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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T 디지코 가든 KT Digico Garden
    신뢰의 바탕 모든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발주처와의 신뢰 관계다. 신뢰는 문서화된 화려한 이력에서 시작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드러나는 깊이 있는 실무 능력과 진정성 있는 자세가 그 근간을 만든다. KT 디지코 가든(KT Digico Garden) 프로젝트에는 색다른 소통 체계가 있었다. 발주처는 KT 내 브랜드 마케팅 부서였고, KT 광고를 대행하는 대홍기획이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관리했다. 시작은 KT 브랜드 강화를 위해 건축물 벽면을 이용하는 뮤럴(mural, 벽화)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콘셉트 디자인이 진행되면서 조경을 중심으로 한 외부 공간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로 바뀌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KT 이스트East 빌딩 부지뿐만 아니라 건물 주변을 둘러싼 종로구청 소유의 가로와 남측 공공 보행 통로까지 대상지로 편입됐다. 그러다 보니 프로젝트가 꽤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히게 됐다. KT와 종로구청의 공통분모가 필요했다. 우리는 광화문광장 숲과 연계한 도시숲 개념을 제안했다. 커다란 공통분모가 생기자 프로젝트는 빠르게 진행됐다. 발주처가 이런 프로젝트에 생소했기 때문에 진행 과정에서 설계사의 역할이 중요했다. 공공 프로젝트 경험이 많고 당시 종로구청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기에, 우리는 앞으로 일어날 상황을 미리 예측하며 구청 담당자들과 소통해 중요한 이슈를 빠르게 해결해 나갔다. 문제는 디자인을 결정하는 데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대홍기획을 통해서만 계획안을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설계 의도를 명확하게 전달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따라서 전문적인 도면과 용어보다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공간 이미지 위주로 보고 자료를 준비했다. 담당자의 조경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사례를 바탕으로 한 설명회를 자주 가졌고, 농장 답사에 동행해 공간 콘셉트에 맞는 수목과 우리가 원하는 수형의 특징을 자세히 알려주기도 했다. 이 과정 속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더욱 견고해졌고, 결과적으로 설계 의도를 프로젝트에 명확히 반영할 수 있었다. 설계 바깥의 세 가지 조건 원하는 수준의 시공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조경가는 설계 이외의 다른 것들도 알아야 한다. 좋은 콘셉트와 디자인, 충실한 설계 도서만으로 완성도 높은 공간을 만들기 쉽지 않다. 2017년 한국으로 돌아와 진행한 첫 프로젝트의 실패가 좋은 밑거름이 되었다. 당시 최저가 입찰로 선정된 시공사는 여러 이유를 들어 디테일들을 바꾸었고, 현장 감리는 설계자의 의도보다는 공기 단축과 익숙한 방식의 시공을 선호했다. 결국 껍데기만 남고 설계자의 의도가 사라진 조잡한 공간이 완성됐다. 이 실패를 경험으로 삼아, KT 디지코 가든 프로젝트에서 좋은 시공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세 가지 조건을 담당자에게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설득했다. 첫째, 설계자의 의도를 명확히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 디자인 감리. 둘째, 저가 입찰 방식이 아닌 시공 능력 평가를 통한 시공사 선정. 셋째, 예비비를 포함한 충분한 예산 확보. 광화문광장 사례를 들어 디자인 의도 구현을 위한 비용을 산정하고 진행 방식을 적용했다. 시공사 선정은 객관적 평가를 할 수 있는 서울형 공공조경가와 KT 내부 전문가를 심사위원으로 선정했다. 기본설계 도서를 바탕으로 예산 책정을 위한 공사비를 산정했다. 이러한 전략을 설계와 함께 입체적으로 진행하고, 설계사가 주도적으로 이 방식을 제안하고 이끌었다. 건축가 렌조 피아노, 그리고 조경가 렌조 피아노(Renzo Piano)의 콘셉트 스케치를 보면 지상층과 옥상층이 매우 흥미롭다. 지상 레벨에는 필로티로 띄운 건물 사이에 작은 언덕과 수목이 채워져 있으며, 이동을 위한 최소한의 계단실, 엘리베이터 코어, 에스컬레이터만 배치됐다. 건축물의 방이 시작되는 로비는 필로티로 띄워져 3층 높이에 위치한다. 옥상에는 지상층의 언덕 형태가 180도로 뒤집혀져, 수목을 심기 위한 식재 토심을 확보하는 동시에 주변으로 열린 평탄한 경관을 제시하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지상층을 오로지 공공을 위한 공간으로 쓰며 자연 요소로 채운 계획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로비는 지상층에 시공됐고, 포장으로 둘러싸여 분리된 두 개의 언덕은 법적 기준을 준수할 정도의 녹지로 구현됐다. 전정한 회양목, 현무암으로 포장한 산책로, 듬성듬성 놓은 경관석, 휑한 언덕 위에 설치한 등의자, 특색 없는 교목 등 전형적인 오피스 빌딩의 풍경이 연출됐다. 지나는 몇몇 사람이 간헐적으로 잠시 쉬어갈 뿐 이 장소를 즐기는 사람을 볼 수 없었다. 새로운 풍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렌조 피아노가 제시한 초기 아이디어를 현실 여건에 맞춰 새롭게 각색하고자 했다. 