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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의 단 세종문화정원 조치원정수장 설계공모 1등작
    지난 2월 12일 세종특별자치시(이하 세종시)가 진행한 세종문화정원 조치원정수장 설계공모 결과가 발표됐다. 1등작은 이엠에이건축사사무소EMA건축사사무소(대표 이은경)의 ‘문화의 단壇’으로 건축물의 의미와 구성을 잘 담아냈다는 평을 받았다. 문화의 단은 ‘단’이라는 콘셉트로 기존 시설을 보존하면서 필수 기능을 센터동으로 집중 배치한 작품이다. 순환 동선을 계획해 외부 공간을 통합하며 기존 수로를 활용한 수공간을 연출했다. 동측에 자리한 길고 투명한 센터동, 북측의 기존 정수 시설과 서측 공원을 연결하는 순환 동선을 복잡한 외부 환경에 대응시켜 다양한 문화 활동이 가능한 실용적인 실외 공간을 계획했다. 세종시는 2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 이번 설계공모 당선 작품과 응모 작품을 시청 로비 및 조치원정수장 일원에 전시해 주민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또한 당선안을 토대로 5월까지 기본·실시 설계를 진행하고 12월 개관하는 것이 목표다. 문화의 단 ‘단’은 터를 잡고 그 위에 인공물을 세우기 위한 바탕이 되는 구축물이다. 발전이 정체된 구도심에 새로운 문화의 토대가 될 단을 놓는다. 정수장과 소공원의 역사적 가치와 기억을 지닌 기존 시설들은 단의 재료이자 그 자체다. 여기에 새로운 단이 더해져 과거, 현재, 미래가 새로운 조합의 가능성으로 조우하게 된다. 통합을 지향하며, 각 요소가 자율적으로 상호 관계를 맺으며, 다양한 세대와 사람이 모여 세종문화정원에서 각자의 가치를 발견하기를 기대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59호(2018년 3월호)수록본 일부
  • 서울 에어 팩토리 Seoul Air Factory, 성수동 레미콘공장 이전부지 활용 시민 아이디어 공모전 대상
    지난 2월 2일 서울시는 ‘성수동 레미콘공장 이전부지 활용 시민 아이디어 공모전’의 최종 수상작을 발표했다. 시는 2022년 6월까지 이전이 확정된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27,828m2)의 활용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 공모전을 약 한 달간 진행했고, 그 결과 총 498개의 아이디어가 접수됐다. 대상에는 산업화의 역사를 품은 레미콘공장을 철거하지 않고 ‘공기 공장’으로 재생하는 방안을 제시한 ‘서울 에어 팩토리(Seoul Air Factory)’(신용환·윤종호)가 선정됐다. 시멘트 사일로(silo)(저장고)를 공기 정화탑으로 바꾸고, 시계의 톱니바퀴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구조물로 단절된 서울숲과 응봉동(응봉역)을 잇는 아이디어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최우수상에는 시멘트 사일로 내부를 전시장으로, 집진기 설비를 공기 청정 타워로 개조한 ‘서울숲 미래 재생 문화공원’(이동원)과 공장 부지가 숲으로 천천히 전이되는 과정을 볼 수 있도록 생태 복원 숲을 조성하고 시민이 서포터즈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서울시나브로’(고성화·하형석)가 선정됐다. 우수상은 ‘인라이튼 성수(ENLIGHTEN SUNGSU)’(정은호), ‘한강 놀이터’(이광훈·유채린), ‘서울유스파크 10-20’(송민원)이 차지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과 서울특별시장상이 수여된다. 시는 제출된 아이디어를 참고해 서울숲 일대 세계적 문화명소 조성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서울 에어 팩토리 서울숲은 서울을 대표하는 도심 속 녹지 공간이지만, 숲을 가로지르는 교차로와 주변 시멘트 공장으로 인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서울숲역을 중심으로 주요 시설이 북동측에 치우쳐 있어 서측으로 유입되는 방문객 수가 현저히 적다. 이 같은 문제점을 주변 환경을 고려한 접근성 향상, 분절된 단지 간의 적극적인 연계, 새로운 목적형 공간 구성을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59호(2018년 3월호)수록본 일부
