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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이드: 공간의 유희, 경험의 확장’ 전 현대카드 스토리지, 3월 24일부터 7월 16일까지
    버튼을 누르면 공기가 주입되어 부풀어 오르는 비닐 큐브, 하얀 구름을 떠오르게 하는 패브릭 미로.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때로는 작품 속을 거닐며 ‘공간 인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품게 하는 작품들이 현대카드 스토리지Storage(이하 스토리지)에 전시됐다. 바로 ‘뉴멘/포 유즈Nemen/For Use’의 ‘보이드Void: 공간의 유희, 경험의 확장’ 전(이하 보이드 전)이다. ‘보이드’는 빈 공간을 의미하는 건축 용어로, 전시 관계자는 보이드 전을 통해 “우리의 인지 능력과 지각이 확장되고 나아가 현대 예술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지난해 6월 개관한 스토리지는 동시대 미술의 의미 있는 활동을 담는 임시 ‘보관소’이자, 예술적 가능성을 지닌 열린 ‘창고’를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예술 작품뿐만 아니라 건축, 디자인, 필름 등 폭넓고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디자인 진화 과정을 입체적으로 조명한 ‘추적: 현대카드 디자인의 기원Traces: The Origins of Hyundai Card Design’ 전, 개성 넘치는 드로잉과 파격적 설치 작업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슈리글리David Shrigley’ 개인전에 이어 세 번째로 마련된 보이드 전은 ‘뉴멘/포 유즈’의 첫 국내전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스벤 욘케Sven Jonke, 크리스토프 카즐러Christoph Katzler, 니콜라 라델코빅Nikola Radeljkovic 등 세 명의 아티스트로 구성된 ‘뉴멘/포 유즈’는 테이프, 실, 끈, 그물 등 일상적 소재를 활용한 장소특정적 작업으로 유명하다. 형식과 장르를 넘나드는 실험적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아 덴마크 디자인 센터(2015), 파리 팔레 드 도쿄(2014), 베니스 건축비엔날레 특별전(2014) 등의 유명 전시에 초대되어 활동해 왔다. 공간의 유희, 경험의 확장 주요 작품 세 점과 관련 모형, 영상물이 스토리지 지하 2층과 3층에 설치되었다. ‘스트링 모델 2×2String Model 2×2’는 평소에는 힘없이 축 늘어져 있지만, 버튼을 눌러 PVC 포일foil 구조물 내부에 공기를 주입하면 정육면체 형태로 부풀어 오른다. 이때 벽체에서 뻗어 나온 푸른 실이 작품을 감싸 구조물을 지탱하며 형태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작가는 이를 공기의 드나듦에 따라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작품의 물성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움직이는 조각’이라 표현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52호(2017년 8월호)수록본 일부
  • 양재고개 녹지연결로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으로 ‘슬로프 워크’ 선정
    1970년대 경부고속도로가 개설되며 단절된 우면산 양재고개가 녹지축으로 다시 연결될 예정이다. 지난 4월 14일 서울시는 ‘양재고개 녹지연결로 국제현상설계공모’를 개최했다. 6월 16일 김인철 심사위원장(아르키움 대표)과 김상효 교수(연세대학교), 송인주 연구위원(서울연구원), 김혜란 대표(종합건축사사무소 예일), 디에트마르 페이흐틴허르 대표Dietmar Feichtinger(Dietmar Feichtinger Architectes), 이경환 대표(에이오와이)가 심사를 진행했다. 국내 27팀, 국외 27팀 등 총 54팀의 작품 중 당선작으로 이바네 크스넬라슈빌리Ivane Ksnelashvili(I.KSNELASHVILI)의 ‘슬로프 워크SLOPE-WALK’가 선정됐다. 2등작에는 임우진(AEV Architectures Seoul)의 ‘나무의 방주Ark of trees’, 3등작에는 위진복(UIA 건축사사무소)의 ‘우마랑牛馬廊’, 4등작에는 박윤진(오피스박김)의 ‘토포-리바이벌Topo-Revival’, 5등작에는 알렉산데르 얀코비치Aleksander Jankovic(AJAA)의 ‘양재고개 에코 브리지Yangjaegogae Eco Bridge’가 선정됐다. 김인철 심사위원장은 “수상작들은 단순히 단절된 녹지를 연결하는 것을 넘어 자연과 인공의 관계를 복원하는 상징적 풍경을 제시하고 있다”며 “공학적 접근과 개념적 의도를 접합해 완성한 작품이 다수 제출되었으며, 간결하고 단순한 형태와 형식으로 표현을 절제한 작품이 많았다”고 심사 총평을 밝혔다. ...(중략)... *환경과조경352호(2017년 8월호)수록본 일부
