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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FLA 2022] IFLA 2022를 만든 사람들
    조직위원장 조경진 한국조경학회 회장, 서울대학교 교수 이홍길 한국조경협회 회장, 길디앤씨 대표 심왕섭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 사무총장 안세헌 가원조경설계사무소 대표 노영일 예건 대표 기획위원회 김아연 위원장,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스튜디오 테라 대표 조용준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 학술위원회 배정한 위원장, 서울대학교 교수 신명진 유엘씨프레스 에디터 심지수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 홍보위원회 서영애 위원장, 기술사사무소 이수 대표 최영준 서울대학교 교수, 랩디에이치 대표 최혜영 성균관대학교 교수 산업·재정위원회 오화식 위원장, 사람과나무 대표 이형철 디자인파크개발 부사장 이주은 팀펄리 L&G 대표 남은희 한울림조경 대표 이호영 HLD 대표 김시인 시플랜 대표 학생위원회 김영민 위원장,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권윤구 전남대학교 교수 김순기 순천대학교 교수 김창국 호남대학교 교수 전진현 부산대학교 교수 지역위원회 김농오 위원장, 목포대학교 명예교수 김도균 순천대학교 교수 임희진 광주지역부위원장 설구호 장안 대표 김형석 남해종합건설 대표 사무국장 남기준 환경과조경 편집장 특별자문위원회 황희 위원장, 국회의원 강태호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고영창 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 회장 김규열 한국조경수협회 회장 김농오 목포대학교 명예교수 김도균 한국조경학회 호남지회 회장 김동형 전라남도 종가회 운영위원 김요섭 한국놀이시설·조경자재협회 전 회장 김종국 한국엔지니어링조경협의회 회장 박명권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회장 박원제 한국건설기술인협회 조경기술인회 회장 박재영 광주전남연구원 원장 박태근 한국조경협회 부산시회 회장 안동만 전 IFLA 한국대표 양재혁 소쇄원 원장 오동호 한국섬진흥원 원장 오순환 조경지원센터 센터장 옥승엽 조경시설물공사업협의회 회장 이문석 한국조경협회 대구경북시도회 회장 이웅규 한국도서(섬)학회 회장 이재흥 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식재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협의회 회장 이정현 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위원회 위원장 이한호 쥬스컴퍼니 대표 임희진 전 광주시 건설본부 본부장 정길균 한국놀이시설·조경자재협회 회장 정태열 한국조경학회 영남지회 회장 조동범 전남대학교 교수 주신하 한국경관학회 회장 최종희 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 한일근 한국조경협회 울산시회 회장 홍광표 한국정원디자인학회 회장 황지해 디자인 뮴 대표
  • [IFLA 2022] 광주에서 만난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
    2022년은 한국 조경 역사에 뜻깊은 해로 기억될 것이다. 올해는 한국 조경이 5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자, 세계조경가대회를 한국에서 개최한 해다. 세계조경가대회는 세계조경가협회(IFLA)가 주최하는 대표적인 국제 행사로, 1992년 경주에 이어 30년 만에 세계 조경가들이 광주에 모였다.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는 8월 31일부터 9월 2일까지 사흘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와 그 일대에서 진행됐다. 서울, 경주, 무주에서 열렸던 제29차 세계조경가대회의 주제는 ‘전통과 창조’로 전통 유산이 가진 가치의 계승에 주목했다면, 이번 대회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공공적 가치의 회복에 주목했다. 대회 주제인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Re:public Landscape)’는 조경의 공공 리더십 회복을 의미한다. 팬데믹, 기술 혁명 등 급격한 변화를 마주하고 있는 시대에서 조경이 지닌 공적 가치와 조경가의 역할에 주목했다. 사흘간 40여 개국 약 1,500명의 조경가들이 모여 동시대 도시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변화, 환경 위기, 팬데믹, 도시 쇠퇴 등의 난제를 풀어갈 해법을 논의했다. 기조 강연, 스페셜 세션, 논문 발표 등 학술 행사부터 한국 조경 산업의 트렌드 살필 수 있는 K-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 엑스포 등 다양한 전시, 한국의 자연과 역사를 체험하는 투어까지 이번 대회에서 선보인 주요 프로그램을 살펴본다. 개막식 개막식은 8월 31일 오전 10시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개막식에는 제임스 헤이터(James Hayter, IFLA 회장), 조경진(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 조직위원장)을 비롯해 기조 강연자 정근식(서울대학교 교수), 크레이그 포콕(Craig Pocock, 베카 디자인 스튜디오 대표), 앙리 바바(Henri Bava, 아장스 테르 대표) 등을 포함해 약 1,500명의 조경인이 함께했다. 제임스 헤이터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서 지속가능한 조경 설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경진 조직위원장은 한국 조경 50주년을 맞이해 열린 이번 대회의 의미를 되새기며 행사를 지원한 광주시, 국내외 기조 강연자, 스폰서, 파트너 등에게 감사를 표했다. 아울러 미래 세대의 인사말도 이어졌다.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 재학 중인 조담빈은 세계조경가대회를 통해 조경의 가치에 대해 배우게 된 소감을 말했다. 시상식과 공연도 펼쳐졌다. IFLA 회장상(IFLA President Award 2022), 제프리 젤리코 상(IFLA Sir Geoffrey Jellicoe Award 2022), IFLA 학생샤레트(IFLA Student Charrette Award 2022) 등 다양한 시상식이 열렸다. IFLA 회장상은 글로리아 아폰테(Gloria Aponte)가 수상했으며, 제프리 젤리코 상은 아드리안 회저(Adriaan Geuze, West 8 대표)가 수상했다. 학생샤레트 1등은 ‘오픈 월(Open Wall)’ 팀이 차지했다. 국악 그룹 해음과 달음이 가야금과 거문고 연주를 통한 퓨전 국악을 축하 공연으로 선보였다. 첫날 저녁에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5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오프닝 리셉션이 펼쳐졌다. 오프닝 리셉션에서는 축하공연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안은미컴퍼니가 ‘조화타령’을 선보였고, 위드와 온도는 각각 아카펠라와 퓨전 국악을 들려줬다. 전시와 시상식 대회 첫날 김대중컨벤션센터 1층 전시홀에서는 2022 제12회 대한민국 조경대상과 제19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시상식이 열렸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조경학회가 주최하는 조경대상의 시상식에는 조경진(한국조경학회 회장)의 환영사에 이어 박연진(국토교통부 과장)의 축사가 있었다. 대통령상은 평택고덕 공공정원 ‘같이’의 가치가 수상했으며, 국무총리상은 국립세종수목원이 수상했다. 제19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은 늘푸른재단이 후원하고 한국조경학회, 한국조경협회,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제19회 대전의 주제는 이번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의 주제와 동일하게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였다. 대상은 ‘공존–양보의 미학(Coexistence-Aesthetics of Concession)’의 김솔지, 최지윤(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팀이 수상했다. 대회 내내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김대중컨벤션센터 1층 로비에는 영국 첼시 플라워 쇼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황지해의 작품 ‘태양의 뜨개: 골바람이 낳은 딸’이 전시됐다. 1층 전시홀에서는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대한민국 조경대상, IFLA 학생설계공모전 수상작 전시회,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작품 전시 등 다양한 전시를 선보였다. K-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 엑스포는 대한민국 조경 기술의 발전된 모습을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자재 업체 중심의 전시에서 벗어나 건설사, 공공기관, 엔지니어링 및 설계사무소까지 다양한 분야가 참여해 국제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에 힘을 보탰다. 