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동길 ([email protected])
폐도로 및 폐선로의 개념과 발생 원인
폐도로와 폐철도는 축약해 폐도와 폐선으로 부른다.
이들은 일정한 노선을 가진 공공교통 수단이 더는 운영을 할 수 없어 그 노선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용하지 않게 된 곳을 의미한다(환경부, 2010). 폐도와 폐선이 발생하는 원인은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하는데 ①영업성 감소에 의한 폐도·폐선 ②정책 변경에 따른 폐도·폐선, ③신설 및 대체, 확장 등에 의한 폐도·폐선 ④사고 발생이 많은 구간의 폐지에 따른 폐도·폐선 ⑤댐과 같은 다른 건설 사업에 의한 폐도·폐선 등이다. 이러한 이유로 폐도·폐선의 대부분은 자연 및 농촌 지역 등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도심지에서도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폐고속국도의 경우 그 발생량을 보면 2009년 기준으로 연장은 약 270km에 달하고 그 면적은 약 975ha에 이른다. 이 중 한국도로공사 등에 의해서 관리 이관 및 매각되거나 유지관리 공간 등으로 활용되는 구간은 131개소였으며, 미활용 중인 구간은 64개소로 40km, 157ha에 달했다(조동길 등, 2010). 폐고속국도의경우 적절한 이용 없이 방치되는 면적이 상당하다고 볼 수 있으며, 국토교통부에서 관리하는 국도, 지방도, 폐선로 등을 모두 계상하면 더 많은 공간이 방치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 값은 우리나라 전 국토를 대상으로 하지만, 도심지에서 발생하는 양만 따로 모아서 제시하고 있는 정확한 통계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쨌거나 폐도·폐선이 발생한 이후에 적정한 관리가 되지 않는다면, 주변 하천의 수질 오염과 환경 훼손 문제, 우범지역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유발할 수 있다. 도시지역과 같은 곳에서는 여러 가지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겠지만, 자연지역은 딱히 활용할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들 지역에 대한 복원이나 다른 방식의 활용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높다. 도시 지역 대부분은 공원화 사업으로 추진해 일반인에게 되돌려 주는 경우가 많다.
폐도·폐선의 의미
도시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폐도·폐선이 갖는 중요한 가치는 생태축의 연결 수단에 있다. 우리가 아는 생태 통로는 기껏해야 폭이 30~50m이다. 하지만 도로 개발로 훼손·단절된 서식처는 폐도 복원을 통해 온전하게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훼손의 근본 원인이 제거되기 때문에 생태통로에 의한 생태축 연결의 한계를 넘을 수 있다.
도시지역에서 폐도·폐선은 선형의 서식처로서 기능 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다. 생태네트워크의 관점에서 본다면 폐도·폐선의 복원은 온전한 코리더(corridor)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생태적 측면에서의 접근이 아니라 공원 및 녹지의 확보 측면에서도 이들 공간은 선형의 공원·녹지로서 의미를 갖는다. 다양한 곳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된다. 지금까지 조성된 일반적인 공원·녹지는 면적 혹은 점적인 성격을 갖기 때문에 공원 이용자의 수용 반경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선형으로 발생하는 폐도·폐선이 공원화·녹지화가 되면 하천이나 강변의 공원·녹지처럼 선형의 공공 공간이 발생하고, 이곳은 이용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기회의 공간으로 변신한다.
그렇다면 도시에서 발생하는 폐도·폐선을 서식처의 개념을 갖고 접근한다면 어떨까? 앞서 말한 대로 생태축의 코리더 역할을 하는 것과 동시에 생물종의 공급원과 수용처 역할 등 매우 다양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원고에서는 폐도·폐선을 복원한 사례와 공원형·녹지형으로 조성한 사례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조동길은 1974년생으로, 순천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했고 이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생태복원 및 환경계획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의 대표이사로서 생태복원, 조경, 환경 디자인, 경관 등 다분야를 통합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 자연마당 조성 등 생태복원 사업과 남생이, 맹꽁이 등의 멸종위기종 복원 관련 R&D 사업을 이끌고 있다. 고려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서 생태복원 분야에 대해 강의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생태복원 계획 설계론』(2011), 『자연환경 생태복원학 원론』(200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