  • 랜드스케이프 디자인과 공공 미술: 새로운 가능성 제24회 조경디자인캠프 특강
    지난 7월 12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제24회 조경디자인캠프’의 세 번째 특강이 진행됐다. 이날 ‘랜드스케이프 디자인과 공공 미술: 새로운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홍보라 디렉터(갤러리팩토리)는 시카고 시 문화부 예술 지원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현재 이 경험을 바탕으로 공공 미술이 지닌 ‘공유’의 특성을 이용해 새로운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해외 활동을 마치고 귀국한 홍 디렉터는 우리나라 대중이 예술을 타지화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에 대중과 공유할 수 있는 예술을 만들고자 20년 전부터 정기용 건축가, 배영한 작가 등 여러 전문가와 함께 학술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연구 세미나를 열고 있다. 홍 디렉터의 말에 따르면 최근 공공 미술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2005년을 시작으로 3년마다 열리고 있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가 대표적 사례다. 그는 “과거 공원에 예술 조형물을 설치하는 등 공공 미술을 오브젝트로 풀어내는 작품이 주를 이뤘다면, 현재는 안양을 대상으로 한 영화를 만드는 등 공원에 현존하는 자원을 활용하고 이를 기억하는 방식의 작품이 주를 이룬다”며 물리적 실체의 구축에서 보이지 않는 공간의 맥락을 풀어내는 방식으로 공공 예술의 접근법이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52호(2017년 8월호)수록본 일부
  • [편집자의 서재] 실내인간
    “자유로움도 연습을 해야 나오는 거거든요. 무대 위에서 자연스럽게 행동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자신도 모르게 남을 의식하고, 남에게 보여졌으면 하는 모습으로 자신을 꾸미기 마련이거든요.” 아직 불 같은 더위가 찾아오지 않은 여름, 인터뷰를 위해 만난 안무가 K가 들려준 이야기다. 각종 질문에 대한 답을 한참 쏟아낸 그가 마른 목을 축이는 동안, 나는 그의 말을 곱씹었다. 나는 과연 어떤 순간에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존재할까. SNS가 발달하며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양해졌다. 어쩌면 표현이라는 단어보다 보여준다는 말이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자신이 방문한 핫한 카페나 음식점, 때로는 나만 아는 공간의 사진을 올려 일상생활을 노출하고, 취향과 관심사는 티켓이나 테이블에 놓인 책 사진 등으로 대체된다. 구구절절 의견을 늘어놓는 대신 노래 가사나 소설의 문구 하나를 적어 놓기도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자신을 왜곡하는 법을 익힌다. 그럴듯해 보이는 사진을 찍기 위해 촬영 버튼을 수차례 두드리고, 불필요하다 느껴지는 요소는 자르기 도구로 깔끔하게 도려낸다. 이런저런 의도로 정제된 후에야 사진은 우리를 꾸며주는 일종의 포장지가 되어 SNS에 업로드된다. 그리고 여기 사랑하는 여자를 얻기 위해 온 인생을 자신을 포장하는 데 사용한 남자가 있다. 수년간 제 이름 대신 베스트셀러 작가 방세옥으로 살아온 『실내인간』의 김용휘. 『실내인간』의 작가 이석원을 처음 만나게 해준 건 친구의 MP3 플레이어 속 노래 ‘나를 잊었나요’(언니네 이발관, 2002)였다. 그 당시 이석원은 내게 밴드 ‘언니네 이발관’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로, 화려한 기교 대신 공들여 만든 소박한 기타 선율에 서정적인 노랫말을 얹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돌연 산문집 『보통의 존재』(2009)를 발표했을 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서점에 들러야 했다. 