또한 제품과 브랜드 전시 외에도 취업박람회, 토크콘서트, 나는 조경가다! 확장편,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등 일반 시민들이 쉽고 유용하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기조 강연 정근식의 기조 강연을 필두로 사흘간 9개의 기조 강연이 이어졌다. 정근식은 냉전이 세계 곳곳에 남긴 군사 경관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되짚었다. 이어서 앙리 바바와 크레이그 포콕은 도시의 변화를 주도한 조경의 역할과 저탄소 디자인의 필요성에 대한 강연을 선보였다. 둘째 날은 김아연(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캐서린 나이젤(Catherine Nigel, 시티 파크 얼라이언스 전무이사), 아드리안 회저의 강연이 이어졌다. 김아연은 조경이 지닌 메타 언어의 가능성을 진단했고, 캐서린 나이젤은 미래 도시공원의 역할과 가치를 강조했다. 아드리안 회저는 단순한 실현 이상으로 상상을 구현하는 시적 경관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마지막 날에는 김정윤(하버드 GSD 교수), 질리언 월리스(Jillian Walliss, 멜버른 대학교 교수)와 하이케 라만(Heike Rahman, RMIT 교수), 이만의(한국온실가스감축재활용협회 회장)가 무대에 올랐다. 김정윤은 기후변화 시대의 조경가 역할을 강조했고, 질리언 윌리스와 하이케 라만은 문화적 맥락을 바탕으로 한 독창적 디자인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만의는 담양의 사례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도시 정책에 대해 발표했다. 스페셜 세션 건축공간연구원과 문화재청은 각각 스폐셜 세션을 주관했다. 첫날 오후 2시에는 건축공간연구원 스페셜 세션이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주제는 ‘기후변화와 팬데믹 이후의 도시공원과 공공 공간’으로 국내외 전문가의 발제와 토론이 이루어졌다. 제프 호(Jeff Hou, 워싱턴 대학교 교수), 박소현(코네티컷 대학교 교수), 이은석(건축공간연구원 부연구위원)의 발제에 이어 제임스 헤이터, 캐서린 나이젤, 정욱주(서울대학교 교수), 고정희(써드스페이스베를린 대표)의 토론이 진행됐다. 둘째 날 오후 2시에는 문화재청 스페셜 세션이 열렸다. 주제는 ‘전통 정원의 보존 관리’로 엘리자베스 브라벡(Elizabeth Brabec, 매사추세츠 대학교 교수), 토모키 카토Tomoki Kato(교토 예술대학교 교수), 매리언 허니(Marion Harney, 배스 대학교 교수), 신현실(우석대학교 교수)이 발제를 맡았다. 김영모(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이상석(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손용훈(서울대학교 교수), 진혜영(국립수목원 과장)이 토론의 패널로 참가했으며, 기후변화와 개발의 위기 속에서 역사 정원의 보존과 활용의 균형에 대한 문제를 중요하게 다뤘다. 라운드 테이블 둘째 날 오후에는 학생, 교육자, 밀레니얼 연구자 라운드 테이블이 진행됐다. 학생 라운드 테이블은 전국 조경학과 학생 대표단의 기획으로 이루어졌다. 국내외 조경학과 학생들이 레크리에이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의 꿈과 현재의 생각을 표현하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교육자 라운드 테이블은 유럽과 아시아를 비롯한 다양한 국가의 교육자들과 학생들의 활발한 참여로 진행됐다. 김태경(강릉원주대학교 교수)의 환영사로 시작해, 이재호(서울시립대학교 교수), 김유진(강릉원주대학교 교수), 하이리예 에슈바흐 툰차이Hayriye Eşbah Tunçay(이스탄불 공과대학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토론의 주제는 설계 스튜디오에서 글로벌 이슈를 다루는 데 있어서 지역적 특수성에 대한 고려, 연구와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스튜디오 방식, 새로운 기술과 미디어 세대들의 설계 특성 관찰 등 다양한 교육자들의 경험이 공유됐다. 유엘씨프레스(ULC Press) 주최로 진행된 밀레니얼 연구자 라운드 테이블은 앞으로 도시의 조경을 만드는 데 있어서 주목해야 할 요소가 무엇일지 살펴보고 나라별 특징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독일, 에스토니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폴란드, 한국의 연구자와 실무자가 모여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조경가와 정치가 사이의 관계 설정, 그린 인프라 구축, 공간의 재생, 팬데믹 시대에서 조경의 역할 등 다양한 주제가 논의됐다. 학술논문발표 가장 중요한 일정이라 할 수 있는 학술논문발표회에는 22개국의 조경학자와 조경가 120여 팀이 참여해 최신의 정보와 연구를 공유했다. 기후변화 대응 조경 계획과 설계, 회복탄력적 환경 설계, 도시 쇠퇴 등 최근의 세계적 이슈뿐만 아니라 용산공원, 한국적 도시재생 등 다양한 주제의 학술 논문이 발표되어 토론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논문 초록을 묶은 책은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땅에 쓰는 시’와 투어 잠시 쉼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도 제공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조경가 정영선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땅에 쓰는 시’가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상영된 영상은 이번 대회를 위해 제작된 30분 분량의 특별판이다. 다큐는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대한민국 1호 여성 조경가의 발자취와 한국 조경에 큰 획을 그은 그의 작품을 조명한다. 둘째날에는 정영선 조경가와 정다운 감독, 조경진 교수가 함께한 시네 토크가 진행됐다. 영상 시청 후 진행된 시네 토크에서는 정영선의 조경관, 감독의 제작 의도와 소감 등 다양한 이야기를 청중과 나눴다. 포스트 투어를 포함한 세 가지 투어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첫날과 둘째 날은 전문해설사와 함께 하는 1시간 정도의 워크 앤 토크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양림동, ACC, 푸른길 공원 등 세 개 코스를 통해 참가자들이 광주의 도시 서사를 체험했다. 마지막날에는 무등산, 죽녹원, 광주생태호수공원 등 세 개 코스의 테크니컬 비지트를 반나절 동안 진행했다. 투어 참가자들은 광주 주변 지역의 생태, 문화, 역사 체험을 통해 한국의 자연과 남도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폐막식 다음날 진행된 포스트 투어는 순천, 목포, 보성 일대를 둘러보는 세 개 코스로 진행됐다. 한국의 전통 유산부터 전라남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중인 정원 문화와 새로운 도시 아젠다를 살펴보는 기회를 제공했다. 폐막식 폐막식에는 국내외 조경가, 지역 주요 인사, 광주광역시장이 참석했다. 안세헌(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힘든 시기에 개최된 세계조경가대회가 성황리에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준 참가자와 서포터즈에게 감사 인사를 보내며 조경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빛고을 광주에서 열린 세계조경가대회의 성공을 축하하고 세계 각지에서 모인 조경가에 존경을 표하며 다시 광주에 찾아줄 것을 청했다. IFLA 학생설계공모전 시상식도 진행됐다. 시상식에서 제임스 헤이터 회장은 공모전 후원자인 박명권 대표(그룹한 어소시에이트)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룹한은 지난 15년간 매년 이 공모전을 후원해왔다. 박명권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어려운 시기임에도 학생들의 많은 참여로 이루어진 공모 과정을 치하하고, 미래 세대가 조경에 관심을 가지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는 일에 앞으로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차기 세계조경가대회 조직위원회에 대회기를 이양하는 시간을 가졌다. 2023년 9월 28일에서 29일까지 나이로비와 스톡홀름 두 도시에서 동시 개최될 차기 세계조경가대회의 주제는 ‘긴급한 상호작용(Emergent Interaction)’이다. 차기 대회는 기후변화 대응, 사회적 공정, 생물종 다양성을 위한 조경가의 활동을 잇는 네트워크를 지향하는 동시에, 새로운 형식의 집단지성 기반의 문제 해결, 국경을 넘어서는 전략, 아이디어와 디자인 협력 등을 탐색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제임스 헤이터 회장의 폐회사로 행사가 마무리됐다. 그는 세심한 프로그램으로 행사를 기획한 한국조직위원회에 감사 인사를 하며 여정을 함께한 참가자들에게도 경의를 표했다.
