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 제18회 올해의 조경인 시상식 역대 수상자 모임인 ‘올조회’ 회원 참석한 가운데 개최
    지난 2015년 12월 4일, 본지가 주최한 ‘제18회 올해의 조경인 시상식’이 SC컨벤션센터 아이리스홀에서 개최되었다. 올해의 조경인은 한 해 동안 조경 분야의 발전에 공헌한 분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98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행사로, 이번 수상자를 포함하여 지금까지총 75명이 올해의 조경인으로 선정되었다. 매년 연말독자 및 관련 단체로부터 후보 추천을 받은 뒤 조경 관련 단체장, 역대 수상자, 본지 자문위원으로 이루어진 별도의 ‘올해의 조경인 선정위원회’를 구성하여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으며, 제18회 선정위원회는 지난 2015년 11월 11일 개최되었다. 김남춘 교수(단국대학교, 15회 특별상), 김재준 회장(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식재공사업협의회, 방림이엘씨 대표), 오순환 과장(서울특별시 공원조성과, 11회 정책분야), 이창환 교수(상지영서대학교, 12회 특별상), 임승빈 원장(환경조경나눔연구원, 7회 학술분야), 조세환 교수(한양대학교, 13회 학술분야), 한승호 회장(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 한설그린 대표, 6회 산업분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선정위원회 회의 결과, 제18회 올해의 조경인 수상자로 학술 분야에 안계복교수(대구가톨릭대학교), 산업 분야에 신경준 대표(장원조경), 정책 분야에 백운해 처장(한국토지주택공사 도시경관처), 특별상에 이원영 과장(서울특별시 푸른도시국 조경과)이 각각 선정되었다. 학술 분야 수상자인 안계복 교수는 근 40년간 전통 조경 연구의 한 길을 걸으며 총 101편에 달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여 전통 조경의 기본 토양을 다지고 조경의 학문적 발전에 기여했다. 특히 한국전통조경학회장으로서 조경의 업역과 전문성을 보호하기 위해 국토부의 ‘건설기술자 등급 인정 및 교육·훈련 등에 관한 기준’과 문화재청의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 개정 서명 운동을 추진하고 관련 개선안을 작성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한 공적이 높게 평가받았다. 산업 분야 수상자인 신경준 대표는 20여 년 동안 장원조경을 경영하며 관련 기술 개발과 연구 활동을 통해 업계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이바지했다. 시공 분야에서 만 30여 년을 걸어온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 조경 시공장인이며 조경 하자 관리 전문가다. 또한 한국환경계획·조성협회장을 역임하는 동안 업역 확장을 위해 힘썼고, 젊은 조경 기능인 육성과 시공 환경 개선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경주하였다. 정책 분야 수장자인 백운해 처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30년간 일했으며, 2015년 1월 도시경관처 처장으로 부임해 조경계의 크고 작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애써왔다. 2015년에는 한국조경학회 산학협력 부회장으로도 활동했으며, ‘조경설계 현상공모 간소화’와 ‘업체 평가에 따른 조경자재·공법선정위원회 가감점 제도’ 등 제도 개선에도 많은 기여를 하였다. 특별상 수상자인 이원영 과장은 그간의 발주 사업의 관성을 깨고 ‘서울, 꽃으로 피다’와 같은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사업을 발굴·추진한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또한, 2014년 한국조경사회와 함께 ‘대한민국 조경문화박람회’를 주최했으며, 2015년에는 서울에서 최초로 ‘서울정원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정원 문화를 확산하는 데 기여했다. 또한, 식재 공사 완료 후 2년간 유지·관리비 일부를 시공 업체에 지원해주는 제도를 서울시 최초로 도입한 점도 공적으로 인정받았다. 본지의 박명권 발행인은 “한국 조경 분야의 발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하고 헌신하신 수상자 여러분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는 인사말을 전했고, 올조회회장인 이대성 대표(임원개발)와 전임 올조회 회장인 임승빈 원장의 축사도 이어졌다. 또한 올해의 조경인 기수상자 모임인 ‘올조회’ 회원들도 18회 수상자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으며, 조경 분야의 당면한 문제점에 대한 의견 제기와 공유가 현장에서 이루어지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날 행사에서는 본사에서 발행하는 두 종의 월간지 『환경과조경』 그리고 『에코스케이프』의 활동과 내년 계획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도 마련되었다. 『에코스케이프』의 박광윤 팀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조경계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 내년부터 잡지의 ‘뉴스’란에 큰변화가 있을 것이며, 신속하지만 깊이를 잃지 않는 보도를 약속하기도 했다.
