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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토리얼] 그때 그 지면을 추억하며
    짙은 한여름 냄새로 후끈한 7월, 『환경과조경』은 400호 맞이 특집으로 추억의 연재물들을 소환한다. 지난 3월과 4월에 걸쳐 독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다시 읽고 싶은 연재는?’의 결과에 편집부의 기획을 보태 옛 연재 여덟 꼭지를 다시 지면에 올린다. 리부트(reboot), 리메이크(remake), 오마주(hommage, 세 갈래로 변주되는 형식을 취했다. 리부트. 예비 조경가들의 가슴을 쿵쾅거리게 했던 인기 꼭지 ‘그들이 설계하는 법’(2014년 1월호~2018년 12월호)에 최윤석(그람디자인)과 강한솔+김태경+오승환(얼라이브어스)을 초대해 다음 여정을 향한 시동을 다시 건다. ‘또 다른 그들이 설계하는 법’인 셈이다. 2014년 잡지 리뉴얼과 함께 공들여 기획한 ‘그들이 설계하는 법’은 5년간의 긴 항해를 이어가며 동시대 한국 조경가 스무 명(팀)의 작업 과정과 성과를 선보이고 그 이면의 생각을 독자들과 나눴다. ‘그들이 설계하는 법’은 조경가 스스로 설계 사유를 정리하는 기회이자 동료 조경가와 학생들에게 토론의 소재를 펼치는 계기였으며, 한국 현대 조경의 한 시절을 담는 생생한 아카이브이기도 했다. 리메이크. 열독률 높았던 연재 글들의 필자를 다시 초대해 미처 못 마친 이야기, 그간의 변화,새로운 물음과 답을 청취한다. 김아연(서울시립대)과 정욱주(서울대)가 번갈아 가며 조경설계 과정의 열두 개 열쇳말을 풀어갔던 연재 ‘스튜디오 101, 설계를 묻다’(2009년 1월호~2010년 3월)는, 설계 스튜디오에서 머리를 싸매며 밤을 밝히던 학생들에게 등대 역할을 했다. 십 년을 훌쩍 넘겨 다시 만난 그들은 대담 형식으로 구성한 이번 리메이크 버전에서 설계 스튜디오 안팎을 가로지르는 새로운 질문들을 던진다. 개념 상실하기, 말로 때우기, 분석만 하기, 맥락 무시하기, 그림 안 그리기, 그림만 그리기, 베끼기, 꿈꾸기, 유치해지기, 저항하기, 남에게 미루기, 딴짓하기.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다른 정반대의 가치들, 정正이 아닌 반反의 설계를 모색한 ‘스튜디오 201, 설계를 다시 생각하다’(2014년 1월호~2015년 1월호)의 김영민(서울시립대)은 이번에는 ‘지향하기’를 제시한다. “함께 지향하고, 따로 지향하라.” 그가 말하는 좋은 조경설계의 필요조건이다. 좋은 도시란 무엇인가. 이 복잡한 난제에 도전하며 한국 도시설계의 이론적 경계를 확장한 ‘그들이 꿈꾼 도시, 우리가 사는 도시’(2015년 1월호~12월호)의 김세훈(서울대)은, 연재의 막을 내린 지 5년 반이 지난 지금도 같은 화두를 놓지 않고 있다. 2021년 여름, 그는 “좋은 도시란 다양한 변화에 활짝 열려 있는 도시”라고 말한다. 그러한 도시는 “과거에 개발이 완료되어 구조와 외관, 즉 겉면은 바삭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충분히 말랑말랑해 지금보다 좋아질 여지가 큰 ‘겉바속촉’의 도시”다. 