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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던 타임즈
    최근 많은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기억의 보존, 역사성 회복, 역사 복원 등의 문구가 흔히 등장한다. 이러한 회복과 재생의 대상 중 개항기부터 일제 식민지기 사이의 근대기에 만들어진 도시 건축과 공간이 적지 않다. 그런데 우리는 이 근대기의 도시 공간과 문화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낭만적 환상과 민족주의적 감정이라는 양극단을 막연하게 오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의 근대가 구체적으로 어떤 시기에 해당하는지는 학자에 따라 의견이 갈린다. 그러나 개항기부터 일제 식민지기 사이에 우리 사회와 도시 공간이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기차, 증기선, 전기, 사진 등 개항 이후 도입된 문물은 조선 시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유형의 공간을 만들어냈다. 여가 생활 혹은 오픈스페이스와 관련해서는 공원이나 유원지, 정원, 박물관과 동‧식물원, 백화점, 극장, 카페, 목욕탕 등이 등장했다. 이 시기에 탄생한 다양한 공간은 기존의 관념과 충돌하기도 했지만, 또 수용되고 새로운 유행을 만들며 우리 사회의 생활 양식을 변화시켰다. 이 시기에 대한 탐사 없이 현재의 도시 공간과 문화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우리 사회에서 공원이 탄생했던 시기를 외면하고 공원법이 만들어지던 1960년대 공원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까? 근대기의 공원에 대한 인식을 살피지 않은 채 그 이후 도시 공원과 공원 문화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사상누각이다. 그 사이에는 어떤 사회적 변화, 문화적 변동이 있었을까? 최근 국사학이나 건축학 등 몇몇 분야를 중심으로 근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여전히 식민지기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는 이 시기의 평가를 놓고 ‘근대화’와 ‘수탈’ 사이를 갈팡질팡하고 있지만, 최근의 적지 않은 연구는 이 시기 변화를 이끌었던 주체(와 그 의도)가 단일하지 않으며 조선인에게도 민족으로 환원되지 않는 다양한 개인의 삶이 실존했다는 데 주목한다. 고대로부터 문화란 언제나 수입되고 전파되는 것이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이 시기에 등장한 여러 유형의 공간이나 문화 현상을 자생적인지 아니면 이식된 것인지에 따라 옳고 그름의 잣대로 판단하기 어렵다. 이번 기획에서는 소위 근대라 부르는 시기에 도시 공간에 어떤 변화가 있었고 도시민들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어쩌면 그 과정에서 100여 년 전의 삶과 지금 우리의 삶이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도시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우리는 여전히 모던 타임즈를 호흡하고 있지 않을까? 기원을 더듬는 일이 바로 오늘을 이해하는 길일 것이다. 진행 김정은, 김모아 디자인 팽선민
    • / 2017년10월 / 354
  • [모던 타임즈] 왜곡된 근대와 공원의 탄생
    19세기 말, 세계 곳곳에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와 규모의 도시가 출현한다. 이른바 근대 도시라고 규정되는 이 새로운 도시는 도로와 철도, 상하수도, 전기 등의 기반 시설을 바탕으로 자원과 인구를 흡수하여 자본주의 경제를 동력 삼아 성장하였다. 오늘날 도시의 균일성과 보편성도 이러한 도시 성장 방식에 기인한다. 보편성의 측면에서, 공원 역시 근대 도시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도시 시설이다. 그러나 공원은 도시 생성 이후에 불거진 각종 도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었고 도시의 생성보다는 도시의 질서 유지에 필요한 일종의 장치였다. 다른 시설과는 시간차를 두고 등장한 공원은 근대의 이미지를 즉물적으로 드러내기 보다는 반反역사성과 공공성, 계몽과 교화, 자유와 민주등의 근대성을 실천하는 공간이었다. 이상이 우리가 근대의 산물로서 이해하고 있는 공원의 요체다. ...(중략)... 박희성은 중국 사대부의 미의식이 어떻게 완성되어 중국 정원 발달에영향을 미쳤는지를 연구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원림, 경계 없는 자연』,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1). 우리엔디자인펌을 거쳐 지금은 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에서 동아시아 각국 수도(首都)를 연구하고 있다. 동아시아 전근대 정원 문화와 근대 도시 시설의 도입, 교류, 발전 양상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탐구 중이다. * 환경과조경 354호(2017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 박희성[email protected] / 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 연구교수 / 2017년10월 / 354
  • [모던 타임즈] 근대인의 자격, 식물원 소사이어티
