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향의 전설1-초등학교의 기억
The Legend of Chun Hyang(1)
책을 읽는 즐거움은 나와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동지가 있기에 글 쓰는 작업도 외롭지 않다. 글을 쓰면 책을 더 많이 읽게 된다. 나와 동질의 시각으로 출판된 책을 보면 내 이야기는 없어지고 그의 글을 인용하기 시작한다. 활자화된 글을 보면 왠지 세련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그것을 느낄 때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게 된다. 지면의 낭비요, 넘치는 정보의 시대에 내 글이 쓰레기가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환경과조경>에 연재하기 시작할 무렵, 신상섭 교수님(우석대학교)께서 한 권의 책을 선물해 주셨다. 지금은 선물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서점에 들러 책을 고르고 앞 페이지에 몇 자 적어 우정의 증표로 삼았던 기억이 났다. 학창시절, 서점은 약속장소였지만 대형서점으로 인해 조그만 서점들은 문을 닫기 시작했고, 급기야 대형서점도 인터넷 서점에 밀려 문을 닫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간혹 답사를 다니다 작은 서점이라도 발견하면 흐뭇한 미소를 자아내는 것, 그것은 아마도 아날로그 시대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 것이다.
(중략)
요즘 뜬금없이 본방을 사수하는 TV프로그램이 생겼다. 일일시트콤 ‘패밀리’이다. 유전자적으로 우성인 가정과 열성인 가정이 모여 새로운 가족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내용이다. 처음에는 가족들이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보기 싫어 채널을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에 점차 하나의 가족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훈훈한 저녁 볼거리가 되었다. 여배우 황신혜의 변화모습이 남다르다. ‘미모의 능력 있는 이혼녀’에서 ‘가족을 배려하는 따뜻한 엄마’로 변화해 간다. 나는 이것을 장소의 원칙이라 말한다. 장소는 3인칭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하는 1인칭 관점, 즉 실존적 장소가 되어야 맛이 난다. 전설적인 장소는 타인의 일상적 기억들을 함께 소통하고 배려할 때, 집단적 기억으로 승화되고 비로소 신화를 창출하게 된다. 우리집 동네에 신평상회가 있다. 동네의 유일한 생활필수품 창고이다. 달달한 것이 먹고 싶으면 사탕을 사러 가게에 들르곤 했다. 어느 날 나의 눈에 띄는 것은 뉴슈가와 소다였다. 달고나 혹은 띠기라고 불리는 간식의 주재료이다. 추억의 재생산이다. 그것은 초등학교 때 최고의 간식이었고, ‘사탕물고기’를 타기 위해 용돈을 투자했던 주범이었다.
(중략)
흔히 역사도시, 역사경관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북촌, 전주, 안동 등의 한옥마을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이 중 전주한옥마을은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엔 전통과 상업개발주의가 만들어낸 대표적인 괴물이다. 반면 남원 구도심은 전통, 근대, 그리고 현대가 녹아든 거리 박물관이다. 일식건물의 병원, 1960~1970년대 익숙한 간판 등은 과거와 현대를 이어주는 근대경관이다. 역사적 사건이 아닌 우리들의 일상생활이 묻어져 있는 근대경관은 박물관 유리관에 전시된 문화가 아니라 시대의 정신과 한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그래서 정겹다.
-
나의 미술관은 어디에?
Where is My Art Museum?
미술관은 멀리 떨어져 있다. 내가 사는 서교동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을 가려면 강을 건너고 고개를 넘어야 한다. 동물원 옆 구불구불한 길을 돌고 돌아서야 미술관에 도착한다. 그곳에 도착해서도 계단을 오르고 입장료를 지불한 후 어두운 통로를 따라 걸은 후에야 조명 속에서 드러나는 빛나는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작품들은 하얀 큐브 속에서 보물들처럼 반짝이고 있다. 나는 그 보물들을 보기 위해 신전을 찾아왔는지 모른다. 미술관은 멀고 드물다. 그런 만큼 작품은 고귀하다. 그래서인지 작품들에 붙어 있는 수천만 원대의 저 고귀한 가격표들은 미술관의 거리만큼이나 나의 실감 저 너머에 있다. 이렇게 제도화된 미술관은 신전을 짓고 신화를 만들어내면서 작품들을 우리 일상과는 거리가 먼 보물로, 값비싼 상품으로 재생산한다.
(중략)
삶으로부터 동떨어짐으로써 그 존재이유를 찾는 작품들은 그것이 큰 시장적 영향력을 가질 때조차도 어딘가 삶의 에너지가 박제된 것처럼 느껴진다. 왕궁이나 신전이 시정에서 멀어짐으로써 자신에게 주어진 기능을 다한 것과 비슷하게, 예술가들의 집단주거나 작업실도 생활공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곤 한다.
(중략)
여러 가지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언급한 모든 미술관들은 고정된 장소에 놓여 있다. 작품의 전시나 상영 혹은 공연은 그 장소에 가 야 만 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작년 7월 15일부터 30일까지 부평 콜트콜텍 공장에서는 ‘인천시 부평구 갈산동 421-1 콜트콜텍전시회’가 열렸다. 폐쇄된 공장이 미술관으로 바뀐 것이다. 그곳은 기타를 만드는 공장이었지만, 회사가 2007년 경영악화를 이유로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고 인도네시아와 중국에 해외공장을 만든 후 폐쇄된 상태였다. 노동자들은 해고무효투쟁을 벌였고 2,000일을 맞은 때에 노동자들을 예술적으로 돕기 위한 방법으로 19명의 개인작가와 두 개의 작업그룹이 공장에서 이 전시회를 연 것이다. 미술관은 건물관리인들의 방해와 협박에 대항하면서 형성되는 저항력만큼의 크기로, 그 현장의 기억들을 되살리고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불러내는 상상력만큼의 강도로 만들어졌다. 그 미술관은 만들어졌다가 사라지는 일종의 ‘일시적 자율공간(TAZ: Temporary Autonomous Zone)’이었다.
-
청평사
Chung Pyeong Sa
청평사는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청평리 674번지 일원에 위치하며, 면적 43,098㎡의 고려시대 사찰로 고려 광종 24년(973) 영현선사에 의해 백암선원으로 창건된 이후 보현원, 문수원으로 불려오다 조선 명종 때 보우선사에 의해 중건 및 정원조영이 이루어졌다. 사찰 일원은 아늑한 분지형을 이룬 입지환경 속에 계곡, 영지(影池), 소(沼), 반석(너럭바위), 기암괴석, 폭포 등이 어우러진 천혜의 산수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명승지로, 경내에는 회전문, 경운루, 대웅전, 극락전 등이 자연과 인공이 화합하는 순응의 미학을 공간적, 지형적으로 연계시키고 있다. 1984년 12월 28일 강원도 기념물 제55호로 지정되었다.
The Chung Pyeong Sa is the Korean traditional Temple in Cheongpyeong-ri, Buksan-myeon, Chuncheon-si, Gangwon-do and it had been built in Gwang-Jong's period(973) in Korea dynasty. The location of the temple has aesthetics of the adaptation as the symmetry of Buddhism, and the harmony of the nature and Human work. The area of the temple is 43,098㎡ and it is basically made up of Hoejeonmun, Gyeongullu, Daeungjeon, Geungnakjeon. It is connecting with condition of the selecting of the building area by environment and aesthetic. It appointed as the Gangwon-do monument 55 at 19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