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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몬트리올 미술관 앞 ‘미로’ Labyrinth, Montreal Museum of Fine Arts
    아스팔트 도로 틈에서 피어난 민들레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이다. 회색빛 도로 위에서 빛나는 노란 꽃잎에서 우리는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무채색 건물이 줄지어 선 셰르브루크Sherbrooke 거리에도 민들레처럼 톡톡 튀는 색채를 자랑하며 활기를 내뿜는 공공 예술 작품이 나타났다. 바로 몬트리올 미술관Montreal Museum of Fine Arts 앞에 설치된 NIP 페이자주NIP Paysage의 작품 ‘미로Labyrinth’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위치한 셰르브루크 거리는 대학교와 박물관, 미술관 등이 모여 있는 문화의 거리로, 이곳에 자리 잡은 몬트리올 미술관은 1860년대에 세워진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관이다. 미술관은 렘브란트, 피카소, 모네 등 20세기 이전의 유럽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신관, 장-노엘 데스마레이즈 파빌리온Jean-Noël Desmarais Pavilion과 캐나다의 현대 미술 작품을 비롯해 퀘벡 출신 화가의 컬렉션을 볼 수 있는 구관, 미할 & 레나타 호른스타인 파빌리온Michal & Renata Hornstein Pavilion으로 나뉜다. 두 개의 파빌리온은 교차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데, ‘미로’는 이 교차로 위에 설치되었다. ...(중략)... *환경과조경 342호(2016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 매직 브리즈 인도 전통 건축 양식과 결합한 미로 정원
    인도 전통 건축 양식이 현대적인 스타일의 미로 정원으로 재해석됐다. 베이징과 빈을 기반으로 한 건축, 도시, 조경 스튜디오인 펜다Penda 스튜디오는 동양과 서양의 다양한 문화적 기반을 하나의 디자인 언어로 해석하는 프로젝트를 주로 수행하고 있다. 펜다는 인도 부동산 개발 회사인 푸자 크래프티드 홈즈Pooja Crafted Homes로부터 의뢰를 받아 인도의 하이데라바드Hyderabad에 있는 주거 단지의 조경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 네남퍼Neknampur 호수를 마주보고 있는 대상지는 자연 친화적인 고급 주거 단지로 개발될 예정이다. ...(중략)... *환경과조경 342호(2016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 [CODA] 11만2천5백
    남기준 편집장의 코다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계실 독자 여러분께 죄송하게도 이번 달도 코다를 쓰고 있다. 편집장과 번갈아 쓰고 있는 이 지면을 석 달째 붙들고 있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지난달에도 말씀드렸듯 10월 여러분께 찾아갈 ‘2016 서울정원박람회’ 때문이다. 지금 이순간도 박람회 준비로 동분서주하고 있는 편집장의 낭랑한(!) 전화 통화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힌다. 그리고 다른 이유는 편집장이 동심원의 20주년 기념 작품집 제작 역시 총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조경계에서 한 설계사무소가 20년을 버텨왔다는 것도 축하할 일이지만, 그 기록을 남긴다는 점도 반길 만하다. 20주년을 기념하는 책자라면 한 기업의 사적 기록이기도 하지만 조경계의 역사라고 부를 법하다. 최근 몇몇 설계사무소에서 작품집을 만들기 위해 사진작가에게 작품 촬영을 의뢰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조경계가 어렵다고들 하지만 크고 작은 사무실들이 작품집을 만든다는 소식은 좋은 징조처럼 보인다. 책을 만드는 과정은 과거를 정리하고 반추하며, 미래를 위해 장점과 강점을 찾아가는 과정과 다르지 않을 테니 말이다. 스스로의 작업을 존중하고 아끼지 않는다면 누가 우리를 존중하겠는가. 결론은 그래서 이번 달도 바쁜 편집장을 대신해 코다를 쓰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하여 서울정원박람회 오픈이 코앞에 다가온 지금, 그 뒷이야기로 이 지면을 채워볼까 한다. 