  • e-환경과조경, 네이버·다음 카카오 뉴스와 제휴 국민에게 조경계 이야기를 생생히 전달할 수 있는 발판 마련
    지난 2월 9일 e-환경과조경이 네이버와 다음 카카오 뉴스검색제휴 평가에 합격했다. 그간 조경매체가 다음 카카오 뉴스와 제휴한 적은 있지만 네이버 뉴스검색제휴 심사를 통과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조경계의 목소리를 국민에게 좀 더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조경 분야 전체의 경사라는 평을 받고 있다. 뉴스제휴평가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6일부터 2주간 총 630개(네이버 539개, 카카오 341개, 중복 250개) 매체가 뉴스검색제휴 평가를 신청했다. 이 중 정량 평가를 통과한 472개(네이버 435개, 카카오 254개, 중복 217개) 매체가 지난해 12월 8일부터 약 6주간 정성 평가를 받았고, 그 결과 총 118개(네이버 104개, 카카오 66개, 중복 52개) 매체가 평가를 통과해 18.73%의 통과율을 보였다. 이번 평가는 제휴 규정에 따라 기사 생산량, 자체 기사 비율 등을 평가하는 정량 평가(30%)와 저널리즘의 품질, 윤리성, 수용자 등의 요소를 평가하는 정성 평가(70%)로 진행됐다. 평가에는 한 매체당 무작위로 배정된 평가위원이 최소 9명씩 참여했으며,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한 평균 점수가 60점 이상인 매체만 평가를 통과했다. e-환경과조경 기자들은 “질 좋은 기사를 생산하기 위해 현장에서 발로 뛰었으며, 밤낮없이 기사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토론을 해왔다”며 전문 분야에겐 다소 높아 보였던 양사 뉴스검색제휴 심사에 합격할 수 있었던 건 “열정” 덕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e-환경과조경은 이번 양대 포털의 뉴스검색 서비스 진입을 계기로 국가 정책에 대한 감시와 대안제시를 강화하고, 대중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해 생활 속 조경 문화를 뿌리내리는 데 일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편 e-환경과조경의 뉴스는 앞으로 양사 검색 서비스의 준비 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반영될 예정이다.
  • 배재대학교 조경학과, 전문 인력을 배출하는 네 가지 로드맵 구축
    “크고자 하거든 남을 섬기라.” 아펜젤러(Henry Gerhard Appenzeller) 배재대학교 설립자의 가르침이다. 배재대학교는 130년의 뿌리 깊은 역사를 지닌 배재학당이 운영하는 대학이다. 1885년 고종황제에게 ‘대한제국을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라’는 어명이 담긴 배재학당 현판을 하사받아 국한문과·영문과·신학과 등을 갖춘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대학을 설립했다. 설립자 아펜젤러 선교사의 교육 철학은 많은 인재를 배출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 민족 시인 김소월, 독립운동가 서재필, 한글 학자 주시경이 대표적이다. 배재학당은 현재의 배재유치원, 배재중학교, 배재고등학교, 배재대학교에 이르렀으며 학당 동문은 10만 명, 대학 동문은 5만 명에 달한다. 그중 배재대학교 조경학과는 1996년 원예조경학부 환경녹지학 전공으로 신설되어 조경 학부생을 모집하고, 조경 전공 대학원 과정을 마련했다. 23년이 흐른 올해는 조경학과로 독립해 건축·예술·디자인대학으로 새롭게 편제되었다. ...(중략)... *환경과조경359호(2018년 3월호)수록본 일부
