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山水)와 천석(泉石)
아무리 나의 전통조경이야기가 담론(談論)처럼 풀어간다 하여도 아직 잘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을 그대로 쏟아 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아직은 덜 익어서 차마 내 놓지 못하고 있었던 일들이 하나 둘이 아닌데, 이번 이야기에서는 다소 만용을 부리듯 심증만으로 두어 가지의 이야기를 해볼까 싶다.
전통조경 작품론
물이 휘돌아 나가서 하회가 그의 이름을 얻은 것처럼, 서울의 종암동은 고려대 인근에 있었다는 종처럼 생긴 바위 (鍾岩)에서 그 이름이 유래된다고 한다. 어느 성균관 유생의 글에 의하면, 성균관 뒤쪽으로 짙푸른 소나무 숲이 있어서 그 일대를 벽송정(碧松亭)이라 했다 한다. 후에 누군가가 그곳에 정자를 하나 세워 그 이름을 벽송정이라 했다거나, 지금처럼 소나무 숲이 사라지고 난 후라 하더라도, 원래의 그 이름은 여전히 솔밭에서 유래된 것임을 분명히 해 두어야 한다. 바위와 물과 나무가 있어서 이름이 유래되었고 명소가 되었던 그런 것을 두고 우리는 좋은 경관이 있거나 있었던 장소로서 기억하고 있어야 할 일이다. 즉 이름을 붙이는 명명행위를 경관에 대한 중요한 행위로써 이 또한 조경이라 일컬을 수 있겠다. 퇴계 선생을 비롯한 무수히 많은 선비들이 행해온 자취에서 그러한 경우를 익히 만날 수 있다.
천연의 바위를 가지고, 또 물과 나무를 천연의 그대로 소재로 삼아 경관을 연출하였다고 한다면 이 역시 중요한 조경행위라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다. 바위와 물 그리고 나무를 천연 그대로 한 작품행위는 전통조경에서 흔히 보이는 것이었다. 이들 역사적 사례들을 모아 전통조경작품전 같은 것을 연다면 어떨까? 나무와 바위와 물. 전통조경작품전의 큐레이터가 된 기분으로, 나무와 바위와 물을 천연의 모습 그대로, 인위적으로 다듬은 냄새가 나지 않으면서, 자연의 경관에 함께 어우러진 전통조경사례들을 좀 훑어볼까 싶다.
심증(心證)만으로 본 전통조경작품들
창덕궁 후원의 불로문을 비롯하여 탑이며 부도 같은 무수히 많은 석조형물들이 손에 꼽히는데, 이들은 엄밀히 바위를 소재로 하였다기보다는 돌을 다듬은 석조형물이라 해 두자. 물을 소재로 한 작품? 어차피 물은 그릇에 담아두어야 하니 물만으로 무엇을 할 수는 없겠다고 본다면, 안압지나 전통연못 같은 것 외에 석연지나 포석정 같은 것으로 꼽아두면 될 듯싶다. 나무만으로는 어떻게 될까?
편의상 산수론(山水論)과 천석론(泉石論)이라 구분하여, 산수론으로는 산수의 국면, 즉 산과 강의 차원으로 다소 넓은 범역에서 다루어진 사례를 이야기해보고 천석론으로는 천석의 국면, 즉 소(沼)와 바위의 관계처럼 보다 작은 국면으로 다루어진 것들을 이야기해 보려는 것이다.
정 기 호 Jung, Ki Ho·성균관대학교 건축·조경 및 토목공학부 교수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남한산성 역사공원화를 제안하며
· 위치 : 경기도 광주순 중부면 산성리 일대
· 면적 : 약 16만평
· 성격 : 성곽도시로서의 공원화 / 환경의 중요성과 역사문화의 가치성 부각
의의
이 곳은 경기도 도립공원으로 남한산 정상에 있는 천혜의 요새이다. 지금은 수도권의 근교로서 상징적인 산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성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국방과 지역계획, 건축과 같은 물리적인 형태와 민속신앙 전설 따위의 정신적인 면모를 두루 간직하여 자연적인 환경과 역사문화가 비교적 잘 조화된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음식점이 무질서하게 난립되어 있어 환경과 문화재 훼손이 심각하여 흉하게 변모해 가고 있어 이곳을 주제공원으로 계획하여 민족의 수난과 저력을 재확인하고 교육을 겸한 역사유적 공원으로 만들어 국내 외인들의 훌륭한 역사관광지로서 지역주민과 인류에 공헌하고자 한다.
