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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녹화] 일본 옥상녹화 단상
  • 야마다 히로유키
  • 에코스케이프 2016년 01월

1. 지붕에서 자라는 식물

253.JPG
지붕에서 자라는 대선인장

 

오키나와켄 나고시의 민가

본 연재를 통해 지붕에 식물이 자라는 사례를 여러번 소개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하는 것은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큰 식물이 자라고 있는 기왓장 건축물 사례다. 사진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는데, 오키나와 나고시沖縄県 名護市에 있는 한 전통 민가의 우진각지붕 기왓장에 굵은 줄기의 피타야 선인장(드래곤 후루츠, Hylocereus Undatus)이 자라고 있었다. 이 건물의 류큐琉球 기와는 상당히 풍화됐고, 피타야 선인장 이외에도 다수의 돌나무과 수종이 기와 틈새로 자라고있었다.

 

이 건물은 외관상으로 보면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옥 같다. 옆 건물 2층 창문에서 직접 지붕 위로 나올 수 있는 구조라서, 아마도 이 2층 건물에 사는 거주자가 창문 옆 지붕 위에 선인장 화분을 두었던 것이 기원이 되지 않았을까 짐작했다. 2층 건물은 도로변에 접해 있는 상점인데, 원래는 이 폐가옥이 본래 집이고 점포를 지어 2층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지붕에 관상용 화분을 두었다는 추정이 가장 무리가 없을 것 으로 보인다. 다만 주위를 둘러싼 뿌리분을 아무리 찾아봐도 화분이나 플랜트 박스와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오랜세월 동안 뿌리 등이 팽창해 본래의 식재 기반을 완전히 덮어버린 듯하다. 돌나무류가 이렇게 많이 자랄수 있었던 것은, 선인장의 시든 가지 등 식물 찌꺼기가 식재 기반이나 영양 공급원이 됐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마치 바위산에 뿌리 내린 선인장과 같은 모습이었고, 건물이 무너질 때까지 살아남을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이것이 그렇게 간단한 사례가 아니라는 것을 차차 알게됐다.

 

사진을 찍기 위해 주위를 걸어 다니며 여러 각도에서 관찰하면서 정말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사진에서도 일부 보이는데, 선인장의 굵은 뿌리가 기와 위를 기듯이 아래로 늘어져 자라고 있는 것이다. 피타야 선인장 종류는 콘크리트 등에 붙어서 자랄 때에 부착뿌리와 같은 것을 대량으로 발생시켜 휘감고 올라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그 변형이 아닐까 싶었다. 이 뿌리는 지붕의 구석구석으로 뻗어서, 거기에서 공중으로 처져 있었다. 그리고 그중 2개 정도는 지면까지 뿌리를 내려 도달해 있다. 이 선인장은 건물 전체를 껴안듯이 뿌리를 계속 뻗었고, 결국 땅바닥까지 닿아 그곳에서 물과 양분을 흡수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지붕 위의 얼마 안 되는 수분으로 장수하고 있었던 기특한 식물이 아니라, 거대한 뿌리로 먼 거리에 있는 땅바닥으로부터 물을 빨아올리는, 괴물 같은 생명력을 과시하는 공포스런 식물이었던 것이다. 분재 기법에 뿌리올림大根上がり이라는 형태가 있다. 나무의 본래 높이나 그 이상의 길이까지 뿌리를 인공적으로 노출시켜서, 그 위태로운 모습을 관상観賞하는 것이다. 지금은 유행하지 않지만, 아마 에도막부말기(1853~1868) 무렵 문인들의 취미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이는 분재 기법이다. 그런데 이 선인장은 뿌리올림을 훨씬 더 초월한 모습으로, 식물 뿌리의 잠재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우리에게 과시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됐다.

 

 

야마다 히로유키는 치바대학교 환경녹지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원예학연구과와 자연과학연구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도시녹화기술개발기구 연구원, 와카야마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부교수를 거쳐 현재 오사카부립대학교 대학원 생명환경과학연구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토교통성의 선도적 도시 형성 촉진 사업과 관련한 자문위원, 효고현 켄민마을 경관 수준 녹화사업 검토위원회 위원장, 사카이시 건설국 지정 관리자 후보자 선정위원을 역임했다. 일본조경학회 학회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도시 녹화의 최신 기술과 동향』, 『도시환경과 녹지-도시 녹화 연구 노트 2012』 등을 비롯해 다수의 공저가 있다. 


한규희는 1967년생으로, 치바대학교 대학원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부터 일본의 에디(EDY)조경설계사무소, 그락크(CLAC) 등에서 실무 경험을 익혔고, 일본 국토교통성 관할 연구기관인 도시녹화 기구의 연구원으로서 정책 업무 등에 참여해 10여 년간 근무해 오고 있다. 특히 도시의 공원녹지 5개년 계획의 3차, 4차를 담당했다. 일본 도쿄도 코토구 ‘장기계획 책정회’ 위원, 서울시 10만 녹색지붕 추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연구 논문과 업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한국에서는 어번닉스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여러 권의 단행본을 함께 감수하고 집필하면서 기술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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