  • 당당한 홀로서기 “이제 조경학과입니다” 이시영 배재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최근 학과 개편 과정에서 대부분의 조경학과가 통폐합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것과 달리 배재대학교 조경학과는 오히려 학부에서 분리돼 ‘조경학과’라는 이름으로 당당한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이에 학과장을 맡고 있는 이시영 교수를 만나 학과 분리 배경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Q. 배재대학교 조경학과에 대해 소개해 달라. A. 대전은 인구 150만 명이 넘는 큰 규모의 광역시인데 배재대학교를 제외하면 조경학과가 없다. 그러다 보니 ‘공원녹지기본계획’ 수립 등 대전시의 조경과 관련한 대표적인 역할을 배재대학교 조경학과에서 수행하고 있다. 배재대학교 조경학과는 본래 원예학과에서 시작됐다. 약 20년 전 시대의 필요에 의해 원예학과에서 원예조경학과로 변경됐다가, 올해 새 학기부터 원예학과와 조경학과가 분리돼 운영된다. 학과가 생긴 지 20년이 되다 보니 대전시청을 비롯해 5개 구청의 공무원으로 진출한 졸업생이 많다. 지방은 공직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 정책 결정이 가능한 인적 인프라도 많다. 산업 분야에도 300여 개 시공 업체에 졸업생들이 포진해 있고, 지역에 자리를 잡은 업체 대표들도 있다. ...(중략)... *환경과조경359호(2018년 3월호)수록본 일부
  • [LWI 미래포럼] 연대를 생각하며 FORUM
    공자는 『논어』 ‘위정편’에서 자신의 학문 수양 발전 과정을 회고하며 “40세가 되어서는 미혹하지 않았고(四十而不惑)”라는 말을 남겼다. 그래서 흔히 40대를 불혹의 시기라고 한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는 것은 한국 현대 조경의 나이도 대략 40년이 넘었기 때문이다. 한국조경학회가 1972년에 설립되었고, 조경학과의 첫 학번이 73학번이다. 참고로 필자는 1974년생이다. 불혹의 시기를 지나고 있으니, 조경이나 필자나 여러 유혹에 흔들리지 않아야 할 때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철학과 방향이 확고해야 하리라. 공자도 15세는 지우학志于學으로 학문에 뜻을 둔 시기라 했고, 30세는 이립而立으로 학문의 기초를 확립하고 마음을 확고히 해 뜻을 세우는 나이라 했다. 불혹을 위해서는 지학과 이립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한국 조경이나 필자의 나이 모두 마흔을 넘었는데, 지학과 이립이 잘 된 것인지 필자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사십대 중반을 맞으며 고민이 많은 필자에게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2013)는 기억에 오래 남는 책 중 하나다. 유시민이 이 책에서 제시하는 어떻게 살 것인가의 핵심은 “일하고 놀고 사랑하고 연대하라”로 압축된다. 인류 최초의 도시라 불리는 우루크의 통치자 길가메시의 서사시에도 비슷한 문구가 나온다. “인생의 처음과 끝은 정해져 있으니 의미 있는 일을 하고 놀고 사랑을 나누는 것이 인생의 정답이다.” 유시민은 여기에 ‘연대’를 더한 셈이다. 물론 그가 길가메시 서사시를 의식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는 연대를 “공감을 바탕으로 사회적 공동선을 이루어나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필자가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도 연대다. 유시민의 정의에 나오는 ‘공동선’처럼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조경이라는 한 분야의 연대를 꿈꾼다. 특정 집단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연합이 아니라 범 조경계의 전반적인 발전을 위한 연대를 지향한다. 