여러 도시의 재생과 문화적 풍경을 탐색한 연재 ‘떠도는 시선들, 큐레이터 뷰’(2016년 1월호~2017년 1월호)의 심소미(독립 큐레이터)는, 이번 리메이크 글에서 팬데믹 이후의 도시 공간과 문화·예술의 지형 변화를 포착한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코로나19로 봉쇄된 도시 공간에서 비제도권 예술가, 문화 활동가, 여러 시민 주체가 익명의 거리 예술가로 등장하면서 연대하는 흐름을 목격할 수 있다. 315호부터 374호까지 60회를 이어간 ‘시네마 스케이프’(2014년 7월호~2019년 6월호)는 그 어느 지면보다 독자들의 시선을 붙잡은 인기 꼭지였다. 2년 만에 다시 초대된 서영애(이수, 보라)는 김초희 감독의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통해,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긴밀히 접속하는 소박한 공간들의 의미를 짚는다. 오마주. 옛 연재 글의 주제와 형식을 다른 필자의 시각으로 전개한다. 김영표(대구대)의 ‘스케치업으로 하는 3D 조경설계’(2005년 2월호~6월호)를 비롯해 컴퓨터 조경설계와 관련된 여러 연재물을 오마주하며 나성진(서브디비전)과 조용준(CA조경)은 계속 진화하고 있는 설계 매체의 가능성을 진단한다. 나성진의 “그래스호퍼로 하는 조경설계”와 조용준의 “곡선으로 하는 조경설계”는 재현의 도구를 넘어 생성의 매체로 작동하고 있는 컴퓨테이셔널 디자인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준다. 김아연, 김용택, 박승진, 이홍선, 정욱주, 다섯 명의 조경가가 매달 답사와 토론을 통해 들려주던 ‘공간 공감’(2014년 1월호~2016년 12월호)을 이번에는 한 독립 잡지의 젊은 편집자들이 맡았다. 도시 경관과 지역 사회의 다채로운 현상과 사례를 이론과 비평의 틀로 포착하는 『ULC』의 박영석, 신명진, 임한솔이 용산공원 부분개방 부지의 장소성과 공간감을 서로 다른 시선으로 해석한다. 40년 가까운 긴 시간, 399권의 『환경과조경』에는 많은 필자의 연재 글이 차곡차곡 쌓였다. 연재 글쓰기는 스스로 ‘글 감옥’에 갇히는 일이고 피 말리는 마감의 늪으로 자신을 내모는 일이다. 필자들의 분투와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통권 400호 발간을 맞아 매달 50권씩 『환경과조경』을 다시 읽는 연속 기획, 이번 달이 마지막 차례다. 윤정훈 기자가 2013년 5월호(301호)부터 2017년 6월호(350호)를, 최영준 편집위원이 2017년 7월호(351호)부터 2021년 7월호(399호)를 리뷰한다. 다음 달, 드디어 400호가 나온다.
  • [풍경 감각] 한때 나무가 있던 자리
    대학교 정문 앞 광장은 원래 작은 숲이었다.군대에 다녀오니 가장 큰 나무 세 그루만 띄엄띄엄 남은 채 광장이 되어 있었다.학기가 지날수록 나무들의 잎은 적어졌고 줄기에 박힌 주사는 많아졌다.생태연구실 사람들은 공사 과정에서 뿌리가 많이 상했고 급격히 변한 환경에 오래된 나무가 적응하지 못해 죽어가는 것 같다고 했다.안타까웠다. 그렇지만 새로 생긴 광장이 좋기도 했다.정문을 가로막는 어두운 숲과 달리 탁 트여 시원해보였기 때문이다.깔끔하게 포장된 광장엔 때때로 알록달록한 축제 부스가 들어섰다.학생들은 기타와 젬베를 연주하곤 했다. (후략) 조현진은 조경학을 전공한 일러스트레이터다. 2017년과 2018년 서울정원박람회, 국립수목원 연구 간행물 『고택과 어우러진 삶이 담긴 정원』, 정동극장 공연 ‘궁:장녹수전’ 등의 일러스트를 작업했고, 식물학 그림책 『식물 문답』을 출판했다. 홍릉 근처 작은 방에서 식물을 키우고 그림을 그린다. [email protected]