    • 금민수
  • [IFLA 2022] 세계조경가협회 이사회 회의
    대회 개최 이틀 전, 세계조경가협회 이사회 회의(IFLA World Council Meeting)가 열렸다. 8월 29일부터 8월 30일까지 양일간 진행된 회의에 조경진 회장(한국조경학회)이 한국 대표로 참여했다. 회의 1일차 오전, 세계조경가협회 회장단과 각국 대표, 옵서버 40여 명이 모여 회의를 진행했다. 제임스 헤이터(James Hayter) 회장(IFLA)은 최근 세계조경가협회IFLA는 기후변화, 식량 안보, 건강과 웰빙, 토착 문화 보존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하며, 조경가가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7가지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1가 조경과 깊게 관련되어 있음을 설명하는 책자를 세계조경가대회 행사장 곳곳에서 배포하기도 했다. 이어 다양한 조경 이슈를 공유하는 토론이 진행됐다. 차기 IFLA 회장에는 뉴질랜드 웰링턴 빅토리아 대학교 교수 브루노 마르케스(Bruno Marques)가 선출됐다. 오후에는 미국조경가협회(ASLA, American Society of Landscape Architects)가 진행하고 있는 ‘직무/태스크 분석(Job Task Analysis, JTA)’을 전 세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JTA는 ASLA가 운영하는 조경가등록시험(Landscape Architect Registration Examination, LARE)의 기초를 이루는 조경 실무 연구다. 미국의 경우, 조경등록위원회(Council of Landscape Architectural Registration Boards, CLARB)가 연구를 맡아 조경가의 업무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정리해 보고서를 펴내고 있으며, 홈페이지에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2 이후 홍보 및 대외 업무분과, 전문실무 및 정책분과별 토론이 이어졌다. 회의 2일차에는 IFLA 업무 매뉴얼 소개와 회계 보고가 진행됐다. 워킹 그룹은 조경 수준 향상을 위한 교육 인증제를 논의했고, 오후에는 5개 지부(유럽, 아시아–태평양, 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별 토론을 진행했다. 정리: 조경진, 김모아 *환경과조경414호(2022년 10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1.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는 다음의 17가지다. 1. 빈곤 퇴치 2. 기아 해소와 지속가능한 농업 3. 건강과 웰빙 4. 양질의 교육 5. 성 평등 6. 깨끗한 물과 위생 7. 저렴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8.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 성장 9. 산업 혁신과 인프라 구축 10. 불평등 완화 11. 지속가능한 도시 12.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 13. 기후변화 대응 14. 해양 생태계 보존과 지속가능한 이용 15. 육 상 생태계 보존과 지속가능한 이용 16. 평화로운 사회를 위한 제도 구축 17.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위한 파트너십 강화 각주 2. www.clarb.org/task-analysis
    • 김모아
  • [IFLA 2022] 기조강연
    전환기 냉전 경관의 변화 _ 정근식(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냉전 시대에 만들어진 경관을 보존하고 해체하는 과정은 한국 경관에 대한 이해와 접근 그리고 미래 계획에 있어 중요한 자원이다. 경관은 정치적 측면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가치를 담고 있고, 역사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한국의 경우 냉전 경관이 휴전선 경계에서 땅, 바다, 강 곳곳에 상징으로 남아있다. 냉전 경관의 시작점은 한국 전쟁의 폐허다. 버려진 공간과 건물은 냉전 경관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한다. 1968년 강철 울타리와 철조망이 경계를 따라 놓이고, 1970년대 연평도에 용치가 설치되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재건촌과 통일촌의 건설, 베트남전 이후 연달은 땅굴 발견에 따른 국가 안보 강화까지, 냉전 경관은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지하의 보이지 않는 것, 심리적인 측면까지도 포함한다. 즉, 냉전 경관은 통합적 개념이다. 한편 최근 냉전 경관에 대한 관광이 늘어나며 상징적 경관으로 변모하고 있고, 냉전 경관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변화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평화 관광의 확대이며, 북한과 소통이 계속되면서 유해 발굴이 시작되기도 했다. 오늘날 냉전 경관은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최근 개관한 DMZ 박물관은 냉전 경관의 변화라는 의미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예술에서 DMZ에 관심을 보이며 보안과 제한이라는 개념이 미적으로 재현되고 있기도하다. 이에 더해 국제적 상징성을 지닌 판문점과 2018년 문화재로 등록된 GP 포스트 등이 바뀌는 시선을 보여준다. 정리하자면, 전환기 냉전 경관의 인식 변화는 휴전, 베트남전 이후, 남북 대화라는 세 단계로 정리할 수 있다. 이처럼 정치적 상황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앞으로 냉전 경관의 인식 변화를 계속 살펴보면서 이 공간이 우리 국토의 전체 경관에 미칠 영향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정리 신명진 조경이 이끄는 도시계획 _ 앙리 바바(Henri Bava, 아장스 테르 대표) 기후변화는 이론이나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조경가가 총괄자로서 도시계획 전반을 이끌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한 몇 가지 이론이 있지만, 그 이론이 제시하는 것 이상으로 조경가의 작업은 도시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즉 조경이 이끄는 도시계획이다. 베르사유의 경우 정원과 도시가 함께 고안된 사례다. 앙드레르 노트르(André Le Nôtre)는 이를 위해 다학제 팀을 구성해 새로운성과 궁원을 조성하고, 건축과 수공간을 조직하는 틀로 경관을 차용했다. 1859년, 나폴레옹 3세는 파리 재건축을 시작했다. 루이–쉴피스 바레(Louis-Sulpice Vare)는 볼로뉴 숲을 공공을 위한 정원으로 탈바꿈시켰고, 아돌프 알팡(Adolphe Alphand)은 파리 도시 조직을 바꾸기 위해 도시 내 프롬나드를 통해 대형 녹지를 연결했다. 이후 건축 중심의 모더니즘 도시계획이 성행했지만, 그럼에도 소셋 공원(Sausset Park)과 보르도 부두(Dock of Bordeaux) 프로젝트를 이끈 미셸 코라주(Michel Corajoud) 같은 조경가가 도시계획에 참여해 일상을 녹여냈다. 그의 업적은 오늘날 코라주의 아이들이라 불리는 그의 제자를 통해 이어지고 있다. 낭트 섬(Ile de Nantes) 프로젝트 총괄 리더인 알렉산드르 체메토프(Alexandre Chemetoff), 사클레 대학 부지(Parc Campus of Saclay) 총괄 리더 미셸 드비인(Michel Desvigne), 에코–쿼티어 플로버(Eco-quartier Flaubert) 총괄 리더 재클린 오스티(Jackquelien Osty), 나와 함께 아장스 테르(Agence Ter)를 설립한 미셸 오슬레(Michel Hössler)와 올리비에 필립(Olivier Philippe) 모두 코라주의 아이들로 도시계획을 이끌고 있다. 조경가는 ‘조경이 이끄는 도시계획(landscape-led urbanism)’을 통해 우리의 행성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 결국 조경가가 실천해야 할 것은 경관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철학자 볼테르가 말했 듯, “우리는 정원을 가꿔야 한다.” 정리 신명진 탄소 배출량을 고려하는 조경설계 _ 크레이그 포콕(Craig Pocock, 베카 디자인 스튜디오 대표) 나라마다 경관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다른지 알고 싶어 세계 여행을 시작했다. 물이 부족한 사막이 대부분인 요르단에서 일하며 조경에 대한 인식이 나라마다 천차만별임을 알게 됐다. 더불어 조경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이 친환경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인지했고, 때로는 경관과 환경을 망치는 주범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후 뉴욕에서 일하며 탄소 배출 이야기를 접했다. 조경가 한 명이 작업할 때 배출하는 평균 탄소량은 연간 1,100톤에 달한다. 이는 조경가가 하는 작업이 가진 생태적 가치에 대한 재논의가 절실함을 의미한다. 조경가가 사용하는 소재와 그 사용 방법 등에서 많은 탄소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의 설계 방식 자체에 탄소가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경관을 설계하고 조성하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도시를 새롭게 바꿀때마다 수많은 탄소가 배출된다. 부수고 다시 짓기보다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적용해 공간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변화가 과연 필요한지 확인함으로써 개입을 최소화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설계 방식에 따라 경관을 관리하는 데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달라진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우리는 녹지를 사랑하지만, 녹지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탄소가 배출된다. 샌 안토니오의 하드버거 공원(Hardberger Park)을 보면, 잔디밭이 없다고 해서 공원의 활용도가 낮아진다고 보기 어렵다. 