    • 김모아 / 2016년01월 / 333
  • 통치 불가능한 도시 정림건축문화재단, 재난 포럼
    지난 2015년 12월 8일 정림건축문화재단의 라운드어바웃에서는 ‘통치 불가능한 도시’를 주제로 정치지리학자 임동근(서울대학교 지리학과 BK 교수)의 강연이 있었다. 이번 포럼은 재난에 관한 10가지 시선을 모은 ‘재난 포럼災難 Forum: 재난을 바라보는 시선들_ 2015. 10. 13. ~ 12. 21.’의 8번째 시간으로 마련되었다. 재난 포럼은 정림건축문화재단과 문화평론가 문강형준이 공동으로 기획한 포럼으로 그간 영화감독, 문학평론가, 도시공학자, 사회학자, 미학자, 건축가, 심리기획자 등 다양한 분야의 강연자들이 ‘재난’을 화두로 질문을 던져왔다. 이 기획은 세월호와 메르스 사건 이후 가속화된 불안감과 낙관이 어지럽게 얽혀 있는 한국 사회의 재난의 징후를 다양한 시선으로 읽어보려는 시도다. 한국에서 도시공학을 공부하고, 프랑스 파리7대학에서 지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임동근은 최근, 2013년 방송된 팟캐스트 ‘김종배의 사사로운 토크’의 ‘도시정치학’ 코너를 보완해 엮은 책,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반비, 2015)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정치지리학’이란 낯선 영토를 소개한 그는, (지정학이 땅이 만들어 놓은 정치적 효과를 의미한다면 반대로) 정치지리학이란 권력이 땅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를 예민하게 관찰하는 학문이라고 설명한다. ‘서울을 통치하기’란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이날 포럼에서 도시와 통치술에 관한 푸코의 개념을 넘나들며 이를 다시 메트로폴리스 서울에 적용하기를 반복했다. 숨 가쁘게 질주했던 그의 강연을 따라가 보자. 통치 가능/불가능은 장치의 문제다 현대 도시에서 권력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상상해보자. 예를 들어 일주일간 식량을 공급하는 메커니즘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자연재해나 전쟁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도시는 혼돈 그 자체일 것이다. 즉 통치가 불가능한 도시야말로 재난이다. 통치 권력은 ‘장치’를 통해 집행되는데, 통치 불가능한 도시란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권력이 장치를 구성해 통치 기제를 만들 때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을 선택하는 경향을 권력의 일반경제학이라고 부른다. 군대에서 산더미처럼 쌓인 흙을 옮길 때 굴착기 대신 저렴한 인건비의 병사를 움직이는 것도 같은 이치다. 푸코는 ‘사법, 규율, 치안’을 권력 기제의 주요 장치로 설명한다. 사법은 금지(명령)하고, 규율은 규범에 따라 규정하고, 치안은 지식을 활용해 현실에 대응한다. 장치와 권력의 일반경제학을 결합해 보면 사법에서 규율로, 그리고 치안 장치로 넘어 갈수록 더 많은 통치 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현재의 장치로 통치가 불가능하다면, 즉 더 이상 예전처럼 저비용으로 통치할 수 없고 다음 단계의 장치를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저렴한 상황이 오면 장치를 바꿔야 한다. 그래서 오늘날의 도시는 치안 장치의 합으로 볼 수 있다.도시는 인구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시장의 존재 여부에 따라 성립한다. 본래 도시란 필수적인 자원(물과 식량과 같은)을 생산하지 못하고 외부에서 공급받아야 한다. 따라서 식량을 공급하는 네트워크가 끊어지면 도시는 종말을 맞이한다. 만약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등 몇몇 센터가 한 달만 기능을 하지 못하면 서울은 마비될 것이다. 도시는 매일매일 물가를 체크하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는 너무나 취약한 존재다. 그러나 실제 아무도 매일매일 서울시의 쌀 비축량을 확인하거나 시장에서 가격을 속이는지 단속하지 않는다. 각자 자신의 곳간을 챙기면서 도시는 돌아간다. 권력은 각 곳간을 뒤지는 대신 시장의 지표를 통해 식량의 동선을 체크한다. 이러한 도시의 정보(지식)를 생산하고 지표화(전년도 대비 물가, 계절별 물가와 같은 리듬을 찾는 것)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치안 장치다. 이때 장치의 역량은 얼마나 우연적이고 일시적인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가로 판가름 난다. 지표를 확인해 (주기성에서 벗어난) 비정상적인 상황을 판단하고 그 위험을 처리하는 것이 치안 장치의 임무다. 메르스를 통해 본 치안 장치의 모순 결론적으로 지식이 없으면 통치가 불가능해진다. 우리는 메르스 사태에서 치안 장치의 역량을 보았다. 우리나라는 구제역에 대처했던 풍부한 경험이 있으므로 충분히 메르스에 대처할 수 있었다. 그런데 메르스 사태가 효과적으로 통제되지 않았던 것은 동물에게 사용했던 장치를 즉각 사람에게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메르스 사태를 보며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대부분의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휴대폰이 생산하는 정보만 잘 활용했다면, 어느 지역을 집중적으로 통제해야 할지 아주 손쉽게 알아낼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다. 