날아갈 듯 가벼운 느낌의 KT 이스트 빌딩이 숲 속 녹지 위에 떠 있는 풍경을 만들고 싶었다. 콘크리트 가장자리에 갇힌 지형을 흐르게 하고 화강석 포장면 대신 두꺼운 녹지를 덧대 너른 자연의 카펫을 만들었다. 자연으로 채워진 공공의 공간, 이것이 설계안의 기초가 됐다. 도심 속 등산 코스 인왕산과 삼각산이 도시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풍경에 감동받은 렌조 피아노는 서울은 ‘자연의 도시’라고 말했다. KT 디지코 가든은 10분 동안 등산을 즐길 수 있는 작은 산이다. 암석 사이로 축축한 이끼와 고사리가 자라고,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소리와 새소리를 듣고, 짙은 숲 사이로 산책하고, 언덕을 올라 전망 데크에서 도심 풍경을 즐길 수 있다. KT 디지코 가든에는 두 개의 정원과 세 개의 숲길이 있다. 그늘이 많은 북측 언덕은 음지성 식물을 중심으로 깊은 숲 속 자연을 재현해 바람정원으로 명명했다. 지하주차장 출입구가 있는 남측 정원은 구조적 문제로 토심이 부족하고 일반인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았다. 데크 산책로를 주차장 상부까지 연결해 전망대를 설치하고 초지 언덕을 만들어 하늘정원으로 명명했다. 건물 주변을 따라 남측 공공 보행 통로에는 배롱나무 숲길을, 서측 중학천변으로는 버드나무 숲길을 조성하고 길 끝에 정자목이 될 팽나무를 심었다. 동측과 북측에는 이팝나무 숲길을 만들고, 두 길이 만나는 지점에 소사나무를 식재했다. 건물 주변의 녹음이 부족한 가로에는 UHPC(Ultra High Performance Concrete)로 제작한 플랜터를 교호로 배치하고, 줄기가 많은 산딸나무를 식재해 보완했다. 숲을 조성하며 가장 많은 공을 들인 곳이 바람정원이다. KT는 가로에서 필로티 내부의 풍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무와 식물을 빽빽이 심기를 원했다. 그런데 정원 산책로에서 가로변 소셜 에지(social edge)까지의 녹지 폭원이 6~7.5m 정도에 불과해 큰 수목만으로는 의도한 풍경을 연출하기 어려웠다. 지형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서로 다른 높이의 꽃산딸나무, 팥배나무, 산딸나무, 산단풍을 3m 간격으로 식재했다. 교목 사이에는 생강나무, 함박꽃나무, 덜꿩나무, 좀작살나무, 낙상홍 등을 배치했다. 또한 가로변 소셜 에지를 따라 중간 키 정도의 귀룽나무, 마가목, 자작나무, 낙상홍 등을 바깥으로 기울여 심었다. 이처럼 지형에 맞춘 세 개의 층위로 나눠 식재해 깊이가 느껴지는 숲을 만들고자 했다. 또 하나의 식재 전략으로, 식물의 가지나 잎사귀가 신체에 최대한 접촉할 수 있게 수목을 산책로 가까이에 배치했다. 도심 속 휴게 공간에서 잎사귀에 뺨을 맞는 경험을 주고 싶었다. 어른 키 높이의 가지가 산책로를 덮을 수 있도록 배식했다. 예를 들어 정문 북측 언덕을 오르려면 신나무의 가지를 피하기 위해 허리를 숙여야 한다. 0.6m 폭원의 좁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산딸나무와 마가목 가지를 눈높이에서 만날 수 있다. 작은 관목과 지피초화류를 산책로 포장면을 덮도록 식재했다. 이런 의도들은 설계 도서만으로는 전달하기 어럽다. 그래서 방성식 시공 현장 소장과 원하는 수형의 수목을 찾으러 여러 농장을 다녔고, 그 과정에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듯 원하는 느낌의 수목을 농장의 나무들과 비교하며 반복적으로 방 소장에게 설명했다. 덕분에 원하는 수형의 나무를 가져올 수 있었다. 그리고 식재 공사 때마다 현장에 방문해 일일이 수목의 위치와 방향을 결정했다. 다른 프로젝트를 병행하는 상황에서 고된 일이었지만 꼭 필요한 작업이었다. 숲 아래 풍경들 하부 식재 연출에 대한 고민이 깊었는데, 이 부분은 전적으로 김수린 팀장에게 맡겼다. 좁은 면적이지만 공간이 깊어 보일 수 있는 속임수가 필요했고, 회화 기법에서 해답을 찾았다. 사용한 식재 기법은 크게 두 가지다. 근경과 원경을 강하게 대비시키는 방법과 그 사이에 중경을 추가하는 방법이다. 근경에는 잎의 채도가 낮고 질감이 거친 식물 관중과 모로위사초 ‘아이스댄스’를 심어 상이 오래 맺히도록 만들었다. 원경에는 잎의 채도가 높고 질감이 부드러운 긴산꼬리풀과 감동사초를 심어 대비시켰다. 그 사이에 경계를 뿌옇게 만들어주는 솔정향풀로 중경을 만들어 공간감이 한층 더 깊어지도록 했다. 남쪽의 하늘정원에는 단조롭지만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는 경관을 연출했다. 필로티 하부 공간에는 내음성이 강하고 생육성이 강한 수국을 군식했다. 주차장 상부 전망데크 주변에는 브라키트리차 새풀을 대량으로 식재해 넓은 들판에 올라가는 듯한 경험을 하게 했다. 바람정원 숲 하부에는 암석원이 있는데, 시공 경험이 많은 안기수 소장(공간시공 에이원)에게 맡겼다. 돌을 놓고 그 사에 식물을 심는 일에는 도면보다 현장의 감각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도심 속 골바람으로 만든 풍경 바람정원 안에는 폭원 6m의 환기구 시설 2개소가 있다. 경관 가치가 높은 장소 앞뒤에 있어 해결책이 필요했다. 특히 최상단의 환기구는 휴게 공간과 인접하게 놓여 있어 수목으로 가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를 해결하고자 미디어 커튼을 제안했는데, 예산 문제로 수경 요소를 접목한 이슬 스크린으로 변경되었다. 하지만 이마저 유지·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포기해야 했고, 최종적으로 윈드 웨이브를 계획하게 됐다. KT 이스트 빌딩 일대에는 고층 빌딩이 많아 골바람이 자주 부는데, 윈드 웨이브를 이룬 3,054개의 패널들이 이 바람에 따라 움직이며 아름다운 물결을 만든다. 가로 7cm, 세로 12cm 크기의 알루미늄 패널 표면은 아노다이징(anodizing) 기법으로 마감했는데, 작은 바람에도 움직일 정도로 충분히 가볍다. 