ‘기록성.’ 사진을 시작할 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던 소리다. 진실, 기록, 재현, 소외……. 늘 내 머리에 있던 단어들이다.”
서울에 막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서던 과도기적 풍경은 그의 사진에 고스란히 담겼다.훗날 김정일은 이 작업에 ‘기억 풍경’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제목처럼 사진 속 모습은 이제는 기억에만 남아 있는 풍경처럼 아득하고 그리운 느낌을 자아낸다. 그중 1981년 12월부터 1982년 2월 겨울날을 포착한 공간과 인물 53점을 전시했는데, 모래가 가득 쌓인 공터를 놀이터 인양 누비는 아이들,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판잣집 앞 에 놓인 용도 불명의 고무대야, TV 수신 안테나를 이어 만든 빨래줄 등을 통해 당시 사람들이 삶을 어떻게 꾸려갔는지 상상해볼 수 있다.
*환경과조경419호(2023년 3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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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웃거리는 편집자] 두가마를 기억하며
내게는 오랜 동반자 ‘두가마’가 있다. 얼핏 이름만 들으면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코트디부아르 출신의 축구 선수 같아 보이지만, 사실 전혀 상관없다. 사물을 의인화해서 부른다는 것이 조금 민망한 일이지만, 두가마는 나의 필름 카메라인 오토보이의 이름이다. 이 카메라에 이름을 붙인 건 나름의 사연이 있다.
전쟁을 겪은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가보처럼 특별한 사연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우리 형제가 태어날 무렵, 여행과 사진 찍기를 좋아했던 아버지가 우리 형제의 일상을 기록하고 싶어서 사셨다고 했다. 당시 쌀 두 가마니를 살 수 있을 정도의 가격이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그 카메라가 우연히 내게 쥐어졌을 때 그 사실을 알게 됐고, 두가마란 거칠고 투박한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필름 카메라의 이름을 그렇게 정해버렸다. 이름을 부르는 순간 꽃이 된다고 어느 시인이 말하지 않았나.
아버지의 고장 난 카메라를 구태여 고쳐 쓴 것은 일종의 작은 도피였다. 당시 졸업을 앞두고 자기소개서를 수십 번 고쳐가며 회사에 원서를 넣었는데, 힙합 오디션의 래퍼들처럼 합격 목걸이를 척척 받을 줄 알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 그래서 내가 가진 것 중에 유일하게 고쳐서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필름 카메라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물론 제한된 컷 수 때문에 셔터를 신중하게 눌러야만 하고, 인화한 사진을 보는 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불편함도 있었다. 그래도 정말 맘에 드는 장면을 찾아가는 재미, 할당된 컷 수를 다 채웠을 때 필름이 감기며 돌아가는 소리, 상상 이상으로 잘 나온 사진을 받았을 때의 쾌감이 참 좋았다. 수전 손택의 표현을 빌리자면, 필름 카메라는 당시 내게 세상의 모든 걸 잊고 떠나게 할 수 있는 우주선과 같았다.
서툰 솜씨로 사진을 찍다 보니, 사진작가들의 작품이 궁금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잡지 『지큐』에서 소개된 사진가 한영수의 작품을 보고 속으로 엄지를 치켜들었다. 1세대 광고 사진가였던 그는 6·25전쟁 이후의 도심을 흑백 사진으로 담았다. 전쟁이 남긴 폐허의 상흔 속에서도 활기차게 뛰어노는 거리의 아이들, 젊고 당당한 신여성, 중절모의 멋쟁이 신사까지 다양한 피사체를 세련된 방식으로 다루며 거리의 희망을 환기했다. 절망의 폐허가 짓누르는 고통 가운데 옥상의 민들레꽃처럼 버티고 있는 희망을 사진으로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아서 인상적이었다. 동시대의 거장과 비견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깔끔한 구도는 덤으로 좋았다.
그로부터 몇 년 후 그의 작품을 소개했던 장우철(당시 지큐 에디터, 현재는 사진작가)의 사진 전시에서 한영수의 작품을 처음 봤을 때와 비슷하면서도 결이 다른 감흥을 느꼈다. 스텝을 밟는 유도선수의 발을 찍은 사진은 고요한 호수와 같고,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들은 폭발적으로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강렬했다. 이에 대해서 황인찬 시인은 “식물은 꿈틀거리는 것처럼 찍어놓고, 인간은 한없이 정물에 가깝게 담는다”라고 표현했다. 이후 어느 행사에서 우연히 만난 장우철에게 어떻게 작품을 찍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그때 그는 “사진은 피사체에 가하는 폭력일 수 있어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대하고, 자연스러운 그림이 나올 때까지 충분히 기다리며, 결과는 비명처럼 폭발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라고 답했다.
