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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서울꿈의숲
    Dream Forest 설계 _ (주)씨토포스, IMA Design, 건축사사무소 시간시공 _ 화성산업발주 _서울특별시위치 _서울특별시 강북구 번동 산28-6번지 일대면적 _66만 2,627㎡(전체 조성면적: 90만㎡)조성기간 _ 2007.10 ~ 2009.10사업비 _ 3,339억원(보상비 2,356억원, 공사비 등 983억원)강북, 성북, 도봉, 노원, 동대문, 중랑 6개구를 둘러싸는 서울시 강북구 번동, 옛‘드림랜드’와 인근 임야 지역에, 267만 강북 주민을 위한 초대형 녹지공원‘북서울꿈의숲’이 지난 10월 17일 문을 열었다. 이번에 개장되는 공원의 면적은 총 66만 2,627㎡로서 서울시는 향후 약 90만㎡까지 공원을 확대 조성할 계획이다. 이는 월드컵공원(276만㎡), 올림픽공원(145만㎡), 서울숲(120만㎡)에 이어 서울에서 4번째 큰 규모이다. 생활권공원이 부족한 강북지역에 시설이 노후되어 방치된 드림랜드와 인접한 미조성 공원용지에 세계적 수준의 품격 높은 공원을 조성함으로써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서울 강ㆍ남북의 균형개발을 위해 조성된‘북서울꿈의숲’은, 민선4기 서울시가 역점을 둬 추진중인 도시균형발전 프로젝트의 거대 축이다. 지난 2008년 4월 국제현상공모를 거쳐 (주)씨토포스, IMA Design, 건축사사무소 시간의 공동안인“개방(Open Field)”을 최우수작으로 선정했다. 공원의 명칭 또한, 공원이 위치한 지역을 표시하는 ‘북서울’과 시민들의 추억이 서려있는 드림랜드를 우리말로 표현한‘꿈의 숲’을 결합한 것으로서 시민공모와 선호도 조사 등의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확정됐다. 공원 입구에 위치한 주차장 뒤편으로 조성된 ‘초화원’은 과거에 있던 골프연습장을 철거하여 하부에는 주차장을 만들고 옥상에는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하였으며, 다양한 식재를 통해 사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지형의 등고차에 따라 형성된 계류를 이용한 ‘칠폭지’는 7개의 크고 작은 폭포가 있는 연못으로 9개의 다리가 놓여 있으며, 공원 내부로 들어서면 등록문화재 제40호인 ‘창녕위궁재사’가 위치해있다. 또한 전통정자 ‘애월정’과 ‘월광폭포’로 이루어진 대형 연못 ‘월영지’는 전통정원의 분위기에서 달을 비춰볼 수 있는 곳으로, 물과 녹지가 어우러진 자연정취를 고즈넉하게 즐길 수 있다. 창녕위궁재사에서 월영지까지의 경사지를 활용한 ‘이야기정원’, 서울광장의 약 2배에 달하는 초대형 잔디광장인 ‘청운답원’, 복합문화예술공간 ‘꿈의숲 아트센터’와 다양한 문화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문화광장’이 들어서있다.
