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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정원] 일본의 명원29 메이지 시대의 정원(4)
  • 에코스케이프 2016년 09월
그림 02.jpg
별저 산슈테이와 전면의 못

 

이스이엔

일본 국가지정 명승 이스이엔依水園은 별도의 구역에 조성된 2개의 정원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에도 시대에 만들어진 전원前園이고, 다른 하나는 메이지 시대에 만들어진 후원後園이다. 전원과 후원은 못과 계류를 중심으로 구성되며, 각각 정원이 조성된 시대의 양식적 특징을 잘 표현하고 있어, 한 공간에서 두 시대의 명원을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일본 특유의 의장을 지닌 정문을 들어서면 바로 앞에 산슈테이三秀亭(삼수정)라는 당호를 가진 건물이 나타난다. 이 건물은 엔포延宝 연간年間(1673~1681)에 키요스미 도세이淸須見道淸가 만든 별저別邸이다.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엔포 4년에 일본 황벽종黃檗宗의 개조開祖 인겐 류키隠元隆琦(은원륭기, 1592~1673)의 법을 이어받아 우지宇治 황벽산黃檗山 만후쿠지万福寺(만복사)의 제2조가 된 목안 쇼토木庵性瑫(목암성도, 1611~1684)가 이곳에 들러서 정원의 배경이 되는 세 개의 산, 가스가야마春日山, 와카쿠사야마若草山, 미카사야마三笠山의 수려한 경관을 보고 즉석에서 건물에 산슈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산슈테이 앞에 조성된 못은 3산을 배경에 두고 2개의 중도中島를 못 안에 배치하였는데, 호안의 석조나 구도龜島를 상징하는 중도, 못 가에 배치한 등롱 등에서 에도 시대의 작법을 볼 수 있다. 산슈테이에서 두 개의 섬을 연결하는 다리는 3산을 향하도록 방향을 잡아 차경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는데, 이러한 작법 역시 차경효과를 정원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에도 시대의 개념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메이지 시대에 들어와 못 상부에 스신테이水心亭(수심정)라는 이름의 건물을 새로 지으면서 본래 의도하였던 차경의 효과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고 말았으니 이것은 본래 정원의 개념을 생각하지 않은 탓일 것이다.


후정에서 전정으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테이슈겐挺秀軒이라고 이름 붙여진 아담한 규모의 다실이 하나 있다. 이 다실은 엔포 연간에 키요스미 도세이가 건축한 것으로 다실 옆으로 요시키가와宜寸川가 흐르고 있어 맑은 물소리가 청아하게 들리는 한적한 곳이다. 메이지 시대에 후원을 조성한 세키도 지로関藤次郞는 이 건물을 새로 지은 다실 세이슈안淸秀庵의 대합待合 공간으로 사용하였다고 하는데, 건물 벽면의 원창이나 바닥의 환호丸炉에서 일본 고유의 다실건축의 양식적 특징을 볼 수 있다. 테이슈겐 주변의 다정茶庭은 메이지 33년(1900)에 우라센케裏千家 제12대 종장宗匠 유묘사이又玅斎가 설계하였고, 그가 하나하나 꼼꼼히 감수하여 작정한 것이라고 한다. 이때 작정한 정원은 외정과 내정으로 구성되는데, 편립문編笠門을 기준으로 내정에는 세이슈안이 있고, 외정에는 테이슈겐이 자리를 잡고 있다. 외정과 내정은 후원의 수자지水字池에서 흘러내리는 작은 개울로 인해 공간이 구분된다.


이스이엔이 들어선 이 땅은 도다이지東大寺 앞을 흐르는 요시키가와宜寸川가 통과하는 곳으로, 이 요시키가와의 물은 나라奈良 표포漂布(사라시)의 생산을 위해서는 없어서 안 되는 것이었다. 메이지 시대에 들어오면서 세키도 지로는 표포업을 시작하여 많은 돈을 벌었는데, 그러한 재력에 힘입어 메이지 30년에 산슈테이의 동쪽 편에 새로 산장을 짓고 이름을 스신테이라고 붙인다. 그리고 물 때문에 가업이 성립된 것을 기억하고, 이제 다시 청류淸流에 의지하여 여생을 즐기겠다는 생각으로 산장 전체의 이름을 이스이엔依水園이라고 짓게 된다. 그야말로 함의含意된 뜻이 깊고 풍류적이어서 가히 명원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어 보인다.


이스이엔의 전정은 다실인 산슈테이에 앉아 못과 그것의 배경으로 차경되는 3산의 경관을 관조하는 지천감상식 정원양식과 못에 가설한 다리를 건너고 계류를 따라 형성된 동선을 회유하는 지천회유식 정원양식이 혼합된 정원이다. 산슈테이에 앉으면 못 후면의 언덕과 그 배경으로 3산의 산경山景이 중첩되면서 가시되었을 터인데, 지금은 스신테이가 시각의 전개를 가로막고 있어서 부분적으로 밖에는 차경효과를 얻을 수가 없다.


후원 역시 스신테이에서 수자지水字池의 경관과 후면부에 차경되는 와카쿠사야마若草山를 비롯한 3산과 도다이지東大寺 난다이몬南大門 등을 관조하며 즐기는 지천감상식 정원과 수자지 후면부의 축산과 수자지 그리고 계류를 어슬렁거리며 회유하면서 즐기는 지천회유식 정원이 혼합된 산수정원이다. 이 정원은 교토 우라산케裏千家의 다인인 마에다 즈이세쓰前田瑞雪(1833~1914)의 지도를 받아 하야시 겐베林源兵衛(임원병위)가 작정한 작품이다. 후원은 전원에 비해서 탁 트인 개방감을 느낄 수 있으며, 정원의 면적도 전정보다 넓어 일견 남성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후원의 중심인 수자지의 수원은 정원 옆으로 흐르는 요시키가와에서 끌어들인 물로, 정원 상부 멀리에서부터 물을 도수하여 못 남쪽부에서 폭포형식으로 입수되도록 하고 있다.


수자지 한 가운데에는 중도를 만들었으며, 맷돌臼石로 사와타리沢渡り를 놓았는데, 이것은 후원의 특별한 의장으로 헤이안진구에서 볼 수 있는 와룡교과 유사하다. 중도에는 텐표天平의 초석이 몇 개 박혀 있다. 이것은 이 땅이 본래 도다이지 서남원西南院의 옛 터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 땅의 역사성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후원에는 수자지를 조성하면서 파낸 흙으로 축산을 하고, 후면부의 3산과 도다이지 난다이몬의 차경이 방해를 받지 않도록 주로 관목을 식재하였으며, 잔디로 처리하였는데, 축산의 스카이라인이 후면부 3산과 시각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하였다.


이스이엔은 1939년 해운업으로 성공한 나카무라 가문이 매입하여 전원과 후원을 합해서 정비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1975년 정부로부터 국가지정 명승으로 지정을 받았고, 네이라쿠寧楽 미술관이 관리하고 있다.

 

홍광표는 동국대학교 조경학과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를 거쳐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조경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경기도 문화재위원,경상북도 문화재위원을 지냈으며사찰 조경에 심취하여 다양한 연구와 설계를 진행해 왔다현재는 한국전통 정원의 해외 조성에 뜻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저서로 한국의 전통조경한국의 전통수경관정원답사수첩』 등을 펴냈고, “한국 사찰에 현현된 극락정토”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또 한국조경학회 부회장 및 편집위원장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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