너무 많은 장치가 있다 보니 오히려 어떤 장치들을 선택해 활용할지 판단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도시의 흐름flow과도 관계있다. 도시를 파악해 통치하기 위해서는 사람, 물자, 돈의 흐름(이동)을 잡아야 한다. 문제는 흐름에는 통치에 도움이 되는 흐름과 해가 되는 흐름이 섞여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군을 위해 도로를 깔았는데, 그 도로로 적군이 들어오는 격이다. 따라서 도시에서 어느 수준까지 흐름을 보장할 것인지가 문제다. 예를 들어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살고 있는 대림동에 통치의 장치가 개입하게 된다면, 이동을 늘려 경계를 없앨 것인가 아니면 구획해서 이들을 따로 관리할 것인가? 다시 구제역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서울에서 소비하는 돼지고기의 양을 따져보면, 전국의 돼지를 그 자리에 묶어두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바리케이트는 어디에 쳐야 할까? 도시는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이익을 창출하는데, 병균만 멈추게 만들고 돈은 움직이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이러한 모순이 치안 장치 본연의 한계다. 장치의 과잉 결정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는 그 문제가 사라지면 어떻게 되어야 할까. 예를 들어 버스 안의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CCTV를 달았는데 어느 순간 더 이상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범죄가 완전히 사라진 것일까 아니면 CCTV 때문에 범죄가 예방되고 있는 것일까? 아무리 과거의 데이터를 뒤져보아도 지금의 효용이 어떤지 알 수 없다. 이때 장치가 사라져야할 운명임에도 불구하고 버티는(유지되는) 것을 장치의 과잉이라고 한다. 과연 도시의 장치 중 쓸모 있는 것이 몇 퍼센트인지 아무도 모른다. 장치의 효용을 판단할 수 없는데 장치의 유지비는 계속 들어간다. 이런 것들이 하나 둘 쌓이면서 도시의 관리 비용은 상승한다. 관리 비용이 상승하면서 위기가 오면, 권력은 장치를 민영화해서 해결하려고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러면 장치가 오히려 비싸진다. 장치 스스로 더 많은 이다. 그래서 허허벌판에 도로를 깔거나 유동 인구가 많지 않은 지방에 공항이 만들어 진다. 이때 ‘균형발전’이나 ‘공생’과 같은 규범을 찾아 당위성을 부여한다. 서울의 통치 가능/불가능성을 파악하려면 첫째, 좋은 흐름과 나쁜 흐름을 구별할 수 있는가 둘째, 권력의 일반경제학을 따르고 있는가 셋째, 초과 결정을 제어할 수 있는가를 체크해보면 된다. 그 이전에 과연 우리에게 치안 장치가 있었는가 하는 질문도 필요하겠지만. 만약 통치 불가능한 상태라면 우리는 어떤 대안을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 정부가 공들이는 장치는 무엇인지, 또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장치는 무엇인지도 생각해보자. 서울역고가, 작품이 아니라 장치가 필요하다 도시가 잘 작동하려면 여러 개의 장치가 협업해야 한다. 우리 도시에 필요한 것은 마스터의 작품이 아니라 제대로 작동하는 장치를 어떻게 설계하는가다. 많은 설계공모의 문제는 그 장소에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이 생략된다는 것이다. 일례로 서울역고가의 경우 그 장소에 필요한 장치가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고 (우연히)보행교를 제시했다. 세종대로 앞 광장도 마찬가지다. 건축가에게 프로그램까지 상상하도록 하는 설계공모도 문제다. 문제를 설정하고 진단한 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능을 제시하고 그 용도가 외화되면서 형태가 만들어지는 작업을 디자이너에게 맡겨야 한다. 도시재생과 지식 통치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도시재생은 주로 서구의 방식을 차용하고 있는데, 지식 생산은 훨씬 열악한 상황이다. 프랑스의 경우 도시재생을 위해 20가지 지표를 활용한다면, 우리나라는 4가지에 불과하다. 프랑스는 그 지표를 통계청에서 많은 비용을 들여 만드는데, 우리나라는 지자체가 알아서 만든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지표를 생산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럼에도 통치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은 낙후 지역에 돈을 쏟아 부은 역사가 30여 년이다. 그동안 실패를 거듭하며 제도를 개선해온 것이다. 도시를 재생하려면 우선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해 필요한 것이 인건비인지, 조직인지, 건물인지, 공원인지 도출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업 후에도 처음에 설정했던 문제가 해결되었는지 파악한다. 