기본방향
남한산성 도립공원에는 산성마을을 에워싸고 있는 성곽을 비롯하여 백제 시조인 온조왕을 모신 숭렬전, 그 밖에 수어장대, 침괘정, 현절사, 연무관, 장경사, 지수당과 같은 많은 유적과 효자약수터 그리고 열녀비를 위시하여 효행과 충절을 기리는 장소가 흔하게 널려 있다. 또한 민족지도자 해공 신익희 선생이 어린시절 다니던 남한산 초등학교가 근대사를 보여주고 있다. 역사적으로 가장 큰 민족의 수난인 병자호란이 이곳에서 마감하면서 민족의 저력을 과시한 장소로도 그 중요성이 인정된다. 따라서 남한산성을 역사공원화하여 지역발전에 이바지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산성과 건축물
남한산은 해발 약 500m의 천연적인 요새지역이다. 남한산성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약 2000년전 백제의 온조가 남으로 내려와 백제를 세웠다. 수도를 서울 근교에 두고 위례성이라 불렀다(온조 13년, 기원전 6년). 그리고 남한산성을 쌓고 약 380년간 백제의 도읍으로 삼았다. 이 산성은 신라가 통일한 후 신라의 문무왕 12년(672년)에 새로 축성하면서 일장성(日長城) 또는 주장성(晝長城)이라 하고, 지금의 성벽은 광해군 때 시작하여 인조4년(1628년)때 수차례 증축을 마쳤다. 이후 1636년 병자호란이 발생했고 이듬해인 1637년 45일만에 굴욕적인 항복을 한다. 역사적으로 비운의 터가 되는 셈이다.
1963년 1월 21일 국가사적 57호로 지정된 남한산성 성곽의 본성은 인조 4년(1628년) 축성되었고, 외성(봉암성, 한봉성)은 숙종때에 축성되었다. 시설규모는 본성 연장 9.05km, 옹성을 포함해 11,755km이며 성곽의 높이는 3~7.5m이다. 현재 수어장대만 있으며, 접문 4개와 옹성 5개소, 봉화 2개소, 암문 16개소가 있디.
기본계획
토지이용계획
남한산성이 있는 남한산은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다. 산세가 수려하고 자연생태계가 중부 일원의 일반적인 생태계와 같다. 그리고 역사문화의 흔적들이 많기 때문에 가급적 원형을 유지하는 것을 최우선적으로 토지이용계획을 하였다. 아울러 역사관련 행사와 민속관련 행사를 연중계획표에 의하여 진행하고 , 사극을 위한 촬영장소를 만든다.
동선계획
· 산책로 : 산성을 순회할 수 있는 성곽을 중심으로 외부와 내부를 연계시킨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자연 속에서 호연지기와 역사의식을 고취시킴과 동시에 건강관리에 도움을 주도록 한다.
· 문화재 관광을 연계시키는 순환행 순로(This way)의 개발로, 자연속에서 휴식과 문화재 관광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한다. 산세가 험하고 문화재와 볼거리들이 흩어져 있기 때문에중간에 크고 작은 민속행사(Folk Event)로 원활한 관광을 유도한다.
· 자연스럽게 자연환경의 중요성과 역사문화의 가치를 고취시켜 국내는 물론 국제적인 유산(생태와 역사문화)으로 손색이 없도록 한다.
· 주야간 관광객들이 모이는 곳이므로 야간행사로 야외에서 병자호란과 관련된 사극을연극과 영화 등으로 관람할 수 있는 야간순로를 개발한다.
· 특히 중국 관광객과 연계, 병자호란 때의 조선과 청나라의 관계를 부각시켜 중국 학생들에게 역사문화의 장소가 될 수 있는 국제적인 관광지가 되도록 한다.
시설물 설치계획
· 기본방향 : 시설물의 형태와 색조는 자연환경과 어울리며 문화재의 격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계획하고, 지역의 장소성과 역사성을 우선하여 시각의 통일화작업(V.I.P개념 도입)을 철저하게 시도한다.
· 시설물 설치 : 안내 간판, 조경시설물은 벽체부착이나 지상 돌출보다는 가급적 바닥이나 시각적인 피해를 주지않도록 설치에 유의한다.
· 기반시설 정비계획 : 급 · 배수 시설은 가급적 매설이 아닌, 열려진 시설(Open ditch)로 계획하고, 전기 · 전자 · 통신 및 방재시설은 가급적 배관으로 매설하고, 가로등의 경우 돌출형을 피하고 은닉하여 간접적 효과를 유도한다.
· 주차 및 교통시설 : 통과교통과 관광을 위한 차량은 중복과 정체를 의식하여 체계화한다. 차량과 보행 동선은 철저히 분리하고 차량관련 시설은 지하공간으로 유도하여 지형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조경 및 유적지 정비계획
현재 식재방법과 돌쌓기에 많은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는데, 이러한 무질서한 현황을 조사한 후 지역이 장소성과 역사성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자연에 순응하되 건축물이나 조형물 주변 그리고 각종 시설물 주위의 식재는 수종과 방법을 전통조경 기법에 따라 옛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한다.
단계별 복원 정비계획
역사적인 고찰에 의해서 성곽 복원 정비, 건축물 복원 정비, 조경 및 시설물 복원 정비 등3단계로 나누어 단계별로 추진하고, 장기계획으로 궁터, 승병 관련자료를 검토, 이벤트로 활용하도록 한다.
현 영 조 · 서울환경 계획연구소 소장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