식물을 경험하는 또 다른 감각 성황리에 사전 접수가 마감된 ‘해설이 있는 정원 투어’는 서울정원박람회장에 조성된 정원을 전문 가드너와 함께 돌아보며 식물과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김성식 국립수목원 식물클리닉센터장, 노회은 제이드가든 가드너, 남수환 천리포수목원 가드너, 한택식물원의 강정화 이사, 그리고 더가든의 김봉찬 대표와 김장훈 전문정원사까지 총 6명의 전문가가 흥미로운 정원 식물의 세계로 여러분을 안내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는 본래 독특한 디테일이 더 있었다. 기획자인 이형주 기자가 장애인을 위한 정원 투어를 제안했다. 감각에 제한이 있는 사람도 정원을 통해 자연과 접하는 기회를 만들어보자는 의도였다. 저널리스트 고규홍에게 투어 해설을 부탁드렸다. 고규홍은 시각 장애인 피아니스트 김예지와 나무 바라보기를 시도한 경험을 담은 『슈베르트와 나무』라는 책을 펴냈고, 이 기자는 이 두 사람의 사례에 감화된 상태였다. 정원 투어 요청에 대해 이 기자가 받은 답변은 이러했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여러 사람과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고규홍은 김예지와 1년 가까이 교감한 덕택에 그녀가 나무를 느끼는 데 중계자 역할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관계도 한쪽이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었으며, 두 사람 모두 식물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배우는 과정이었다는 전언은 인상적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장애인과 교감하는 방식에 관해 특강을 열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역으로 해주기도 했다. 조경가나 전문가들에게 정원을 조성하는 데 색다른 시각을 던져주고 싶다는 것이 이유다. 여러 여건상 그 특강은 이번 박람회에서 성사되지 못했지만 이 일련의 대화는 우리에게도 의미 있는 과정이었다. 오팔지 휘날리며 그리고 많은 고민과 토론, 시행착오 끝에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그늘막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박람회의 개ㆍ폐막식, 정원 음악회를 비롯한 각종 공연, 영화 상영 등이 벌어질 박람회장 중앙무대 앞 광장에 그늘막을 설치하는 미션에 관한 이야기다. 200여 평에 달하는 면적을 가려야 하므로 기성품으로는 해결하기 힘들었다. 처음에는 천막을 치듯 광목천을 씌우려고 했지만 천의 무게를 감당하는 기초의 천문학적(!) 제작비 때문에 좌절되었다. 그다음 등장한 아이디어가 헬륨 풍선으로 그물망을 지탱하는 안이었다. 그러나 헬륨 풍선은 7시간 밖에 못 견딘다는 한계 때문에 탈락. 그럼 이번엔 일반 풍선. 애드벌룬 업체에서는 바람이 불면 그물을 지탱하던 풍선이 터져 버린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어진 난상토론 끝에 나온 아이디어가 그럼 가벼운 셀로판지를 달자는 것이었다. 반신반의하던 차에 L.A.의 퍼싱 스퀘어(Pershing Square)에 설치된 ‘Liquid Shard’가 확신을 주었다. 그물망에 불투명한 셀로판지를 달아 하늘로 날리는 영상은 우리에게 한줄기 빛처럼 다가왔다. 그물망에 투명한 셀로판지를 달아 타프(tarp)를 치듯이 지지하기로 결정하고 좋은 아이디어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기쁨도 잠시, 그늘막 디자인을 맡았던 C 실장은 매번 초조한 얼굴로 편집부 문을 밀고 들어왔다. C 실장은 셀로판지를 달 그물망을 찾아 전국을 뒤졌다. 새를 막는 방조망부터 차량 덮개용 그물, 운동 경기용 네트까지 알아본 끝에 부산에서 적당한 어망을 발견했다. 그물코를 계산해 어망을 제작하니 이번에는 셀로판지가 문제로 떠올랐다. 도대체 어느 정도 간격으로 몇 장이나 달아야 할까. 이때 쓰인 셀로판지의 이름은 업계 용어로 ‘오팔지’, 쉽게 설명하면 사탕 포장지다. 환경과조경 사무실 한쪽 구석에서 마케팅팀의 P 부장과 H 대리가 그물망과 씨름하며 적당한 모듈을 찾아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옛 동기가 떠올랐다. 졸업 후 유명 패션 디자이너의 휘하에 들어간 지 한 달 만에 파리 패션쇼 준비를 한다기에 모두들 부러워했다. 그런데 비즈(beads) 2천 개를 일일이 달고 있다는 말을 듣고 모두들 다시 한 번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2천 개 쯤은 별거 아니라는 결론이다. 계산 결과 11만2천5백 조각의 오팔지가 필요했다. 그 다음의 제작 과정은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겠다. 제발 청명한 가을 하늘에 오팔지가 만국기처럼 휘날리기를 기원하며 이 글을 마친다.