그에 따라 정부의 예산도 부처와 상관없이 신축성있게 움직인다. 도시 정책은 10~20년에 걸쳐 시행되는 것이 기본이다. 파리에 경전철을 놓는데 25년이 걸렸다. 오랜 시간 논의를 통해 사업이 진행되니 투기도 불가능해진다. 또 다른 특징은 개발 보고서를 만들기 전에 어마어마한 양의 진단 보고서를 낸다는 점이다. 우리라면 개발 보고서의 앞쪽 몇 장을 할애하는 게 다인데 말이다. 우리도 고건 시장 때는 충분한 진단 보고서를 생산했다. 당시에는 선거에 출마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공무원의 행정 마인드로 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민선 시장은 다음 선거를 위해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랑스의 경우는 당선되기 이전에 미리 보고서를 준비한다. 2001년 파리 코뮌 이후 처음으로 사회당의 베르트랑 들라노에 후보가 파리 시장에 당선되자마자 그 전 10~20년 동안 구축해 놓은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신속하게 대중교통 체계를 개선했다. 우리에게도 이런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도시의 통치를 위한 지식은 정부가 쌓는 양보다 민간이 생존권이나 가치관에 의해 쌓는 양이 훨씬 많다. 그런데 도시재생과 관련해서는 그러한 지식들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
    • 김정은 / 2016년01월 / 333
  • 아홉 개의 빛, 아홉 개의 감성 디 뮤지엄 개관 특별전, 2015. 12. 5. ~ 2016. 5. 8.
    대림문화재단의 새로운 도전 2015년 12월 5일, 새로운 문화·예술 아지트를 꿈꾸는 디 뮤지엄D MUSEUM이 문을 열었다. 올해 설립 20주년을 맞은 대림문화재단이 대림미술관―한국 최초의 사진 전문 미술관인 한림미술관을 2002년 서울로 이전해 현재의 대림미술관으로 재개관했다―과 10주년을 기념하여 개관한 프로젝트스페이스 구슬모아 당구장―2012년에 개관해 국내 젊은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전시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에 이어 새롭게 선보이는 디 뮤지엄은 감각적인 전시와 교육·문화 프로그램 등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남동 독서당로의 야트막한 오르막에 자리한 디 뮤지엄을 향해 걷다 보면 무지개를 발견할 수 있다. 구름한 점 없는 하늘과 아파트 벽에 걸린 무지개를 보며 생긴 의문은 디 뮤지엄 건물 앞에 선 후에야 풀리게 된다. 디 뮤지엄 건물의 한 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홀로그램 포스터가 뿜어내는 오색의 빛은 ‘공간을 채우는 빛’이라는 전시의 주제를 알리는 동시에 디 뮤지엄에 온 것을 환영하는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지며, 명도가 다른 회색 블록을 쌓아올린 듯한 독특한 건물의 외관도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빛의 장악력 디 뮤지엄의 전시장은 기둥이 없는 공간으로 설계되었고 4m부터 최대 8m 높이의 구조로 변형할 수 있어 변화무쌍한 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 이런 구조적 특징 덕분에 ‘아홉 개의 빛, 아홉 개의 감성Spatial Illumination–9 Lights in 9 Rooms’을 기획한 손명민(디 뮤지엄 수석 큐레이터)은 예민한 소재인 ‘빛’을 위한 전시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개관일에 진행된 아티스트 토크에서 손명민은 “빛은 간섭을 받기 쉬운 소재이기에 완벽한 공간이 필요했다”며 독립된 9개의 방이 만들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색으로 사람의 눈을 현혹하다가도 흑·백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단순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빛은 우리의 인식과 감각에 색다른 자극을 준다. ‘아홉 개의 빛, 아홉 개의 감성’전은 이런 빛의 속성이 예술적 표현의 매체로 진화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다. 빛이 확장되는 과정 9개의 방을 잇는 단 하나의 복도는 관람객이 정해진 순서대로 작품을 만나도록 하는 의도적인 장치이며, 이 순서를 통해 관람객은 방을 지날 때마다 색, 소리, 움직임과 같은 감각적인 요소를 통해 감성을 자극받는다. 점차 자극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한 차원 높은 공간을 경험하고 체험할 수 있다. 마지막 작품을 끝으로 어둠과 빛이 반복되던 전시 공간을 빠져나오면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방의 네온 폼스Neon Forms는 순수한 빛을 체험하게 한다. 백색광을 내뿜고 있는 네온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빛 그 자체지만 불규칙한 선을 그리고 있어서 낯설게 느껴진다. 세리스 윈 에반스Cerith Wyn Evans는 전작을 통해 세상 모든 것의 ‘덧없음’을 이야기했다. 