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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캠퍼스 톡담, 배움을 설계하다
    조경 교육은 단순한 지식의 전달을 넘어 미래의 조경가를 키우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 한국에 조경학과가 신설된 때는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이다. 1973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석사 과정이, 학부 과정으로 서울대학교 농과대학과 영남대학교 공학대학에 조경학과가 신설됐다. 한국에 조경학이 도입된 지 반세기가 흐른 지금, 조경학과는 조경 산업 전 분야의 전문가를 배출하는 요람으로 성장했다. 50년 전과 비교했을 때 현재의 조경 교육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조경학과 학생들은 조경 교육을 어떻게 생각하고, 현재 대학은 어떤 방향의 조경 교육을 하고 있을까. 강의, 토론, 스튜디오, 실험, 실습 수업은 적절히 안배되어 있을까. 조경학과의 특성에 맞게 운영되는 독특한 형식의 수업은 없을까. 교육 내용과 방식에 걸맞게 교육 환경도 바뀌어가고 있을까. 조경 교육의 실질적 수요자인 학부생 여섯 명을 지면으로 초대했다. 수업, 과제, 캠퍼스 일상, 관심사에 대한 여섯 가지 질문을 던지고, 질문에 대한 이메일 답변을 바탕으로 카카오톡 좌담회 ‘캠퍼스 톡담’을 진행했다. 솔직하게 오간 대화를 통해 교육인증제 등 조경 교육이 마주한 현실과 해결해야 할 과제를 들여다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진행 김모아, 금민수, 이수민 디자인 팽선민 여섯 명의 조경학부생에게 던진 질문 1. 가장 흥미로웠던 강의나 과제는? 2. 수업 외에 유익했던 외부 활동은? 3. 조경 학부생으로서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 이슈는? 4. 조경학 교육인증제에 대한 의견은? 5. 대학 커리큘럼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6. 조경학과 학생의 하루, 일주일, 혹은 한 달은 어떻게 흘러가는가? 강다연 여주자영농업고등학교 자영조경과를 졸업한 후,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에 21학번으로 입학했다. 조경설계와 정원에 관심이 많아 관련 공모전에 참여하고 있으며, 전공 심화 동아리인 ‘밝바치’의 회장이다. 현재 자신만의 디자인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권효진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에 재학 중이며 조경학과를 복수전공 중인 5학년이다. 미학이 현실 공간에 적용된다는 점이 인문학도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와 조경학에 발을 담그게 됐다. 사람을 중점에 두는 설계를 계속하고자 한다. 특히 노인에 대한 애정을 품고 있어, 노년층을 위한 공간을 조성하고자 하는 꿈이 있다. 김은주 학창시절 ‘자연과 생태와 생명력을 다루는 분야는 조경이 유일하다’는 말에 매료되어 조경을 꿈꾸게 되었다. 계명대학교에서 생태조경학을 전공하면서 학부연구생 활동을 하고 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경험이든 도전해보는 적극적인 성격. 신진호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19학번 재학생으로 융합환경계획 학부연구생 활동을 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의 ‘열정적 중재자’로서 풍경을 관찰하고 분석해 직접 만들고 이용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안태경 한경국립대학교 조경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졸업작품을 마무리하고 있으며, 조경기사 시험과 여러 공모전 준비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며 1학년 때는 과대표, 2학년 때는 학생회, 3학년 때는 학생회장, 4학년 때는 졸업작품위원회 활동을 하며 교내 활동에 적극 참여해왔다. 정세영 전남대학교 조경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고등학생 시절 건축학과 진학을 희망했지만, 조경이라는 학문을 접하고 아름다운 건축물보다 좋은 외부 공간이 사람과 복합적이고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생각에 진로를 바꾸었다. 공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에 관심이 많다.