바람에 움직이는 패널이 듣기 좋은 청량한 소리를 만들어 청각적 즐거움을 더한다. 일부 패널에는 정원에 심은 식물에 관한 정보를 레이저 가공으로 기록했다. 지금 KT 디지코 가든을 방문하면 개장 이벤트로 윈드 웨이브에 새긴 고래를 만날 수 있다. 최근 흥행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KT 스튜디오 지니가 지분을 투자해 만든 콘텐츠다. 이와 연계한 윈드 웨이브 활용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그 결과 숲 속에 사는 고래를 주제로 한 일시적 이벤트 경관을 연출할 수 있었다. 빛이 그린 수묵화 정원에 빛을 이용해 다양한 풍경을 만들었다. 공간마다 특징이 다른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남측 하늘정원이다. 전망데크 주변 초지에 40여 개의 갈대 조명을 균등하게 배치하고 프로그래밍을 통해 빛의 흐름을 연출했다. 북측의 소셜 에지와 팽나무 플랜터, 플랫폼에 놓인 돌벤치 하부에는 선형 조명을 설치해 바닥 공간을 밝혔다. 자연스럽게 어두운 숲과 대비되어 공간의 깊이감이 생겨난다. 가장 특별한 야경은 의외의 공간에서 볼 수 있다. KT 이스트 빌딩 필로티의 거대한 천장과 벽면은 숲의 배경이다. 옆면이 뚫린 직육면체 구조 때문에 낮 동안은 그늘이 져 어둡지만 밤에는 빛이 반사되어 도화지처럼 하얀 면이 된다. 이런 특징을 활용해 바람정원 벽면에 그림자 정원을 만들었다. 잎 모양이 다양한 음지형 지피초화류를 심고 조명을 배치했다. 조명의 각도로 인해 커진 잎 모양의 그림자들이 겹쳐져 일러스트 같은 그림자 숲을 만든다. 필로티 천장에는 수목 가지와 투사등의 거리에 따라 그림자의 농담이 달라져 수묵화 같은 풍경이 연출된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1차 시공을 마치고 조명 연출을 확인하다 발견했다. 뜻밖의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광화문광장 일대 변화의 프로토타입을 꿈꾸다 조용준 인터뷰 광화문광장의 숲과 KT 디지코 가든이 멀지 않은 곳에있다. 두 장소는 어떤 관계인가. 광화문광장에서 건널목 하나를 건너면 KT 웨스트 빌딩이 나타나고 이어 대상지인 이스트 빌딩이 나온다. 광화문광장의 의의는 광장 주변을 함께 바라볼 때 발견된다. 광장이 변하면 그 일대도 함께 변한다. 클라이언트인 KT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고, 당시 개발 중이던 이스트 빌딩을 광화문광장 개장에 맞추어 함께 열고 싶어 했다. 마침 광화문광장을 만들며 주변 일대의 기본 구상도 진행한 상태라, KT 디지코 가든이 광장 일대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보여주는 프로토타입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KT 디지코 가든은 본래 KT 브랜드 강화를 위한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발주처도 ‘공공의 숲’이라는 개념이 홍보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데 동의했나. 좀 더 많은 사람들을 KT 디지코 가든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어떤 전략을 사용했나. 시작은 잭과 콩나무를 콘셉트로 한 뮤럴(mural, 벽화) 프로젝트였는데, 벽화 주변의 조경에 대해 논의하며 점차 조경 중심의 프로젝트로 바뀌게 되었다고 들었다. 단순히 보게 하는 공간보다 체험하는 공간이 사람들에게 더 크게 다가갈 수 있다고 설득했다. 아모레퍼시픽 사옥을 비롯해 오픈스페이스를 통해 브랜드를 강화한 프로젝트 사례를 많이 보여주었다. 또 광화문광장을 방문한 사람이 결국 식당을 찾아 빌딩가를 찾을 것이고, 숲이 매력적인 빌딩에 더 오래 시선을 둘 것이고, 밥을 먹은 사람이 숲을 거닐며 자연스럽게 KT에 대해 알게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콘텐츠 요소도 넣었다. 대상지 모퉁이에 커다란 팽나무가 있는데, KT가 지분을 투자한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의 한 장면에서 따와 심은 것이다. 정자목을 넘어 팽나무가 KT의 콘텐츠를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대상지 내 윈드 웨이브에도 우영우를 상징하는 또 다른 요소인 고래 이미지를 삽입해 홍보 효과를 꾀했다. 광화문광장을 비롯해 주변을 거닐던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새로운 매력적인 숲이 필요했다. 우선 나무를 밀식해 도심에서 만나기 어려운 빽빽한 숲의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다. 지나는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도록 주변을 걸을 때 어디에서나 녹지를 발견할 수 있게 했다. 대상지 북쪽에 지하철역 입구가 있는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역을 빠져나올 때부터 숲으로 들어선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양 옆에 넉넉한 녹지를 조성했다. KT 이스트 빌딩 입구의 양쪽이 유리로 되어 있어 이곳에 근무하는 이들은 숲으로 출근해 숲에서 퇴근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렌조 피아노가 그린 녹지의 선형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생각했는가. 기존 설계안에서 수용한 부분과 수용하지 않은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과거 대상지는 언덕이 없는 평평한 관아 터였으므로, 과거의 지형에서 비롯된 선형은 아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렌조 피아노의 인터뷰를 찾아봤는데, 내사산으로 둘러싸여 그 지형에 의해 만들어진 서울이라는 도시에 큰 감명을 받았다더라. 