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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재, 끝나지 않은 이야기] ‘겉바속촉’의 도시를 향하여
    ‘그들이 꿈꾼 도시, 우리가 사는 도시’ 연재를 통해 좋은 도시란 무엇인가를 묻고 독자들과 함께 답하고자 했다. 이 질문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좋은 도시를 꿈꾸는 일은 여전히 어렵고 위험천만하다. 관행의 벽은 높고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기는 힘들다. 예산은 항상 부족하다. 배정한 편집주간의 말처럼 “도시의 설계와 경영은 난제”(『도시에서 도시를 찾다』 추천사)임에 틀림없다. 연재가 끝난 후 도시의 속살을 조금 더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다. 성남시 민선 7기의 핵심 정책 사업인 ‘아시아실리콘밸리 성남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의 미래를 기획하는 데 참여했고, 총괄 코디네이터라는 낯선 옷을 입고 도시재생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동탄2신도시 문화디자인밸리’를 통해 공간 설계와 사업 실행의 간극도 느꼈다. 나아가 집값 폭등의 우려 속에서 3기 신도시 조성을 포함한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 발표와 이에 대한 국민적 불신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보았고,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도시 행태 변화를 바라보며 과연 좋은 도시는 무엇인지 다시 고민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연재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좀 더 꺼내고자 한다. ‘겉바속촉’의 도시 좋은 도시란 다양한 변화에 활짝 열려 있는 도시다. 비록 과거에 개발이 완료되어 구조와 외관, 즉 겉면은 바삭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충분히 말랑말랑해 지금보다 좋아질 여지가 큰 ‘겉바속촉’의 도시랄까. 이런 도시에서는 크고 작은 도시 공간에 개선과 소규모 정비사업, 외부 공간 활성화와 관련한 노력도 자주 일어난다. 성공적일 경우 큰 사회적 호응을 받고, 실패할 경우 불만의 목소리도 크다. 하지만 애정이 있기에 호응도 불만도 큰 법이다. 도시 변화를 통해 끊어진 도시 조직을 잇고 다양한 주거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면 이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기회를 적극적으로 움켜쥐어야 한다. (후략) *환경과조경399호(2021년 7월호)수록본 일부 김세훈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미국 하버드 GSD를 졸업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로서 도시설계연구실(Urban Studies and Design Lab)을 이제승 교수와 함께 운영 중이고, 2018년 다섯 명의 동료와 어반랩 도시기획협동조합을 공동 창업했다. 『도시에서 도시를 찾다』(한숲, 2017) 외 다수의 저서가 있다.
  • [연재, 끝나지 않은 이야기] 포스트 팬데믹 시대, 문화예술의 변화와 회복
    ‘떠도는 시선들, 큐레이터 뷰’로 『환경과조경』에 일 년간 글을 기고한 때가 2016년이다. 당시 글은 건축 및 미술 전시에서 사회적 이슈, 수행적 신체, 문화 액티비즘, 도시재생, 큐레토리얼 실천 등 동시대적 화두를 도시 공간과의 관계 속에서 읽어낸 것이다. 일 년간 전시와 리서치 프로젝트로 아시아와 유럽의 여러 도시를 오가며 예술이 도시 공간과 맺는 관계망과 변화의 움직임을 추적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이 연재는 동시대인에게 주어진 이동의 자유가 있기에 가능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예술이 세계와 관계하는 방식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이러한 상황의 중심에는 2020년 초부터 전 지구를 마비시킨 팬데믹이 있다. 감염의 공포로부터 각 도시 및 국가가 제일 먼저 내세운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이동의 통제’다. 국경이 닫히고 도시가 봉쇄되고, 각종 문화 시설이 폐쇄된 시간이었다. 일 년 반 동안 지구 곳곳에서 열린 무수한 전시들은 무관객 상태로 폐쇄된 미술관에 남겨졌으며, 일부 문화 공간의 경우에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비대면으로 관객을 맞이했다. 프랑스에 있는 지금, 이곳에서 봉쇄령이 해제되기 전 마지막으로 본 전시는 작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일 년 간 우리는 세계 곳곳에서 수없이 많은 문화 활동이 중단되고, 취소되고, 연기되고, 지연되는 시간을 겪었다. 5년 전의 연재 원고를 돌아보며 쓰는 이 글에서, 나는 최근 예술의 지형도를 크게 변화시킨 팬데믹 이후의 도시 공간과 문화예술을 다루고자 한다. 더불어 도시 공간의 위기에 맞서는 문화적 대응 방식과 실천에 대해서도 접근해보고자 한다. 문화 경험의 불가능성과 온라인으로의 전회 “파리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일은 아페리티프와 함께 시작한다. 즉, 5-6시경부터….”(발터 벤야민, 『아케이드 프로젝트』) 벤야민이 도시를 표류하며 구상한 “산책자(flaneur)” 개념은 20세기 파리에서 시작되었다.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나와 저녁 식사 전까지 그는 매일같이 도시를 정처 없이 걸으며, 토지 대장으로 구축할 수 없는 도시의 심리 지리학적 지형도를 그려내고자 했다. 근대 도시의 “산책자”가 탄생한 자유로운 도시 파리에서 이동의 통제를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방랑의 여정이 금지되는 일이 얼마 전 인류에게 일어났다. 바로 2020년 초부터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이다.