  • 전주 태평문화공원
    역사와 문화 태평문화공원 부지는 전주의 구도심지역으로 과거 연초제조창이 입지하였던 곳이다. 일제시대에는 전주 최대의 공장 굴뚝이 위용을 자랑하였고 굴뚝에서 사이렌으로 시간을 알리는 오포소리는 명물 중 하나였다. 시계가 귀했던 그 시절에 서민들에게는 시계나 다름없는 존재였던 것이다. 1914년에 전주-익산간 경편철도열차의 운행이 시작되면서 태평동에는 전주 최초의 역이 들어서게 되었고 물류창고가 세워지게 되면서 인근에는 시장이 형성되었다. 공북정이라는 정자가 있었고 쌍물레방아가 나란히 돌면서 세월을 노래했던 장소였다. 그러한 역사성과 장소성을 가진 곳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게 되면서 일부 공간에 KT&G가 공원을 조성하여 전주시에 기부채납하게 되어 탄생한 것이 태평문화공원이다. 디자인 컨셉 태평문화공원은 문화적 아이덴티티와 푸른 녹지가 어우러진 쾌적한 주제공원으로서 디지로그 파크(Digilog Park)를 추구하였다. 연초제조창 부지로서의 장소성, 최초의 전주역과 공북정이라는 정자가 입지했던 태평동의 역사성, 전통문화도시인 전주의 상징성과 한스타일을 역동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전주시의 의지 등을 현대의 첨단기술과 연계시켜 아트폴리스 관점에서 설계한 공원인 것이다. 평면적 공간구성은 장방형 부지의 형상적 측면과 문화공원의 성격적 측면을 고려하여 질서 부여를 위한 축을 설정하되 비대칭으로 처리하여 공간의 표정을 다양화하였다. 부지 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고 축의 설정에 의해 야기될 수 있는 공간 단순화를 보완하며 흥미 제공을 위하여 상호관입의 디자인 원리를 적용하였다. 입체적 구성측면에서는 인접한 아파트 단지와의 레벨차를 극복하기 위하여 점층적 지형변화로 공간적 조화를 추구하였으며 적절한 위요감과 공간감을 연출하기 위하여 다양한 수직요소로 리듬감을 부여하고자 했다. 아울러 기능의 유기적 연결, 경관적 맥락성 확보 및 주변 지역의 토지이용과 부합될 수 있도록 공간구성을 창출하였다. 설계 _ 전북대학교 조경학과 안득수 교수, 이우환경디자인(주)시공 _ SK임업(주)발주 _ KT&G위치 _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태평동면적 _ 7,259㎡공사기간 _ 2008. 8~2008. 12
  • 스튜디오 101, 설계를 묻다(11) 프로세스: 시간축의 공간화
    프로세스에 대한 논의의 세 갈래 길 두 달 전 리빙시스템을 마무리하면서 동태적 미학의 고찰을 보충해야겠다는 멘트를 달아놓았다. 뿐만 아니라 생명과 관련된 재료를 다루는 조경분야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프로세스에 관련된 담론들을 정리해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차였다. 프로세스라는 키워드에 대한 글과 자료를 수집하고 살펴보는 와중에 뭔가 뚜렷해지고 정리되어 수렴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발산되고 산만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이는 프로세스라는 키워드의 다의성에 기인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세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과정, 공정, 절차, 순서, 진행, 경과, 변화 등의 단어와 함께 쓰이고 있음을 알게 된다. 모두 유사한 뜻이긴 하지만 굳이 분류를 하자면 발달과정, 즉 순리대로 자라나는 현상에 관한 것과 진행과정, 즉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나아지게 하거나 주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의 두 가지 뉘앙스를 구별할 수 있다. 이 글은 주제 키워드와 조경설계 간의 연관에 기반을 두어야 하므로, 프로세스로 서술할 수 있는 모든 방향들 중 공간 또는 공간화와 결부되는 것에만 집중할 것이다. 이에 따라 프로세스를 시간축과 연관된 공간현상 및 공간구성행위라고 좁게 정의하고, 설계행위의 대상인 공간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프로세스에 대해서 서술할 예정이다. 다의적 의미의 프로세스를 공간이라는 각도로 좁혀서 규정한다 하더라도 크게 세 가지 방향의 논의의 갈림길이 드러나게 된다. 첫 번째는 거시적 입장에서 도시와 생태계의 인식에 관련된 것이다. 두 번째는 미시적 입장에서 생물재료와 연관된 조경분야의 설계고려사항에 관한 이야기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설계의 주체인 인간의 사고방식과 설계과정과의 연관성에 관한 것이다. 이 세 갈래의 담론은 결론에서도 서로 만나거나 통합적으로 논의되지 않을 수 있다. 선택의 기로에서 세 방향중 하나를 선택하여 깊이 파헤쳐보는 것도 고려하였으나 연재의 목적상 포괄적인 접근을 펼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하였다. 프로세스는 큰 틀에서는 고정화될 수 없는 현상과 그 흐름을 다루는 방식에 관한 것으로서 시간과 결부된 공간적 특징을 가시적으로 드러냄으로써 공간을 다루는 타 분야와 차별될 수 있는 조경분야의 중요한 키워드라고 인식된다. 인식의 틀로서의 프로세스 - 거시적인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 세 갈래의 논의 중 첫 번째는 프로세스에 대한 인문학적 인식에 관한 것이다. 