그 결과 KT 이스트 빌딩 하부의 거대한 언덕을 계획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언덕이라는 콘셉트가 굉장히 좋아 받아들이기로 마음 먹었으나 필로티 하부에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아마 계획 초기에 개입할 수 있었더라면 건물 바깥으로 언덕을 둘러 숲으로 만들고, 필로티 하부를 숲에 둘러싸인 오픈스페이스로 조성해 식물이 생육하기 좋은 환경을 마련했을 것이다. 우선 법적 기준에 맞춰 콘셉트 위주의 도면을 다듬었다. 렌조 피아노의 안에 따르면 지상층 전체가 숲과 같은 언덕으로 덮여 있고 가장자리가 자연스러운 녹지로 마무리되지만, 실제 부지는 콘크리트 포장 도로로 둘러싸여 있다. 최대한 원 계획과 가까운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일부 가장자리를 허물어뜨리고 언덕이 이를 넘어오게 해 더 많은 자연을 만들고자 했다. 이미 완성된 외부 녹지 공간을 부수고 다시 대규모 언덕을 조성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정해진 공사비 안에서 공간을 바꿔야 하는 게 쉽지 않았다. 구조를 바꿀 경우, 언덕 조성과 수목에 예산을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따라서 전략적으로 구조는 최대한 그대로 유지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이 언덕이 지하 공간 위에 만들어진다는 점이었다. 지하 공간 위의 녹지에 나무를 더 심을 경우 하중이 늘어나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토양을 적당히 걷어낸 뒤 식재를 진행했다. 정원 대신 숲, 산책 대신 등산이라는 단어와 콘셉트를 사용한 이유가 궁금하다. 렌조 피아노의 아이디어를 단순히 형태적으로 차용하고 싶지 않았다. 그가 내사산에 둘러싸인 풍경에 감동받아 언덕을 계획했으니, 이곳에서 작은 산을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 평지를 걷다가 오르막을 오르기도 하고 높은 곳에 다다르면 전망을 즐길 수도 있는 등산 코스를 떠올렸다. 대상지에 처음 방문했을 때, 점심을 먹고 난 직장인들이 담배를 피우거나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건너편 커피숍에 앉아 수다를 떠는 게 휴식 활동의 전부였다. 단순히 쉬어가는 정원보다는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 보였다. 공간에 깊이를 더하기 위해 언덕, 식물, 콘크리트 구조물을 사용해 높이를 만들었다. 어떤 원칙을 기준으로 삼았나. 대상지가 북측에 있는 데다 필로티 하부라 어두워 식물 생육이 어려운 조건이었다. 게다가 차량이 진입하는 곳의 경우 구조가 약해 상부에 나무를 많이 심어 숲과 같은 공간을 만들기 어려웠다. 이곳에 빽빽한 숲을 만드는 대신 올라서면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를 만들어 임팩트를 주고자 했다. 폭원이 7m밖에 되지 않는 녹지에는 나무가 최대한 길과 밀착되도록 심고, 사이사이에 관목을 배치했다. 더욱 두꺼운 숲을 만들기 위해 키 큰 수목과 작은 수목을 다채롭게 심고, 되도록 줄기가 많은 수목을 사용했다. 이곳을 거닐다보면 잎사귀나 나뭇가지에 뺨을 맞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만큼 길 가까이에 나무를 심었다. 도시민들은 의도적으로 나무에 몸을 부딪치지 않는 이상 잎사귀와 나무를 몸으로 느끼는 경험을 할 수 없다. 하지만 KT 디지코 가든에서는 길을 오르려면 나뭇가지를 피해 고개를 숙여야 하고 수시로 온몸에 잎사귀가 닿는다. 대상지 가까이에 흐르는 중학천은 큰 기회 요소가 되었다. 이 작은 천이 산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실개천의 역할을 해준다. 천변을 따라 버드나무를 심었는데, 상위 계획에 따라 중학천이 복원되면 이 녹지가 도시 차원으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소재로 콘크리트와 돌을 사용한 이유는? 렌조 피아노는 가볍고 건물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추구하고, 이를 위해 투명성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난간 등 여러 시설물을 얇게 만들고 멀리서 보면 가는 선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콘크리트는 렌조 피아노가 선호하는 소재고, 건물과 잘 어울려 많이 사용했다. 콘크리트로 해결할 수 없을 때는 돌을 사용했다. 지면과 돌이 만나는 부분을 안쪽으로 들어가게 해 그늘에 숨긴 뒤 선형 조명을 설치했는데, 이렇게 하면 돌로 만든 시설물이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여 돌의 무거운 느낌을 덜어낼 수 있다. 간혹 긴 선형의 홈이 파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더글라스 정원에도 사용했던 나만의 디자인 시그니처로 수평성과 깊이를 강조하는 디테일이다. 소셜 에지는 본래 콘크리트 앉음벽만 있던 공간인데, 바로 뒤에 경사가 진 화단이 있어 비가 내리면 흙과 자갈이 계속 흘러내리는 문제가 있었다. 이 불편을 덜어내기 위해 화강석을 둥근 형태로 덧대 화단과 앉는 공간 사이에 자연스러운 턱이 생기게 했다. 본래는 하나의 조각을 길게 만들어 최대한 이음매를 적게 만들 계획이었으나, 도면과 실제 현장의 여건이 달라 시공을 진행하며 미리 제작한 조각을 잘라가며 이어 붙여야 했던 점이 조금 아쉽다. 주변 길과의 관계를 고려해 설계한 부분이 있다면? 