그의 대표작 거품 방울을 파는 행상인Bubble Peddler―일본 가부키에서 기요모토 음악에 맞추어 추는 격렬한 춤을 표현한 작품―에서는 화려하지만 금세 터져버리는 거품을 이용해 존재의 무상함을 표현했다. 반면 네온 폼스는 작가가 일본 전통극 ‘노’에서 연기하는 배우의 움직임을 네온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일시적인 움직임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의 복잡하게 얽혀있는 네온이 그리는 선을 따라가다 보면 춤을 추는 배우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세상만사의 덧없음에 대한 멜랑콜리를 느낄 수 있다. 정면에서 보면 평면처럼 느껴지는 프라이머리Primary는 작가 플린 탈봇Flynn Talbot의 말처럼 “작품에 가까이 가면 이것이 깊이 있는 3차원 작품”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다. 빛의 삼원색인 RGB―빨강, 초록, 파랑― 광원을 삼각뿔 형태의 오브제에 투영시킨 이 작품은 빛과 조각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색과 형태를 보여준다. 작가는 빛과 사람의 연결을 목표로 작업을 해 왔다. 이런 작가의 경향은 사람의 손이 닿아야만 빛을 내는 조명을 비롯하여 서울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인 컨투어 미러Contour Mirror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등고선과 지문의 모양에 착안해 만들어진 조명이 설치된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안에서 작품이 아닌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는 관람객이 잠시 거울 앞에 멈추어서 자신안의 빛을 발견하고 내면을 성찰하기를 원했다. 다음 방에서는 어윈 레들Erwin Redl이 빛으로 세운 공간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는 LED와 전구를 이용한 공간 중심적 작업을 해왔다. 이런 작품을 통해 관람객은 가상 공간과 현실 공간에서 오는 거리감을 느낄 수 있다. 원형으로 촘촘히 배치된 광섬유에서 발현되는 빨강과 파랑의 빛줄기는 원기둥 형태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무형의 빛이 만든 선으로만 이루어진 이 건축적공간은 단순한 아름다움을 내뿜는 동시에 보는 이를 압도한다. 라인 페이드Line fade가 만들어 낸 공간 안으로 들어서면 원기둥 밖에서 작품을 바라봤을 때와는 다른 체험을 할 수 있다. 네 번째 방에 들어서면 작품을 감상하기 전 신발 위에 덧신을 착용해야 한다. 바닥을 포함하여 오직 하얀 벽으로 이루어진 세 공간에 투영되는 형광 빨강, 초록, 파랑 빛은 몽환적인 뮤직비디오에나 나올 법한 장면을 연출한다. 옵아트―옵티컬 아트(optical art)의 준말로 기하학적 형태와 색채를 이용하여 시각적 착각을 다루는 예술 장르―의거장인 카를로스 크루즈-디에즈Carlos Cruz-Diez는 색과 빛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으며 1960년대부터 선보여온 크로모세추레이션Chromosaturation에는 수년간의 작가의 연구가 응축되어 있다. 이 작품의 이름은 색채를 뜻하는 크로마chroma와 포화도를 의미하는 세추레이션saturation의 합성어이다. 색채로 가득 찬 이 비현실적인 공간은 다양한 색상을 동시에 받아들이게 해 관객에게 혼란을 준다. 1층의 전시 공간을 모두 둘러보고 다음 작품을 보기위해 방문을 열면 머리 위에서 빛이 쏟아져 내린다. 샹들리에 형태로 제작된 미러 브랜치Mirror Branch는 2층으로 오르는 계단에 설치되었다. 나뭇가지 모양의 샹들리에에 달린 수천 개의 미러 디스크mirror disc는 그위에 설치된 조명을 다양한 방향으로 반사한다. 계단을 천천히 오르며 벽에 드리워진 나무 형태의 그림자와 빛을 즐기다 보면 햇살이 부서져 내리는 숲 속을 거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빛은 반사될 때 비로소 드러난다’라는 개념에서 출발한 이 스튜디오 로소Studio Roso의 작품은 빛과 그림자를 통해 공간과 작품의 경계를 허물어 새로운 내러티브를 보여준다. 여섯 번째 방의 문을 여는 순간 화려하게 빛나는 타일과 음악 소리에 넋을 빼앗긴다. 수백 개의 육각형 타일로 이루어진 천장에 투사된 다양한 빛의 패턴과 바닷속에서 들려오는 듯한 웅장한 사운드는 애니메이션 피노키오에서 제페토 할아버지가 탄 배를 삼켰던 고래의 뱃속을 떠오르게 한다. 툰드라Tundra는 이 벌집 모양의 타일이 고래의 뇌세포라고 상상하며 고래가 움직일때마다 세포들이 반응하는 모습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작가는 마이 웨일My Whale은 “바다 깊숙한 곳에 빠진 듯한 분위기를 조성해 사람들이 몰입하기 쉽도록 만든 작품”이라 말했다. 본래 브루조브 호 선박에 설치되었던 작품처럼 바닥에 깔린 카펫에 누워 작품을 감상할순 없지만, 빛과 음악에 집중하면 작품이 선사하는 공감각적인 경험에 푹 빠져볼 수 있다. 2011년 프랑스 리옹Lyon의 ‘빛의 축제La fete de lumiere’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돌풍Bourrasque은 프랑스 어로갑자기 불어 닥친 바람을 의미한다. 마치 종이가 바람에 의해 하늘로 휘날리는 순간을 포착한 것 같은 이 작품은 관객에게 과거에 겪었던 돌풍과 관련된 일을 떠올리거나, 새로운 이야기를 상상하게 하는 등의 감성적인 경험을 가능케 한다.