시간의 차원과 행위자의 문제에 주목하는 현대의 문화인류학자들은 하나의 집단 내에도 여러 다양한 관점과 주제, 가치와 규범들이 존재하며 이러한 것들이 서로 경쟁, 갈등, 모순 관계에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문화는 하나의 잘 통합된 구조(structure)라기보다는 여러 다양한 힘들이 끊임없이 작용하며 변화하는 과정(process)으로 파악된다. 문화를 인간의 정주환경으로 치환하는 데에 무리가 없다면 도시를 구조보다는 과정으로 파악하는 관점이 유효하게 된다. 문화인류학자들의 이러한 관점은 근간에 조경분야에서 논의되고 있는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의 방향과도 유사성을 보이는데 제임스 코너는 테라 플럭서스(terra fluxus)라는 에세이를 통해서 도시를 시간에 따른 과정과 교환의 살아있는 장으로 보아야만 하며, 동시에 새로운 힘과 그 관계가 새로운 형태와 주거의 양상을 위한 토대를 형성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계라는 의미의 테라 플럭서스는 문화인류학자가 인식하는 프로세스로 봐야할 것이며 테라 퍼마(terra firma), 즉 변하지 않는 고정과 유한의 개념은 스트럭처로 부드럽게 치환될 수 있다. 코너는 또한 보다 유기적이고 유연한 어바니즘을 개념화하는 데에 있어서 현상이 작동하는 과정을 이해하는 학문인 생태학이 어떻게 지구상의 전 생명체가 동태적 관계로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는 지를 보여주는 데에 유용한 틀이 된다고 하였다. 도시를 프로세스로 인식하는 관점과 조경설계와의 연관성은 다양한 방식을 통해서 시도되고 있다. 과거 도시를 고정된 구조나 대상으로 인식하고 ‘마스터플랜’의 정신으로 공간을 다루었던 접근 방식과 최근 들어 도시를 과정이나 현상으로 인식하고, 도시 형태와 동태적인 환경 프로세스 사이의 관계를 디자인하기 위해 ‘프레임워크 플랜(framework plan)’이나 ‘전략적 플랜(strategy plan)'이 중용되는 방식은 확실히 대비된다. 하지만 필자는 전략적 플랜이 마스터플랜을 무력하게 만들고 폐기시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태적 형태에만 초점이 맞춰진 설계사고방식을 견제하고 동태적 미학에 대한 담론과 실험을 유도하는 보완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양한 담론과 설계의 결과로 동태적 미학을 구현하는 프로세스적 설계가 설계스튜디오나 공모전의 한 구석을 차지하게 된 것은 이제 일반적인 현상이 되었지만, 본래의 의미를 구현하지 못하고 피상적으로 공모전의 장식재처럼 쓰이는 경우도 눈에 많이 띄고 있으며, 이에 대한 비평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예쁜 다이어그램으로만 포장된 공허한 프로세스의 제시는 동태적 현상을 디자인과 접목시키겠다는 노력에 무임승차하려는 무책임한 행위이다. 배정한의 지적대로 프로세스적 설계 자체가 새로운 대안이나 강점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지났으므로 얼마나 정교하게, 탄력적으로, 전략적으로 프로세스를 디자인할 수 있으며 디자인을 통해 프로세스를 조율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런 능력을 취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자신 있게 주장하지 못할 것이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효과적인 연습으로는 동적 평형을 이루고 있는 도시현상을 인문적, 경제적, 생태적으로 나누어 분석적으로 이해해보는 것을 들 수 있다. 이해가 선행되어야지 활용이 가능한 법이다. 어려운 점은 변화의 규모가 너무 크거나, 속도가 너무 느리거나, 비물리적인 변화가 많아서 인지하거나 관찰하기 용이하지 않다는 데에 있다. 인비저블 프로세스(invisible process)로 칭할 수 있는 본 갈래는 구체적인 공간설계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조경 분야에 의해 활발한 담론의 소재가 되어야 할 것으로 주장한다. 그 이유는 공간설계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제공할 배경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며, 조경분야가 도시의 계획과 설계에 동태적, 생태적 논리를 부여함으로써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구조로 보는 조경이야기(2): 요소 분해와 연계성