범 조경계 내부의 연대는 물론이고, 외부 유관 단체나 전혀 다른 새로운 분야—이를테면, 철학—와의 연대도 필요하다. 그 동안의 여러 노력으로 어느 정도 체계는 갖추어져 있다. 더 긴밀한 유대가 필요하다. ...(중략)... *환경과조경359호(2018년 3월호)수록본 일부 조동길은 1974년 전남 순천 출생으로, 2004년 서울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2005년 자연환경관리기술사를 취득했다.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주) 의장이면서 한양대학교 공학대학원 겸임교수다. 생태복원, 생태 조경, 정원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며, 『생태복원 계획·설계론』(2011, 2017 개정) 등 다양한 저술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 조동길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대표[email protected] / 2018년03월 / 359
  • [편집자의 서재] 고양이 낸시
    동물은 복잡한 세상을 그리는 좋은 소재가 되곤 한다. 짧지만 권선징악을 압축해 보여주는 이솝우화부터 스탈린의 독재 정치를 풍자한 『동물농장』까지. 특히 귀여운 동물 캐릭터는 아이는 물론 어른에게도 친근감을 줄 수 있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한다. 2016년 개봉한 ‘주토피아(Zootopia)’ 역시 동물을 통해 우리 사회의 ‘편견’에 대해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시작은 평범하다. 토끼인 주디는 경찰관을 꿈꾸지만, 작고 힘이 약한 토끼는 경찰이 될 수 없다는 다른 동물의 비웃음만 산다. 하지만 여느 디즈니의 주인공처럼 주디는 포기하지 않는다. 자신의 장점인 날쌘 몸놀림을 살려 경찰관 시험에 당당히 합격하고, 꿈의 도시 주토피아로 발령을 받는다.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일은 없다는 식의 진부한 결말로 마무리될 것 같지만, 아직 러닝 타임은 한참이나 남았다. 영화는 주디가 주토피아에 도착하며 색다른 국면에 놓인다. 우선 주토피아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든 동물(Zoo)의 이상향(Utopia)처럼 꾸며진 도시의 모습이 눈을 사로잡는다. 주디가 타고 온 기차부터 사뭇 다르다. 기차에는 햄스터같이 작은 동물이 내릴 수 있는 문, 비버가 통과할 수 있는 크기의 문, 주디부터 기린까지 덩치 큰 동물도 불편함 없이 오갈 수 있는 문 등이 마련되어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비롯해 사탕을 파는 작은 가게까지, 주토피아의 모든 시설에는 모든 동물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신경 쓴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육식 동물과 초식 동물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멋진 도시라는 걸 과시하듯 앵글은 화려한 주토피아의 모습을 몇 번이고 강조한다. 하지만 주토피아가 마냥 아름다운 도시인 것은 아니다. 주디가 경찰청에서 처음 맡게 된 임무는 불법 주차 단속. 경찰 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지만, 동료들은 여전히 토끼는 작고 약하기에 위험한 임무를 맡을 수 없다고 말한다. 토끼뿐만이 아니다. 여우는 교활하다는 통념, 육식 동물은 포악함을 숨기고 있다는 믿음 등 평화로운 도시 주토피아의 이면에는 편견이 가득하다. 영화는 육식 동물과 초식 동물로 나누어진 단순한 구도를 사용했지만 여기에 인종, 이데올로기, 성별, 지역, 출신 등 어느 것을 대입해도 자연스럽게 읽힌다. 편견과 줄곧 싸워온 주디가 자신 역시 또다른 편견으로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영화는 좀 더 입체적이고 복잡하게 분화한다. 