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실내로 작품이 이동되면서 본래 리옹 신청사 앞에 설치되었을 때보다 생동감은 덜하지만, 공간이 주는 고요함으로 인해 시간이 멈춘 듯한 강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폴 콕세지Paul Cocksedge가 작품을 구현한 방법이다. 원래 빛은 구부러지지 않지만, 작가는 최첨단 소재인 발광 시트를 이용해 종이만큼이나 가볍고 유연해 보이는 조명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CMYK 램프CMYK Lamp는 관객이 가지고 있던 빛과 그림자에 대한 과학적 상식을 깨부순다. 학창시절 배운 그림자는 빛의 반대 방향에 맺히며 하나의 광원에는 하나의 그림자가 생긴다는 빛의 원리와는 달리, 데니스 패런Dennis Parren이 만든 작품의 그림자는 세 가지의 색을 가지고 있으며 세 방향으로 뻗어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기 다른 지점에 설치된 작은 빨강, 초록, 파란 조명을 찾을 수 있어 작품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작가는 이처럼 간결한 구조물을 통해 빛의 메커니즘을 구조적인 관점으로 재해석했다. 바로 옆에 설치된 공간에서는 이 작품과 같은 원리를 이용한 그림자 놀이를 할 수 있다. 움직임에 따라 색이 퍼지는 방향과 그 크기가 달라지는 그림자를 통해 작품의 원리를 몸으로 체험하며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 방에서는 선과 면으로 구성된 그래픽이 일으키는 착시 현상을 볼 수 있다. 직각으로 세워진 두 개의 벽 위에 붉은색과 흰색 선 그리고 사각형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겹쳐지면서 양파 껍질 같은 다층의 시각적 조합을 만들어 낸다. 이 2차원의 그래픽은 부피와 깊이를 가진 3차원의 공간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앞서 소개한 툰드라의 마이 웨일처럼 이 작품 또한 사운드와 영상이 결합된 작품이다. 올리비에 랏시Olivier Ratsi는 이 작품을 통해 관객을 다른 차원으로 끌고 가기를 원했다. 또한 작가는 어니언 스킨Onion skin을 통해 작품이 보여주고 있는 공간이 정말 실재하는 것인지 우리의 착각일 뿐인지, 우리가 공간을 인식하는 방법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 김모아 / 2016년01월 / 333
  • 도시재생의 시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밀려나는 예술가들 제7회 서울시창작공간 국제심포지엄
    ‘비엔나’하면 ‘모차르트’를, ‘앤디 워홀’하면 ‘뉴욕’을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예술가와 도시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도시는 예술가에게 영감의 원천이자 활동의 무대이며, 예술가는 도시의 문화적 취향과 수준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예술가가 사랑하고 가꾸는 도시는특유의 예술적 분위기 덕분에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명소가 되고 상권이 살아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도시 개발의 시대가 지나가고 도시재생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예술가는 도시재생 사업의 첨병 역할을 떠안게 되었다. 하지만 정작 예술가들은 지역 명소화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으로 인해 공들여 가꿔온 터전을 잃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술가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야기하는 주범으로 혹은 젠트리피케이션의 희생자로 인식되며 도시재생과 젠트리피케이션 사이에서 복잡 미묘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11월 27일, 서울시청 신청사에서 열린 제7회 서울시창작공간 국제심포지엄은 ‘예술가, 젠트리피케이션 그리고 도시재생’이라는 주제로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과 예술가와 도시의 관계를 고찰했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문화재단과 금천예술공장이 주관한 이번 심포지엄은 임대료가 저렴한 작업실이 절실한 예술가들의 입장, 젠트리피케이션을 앞서 경험한 외국 도시들의 사례, 서울이 앞으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응할 방향 등에 관해 국내외 경제학자, 지리학자, 정책 입안자, 예술가 등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장을 마련했다.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이해 모 일간지에서 2015년의 10대 키워드 중 하나로 ‘젠트리피케이션’을 꼽을 만큼1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용어는 지난 한 해 크게 이슈가 되었다. 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은 1964년 처음 쓰이기 시작한 역사 깊은 단어다. 