  • [편집자의 서재]로드
    때때로 배경은 인물의 표정이나 대사보다 많은 것을 전달한다. 주인공의 눈물 대신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지기도 하고, 가로등 불빛만이 유일한 조명인 골목길은 스릴러 영화의 단골 소재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 풍경은 청춘의 상징으로 곧잘 사용된다. 영화 ‘러브레터’에서 여주인공이 잘 지내냐는 외침을 던지는 장소가 짙푸른 수목이 우거진 산이었다면, 설산의 풍경을 배경으로 두었을 때만큼의 감동을 줄 수 있었을까? 끝없이 펼쳐진 하얀 눈밭은 영화의 분위기와 상대에게 닿을 수 없는 물음을 더욱 먹먹하고 아련하게 그린다. 『로드The Road』의 배경은 잿빛이다. 잿빛은 파괴된 도시의 모습과 희망이 없는 미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모든 것이 전부 불에 타버린 도시에는 색이 없다. 부서진 아스팔트, 바람에 날리는 재, 금이 간 건물, 신발에 끈끈하게 달라붙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 등 명도나 질감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회색빛이다. 일반적으로 희망이나 생명력을 상징하는 나무도 이 책 속에서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할 뿐이다. 숯덩이처럼 타버려 하늘을 향해 뻗은 날 선 나뭇가지가 메마른 느낌을 더하고, 검은 상록수 숲 사이에서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튀어나올 것 같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한다. 유일하게 색을 지닌 것은 조리된 고기의 단면에 맺힌 핏물이나 고장 난 자판기에서 발견한 코카콜라 캔(붉은 물체 중 가장 선명하게 묘사되는데, 책의 저자인 코맥 매카시는 과거 코카콜라의 지원금을 받아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등의 먹을거리와 계속해서 도시를 태우고 있는 불길과 소년의 마음속에 있다는 ‘불’이다. 모든 생명체를 비롯해 문명, 인간성까지 파괴된 세계에서 생명력 또는 희망을 품은 것만 색을 지니고 있다. 한 남자와 그의 아들의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흑백의 여정 사이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색들은 어둠에 지친 마음을 달래준다. 회색빛 세계에 『로드』의 불친절한 전개 방식은 막막함을 더한다. 일반적인 재난, 지구 종말을 다룬 작품과는 달리 이 책은 세계가 불타버린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는다.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처럼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이 사람들의 눈을 멀게 했다는 수준의 설명은커녕, 언제부터 세계가 타기 시작했는지도 알려주지 않는다. 이야기가 시작될 때부터 남자와 소년은 당연하다는 듯이 파괴된 도시 위를 걷고 있었다. 둘의 관계나 이름 하나 나오지 않지만, 둘의 대화에서 ‘아빠’라는 호칭이 오가는 것으로 부자 관계라는 것을 짐작할 뿐이다. 여정의 목적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다. 이야기에는 어떤 극적인 요소도 없다. 먹을 것을 찾고, 잠자리를 찾고, 바닷가로 향하는 길을 찾는 일이 반복되며 시간은 흐른다. 수식어구 하나 없는 문장으로 표현된 풍경과 담담한 대화를 통해 이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마음이 답답해진다. 그 긴 시간을 “한 해가 저물어 갔다. 몇 월인지는 알 수 없었다”라는 두 문장만으로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어떤 공포감마저 느껴진다. 