만약 그가 산문집의 탈을 뒤집어쓰고 ‘꿈을 포기하지 마라’, ‘젊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를 외치는 자기계발서를 썼다면, 더 이상 그의 노래를 사랑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걱정과 달리 『보통의 존재』는 자신의 내면과 일상을 솔직하게 적어 내려간, 이석원 또한 우리와 다를 것 없는 아주 보통의 사람임을 보여주는 글이었다. “누구나 자신에 대한 기대라는 것이 있고 그것이 실제로 오르기 힘겨운 산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세월이 필요하다 … 그때가 되면 마지막으로 몸부림도 쳐보고 온몸으로 거부도 해보지만 결국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확인이다. 자신을 안다는 것. 그 잔인한 일 말이다.”(각주1) 군더더기 없는 문체와 담담한 어조로 조금 부끄러울 수 있는 이야기도 아무렇지 않게 풀어 놓는다. 누구나 해봤을 그 고백은 ‘언니네 이발관’의 노랫말과 닮았을 뿐 아니라 이석원 그 자체다. 글 구석구석 녹아있는 이석원의 모습은 4년 뒤 내놓은 장편 소설 『실내인간』에서도 발견된다. 주인공 용우뿐만 아니라 그의 친구 제롬, 수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닌 용휘와 그 곁을 지키는 소영 모두에게서. 그중 용휘는 이석원이 말하는 솔직함과는 가장 거리가 먼 인물로, 사랑하는 여자를 돌아오게 만들기 위해 자신이 쌓아올린 책 탑 안에 갇힌 ‘실내인간’이다. 책을 내는 족족 히트를 치는 소설가 방세옥이 되었지만, 글을 쓰는 즐거움도 느끼지 못하며 매일 서점을 찾아가 판매 순위를 확인하며 불안에 떤다. “용휘는 집에만 머무르는 은둔형 외톨이가 아니며, 저녁마다 서울 전역의 서점을 순찰하는 넓은 행동반경을 갖고 있는 사람”이지만, “자신이 정해놓은 틀 밖으로는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는 인물이기에 결국엔 그는 갇혀 있는 사람”(각주2)일 수밖에 없다. 이석원은 이를 통해 무언가에 갇히고 옥죄어 사는 용휘의 모습이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평범하면 사랑하는 여자에게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강박감에 괴로워하며 살았지만, 결국 여자가 팔리지 않는 책을 쓰는 무명작가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접하는 용휘의 모습이 『보통의 존재』에서 ‘보통’을 외치던 이석원과 겹쳐진다. 사실 『실내인간』은 『보통의 존재』를 좋아한 이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글일 수 있다.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필치는 여전히 섬세하지만, 구성이 조금 헐겁고 소설의 핵심인 용휘의 비밀은 엄청난 반전이라기엔 아쉬운 감이 있다. 그래도 『실내인간』을 읽는 내내 즐거웠던 이유는 곳곳에서 발견되는 이석원의 흔적 때문이었다. “정말 사랑했던 사람과는 영원히 못 헤어져. 누굴 만나든 그저 무덤 위에 또 무덤을 쌓는 것뿐이지”(각주3)라고 말하는 소영에게선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해 괴로워하던 이석원이, 피고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존재가 되는 것만이 가치 있는 삶인 양 스스로를 몰아붙여 거기에 도달하지 못하는 자신을 늘 부끄러워했으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대부분의 타인의 삶 또한 무가치한 것으로 여겨 경멸하였다 … 따라서 본 법정은 피고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여러 정상을 참작하여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피고 김용휘, 사형”(각주3)이라는 판결문에서는 음악인으로서 고뇌하는 이석원이 있다. 책을 읽는 과정은 마치 이석원의 흔적을 찾아 텍스트 속을 거니는 여행과도 같았다. 지난 7월 이석원은 9년만에 ‘언니네 이발관’의 마지막 앨범 ‘홀로 있는 사람들’(2017)을 발표했다. 그는 이번에도 평온하게 자신의 마지막을 노래한다. 작곡가로서 한계에 부딪쳤음을 풀어낸 ‘홀로 있는 사람들’의 가사로 ‘편집자의 서재’의 문을 닫는다. ‘ 노래 / 언젠간 끝내야 하지만 / 아직 나는 여기 서 있네 / 그래 / 언젠간 끝나고 말겠지 / 그래도 난 아직 여기에 ’ 1. 이석원, 『보통의 존재』, 달, 2009, p.148. 2. “『실내인간』 이석원, ‘장편소설은 100분짜리 노래 한 곡을 만드는 일’”, 교보문고 인터뷰 http://news.kyobobook.co.kr/people/writerView.ink?sntn_id=7601 3. 이석원, 『실내인간』, 달, 2013, p.257. 4. 위의 책, p.271.
  • [CODA] 팔리는 기획?