이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라스Ruth Glass는 주택 개보수와 그로 인한 사회 계급적 변화와 주택 점유상의 변화를 의미하는 단어로 ‘젠트리피케이션’을 사용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와 시간의 변화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발견되며 늘 저소득층을 몰아내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뉴욕이나 런던 중심부에서 창고나 공장을 개보수해 아파트나 작업실로 만드는 로프트 컨버전loft conversion이나 정부 정책과 자본이 주도하는 도시 개발 과정에서 일어나는 뉴빌드 젠트리피케이션new-build gentrification의 경우는 기존 공간이 애초부터 주거용이 아니었기 때문에 공간점유 계층의 대체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상업적 젠트리피케이션commercial gentrification(기존의 상점과 카페들이 훨씬 더 거대한자본을 가진 고급 소매점이나 프랜차이즈 등으로 대체되는 현상)의 경우 격렬한 사회적 저항을 유발한다.‘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과 결과: 그것은 언제나 저소득 계층을 몰아내는가’라는 주제로 발표한 크리스 햄넷Chris Hamnett(킹스칼리지런던 지리학과) 교수는 “새로운 중산 계층의 유입도 없고 고급 주택에 대한 수요도 없는 버팔로, 디트로이트, 피츠버그와 같은 도시들은 오히려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나기를 바랄 것”이라며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늘 똑같은 형태를 취하지 않으며 원인도 제각각이고 그 결과도 동일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단편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위험하며 “우리가 어느 시대, 어떤 현상을보고 있는지 섬세하게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젠트리피케이션 국내에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논의는 어디까지 왔을까? 최근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용어가 유행처럼 쓰이고 있는 데 비해 이 현상에 대한 세밀하고 구체적인 연구는 아직 빈약한 수준이다. ‘왜 지금 젠트리피케이션인가: 국내 젠트리피케이션 논의의 유행에 대한 진단과 전망’을 주제로 발표한 이선영 박사(킹스칼리지런던 지리학과)에 따르면 국내 언론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용어는 공간이 가진 고유의 분위기와 특색으로 명소가 된 북촌, 서촌, 경리단길, 홍대, 이태원, 대학로, 가로수길 등의 지역에서 오랫동안 터를 닦아온 원주민, 상인,예술가 등이 급격한 임대료 상승 때문에 그 지역을 떠나는 현상을 설명할 때 사용되고 있다. 이는 주거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루었던 서구의 젠트리피케이션 담론과는 조금 다른 양상이다. 사실 젠트리피케이션 자체는 한국에서 새로운 현상이아니다. 그동안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용어 대신에 도시재개발, 주택재개발, 도시재생 등과 같은 용어로 이 현상을 설명해왔을 뿐이다.2 이날 토론에 참석한 박태원 교수(광운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는 “최근 언론에 의해서 사용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용어는 주택계급의 변화에 주목하는 서구의 개념에서 탈피해 개념이 과잉되어 부정적인 인식을 확대·재생산하고 편향된 프레임을 제공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며 “외국의 젠트리피케이션과 구별될 수 있는 한국적 젠트리피케이션의 특성이 발견되는지, 발견된다면 어떤 특성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을 던졌다. 이선영 박사는 과거엔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도시재개발이 행해졌지만 오늘날에는 도심과 그 주변의 도시재생이 이루어지면서 이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항하는 주체가 주거세입자에서 상가 세입자로 변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주거 세입자의 경우는 도시 외곽이나 다른 도시로 저렴한 주거지를 찾아 떠나는 대안이 존재하지만, 불평등한 임대차 계약 등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는 상가세입자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선영 박사는 “과거 ‘도시재개발’이라는 용어가 중립적인 의미로 쓰였다면 최근 국내에서 유행처럼 쓰이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용어는 계급화에 대한 부정적 효과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문화 소비에서 문화 생산으로 거대 자본의 진출로 인한 과도한 임대료 상승으로 원주민과 상가 세입자, 지역 예술가들이 터전을 