    • / 2023년08월 / 424
  • [캠퍼스 톡담] 여섯 가지 질문
    1. 흥미로운 강의와 과제 조경기초디자인 2학년 2학기에 수강한 전공 선택 수업 ‘조경기초디자인’의 기말 과제가 기억에 남는다. 첫 스튜디오 과목인 데다 넓은 부지를 설계하고 패널을 만들며 재미를 느꼈다. 대상지는 경기도 용인의 ‘이영미술관’으로 선정했다. 대상지 규모가 큰 편이라 설계를 진행하고 프로그램을 쓰는 데 어려움이 컸지만, 첫 설계를 진행하며 고생한 덕분에 이후 설계 작업은 오히려 수월하게 느껴졌다. 과제 중 기억에 남았던 일은 ‘다연이 설계는 좋게 말하면 정돈되어 있어서 좋은데, 안 좋게 보면 너무 일률적이야’라는 교수님의 피드백이었다. 평소 자취방이나 작업 환경 등 주변 환경을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정리하는데, 이러한 습관이 작업할 때도 드러난 것이다. 이를 계기로 내 습관이 설계할 때는 안 좋게 작용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는 어떻게 하면 자연스러운 설계를 할 수 있을지, 공간을 부드럽고 재밌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지 늘 고민하면서 작업한다. 첫 설계이자 설계 방향성을 잡게 해준 유익한 수업이었다. 강다연 식물도감 만들기 가장 흥미로웠던 과제는 ‘조경식물재료학’ 수업에서 진행한 ‘식물도감 만들기’였다. 식물의 사진과 이름을 외우는 것에 치우치기보단, 공원 식재가 어떤 공간 구조와 배치로 이루어지는지 탐구하는 과제였다. 팀원과 함께 올림픽공원 내 15개 부지를 선정해 해당 공간을 사진으로 찍고, 그 공간에 있는 식물의 이름을 직접 찾아 보며 공간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다. 특히 ‘이 공간은 왜 이렇게 식재를 했을까’라는 질문을 통해 내게 부족했던 설계 근거를 채워나갈 수 있었다. 잘 조성된 공원의 식재를 공부하는 것이 좋은 공간 혹은 공간 구조를 도출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또한 과제로 만든 식물도감은 앞으로 진행할 식재설계에 유용한 표본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공간과 식물을 결합한 도감뿐만 아니라 식재의 계절감을 비교할 수 있도록 같은 구도의 사진을 2주 간격으로 찍었다. 조경은 살아있는 식물을 다루므로 지속적인 변화에 대한 관찰을 요구한다. 실제로 찍은 세 장의 사진을 비교해 보면 식물의 개화 시기에 따라 확연히 다른 공간감을 자아낸다. 식물에 대해 잘 알아야 시간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공간의 느낌을 잘 전달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권효진 첫 설계스튜디오 첫 스튜디오 수업의 대상지는 경산 평산동의 ‘폐코발트 광산’이었다. 과제의 주제는 추모공원 디자인이었다. 두번째 시간에 교수님과 학생들이 직접 대상지를 방문했는데, 버스로 깊은 산길을 올라가다 길이 끊기는 곳에 2.5m 높이의 위령탑과 컨테이너 창고가 있었다. 그곳은 3D 모형과 유해 사진을 전시해 순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공간이었다. 천천히 컨테이너 안을 둘러보며 유가족으로부터 이 공간에 얽힌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폐코발트광산’은 일제가 도굴했던 광산으로 한국전쟁 직후 대구, 청도, 경산, 기타 지역 국민보도연맹원 등 무고한 민간인 3,500여 명이 군경에 의해 집단 학살당한 현장이었다. 1960년 6월, 유가족들은 위령제를 지내고 위령탑을 세웠지만 당시 정권은 유족회를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강제 해산시켰다. 사회로부터 외면받았던 이 사건은 2006년 정식 조사가 시작되면서 주목받았고 유해 발굴이 진행됐다. 현재까지도 많은 유해가 발견된다고 하는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을 근거로 운영된 1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10년에 해산되면서 추가로 유골을 발굴할 수 있는 주체가 사라졌다.1 코발트광산을 역사평화공원으로 조성하려 하지만 사유지 문제 등으로 인해 진척이 어려운 상태다. 유가족들은 공간이 지닌 역사적 이야기를 들려주며 ‘학생들이 학교 과제를 통해 역사적 사건을 기억하고 함께 추모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이 프로젝트는 조경을 단순히 공간 디자인 분야라 생각했던 내게 많은 질문을 던져주었다. 긴 이야기 끝에 공간은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고민했다. 의지와는 다르게 여러모로 서툴렀던 탓에 교수님의 질문 하나에 대답하는 것도 어려워 매주 허우적거렸다. 그래도 교수님의 지도를 따라 차근차근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갔다. 우리 팀은 ‘노을’이라는 소재를 활용해 문제를 풀어나갔다. 노을이 지는 오후 6시는 황혼의 시간으로 모든 것을 아름답게 하는 빛이 드리우는 순간이다. 이 찰나의 시간에 집중해 추모의 뜻을 담은 공원을 디자인했다. 이 스튜디오 과제를 통해 조경의 의미와 지향점을 새롭게 정립하게 됐고, 전공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느끼는 계기가 됐다. 김은주 조경캡스톤디자인과 조경학개론 가장 기억에 남는 과제를 묻는다면 두말할 것 없이 ‘조경캡스톤디자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약 5개월간 대상지 선정부터 설계까지 2인 1조로 진행하니 프로젝트의 완전한 주인이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가장 흥미로웠던 강의를 소개하자면 조경학개론을 빼놓을 수 없다. 신입생 시절 처음 개론을 접하면서, 매우 어려운 이론을 배우게 될 것 같아 긴장했다. 하지만 조경학개론 수업을 듣고 조경학과에 오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교수법이 독특하거나 내용이 신박한 것은 아니었지만, 앞으로 펼쳐질 조경학과의 평범하지만은 않은 특성들이 잘 담겨 있었다. 