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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 속에 사는 나무, 맹그로브
  • 에코스케이프 2009년 여름
시작하며

해안 식생은 바닷가에 접하여 서식하고 있는 식생을 말한다. 해안 식생은 해안과 내륙에 접해 있는 주연부 식생으로서 생물다양성이 높고, 해안에 적응하는 특이한 동·식물이 서식하여 매우 중요한 에코톤이다. 또한 해안림이나 해안방풍림은 해안에서 자주 발생하는 태풍 피해, 해일 피해, 염분 피해, 조풍 피해, 토양침식 피해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재 역할을 하고, 해안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해안 식생의 중요함을 인식하고, 오래전부터 중요 해안 식생인 해안 방풍림과 해안림 등을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훼손하지 않고, 보호하고, 숭배하였으며, 유지관리하여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해안은 산업화 이후에 대형장비의 이용이 가능해지면서 대단위의 도시 개발, 항만 개발, 군부대시설, 리조트, 건축, 도로 개설, 산업시설의 설치, 간척지, 바다매립지, 어패류양식장 개발 등이 진행되어, 해안 식생이 대단위로 훼손되어 왔다. 그 결과 해안 고유의 자연경관 훼손, 해안 자원이라 할 수 있는 동·식물종의 감소, 토양의 침식, 자연재해에 대한 방재 능력 상실 등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해안 경관의 보전과 해안 식생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해안 복원에 관심을 갖고 해안 식생을 복원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해안 식생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가 적어 식생 복원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를 찾아보기 어렵다.

필자는 바다 매립지 녹화, 해안 방풍림, 해안림의 생태학적 복원을 연구하면서 내염성 및 내조성 식물에 대한 선발, 해안 방풍림의 생태적 특성과 식재 모델 개발을 위하여 우리나라 서해안, 남해안과 동해안의 해안 식생을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 해안의 고유한 식생은 주지한 바와 같이 절벽과 같이 접근이 곤란한 지역을 제외하고는 해안의 고유 식생 대부분이 훼손되고, 자연 식생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해안 식생이 계속적으로 훼손되면 해안의 자연 식생을 연구할 수 있는 대상지는 거의 없어지고, 해안의 자연 식생을 연구할 때에는 외국에 가서 연구를 하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우리나라 해안의 고유 경관 보전과 해안 식생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해안 식생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게 하는 정책적인 제도가 필요하고, 해안 식생이 더 이상 파괴되기 이전에 우리나라 해안 식생 복원이나 완충림 조성에 필요로 하는 해안 식생의 식물사회학적 연구, 자생하는 내염성 및 내조성이 강한 수종의 선발 등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해외에서는 오래 전부터 해안의 자생식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많은 과학자들이 해안식물의 생리·생태학적 연구, 자원식물의 활용, 해안 식생의 복원, 해안 식생의 가치 등을 연구하고 있다. 필자는 해외의 해안림과 해안 방풍림 보전 및 조성기법을 연구하는 중에 ‘해안에 대형 태풍, 해일,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 발생시 맹그로브 숲이 재난을 줄이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는 연구들을 접하게 되어, 이후 홍콩, 일본, 캄보디아, 필리핀 등지의 맹그로브숲을 답사하여 왔다.

이번에 필리핀의 세부와 보홀 지방의 해안가에 대단위로 자생하거나 식재되어 있는  맹그로브 숲을 소개하여 국내의 해안 식생 복원과 해외 해안 식생 복원의 기초 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맹그로브에 대하여

맹그로브는 열대지방의 바닷물 속에서 생장하는 염생식물로 목본이며, 분포지는 주로 위도상 남위 또는 북위 30° 사이이고(Tomlinson, 1986), 한 때 70% 이상이 열대지방에 분포하였으나, 최근 인간의 간섭에 의하여 감소되고 있다(IIka and Sitnik, 1996). 주요 분포지는 필리핀, 스리랑카, 캄보디아, 일본의 오키나와 등이며, 우리나라는 아열대, 난온대, 온대, 한대에 속하기 때문에 온도가 낮아 생장이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염생식물들은 주로 초본이며, 해홍나무, 칠면초, 퉁퉁마디, 갯잔디, 갈대 등이 있다.

맹그로브 숲의 기능과 이용

맹그로브는 해안의 바닷물 속에 생장하면서 해안의 자연 재해를 예방하는 완충림으로서의 역할, 생물서식처, 해수의 수질 및 오물 정화, 휴식처, 놀이터, 경관림, 연료림, 가구재, 장신용품 가공목재, 약품생산, 제방축조용 블록 등 다양한 용도로 이용되는 중요한 식물이다.

해안 완충림으로서의 역할은 태풍, 해일, 쓰나미 등과 같은 해안의 자연 재해로부터 바람의 조절, 파도, 해일, 쓰나미 등의 완충작용과 수많은 뿌리가 토양을 고정하여 토양의 침식작용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자연 재해가 발생할 경우, 맹그로브 숲이 있는 지역 보다 없는 지역의 재해 피해가 훨씬 더 크기 때문에 대부분의 주민들은 맹그로브 숲이 보전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맹그로브는 다양한 생물의 서식이 가능한 환경을 제공하며, 맹그로브 숲에는 새우, 바슐, 쉘, 굴과 같은 쌍각류의 조개류(IIka and Sitnik, 1996) 등이 서식하고, 이러한 생물들이 조류의 먹이를 제공하여 생물다양성을 증진시키는 생태적 가치가 높은 나무이다.

해수의 수질 정화는 새우양식장과 같은 오염된 물을 정화시키거나 염분 농도를 낮추는 역할을 하며, 해안의 각종 오물을 집적시키는 역할을 한다.

휴식처로서의 역할 또한 하고 있는데, 어부들 또는 어린이들이 맹그로브 그늘에서 작업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며, 때론 어린이들의 놀이터로서 이용되기도 한다.

또 원주민들에 의하면 바다 물고기들은 산란기 또는 휴식을 위해 이동할 때 맹그로브의 꽃이나 열매, 잎 등의 그림자를 나침반 삼아서 움직인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나라 남해안의 해안 방풍림을 어부림이라고 하는 것과 유사한 것으로, 우리나라 해안 방풍림 중에서 모감주나무군락의 꽃이 피는 무렵에 물고기들이 모감주나무군락 주변에 모이는 것과 같다.

맹그로브는 제방축조용으로도 이용되는데, 맹그로브의 뿌리가 밀생된 부분을 두부처럼 삽으로 떠서 제방에 올려놓으면 점질토양과 맹그로브의 뿌리가 튼튼한 제방 축조용 블록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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