도면에서 붉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실제 대상지인데, 선 안쪽만 설계할 경우 숲과 같은 공간을 만들기 어려웠다. KT와 종로구청의 협의를 통해 종로구 부지 일부도 함께 손을 볼 수 있었다. 일종의 기부채납을 한 셈이다. 부지를 두른 네 개의 길을 각기 다른 테마의 산책로로 만들었다. 전문가의 관점에서는 작은 부지에 너무 많은 요소가 있다고 느낄 수 있지만, 실제로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작은 공간에서 다채로운 경험을 하기를 원한다. 중학천변에는 천변 식물을 모티브로 삼아 숲을 만들고, 광화문광장에서 다가오는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는 삼봉로 모퉁이에는 커다란 팽나무를 심었다. 북쪽 길에는 이팝나무 플랜터를 놓아 숲길을 만들었다. 남쪽의 경우, KT가 독특한 수목을 심기를 원했던 길이다. 본래 요구했던 수목은 동백나무였으나 서울에서 생육이 어렵기 때문에 동백 못지않게 화려한 꽃을 피우는 배롱나무를 심었다. 내년 여름이면 이 부근이 분홍빛으로 물들 것으로 기대된다. 보고 자료에서 ‘조경과 기술을 결합한 문화 공간’, ‘인식의 변화 X세대, 인식의 확산 MZ세대’ 등 고객 경험개선 전략을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현재 조경과 기술의 접목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MZ세대가 공간을 이용하는 방식이 조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의견이 궁금하다.1 조경과 기술의 결합은 아직 풀기 어려운 문제다. 디지코(Digico)는 디지털과 텔레콤의 합성어로 KT가 통신 회사를 넘어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했음을 보여주는 단어다. KT 디지코 가든에도 그 의미를 담고자 기술을 접목한 공간을 조성하려 노력했다. 천으로 된 미디어 스크린을 계획하기도 했다. 스크린이 자유롭게 여닫히고 안쪽에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두어 가상과 진짜 자연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기술력의 문제로 실현할 수 없었다. 사물인터넷IoT을 이용한 식물 유지·관리 계획을 제안하기도 했는데 KT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MZ세대는 핫플레이스를 많이 찾아다니는 세대다. SNS에 그들이 올리는 콘텐츠 자체가 홍보 효과를 내기 때문에 외부 공간이 어떤 색다른 경험을 주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다. KT를 비롯해 많은 클라이언트도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다. 김수린 작업 초기 워크숍 회의 중, KT의 통신 기술을 조경 공간에 도입하면 어떨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외국 사례도 찾고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검토도 해봤지만 실현하지는 못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기술력이 부족하다. 둘째, 조경과 기술을 결합했을 때 효과가 부족하다. 결국 조경은 식물과 더불어 휴식하는 공간을 만드는 행위다. 휴식 공간에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 필요하긴 한 걸까? 우리는 수많은 기술과 정보로 복잡한 시대에 살고 있다. 출근할 때도, 일할 때도, 쉴 때도, 잠들기 직전까지도 너무 많은 정보를 읽고 흡수한다. 우리 세대는 어쩌면 너무 많은 정보에 질려버린 세대가 될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조경 공간에도 기술이 도입된다면, ‘알아서 잘’ 해주는 기술이 나타났으면 좋겠다. 어떤 기술이 쓰였는지 알고 싶지 않다. 기술이 정보를 알아서 잘 해석하고 반영해 우리 세대를 편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이지현 IoT를 공간 구성 요소로 더하면 사용자에게 감각적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을 사용하려 한다면, 자신의 의도를 담은 공간이 시설물과 기술의 접목에 국한되어 보이지 않게 하는 세심한 계획이 필요하다. 더불어 적절한 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을 알아야 하고, 기술 제공자에게 기획 의도를 설명해 실현까지 이어갈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설계자는 다방면에 관심을 가지고 현상과 이치를 끊임없이 배워가야 한다는 걸 다시 깨닫는다. 오혜지 어떤 부분에 집중을 하느냐의 차이라 생각한다.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한 거라면 스마트 패널 정도에서 멈추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불편함과 식물의 유지·관리 부분을 다루고 싶다면 기술력 향상이 필요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넘어가며 활동의 제한이 풀린 최근, 시각적이고 동적인 콘텐츠에 대한 욕구가 강한 MZ세대의 경험과 관심을 끌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숲이 인공지반 위에 만들어진 데다 필로티 하부에 놓여 식물이 생육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다. 유지·관리 계획을 어떻게 세웠나. 결국 환경에 맞는 식생을 선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식물이 죽는다. 최대한 식물 생육이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관수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했다. 