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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gmentary thought about the rooftop greening
  • 에코스케이프 2009년 가을
에도(江戶)시대의 잔디동(芝棟) 
~동판화에서 볼 수 있는 지붕녹화~

앞에서 도자기에 그려진 옥상정원을 소개했는데, 이번에는 동판화이다. 이 그림의 전 소유자에 의하면, 1860년대에 프랑스인 쿠레폰 씨가 뎃셍을 일으켜, 파리의 아시엣트사가 1870년에 출판한 것이다. 화면에는 “에도(江戶) 교외”로 밖에 쓰여 있지 않지만, 오우지(王子) 근처의 찻집을 그린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부터 약 140년 전, 만엔(万延, 1854∼1860)에서 케이오(慶應, 1865∼1869)에 걸친, 에도막부 말기에 임박한 이치이(市井)의 풍경이다.

일본 강호시대의 풍속화 풍판화와는 달리 매우 사실적인 묘사이다. 예를 들면 찻집 앞에 있는 정자의 식물이 등나무인 것이 확실하다. 뒤에 있는 거목은 줄기 기둥의 느낌으로 보아 상수리나무의 한 종류일 것이다. 찻집 정면에는 메뉴 같은 것이 걸쳐 있고, “∼면”, “∼우동” 이라고 적혀 있다. 뎃셍을 한 프랑스인이 흘림체의 일본어를 이해하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보면, 이것도 충실히 모사를 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지붕 위에 있는 닭도 사실적이며, 초가지붕의 느낌도 잘 표현되어 있다.

그렇다면, 건물에 자라나 있는 파인애플 모양의 식물은 도대체 무엇일까. 찻집 앞 냇물에 그려져 있는 것은 꽃창포나 제비붓꽃일 것이다. r그런데, 이 묘사는 실물보다 딱딱한 느낌이고, 아이리스Iris 속 식물보다는 유카Yucca 속 식물처럼 딱딱한 잎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유럽 식물에 익숙해져 있는 화가가 아이리스Iris 속의 부드럽지만 반듯한 잎의 느낌을 잘 표현하지 못한 결과가 아닐까 추측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추리해 나가면, 지붕에 자라나 있는 것은 아이리스Iris 속 식물중에서 잔디동에 사용되고 있던 식물, 즉 붓꽃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메이지(明治)시대에 모토하코네(元箱根)나 호도가야(保土ヶ谷) 숙소를 찍은 사진에는 잔디동이 몇채나 찍혀 있지만, 거기에 붓꽃이 심겨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잔디동에 사용하는 식물은 지역이나 취락에 따라 어느 정도 통일성이 있었던 것 같고, 당시 왕자(王子) 근처에서는 이와 같이 붓꽃을 사용한 잔디동도 분포했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이제와서 확인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판화의 그림은 아마 초여름 무렵일 것이다. 중후한 초가 지붕에 등나무 정자의 차양이 있는 이 건물은 정말 시원해 보인다. 식물로부터의 증산과 두꺼운 지붕의 열용량을 사용하여 외부 기온보다도 차가운 공기를 건물 내에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당시에는 열섬현상도 없었기 때문에, 이 정도의 냉기 발생 시스템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얻었을 것이다. 일본 가옥이 여름의 열대책을 제일로 설계하여 왔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게다가 집 옆에는 시냇물도 흐르고 있고, 강바람까지 기대할 수 있다. 한여름의 여행로 휴식에는 최적의 입지이다. 등나무 정자 아래에서는 상반신 알몸의 남자 2명이 식사를 하고 있다. 작은 통 같은 것이 평상 위에 있는 걸 보면, 국수라도 먹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메뉴의 “∼면”은 “소우면(국수)” 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다양한 상상과 추리를 즐길 수 있는 한 장의 그림이다.

번역 _ 한규희 韓圭希 어번닉스(주) 대표 / 일본 (재)도시녹화기술개발기구 연구제1부 연구원 日本 (財)都市綠化技術開發機構 硏究第1部 硏究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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