나 역시 편견인 줄도 모르고 당연하게 여겨온 일은 없었을까. 영화는 고민에 빠진 관객을 질책하기보다 위로한다. 우리는 “내일도 실수할 거고, 또 실수할 것(I’ll keep on making those new mistakes. I’ll keep on making them every day)”이지만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무엇이든 계속 시도할 것(I wanna try everything)"(각주 1)이기 때문에. ‘주토피아’가 캐릭터 간의 갈등과 눈물 어린 화해의 과정을 통해 주제를 이야기한다면 『고양이 낸시』는 귀여운 에피소드를 통해 편견에 대해 말하는 만화다. 낸시는 고양이다.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 쥐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 버려진 아기 고양이. 천적임에도 불구하고 쥐들이 낸시를 받아들이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따뜻한 그림과 이야기로 풀어냈다. 가볍지만 때로는 코끝이 시큰해지고 붕어빵 봉지를 품에 넣은 것처럼 가슴이 따뜻해지기도 한다. 본래 트위터에서 한 장 내지 두 장으로 짧게 연재되던 만화가 책으로 출간될 수 있던 힘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쥐들이 고양이를 받아들이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낸시의 귀여움이다. 하얗고 부드러운 털과 분홍빛이 감도는 코. 딱하지만 고양이를 마을에 두면 위험하다며 만일의 일을 걱정하던 쥐들은 낸시를 만나자마자 외친다. “이런 망할! 정말 귀엽잖아!"(각주 2)집단이 이질적인 존재를 받아들일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갈등은 낸시의 귀여움으로 손쉽게 사라진다. 만화이기에 가능한 설정이지만, “이런 망할! 정말 귀엽잖아!”라는 대사에는 쥐들이 고양이가 아닌 낸시 자체를 바라보았다는 의미가 녹아있는지도 모른다. 편견이 없는 어린 쥐들은 더욱 쉽게 낸시와 가까워진다. 후에 낸시가 북쪽에서 온 하얀 쥐가 아닌 고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어린 쥐들은 낸시가 혹여 마을에서 쫓겨날까 걱정부터 한다. 아이들에게 이미 ‘북쪽에서 온 하얀 쥐’나 ‘고양이’는 수식어에 불과하며, 낸시는 배려심이 깊고,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 힘이 쎈, 하얀 털이 보드라운 친구일 뿐이기 때문이다. 나와 조금 다르지만 괜찮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물론 작가의 말처럼 “요즘엔 전혀 위험하지 않은 존재도 자신과 다르면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고, “만약 현실이었다면 더 갈등이 심화되고 낸시는 더 상처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낸시에게 “분명히 좋은 친구들이 생길 테고, 그로 인해 행복"(각주 3)해질 것이라 믿는 사람들에게 『고양이 낸시』는 복잡한 사회를 단순하게 바라봄으로써 얻는 즐거움을 알려줄 것이다. 참고로 엘렌 심은 현재 네이버 웹툰에서 동물이 인간으로 환생하기 전 인간에 대해 배우는 학교를 그린 ‘환생동물학교’를 연재 중이다. 주인을 그리워하는 동물이 가득한 AH-27반 학생들과 선생님을 통해 이번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엘렌 심의 작품 세계가 궁금하다면 ‘환생동물학교’를 통해 따뜻한 그림체로 그려낸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살짝 엿보시길! *각주 정리 1. ‘ 주토피아’의 OST ‘Try Everything’의 가사 일부. 2. 엘렌 심, 『고양이 낸시』, 북폴리오, 2015, p.43. 3. 이지혜, “[고양이 낸시] 엘렌 심 ‘제 고양이도, 독자분들도 낸시처럼 언제나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IZE 2015년 3월 23일.