  • [나의 미개봉작 상영기] 철쭉과 억새 사이
    황매산 군립공원 입구 조경 계획 봄에는 철쭉, 가을에는 억새가 장관을 이루는 황매산은 영남의 금강산이라 불리며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합천의 대표적 관광 명소다. 이곳이 철쭉과 억새로 대표되는 독특한 경관을 갖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1984년 정부의 축산 장려 정책의 일환으로 황매산 입구부에 180헥타르에 달하는 대규모 목장을 조성해 360여 마리의 젖소를 사육하기 시작했다. 젖소와 양들이 독성이 있는 철쭉만 남기고 주변의 풀을 먹는 바람에 자연스레 대규모 철쭉 군락이 형성되었고, 1990년대 중반부터 농가들이 낙농업을 포기하고 나간 자리에 억새가 무성히 자라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지이기에 입구부를 대상으로 여러 차례 조경 계획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대부분 황매산이 가진 독특한 경관을 주인공으로 만들기보다 철쭉제 등 일회성 행사를 지원하는 이질적 요소를 조성해 오히려 원 경관을 훼손하는 식이었다. 따라서 계획의 목표는 처음부터 명확했다. 인간의 개입과 자연의 반응이 적층된 황매산의 역동적 경관을 더욱 선명히 드러낼 것, 황매산의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 요소를 제거하고 원 경관을 가리지 않는 선에서 물리적 계획을 세울 것. 기본계획과 기본설계는 JWL이, 실시설계는 그람디자인이 진행했다. 공사 중 변수가 너무 많이 발생해 재설계에 준하는 공사용 샵드로잉을 매주 작성하고 이를 현장에서 시공 소장과 논의하며 우여곡절 끝에 완성시켰다. 절반의 성공, 식재 설계 황매산에 올라서면 사방에 펼쳐진 억새 경관이 매우 인상적이다. 이를 입구부에 함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대상지에 자생하는 억새류와 수크령류, 새풀류, 파니쿰류를 띠 형식으로 병치해 방문객들에게 각 식물이 지닌 다양한 질감과 색채를 전달하고자 했다. 실제로는 의도한 바의 50% 정도만 구현되었는데, 대상지의 기후 조건과 그라스류의 생장이 갖는 관계를 깊게 분석하지 않고 미적인 부분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새풀류는 생장이 더뎌 질감이 거의 드러나지 않은 반면 압도적인 생장 속도를 보인 파니쿰류의 질감이 지배적 경관이 되어버렸다. 전반적으로 그라스 군락의 크기가 너무 커져서 공들여 설계한 지형의 아름다움이 묻힌 점 또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후략) *환경과조경399호(2021년 7월호)수록본 일부 원종호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KnL환경디자인스튜디오에서 설계의 기본을 익혔으며, 현대건설에 근무하며 해외 현장에서 시공 경험을 쌓았다. 현재는 제이더블유랜드스케이프(JWL)에서 훌륭한 동료들과 함께 다양한 규모의 공간을만들어가고 있다. 조경가가 문화인으로 인정받는 날까지 끊임없이생각하고, 공부하고, 실험해 볼 생각이다.