캠핑장, 놀이터, 커뮤니티 공간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원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경에서 탄소를 줄일 수 있는 열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우리에게 탄소 발생과 관련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한다. 2. 학계와 업계가 함께 문제를 도출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3. 탄소 저감을 국제적 교육 커리큘럼에 포함시킨다. 4. 설계 언어에 ‘탄소의 켜’를 추가한다. 5. 도시 재조성 속도를 낮추고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경관을 만든다. 6. 경관 관리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 7. 시장 경쟁을 통해 조경 분야의 탄소에 대한 태도를 바꾼다. 8. 탄소 배출 문제를 최우선 해결 사항으로 삼는다. 9. 자유 시장 가치를 이용해 조경 분야가 배출하는 탄소발자국을 줄인다. 10. 설계 분야에 기후변화를 다루는 어워드와 상을 제정한다.정리 신명진, 김모아 조경으로 말하기: 공통 언어로서 조경을 위한 중간 영역의 실천 _김아연(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스튜디오 테라 대표) 개발 지향적 도시 건설 과정에서 타자인 자연을 대변해온 조경은 고유의 언어로 소통하고 있는가. 최근 자연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면서 건축과 도시 전문 분야뿐 아니라 예술과 대중 문화도 유행처럼 자연과 식물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조경이 다루는 풍경이 현대 디자인과 문화를 아우르는 공통 언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자연–도시 복합 생태계의 작동 기작과 조경에 내재된 어휘와 문법을 공유하지 않는다면, 녹색을 향한 대중적 욕망은 한 장의 이미지로 소비될 것이다. 소통을 위해서는 공통의 언어가 필요하다. 약자는 강자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 강자의 질서와 문화에 동화되는 가운데, 약자는 그들 고유의 언어를 잊기 쉽다. 우리는 세계가 우리의 말에 귀 기울일 때까지 조경 언어 고유의 의미와 문화를 (재)생산하고 그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한다. 풍경은 자연과 인간의 중간 영역에만 존재하는 매체다. 풍경은 우리 삶을 관통하며 사유를 규정하는 모국어이자 미래 도시 분야의 공통 언어로, 새로운 세계와 건강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 공통의 가치를 지향하는 새로운 메타 언어가 될 수 있다. 나는 조경 작업에 내재한 가치와 비전을 대중적 언어로 전달하는 설치 작업와 조경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조경의 핵심 가치를 시간의 기록(archiving time), 땅의 존중(respecting ground), 일상의 축복(celebrating everyday), 유산의 창조(creating heritage) 라는 네 가지 개념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기후위기의 시대, 개발 지향적인 도시에서 근본적인 태도의 변화를 견인할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 정책은 결국 대중의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과 행정가들을 움직여야 만들 수 있고, 이들을 움직이는 것은 대중의 인식이다. 대중의 자연과 도시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우리, 조경가가 하는 일들의 가치를 보다 쉬운 대중적 언어로 번역해 소통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조경의 이름으로, 조경의 가치를 공유하고자 하는 작은 실천으로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더 큰 변화를 견인하는 동력을 만들 수 있다. 조경을 언어로 실천하는 일, 궁극적으로 대중의 마음과 태도를 변화시키는 첫 발걸음이 될 수 있다.글 김아연 도시공원의 가치와 미래 역할 _ 캐서린 나이젤(Catherine Nagel, 시티 파크 얼라이언스 전무이사) 시티 파크 얼라이언스(City Parks Alliance)는 1990년대 쇠퇴하던 미국 도시공원을 활성화하고 재정을 정비해 공간의 활용성을 확장하고자 만든 국가 단위의 조직이다. 도시공원의 재활성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공원을 보존 및 발전시키는 것이 주요 역할이다. 올해는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의 탄생 200주년이다. 옴스테드가 활동한 19세기 미국 동부는 이민자 인구가 급격히 증가해 사람들의 물리적, 정신적 건강을 뒷받침해줄 공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태였다. 옴스테드는 이 공공 공간을 유연하게 설계해 다양한 활용 방법을 꾀했다. 그는 ‘에메랄드 네클러스(Emerald Necklace)’라 불리는 공원 시스템을 통해 도시 인프라 차원의 녹지 체계를 구축하고, 대규모 녹지와 녹지를 잇는 녹지대 ‘파크웨이’를 만들어 미국 도시를 발전시켰다. 최근 팬데믹으로 도시공원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고, 조경가가 해결해야 할 새로운 과제가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도시공원은 아주 오래전부터 도시민의 정신 건강을 책임져왔다. 도시위기 시대의 공원은 사람들에게 응급처치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쓰였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던 때에도 자연을 즐기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적극 활용되었다. 하지만 모두가 이 도시공원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시티 파크 얼라이언스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공원 예산 지원이 모든 지역에 공평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공원은 도시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팬데믹은 우리가 도시를 설계하는 방식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우리는 모두 공원 옹호론자가 되어야 하며, 조경가의 역할이 커지는 데 대응해야 할 것이다. 정리 신명진, 김모아 시와 같은 경관, 조경가의 역할 _ 아드리안 회저(Adrian Geuze, 2022 제프리 젤리코 상수상자, West 8 대표) 처음 조경 작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새로운 것을 실험하고, 상상하며 시를 쓰듯 경관을 만드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실현가능성을 생각하기보다 상상 속 경관과 환상을 모델로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간 미국 찰스타운의 이끼 작업, 골프장을 식물원으로 탈바꿈시킨 휴스턴 식물원, 프랭크 게리와 함께 작업한 마이애미 해변가의 음악 학교와 주차장, 박물관 그 자체가 경관을 이루는 그랜드 이집트, 캐나다의 토착 식물의 목재로 만든 토론토 워터프런트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특히 토론토 워터프런트는 대상지의 여건과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소재를 적극 활용한 프로젝트다. 경관의 시스템과 엔지니어링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장식적 요소와 문화적 켜를 더해 시적 경관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디자인은 기후변화, 토양, 수질, 생태계 자생 능력 등을 고려한 엔지니어로서의 소양을 바탕으로 시작해, 자연과 문화의 융합 그리고 유머를 통해 완성된다. 또한 조경가는 공간을 꽉 채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독창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유를 남겨두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정리 신명진, 김모아 ‘조경가처럼 생각하기’는 어떻게 지구를 구원하는 데기여할 수 있는가 _ 김정윤(오피스박김 대표, 하버드 GSD 교수) 매해, 매 계절마다 우리가 직접 몸으로 겪고 있는 기후의 변화는 이제 동의를 이뤄내려는 노력이 더 이상 필요치 않을 정도로 명확해졌다. 쓰레기 매립을 줄이기 위해 열심히 재활용품을 분리수거하고, 되도록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교양 있는 시민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도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를 조경가라 부르기 위해 면허가 필요한 전문가로서 우리는, 전인류 공통의 위기인 기후변화의 심화 속도를 늦추고 그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만의 방법론과 지식으로 기여해야 한다. 조경가는 인접한 다른 전문 분야와 스스로를 차별화할 수 있는 교육을 받은 뒤 실제 그 지식을 적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프로젝트를 통해 훈련하며 전문성에 깊이를 더하게 된다. 미국의 지질학자이자 교육자인 피터 그로프만(Peter Groffman)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는 “조경가는 내가 연구하는 주제를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고, 그래서 언제나 조경가와 대화하고 일하는 것은 즐겁다”라고 말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조경가는 사회로부터 실행하기를 기대받는 전문가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조경가는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사람들인가. 먼저, 조경가는 작은 정원에서부터 대륙의 스케일까지 다룰 수 있는 교육을 받았다. 내가 오피스박김의 프로젝트와 하버드 GSD의 설계 스튜디오를 통해 10평짜리 정원부터 시베리아 대륙의 미래까지 다루듯, 나무 한 그루를 심는 일부터 한 지역과 국가, 대륙의 단·장기 공간적 미래를 계획하는 일 모두 조경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실행될 수 있고 실행되어야 한다. 둘째, 조경가는 공간을 수평적으로 다루며 동시에 수직적으로 사고할 수 있다. 