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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디자인의 발견 디자인 개념으로 식물 이해하기(7) 식물 디자인의 5대 원리
  • 에코스케이프 2016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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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와 대비의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는 화단 연출(Broughton Grange Garden, UK)

 

지구의 모든 자연물은 지금도 디자인 중이고 우리도 그 안에서 답을 찾는 중이다. 물론 이런 답을 찾는 일이 디자이너만의 몫은 아니다. 수많은 수학자, 과학자, 예술가들이 자연이 하고 있는 디자인의 원리가 무엇인지, 무엇이 오래도록 살아남게 하는 생존의 키를 쥐고 있는지를 찾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몇 가지 원리가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건축가, 디자이너, 미술가 등에 의해 이용되고 있는 황금비율이나 피보나치 수열도 이 중에 하나다. 태풍의 눈은 왜 소용돌이 모양일까? 우주의 은하수가 태풍의 소용돌이와 비슷해 보이는 비유는 무엇일까? 이것이 솔방울의 규칙적인 소용돌이 모양과는 또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묘하게 닮아 있는 형태를 발견하면서 거기에 뭔가 특정 디자인의 법칙이 있지 않겠느냐는 궁금증이 황금비율이나 피보나치 수열의 원리를 밝혀내는 원동력이 된 셈이다. 이런 수학적 원리만이 아니다. 그 외에도 지구의 자연물들이 하고 있는 디자인에서 묘한 공동 원리가 발견되는데 이 원리를 인류는 자신들이 만드는 상품이나 미술, 건축 등의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원리는 무엇일까? 전문가에 따라 용어를 설명하는 방식이나 세세한 접근법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크게 5가지의 원리가 늘 언급된다.


우선 대비와 조화는 극과 극의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대비와 조화는 우리말로 ‘비슷하다’와 ‘다르다’가 함께 공존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조각 퍼즐을 생각해보자. 퍼즐은 비슷해 보이는 조각들이 모여진 하나의 판이다. 그런데 이 퍼즐의 조각 모양은 각기 다르다. 하지만 다르게 생긴 조각이 모여서 하나의 큰 판 그림을 만드는 조화가 나타난다. 또 다른 예로 패턴을 들 수도 있다. 사막에 바람이 불면 모래에 결이 생긴다. 이 결의 모양은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그런데 이게 함께 모여서 하나의 패턴이 생겨나면 이것이 아주 비슷한 하나의 형태가 된다. 결론적으로 대비와 조화는 자석의 남극과 북극처럼 서로 만나지 못하는 반대의 개념이 아니고 ‘다름’이 모여서 하나의 ‘비슷함’을 만들어 내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이때 다름이 지나치게 도드라지고 각양각색이라면 ‘혼동’, ‘어지러움’, ‘난잡’이라는 부정적 효과가 발생하고, 그렇다고 너무 비슷함만을 강조한다면 ‘단조로움’, ‘지루함’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식물 디자인에 있어서도 이 원리는 그대로 적용된다. 숲을 잘 관찰해보자. 숲에는 모양과 키가 다른 수많은 종류의 식물이 자란다. 그런데 이 각각의 나무들이 모여서 뚜렷한 특징을 만들어 숲의 ‘정체성’을 만든다. 우리는 식물 전문가가 아니어도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노르웨이 숲과 열대우림의 브라질 숲, 또 온대성 기후인 우리나라의 숲이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 특징도 어느 정도는 머릿속에 쉽게 그려낼 수도 있다. 이 원리가 우리가 하고 있는 식물 디자인에도 반영되어야 한다. 정원은 작게 축소된 숲의 개념으로 보는 것이 좋다. 이 안에는 각양각색의 식물들이 때로는 홀로, 때로는 뭉쳐서 심어진다. 그런데 이런 다름이 모여서 누구집 정원이라는 큰 의미로 불렸을 때는 뚜렷하면서도 특징적인 주제가 부각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각기 다른 식물을 정원에 배치하고 그걸 다시 비슷함으로 연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즉, 대비와 조화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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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고 가는 질감으로 ‘비슷함’을 연출하는 대신 갈대의 퇴색하는 연한 갈색과 이제 막 파릇하게 돋아나는 연초록이 강한 색의 ‘다름’을 연출 하고 있다. 만약 색감까지도 통일이 됐다면 단조로움이 생겼을 수도 있다. 결국 정원에서의 식물 디자인은 각기 다른 식물들을 각기 다르 면서도 비슷하게 대비와 조화를 이루게 하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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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의 미를 보여주는 식물 디자인(Broughton Grange Garden, UK)

 

 

오경아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현재는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영국 에식스 대학교(The University of Essex) 위틀 칼리지(Writtle college)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고, 박사 과정 중에 있다. 『가든 디자인의 발견』, 『정원의 발견』,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외 다수의 저서가 있고, 현재 신문, 잡지 등의 매체에 정원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칼럼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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