수업은 주로 강의식이 아닌 여러 특강, 3개의 팀플과 발표로 이루어졌다. 과제로 조경인 인터뷰와 내가 사는 지역의 공간 분석, 국내 조경 공간 자율 답사 등이 주어졌다. 이러한 과제는 ‘주체가 되어’, ‘팀원들과’, ‘자율적으로’, ‘탐구하라’라는 메시지로 다가왔고, 이 메시지는 나의 대학생활 길잡이가 됐다. 서로 다른 도시를 직접 방문해 현장을 느껴보고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담아오는 과제 덕분에 조경이 무엇인지 몰랐던 우리는 가볍게라도 전공을 맛볼 수 있었다. 이외에도 1부는 수업, 2부는 주제 토론으로 이루어지는 ‘통합환경설계론’ 수업이나 매주 누가 발표할지 모르는 조경사 수업에서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수업을 만들어 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사고의 깊이를 더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신진호 식재설계와 조경역사문화론 가장 재미있는 수업은 ‘식재설계’였다. 『식재 디자인 핸드북』을 교재로 한 수업으로 책의 목차 중 하나를 선택해 팀별 발표로 진행됐다. 교재의 내용뿐만 아니라 발표 자세, 피피티 구성, 표현 방식 등도 배웠다. 매주 스스로 대상지를 찾아 식재 도면을 그리는 과제를 하며 큰 흥미를 느꼈다. 실제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도면을 그리는 과제를 하면서 도면과 실제로 보는 것의 차이를 느꼈고, 식재 선정 및 배치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었다. 교수님은 학생 한 명 한 명의 과제에 대한 피드백을 작성해 나눠주었는데, 그 피드백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가장 재미있었던 과제는 ‘조경역사문화론’의 기말 최종 발표였다. 주제는 한국의 일곱 개 궁을 기준으로 조경 역사를 담은 프로그램 또는 아이템을 제한 없이 구상하는 것이었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책자, 궁이 아닌 정원을 조립하는 장난감, VR로 정원을 체험할 수 있는 3D 가상 공간 구현, 어린이들을 위한 웹툰 등 조경이 아닌 다른 분야를 응용한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었다. 덕분에 조경이 아닌 다른 분야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다. 나는 어린이를 위한 웹툰을 아이디어로 제안했다. 특이하고 기억에 남은 수업은 ‘스마트 기술과 조경 실습’이다. 이 수업에서는 최신 기술을 조경에 활용하는 것을 배우는데, 주로 드론에 관한 지식과 기술을 익힐 수 있다. 먼저 3D 스캔을 할 수 있는 ‘라이다’로 공원을 스캔하는데, 이때 드론을 조종해 공원을 스캔한다. 스캔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프로그램 클라우드컴페어(Cloud Compare)를 통해 3D 설계한다. 덕분에 이때 처음 드론을 조종해 봤다. 또한 실제 활용되고 있는 기술인 디지털 트윈 등에 관한 이론도 배운다. 안태경 조경미학과 경관디자인 실습 3학년 1학기에 들은 ‘조경미학과 경관디자인 실습’에서 ○○의 미학이라는 주제의 발표 과제가 주어졌다. 조경과 관련이 없어도 각자 평소 관심 있는 주제의 미적 속성을 탐구하는 과제였다. 평소 관심 있던 서양미술로 할까 고민하다 다른 주제를 정했다. 관심은 늘 있지만 남들에게 속 시원히 이야기하지 못했던 문신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 문신의 미학을 발표 주제로 삼았다. 교수님도 흔쾌히 허락했고, 다양한 사람들이 문신하는 이유와 그것이 가지는 미적 속성과 매력에 대해 발표했다. 문신한 걸 후회한 적은 없지만, 불편한 시선을 종종 느낀다. 하지만 발표를 준비하며 왜 문신을 했었는 지 다시 되돌아볼 수 있었고, 나의 문신도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발표를 들은 학생들도 문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해 더욱 뜻깊은 발표가 됐다. 정세영 2. 수업 외 외부 활동 밝바치와 정원드림프로젝트 전공 심화 동아리 ‘밝바치’와 공모전 ‘정원드림프로젝트’. 이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졸업한 선배들이 ‘산하지기’라는 이름으로 계속해서 밝바치에 도움을 주고 있다. 작년 부회장으로 시작해 현재 회장직을 맡으면서 산하지기 선배들을 만나고 연락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일과 학교생활, 혹은 삶을 살아가는 태도나 방향성, 오랫동안 설계하며 느낀 점 등 다양한 이야기를 선배들과 나눌 수 있었다. 친구들과는 쉽게 할 수 없는 심도 있는 생각과 경험을 나눠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또한 특강을 준비하며 선배들과 자주 연락을 나누면서 한층 더 가까워졌고, 선배들의 조언이 내게 큰 도움이 됐다. 정원드림프로젝트는 1학년 때부터 선배들이 참가하는 걸 보며 나도 꼭 나가겠다고 다짐했던 공모전이다. 계획부터 시공, 관리까지 경험할 수 있어 매력적이었다. 특히 멘토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감사한 경험이자 성장할 기회라고 봤다. 이 공모전의 가장 큰 장점은 워크숍을 통해 여러 멘토의 현실적인 조언을 들을 수 있고, 완성된 설계안을 수정할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학교 수업에서 진행하는 설계나 다른 공모전은 학생이라 창의적이지만 현실적이진 않은 설계를 진행해도 말리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고, 종강하면 대부분의 설계는 끝난다. 그러나 이 공모전은 실제로 시공도 하고 오랫동안 존치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나 유지·관리의 용이성 등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이에 대한 피드백을 솔직하게 들을 수 있어 성장의 기회로 다가왔다. 