  • [CODA] 기억의 매개체
    지난 설,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사진첩을 찾았다. 부모님이 소중히 보관하고 계신 어린 시절 사진이 담긴 사진첩을 다시 보니 안도감이 밀려왔다. 왠지 사진첩이 사라지면 내 유년기도 함께 사라질 것만 같았다. 빛바랜 책장을 넘기니 익숙한 장면들이다. 사진의 주인공은 날 안고 있는 젊은 어머니이지만, 그 사진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건 당시 거실 커튼의 문양과 소파 팔걸이의 나무 색깔 같은 것들이다. 진짜 그 순간이 기억나는 것인지, 아니면 사진에서 봤기 때문에 기억한다고 생각하는지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영화 ‘당신과 함께 한 순간들’(2017)은 기억에 관한 영화다.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마조리는 남편의 젊은 시절 모습으로 복원된 인공지능 월터와 추억을 나눈다. 마조리의 딸 테스는 홀로그램인 월터를 못마땅해 하지만, 마조리가 세상을 떠난 후 인공지능 마조리와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테스는 남편에게 말한다. “기억은 우물이나 서랍장 같은 게 아니야. 무언가를 기억할 때는 기억 그 자체가 아니라 기억한 마지막 순간을 기억하는 것뿐이야. 복사본의 복사본처럼 계속 희미해질 뿐 절대 생생해지거나 선명해지지 않아. 그래서 강렬한 기억도 완전히 믿을 수 없어. 끊임없이 조금씩 유실되거든.” 인공지능인 월터는 인간에게 추억을 들으며, (딥러닝을 통해) 점차 실제의 그와 비슷해져가는 것처럼, 마치 진짜 인간과 추억을 나누는 것처럼 보인다. 청혼을 받을 때 보았던 영화가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이 아니라 ‘카사블랑카’였으면 좋았겠다는 마조리의 바람을 듣고 기억을 수정하는 인공지능 월터의 모습에서, 기억이란 불완전하고 왜곡되기(윤색되기) 쉽다는 것을 영화는 드러낸다. 필름 카메라를 쓰지 않게 되면서 더 많은 사진을 찍게 되었고, 휴대 전화의 카메라 기능이 발전하면서 사진 찍기는 일상화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난 그 많은 디지털 이미지들이 어디에 흩어져 있는지 잘 알지 못할 뿐더러, 사진을 다시 보며 추억을 되새기는 일의 빈도는 내가 찍은 사진의 수와 비례하지 않는다. 디지털 세상에서도 기억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물리적인 실체를 가진 매체가 필요한 것일까? 개인의 기억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기억 역시 물리적인 무언가, 이를테면 공간이나 기념비(memorial)에 깃든다. 홀로코스트는 대표적인 집단기억(collective memory)(각주 1)중 하나다. 기독교와 유대교의 문명권에서 기억은 “세속적인 용어이면서 종교성을 강하게 함축한다.” 영기(aura), 외상(trauma), 애도, 숭고, 정체성, 치유, 정화, 치료, 목격, 증언, 영혼 등은 기억 연구의 이론서에서 자주 보이는 용어이면서,(각주 2)메모리얼의 설계 개념을 설명할 때도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다. 기억을 종교적 계율로 강조하는 것은 유대교의 전통이다. “헤브라이어 성경에 항상 이스라엘이나 신을 주어로 하여 동사 ‘기억하다’가 169번이나 반복해서 나타날 뿐만 아니라, 역사의식이 유난히 강하다고 하는 유대교에서 그것은 전통적으로 역사 서술이 아니라 주로 기억(곧 암송과 제례)을 통해 표출되었다.” 기억은 마치 우리의 ‘살풀이’와 유사한 정화 내지 치유 능력을 지녔고, 제2차 세계대전 와중에 벌어진 유대인 대학살은 ‘기억 산업’(기념관, 기념물, 박물관, 공식 행사, 그리고 매체와 문화 산업 등)의 붐 조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오늘날 홀로코스트는 유대인들의 집단기억의 핵심이 되어 정체성의 근간이 되고 있으며, 홀로코스트라는 주제는 기억, 외상, 그리고 역사의 개념에 관한 일련의 성찰을 고무했다.(각주 3) 기념비나 기념 공간이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그것이 담고 있는 집단기억 역시 윤색될 수 있다. 한 장소에 얽힌 기억들도 재구성될 수 있으며, 기억의 경합 과정에서 대립되는 기억은 제거되기도 하며 장소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기억의 매개체인 메모리얼은 어쩌면 매우 선별적으로 이 정도만 기억하자는, 그리고 나머지는 잊자는 사회적 합의일 수도 있다. 