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찬 ([email protected])
국내에서 재배되는 정원식물은 수 천종에 이른다. 전통적인 조경수목을 비롯해 꽃과 열매가 좋은 자생식물들이 많이 재배되고 있다. 최근에는 원예시장에도 국제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외국의 다양한 품종 도입이 점차 증가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동절기가 비교적 긴 우리나라에서 겨울정원을 위한 좋은 식물은 아직까지도 많이 부족하다. 전문 식물원에서 외국의 겨울정원Winter Garden의 개념을 도입해 정원을 꾸미기도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의 이야기다. 여전히 많은 정원에서 겨울은 다소 황량하고 쓸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 때문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록교목을 매우 선호한다. 정원에서 소나무를 많이 이용하는 이유 중 겨울철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것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일 것이다. 더욱이 기후적 요인으로 인해 침엽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상록교목들이 제주를 비롯한 남부지역에서만 월동이 가능한 우리나라의 경우 그 희귀성으로 인해 상록수에 대한 선호도는 더욱 높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상록교목이 중심이 되는 정원은 겨울철 볼거리를 위한 대책일 수도 있지만 바꿔 생각해 보면 다른 계절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정원이기도 하다. 상록교목은 정원을 일 년 내내 변화감이 거의 없는 일률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짙은 그늘은 하부식생을 단순하게 바꿔 풍성한 계절성과 다양한 볼거리를 빼앗아 버린다. 이때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상록관목이다.
낙엽교목을 중심으로 정원을 조성해 하층의 식생을 풍성하게 연출하고 계절의 변화감을 세심하게 도입하되 부분적으로 상록관목을 이용해 하부에서 단단하게 정원의 골격을 잡아주는 것이다. 단 이때 사용되는 관목은 첫째, 내한성이 뛰어나야 하고 둘째, 꽃이나 잎이 아름다워야 한다. 대표적인 것으로 진달래과 식물을 들 수 있는데 국내에서는 마취목으로 불리는 피에리스속Pieris , 다소 생소하지만 일부 마니아층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칼미아속Kalmia, 전문적인 식물원에서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에리카속Erica 그리고 최근 각광받고 있는 만병초속Rhododendron 등이 있다.
물론 겨울정원을 꾸미는 방법은 다양하다. 잎을 떨구고 마른 가지가 사각거리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소재와 배식디자인을 고민하다 보면 다양한 조성기법이 나올 수 있다. 뚜렷한 사계절이 있는 온대지역은 신의 선물과 같은 것이어서 계절의 세심한 변화감을 잡아내고 표현하는 일은 정원사의 가장 큰 책무일 것이다. 단 필자는 몇 가지 새로운 소재를 활용해 기존의 문제점을 쉽게 개선하고 그늘정원과 연계해 새로운 주제원을 제시하고자 한다.
김봉찬은 1965년 태어나, 제주대학교에서 식물생태학을 전공하였다. 제주여미지식물원 식물 과장을 거쳐 평강식물원 연구소장으로 일하면서 식물원 기획, 설계, 시공 및 유지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2007년 조경 업체인 주식회사 더가든을 설립하였다. 생태학을 바탕으로 한 암석원과 고층습원 조성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 이사, 제주도 문화재 전문위원, 제주여미지식물원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조성 사례는 평강식물원 암석원 및 습지원(2003), 제주도 비오토피아 생태공원(2006), 상남수목원 암석원(2009), 국립수목원 희귀·특산식물원(2010),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암석원(2012) 및 고층습원(201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