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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래된 미래를 걷다 서울역 고가 착공 기념, 3차 시민 개방 행사
    서울시와 고가산책단은 지난 2015년 12월 25일 서울역 고가도로 3차 시민 개방 행사인 ‘review-preview展: 오래된 미래를 걷다’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착공 이후 더 이상 볼 수 없는 서울역 고가도로의 마지막 모습을 시민에게 선물하고 새롭게 태어날 2017년의 모습을 미리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행사 당일 고가도로 전 구간 바닥에서 우리만화연대의 만화가와 예술가 30여 명이 작업한 그림을 볼 수 있었다. 이 작품을 위해 우리만화연대는 개방 행사 일주일 전부터 고가에 미리 올라가 필요한 밑 작업을 했다. 기본 설계안의 화분 형태와 위치를 실제로 반영해 그린작품이다. 앞으로 다양한 수목이 들어설 자리에 만화가들의 작품은 물론 시민들이 자유롭게 그려 넣은 그림과 새해 소망이 채워졌다. 이 작품과 더불어 고가 상부전 구간에 설치된 헬륨가스 풍선과 도로 입구에서 배포된 산타 모자가 성탄절에 고가도로를 찾은 시민들을 반겼다. 서울역 고가의 마지막 인사다. 이날 고가 위에는 플라워 숍, 책방, 카페 등도 들어서 시민들은 미래의 고가 보행로를 실감나게 상상할 수 있었다. 고가산책단의 도보 여행 프로그램인 ‘산책버스’는 서울역 고가를 함께 걸으며 서울역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며 진행됐다. 겨울 분위기에 걸맞은 버스킹 공연 또한 고가의 마지막 순간을 장식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네 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3만 명이 넘는 인파가 참여해 서울역 고가도로의 마지막 모습을 배웅했다. 1970년에 완공되어 45년간 서울역 옆자리를 지킨 서울역 고가도로는 2015년 12월 13일 자정, 노후화로 인한 안전 문제와 보행로 전환 사업을 위한 상판 철거공사를 위해 폐쇄됐다. 작년 국제 공모에서 비니 마스Winy Mass의 ‘서울수목원’이 당선된 이후 서울역 고가프로젝트는 여러 가지 난관에 봉착했다. 사업의 근본적인 필요성에 대한 의문과 더불어 교통 문제, 시민들과의 소통 부족 등 다양한 비판이 쏟아졌다. 서울시와 고가산책단은 여러 쟁점을 해소하기 위해 다각도의 활동을 펼쳤다. 먼저 지역 주민은 물론 시민과 교류하기 위해 2015년 5월, 2차 시민 개방 행사 ‘고가에서, 봄’을 열었고, 10월에는 서울역 인근 생활 주민과 함께 기획한 ‘서울力 가을산책’을 개최했다. 또 지역 주민 및 상인회와 정기 간담회를 진행하며 사업 이후 바뀔 지역 및 경제 환경에 대한 의견을 지속적으로 청취했다. 교통, 관광, 지역 산업, 예술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기 위해 고가산책단의 ‘고가포럼’은 최근 노들꿈섬 운영계획·시설구상공모에서 당선된 어반트랜스포머UT(Urban Transformer)와 함께 서울역 고가도로 재생을 주제로 국제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서울역 주변 지역의 이야기를 알리기 위해 고가산책단은 2015년 8월 17일 『보고서 ㄱ』을 창간했다. 이 간행물에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과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했다. 사진, 인터뷰, 그래픽 등 다양한 형식으로 기록된 그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서울역고가가 폐쇄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인접 지역의 교통 문제와 남대문 상인의 상권에 대한 논의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시는 지난 1월 13일, 서울역 일대의 노숙인 중 일부를 고가 공원화 공사 인력으로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시민들이 제안했던 계획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서울역 고가도로는 2016년 4월 상판 철거를 시작해 6월부터 본격적인 공원 조성에 들어갈 예정이다.