보통 실무에서는 1~2m 깊이의 단면만을 다루지만, 기후변화의 시대를 맞아 지하 100m, 지상 1,000m까지 우리의 수직적 사고를 확장해야 한다. 그래야만 조경설계가 지하수, 흙, 탄소의 흐름, 공기의 질을 비롯해 바로 지금 우리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기후 요소에까지 닿을 수 있다. 오피스박김의 양화한강공원 프로젝트가 여름철 범람 후 펄의 이동을 조절해 유지·관리의 수고를 덜고 호안에 새로운 생태계 형성을 유도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치밀한 단면 설계 덕분이었다. 셋째, 위의 두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조경가는 과학자, 기술자 등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의 협업이 언제 어디서든 가능하도록 준비된 상태여야 한다. 하버드 GSD 설계 스튜디오에서 보스턴의 버려진 지하철 기반 시설을 기후변화 시대의 새로운 유형의 공공 장소로 제안할 수 있었던 것은 수리엔지니어, 지질학자, 도시역사학자, 생태학자와의 연구 교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조경적 방법과 지식을 매일의 프랙티스와 연구를 통해 사회에 보여주고 공간으로 실현시킨다면, 조경가는 지구를 기후변화로부터 구원하는 일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글 김정윤 리:바이탈라이징Re:vitalising 디자인 프랙티스 _ 질리언 월리스(Jillian Walliss, 멜버른 대학교 교수) _ 하이켄 라만(Heike Rahmann,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교 교수) 조경 디자인은 본질적으로 문화에 뿌리를 둔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우리는 디자인이 균질화되고 정체성이 상실되는 과정을 목격했다. 『월드 랜드스케이프 프론티어World Landscape Frontier』의 에디터 데미안 홈즈Damian Holmes는 올해 초 조경이 국제적으로 위상이 높아졌지만 디자인 접근 방식을 하나로만 수렴시켰다는 후미아키 타카노(타카노 랜드스케이프 플래닝 대표)의 견해를 공유했다. 조경 디자인 방식은 이제 맥락과 문화에 상관없이 전 세계에 적용할 수 있는 툴킷이 되었다. 어쩌면 조경가 스스로 이 상황을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똑같은 교육과 정책에 따라 문화적 차이, 특히 근대성에 대한 비판적 반성이 없는 상황에서 조경설계가 성장했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서양 양식 위주의 획일적 조경설계가 나타나고 있다. 표준화된 해결책과 툴의 적용을 장려하는 작업 방식, 특정 개념화 방법을 강조하는 현재의 방식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이러한 프레임은 작업에서 출연한 지식을 이해하는 방식을 무비판적으로 제한하는 프로페셔널 어워드에 의해 더욱 강화된다. 어워드의 규정은 설계자가 특정 문화적 영향을 감소시킨 일반화된 유형 또는 규모 범주로 설계 접근 방식을 설명하도록 권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대회의 학생설계공모전 심사를 진행하면서도 논리적인 분석 방법으로 만든 작업들이 매우 유사한 결과물을 보이고, 문화, 창의성, 개성이 결여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토머스 올스(Thomas Oles)와 피비 릭워(Phoebe Lickwar)는 “조경가, 왜 그렇게 심각한가요(Why So Serious, Landscape Architect)”라는 글에서 “조경가가 버즈킬(buzz-kill) 직업이 되어 가고 있다”며 “수리하고, 다시 연결하고, 되찾고, 복원하고, 재생하고, 활력을 되찾아야 한다”고 탄식했다. 실제로 우리는 수업에서 학생들이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 하지 않고 창의성과 호기심 없이 조경설계를 정해진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로 바라보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다시 조경 디자인 프랙티스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다양성을 받아들인다. 특히 조경 직능이 덜 발달된 국가와 지역에서 중요하다. ‘국제’ 전문가를 경계하고 낯선 곳의 새로운 가치와 아이디어를 받아들여야 한다. 직업과 교육에 관한 세계적 권한을 갖는 게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둘째, 학자들이 연구 기관을 벗어나 조경 작업을 이해하고 문서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작업에 참여하게 한다. 현재 실무와 학계는 평행선처럼 놓여 있다. 학계가 디자인 관행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실무자와 협력해 복잡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를 잘 실천한다면 문화적 작업으로 이해되던 조경의 가치와 역할을 되찾고, 미래 세대의 조경가는 수동적 문제해결에 대한 비관주의에서 벗어나 세상에 변화를 만들어내는 디자인의 다양한 방법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정리 김모아 생태도시 담양 _ 이만의(한국온실가스감축재활용협회 회장) 교외의 작은 도시인 담양군은 UN의 글로벌 가이드라인에 따라 계획된 생태도시다. 현재 담양은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로드맵’에 따라 담양 탄소중립 선언문과 조례 제정, 점심시간 전기 소등, 컴퓨터 절전 모드 생활화 등 생활 속 작은 실천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담양의 사례는 기후변화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하는 도시 정책에 교훈을 준다. 생태도시 담양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적용할 수 있는 모델로서 몇 가지 성공 요인과 한계점을 시사하는데, 이를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지역 혁신과 시스템 전환을 촉구하는 계기 마련이 필요하다. 농촌 제도의 변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정책만큼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식도 중요하다. 단체장의 철학과 정책 비전, 위기를 인식하고 이를 기회로 삼는 능동적인 자세에서 지역 혁신과 시스템 전환의 계기가 비롯된다. 둘째, 농촌 시스템 혁신의 핵심 요건은 사람이다. 생태도시로의 전환을 주도할 수 있는 혁신적이고 주도력 있는 공무원, 정치인, 지역 지도자, 전문가와 이들 간의 거버넌스 구축이 성공 요인으로 작용한다. 셋째, 지역 혁신의 장애가 되는 요소를 도출해야 한다. 비합리적인 정치적 영향력과 이해 충돌은 지방자치제의 역기능으로 손꼽힌다. 이와 더불어 중앙정부의 획일적 계획에 의한 하향식 사업 추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안을 마련하고, 축적된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상향식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넷째, 정책을 연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끌어나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조직, 시스템, 재정은 혁신에 필요한 주요 요소다. 장기적 측면에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정리 김모아
    • 김모아
  • [IFLA 2022] IFLA 2022 학생샤레트·학생설계공모전, 제19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IFLA 2022 학생샤레트 주최 IFLA 2022 조직위원회 진행 기간 2022. 8. 28. ~ 8. 30. 시상 내역 1등 상금 1,500 USD 2등 상금 1,000 USD 3등 상금 500 USD 후원 나바 폴만–게르손 재단(Nava Polman-Gerson Foundation)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의 첫 행사로 학생샤레트(Student Charrette)가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개최됐다. 독일, 브라질, 태국, 말레이시아, 그리스, 인도네시아, 케냐, 대한민국 등 8개국 26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학생샤레트의 주제는 광주비엔날레의 일환으로 2011년부터 광주 시내에 설치된 ‘광주폴리(Gwangju FoLLy)’다. 광주폴리는 공공 시설물을 도시 곳곳에 설치하여 건축과 예술을통해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프로젝트로 네 차례에 걸쳐 만들어졌다. 참여 학생들은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조경이라는 매체와 방법을 통해 광주폴리를 새롭게 해석해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다. 학생샤레트는 세 개 스튜디오로 나눠 진행됐다. 나성진(서브디비전 대표)과 전진현(부산대학교 교수, 스튜디오 MRDO 대표)이 튜터를 맡은 스튜디오 1은 대한민국 광주의 맥락 속에 자리 잡은 광주폴리를 다른 맥락의 대상지에 옮겨 새롭게 상상했다. ‘광주폴리가 독일 베를린 시내에, 케나의 대초원에, 브라질의 원시림에 놓인다면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떻게 작동할까’라는 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졌다. 스튜디오 2의 튜터는 백종현(HEA 대표)과 최영준(서울대학교 교수, 랩디에이치 대표)이 맡았으며, 광주 구도심에 위치한 광주폴리를 광주의 신시가지인 첨단지구로 옮기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새로운 공간과 도심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는 첨단지구에 구도심을 재생하기 위한 폴리가 만들어진다면 그 역할과 형태가 달라질 수 있는지 모색했다. 김창국(호남대학교 교수)과 이진욱(한경대학교 교수)이 튜터를 담당한 스튜디오 3은 지금의 광주폴리에 새로운 상상력을 더해서 다른 폴리로 만드는 작업을 했다. 원래의 폴리를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폴리의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냈다. ...(중략)... IFLA 2022 학생설계공모전 주최 IFLA 2022 조직위원회 공모 기간 2022. 4. 18. ~ 4. 29. 