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이미지로 만나는 조경] 기분 좋은 빛이 내리다
  • 에코스케이프 2016년 05월


shj1.jpg
기분 좋은 빛이 내리다 
@Getty Center, Los Angeles, USA Canon EOS 40D, focal length 10mm, 1/500s, f/4.5, ISO 100

 

게티 센터Getty Center는 로스앤젤레스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웨스트우드 북쪽, 산타모니카 산 정상에 자리 잡은 종합예술센터입니다. 석유 사업으로 재벌이 된 장 폴 게티는 르네상스에서 후기 인상파까지 상당한 양의 유럽 예술 작품을 수집했다고 하는데요, 생전에 자신의 소장품들이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전시되기를 희망해서 지금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단 주차비는 별도입니다. 그래도 참 너그러운 부자 아닙니까? 우리나라에도 이런 존경받는 부자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만.


뜨거운 태양과 아름다운 주변 풍경, 

그리고 거기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순백의 우아한 건축물.


게티 센터에 대한 첫인상은 그랬습니다. 누구 작품인가 했더니만 역시 백색의 건축가로 유명한 리처드 마이어Richard Meier 작품이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건물까지는 모노레일을 타고 한참을 이동하는 데, 이동하는 동안에도 정상에서 볼 아름다운 풍경의 예고편을 즐길 수 있습니다. 산 정상부에서 만난 흰색 건물들은 캘리포니아의 강렬한 태양 빛을 받아 마치 그리스 신전 같은 모습으로 등장을 합니다. 건물 내부는 이탈리아의 티볼리Tivoli 지방에서 가져온 1만6000 톤 석회암을 이용했다고 하는데 석회암에는 나뭇잎이나 깃털, 가지 같은 자연물의 화석도 볼 수 있다고 하니 아마도 유럽의 오래된 역사도 같이 가져오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순백색의 외벽뿐만 아니라 부드러운 건물의 곡선도 캘리포니아의 푸른 하늘과 주변의 빼어난 자연환경과 절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덥고 건조한 캘리포니아의 기후가 어쩐지 이탈리아와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게티 센터는 건축물 내부에서도 풍부한 자연의 빛을 아주 잘 사용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밖으로 시선을 시원스럽게 열어 주는 커다란 창을 만들어 강한 명암 대비를 보이는 주변 경치를 보여 주기도 하고, 천창을 열어 햇빛을 그대로 실내로 끌어들이기도 합니다. 곳곳을 둘러보면 건축가가 태양을 재료로 썼다는 느낌도 들 정도입니다. 역시 훌륭한 건축가는 주변 경관과 자연까지 잘 다루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사진은 이탈리아에서 온 석회석 벽면에 캘리포니아의 빛이 내려오는 장면입니다. 빛이 내리쬐는 천창 아래의 벤치에 앉아 있는 미국(아마도?) 남자를 한국에서 여행 간 사람이 찍은 거지요. 이렇게 설명하니 정말 다국적인 사진이네요. 그러고 보니 사진기는 일본 제 품이군요. 장소가 미국이니 다국적인 게 오히려 당연한 것 같기도 합니다. 하여간 제가 방문했을 때가 정말 뜨거운 한여름이었는데도 희한하게도 건물 내부에서 천창을 통해 내려온 빛은 따뜻하면서도 신성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빛이 내리는 곳에 모델(?)까지 있으니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었습니다. 


‘천장의 틀도 빛을 만나니 저렇게 아름다운 패턴으로 변하는구나. 또 시간이 흐르면서 저 패턴도 같이 변하겠지? 백색의 외벽, 베이지색의 석회석과 어우러지는 빛과 그림자. 아 정말 멋진 건축이구나.’ 


가끔 건축을 너무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건축가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정말 훌륭한 건축가는 주변 경관을 건축으로 잘 소화하는 그런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양복 잘 차려입고 맨발로 있는 것 같은 건물들을 볼 때도 비슷하고 말이지요. 

 

기분 좋은 빛이 내리는 그런 공간.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동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 도시건축 소도 등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분야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신구대학 환경조경과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오하이오주립대학교(Ohio State University)에서 방문교수로 지냈다주로 조경 계획 및 경관 계획 분야에 학문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

 

월간 에코스케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