두가마를 고쳐서 쓸 때만 해도 이처럼 사진을 찍거나 보는 게 낙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심지어 필름 사진 찍기를 취미로 이렇게 오래 할 줄 정말 몰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필름 카메라의 매력과 걸출한 두 명의 사진가를 알려준 두가마를 얼마 전 불의의 사건으로 잃어버렸다. 그는 쌀 두 가마의 값어치를 톡톡히 한 후 이름을 따라서 코트디부아르(?)로 돌아갔는지, 좋은 곳으로 소천했는지 아직도 행방이 묘연하다. 사라진 그를 떠나보내며 이렇게 긴 글을 써봤다. 앞으로 사진을 더 열심히 찍어 그에게 받은 은혜를 갚고자 한다. 그래서 새로운 카메라를 물색 중이고, 이미 카메라의 이름도 정해두었다. 바로 구방심救放心이다. 이름에 담긴 뜻처럼 흩어진 마음을 모아서 희망찬 마음으로 봄에는 출사를 나가려고 한다. 잃어버린 두가마와 함께했던 추억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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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사람들은 다 노래가 되기 위해 살아요
지구는 둥글고 태양 주변을 천천히 공전하며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니까. 특정 시간에 햇빛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은 둥그렇게 한정된다. 내가 이쪽 동그라미에서 한낮을 살고 있을 때 반대편의 세계는 빛 없는 어둠에 빠진다는 거다. 과학 시간에 배웠기에 믿고는 있지만 사실 이 시차의 존재를 체감할 때는 많지 않다. 지구 건너편에서 월드컵, 올림픽 같은 세계적 축제가 열리기도 하지만 잠이 더 중요한 내 겐 별 의미가 없다. 가끔 친구의 닦달에 못 이겨 어둑한 새벽에 눈부시게 환한 경기장에서 진행되는 축구를 보기도 했는데, 카메라가 푸른 하늘과 작렬하는 뙤약볕을 비춰줘도 좀처럼 실감이 안 났다.
스크린 속 세상은 꼭 영화나 드라마처럼 느껴졌다. 나와는 동떨어진, 더 과장해 말하면 다른 차원의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같았다. 그런데도 가끔 나와 다른 시간을 사는 사람이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 있다. 해외에 있는 사람과 교류하며 메일을 주고받을 때다. 메일 도착 시간에 업무 중이라고 보기에는 터무니없는 숫자(보통 해뜰 기미도 없는 새벽이다)가 찍혀 있는데 첫인사가 “퇴근 후 즐거운 저녁 보내길 바란다”이거나, 나는 무더위에 시달리고 있는데 저쪽은 눈이 쌓여 출근에 애를 먹었다는 이야기를 한다든가. 수많은 시간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이 둥근 구체를 하나의 지구라 여겨도 되나 궁금해지고, 대지의 표면을 따라 흐르는 시간의 축을 상상하면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스뇌헤타 특집을 진행하면서는 나보다 여덟 시간 뒤를 사는 사람들을 만났다. 내가 퇴근할 무렵이면 그들이 막 사무실에 도착하기 시작했고, 특집 기획을 논의하고 확인하는 메일이 이어달리기의 배턴처럼 오갔다. 그 시차가 처음에는 매우 신기하게 느껴졌는데, 퇴근길 휴대폰에 새로운 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림이 뜨면 다른 시간대에서 함께 일하는 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나는 건 스뇌헤타 인스부르크 스튜디오의 이슬과 함께한 줌 회의다. 이슬은 이번 특집 기획을 더 풍성하고 재미있게 꾸릴 아이디어를 제시했을 뿐 아니라 오슬로 스튜디오와의 원활한 소통에 큰 도움을 주었는데, 줌 회의 또한 그의 제안이었다.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하는 일은 글로 대화하는 것과 너무 달랐다. 통신의 문제였겠지만, 조금씩 끊어지는 영상과 싱크가 살짝 어긋난 오디오는 오스트리아와 한국의 거리를 가늠하게 했다. 당시 이슬은 마이크가 달린 헤드폰을 쓰고 커다란 목재 테이블에 앉아 있었는데, 그 장면이 뭐라고 이슬이라는 이름이 구체적인 배경과 사연을 가진 사람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회의가 끝난 후 문득 궁금해져 인스부르크 스튜디오의 주소를 검색해 주변 사진을 찾아봤는데, 어느새 붉은 벽돌 건물이 가득한 길을 거닐며 일상을 보내는 인스부르크 스튜디오 직원들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무엇이 궁금해지는 순간, 호기심을 갖게 되는 장면은 참 뜻하지 않게 찾아오는구나. 스뇌헤타의 프로필과 설계 철학 지면에 사무실 풍경과 연례행사로 산을 오르는 직원들의 모습을 실은 게 뿌듯해졌다.