시상 내역 분석계획 부문(3점) GROUP HAN Prize for Analysis and Planning 상금 1,500 USD GROUP HAN Commendation Award for Analysis and Planning 상금 1,000 USD IFLA 2022 Organizing Committee Special Award for Analysis and Planning 조경설계 부문(3점) GROUP HAN Prize for Landscape Design 상금 1,500 USD GROUP HAN Commendation Award for Landscape Design 상금 1,000 USD IFLA 2022 Organizing Committee Special Award for Landscape Design 응용연구 부문(1점) GROUP HAN Prize for Applied Research 상금 1,500 USD 후원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IFLA 2022 학생설계공모전(이하 학생공모전)은 1987년 처음 개최된 이후 지금까지 매년 열린 행사로, 조경계의 권위 있는 국제 학생 공모전 중 하나다. 공모전의 주제는 생태적 위기, 문화 유산의 파괴, 사회적 불평등, 전반적인 인간과 환경의 문제 등을 다루며, 대부분은 해당 주최국이 제시한 대회의 주제를 따른다. 이번 학생공모전 주제는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 주제인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Re:public Landscape)’와 동일하다. 2022년부터 분석계획(analysis and planning), 조경설계(landscape design), 응용연구(applied research) 세 부문으로 세분됐다. 기존 공모전에 해당하는 조경설계 부문에 분석계획, 응용연구가 추가된 것이다. 조경가의 역할과 의미가 설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넓은 범위의 계획과 연구까지 확장되고 있고, 이러한 다양한 접근을 학생들에게 권장하려는 취지다. 총 138개의 작품이 출품됐으며, 분석계획 부문 3점, 조경설계 부문 3점, 응용연구 부문 1점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각 부문의 1등작을 소개한다. ...(중략)... 제19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주최 한국조경학회, 한국조경협회,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공모 기간 2022. 7. 5. ~ 7. 7. 시상 내역 대상(1점) 국토교통부장관 상장, 상금 5백만원 금상(1점) 늘푸른재단 이사장 상장, 상금 3백만원 은상(2점) 한국조경학회장·한국조경협회장 상장, 상금 각 2백만원 동상(3점)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장·영남지회장·호남지회장 상장, 상금 각 1백만원 장려상(5점) 환경과조경 발행인 상장, 부상(환경과조경 1년 정기구독권) 입선(10점) 한국조경학회장 상장, 부상(도서출판 한숲 단행본) 후원 늘푸른 제19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시상식이 2022년 8월 31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 1층 전시홀에서 열렸다. 이번 공모전 주제는 세계조경가대회 주제와 동일한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였다. 근대 조경은 산업 도시의 도시 위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공원을 조성하면서 공공적 리더십을 발휘했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터전은 19세기와 다르게 다양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기후변화, 팬데믹, 양극화, 건강 등의 여러 문제를 조경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가 당면 과제다. 조경이 복잡다기한 이슈에 실천적 해법을 제시할 때 전문 분야로서 대사회적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다. 총 126개 출품작 중 본상 7점(대상 1점, 금상 1점, 은상 2점, 동상 3점), 입상작 15점(장려상 5점, 입선 10점)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다음에는 대상작을 소개한다. ...(중략)... *환경과조경414호(2022년 10월호)수록본 일부
    • 이수민
  • [IFLA 2022] IFLA 기념정원과 설치 작품
    IFLA 기념정원, ‘사람의 정원, 자연의 정원’ 2021년 8월 30일, 산림청은 ‘IFLA 기념정원 조성 설계공모’를 개최했다. 대상지는 국립세종수목원 사계절 온실 앞 전시원 일대다. 공모에 초청된 고정희(에지고크리거 대표)·송민원(엠디엘 소장), 김봉찬(더가든 대표), 박승진(디자인 스튜디오 loci 대표), 유승종(라이브스케이프 대표), 송지은·로리 듀수아르(케네디 송 듀수아르 대표)는 ‘정원 유산’이라는 주제에 맞춰 계획안을 제출했으며, 유승종의 ‘사람의 정원, 자연의 정원’이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사람의 정원, 자연의 정원’은 생명들의 세계를 가까이에서 개입하며 관찰할 수 있는 정원이다. 자연의 정원은 사람이 개입하지 않은, 오래된 깊은 자연을 지향한다. 무분별한 침범으로 작은 생물의 세계가 파괴되지 않도록 세심한 지형 설계와 식재 계획을 세웠다. 물이 서서히 빠지는 작은 습지, 물이 오랫동안 고여 있는 작은 연못, 안개구유, 스트리밍 폴(streaming pole) 등을 통해 다채로운 풍경이 형성됐다. 안개구유는 100마이크로미터의 작은 물 입자로 습도를 관리할 뿐 아니라 서식지 미기후를 다양하게 변화시킨다. ...(중략)... IFLA 기념 설치 작품, ‘태양의 뜨개: 골바람이 낳은 딸’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 1층 전시홀과 다목적홀 사이 로비에 영국 첼시 플라워 쇼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황지해(광주환경미술가그룹 뮴 대표)의 ‘태양의 뜨개: 골바람이 낳은 딸’이 전시됐다.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 개최를 기념해 조성된 이 설치 작품은 재활용 탄화목, 전라도 흙, 일엽초, 바람꽃 구절초, 연잎꿩의다리, 길마가지로 식물의 지역성을 향한 존중과 자연과의 공생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중략)... *환경과조경414호(2022년 10월호)수록본 일부
    • 이수민
  • [IFLA 2022] 문화를 담은 조경 아드리안 회저 인터뷰
    2022년 광주에서 개최된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에서 West 8의 아드리안 회저(Adriaan Geuze)가 제프리 젤리코 상(Sir Geoffrey Jellicoe Award)을 받았다. 제프리 젤리코 상은 IFLA가 우리 사회와 환경의 복지에 기여하고 조경학과 업의 발전에 큰 영향을 준 조경가에게 수여하는 권위 있는 상이다. 대회 첫째 날인 8월 31일에는 시상식이, 9월 1일에는 아드리안 회저의 기조 강연이 진행됐다. 그는 그동안 West 8이 수행해온 전 세계의 수많은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발표가 끝난 뒤, 좀 더 심층적으로 그의 설계 철학과 조경에 대한 태도를 듣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수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조성되어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그중 당신이 꼽는 가장 의미 있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가족 중에 누가 가장 좋은가’라는 물음과 비슷하다(웃음). 최고의 프로젝트를 하나만 꼽기는 어렵지만, 마음이 더 가는 프로젝트는 있다. 용산공원도 그중 하나다. 오늘 강연에서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20년 넘게 진행해온 에인트호번 필립스 캠퍼스(Strijp S in Eindhoven), 주빌리 공원(Jubilee Gardens)도 매우 아끼는 프로젝트다. 오래 지속되는 프로젝트의 경우, 과정이 순탄치 못한 경우가 많아 설계가에게 고통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마음이 더 간다고 표현한 건 아닌가.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내가 낳은 아이와 같다. 부모로서 아이를 보호하고 가르쳐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이가 나를 기른다. 아이는 독립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공원 프로젝트에도 자신만의 대사 과정(metabolism)이 있다. 프로젝트는 설계가의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되지만, 부모의 교육을 넘어 아이가 자신의 길을 찾아가듯 프로젝트도 진화해 새로운 상황과 환경으로 나아간다. 조경가는 이 과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는 있지만 제어할 수는 없다. 흘러가는 대로 두어야 한다. 자꾸 변화해 나가는 과정이 힘들기도 하지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프로젝트가 나의 성장을 돕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프로젝트가 나의 마음과 감정에 강한 흔적을 남겼다. 용산공원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10년 넘게 설계 과정에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 실현되지 못했고, 그동안 한국 대통령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용산의 미래는 어떠해야 한다고 생 각하나. 정치적 지형 변화가 공원 조성 과정에도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쳤지만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공원은 아름다운 세라믹 화병이 아니다. 공원은 바뀌어 나가는 사회와 논쟁의 산물이다. 정치의 변화는 역설적으로 새로운 비전, 생각, 가치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오히려 이러한 과정이 잘 작동한다면 용산공원은 한국의 문화와 경관이 집약된 장이 될 것이다. 중요한 점은 남산과 한강을 연결하는 능선의 회복과 이를 가능케 하는 호수, 지역 커뮤니티와 방문객을 위한 연중 이벤트, 여러 문화적 시설의 도입과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다. 용산공원은 정치적 문제가 아니다. 