영화 ‘그래비티’에서 스톤 박사가 어디가 끝인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우주에 홀로 남겨졌을 때처럼. “제가 죽으면 어떡하실 거에요? 네가 죽으면 나도 죽고 싶어. 나하고 함께 있고 싶어서요? 응. 너하고 함께 있고 싶어서. 알았어요.” 부자의 담담한 대화에는 부성애와 더불어 고독에 대한 두려움이 함께 녹아있다. 식량을 약탈하려는 사람이나 인육을 먹는 사람과 마주했을 때 느끼는 공포와는 다른 종류다. 긍정적인 일을 상상할 수 없는 참담한 현실 속에서도 이들의 여정은 계속된다. 그저 길이 있기 때문에 걷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어두운 현실 때문에 소년의 가슴 속 희망을 상징하는 ‘불’이 더욱 귀하게 느껴진다. 살아남기 위해 상대를 해쳐야 하는 상황 속에서 “그 작은 아이 기억나요, 아빠?”, “그 아이 괜찮을까요?”, “길을 잃었던 걸까요?”, “길을 잃었던 걸까봐 걱정이 돼요”라며 지나쳐온 아이를 걱정하는 아이의 대사가 밝게 빛난다. 소설 초반부, 남자는 우연히 자신이 살았던 집을 방문하게 된다. 집 안의 가구를 손으로 쓸어내리며 과거를 추억하는 모습에 나 역시 어린 시절 살았던 동네를 떠올렸다. 같은 동네 안에서 서너 번 이사를 다녔던 탓에 집보다는 골목에 쌓인 추억이 많은데, 체계적인 계획 없이 만들어져 삐뚤빼뚤한 형태로 조성된 골목길은 숨바꼭질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골목은 말끔한 선을 따라 재정비되었고, 몸을 숨길 수 있었던 낮은 벽돌담은 범죄 예방을 위해 허물어졌다. 때때로 옛 동네를 지나갈 때면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보다 주택에 사는 내가 더 많은 추억을 가졌을 거라는 생각이 얼마나 건방진 것이었나 생각하게 된다. 아파트를 허무는 일이 주택을 허무는 일보다는 어려우니, 추억을 되새김할 수 있는 시간도 길 테니 말이다. 이번 달의 특집인 광교신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어디에 추억을 쌓게 될까. 아파트 단지 뒤쪽으로 펼쳐져 있는 사라질 염려가 없는 호수공원이 문득 부러워진다.
  • 베를린 인디 공간, 어벤져스 파티! 베를린 프로젝트 스페이스 페스티벌 2016
    8월 한 달 동안 31개의 독립 예술 공간이 오픈 스튜디오를 진행하는 축제가 베를린에서 열렸다. 바로 ‘베를린 프로젝트 스페이스 페스티벌(Project Space Festival Berlin, 이하 PSF)’이다. PSF는 2014년 베를린에서 시작되어 올해 3회를 맞았다. ‘프로젝트 스페이스’의 개념을 한국식으로 쉽게 설명하자면 대안 예술 공간에 가장 가깝다. 하지만 단순한 전시 기능 외에도 생계형 스튜디오의 특성을 지니거나 다양한 독자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독립 예술 공간’으로 보는 편이 더 옳다. 독립 공간이란 대규모 상업 자본이나 관 혹은 시에서 주도하는 형태가 아닌, 예술 독립군들이 제멋대로 운영하는 공간이며 개별적인 성격과 목소리를 가진다는 점에서 중요한 언더그라운드 문화 집결소로 주목할 만하다. 베를린과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긴요한 관계 언더그라운드 문화와 현대 예술의 최전방 도시답게 베를린 시에 존재하는 프로젝트 공간만 무려 200개가 넘는다고 한다. 매년 100여 곳이 이 페스티벌에 참가 신청서를 접수하고 그중 심사를 통해 선정된 31개 공간이 페스티벌에 참여한다고 하니, 가히 ‘인디 공간 어벤져스 파티’라고 칭할 만하다. PSF는 베를린의 작은 대안 공간 ‘인시투(nsitu)에서 시작됐다. 2012년 1980년대생 젊은 큐레이터 세 명이 만든 이 공간은 큐레이토리얼적 실험과 퍼포먼스, 비디오 상영, 전시 등 현대 예술에 관한 실험을 선보이는 비영리 예술 공간이며 현재까지도 운영되고 있다. 그러던 중 2014년부터 베를린의 실험적 공간 30여 곳을 모아 페스티벌을 벌이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이 PSF다. 