유지·관리의 문제는 결국 돈의 문제이기도 하다. 식물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인력과 시스템이 있다면 처음과 같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 식물 유지·관리에 대한 KT의 의지가 강해서 다양한 수목을 밀식할 수 있었다. 디지코 가든뿐만 아니라 기부채납한 부지까지 지속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각주 1.KT 디지코 가든 프로젝트를 함께한 김수린, 이지현, 오혜지에게공통 질문을 던져 이메일로 답을 받았다. 글 조용준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 설계 총괄 및 감리 CA조경기술사사무소(조용준) 설계 CA조경기술사사무소(김수린, 이지현, 오혜지) 시공 조경디자인 이레, 공간시공 에이원 발주 KT, 대홍기획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3길 33 면적 5,620㎡ 완공 2022. 8. 사진 안상순 2004년 설립된 CA조경기술사사무소는 작은 공간의 설계부터 도시 스케일의 계획에 이르는 국내외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창의적인 생각으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며, 공공을 위한 의미 있는 장소를 만들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www.cadesign.co.kr 조용준은 작은 공간부터 도시 스케일의 계획에 이르는 국내외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창의적인 생각으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며, 공공을 위한 의미 있는 장소를 만들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www.cadesign.co.kr 김수린, 이지현, 오혜지는 CA조경기술사사무소의 일원이다. 김수린 팀장을 주축으로 이지현 대리와 오혜지 사원은 KT 디지코 가든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
    • 조용준 / 2022년10월 / 414
  • 타이난 스프링 Tainan Spring
    도심의 호수 타이난 스프링은 타이난 도심의 주요 상업 공간이었던 차이나타운 몰과 그 일대에 조성된 녹음이 짙은 공원과 호수다. 주변 공간을 둘러싼 어린 식물들이 가까운 미래에 울창한 정글이 되도록 조성했고, 궁극적으로 기존의 쇼핑몰을 자연과 수공간을 연결하는 도심의 호수로 탈바꿈시키고자 했다. 타이난 시정부의 요청으로 타이난 수로 동쪽의 T자형 축을 부활시켜 기존 차이나타운 몰 부지와 1km에 달하는 하이안로Haian Road를 연결하는 새로운 경관 전략을 세웠다. 전략에 따라 자생 식물을 심었으며, 광장과 공공 물놀이장을 새로 조성했다. 또한 공공 보행로를 개선해 교통 체증을 완화했다. 차이나타운 몰 타이난의 수로는 17세기부터 해양업과 어업의 기반 시설이었으나, 1980년대에 들어서 도시는 이러한 역사적 도시 구성 방식과 궤를 달리하기 시작했다. 1983년 차이나타운 몰은 타이난 운하 옆 옛 항구 위에 세워졌다. 시간이 지나 대규모의 상업 공간이 더 이상 그 목적을 수행하지 못하면서 타이난 도심의 활력에 지장이 됐다. 타이난 스프링은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 쇼핑이 대체하고 있는 현시대에 더 이상 이용하지 않는 쇼핑몰의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 철거 자재를 세심하게 재활용한 덕분에 순환형 경제의 혁신적인 사례로 손꼽히기도 한다. 쇼핑몰의 지하 주차장은 도심 물놀이장과 우거진 자생종 식물이 어우러지고 그늘진 아케이드로 둘러싸인 선큰 광장으로 탈바꿈됐다. 물놀이장은 사계절 내내 만남의 장소가 되도록 만들었다. 수면 높이는 우기와 건기에 맞춰 조절되며, 더운 날씨에는 안개를 분사하여 지역 온도를 낮추는 동시에 방문객을 환영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여름날 에어컨 사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놀이터, 만남의 공간, 공연을 위한 무대 등이 복합적으로 모여 있으며 해체된 건물의 콘크리트 틀을 조형적으로 아름답게 보존해 이후 상점과 안내데스크 등 어메니티 공간으로 전환될 여지가 있는 폴리(folly)들을 남겼다. 현대판 포로 로마노 지하 2층의 구조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유리 바닥재를 깔아 사람들에게 장소가 지닌 역사와 기존 쇼핑몰이 타이난의 역사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알게 했다.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새로운 방식은 부지를 완전히 정리하고 재생시키는 타불라 라사(Tabula Rasa)와 같은 접근 방법이 아니다. 쇼핑몰 건물을 지탱하던 기둥을 그대로 활용해 현대판 포로 로마노(Roman Forum)처럼 보이게 만들었고, 이는 옛 항구를 폐쇄하고 쇼핑몰을 짓게된 역사를 보여주는 일종의 시각적 지표다. 도시의 녹지 설계의 중요한 열쇠는 도시에 녹지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공공 광장과 하이안로에 대규모 식재가 진행됐다. 교목, 관목과 그라스류 등 여러 켜의 초목이 펼쳐진 타이난 동쪽 자연 경관에서 영감을 받아 다양한 자생종을 복합적으로 활용했다. 식물 군집의 밀도는 도로 인근 매장의 주변 환경과 필요에 따라 시민들이 다닐 수 있는 공간을 더 만들거나 더 많은 식물을 심는 식으로 조절했다. 