최근 시민 참여가 설계 과정에서 필수적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듣고 수렴하는 태도는 필요하지만, 때로는 설계가에게 상당한 고통을 주기도 한다. 시민 참여를 꼭 필요한 과정이라 여기는지 궁금하다. 21세기에는 필수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주민과 밀접한 환경에 놓인 프로젝트의 경우 더 그렇다. 하지만 동시에 위험하기도 하다. 시민 참여에 집중하다가 프로젝트 자체가 사라진 경우도 많다. 따라서 현명한 방식으로 시민 참여 과정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용산공원을 예로 들면, 이용자 그룹을 다양하게 고안한 뒤 이들의 참여를 이끄는 방식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음식, 어린이 교육, 참전용사를 위한 메모리얼 공간, 문화/예술 이벤트 등 여러 주제를 도출하고, 각 주제에 맞는 이용자 그룹을 모아 그들의 의견과 기술, 노하우를 알아보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면 참여의 성과물을 공원 설계에 반영하기 용이할 것이다. 시민 참여 이야기를 하니, 막시마 공원(Maxima Park)의 일본식 목재 다리가 떠오른다. 네덜란드식 공원 한가운데 일본식 교량을 지은 이유가 상당히 흥미로웠다. 막시마 공원도 긴 시간 진행한 프로젝트 중 하나다. 대부분의 공공 프로젝트가 그렇듯 예산 부족으로 설계안대로 공원을 만들지 못했다. 공원 내에 수로가 있는데, 그 위를 오갈 수 있게 하는 다리가 필요했다. 이미 주민 단체에서 다리 설치를 요구한 상황이었지만 정치인들은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그들은 결국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지역 장애인 공방을 발견했다. 공방의 디렉터와 몇 차례 이야기를 나누며, 간단한 구조의 목재 다리라면 이들이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일본식 목재 다리다. 장애인 공방이 공원의 다리를 만든다고 하니 정치인도 나서기 시작했다. 현재 다리의 수가 12개로 늘어났다. 매우 성공적인 시민 참여의 사례다. 용산공원 프로젝트를 하며 한국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일본과 관련된 문화를 담는 것에 반감이 크더라. 네덜란드라고 해서 다르지는 않지만, 우리는 실용적인 측면을 조금 더 염두에 둔다. 다리 조성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현재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방식을 택해야 가장 쉽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많이 고민했다. 그 뒤 네덜란드식 공원에 일본식 다리를 도입해야 하는 당위성을 찾았다.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에 가면 반 고흐가 에도시대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아 그린 그림이 있다. 그중 이 목재 다리를 그린 그림을 찾았다. 반 고흐의 그림에 담겨 있으니 일본식이지만 이 또한 네덜란드의 문화이자 자산일 수 있다고 시민들을 설득했다. 전 세계의 조경가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디자인, 포용적 디자인의 중요성 등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러 가치 중 당신은 무엇을 가장 우선시하나. 나는 엔지니어로서 교육 받았고, 내 안에는 바다를 막아 땅을 개간한 네덜란드인의 DNA가 있다. 모든 프로젝트는 이러한 나의 배경으로부터 시작된다. 흙과 물을 다루고 생태계의 성장과 진화를 만드는 일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적 측면 또한 중요하게 다룬다. 조경가가 만든 자연에는 문화적 의미가 담겨 있어야 한다. 강연에서 보여준 프로젝트들은 웃음, 따뜻한 마음, 의미, 각자의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공원에는 사람들의 인식, 욕망, 유머, 쇼 등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원에서 사람들이 이를 느끼고 조우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당신에게 조경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바쁜 도시 생활을 하면서 도시를 위해 일한다. 그러나 도시는 매우 설명적이다. 교통, 유틸리티, 심지어 공공 공간까지도 그렇다. 각각의 용도가 있고 그에 맞는 기능을 요구하며 적합한 활동을 하도록 설명이 곁들어져 있다. 조경은 이처럼 미리 정해진 공간에 반하는 것, 즉 해독제가 되어야 한다. 조경가는 자유를 주는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 무엇을 할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공간, 사람들이 직접 활용법을 만들어내는 공간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각자의 문화적 배경 속에서 스스로의 욕구와 욕망을 드러내고, 먹고 마시는 원초적 행위를 영위하며, 포근하게 쉴 수 있는 안식처를 찾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공간의 진정성이 생겨나고 사람들은 그 공간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게 된다. 더 나은 조경은 정해진 규칙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탐구하고 활용하게끔 하는 것이다.
    • 최혜영
  • [IFLA 2022] 라운드 테이블
    밀레니얼 연구자 라운드 테이블 유엘씨프레스(ULC Press)는 9월 1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김대중컨벤션센터 컨퍼런스룸 206호에서 밀레니얼 연구자 라운드 테이블을 열었다. 행사의 공식 명칭은 ‘글로벌 도시 공감: 밀레니얼 연구자 네트워킹(Global Urban Thinker: Roundtable Discussion and Networking for Millennial Researchers)’이다. 6월 말부터 구글 폼으로 참가자를 모집했고 세계조경가대회 및 유엘씨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홍보했다. 배정받은 컨퍼런스룸은 50명 이상을 수용할 만큼 넉넉했다. 밝고 훤한 느낌의 복도에서 문으로 들어오면, 조도를 낮춘 사이 공간을 지나 은은하게 밝힌 ‘ㅁ’ 형태의 테이블을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배치했다. 해외 참가자는 그웬돌린 쿠스터즈(Gwendolyn Kusters, 독일), 틸 니골라(Teele Nigola, 에스토니아), 미칼 자르제키(Michal Zarzeki, 폴란드/영국), 앙헬로 파올로 모굴(Angelo Paulo Mogul, 필리핀), 메이–이 테어(Mei-Yee Teoh, 말레이시아)였다. 모두 실무 경험이 상당한 설계·연구 경력자였다. 한국에서는 손은신(건축공간연구원), 서정완(본시구도), 제갈갑성(IFLA 2022 학생 서포터즈)과 박영석·신명진·임한솔(유엘씨프레스)이 참석했다. 이 밖에도 열 명 내외의 사람들이 뒤편에 마련된 일반 관객석을 오가며 라운드 테이블을 자유롭게 감상했다. 신명진이 한국어와 영어, 두 언어의 동시통역을 맡았다. ...(중략)... 글: 박영석, 신명진, 임한솔(ULC Press) 교육자 라운드 테이블 교육자 라운드 테이블은 조경 교육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로 다양한 국가의 교육자와 학생들이 참여했다. 이재호(서울시립대학교 교수), 김유진(강릉원주대학교 교수), 하이리예 에슈바흐 툰차이(이스탄불 공과대학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여러 교육자들의 경험이 공유됐다. 특히 팬데믹 시대의 교육 방식으로 자리 잡은 비대면 수업의 장단점, 조경의 영역 및 확장성과 관련해 스페셜리스트 혹은 제너럴리스트로서 조경가의 역할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한 심도 있는 토론이 이루어졌다. 김태경(강릉원주대학교 교수)은 환영사에서 우리는 이전보다 더 큰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지난 50여 년간 시행 속에서 겪은 착오를 통해 교육 과정의 수정과 보완해 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아연(서울시립대학교 교수)은 학생들에 대한 비판적 시각보다는 교육 과정의 개선점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며, 학생들은 특히 평가에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평가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략)... 글: 김유진 학생 라운드 테이블 전 세계 조경학과 학생들이 모여 서로의 꿈과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학생 라운드 테이블은 한국 16개 대학교 조경학과 학생회장들이 모여 만든 한국조경학생연합(Korea Landscape Architecture Students Association)이 주최했다. 한국뿐 아니라 오스트레일리아, 중국, 필리핀, 터키 등 다양한 국적의 학생 30명이 참여했다. 참여의 벽 프로그램을 통해 자유롭게 조경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몸으로 말해요 등 다양한 레크리에이션을 통해 서로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서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계정을 공유하고 앞으로의 지속적인 네트워킹을 기대하면서 행사를 마무리했다. ...(중략)... *환경과조경414호(2022년 10월호)수록본 일부
    • 금민수
  • [IFLA 2022] 스페셜 세션