    구조주의의 본질은 ‘체계적으로 잘 짜여진 일련의 구조체’로 대상을 보는 관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그동안 언어학이나 인류학 등과 같은 타분야에서는 해석이 쉽지 않은 추상적 대상을 객관적 언어로 읽어내는데 적지 않은 성취를 이루어 왔다. 비슷한 사례를 유독 우리 디자인 동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데,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필자는 1960년대 네덜란드 구조건축주의자들의 과오가 가장 크다고 본다. ‘구조주의건축’이라는 그들의 주장은 장래 사용자들의 예측 불가능한 필요에 지장 받지 않는 최소한의 구조-infrastructure로서의 공간-를 기반으로 하는 형태를 만들자는 논리였다. 이들이 말하는 ‘구조주의’는 실상은 당시의 시대정신-Precise Science-에 기초한 구조주의적 인식론을 반영한 것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그들이 생성해낼 ‘형태’를 수식하는 용어였을 뿐이다. 그 이후로도 구조언어학을 기반으로 하여 디자인 과정의 알고리즘을 확립하려는 시도들이 있어왔으나, 여전히 같은 오류-해석의 도구로 생성의 매커니즘을 만들려는-를 반복해 온 것에 불과하다. 구조주의, 구조언어학 등에서 말하는 구조 개념은 본질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한 도구라기보다는 무언가를 알기 쉽게 이해하기 위한 해석의 도구이다. 대상을 하나의 논리적 구조로 보고 그 구조를 이루는 요소와 체계들을 객관적으로 읽어보자는 것이다. 추상의 세계를 구상의 언어로 설명하려는 시도이다. 본 연재 역시, 제목 그대로, 조경작품을 일련의 “구조”로 여기고 그를 해석해보고자 하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 이번에는 구조주의의 핵심개념인 요소분해와 연계성에 대해 자세하게 다루고자 한다. 이미 잘 알려진 선유도 공원을 대상으로 하여 전편의 연재에서 소개된 기본 원칙들을 구체적으로 적용해가는 방법을 취하도록 할 참이다. 대 전제는 “작품은 그 스스로 말한다”이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선유도 공원의 신화, 그 이면에 감추어져 있는 형태생성의 비밀을 발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시니피앙의 수수께끼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어야 다음의 여정을 계속할 수 있는 여행자처럼, 우리도 여기에서 재미있는 수수께끼를 하나 풀어보았으면 한다. “남자에게는 있고 여자에게는 없으며, 뱀에겐 있고 개구리에겐 없고, 삼촌에겐 있고 형에겐 없고, 아빠에겐 없고 엄마에게는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남자에겐 있고, 여자에겐 없다’에서 독자들은 쉽게 답을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개구리에겐 없고 뱀에겐 있는 것’이라고 했을 때부터 뭔가 조짐이 이상하다 싶더니 급기야 ‘엄마에겐 있고 아빠에겐 없는 것’이라는 마지막 대목에 와서는 혼란스러운 마음에 포기상태에 빠져버리게 된다. 분명 처음 시작은 남자에겐 있고 여자에겐 없다라고 했는데, 마지막에 와서는 ‘아빠에겐 없는데 엄마에겐 있다’고 하니, 첫 번째 문장의 일반론을 뒤집을만한 어떤 대단한 것이 엄마들에겐 있다는 말인가? 일부 독자들은 그것이 이미 ‘받침 미음’이라는 것을 알고 내심 웃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들이 웃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말들이 가리키고 있는 개념(기의記意, 시니피에signifie)이 아니라 말 자체의 형식(기표記表, 시니피앙significant)속에서 그 있고 없고의 관계를 찾았기 때문이다. - 남자, 여자, 뱀, 개구리, 삼촌, 형, 아빠, 엄마는 모두가 기호이다. 다른 이들이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 것은 이처럼 기호의 내적인 형식을 보지 않고, 그것이 나타내는 의미만을 찾아서 달려가려 하는 습관 때문이었을 것이다. 시인은 언어를 기호로 사용하여 의미를 만들고, 우리 디자이너는 형태를 기호로 사용하여 의미를 만든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다른 이의 작품을 공부할 때 ‘작품’이라는 기호를 넘어 다른 것을 보고 담론으로 소비한다. 문제는 대부분 이 작품이 내포하는 의미는 어떤 것인지를 파악하는데 그치는 데에 있다. 작품답사조차도 작가의 철학이나 관점 등을 답사를 통해 확인하는데 불과하다. ‘역시 대가야! 어떻게 그 시절에 이런 생각을!’ 감탄을 하기도 하겠지만 정작 본인의 디자인을 할 때는 ‘에이 대가도 아닌데 뭐’라며 꼬리를 내리기 십상이다. 우리의 공부는 덧없고 디자인은 어렵기만 하다. 오늘 다루고자 하는 선유도 공원의 경우가 바로 그러하다. 대부분 우리는, 기의(記意-시니피에, 기호의 의미작용)로서의 선유도 공원에 대하여서는 의문을 달지 않는다. 기존의 정수시설의 구조물을 그대로 사용하여 그 위에서 새롭게 자라나는 초록의 생명,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기표(記表)로서 선유도 공원의 구성, 그 내적 형식은 어떠한가? 녹색기둥의 정원을 예로 들어 살펴보자. 혹자는 과거 정수시설의 기둥을 초록색으로 덧입혔으니 “녹.색.기.둥.의.정.원”이 된 것 아니냐. 이것 이상 뭐가 있냐 라고 반문할 것이다. 나무 심으면 조경이니 다 된 거라고 생각하는 것과 매양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한가지만 질문을 해보자. 왜 녹색기둥들은 한 줄이 통째로 비워져 있을까? 과거 정수시설의 구조였던 기둥들을 활용하여 초록색 생명을 덧입히는 정원을 만든다고 하는 것이 개념이므로 녹색의 기둥으로 최대한 채워도 마땅치 않을 판에 그 자리에 뜬금없이 앉음벽이 자리하고 있다. 기의와 기표, 시니피에와 시니피앙의 충돌! - 디자인에서 항상 벌어지는 현상이기도 하다.