여러 워크숍과 피드백을 거치며 수정안을 발전시키는 시간이 있고, 발전하는 설계안과 성장하는 팀원의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크게 느꼈다. 1차 합격까지, 그리고 현재까지 오는 과정이 절대 쉽지 않았다. 설계안을 변경하고 작업하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하나의 프로젝트를 이처럼 길게 한 경험이 없다 보니 갈수록 지쳐가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현재는 1학기도 종강해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이러한 점들을 극복하고 시공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강다연 학생 공모전 외부 활동을 많이 하지 않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친구들끼리 학생 공모전에 나간 일이다. 공모전 경험 자체가 설계 실력의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설계에 대한 흥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어 의미가 있었다. 학생 공모전과 기존 수업의 차이는 교수님의 지도 없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때론 팀원들끼리 방향성을 정하지 못한 채 콘셉트 아이디어를 짜는 데서 막히기도 했다. 수업은 교수님의 피드백을 통해 작업이 진행되지만, 공모전에서는 팀원 간의 피드백밖에 없기에 우리는 각자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제안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설계 논리로 팀원들을 설득하면서 조경에 대한 열정과 관심도 함께 나눌 수 있었는데, 이러한 경험을 통해 ‘설계가 재미있다’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완성된 설계안은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공모 과정과 경험을 통해 조경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고 개인적으로 설계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 권효진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현장 실습 작년 이맘때 경북 봉화군에 위치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대학생 현장 실습에 참여했다. 전국 각지에 있는 15명 대학생이 모여 한 달간 수목원에서 생활하며 실습을 진행했다. 학생들의 전공은 조경학, 원예학 등 다양했고, 각자의 적성에 맞게 전시원관리실, 전시기획운영실, 식물양묘연구실, 야생식물종자연구실에 배치됐다. 난 수목원 내 전시원관리실에 배치돼 전시원 식물 관리 전반(전정, 멀칭, 병해충 등), 알파인하우스 및 연구 온실 관리, 도입 식물 이력 및 표찰 관리, 전시원 운영 계획 및 식재 그리고 조성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했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일을 하다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바로 답을 줄 수 있는 전문가가 항상 옆에 있다는 점이었다. 전시원관리실 직원으로부터 조언과 정보를 많이 들을 수 있었고, 덕분에 조경 분야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전시원관리실은 8명이라는 많은 학생이 배정되어 더욱 활기 넘치던 부서였고, 그들은 같은 분야에서 함께 걸어갈 소중한 동료로 남았다. 또한 미리 개척한 길을 따라 걸을 수 있도록 지도해 주는 멘토도 만났다. 학생 신분으로 직장을 경험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사회생활을 잠깐이나마 미리 배울 수 있어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성인이 되어 다른 사람들과 오랜 기간 함께 머물며 생활하는 경험은 참 드문 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경험은 지금까지도 문득 생각난다. 무더운 7월 햇빛 아래서 멀칭 하면서 흘리던 땀도, 기숙사 생활하면서 친구들과 빚은 사소한 마찰도, 현장 실습을 마치고 함께 바다로 놀러 간 기억도 모두 나를 성장시킨 경험이자 대학시절의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김은주 디딤돌 프로젝트 조경과 관련된 유익한 활동이 정말 많아지고 있다. 못 해본 활동이 훨씬 많지만 경험한 것 중 가장 유익했던 활동은 디딤돌 프로젝트(구 72시간 프로젝트)다. 교내에서 조경학과 학생들이 정원설계 수업 실습을 하던 시대텃밭도 사라지고, 외부 중학교 정원 멘토링 봉사활동도 코로나19로 축소되며 직접 흙을 만지고 공간을 만들고 식물 심는 경험을 하는 게 어려워졌다. 그래서 디딤돌 프로젝트가 더 의미 있게 느껴졌다. 이 프로젝트는 현업의 소장님과 10여 명의 학생들이 팀이 되어 상상으로 그리던 정원을 지자체와 협력해 반영구적으로 실체화시킨다. 10여 명과 팀플레이를 하고, 소장님과 자주 소통하고, 발표해 심사받고, 수정을 반복하고, 직접 시공하고, 다시 돌아와 회계 일까지. 3개월 정도의 시간 동안 지레짐작하던 일들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직접 땀 흘리며 만든 공간이 서울시에 생긴다는 게 매우 뿌듯했다. 조경이라는 분야를 더 사랑하게 된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외에도 작가정원 식재의 의도를 엿보고 장기간 직접 관리하고 평가까지 할 수 있었던 서울식물원 그린썸 자원봉사단과 도시공학과와 협업해 시민들의 요구를 다시금 생각할 기회를 가졌던 마을재생 테마 공공 기관·기업체 연계 현장체험 프로그램(면목동 대상)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진로를 정하는 데도 좋은 영향을 주었다. 신진호 지역활성화센터 현장 실습 특강, 공모전 등을 해보았지만 가장 유익했던 활동은 인턴 현장 실습이었다. 