    건축공간연구원 스페셜 세션 첫날 오후 2시 이영범 원장(건축공간연구원)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전문가 주제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세션 주제는 ‘기후변화와 팬데믹 이후의 도시공원과 공공 공간’이었다. 전 지구적 위기라고 할 만큼 기후변화가 극심해진 가운데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을 겪으면서 대대적인 사회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전 세계 약 70%의 인구가 도시에 거주하는 가운데, 코로나 이후 도시에서 공원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도시의 새로운 핵심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도시공원 및 공공 공간에 대한 사례와 미래의 도시공원을 위한 발전 방향과 전략을 살펴보고, 지속가능한 공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첫 번째 강연자 제프 호(워싱턴 대학교 교수)는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도시공원 아젠다’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건강, 커뮤니티, 정책 등 도시공원을 둘러싼 여러 가지 주제와 뉴욕의 도미노 공원 등 관련 사례를 소개하며 팬데믹 이후 도시공원의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두 번째 강연자 박소현(코네티컷 대학교 교수)은 ‘미래 도시공원을 위한 혁신적 사고’를 주제로 발표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도시공원의 필요성과 더불어 조경과 조경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세 번째 강연자 이은석(건축공간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후위기 시대 도시의 회복 탄력성 제고를 위한 그린 인프라 활용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GIS 로직을 이용한 그린 인프라 설계 기법을 소개하며, 도시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그린 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은석은 “그린 인프라는 기술적 영역과 개념적 영역을 포괄하는 의미를 갖고 있어, 정책부터 기술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기후변화 적응에 활용이 용이한 해법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브루노 마르케스(웰링턴 빅토리아 대학교 교수)가 토론의 좌장을 맡았고, 다양한 전문가들이 주제에 대한 팬데믹이 조경에 미친 영향과, 앞으로 조경가의 역할, 현시대의 도시공원 환경 등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중략)... 자료제공: 건축공간연구원, 이은석 문화재청 스페셜 세션 둘째 날 오후에는 문화재청이 주관하는 스페셜 세션이 열렸다. 최근 문화재 보전에 대한 이슈가 다원화되고 특히 조경 분야와 관련성이 높은 정원 유산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세션에서는 국제적인 보전 동향과 영국, 일본 등의 현장에서 보전 관리에 대한 실천 사례가 공유됐다. 행사는 최원일(문화재청 문화재정책국 국장)의 개회사로 시작했으며, 사회는 박정섭(문화재청 운영지원과 과장)이 맡았다. 이상협(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과장)은 “이번 국제학술대회 개최를 통해 문화재청이 주도적으로 전통 조경 관련 국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한국 전통 조경의 독창성과 우수함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발판이 되길 바란다. 또한 후대에 물려줄 국가유산으로서 전통 조경 자원을 발굴하고 이를 보존 관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역사적 정원과 문화 경관 _ 엘리자베스 브라벡(매사추세츠 대학교 교수)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nternational Council on Monuments and Sites, ICOMOS)를 중심으로 한 역사적 정원 및 문화 경관에 대한 지금까지의 활동을 정리하며 역사적 정원과 문화 경관에 대한 보전의 동향을 설명했다. 최근 발표된 보고서인 ‘우리의 과거를 위한 미래’(ICOMOS CCWG 2019)의 내용을 소개하며 문화 경관이 가지는 보편적 가치와 더불어 오랫동안 존재하고 번성한 문화 경관에 담긴 자연에 대한 적응 기술에 대한 연구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략)... 글: 손용훈 *환경과조경414호(2022년 10월호)수록본 일부
    • 금민수
  • [IFLA 2022]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 돌아보기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의 성과와 유산 _ 서영애(IFLA 2022 조직위원회 홍보위원장, 기술사사무소 이수 소장) 2020년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열릴 계획이었던 제57차 세계조경가대회는 코로나19로 인해 2021년으로 연기되어 전면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폐막식에서 광주에서 열릴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 홍보 영상이 상영되고 대회기가 이양됐다. 2021년 초, IFLA 2022 조직위원회와 사무국이 구성되어 주제 선정, 로고 제작, 홈페이지 등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2022년 여름, 홍수와 태풍을 피해 무사히 개최되기까지 수많은 도움과 노력이 있었다. 몇 가지 키워드로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를 돌아본다. 팬데믹과 불확실성 가장 큰 난제는 불확실성이었다. 준비 기간 내내 코로나19 거리두기 방침이 시시각각 변하고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는 등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참가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과 일본의 폐쇄적인 여행 방침으로 참가자 규모와 예산을 파악하기 어려운 점도 걸림돌이었다. 대회 개최를 앞둔 여름, 한국은 엄청난 폭우 피해를 입었으며, 유럽도 홍수와 폭염 등의 기후 재난을 겪었다. 거리두기가 완화되어 일상 회복의 희망이 보이던 시점에 다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증가하면서 대회가 열릴 8월 말에 정점이 될 것이라는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다. 결국 투어 코스를 축소하는 등 프로그램 조정이 불가피했으며, 중국 조경가의 기조 강연이 취소되었다. 그럼에도 국내 학계와 업계의 노력과 참여로 등록자 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결국 40개국에서 약 1,500여 명의 조경가가 참석해 무사히 대회를 개회할 수 있었다. 글로벌 아젠다와 조경가의 역할 세계조경가협회 이사회 회의에서 제임스 헤이터 회장(IFLA)은 기후변화, 식량 안보, 건강과 웰빙, 토착 문화 보존을 강조하며 조경이 실질적인 처방을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조 강연자 앙리바바(아장스 테르 대표)는 조경이 이끄는 도시계획의 사례를 설명했고, 크레이그 포콕(베카 디자인 스튜디오 대표)과 김정윤(오피스박김 대표, 하버드 GSD 교수)은 조경 분야에서 탄소량을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설계 전략과 사례를 제시했다. 그 외 강연에서도 팬데믹 이후 도시공원의 역할, 평등한 접근을 통한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제프리 젤리코 상을 수상한 아드리안 회저(West 8 대표)는 강연과 인터뷰를 통해 조경 설계를 통해 기후변화, 토양, 수질, 적용, 생태계 자생 능력과 같은 엔지니어로서의 소양을 바탕으로 자연과 문화를 융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측 불가능한 기후위기의 시대, 지구 환경을 존중하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전문가로서 조경가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략)... 미래 세대 조경가의 역할 _ 장수지(IFLA 2022 학생 서포터즈,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조경학과) 8월 29일, 세계조경가협회 이사회 회의의 회의록 작성을 위해 광주로 내려갔다. 회의 내용을 정리하며 설렘과 긴장감이 팽팽히 힘겨루기를 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틀간 진행된 회의의 첫날,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화면으로만 만났던 각국 대표가 서로를 반갑게 맞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회장단 대표의 인사로 회의가 시작됐다. PPP(Professional Practice & Policy, 전문실무와 정책), CER(Communication External Relations, 대외업무)에 대한 보고와 5개 지부 대표가 바라본 현재 조경가의 입지와 조경 교육 시스템 발표가 진행됐다. 다음 세대 조경가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일, 조경가가 가져야 할 태도에 관한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조경이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숭고한 고민과 연구라고 느껴지게 만든 열정적인 회의였다. 회의가 끝난 뒤 본격적으로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가 시작됐다. 조경학을 전공하는 30명의 학생 서포터즈가 행사장인 김대중컨벤션센터 1층과 2층에 배치됐다. 대다수가 처음 만났지만, 모두 조경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있어서인지 약간의 서먹함은 첫인사 후 말끔히 사라졌다. 행사 시작 30분 전, 각자의 자리에서 내방객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수많은 외국인과 내국인이 낯선 행사장에 조심히 발을 내딛고 들어와 학생 서포터즈의 안내를 받았다. 두리 번거리는 그들의 얼굴에서 잘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설렘이 느껴져 좀 더 정성을 다해 안내해야겠다는 마음이 일었다. 모든 서포터즈가 각자의 자리에서 행사가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한국 경관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짜인 프로그램이 곳곳에서 진행됐다. 한국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공연도 펼쳐졌다. 서정적 선율에 빠르게 몰입한 이들은 흥겨운 북소리와 함께 허공으로 뻗어나가는 공연자의 손짓을 따라 하기도 했다. ...(중략)... *환경과조경414호(2022년 10월호)수록본 일부
    • 서영애, 장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