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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 ; 사람과 땅이 어울린 이야기 (17) - 10월 ; 물, 그 허허로움의 존재여
    물은 조경가가 다루는 소재들 중 수목, 지형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3대 소재의 하나이다. 물은 흐르기도 하고 고이기도 한다. 주변의 상황에 순응하는 까닭이다. 또한 물은 담는 그릇의 모양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 원형의 그릇에 담으면 원형 못이 되고 정방형의 그릇에 담으면 정방형의 못이 된다. 정해진 모습이 달리 없다는 얘기다. 물의 다양한 속성과 그 속성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보는 일과 물이 외부공간에서 실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것도 그리 재미없는 일은 아니지 싶다. 물의 속성 - 흐르는 물과 고인 물 물은 흐른다. 물은 늘 어느 곳을 향하고 있다. 도랑을 흐르는 물이 그렇고 하천과 강을 흐르는 물이 그렇다. 빗물의 형태로 하늘을 떠난 이후 물은 줄기차게 낮은 곳을 향한다. 우리가 외부공간에서 만나는 물은 그 물이 어떤 형태를 취하고 있건 물이 겪을 또는 이미 겪어 온 긴 여정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간혹 물은 증산(蒸散)의 형태로 나머지 과정을 생략하고 다시 하늘로 오르기도 하지만 그 양은 많지 않다. 물의 끊임없는 움직임은 피할 수 없는 물의 숙명처럼 보인다. 또한 흐르는 물은 소리를 낸다. 물은 흐를 때보다 떨어질 때 더욱 큰 소리를 낸다. 개울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와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한편 물은 흐르지 않는다. 연못의 물이 그렇고 호수와 바다의 물이 그렇다. 어쩌면 그동안 끊임없었던 물의 움직임은 이곳에 와 지친 몸을 가누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움직임을 멈추고 다소곳이 고인 물은 면(面)을 만든다. 그 면은 이름그대로 완벽한 수평면(水平面)이다. 몸은 뉘였으되 물의 표피는 주변의 변화에 반응한다. 바람의 움직임을 받아들여 몸을 떨기도하고, 바람이 없는 경우에는 거울처럼 주변의 모습을 비추어낸다. 마치 자신은 아무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물의 낮은 곳을 찾아 흐르는 속성, 움직임을 멈춘 채 면을 만드는 속성, 주변사물을 비추어내는 속성, 소리를 내는 속성 등은 오래 전부터 외부공간을 만드는 이들로 하여금 물을 주의 깊게 바라보게 하는 주요한 원인이 돼왔다. 물은 다양한 속성만큼이나 사람들에게 다양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예를 들어, 고인 물은 사람들에게 평온함을 느끼게 한다. 마음이 번잡할 때 연못가나 호숫가를 따라 걸으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정방형이나 장방형 또는 원형 등 기하학적 형태의 그릇 또는 수조(水槽)에 담긴 물은 경건함과 엄숙함을 전달한다. 반면 흐르는 물은 즐거움을 준다. 물의 생동하는 활력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 사람들을 기쁘게 한다. 흐르는 물이 내는 소리도 먼 길을 떠나 물을 찾아 온 사람들의 지친 심성을 끌어올리는데 적격이다. 물은 사람들의 심성을 자극하기도 하고 흥분된 심성을 갈아 앉히기도 하는 묘한 존재다. 외부공간에 물을 쓸 수만 있다면, 그리고 흐르는 물을 쓸지 고인 물을 쓸지를 제대로 결정만 할 수 있다면 외부공간의 성공은 어느 정도 예약되어있다고 보아도 좋다. 이슬람제국의 물 - 경건한 물 이슬람제국의 문화는 물이 귀한 곳에서 물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 문화였다. 이베리아반도 (지금의 스페인)의 남부 그라나다지방은 7세기 무렵부터 이슬람의 무어왕조가 자리를 잡았던 곳인데, 무어왕조에 의해 14세기 때 만들어진 알함브라(Alhambra) 궁(宮)은 물의 온갖 속성이 모두 이용된 장소로 유명하다. 파티오(patio)라고 부르는 중정(中庭)에 놓인 장방형 또는 정방형의 못은 화려하고 섬세한 이슬람양식의 건축물을 있는 그대로 아니 더 아름답게 투영하고 있다. 좁고 긴 수로들은 건물을 연결하는 수단이었고 사람들의 동선을 따라 적절히 놓여졌다. 게다가 당시 이슬람 사람들은 높은 곳에서 끌어 온 물을 낮은 곳으로 보낼 때 물을 관으로 보내고 낮은 쪽 출수구(出水口)의 입구를 좁게 만드는 방식, 즉 자연유압을 이용해 물을 분출시키는 효과도 낼 줄 알았다. 그게 분수(噴水)의 효시였다. 자연유압을 이용한 알함브라궁의 분수는 16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정원에 전달되어 훨씬 더 화려해졌다. 시간이 있으면 해 볼 일이지만 알함브라궁의 배치도에서 건물과 녹지를 그대로 두고 물만 지워보면 이상하게도 건물과 녹지가 별 연관 없이 따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시 물을 원래대로 그려보면 전체의 궁 배치도가 활발하고 완전해진다. 알함브라 궁에서 물은 건물과 외부공간을 일체화시키는 촉매이고 수단이다. 많은 사람들이 세계 7대 불가사이에 끼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 17세기 인도 무굴제국의 타지마할(Tadsch Mahal) 궁(宮)도 이슬람 문화에 속해있다. 궁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 종묘처럼 마할이라는 왕비를 추모하기 위한 일종의 묘지건축물이긴 하지만 어쨌든간에 궁의 정면에 놓인 좁고 긴 장방형 못은 궁의 모습과 양 옆의 수목을 투영하고 있는데 그 아름다움이 가슴 뻐근할 정도다. 달밤에 물에 비친 타지마할은 과히 압권이라고 전해진다. 이 장방형의 수조는 마할왕비를 흠모한 샤자한 왕의 기대답게 방문자들에게 경건함을 주는데 크게 성공하고 있다. 알함브라와 타지마할에서 물의 존재는 그 크기는 작을 지라도 궁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강한 인상을 남긴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타지마할의 좁고 긴 장방형 못은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재현된다. 링컨기념관과 오벨리스크 모양의 워싱턴기념탑을 연결하는 폭 40미터, 길이 2킬로미터 (정확한 수치인지는 모르겠다)의 장방형 못은 워싱턴 디시의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다. 링컨기념관과 워싱턴기념탑을 투영시키고 있는 워싱턴의 장방형 못은 그 엄숙함과 강인한 힘이 자못 대단해서 마치 미국의 국력을 상징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진 양 교 Chin, Yang Kyo·(주) 토문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무소 부소장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 선유도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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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라디보스톡(연해주)에서 쓴 편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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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03년10월 / 186
  • 중국 구채구, 황룡, 장가계의 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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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라북도 전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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