  • [사람과 사람을 잇는 사람들] 미완의 정원으로 대화의 씨앗을 심다
    한국에서 해외의 주민 자치 사례를 꼽을 때 자주 언급되는 것이 일본의 자치회自治(jichikai)1다. 이 자치회는 한국의 통·리 단위 수준에서 결성되며, 원칙적으로는 정해진 구역 내에 거주하는 모든 세대로 조직되고 보통 50~200세대 사이의 규모다. 인구 고령화와 도시 집중화를 거치며 기능을 많이 잃었지만, 지진과 같은 대참사가 일어났을 때 작동하는 사회 안전망으로써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일본에 약 30만 개가량 되는 자치회 중에서도 치바 현의 마쓰도 시 이와세 자치회는 조금 특별하다. 자치회 위원들이 행정 업무를 위해 사용하는 자치회관에는 보통 나이가 있는 관리인이 상주하는데, 이곳에는 젊은 학생 부부가 살고 있다. 이와세 자치회의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그룹의 구성원들이 서로 활발한 상호작용을 통해 창의적인 결과를 도출하도록 돕는 전문가)이자 동네 어린이들의 친구인 미츠나리 테라다와 그의 아내 마리아 에르밀로바다. 둘은 치바 대학교 원예대학에서 공부하던 5년 전부터 자치회관에서 거주하며 주민들과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화상으로 커뮤니티 안에 속해서 매일 화초에 물 주듯이 공동체를 살피며 키워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현재 거주하는 이와세2는 어떤 곳인지, 그곳에서 자치회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궁금하다. 치바 대학교 원예대학에서 석사과정을 하고 있을 때 이와세 자치회의 커뮤니티 퍼실리테이터로 초대를 받았다. 당시 내 전공이 교육학이라는 걸 안 자치회장이 지역 아이들을 위한 축제 준비를 요청했다. 그렇게 2016년 2월 마리아와 함께 이와세 자치회관 2층의 관리자실에 입주했고, 무료로 거주하며 이와세 커뮤니티와 협력하고 있다.(미츠나리) 2015년 가을에 치바 대학교에서 환경계획학 박사과정을 밟기 위해 러시아에서 일본으로 건너왔다. 학부에서는 생태학을 전공했는데, 그 과정에서 도시재생과 도심의 녹지 보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생태학은 이론적 연구에 그치거나 실천을 하려 해도 관료적 절차에 의해 제한되는 경향이 있어 답답함을 느꼈다. 도시계획을 통한 보다 실천적인 접근법을 배우기 위해 일본에 왔고, 학교에서 미츠나리를 만났다.(마리아) 일본 자치회의 역사가 꽤 역사가 긴 것으로 알고 있다. 생성 배경과 시대적 변화에 따라 자치회의 역할이 어떻게 달라졌는가. 자치회는 일본의 농업 사회에 기반을 둔 개념이다. 동네 단위라는 물리적 영역에 토대를 두고 있는데, 지역 사회 공동의 이익을 위한 마을 축제를 열거나 다양한 자원봉사를 하며 주민들이 서로 연결되고 협력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가로등 관리 같은 커뮤니티 시설을 유지하고 보수하는 일도 하지만, 요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방범 활동이나 재난 관리를 통해 동네의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과거의 자치회는 어린이부터 부모, 나이 많은 어르신까지 다양한 세대가 어우러져 소속감을 느낄수 있는 형태였는데, 지금은 대체로 노인 세대만 참여하는 상황이다. 젊은 세대는 자치회가 구세대 문화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자치회 행사에서 여자는 부엌에서 요리하고 남자만 중요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다양한 세대를 연결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고, 자치회에서도 젊은 세대를 다시 끌어들이고자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이와세 자치회장도 이 동네가 노인 중심 공간이 되는 것을 우려해 우리가 이곳의 주민으로서 분위기를 바꿔보기를 바랐던 것 같다. 퍼실리테이터로서 세운 전략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세대를 연결해 안전망을 튼튼히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어린이 참여와 생태학적 기술을 이용해 조경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후략) *환경과조경399호(2021년 7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일본은 읍면동 단위에도 동사무소 대신에 협의회 성격의 주민 자치회가 결성돼 있다. 