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창호 ([email protected])
황혜정
HAYIDESIGN LANDSCAPE ARCHITECTS 대표
“20년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첼시를 왔었지만 이렇게 나를 행복하게 한 정원은 당신 작품이 처음이다.”
2016 첼시플라워쇼에서 2등상인 실버-길트 메달을 목에 건 순간만큼이나 그를 기쁘게 한 어느 관람객의 말이다. 황혜정 작가에게 2016 첼시플라워쇼는 선물과 같았다. 잊혀지지 않을 좋은 기억이 참 많았다는 것이다.
황 작가는 “2주 동안 20명의 사람과 하루에 12시간씩 혹독한 조건 속에서 정원을 만들었다. 점심도 거르기 일쑤인 고단한 시간이었지만 그 속에서 행복이란 것을 발견했다”고 했다. 정원디자이너들이 서로 기대고 의지하면서 끈끈한 정이 들었다는 것이다. 정원디자이너에겐 분신과 같은 도구들도 서슴없이 빌려줬을 정도라고 한다.
엘리자베스 여왕과 왕실 가족이 방문하는 프레스 데이press day도 그녀에게 최고의 순간 중 하나였다. 첼시플라워쇼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이 방문하는 쇼가든은 평균 2~3개이다. 그리고 올해에는 황혜정 작가의 ‘Smart Garden’ 앞에 걸음을 멈추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당신의 정원은 내 어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부드러운 파스텔 색조의 식재 패턴이 참 사랑스럽다”고 말했다. 해리 왕자는 정원과 결합한 LG전자의 최신 기술에 관심을 보이며 이것저것 살펴봤다. 왕실 가족 모두가 한 번씩 그의 정원을 걸었다. ‘첼시플라워쇼에 여성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감각을 입혔다’는 평가와 첨단 기술과 결합한 새로운 정원을 선보였다는 관람객의 말도 그를 기쁘게 했다.
그래도 큰 무대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황 작가는 “당연히 있었다”며, 하지만 6개 월이라는 짧지 않은 준비 기간 동안 정원의 세세한 부분을 고치고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첼시플라워쇼에서의 시공 기간은 2주였지만, 사전에 구조물 제작에 6개월을 투자했다. 그래서 사전에 제작된 구조물을 대상지로 옮기는 작업에 특히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엘리자베스 여왕과 관람객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Smart Garden’은 왜 2등상을 받은 것일까“심사위원들이 정원을 설명하는 보고서에 식재가 가능한 기간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는 피드백을 보내줬다.” 단순하지만 핵심적인 지적이다. 황혜정 작가는 정원에서 식재가 얼만큼 중요한지, 또 사전 보고서 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느꼈다고 한다.
골드 메달과 실버-길트 메달의 점수 차이는 4점에 불과했다. 첼시플라워쇼 이후 현재 영국에서 활동 중인 황혜정 작가는 한국에서 불러주면 정원문화 발전을 위해 기꺼이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서울정원박람회 같은 정원 이벤트가 많아지고, TV에도 정원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KBS에서도 정원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첼시플라워쇼를 촬영해 갔다며 한국에서의 정원 열풍도 실감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황혜정 작가에게 ‘첼시플라워쇼’에 또 참가하겠느냐고 물었다. 황혜정 작가는 “시기는 장담하기 어렵지만 다시 한 번 첼시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