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동길 ([email protected])
도시 내에서 방치된 공간들의 유형은 매우 다양하다. 그 가운데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지난 원고에서도 제시했던 지나치게 폭이 넓은 보행자 도로이다. 여기서 지나치게 폭이 넓다는 것은 이용자가 많지 않은 공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 공간을 대상으로 실개천을 만들거나 가로 녹지대를 더 풍부하게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근 빈번히 만들어지고 있는 게릴라 정원도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아주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옥상 공간도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폐쇄해 방치하기 보다는 소규모라도 비오톱 형태의 공간으로 만든다면 옥상은 하늘을 나는 생물종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쉼터가 될 것이다.
여기서 소개하는 사례들은 좀 더 협소한 공간에 식물을 도입하거나 생물 서식처를 만들고자 한 영국의 사례이다. ‘이렇게 작은 공간에서 정말 생물이 서식할 수 있을까?’라고 의아해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다양한 생명체들이 거주하는 공간이다. 비오톱의 개념을 정립했던 독일에서는 아파트 베란다 앞에 내놓은 화분조차도 하나의 비오톱으로 인지해 세분류 유형에 포함시키고 있다. 사진에서 제시한 공간들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보면 새들이 찾아오고, 곤충들이 서식하며, 나비를 불러들일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생명체를 도입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공간들도 자투리 공간으로 보고 접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음 시간에는 남겨진 문제점과 고려사항, 발전 방안 등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조동길은 1974년생으로, 순천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하였고 이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생태복원 및 환경계획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의 대표이사로서 생태복원, 조경, 환경디자인, 경관 등 다분야를 통합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 자연마당 조성 등 생태복원 사업과 남생이, 맹꽁이 등의 멸종위기종 복원 관련 R&D 사업을 이끌고 있다. 한양대학교와 한경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서 생태복원 분야에 대해 강의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생태복원 계획 설계론』(2011), 『자연환경 생태복원학 원론』(200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