어린 식물들이 자라 우거진 정원을 형성하려면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주민들은 쇼핑몰의 흔적 위에 자란 식물들 사이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과거의 폐허 사이에서 수영하는 흔치 않은 경험을 선사한다. MVRDV의 비니 마스Winy Maas는 “도시의 역사와 함께 기존의 정글과 수공간이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 됐다”고 말했다. 타이난은 회색이 많은 도시다. 가능한 한 모든 장소에 정글을 다시 등장시킴으로써 도시는 주변 경관과 재통합된다. 이러한 녹지의 재도입은 마스터플랜에서 중요한 요소이며 하이안로의 식재 설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이안로 리노베이션 이 프로젝트는 하이안로 리노베이션의 일환으로서 진행되어, 타이난의 가장 활력 넘치는 도로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었다. 교통 체증이 줄어들어 자동차는 이제 단지 양쪽으로 한 차선만을 사용하게 됐다. 지난 수년간 계획 없이 다양한 형태로 포장되어 누더기가 된 도로를 통일된 콘크리트 타일로 포장하고, 식재 전략은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울창한 경관을 만드는 방법을 택했다. 지하에서 공공 공간으로 튀어나와 미관을 해치는 대형 환기구는 사회 기반 시설이라 제거는 불가능했다. 대신 시각적 존재감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주변과 어우러지는 색으로 통일했다. 이후 타이난 시에서 여러 지역 예술가를 초청해 이 구조물을 아름답게 꾸몄다. Architect MVRDV Principal in Charge Winy Maas Partner Wenchian Shi, Jeroen Zuidgeest Project Coordinator Hui-Hsin Liao Design Team Hui-Hsin Liao, Angel Sanchez Navarro, Stephan Boon, Xiaoting Chen, Andrea Anselmo, Yi Chien Liao, Zuliandi Azli, Olivier Sobels, Dong Min Lee, Chi Yi Liao Visualization Antonio Luca Coco, Costanza Cuccato, Davide Calabro, Paolo Mossa Idra Copyright Winy Maas, Jacob van Rijs, Nathalie de Vries Partners Local Architects: LLJ Architects Sustainability/Landscape and Urban Designers: The Urbanists Collaborative Structural Engineers Consultant: Evergreat Associates, S.E. Transport Planners: THI Consultants Lighting Designer: LHLD Lighting Design MEP Engineers: Frontier Tech Institute General Contractor: Yong-Ji Construction Client Tainan City Government Location Tainan, Taiwan Area 54,600m2 Completion 2020 Photograph Daria Scagliola MVRDV는 1993년 비니 마스(Winy Maas), 야코프 판레이스(Jacob van Rijs), 나탈리 더프리스(Nathalie de Vries)가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설립한 회사다. 전 세계를 무대로 다양한 작업을 통해 도시, 건축, 인테리어, 조경 관련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로테르담, 파리, 상하이에 지사를 두고 이해관계자, 다양한 전문가와 함께 리서치를 바탕으로 한 협업을 주로 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2000년 하노버 엑스포의 네덜란드 기념관, 암스테르담의 플래그십 매장 크리스탈 하우스와 로이드 호텔, 상하이의 홍차오 오피스 캠퍼스, 로테르담의 디든 빌리지(Didden Village) 옥상 증축, 스페이 케니서(Spijkenisse)의 북마운틴 공공 도서관, 서울 강남구의 청하빌딩 등이 있다.
    • MVRDV / 2022년10월 / 414
  • 페이즈 시프트 공원 Phase Shifts Park
    페이지 시프트 공원(Phase Shifts Park)은 환경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의 역동적인 상호 작용을 일으킨다. 공원 시설은 주민들의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인지시키고 나아가 일상생활에서 그 가치를 향유하게 한다. 이곳에 적용한 디자인 언어는 다양한 차원에서 일상의 문제를 돌아볼 수 있는 보편적 접근 방식을 만들어낸다. 공원에는 공항을 도시 경관으로 변화시킨 지리학적 차원, 거대한 공공 지형에 고유의 문화 시설을 통합시킨 도시적 차원, 레크리에이션 시설을 공유함으로써 여러 도시 간의 투과성을 만든 도시 내부적 차원 등이 공존한다. 이 다양한 차원의 연계는 독특한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다. 공원의 다양한 지형 공원을 통해 거대하고 굽이치는 땅을 가로지르는 물, 바람, 사람과 사람이 아닌 모든 것을 탈바꿈하고자 했다. 언덕은 드넓은 지평선의 시각적 틀을 구축하고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어진다. 그 앞에 서면 친밀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북쪽 라운지, 동쪽 나선형 도로, 중앙 잔디밭, 동쪽 스카이돔, 중앙 마당은 비바람을 피하고 문화 행사와 공연을 열기에 적당하다. 다양한 지형은 주민들이 일상에서 조금 멀어져 끊임없이 바뀌는 살아있는 환경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3km의 구불구불한 길은 차량과 보행자를 보호하고 사람과 동물이 오갈 수 있는 생태 통로 역할을 한다. 