    지갑을 열어보니 도서관, 헬스장, 커피숍, 화장품 등 각종 멤버십 카드가 눈에 들어온다. 내년이면 식물원 멤버십 카드도 나란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 마곡의 ‘서울식물원’에 멤버십 서비스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공립 식물원 중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있던가. 이제 막 문을 연 국립백두대간수목원도 멤버십 제도를 갖추고 있지 않다. 약 4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영국의 위즐리 가든Wisley Garden, 개원 1년도 안 되어 2만5천여 명의 회원을 모집한 싱가포르의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와 비교해 볼 때, 우리 주변에는 식물원 방문객은 있으나 후원자와 지지자는 보이지 않는다. 김정화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후 우리엔디자인펌, 조경설계 서안, 서안알앤디 디자인에서 설계 실무를 거쳤다. 2017년 서울대학교에서 우리나라 식물원의 역사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취미, 교육, 위생과 근대기 정원 및 공원의 관계를 드러내는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 환경과조경 354호(2017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 김정화[email protected] /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 2017년10월 / 354
  • [모던 타임즈] 기차를 타고 도착한 또 다른 세계 유원지의 수용과 여가 문화의 조직
    일상을 떠나, 환상을 찾아 지난 여름 서울시에서 주최하는 한강몽땅축제의 일환으로 ‘잠수교 바캉스’란 프로젝트가 추진됐다. 한강 잠수교에 대형 모래사장을 만들어 선베드와 파라솔을 비치하고 대형 워터 슬라이드도 설치해 도심 속에서 바캉스를 즐기도록 기획된 이벤트다. 특히 워터파크에서나 볼법한 워터 슬라이드의 존재는 좀 더 다양한 즐거움을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최근 공공 공간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 집중호우 등의 이유로 행사는 취소됐지만 ‘한강의 백사장’ 아이디어는 서울 시민의 낭만과 노스탤지어를 자극한다. 파리 센 강에서 매년 펼쳐지는 행사인 ‘파리 플라주Paris Plage’를 벤치마킹했다지만 불과 4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한강에 펼쳐져 있던 백사장은 서민들의 놀이터였다. 특히 뚝섬의 백사장이 인기 있었는데, 1940년대 후반에서야 서울에 편입된 이곳은 일제 식민지기부터 서울 시민들이 바람 쐬러 가는 교외의 유원지였다. 이제 한강은 서울 한복판을 흐르고 있지만, 한강에 모래사장을 만드는 축제는 일시적이나마 복잡하고 고단한 도시의 삶을 벗어나 근사한 해변에 와 있는 듯한 환상을 선사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54호(2017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 [모던 타임즈] 일제 식민지기 풍경 사진의 속내 자연과 인물을 배치하는 방식에 대하여
    일제 식민지기의 포토몽타주 한 장의 이미지. 일제 식민지기에 외국인 관광객, 주로 일본인 관광객에게 판매된 그림엽서로, 경성의 탑골공원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전경에는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걸친 남자가 쪼그려 앉아 공원의 풍경을 구경하고 있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면 중경에는 한 사내아이가 동생으로 보이는 갓난아이를 포대기로 싸 업은 채 카메라 렌즈가 위치한 우리 쪽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으며, 그 뒤편으로 육각당과 원각사지 십층석탑 그리고 그것을 구경하는 조선인들이 배치되어 있다. 우리의 눈은 공들여 채색된 탑골공원의 초창기 풍경에 한동안 머물지만 이내 시선은 엽서에서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전경의 남자에게 되돌아온다. 이미지를 다루는 방식이 독특하기 때문이다. 남자의 가슴 아래로 주위 배경 이미지가 잘려 나가 남자가 도드라져 보이고, 이 때문인지 뒤편에 펼쳐진 프레임된 공원 풍경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둔 것처럼 느껴진다. 남자 사진을 공원 이미지 위에 덧붙인 것인지 한 사진에서 남자가 위치한 자리의 배경만을 오려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어떠한 경우든 이 엽서의 제작자는 공원 풍경과 그것을 바라보는 인물을 분리시키고 있다. 말하자면 이 이미지는 여러 사진 재료를 조립해 만들어가는 포토몽타주photomontage와 흡사하다. 식민지기의 시각 문화에 등장하는 포토몽타주, 이 기법의 효과와 의도는 무엇인가. ...(중략)... 이명준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경 설계, 역사와 이론, 비평에 두루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박사 학위 논문에서는 조경 드로잉의 역사를 고찰하면서 현대 조경 설계에서 디지털 드로잉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고, 현재는 20세기 전후의 우리나라 조경사를 보다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다. ‘조경비평 봄’의 회원으로도 활동한다. * 환경과조경 354호(2017년 10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