    잘 팔리는 기획의 비법을 책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진 않았다. 우연히 예약 판매 중이던 디지털 콘텐츠 “팔리는 기획을 배운다–잡지 BRUTUS & POPEYE”를 봤을 때, 구매 버튼을 누른 건 ‘팔리는’이란 수식어보다는 브루투스BRUTUS란 이름이 주는 오래된 설렘 때문이었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한번 다녀 보고 싶은 잡지사가 일본의 『카사 브루투스Casa BRUTUS』였다. 2000년대 초, 처음 건축 잡지사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을 때, 당시 편집부는 좁은 전문지 시장에서 어떻게 독립적이고 의미 있는 잡지를 지속가능하게 펴낼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였다. 그때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잡지 『카사 브루투스』는 대안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물론 일본에는 『신건축新建築』이나 『a+u(Architecture and Urbanism)』 같은 (정통) 건축ㆍ도시 전문지도 있었고, 그 잡지들을 구독하는 한국의 건축가, 조경가도 많았다. 그렇지만 2002년 8월 발행된 『카사 브루투스』 안도 다다오 특집호가 10만 부 팔렸다는 풍문이 전설처럼 들려왔다(최근 발행 부수는 7만5천 부를 웃돈다고 한다). 당시 국내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라이프스타일 잡지 H의 판매 부수는 그의 몇 분의 일에도 못 미쳤다. 일본의 인구수가 우리보다 많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잡지가 10만 부 정도 팔리려면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의 손에도 그 잡지가 들려야 한다. 건축가와 건축에 대한 이야기에 일반인들이 관심을 가져야 가능한 일이다. 즉 『카사 브루투스』가 전문가에게는 전문지로, 대중에게는 대중지로 다가갔던 것이다. 물론 일본의 책 읽는 인구수가 많다는 점, 일본인이 만화나 잡지를 유난히 좋아한다는 점, 그리고 미술이나 건축에 대한 사회 전반의 관심이 높고, 또 무엇보다 일본 내에 스타 디자이너가 있다는 점 등이 주요 배경일 것이다. 그때 우리가 관심을 가졌던 키워드가 바로 ‘대중성’이었다. 어떻게 전문적인 콘텐츠를 잘 기획해 전문가뿐만 아니라 대중도 만족시킬 수 있을까. 대중적 감각을 장착해 잠재적 독자에게 어필하는 것이 좁디좁은 분야의 저변을 넓혀 가며 전문지가 살아남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2000년 창간된 『카사 브루투스』는 “아름다운 생활을 디자인하는 Life Design Magazine”을 표방하며, ‘디자인’이란 주제를 대중에게 쉽고 세련된 방식으로 전달한다. 이 잡지는 매호 하나의 테마를 독특한 제목으로 다루는데, ‘디자인이 좋은 가전’이나 ‘아름다운 조명 기술’과 같은 제품 디자인, ‘즐거운 주방’이나 ‘수납 방식’같은 인테리어, ‘현대 건축의 기초 지식(SANAA의 모든 것)’과 같은 건축(가), ‘진화하는 고도! 교토’ 혹은 ‘일본 재생의 참고서’ 같은 도시(재생)까지 다방면의 디자인을 다루고 있다. 모 회사인 매거진하우스는 『브루투스BRUTUS』(1980년 창간), 『뽀빠이POPEYE』(1976년 창간) 등 10여개의 라이프스타일지를 발행하고 있다. 이 잡지들은 호별로 가격도 다르게 매겨지고, 인기 있는 호는 웃돈이 붙어서 인터넷 중고 서점에서 유통되기도 한다. 새내기 기자의 눈에는 요리나 여행부터 건축이나 도시까지 우리를 둘러싼 다양한 디자인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다루는 잡지가 무척 근사해 보였다. 한 컷 한 컷 세련된 방식으로 연출된 사진, 일러스트를 활용한 편집 디자인, 오랜 취재를 통해 만들어진 정보 등. 물론 피사체인 작품 자체가 훌륭해야 하겠지만, 그 내용만큼이나 사진이나 편집 디자인이 멋져야 눈길을 잡아끌어 독자에게 내용을 읽힐 수 있다는 잡지의 숙명을 강렬하게 느끼게 했다. 잡지에 쓸 여러 사진을 구하거나 작품 촬영을 사진작가에게 의뢰하기 위해 빠듯한 예산 안에서 전전긍긍하는 우리의 상황과는 딴판처럼 보였다. 그 시절 잡지를 이끌어가야 했던 편집장은 그 괴리를 더 크게 느꼈던 것 같다. 그는 스칸디나비아 풍 공간을 만들어 소니 TV를 디스플레이했던 지면을 인상적인 기사로 꼽는다. 참신한 기획이 광고까지 연결된 사례다. 광고의 도움이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이러한 지면을 만들려면 자본이 바탕이 되어야 함은 분명하다. 20~30대 남성을 타깃으로 하는 『브루투스』의 니시다 젠타 편집장은 “광고를 선전의 소재가 아닌 콘텐츠의 하나로 이해”하자고 말한다. 