  • ASLA Best Books 2015 ‘2015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10권의 조경 서적
    미국조경가협회American Society of Landscape Architects (ASLA)는 매년 12월 ‘올해의 책ASLA Best Book’ 10권을 선정한다. 조경 설계와 도시, 환경에 관한 최신 이슈를 다룬 책이나 학술적으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 또는 새로운 주제를 신선한 시각에서 접근한 책이 주로 선정된다. 다음에 ‘2015 올해의 책’ 10권을 소개한다. 1. 『30:30 조경』 Meaghan Kombol, 30:30 Landscape Architecture, Phaidon Press, 2015. 영국의 디자인 서적 출판사인 파이돈Phaidon은 『30:30 조경』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조경가 30인과 그들이 추천하는 차세대 신진 조경가 30인을 소개하고 있다. 총 20개국의 국제적 조경가들이 소개되었는데, 제임스 코너James Corner와 조지 하그리브스George Hargreaves, 마사 슈왈츠Martha Schwartz, 아드리안 구즈Adriaan Geuze, 캐서린 모스바흐Catherine Mosbach 등은 물론 한국 조경가 박명권이 포함되었다. 60인의 조경가가 자신의 디자인 철학과 조경관은 물론 조경의 중요성과 창조성에 대해 설명한다. 500장 이상의 작품 이미지와 일러스트도 수록되어 있다. 2. 『지속가능한 개발의 시대』 Jeffrey D. Sachs, The Age of Sustainable Development , Columbia University Press,2015. 『지속가능한 개발의 시대』는 컬럼비아 대학교 교수이자 글로벌 개발에 관한 세계적인 저명 학자인 제프리삭스Jeffrey D. Sachs의 지구와 인류의 미래에 대한 제안을 담고 있다. 삭스는 해결하기 힘든 극빈, 환경 악화, 정치·경제적 불평등과 같은 전 지구적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강력하고 실행적인 틀로 지속가능한 개발을 제안한다. 삭스는 학생에서부터 행동주의자, 환경론자, 정책 발의자를 포괄하는 이 책의 다양한 독자들에게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여러 정보와 아이디어, 다양한 방법과 기준을 제시해 준다. 특히 지속가능성의 ‘실천’에 방점을 두고 있다. 3. 『아름다운 빗물 시스템 디자인: 폭우를 창조적으로 관리하는 법』 Stuart Echols and Eliza Pennypacker, Artful Rainwater Design: Creative Ways to Manage Stormwater , Island Press, 2015. 점차 예측 불가능해지는 급격한 기후 변화의 시대. 폭우를 관리할 수 있는 보다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기존의 폭우 관리 시스템의 디자인 전략은 대개 아름답지 않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스튜어트 에콜스Stuart Echols와 엘리자 페니패커Eliza Pennypacker는 미적 가치를 희생하지 않고도 빗물 및 폭우 관리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했다. 이른바 아름다운 빗물 관리 시스템 디자인Artful Rainwater Design(ARD)이다. ARD는 기능적이면서도 매력적이며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만한 디자인의 빗물 집수 시스템을 가리킨다. 이 책은 성공적인 여러 ARD 사례를 담고 있다. 4. 『진정한 정원: 현대 자연주의 조경 설계』 Richard Hartlage and Sandy Fischer, The Authentic Garden: Naturalistic and Contemporary Landscape Design , Monacelli Press, 2015. 『진정한 정원: 현대 자연주의 조경 설계』는 “미를 위한 미beauty for beauty’ sake”의 기조를 따르는 미국 전 지역의 정원 60개를 소개하고 있다. 정원을 진정한 것 the authentic으로 만드는 식재는 설계를 리드하고 이용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요소이며, 정원 식물의 정교한 선택은 정원에 적절한 장소감을 안겨 준다. 안드레아 코크런Andrea Cochran, 레이먼드 정글스Raymond Jungles, 크리스틴 텐 아이크Christine Ten Eyck등 오늘날 미국에서 가장 유력한 조경가들이 설계한 정원을 250장 이상의 화려한 컬러 이미지와 함께 실은 책이다. 5. 『Extrastatecraft: 인프라스트럭처 공간의 힘』 Keller Easterling, Extrastatecraft: The Power of Infrastructure Space, Verso, 2015. 예일 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인 저자 켈러 이스터링Keller Easterling은 인프라스트럭처의 역할을 “우리 주변의 공간을 조직하는 숨겨진 룰”이라고 표현한다. 