이 현장 실습은 3, 4학년 중 희망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방학 기간에 진행한다. 시공, 설계, 관리 중 희망 분야를 선택하는데, 나는 작년 여름방학 때 지역활성화센터로 인턴 현장 실습을 나갔다. 가장 먼저 받은 업무는 자료 조사였다. 자료 조사를 할 때 꼭 필요한 내용은 무엇이며 조사한 내용은 어떻게 정리하는지 그리고 이 조사한 자료를 보고할 때 인쇄해야 하는지 파일로 보내야 되는지, 누구에게 먼저 보고해야 하는지 등을 배웠다. 이외에도 보고서 작성 보조, 이미지 편집, 설문 조사 및 인터뷰(출장) 등 다양한 경험을 했다. 현장 실습은 분야와 상관없이 실제 회사의 분위기, 조직 또는 단체 생활에 대해 배울 수 있어 큰 의미가 있었다. 또한 각 회사의 기초 업무를 배우면서 분야별 회사의 주요 업무 등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거나 실무를 옆에서 직관할 수 있다. 대학 생활 동안 스스로 준비하고 진로를 뚜렷하게 그려 볼 수 있는 경험이기에 후배들과 타 학교 친구들에게도 인턴 경험은 강력 추천한다. 1학년 때 과대표, 2학년 때 학생회 부원, 3학년 때 학생회장, 4학년 때 졸업작품위원장을 맡았다. 학교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며 점점 단계적으로 책임이 무거운 직책을 맡으면서 많이 배웠다. 업무에 대한 관점과 시야가 점점 넓어지는 것을 느꼈다. 높은 직책은 편하고 멋있는 게 아닌 높은 만큼 책임이 커지고, 그만큼 체계와 질서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덕분에 인턴 실습하는 회사에도 잘 적응할 수 있었다. 안태경 학생회와 정원드림프로젝트 3학년 시절, 학과 학생회장을 맡았다. 평소 적극적으로 나서는 편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학생회장이라고 하면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학생회장을 하면서 평생 해보지 않은 일, 해보지 않을 일을 많이 경험했다. 즐거운 일도 많았고 혼자 맘고생 하면서 책임감과 솔선수범을 배웠다. 많은 것을 잃고 얻었던 1년 중 가장 큰 수확은 조경학과를 위해 힘쓰면서 ‘조경’ 그 자체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또한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에서 진행한 정원드림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팀원들과 함께 정원을 설계하고, 한여름에 땀을 흘려가며 직접 시공했다. 스스로 부족한 점도 많이 깨달았고 조성한 정원을 사람들이 즐기는 모습을 보며 조경가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수업과 연계한 외부 활동으로 조동범 교수님이 진행하는 교양 수업 ‘대학과 사회봉사’에 참여했다. 한 학기 동안 주말이나 남는 시간을 통해 자발적으로 봉사 활동을 하는 수업이었다. 푸른길공원 가드닝, 마르쉐 장터와 한새봉 개굴장 운영 스태프 등 도시를 재생하는 여러 프로그램에서 활동했다. 도시재생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과 간단한 일이라도 시민들이 함께 힘을 모으면 도시를 더욱 활기차게 만들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정세영 *환경과조경424호(2023년 8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1.2023년 3월,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의해 폐코발트광산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이 다시 재개됐다.
    • 강다연·권효진·김은주·신진호·안태경·정세영 / 2023년08월 / 424
  • [캠퍼스 톡담] 요즘 조경학과 이야기
    지난 7월 11일 ‘캠퍼스 톡담’ 카카오톡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 전 참여자에게 던진 여섯 가지 공통 질문에 대한 답변을 바탕으로 궁금한 점을 서로 묻고 답했다. 그 질문과 답을 키워드 별로 정리했다. _편집자 주 조경캡스톤디자인 권효진 서울시립대에서 진행하는 ‘조경캡스톤디자인’(이하 캡스톤)이라는 수업이 생소했어요. 신진호 캡스톤은 조경설계의 전체 과정을 배우는 수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대상지 선정부터 세부 설계까지 학생들이 직접 진행하며 경험하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강다연 캡스톤 과목에서 만든 최종 결과물을 보통 공모전에 제출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정세영 전남대에도 캡스톤 수업이 있는데, 진호씨 수업 방식과 비슷합니다. 편집부 캡스톤 수업과 다른 설계 수업의 차이점이 있나요? 신진호 아무래도 주제와 대상지 선정이 중요해서 수업 초반에는 대상지와 이슈 찾는 작업을 주로 해요. 교수님의 개입이 다른 수업에 비해 적다는 점도 큰 차이예요. 학생들이 스스로 커리큘럼을 만들어간다고 할 수도 있어요. 매주 크리틱이 진행되고 한 학기에 서너 번 정도 발표를 해요. 정세영 설계를 중점적으로 하는 수업인 만큼 이론 수업 비중이 적고요. 강다연 경희대 캡스톤 수업은 학생이 직접 참여할 공모전을 고르기 때문에 설계 주제가 다양해지고 그만큼 더 다양한 결과물이 나온다는 점도 특징이에요. 김은주 계명대는 대구경북연구원과 연계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연구원에서 조경설계로 다룰 만한 주제와 자료를 보내주면 이를 활용해 작품을 만듭니다. 후에 시상식을 열어 우수 작품에 상장도 수여하고 있어요. 식물학, 수목학, 식재설계 편집부 식물, 식재를 다루는 방식이 학교마다 천차만별인 것 같아요. 권효진 서울대에는 2학년 때 ‘조경식물재료학’, 4학년 때 ‘식재설계’ 수업이 편성되어 있어요. 강다연 ‘조경수목 및 관리학’이란 수업이 있지만 경희대 커리큘럼이 디자인에 집중되어 있어 식재설계를 중점적으로 배우는 과목이 없어요. 