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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정원] 일본의 명원22 에도 시대 중기의 정원(4)
  • 에코스케이프 2016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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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북측 신접객실 다실 앞에서 보이는 정원의 풍경

  

와타나베 가의 정원

와타나베渡辺 가의 초대 당주는 무라카미村上 번주의 가신으로 군봉행郡奉行이 되어 활약한 인물이다. 그는 칸분寛文 5년(1665) 양자에게 가산을 물려주고 계촌桂村에 은거하는데, 2년 후 칸분 7년에는 지금의 저택이 있는 니가타현 이와후네군 세키카와무라新潟県 岩船郡 関川村 시모노세키下関로 거취를 옮기고 대저택을 건축하여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 그 후 와타나베 가의 후손들은 이곳을 근거지로 회선업廻船業, 주조업酒造業, 농지 개발 등으로 부를 축적했고, 재정난에 시달리던 요네자와米沢 번에게 돈을 대출해 줘 번주로부터 감정봉행勘定奉行의 예우를 받게 된다. 와타나베 가의 전성기에는 75명의 하인을 거느리며, 약 1000ha의 산림을 경영하였고, 약 700ha면적의 논에서는 1만 석의 소작미를 수확했다고 한다.


와타나베 가의 옥호는 계옥桂屋으로, 이것은 초대 당주가 가쓰라무라에 은거하였던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저택은 3000평 부지에 건평이 500평이나 되는 대단한 규모이다.


와타나베 가의 정원은 와타나베 가의 4대 당주 요시나가善永 시절에 교토로부터 고보리 엔슈小堀遠州의 작풍을 계승한 정원사를 불러와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사실은 메이와明和 6년(1769) 정원 남문 마룻대棟木의 묵서墨書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정원은 지천회유 양식으로 건물의 동측 건물을 따라 길게 조성돼 있다. 정원의 중심에는 심자지心字池라는 못이 있으며, 못 후면부에는 남문과 연결하여 축조한 담장으로부터 제1산, 제2산, 제3산으로 불리는 세 개의 산을 축산해 석가산을 만들었다. 제1산 위에는 부동석不動石을 세웠으며, 제1산과 제2산의 사이에는 마른폭포枯滝를 조성해 예의 에도중기의 양식적 특징을 갖추게 된다. 못물은 남측 담장 밖 도로변에 설치한 수로의 물을 담장 밑으로 끌어들여 사용했다.


못의 동측 호안부에는 화장옥석化粧玉石으로 스하마州浜를 만들었으며, 여러 개의 경석을 심어 해안선의 모습을 연출했는데, 특히 남측 호안의 석조는 매우 뛰어난 작법을 보인다. 못에는 접객실 앞에서 제1산으로 연결하는 목조반교와 제1산에서 제2산으로 넘어가는 석교, 제2산과 제3산을 연결하는 토교,2 신 접객실의 다실 앞에서 제3산으로 연결하는 석교, 징검돌飛石(토비이시)을 따라 연결되는 석교 등 도합 5개의 다리를 놓아 못을 한 바퀴 돌면서 정원을 구석구석까지 완상할 수 있도록 했다. 심자지 주변에는 회유를 위해 징검돌을 놓았으며, 첨경물로 대좌부 쪽에 수수발手水鉢을, 주빈에 석등롱을 배치했고, 정원 북측에는 우물덮개를 설치했다. 정원에 사용된 돌은 대부분은 기슈紀州와 쇼도시마小豆島 등 관서関西 쪽에서 옮겨놓은 것인데, 이것은 와타나베 가에서 회선업을 하였기 때문에 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정원의 전체적인 작풍은 대체적으로 역동성이 있으면서도 섬세하게 처리가 되어 뛰어난 심미성을 보여 주는데, 이러한 작법이나 정원의 공간 구성을 보면 교토의 작풍이 여실하여 교토로부터 고보리 엔슈小堀遠州의 작풍을 계승한 정원사를 불러 정원을 조성하였다는 것이 틀린 말이 아님을 확인해 준다. 


이처럼 정원문화가 교토나 에도를 벗어나 지방의 민가에까지 침투한 것은 에도 시대에 나타나는 일본정원사의 중요한 현상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와타나베 가의 정원은 일본정원사에 기록될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작품이 분명하다. 현재 이 정원은 국가지정 특별 사적명승으로 지정돼 보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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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산과 제3산의 경관

 

 

홍광표는 동국대학교 조경학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를 거쳐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조경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경기도 문화재위원, 경상북도 문화재위원을 지냈으며, 사찰 조경에 심취하여 다양한 연구와 설계를 진행해 왔다. 현재는 한국 전통 정원의 해외 조성에 뜻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한국의 전통조경』, 『한국의 전통수경관』, 『정원답사수첩』 등을 펴냈고, “한국 사찰에 현현된 극락정토”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또 한국조경학회 부회장 및 편집위원장, 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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