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빌레뜨 공원 경관 읽기
느껴지는 라 빌레뜨 공원 경관
도파민적 라 빌레뜨 공원 경관의 허상
오감 중 시지각을 통해 접하는 사람의 감각은 특히 감흥(sensation)을 일으키는데 민감하다. 그 중에서도 ‘아름답다거나 특이하다는 느낌’은 때론 첫인상으로서 강한 메시지를 던지는데 기여하는 바 크다. 모든 생명체에 있어서 남녀 간의 주고받는 이 강한 이성적 첫인상의 메시지는 바로 사랑의 묘약으로 묘사되는데, 이 사랑의 묘약은 도파민이라는 뇌 호르몬의 생성에 의한 것임이 밝혀진 바 있다. 남녀가 처음 만나 마음이 흥분되고 몸이 달아올라 미치고 못사는 사랑 형국이 바로 도파민적 감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가 흔치않은 멋진 경관을 접하게 되었을 때도 이와 같은 도파민적 감흥은 나타나곤 한다.
앞서 리도 쇼를 빗대어 라 빌레뜨 공원 경관을 살펴 본 바, 공간구성, 폴리, 식재, 기타 구조물의 배치, 형태, 색상, 규모 등에서 우리는 라 빌레뜨 공원 경관의 도파민적 감흥을 느낄 수 있다. 그 감흥의 단서는 무엇보다도 기존 공원경관의 질서를 깬 ‘새로움에 있다고 할 수 있고, 이 새로움의 근본은 우리가 지금껏 전개해왔던 ‘전원적 자연공원’의 이미지를 ‘도시적 문화공원’의 이미지로 탈바꿈 했다는데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이미지로의 탈바꿈은 무엇보다도 설계자의 전공성 즉, 건축과 매우 밀접한 관계에서 비롯되었다고 아니 할 수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라 빌레뜨 공원의 설계자는 건축가 베오나르드 츄미(Benardo Chumi)다. 라 빌레뜨 공원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그는 건축가이기에 건축물을 설계하듯이 공원을 설계하였다. 그렇기에 우리와 같은 전통적 조경가에게는 그만큼 새로울 수밖에 없고, 그것이 모든 면에서 특이함으로 우리에게 다가왔기 때문에 우리의 경관적 감흥을 유발 하였을 수도 있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우리에게 새롭고 특이하게 다가왔던 라 빌레뜨 공원 경관은 따지고 보면, 그가 디자인 아이디어로 도입했던 점, 선, 면의 그래픽적 설계모티브, 그리고 그에 의해 나타나는 분절과 단절 그리고 골절의 공간은 건축 디자인에 사용되는 건축설계방법론의 결과물이다. 또 이러한 설계방법론으로서의 건축적 스케일의 사고와 모델을 공원이라는 또 다른 차원의 특성(도시성. 자연성. 규모성 등) 공간에 적용하였기 때문에 그 결과물로서의 공원경관은 기존의 차원을 띄어 넘는 새로움의 산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새로움은 보는 시각에 따라- 특히 건축가들에겐- 적잖은 건축적 악평으로까지 내닫는다.
그러한 비평의 예로, 실제로 공원에서는 그가 디자인 모티브로 삼았던 점, 선, 면을 지각하기 어렵고, 건축적 모델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러한 작은 그래픽 스케일을 도시적 스케일로 단순 확산시켰기 때문에 건축에서 볼 수 있는 규모의 비례감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도시를 단순 건축의 연장으로 바라본 시각은 규모와 비례의 관계를 무시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즉, ‘규모’는 반드시 ‘비례’를 수반하기 마련인데 츄미는 ‘작은 것의 연장을 곧 큰 것’으로 받아들이는 우를 범하고, 따라서 비례를 무시하고 건축적 모델의 스케일을 도시적 스케일의 공간에 단순 적용하였기 때문에 원래 의도하였던 공원의 조형성을 제대로 읽을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시각에서 본다면 설계자가 구현코자 했던 강력한 공원 이미지(점. 선. 면)와 실현되는 공원경관의 현실사이에는 상당한 갭이 있을 수밖에 없다. 즉, 점, 선, 면의 그래픽적, 구성적 의미를 공원에서 읽을 수 없고 결국, 공원이 주는 단순 시각(감흥)과 의미(지각 또는 인지)의 일치를 보여주고 있지 못함으로써 공원에서 따뜻한 본연의 인간적인 면을 지각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결국, 라 빌레뜨 공원은 공원경관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구성물의 그래픽적 의미를 느낄 수도 없고, 또 공간구성과 구조물의 비율, 하모니 등의 공원 전체의 조형성을 찾아보기도 어렵다는 난맥상에 부딪히고 만다.
또 한편으론, 라 빌레뜨 공원의 건축적 접근은 전통적 공원의 자연성의 상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비평을 아끼지 않는다. 뉴욕의 센트럴 파크와 같은 근대적 공원이 갖는 근본적 자연성(비록 유사 자연이긴 하지만)의 부재도 이 공원을 비켜나게 보는 하나의 시각이랄 수 있다. 결국 라 빌레뜨 공원 경관은 자연을 그 나름대로의 하나의 질서로 보는, 짙은 자연관에의 전통을 찾아 볼 수 없는 애틋함이 서려 있다는 것이다.
라 빌레뜨 공원 경관을 처음 대하면서 치솟았던 도파민적 감흥은 이렇듯 건축적 비평에 이르러서는 그만 허상에 이르고 만다. 결국 라 빌레뜨 공원 경관은 부지를 활성화시키고 현실적으로 질서를 부여한 측면이라기보다는 도면에서의 그려진 그래픽적 형태들이 아무런 의미 없이 보여 질 뿐이고, 따라서 이것은 공간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종이위에 별 모양을 한 축에 그어 단지 별을 그린 것과 같은 단순 그리기 형국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라 빌레뜨 공원 경관은 디자인 의도에 의하여 계획된 것이지만 결코 건축언어, 공간언어에 의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호된 질책을 받는 입장에 서게 된다.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