신진호 서울시립대는 1학년 때 ‘조경수목의 이해’ 수업에서 주로 수종과 생태를 배우고, 2학년 때 정원설계와 공모전을 하면서 각자 식재 공부를 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3학년 때 ‘식재계획 및 기법’을 통해 식재설계 하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편집부 식재설계 수업 방식은 어떤가요? 정세영 수목과 식재설계에 대해 배운 후 디자인 실습을 합니다. 저는 아파트를 대상지로 삼아 식재설계를 하는 과제를 했습니다. 식재만으로도 다양한 콘셉트가 도출되고 공간을 다르게 표현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죠. 김은주 계명대에는 ‘조경수목 및 지피식물학’ 과목이 있어요. 이 수업에서 조경설계에 자주 사용하는 지피 식물을 배워요. 생육을 고려한 식재 방식을 포함해 어떤 공간에 어떤 식물을 식재해야 좋을지, 잎이 마르면 어떤 느낌을 내는지, 지피식물이 지닌 분위기 등을 배워요. 이 과정이 끝나면 습득한 지식을 활용한 공간 스케치를 최종 과제물로 제출해요. 정세영 지피식물을 상세히 배우는 점이 독특하네요. 정원 조성 프로젝트 편집부 의미 있는 외부 활동으로 정원드림프로젝트, 디딤돌 프로젝트(구 72시간 도시재생 프로젝트) 같은 정원 조성 프로젝트를 추천했어요. 학생들에게 이 프로젝트가 어떤 의미로 다가가나요? 정세영 실제 공간 조성에 필요한 일을 스스로 해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공간을 실제로 잘 구현하기 위해 시공자, 관리자, 지자체와 같이 협업하는 게 어려웠어요. 대상지 상황이 예상과 달라 현장에서 수정하는 경우도 많았고요.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죠. 그리고 내가 만든 정원에서 사람들이 추억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조경설계에 자부심이 생겼어요. 강다연 스튜디오 설계와 달리 실현을 위해 지자체랑 협의하는 과정도 필요하고, 이용자 행태 분석 작업 등을 통해 디자인을 수정하는 과정이 많아요. 편집부 두 프로젝트 모두 멘토와 함께 팀을 이뤄 설계를 진행하죠. 정세영 팀별로 배정되는 멘토들이 현재 조경업에 있는 전문가라 현장 상황에 맞게 설계하도록 도와줍니다. 한번은 보기 좋은 식물들 위주로 리스트를 만들었는데, 멘토가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식물과 현장에 더 적합한 식물의 차이를 알려줬어요. 설명을 들어보니 우리가 터무니없는 설계를 했다는 걸 깨달았고, 실제 시공하거나 존치될 경우 신경써야 할 부분에 대해서도 배웠어요. 그리고 설계한 공간이 때론 위험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인지해야 한다는 점도 알게 됐어요. 이를 계기로 현실적인 설계를 할 수 있게 됐어요. 강다연 저도 프로젝트를 하면서 식재 계획을 많이 변경했어요. 원하는 크기의 수목이 없거나 수목을 구하기 어려워서 바꾸기도 하고, 기존 구상안대로 실현이 안 되는 경우가 생겨 수정 사항이 많았어요. 권효진 멘토의 코멘트가 설계 스튜디오 수업의 교수님 코멘트와 다른가요? 신진호 디딤돌 프로젝트는 소규모 정원을 다루다보니 식재, 재료, 마감 등 상세한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요. 강다연 교수님은 디자인 콘셉트와 설계의 일관성에 초점을 둔다면, 멘토는 현실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피드백을 해주는 점이 다릅니다. 수업에서 해주는 피드백은 시공으로 이어지지 않으니 설계가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게 해주는 코멘트라면, 멘토는 실제 시공을 해야 하니 현실적인 면을 더 강조하고 실현성을 높이는 것에 중점을 둔다는 차이를 느꼈어요.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 멘토의 말이 있어요. 나비를 콘셉트로 잡아 초기 평면도에 표현했는데, 최종 구상안에서는 나비를 아예 빼버렸거든요. 비용 문제도 있었고 계획안대로 표현하기 어려워 수정했어요. 아쉬워서 망설이고 있었는데, 계획안을 수정하고 변경하는 데 용기를 가지라는 멘토의 조언 덕에 과감히 수정할 수 있었어요. 취미 또는 조경의 연장선, 동아리 활동 김은주 조경학과 동아리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 강다연 학과 특성 및 커리큘럼을 후배들에게 설명하고, 프로젝트 스터디를 하기도 하고, 답사도 가고, 공모전에 나가는 등 다양합니다. 권효진 저는 라뷰(LAView)는 동아리에서 한 학기동안 활동했습니다. 옥상에 있는 작은 정원을 가꾸고, 공원 답사를 통해 조경 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조경학과 내 담론이나 동아리가 진행한 프로젝트를 정리해 잡지로 출간했어요. 잡지 발간을 위해 타 대학 조경학과 동아리를 인터뷰하기도 했고요. 그때 다연씨가 활동하고 있는 밝바치를 인터뷰 했었어요. 강다연 그런 우연이 있었다니 너무 반갑네요. 편집부 환경과조경 사무실 책꽂이에도 『라뷰』 한 권이 꽂혀 있어요. 안태경 라프(LAF)라는 학과 동아리가 있는데, 동아리원끼리 팀을 구성해 공모전에 나가고, 조경 회사 견학, 자체 공모전 개최 등을 하고 있습니다. 신진호 틔움이라는 식물 멘토링 학과 동아리를 했었어요. 서울시립대와 가까운 중학교에 주기적으로 가서 식물 관련 수업을 해주고 교내 정원과 텃밭을 가꾸는 활동을 했어요. 코로나19 이전에는 매주 갔고, 2020~2021년에는 한 학기에 두세 번 정도 갔어요. 권효진 중학교에서 식물 관련 수업을 하다니, 뜻깊은 활동인 것 같아요. 신진호 수업 준비가 쉽지 않지만 학생들을 만나고 오면 충전도 되고 재미있었어요. 정세영 저는 중앙동아리 SF에서 종종 풋살을 해요. 강다연 슈퍼풋살(Super Futsal)이란 뜻일까요? 정세영 안전제일Safty First인데요. 학교에 풋살장이 생기기 전 선배들이 학교 뒤편 공터에서 공사장 안전제일 표지판을 골대 삼아서 공을 차던 것에서 유래했어요. 이를 시작으로 동아리를 만들었고 SF로 이름을 지었다고 해요. 그리고 운동할 때도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는 의미도 담겨 있죠. 코로나19와 학과 생활 편집부 코로나19 시기 수업 방식은 어땠나요? 강다연 대부분 수업을 줌(Zoom)으로 진행했어요. 