이제 홀로코스트는 유대인의 정체성만이 아니라 서구 사회의 본질적인 요소가 되었다는 이해는 흥미롭다. “미국은 유럽에서 일어난 사건을 기억하기 위해 홀로코스트기념박물관은 만들면서 자국사의 두 본질적인 측면인 원주민의 대학살과 흑인의 노예화는 외면한다. … 이른바 유럽의 팽창 이래로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만행이 행해졌고, 특히 1850~1950년의 100년은 유럽 대량학살의 ‘인종적 세기’이건만, 그것들은 문명과 진보의 이름으로 이해되고 설명되었다. 식민지인들에게 그것을 문제제기하는 것은 ‘금지된 것’이었고” 그러한 유럽 중심의 담론 질서 속에서 홀로코스트는 역사상 유일무이하고 비교 불가능한 신화가 된다.(각주 4)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팔레스타인을 신탁통치했던 영국은 유대인 국가 건설을 지지했고,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했다. 얼마 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며 대사관을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묵인과 동조 속에 전쟁과 학살은 끝나지 않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번 호에는 영국에서 진행된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국제설계공모의 결과를 수록했다. 런던의 빅토리아 타워 가든에 조성될 이 기념비와 교육 센터를 위해 세계적인 건축가와 조경가들이 참여했다. 그들이 펼쳐놓은 아름다운 설계안 외에도, 메모리얼 조성을 주도하는 이들이(혹은 우리도) 무엇을 기억하려 하는지, 또 어떤 기억을 소거하려는 것인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아닐까. *각주 정리 1. 사회심리학자 알박스(Maurice Halbwachs)는 기억 속에는 본질적으로 집단적 성격이 내재해 있다고 전제했다. 즉 기억을 소유하는 단위는 개인이지만, 그 개인의 기억은 사회적으로 각인된 것이라는 의미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 가운데 대부분은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확인된 것들이다. 그런 면에서 기억은 사회화 과정의 산물이다. 최호근, “집단기억과 역사”, 『역사비평』 85, 2003, pp.160~165. 2. 최갑수, “홀로코스트, 기억의 정치, 유럽중심주의”, 『사회와역사』 70, 2006, p.105. 3. 위의 글, pp.103~112. 4. 위의 글, pp.113, 131~132.
  • [PRODUCT] 실내로 들어온 ‘토인 라탄’ 다양한 색상과 형태로 따뜻한 느낌부터 캐주얼한 감성의 공간까지 연출 가능
    국내에서 라탄rattan 소재는 휴양지 외부 공간이나 데크가 있는 정원 등 야외에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해외는 이미 30여 년 전부터 실내에서도 라탄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토인 라탄’은 이러한 국내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실내 공간에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다양한 라탄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 주거 공간에 적합한 사각형의 현대적이고 단순한 디자인의 소파, 테이블 세트뿐만 아니라, 원형이나 곡선이 강조된 제품도 계획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취향에 맞는 제품을 골라 독특한 공간 연출을 할 수 있다. 또한 해외 라탄 제품과 다르게 한국인의 체형에 맞추어 제작했기 때문에 국내 이용자들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토인 라탄 파이버Fiber의 기본 소재는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합성 섬유다. 친환경 소재일 뿐 아니라 햇빛은 물론 수분에도 강하다. 프레임에는 부식에 강한 알루미늄을 사용해 내구성을 높여 빛과 압력에 잘 견디도록 했다. 오염됐을 때 물 세척이 가능하고 무게가 가벼워 관리가 편한 것이 장점이다. 또한 일반적인 브라운, 블랙 계열부터 원색의 파이버까지 다양한 색상의 제품이 마련되어 있어 기호와 공간의 분위기에 맞는 색상을 골라 사용할 수 있다. 형태 역시 다양해 휴양지의 따뜻한 느낌부터 캐주얼한 감성의 공간까지 분위기에 맞게 연출할 수 있다. 앞으로도 토인은 단순한 야외 가구를 넘어 실내외 어느 곳에나 다양한 공간을 창조할 수 있는 라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TEL. 02-533-3720 E-mail. www.toinpld.com
    • 토인디자인 / 토인디자인 / 2018년03월 / 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