인프라스트럭처는 단지 지하 매설 수도관이나 케이블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자유무역지구나 스마트시티, 교외 지역과쇼핑몰까지도 포함한다. 『Extrastatecrafe: 인프라스트럭처 공간의 힘』은 도시의 일상을 조정하거나 통제하며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인프라스트럭처의 힘에 주목한다. 그러한 힘이 어떻게 정부나 중앙기관의 영향권을 넘어서는지 주목하는 이 책은, 도시 공간에 대한 우리의 사고방식과 생활 양식에 미치는 인프라스트럭처의 영향력을 통찰하고 있다. 6. 『프레데릭 로 옴스테드 설계 기록지』 Charles E. Beveridge, Lauren Meier and Irene Mills eds., Frederick Law Olmsted: Plans and Views of Public Parks(The Papers of Frederick Law Olmsted) ,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2015. 이 책은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가 설계한 70개 이상의 공원 프로젝트 설계 개념을 정리한 기록지이며, 총 129장의 컬러 도판을 포함해 470장이 넘는 다양한 이미지를 수록하고 있다. 특히 옴스테드의 스케치와 연구, 석판화 및 유화 작업, 역사적 사진과 프로젝트에 대한 종합적 묘사문 등 다채로운 자료를 수집한 방대한 기록물이다. 센트럴 파크, 프로스펙스 파크Prospect Park, 파크웨이 시스템, 보스턴 에메랄드 네클리스Emerald Necklace 등 주목할 만한 옴스테드의 작품과 작업을 살펴볼 수 있다. 7. 『자연의 발명: 알렉산드르 폰 훔볼트가 본 새로운 세계』 Andrea Wulf, The Invention of Nature: Alexander von Humboldt’ New World, Knopf, 2015. 안드레아 불프Andrea Wulf는 『자연의 발명』에서 알렉산드르 폰 훔볼트Alexander von Humboldt의 잊혀진 삶을 재조명한다. 훔볼트는 19세기 독일의 통찰력있는 자연주의자이자 탐험가이자 과학자로 각 대륙에서 기후에 따라 변하는 식생 지대의 유사성을 발견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이 유발하게 될 지구의 기후 변화를 예견했다. 훔볼트의 여러 제안들은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을 변화시켜 근대 이후의 환경주의를 만들어냈다. 저자인 불프는 이 책에서 훔볼트를 통해 통찰할 수 있는 자연에 대한 핵심적 이해 방식들을 역설하고 있다. 「뉴욕 타 임즈」 올해의 책 10권 중 하나로 선정된 책이기도 하다. 8. 『리처드 하그의 조경: 모던 스페이스에서 도시 생태 디자인까지』 Thaisa Way, The Landscape Architecture of Richard Haag: From Modern Space to Urban Ecological Design , University of Washington Press, 2015. 리처드 하그Richard Haag는 시애틀의 개스 워크 파크Gas Works Parks와 블로델 리저브 가든Bloedel Reserve Garden으로 널리 알려진 조경가로, 조경가의 영역을 디자이너이자 행동주의자로 그리고 “실천을 변화시키는 스승”으로 재구성했다. 책의 저자인 사이자 웨이Thaisa Way는 하그의 작업들을 과거 50년간 미국 전역에서 이루어진 조경 영역의 실천 변화라는 맥락 내에서 해석한다. 하그는 90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시애틀에서 조경가로 활동 중이며 경관의 회복 및 재생 프로젝트 작업을 통해 조경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9. 『파이토: 부지 복원과 조경 설계의 원칙과 재료』 Kate Kennen and Niall Kirkwood, Phyto: Principles and Resources for Site Remediation and Landscape Design, Routledge, 2015. 『파이토』는 오염된 부지에 대한 설계 가이드로, 식물환경복원phytoremediation과 식물생태공학 phytotechnology 개념을 제시하며, 식물을 통해 부지의 오염 물질을 흡수하거나 제거 또는 완화하는 사례들을 다룬다. 저자인 니얼 커크우드Niall Kirkwood와 케이트 케넨Kate Kennen은 이미 오염된 대상지를 정화할 수 있는 식재 방법, 대상지의 오염 방지를 위한 식물생태 공학적 식재 설계 등 실제 조경 프로세스에 적용될 수 있는 실천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준다. 또한 다양한 표와 사진, 상세한 삽화는 오염 물질의 제거뿐 아니라 부지의 미적·환경적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준다. 10. 