영상으로 수업을 하니 이해 안 되는 부분을 반복해서 돌려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하지만 모르는 점이 생기면 질문을 할 수 없었어요. 신진호맞아요. 프로그램 툴을 배우는 수업 같은 경우 영상으로 배우는 게 더 좋았어요. 정세영 코로나19 시기에 대부분의 이론 수업은 줌으로 했어요. 근데 실습이나 설계 수업이 많은 조경학과의 특성상 다른 과와 달리 대면 수업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어요. 거리두기로 인해 두 강의실에 학생들을 나눠 수업을 해서 교수님이 두 강의실을 왔다갔다한 기억이 있어요. 편집부 조별 과제는 어떻게 진행했나요? 권효진 코로나19가 심할 땐 줌을 활용해 발표하고, 크리틱은 따로 교수님을 찾아가 받았어요. 크리틱을 따로하니 다른 학생의 작업물에 대한 크리틱 내용을 들을 수 없어 아쉬웠어요. 강다연 코로나19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줌으로 조별 과제를 했지만, 요즘도 굳이 만날 필요 없는 회의는 비대면으로 하고 있어요. 줌으로 진행하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상황에 맞게 활용하고 있어요. 편집부 수업과 과제를 줌으로 해서 동기, 선후배, 교수님과 유대감을 형성할 계기가 많이 없었을 것 같아요. 정세영 전 군대에 있을 때 코로나19가 발생했어요. 전역 후 복학하니 선후배간 사이가 더 서먹해진 느낌이 있었어요. 2학년이었던 20학번들이 서로 얼굴을 처음 본다고 해서 조금 놀랐어요. 그래도 동아리 활동은 멈추지 않으려 했고, 학생끼리도 잘 지내려고 노력했어요. 강다연 저도 2학년이 되면서 동기들과 더 친해졌어요. 선배들이 교수님과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신기했는데, 올해부터 교수님을 대면으로 만나면서 조금은 가까워졌어요. 서먹함이 학업에 걸림돌이 되진 않지만 진로나 취업 정보를 얻기 힘든 요소로 작용하기는 합니다. 권효진 수업은 비대면으로 했지만, 작업실이란 공간이 따로 있어 이곳에 모이는 학생끼리는 밥도 같이 먹고 지내 유대감은 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궁금한 점이 있을 때 바로 물어볼 선배가 가까이에 없다는 건 좀 아쉬웠어요. 사회 이슈를 다루는 조경 편집부 최근 지구 온난화, 기후변화, 도시 쇠퇴, 인구 감소 등 많은 사회 이슈가 대두되고 있어요. 답변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사회 이슈가 ‘지구 온난화’와 ‘인구 감소’입니다. 두 가지 사회 이슈 중 현 시점에서 더 심각한 사회 이슈와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세영 지방에서 살며 인구 감소를 체감하고 있어 지구 온난화보다 인구 감소가 더 심각한 문제로 와닿아요. 인구 감소의 본질은 출생율 감소인데, 이는 고령화와도 연결돼요. 인구 감소는 지방 도시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활기를 감소시키는 문제입니다. 권효진 조경의 본질은 인간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현상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미래 사회 구성원에 대한 대비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인구 감소가 더 심각한 문제라 생각합니다. 강다연 지구 온난화라고 생각합니다. 인구 감소는 조경 트렌드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 지구 온난화는 조경이 해결 방안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조경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고 생각해요. 안태경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자연 이상 현상, 질병, 재해 때문에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고 크게는 사망까지로 연결됩니다. 그리고 단기간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장기적 문제이므로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은주 인구 감소는 사회 구조적 문제라서 해결하기 어렵지만, 조경이 지구에 좋은 영향을 많이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가 더 많이 언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편집부 사회 이슈를 다루는 수업이 있나요? 신진호 설계 스튜디오나 계획 관련 수업에서는 늘 사회적 이슈를 분석하고 이를 주제나 목표로 연결해요. 4학년 때 들었던 ‘환경생태계획’ 수업에서 사회 이슈를 많이 언급했어요. 권효진 설계 수업에서 대상지를 분석하면서 대상지와 얽힌 여러 사회 이슈에 대해 많이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거시적 관점의 사회 이슈(지구 온난화, 도시 소멸 등)를 중심에 두고 설계하지는 않아요. 아무래도 수업에서는 대상지의 맥락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아요. 강다연 사회 이슈를 직접 다루고 이야기하는 과목은 없지만, 스튜디오 수업의 경우 항상 인문 환경 분석이나 대상지 주변 사회 이슈를 콘셉트에 녹여냅니다. 스튜디오 수업 외에도 사회 이슈에 대해 학우들과 함께 의견을 공유하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정세영 전남대에 이와 관련한 토론 수업이 있어요. 최근에 들었던 수업에서 미국과 한국의 도시계획 역사를 배우면서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지, 어떤 계획이 수립됐을 때 어떤 현상이 발생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신진호 서울시립대 ‘통합환경설계론’ 수업에서 조경과 관련된 사회 이슈에 대해 매주 토론하고 있어요. 