광고를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이 아닌, 무언가를 생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창구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브루투스의 버릇, 습관을 이해해주지 않으면 타이 업tie-up은 불발됩니다. 하지만 많은 럭셔리 브랜드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기리쿠치(관점, 수법)로 문화를 보여주는 우리들의 방식을 인정해주고 있습니다.”(각주1) 물론 40년간 대중과 함께 호흡했던 미디어 기업의 역량을 상황이 다른 나라의 전문지에서 따라하는 게 쉽지도 않고 적절한지도 따져봐야겠지만, 광고 없이 잡지를 꾸리기 힘든 현실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기획을 끌어올리고 거기에 잡지의 취향과 지향이 녹아 들도록 하는 것은 부럽기도 하고 도전해보고 싶은 방식이다. 이번 달 『카사 브루투스』의 주제는 ‘동물원과 수족관’이다. 푸른 잔디 위에서 대나무를 나란히 입에 물고 있는 판다 모자의 사진이 실린 표지의 매력은 치명적이다. 본문에서는 동물원과 수족관의 스타일을 몇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기도 하고, 역사가 오래된 우에노 동물원을 짚어보는 기사도 있으며, 디자인으로 동물원을 보기 위해 건축가나 동물원 디자이너의 글을 싣기도 했다. 전문적인 내용의 호흡은 짧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을 시원스런 사진과 함께 쉽게 풀어 놓아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평소 긴 호흡의 글을 읽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경향은 전문가나 비전문가 모두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카사 브루투스』의 리듬 또한 대중의 취향을 반영하는 상업지의 한 면모를 보여준다. 그러나 정보가 차고 넘치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이 잡지들은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까? 『브루투스』는 2013년 9월부터 웹 콘텐츠를 발행했다. 『브루투스』가 택한 전략은 아날로그의 디지털화가 아니라 잡지는 잡지대로 지키되, 웹은 서브 콘텐츠의 장으로 활용한다. 고양이 특집을 꾸리면서 펫 푸드 회사와의 협업을 궁리하고, 라이프스타일 특집을 하면서 가구 혹은 가전제품 브랜드 안에서의 콘텐츠를 발굴하는 능력이 디지털 시대 종이 잡지가 살아가는 방식이다.(각주2) “잡지에 새로운 정보는 필요 없습니다. 잡지에 필요한 건 생각해보지 못한 정보나 새롭게 바라보는 방식입니다”(각주3)라는 니시다 편집장의 말을 읽으면서, 잡지의 힘은 역시 기획이며, 우리에게 아직 기회가 있다고 믿고 싶다. 1. 정재혁ㆍ손혁, “잡지를 가장 잡지답게 하는 법: 성공 비결, 그리고 철학(2)”, ‘팔리는 기획을 배운다–잡지 BRUTUS & POPEYE’, Publy, 2017년 7월. 2. 같은 글. 3. 정재혁ㆍ손혁, “편집장이 말하는 잡지”, ‘팔리는 기획을 배운다–잡지 BRUTUS & POPEYE’, Publy, 2017년 7월.
  • [PRODUCT] (주)디자인파크개발의 발로 구르는 스윙벤치 혼자서도 탈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
    (주)디자인파크개발의 캠핑 시설물 제작 브랜드인 캠포레스트CAMP4REST가 새로운 원리로 작동하는 스윙벤치를 출시했다. 누군가 밀어주어야 탈 수 있는 기존의 스윙벤치와 달리, 혼자서도 발판을 밀어 벤치를 움직일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이다. 땅을 차지 않아도 벤치를 움직일 수 있어 바닥 파임, 잔디 훼손을 방지하는 별도의 포장 마감도 필요하지 않다. 차양(지붕 천)을 벨크로 타입으로 제작해 손쉽게 씌웠다 벗길 수 있게 했다. 추후 다양한 색상의 차양을 출시해 별도 구매가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소비자가 쉽게 조립할 수 있는 DIY 방식이 강점이며, 구동에 많은 힘이 들어가지 않아 관절이 약한 노인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다. 현재 해외 특허 PCT No. PCT / KR2017 / 1679와 국내 특허에 출원한 상태이며, B2G, B2B, B2C 등 여러 시장에 선보일 수 있도록 디자인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TEL. 02-2665-6006 WEB. www.designpark.or.kr
    • (주)디자인파크개발 / (주)디자인파크개발 / 2017년08월 / 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