녹색 허파 지표면의 주름은 일상에 편의를 제공해주는 것을 넘어 투과성의 변화에 따른 파라미터(parameter)를 드러내는 기술적 도구이기도 하다. 바닥의 투수성은 집수 능력을 결정하고 그에 따라 생태계를 진작시킨다. 바닥의 작은 구멍은 물을 흡수하고, 이 물은 산소와 함께 씨앗을 발아시키며, 발아된 식물은 새로운 경관을 만들어낸다. 지표수의 층위는 형성된 식물층과 연관되며 빗물 유출수와 공기질에 대한 장기적 지표를 제공한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는 공원 곳곳에 배치된 간이 시설에서 분석되어 지역 활동에 따른 환경의 변화를 보여준다. 공원을 수놓은 식재는 대만의 식물 군계가 지닌 다양성을 활용해 가장 덜 더운 지역부터 가장 덜 오염된 지역, 가장 습도가 낮은 지역을 보여준다. 식재 유형과 시설은 공원 내 정원을 구분한다. 공원은 도시에 거대한 ‘녹색 허파’를 제공해주고, 공원의 주요 흐름을 간간히 끊는 ‘만남의 구역’은 사람들이 길을 걷다 멈춰서 공공 공간을 이용하도록 유도한다. 해변, 정원 등 여러 공간에는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의 감각 원리에 기초한 12가지(언어 감각, 미각, 청각, 평행 감각, 사고, 시각, 움직임, 자아, 촉각, 따뜻함, 후각, 삶) 요소를 놓아 감각을 자극하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 *환경과조경414호(2022년 10월호)수록본 일부 Design Team mosbach paysagistes(team head), Philippe Rahm architectes, Ricky Liu & Associates Architects and Planners Commissions By New Construction Office, Taichung City Government Location Taichung, Taiwan Area 67.4ha Design 2011~2013 Construction 2014~2020 Photograph Catherine Mosbach, Victor Chohao Wu 캐서린 모스바흐(Catherine Mosbach)가 이끄는 모스바흐 페이자지스트(mosbach paysagistes)는 역사·환경적 가치가 높은 도시 경관 설계, 대규모 프로젝트 등 과학, 역사, 문명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 실험적 작업을 선보인다. 대표작으로 보르도 식물원(Botanical Garden of Bordeaux), 솔뤼트르 고고학 공원(Solutre Archaeological Park), 루브르 렌즈 박물관 공원(Louvre Lens Museum Park)이 있다.
    • mosbach paysagistes / 2022년10월 / 414
  • 여주역 금호어울림 베르티스 Yeoju Station Kumho Oullim Vertice
    여주역 금호어울림 베르티스는 여주역세권 도시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교동2지구에 조성된 7개동 605세대 규모의 단지다. 조경 면적이 전체 면적의 39%에 달하며, 아파트 내 테마 공간이 조성될 만한 곳에 선호도가 높은 조경 요소를 적용하고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가 좋아하는 트렌드를 반영해 인근 아파트 단지와의 차별화를 꾀했다. 설명을 곁들여야 하는 과도한 공간 이름을 짓기보다 물리적인 형태나 질감, 분위기로 공간의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다. 입주민들이 공간을 즐기면서 정서적인 위안과 교감을 얻도록 하는 데 설계 목표를 두었다. 주출입구 출입구 회전 교차로에는 수고가 높고 수형이 아름다운 대형 소나무를 심어 단지를 상징하는 인상을 주고자 했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분홍 꽃을 피우고 매끄러운 수피를 가진 아름드리 배롱나무를 소나무 사이에 심어 거칠게 갈라진 소나무 수피와의 대비 효과를 꾀했다. 삼각형의 띠녹지에는 시선을 끌 수 있는 조형 소나무를 단독으로 식재했고, 시선의 차단이 필요한 곳에는 소나무를 군식해 입구 공간을 완성했다. 주출입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계단을 올라 고개를 들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둔 소나무를 만날 수 있는데, 이 경관이 중앙광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기대감을 더한다. 정원을 품은 커뮤니티 공간 단지의 중심 공간에 단지를 상징하는 입주민 커뮤니티 장소를 계획했다. 개방적인 공간 구성, 요소 간의 연계와 균형감 있는 연출에 많은 공을 들였으며 적절한 여백을 두어 유연한 공간의 힘을 보여주고자 했다. 명쾌한 동선의 축을 중심으로 석가산과 생태연못, 팽나무 쉼터, 커뮤니티 하우스, 피크닉 테라스 등이 잔디마당 주변으로 펼쳐져 여유로움과 풍성함 사이에서 걷는 즐거움과 머무는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 시선이 가장 먼저 머무는 석가산은 보행 동선의 이동 방향을 고려해 배치되어 주변 요소들과 어우러져 청량한 풍경을 선사한다. 소나무가 석가산을 병풍처럼 감싸 안아 시선이 닿는 곳마다 보이도록 했다. 수형이 아름다운 소나무는 방향과 간격에 따라 홀로 돋보이기도, 서로 조화를 이루기도 하여 아늑한 공간감을 구현해낸다. *환경과조경414호(2022년 10월호)수록본 일부 글 조재운 와이에스개발 대표 사진 유청오, 조재운 조경 기본설계 스케이프뷰 조경 특화설계 와이에스개발 시행 하일건설 건설 금호건설 시공 와이에스개발 시설물 미담, 플레이잼, 아우라이앤에이, 토인디자인 위치 경기도 여주시 교동 114 대지 면적 38,631m2 조경 면적 15,229m2 완공 2022. 8.
    • 조재운(와이에스개발) / 2022년10월 / 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