매해 다른 테마가 선정되고 심사위원도 이에 따라 새로 뽑힌다. 심사위원은 아티스트, 페스티벌 운영 위원, 큐레이터, 저널리스트 등으로 구성되며, 올해의 주제는 노마드다. 이에 따라 베를린 외부에 위치한 브루흐 & 달라스(Bruch & Dallas), 코미디 클럽(Comedy Club), 토코노마(TOKONOMA)가 참여했는데, 디아스포라(diaspora)를 정체성으로 둔 공간이 대거 참여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 페스티벌은 처음으로 베를린 시에서 시티 택스(city tax) 지원을 받게 되었는데, 특히 이 지원금이 베를린 광관 조세에서 기인했다는 점이 의미가 깊다. 시티 택스란 관광 숙박비에 매겨진 일정 금액의 세금으로, 올해에는 이 중 일부를 페스티벌에 지원해 참여자에게 참가비를 받지 않고 오히려 소정의 아티스트 피(fee)를 지급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즉, 베를린 시가 “베를린의 프로젝트 스페이스들이 베를린 시에 기여하고 있으므로 시의 지원을 받는 것이 정당하다”라는 PSF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이야기다. 베를린 시의 독립 예술 공간에 대한 지원은 상당히 관대한 편이다. 베를린은 매년 실험 공간 한 곳을 선정하여 3만 유로의 상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인디 문화와 공간에 대해 인식하고 공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인디 공간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데 에너지를 아끼지 않는다. PSF는 31개 공간에 24시간을 공평하게 제공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중에게 확장하는 장을 활짝 열어젖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 프로젝트 공간과 베를린이라는 도시가 어떤 관계냐고 묻는다면, 베를린의 특수한 역사를 언급할 수밖에 없다. 동독과 서독의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형성된 도시 베를린은 예술과 저항 정신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스쾃(squat) 운동가들은 버려진 건물을 점거하고 예술 활동을 벌였으며,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질 당시에는 온갖 예술가가 모여 벽화를 그리고 게릴라 콘서트를 열었다. 베를린 거리를 걸으면 이런 인디 정신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는 점이 신기할 뿐이다. 또한 전 세계의 이민자가 모이는 디아스포라 도시답게 프로젝트 스페이스의 수도 많고 운영 형식이나 성격도 매우 다양하다. 31개 공간은 베를린 전역에 흩어져있다. 위치만큼이나 성격도 다양하고 분명하며, 다양한 젠더와 인종 어젠다를 내걸고 있다. ...(중략)... *환경과조경342호(2016년10월호)수록본 일부 조숙현은 연세대학교 영상 커뮤니케이션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영화 전문지 『Film 2.0』과 미술 전문지 『퍼블릭아트』에서 기자로 일했으며, 저서로는 『내 인생에 한 번, 예술가로 살아보기』(스타일북스, 2015)와 『서울인디 예술 공간』(스타일북스, 2016)이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으며, 서울이 예술가가 공존할 수 있는 도시가 되기를 꿈꾼다.현재 현대 미술의 희망 도시 베를린에서 표류 중이며, 인디 공간의 미래를 베를린에서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희망찬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