  • 도심 속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나의 느티나무 길\"
    공공공간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부쩍 높아진 요즘 짙은 회색의 콘크리트 옹벽으로 만들어져 삭막함 일색인 도심 거리가 지역주민들과 아이들, 예술가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상상이 어우러져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디자인 거리로 변신해 호응을 얻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청은 선부동 정지 제2공원 옹벽을 기존의 획일적인 페인트 벽화의 형식을 뛰어 넘어,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문화갤러리 예술 공간으로 재구성하기로 하고 도시공간 리모델링 조성사업 공모를 통해 “아름다운 나의 느티나무 길”을 조성하였다. 단순한 페인트 벽화는 가라 현대인들의 삶의 터전인 도시의 주요 구성물들이 대부분 콘크리트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회색빛 콘크리트에 대한 친근감 보다는 거부감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강도가 높아 오랜 내구연한의 특징이 있으며 빠른 기간 안에 구조물을 건조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음에도 회색빛 삭막함과 차가움이 느껴지는 재질감 때문일까, 도시경관을 단조롭게 하는 주범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재료이기도 하다. 이번에 새롭게 조성된 안산시 선부동의 “아름다운 나의 느티나무 길” 역시 높이 3.15m, 길이 300m의 콘크리트 옹벽으로 마감된 길로 우리 눈에 익숙한 일상의 재질감이 주는 평범함으로 인해 특별히 관심이 가지 않는 거리였으나, 주민참여와 공공미술가들의 도움을 받아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가득한 특별한 거리로 변신하였다. 무엇보다 이번 사업을 맡아 진행한 공공미술 프리즘은 콘크리트 옹벽에 벽화만 그려오던 기존 방법에서 벗어나 예술적이면서도 이용가능한 조형물 위주의 조성을 통해 아이들에게는 놀면서 생각하고 배우는 공간이자 지역주민들에게는 커뮤니티 문화공간이 될 수 있도록 했다 넌 아직도 놀이터에서만 노니? 난 벽에서 논다! 공공미술 프리즘이 “아름다운 나의 느티나무 길”을 조성하면서 주안점으로 생각한 것은 바로 ‘벽 놀이터’개념이다. 획일적이고 틀에 맞춰진 놀이터로 창의적이고 개성이 있는 놀이터가 많이 부족한 현실에서 아이들과 주민들이 매일 지나다니는 거리의 벽에 놀이가 가능한 조형물을 설치함으로써 통로로서의 길의 역할 뿐만 아니라 재미와 웃음, 여유가 넘치는 길이 되도록 했다. 이를 위해 자연물의 순수함과 아이들의 동화적 상상을 소재로 한 조형물들을 단순한 미적효과를 넘어 놀이와 연주, 자연과학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교육적 차원으로 발전시켰다. 바람이 불면 돌아가는 조형물, 낮에는 태양열을 축전하였다가 밤이 되면 빛나는 조형물, 시원한 숲속을 연상시키는 나무 숲, 친구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파이프 조형물, 빙글빙글 돌아가는 막대사탕 조형물, 연주가 가능한 실로폰 조형물, 긴 오르막길 속에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벤치 조형물들은 놀이와 기능의 두 가지 역할을 충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예술과 과학의 만남이라는 미학적 주제를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