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은 도시 공간을 방역 규범하에 엄격한 통제의 장소로 변모시켰다. 생활에 필수적인 활동만을 허용했기에 전시, 공연, 영화 등 여러 문화 공간은 ‘필수적이지 않은 활동’으로 세계 곳곳에서 규제되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21년 6월 초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 공간은 열려 있으나, 불과 몇 달 전처럼 사회적 위기로부터 문화 공간이 언제 또 폐쇄될지 모르는 불안을 안고 있다. (후략) *환경과조경399호(2021년 7월호)수록본 일부 심소미는 독립 큐레이터로, 서울과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해 오고 있다. 도시 문화에 대한 비판적 개입으로서 전시, 공공 프로젝트 및 리서치를 해왔다. 제11회 이동석 전시기획상(2018)을 받았으며, 디자인 큐레이터 어워드인 현대블루 프라이즈 디자인 2021을 수상했다. 올해 12월 초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에서 기획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더불어 문화연구지 계간 『문화/과학』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 [연재, 끝나지 않은 이야기] 용산공원 부분개방 부지
    2020년 여름, 서빙고역 앞 용산공원 부분개방 부지가 열렸다. 미군 장교숙소 5단지로도 불리는 이곳은 1980년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미국 교외식 타운하우스 숙소를 건설해 미군에게 임대 운영해온 곳이다. 이후 건물 18개동 중 일부를 리모델링하여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다(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 221). 공간에 공감하기_임한솔 지난 ‘공간 공감’을 찾아 읽다가 주목한 부분이 있었다. “공간의 질이 중요하다기보다 이야깃거리를 얼마나 품고 있느냐, 공간에 대한 다양한 판단을 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당신이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가”, 공간 공감, 『환경과조경』 2015년 12월호) 공간에 대한 선호가 질보다 이야깃거리와 판단의 단초에서 비롯된다면 그 이야깃거리와 단초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지역 주민이라면 일상 기억, 식물 애호가라면 식물의 생육 상태와 아름다움, 설계가라면 공간의 디테일에서 찾아낼 것이다. 말하자면 이야깃거리는 공간이 품는 것이기도 하지만, 사람이 찾아내는 것이기도 하다. 이곳을 매번 일 때문에 방문했는데 마음가짐을 달리하니 못 보던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조용하고 한가로웠다. 무엇보다 사람과 차가 없다는 ‘부재’가 눈에 띄었다. 쓰이지 않는 곳은 쉽게 스러지기 마련이지만 5단지는 상당히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임대 주택 단지라는 태생 때문일까. 임시 개방을 위한 관리 때문일까. ‘유보’라는 단어도 떠올랐다. 적극적으로 쓰이고 있지 않지만 방치된 상황도 아니기에 이곳이 마치 영화 세트장이나 모델 하우스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후략) *환경과조경399호(2021년 7월호)수록본 일부 유엘씨프레스(ULC Press)는 도시 경관 연구 청년 집단이다. 도시 경관에 관한 이론과 사례, 현상과 비평의 글감을 모으고, 일상에서 발견한 새로운 인식과 경험에 관한 콘텐츠를 기획하여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출판하고 있다. ulcpress.com
  • [연재, 끝나지 않은 이야기] 찬실이는 복도 많지
    “저는 오즈 야스지로우 영화 별로 안 좋아해요. 너무 심심하잖아요”라고 남자가 이야기하자 찬실은 버럭 화를 낸다. “심심한 게 뭐가 어때서요? 별거 아닌 게 제일 소중하잖아요. 보석 같은 게 영화에 다 나오잖아요. 영이 씨 눈에는 그런 게 안 보여요?” 찬실의 눈에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 왜 찬실은 복이 많은 사람인지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알게 된다. 대화의 발단은 이렇다. 찬실은 평소 마음에 품은 연하의 남자 영과 술을 마시게 된다. 일본식 술집에 나란히 앉아 찬실은 제일 좋아하는 오즈 야스지로우 감독의 영화 속 한 장면 같다고 즐거워한다. 하지만 눈치 없는 영이 그 감독의 영화를 별로 안 좋아한다고 분위기를 깨 버린 것이다. 사실 상황만 보자면 찬실은 복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소위 예술 영화를 찍는 감독의 프로듀서로 오랜 시간 동안 일했지만, 감독이 돌연사하면서 졸지에 실업자가 되었다. 나이 마흔이 되는 동안 일만 열심히 했지 현실은 참담하기만 하다. 서울에 저런 동네가 아직도 있나 싶을 정도의 산꼭대기 단칸방으로 이사하는 날, 찬실은 “완전히 망했다”고 탄식한다. 생계가 막막해지자 친한 배우 소피가 도와주겠다고 하지만 찬실은 거절하고 소피의 집에서 가사 도우미로 일하기 시작한다. 그런 찬실에게 어느 날 희한한 일이 생긴다. (후략) *환경과조경399호(2021년 7월호)수록본 일부 서영애는 기술사사무소 이수에서 일하고, 연세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로 가르치며, 도시경관연구회 보라(BoLA)에서 공부하고 있다. 영화 속 경관을 주제로 석사학위를, 역사도시경관으로 보는 서울 남산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환경과조경』에 ‘시네마 스케이프’를 연재했다. 특집호 의뢰를 받고 작년에 본 이 영화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현재 넷플릭스로 볼 수 있다). 영화를 보고 글을 쓰는 일은 일상의 보석을 캐는 일과 같다. 최근 오픈한 BoLA 홈페이지(www.bola.kr)에서 다시 영화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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