이번 호를 매만지는 내내 두 사진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강 한가운데 섬을 향해 물 위를 고요히 걷는 사람의 뒷모습(트라엘비코센 경관로)과 산에서 마치 나뭇가지가 자라듯 뻗어 나온 전망대(페르스펙티벤베그 전망로). 강과 산, 전혀 다른 대상지를 다루고 있지만 두 작품은 닮았다. 지형을 조작하거나 나무를 가득 심거나 거대한 시설을 배치하는 대신, 그 자체로 완벽한 주변의 경관을 둘러볼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작은 장치들을 삽입했다. “문화와 물성의 경계를 가로지르고 희석하는 도구이며, 현재에 과거를 녹이고 존재하는 것에 존재하게 될 것을 녹아들게”(22쪽) 하 는 조경의 힘이 절절히 느껴진다. 허연 시인이 말했다. “사람은 다 노래가 되기 위해서 살아요.”1 그는 그래서 그 노래를 받아 적기 위해 애쓰며 시를 쓴다. 조경이 해낼 수 있는 것 중 가장 멋진 일이 노래가 되지 못한 경관을 바라보게 만드는 것 아닐까. 앞의 문장을 썼다 지웠다 반복한 이유는 “조금 비판적으로 본다면 건축에 비해 조경의 색이 잘 안 보이는 것 같기도”(102쪽) 하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돋보이기보다 다른 것을 더 드러내기 위해 한걸음 물러난 것은 눈에 띄지 않기 마련이고, 우리는 너무 쉽게 그 존재들을 잊는다.
각주 1. 유희경, “사람들은 다 노래가 되기 위해 살아요 그 노래를 받아 적고 싶었어요”, 『쿨투라』 2021년 2월호,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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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사계절을 즐길 수 있는 물놀이터, 아쿠아포레
환경 감수성을 높이는 자연 친화 놀이터
빌딩 숲이 들어선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물과 자연을 접하기 쉽지 않다. 아이들이 주로 시간을 보내는 놀이터에서 물과 자연을 친숙하게 즐길 수 있다면 어떨까. 가이아글로벌의 아쿠아포레(Aqua-fore)는 아까시 원목을 활용한 물놀이 시설로 물과 자연을 놀이터에서 즐길 기회를 제공한다.
아쿠아포레는 사계절 내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물놀이 시설이다. 보통 물놀이 시설에는 습윤 환경에서의 내구성 등을 고려해 철재와 HPL 등 합성 소재를 사용하는데, 상대적으로 차가운 느낌 때문에 겨울철 이용률이 떨어진다. 반면 아쿠아포레의 아까시 원목은 공간에 따뜻한 분위기를 불어 넣으며 물놀이 설비가 가동되는 여름 외에도 놀이터를 즐길 수 있게 한다. 또한 아까시 목재는 특별한 가공을 거치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며 어린이의 흥미와 모험심을 불러일으킨다.
아울러 아이들의 환경 감수성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2050 탄소중립선언’에 따라 목재 제품의 활용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아까시 목재는 탄소 상쇄 효과가 높아서 지구의 환경 보호에 기여한다. 악어, 물고기, 야자수 등 다양한 동식물과 자연환경을 놀이터에 구현함으로써 아이들의 환경 감수성을 높인다. 대표 제품인 악어 조합 놀이대(게으른 악어)와 아기 물고기 조합 놀이대(아기 물고기의 바닷속 여행)는 2022년 11월에 준공한 성남 금광동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에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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