『포스트-야생의 식재』 Thomas Rainer and Claudia West, Planting in a Post-Wild World: Designing PlantCommunities for Resilient Landscapes, Timber Press, 2015. ‘회복탄력적 경관을 위한 식물 군락 설계’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포스트-야생의 식재』에서 저자 토마스 라이너Thomas Rainer와 클로디아 웨스트Claudia West는 회복탄력적 식재 설계를 위한 창의적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경관을 아름답게 해 줌은 물론 회복탄력적이게 해 주는 식물은 무엇일까? 라이너와 웨스트의 조언을 통해 우리는 정원이 자연과 대립적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협업적 관계에 있는 것임을 생생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 삭막한 겨울 풍경에 색을 입힌 과일나무 서울문화재단, 도시게릴라 프로젝트로 최정화 작품 선보여
    매서운 영하의 날씨에도 과일을 주렁주렁 매단 나무를 볼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우중충한 회색 건물 사이에 화려한 과일나무가 등장했다. 서울 동대문구 청계9가를 따라 걷다보면 서울문화재단 2층 데크 위에 설치한 높이 7m, 지름 5m의 거대한 과일나무를 만날 수 있다. 형형색색의 탐스러운 열매를 매달고 있는 과일나무는 서울문화재단이 청사 이주 10주년을 맞아 도시게릴라 프로젝트 ‘거리의 재발견: 청계9가’를 주제로 선보인 설치미술가 최정화의 작품 ‘과일나무’다. 어깨를 움츠리고 걸음을 재촉하게 되는 삭막한 계절, 서울 도심에 철모르고 자라난 과일나무는 얼어붙은 마음을 한결 푸근하게 만든다. 도시게릴라 프로젝트 도시게릴라 프로젝트는 삭막한 도시 생활에 지친 시민들에게 예상치 못한 일상 공간에서 예술과 만나는 즐거움을 주는 서울문화재단의 공공 문화 예술 프로젝트다. 지난 2013년 가을 밤, 5개의 작가 그룹(길종상가, 무늬만커뮤니티, 프로젝트대배살, 소심한 상상, 엠조형)이 북촌, 서울시청, 한강공원, 용산역 일대, 보광동 우사단로 등 5개 장소에 그래피티, 드로잉, 설치 등 각기 다른 콘셉트의 작품을 남긴 ‘서울-밤길에 드로잉 조심’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특히, 철공소가 밀집되어 있는 용두동 일대 골목에 철제 조형물, 폐자재 등을 활용한 설치 미술로 ‘철등 거리’를 조성한 ‘용두동 철등거리’(2014),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산업 단지로 산업의 변천에 따라 지나온 세월의 흔적이 골목 곳곳 에 남아 있는 구로디지털단지의 노점과 지하철 역사에서 공공 미술과 퍼포먼스를 선보인 ‘도시게릴라 프로젝트 in 구로’(2015) 등 지역 커뮤니티와 밀착해 장소의 특성을 반영한 도시 문화·공공 예술 캠페인으로 시민들과 소통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대중과 소통하는 최정화의 공공 미술 서울문화재단과 최 작가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6년 서울문화재단이 성북수도사업소의 이전으로 생긴 유휴 공간에 청사를 이전하면서 최 작가는 건축가 오우근(지음아키씬)과 함께 청사의 리모델링 디렉터로 참여했다. ‘C-9 생생生生 프로젝트’로 명명된 리노베이션 작업은 청계9가(C-9)를 청사 리노베이션을 통해 새로운 문화 지역으로 재생시키고 향후 청계8가 (C-8), 청계7가(C-7), 청계6가(C-6)에 이르는 청계천 전역을 문화 지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작품을 소유하는 1%의 관객보다 나머지 99%의 관객이 더 중요하다”1는 신념을 밝혀 온 최정화는 ‘C-99 생생 프로젝트’에 공공 미술의 개념을 더했다. 청사 건물은 ‘열린 공간’을 지향하여 층과 벽을 허물었고 상하좌우를 터놓아 시민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번에 ‘과일나무’ 작품이 설치된 서울문화재단 2층 데크는 기존 업무 공간에서 시민을 위해 개방한 공공 공간으로 전환되었다. 철공소와 소화기 판매점이 밀집된 낙후된 청계9가 일대를 지나는 시민들에게 시각적 자극과 소통의 기회를 제공한다. 리노베이션 작업 당시 나뭇잎으로 건물 전체를 감싸는 작업을 계획했지만 구현되지 못해 아쉬웠다는 최 작가는 서울문화재단과의 인터뷰에서 청사 이전 10주년을 맞아 설치한 이번 작품이 당시의 아쉬움을 달래는 위로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2 최정화 특유의 촌스러운 듯 화려한 색감 속에 유쾌하고 따뜻한 감성이 묻어있는 ‘과일나무’ 시리즈는 지난 2015년 9월 프랑스 북부 도시 릴에서 개최된 도시 문화·예술 축제 ‘릴 3000’에 초대돼 호평을 받았다. ‘과일나무’는 가벼운 패브릭 소재를 이용해 이동이 가능한 크기로 제작되었다. ‘거리의 재발견: 청계9가’ 프로젝트가 종료된 이후에도 서울의 다양한 도심 공간에 순환설치될 예정이다. 청사 이전 10주년, 서울문화재단은 과일나무의 탐스러운 열매처럼 문화와 예술을 매개로 지역을 변화시키는 열매를 맺고 있을까? 서울문화재단 조선희 대표는 “다양한 예술적 시도와 실험을 통해 서울문화재단을 예술, 그 자체로 상징이 되는 공간으로 조성해 나갈 것”이라며 “변화를 거듭하는 이 공간은 여전히 미완未完이며, 앞으로 더 채워지거나 사라짐을 반복해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남서울생활미술관, 백 년의 베일을 벗다 ‘미술관이 된 구벨기에 영사관’ 전, 2월 21일까지