자치회는 1800년대 후반, 메이지 시대 때 행정 말단 업무를 맡아 실질적인 주민 생활, 생산 활동의 중요 기능을 담당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전시 체제 강화의 도구로 사용되며 부정적인 인식이 생기기도 했다. 2. 이와세는 마쓰도 시의 통 단위에 해당하는 지역 중 하나다. 630세대가 거주하고 있지만 자치회에서 활동하는 회원은 100세대 미만이다. 참고로 마쓰도 시에는 약 24만 세대가 거주한다. 이와세는 1970년대에 도쿄로 통근하는 사람들을 위한 주택 도시로 형성되어 지금까지도 주거지가 많다. 30분이면 동네 한 바퀴를 다 돌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커뮤니티이기도 하다. 조성빈은 유년 시절을 미국과 한국의 다양한 도시에서 보냈고,공간과 도시에 매료되어 한국과 노르웨이에서 건축과 조경을 공부했다.늘 경계에 있는 사람으로 살아와 깊이는 부족해도 본질에 관심이 많고,관계에서든 공간에서든 진정성을 추구한다.조경설계 서안을 거쳐 조경작업소 울에서 놀이터와 커뮤니티 디자인을 하고 있다. 김연금은 서울 옥수동에서 태어나 살고 있고, 2009년부터 옥수동 옆 약수동에서 조경작업소 울을 운영하고 있다.『텍스트로 만나는 조경』,『커뮤니티디자인을 하다』,『소통으로 장소만들기』,『우연한 풍경은 없다』등 다양한 집필 작업을 해왔다. 2020년에는 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인 이규목 교수를 비롯해 여덟 명의 조경가의 글을 엮어『이어 쓰는 조경학개론』을 펴냈다.
  • [북 스케이프] 『친화력』과 괴테의 화학 실험 정원
    과학 기술 용어를 일상 속에서 쓰는 일은 낯설지 않다. ‘지속가능한 개발’이나‘회복탄력성’같은 예를 들지 않아도,당황하면 머릿속‘서버가 다운’되고,저녁이면 스마트폰뿐 아니라 나도‘방전’된다.디지털 세상에는 각종‘밈(meme)’이 돌아다니고,학기말이 가까워질수록‘엔트로피’가 증가하면서 방은 점점 더 엉망이 된다.그리고 사람 간 성향이 잘 맞아 조화를 이루면‘케미(스트리)’가 좋다고 한다.마지막 예는 근래 생겼다고 생각했는데,놀랍게도 이미19세기에,그것도 대문호 괴테가 소설『친화력(Die Wahlverwandtschaften)』(1807)에서 사용했다.1친화력(affinity),혹은 선택적 친화력(elective affinity)은 특정 물질끼리 강하게 결합하려는 성질을 뜻하는 화학 개념이다.괴테는 사람,특히 연인 관계에 이 개념을 도입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이 관계의 변화에서 정원과 자연은 배경 이상의 역할을 한다. 부유한 귀족 에두아르트와 샤로테는 재혼 부부다.젊은 시절 서로에게 끌렸지만 각자의 사정으로 다른 이와 결혼한다.그러다 둘 다 배우자와 사별하고 우여곡절 끝에 재혼한다.동화였다면 이들은 에두아르트의 시골 장원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겠지만,애틋한 사랑도 일상에서는 담백해지기 마련이다.단조로운 시골 생활이 지루해진 에두아르트는 어려움에 처한 친구인 대위를 집에 들일 생각을 한다.샤로테는 처음에는 반대했지만,곧 기숙 학교에 있는 조카 오틸리에도 집에 들인다는 조건으로 동의한다.그런데 막상 네 사람이 함께 있게 되자 상황은 미묘하게 바뀐다. (후략) 각주 1.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친화력』은 민음사(김래현 역, 2001)와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오순희 역, 2013)등에서 출간되었다. *환경과조경399호(2021년 7월호)수록본 일부 황주영은 서울대학교 협동과정 조경학전공에서 19세기 후반 도시 공원의 모더니티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파리 라빌레트 국립건축학교에서 박사후 연수를 마쳤다. 미술과 조경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화사적 관점에서 정원과 공원, 도시를 보는 일에 관심이 많으며, 이와 관련된 강의와 집필, 번역을 한다. 그러는 동안 수많은 책을 사거나 빌렸고, 그중 아주 일부를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