떠나기 전까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한 지역은 특색 있는 지역적 정체성과 예술적인 감성으로 소위 ‘뜨는 동네’로 주목을 받으며 주변 지역민의 부러움을 사던 곳이다. ‘핫 플레이스’로 인기를 끌던 동네가 하루아침에 몰락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런던 헉스톤Hoxton의 사례를 들어 ‘문화 소비 주도 도심 재생 전략의 문제점’을 발표한 앤디 프랫Andy Pratt(런던시티대학교 문화경제학과) 교수는 이러한 지역에서 조성되는 문화 유형은 생산이 아니라 소비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테마파크가 관광객을 다시 끌어 모으기 위해서는 새로운 놀이 기구에 계속 투자해야 하는 것처럼 문화적 생산보다는 ‘체험 경제experience economy(소비자에게 독특하고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을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나 관광에 기반을 둔 도시의 문화 시장은 매우 협소하며 지속가능한 전략이 아니라는 것이다. 앤디 프랫 교수는 문화 생산이 이루어지는 창조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도시의 문화 경제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문화 산업을 대상으로 한 훈련을 제공하며 재정을 전략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예술가와 도시재생, 혹은 젠트리피케이션 국내 도시 행정가들도 문화의 생산가이자 창조적 계급인 예술가가 도시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들을 유치하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작 예술가들이 도시에 정착하고 뿌리내리게 하기 위한 배려는 부족한 실정이다.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대한민국 곳곳에서 도시재생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도시재생 사업에서 빠지지 않는 요소는 바로 ‘문화’다. 2014년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선정된 13개소는 모두 예술가를 사업의 중심에 놓고 이들을 활용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으며 그중 8개소 이상은 예술 창작 공간 혹은 이와 유사한 시설을 조성하려고 추진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예술가들은 지역 명소화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의 첫 희생자가 되는 상황에 처해있다. ‘문화적 도시재생 정책으로서의 창작 공간 사업과 젠트리피케이션’을 주제로 발표한 김연진 연구원(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예술가들이 지역에 온전히 정착하지 못하고 떠나게 되는 원인으로 창작 공간의 근본적인 기능 상실을 지적했다. 창작 공간은 예술가의 안정된 창작 환경을 확보하고 예술적 컨버전스의 장으로서 기능하는 곳이다. 하지만 최근 도시재생 사업으로 조성되고 있는 창작 공간은 본래 기능보다는 도시재생의 수단으로 이용되며 관광과 연계된 상업 지역, 예술 소비지로 기능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과 이에 따른 문화백화현상을유발한다는 것이다. 김연진 연구원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완벽하게 대응할 수는 없겠지만 성수동, 연남동 등을 포함한 몇몇 지역에서는 자발적으로 상생 조약을 체결하거나 젠트리피케이션이 예견되는 지역의 토지 및 건물 소유의 주체가 되는 ‘공익형 알박기’,3 예술인협동조합 주택 사업 등의 대안을 실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최근 이슈로 떠오른 주제를 다룬 만큼 접수 이틀 만에 사전 예약이 종료되었고 심포지엄당일에도 수십여 명의 현장 대기자가 줄을 서는 등 큰 관심을 받았다. 이번 심포지엄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그만큼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많은 시민들에게 피부에 와 닿는 문제가 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심포지엄 말미에 방청객으로부터 ‘본인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시작되고 있는 지역에 사는 예술가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이 패널들에게 던져졌다. 인디밴드들이 뭉쳐 거대 자본에 맞서 홍대앞 음식점 두리반을 지켜낸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파티51’을 제작한 영화감독 정용택은 영화와는 다른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지금 마포 주민으로 살고 있는데, 그렇다면 저도 은평구로 넘어가야죠. 어떻게 고리를 끊을 수 있겠습니까.” 다큐멘터리가 기록한 두리반의 치열한 생존기보다현실은 더 냉정하다.
    • 조한결 / 2016년01월 / 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