    사람이 머물렀던 공간에는 이야기가 남는다. 공포 영화 ‘장화·홍련’을 본 뒤 적었던 감상이다. 이 영화는 탄탄한 이야기를 받쳐주는 아름다운 영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 영상미는 영화의 배경인 건물에서 비롯됐다. 일본식 목재 가옥은 영화 전반의 어두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보색으로 구성된 벽지는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고 마룻바닥이 삐걱거리는 소리에 어깨가 움츠러든다. 한동안 나무로 된 건물을 보면 ‘장화·홍련’이 떠올랐다. 이처럼 공간은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많은 사람이 영화나 드라마를 추억하기 위해촬영지를 찾고, 과거의 건물이 보존된 거리에서 역사탐방을 한다. 건물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되고, 그 이야기가 한 시대를 대표하는 경우 역사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미술관이 된 구벨기에 영사관’ 전은 복잡한 사당 한구석에 자리한 붉은 벽돌 건물의 역사 속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2015년 12월 15일부터 올해 2월 21일까지 남서울생활 미술관에서 ‘미술관이 된 구벨기에 영사관’ 전이 열린다. 이 전시는 대한제국기에 벨기에 영사관으로 세워져 현재 남서울생활미술관으로 활용 중인 건물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 준다. 올해 건물이 세워진 지 110년을 맞이해 그 의미가 깊다. 전시는 건축과 미술 두 부문으로 구성된다. 건축 부문에는 초청 큐레이터로 한국 근대 건축사학자 안창모(경기대학교 교수), 문화재 복원 모형에 고주환(티엠새한 문화재 대표이사), 전시 공간 디자인에 건축가 최욱(원오원팩토리)이 참여해 건물의 역사와 특징을 해석했다. 미술 부문에는 김상돈, 노상호, 임흥순, 장화진, 허산 작가와 남서울예술인마을 그룹이 참여했다. 미술관 뜰에 들어서면 좌우 대칭의 붉은 벽돌 건물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런 붉은 벽돌집은 20세기 초, 서구 문화가 도입되면서 주로 서울의 사대문 안에 지어지기 시작했다. 벨기에 영사관도 본래 회현동에 당시 유행하던 열주―하층은 도리아식, 상층은 이오니아식 석주―가 아름다운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졌지만 도심 개발 사업에 밀려나 1982년 관악구 남현동에 이축됐다. 계속 방치됐던 건물은 2004년이 되어서야 소유주인 우리은 행이 서울시에 무상으로 임대하면서 서울시립미술관의 분관인 남서울미술관으로 문을 열게 됐다. 1층은 건축 부문 전시장으로 건물의 역사와 이축 과정을 보여준다. 전시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설치했던 가벽이 제거됐고 그 뒤에 숨겨졌던 기둥, 벽난로, 창문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가벽을 들어내면 창틈으로 바람이 새어 들어와 추울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1층의 벽면을 채운 창은 햇빛을 통과시켜 전시장을 따뜻하게 달군다. 흰색 대리석 벽난로는 이축 과정에서 굴뚝과 연결되지 못해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이외에도 건물 목재 골조모형, 석주 거푸집, 이축 시 샘플로 만들어졌던 석주, 전시 기획 중 발견된 타일―건물의 발코니에 사용된 타일이 본 건물의 다락방에서 발견됐고, 지금은 1층 우측 전시실의 바닥에 설치되었다― 등을 통해 건물을 이해할 수 있다. 목재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예술 부문의 전시가 이어진다. 1층의 전시가 과거에 대한 궁금증에 답하고 있다면 2층은 그 전시를 통해 관람객이 느낀 감성을 확장한다. 회화, 설치, 사진, 영상, 조각 등의 예술 작품은 미술관을 비롯해 미술관이 있는 남현동과 사당 지역까지 화두를 확장하여 건물을 재해석 했다. 장희진 작가의 ‘모던 테이스트(정관헌)’는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을 바라보게 하고, 노상훈 작가의 ‘소년시少年市’와 허산작가의 ‘벽에 난 균열 #03’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해 건물의 숨겨진 이야기를 상상하도록 만든다. 해가 잘드는 방에 설치된 ‘노스텔지아’를 통해 건물의 애환을 위로하고 싶었던 임흥순 작가의 마음도 느낄 수 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작품은 건물이 지닌 역사와 문화, 사회에 걸친 다층적인 의미를 곱씹어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