서로 마주보며 의견을 공유하는 원탁 토의 방식으로 진행하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요. 아직은 생소한 ‘조경학 교육인증제’ 권효진 여섯 가지 질문 중 ‘조경학 교육인증제에 대한 의견은?’에 답하기 어려웠어요. 교육인증제에 대해 잘 몰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다른 친구들에게도 물어봤는데 대부분 잘 모른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정세영 저도 교육인증제란 단어를 처음 들어봤어요. 동기들도 건축학과에서 시행하고 있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조경학과에 잘 적용될 수 있을 지는 의문을 가진 친구도 있었고요. 설계와 이론 위주의 아쉬운 커리큘럼 정세영 조경학과 커리큘럼이 설계 위주로 수업이 구성된다는 점과 현장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언급되어 신기했습니다. 권효진 조경은 다양한 분야를 융합할 수 있는 학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커리큘럼이 지엽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강다연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고등학교 때는 실습 시간이 많았어요. 하지만 대학에서는 이론 수업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현장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아닐까요. 정세영 최근 조경과 인접한 분야에 대한 수업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상부에 있는 주차장을 지하화하는 계획안을 만들고 싶었는데, 지하주차장이 어떤 원리로 만들어지는지 몰라서 도면을 그리지 못해 아쉬웠어요. 공학과 시공학을 배우지만 기본적인 시공 원리를 모른다는 게 이상하더라고요. 신진호 맞아요. 그래서 인접 분야 지식은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공부하고 있어요. 안태경 한경국립대는 야외 수업, 현장 학습이 많은 편입니다. 여름방학 때는 희망하는 학생들에 한해 인턴 실습도 가고 있어요. 학교 측에서 현장 경험을 많이 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어요. 가상 강의계획서 편집부 만약 강의를 직접 개설할 수 있다면, 어떤 식으로 운영해보고 싶나요? 강다연 답사 위주로 진행하고 싶어요. 자발적으로 답사하는 학생이 많지 않으니 수업 도중 많은 답사를 가서 경험과 발전의 기회를 주고 싶어요. 김은주 저도 현장 실습 위주의 수업으로 운영하고 싶어요. 단순 견학보단 대상지를 배정하고 직접 시공하면서 배우도록 하거나 한 학기 동안 조경 관리를 해보는 식으로요. 현장 실습으로 간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이러한 경험을 학생들과 공유하고 싶어요. 안태경 설계 수업을 한다면, 모든 학생이 같은 대상지를 설계하도록 유도하고 싶습니다. 경쟁 심리를 자극해 더 노력하고 발전하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이론 수업은 야외 수업 위주로 진행해 다양한 체험을 하도록 할 것 같아요. 정원, 회사 등을 가서 정원 디자이너나 소장님을 인터뷰 하는 과제를 주고 싶어요. 권효진 실습 기회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자주 해서 학교 내 조그마한 공간을 이용해 학생들이 직접 식재설계할 수 있는 수업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정세영 학생들이 평소엔 떠올리기 어려운 주제를 생각할 수 있는 수업을 하고 싶어요. 경제나 도시재생 등 학생 스스로 사회 문제를 발굴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 같아요. 그리고 ‘감성 공감’ 프로젝트처럼 학생들과 함께 동네 골목을 돌아다니면서 이 도시의 과거를 배우고 미래를 상상해보는 수업을 만들고 싶어요. 신진호 요즘 다른 분야와의 통합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교통공학과, 도시사회학과, 건축학과 등 관련 학과와 협업 수업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조경학과 내 과목과 연계한 수업도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다시 되돌아본 나의 대학 생활 신진호 학교생활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다른 학교 조경학과 학생들을 만나 반가웠습니다. 정세영 추억 한편에 있던 저의 대학 생활을 꺼내볼 수 있어 재미있었습니다. 조경을 공부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다른 생각을 한다는 점과 서로 다른데 같은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신기했습니다. 강다연 평소에는 같은 대학과 학과에 속한 사람들과 대화를 주로 나누었다면, 다양한 사고와 가치관을 가진 다른 학교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덕분에 색다른 관점으로 조경을 바라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김은주 타 대학 학생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번 기회를 통해 대화하게 되어 좋았습니다. 오랜만에 4년의 대학 생활을 돌아봤네요. 권효진 다른 대학에 속한 조경인의 삶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었어요. 앞으로도 많은 교류가 이루어지는 조경 문화가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안태경 재미있는 이야기 해줘 감사했습니다. 오늘 나온이야기를 토대로 학우들과 함께 이야기 나눠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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