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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 침실로 들어왔다
정원과 가구가 하나로 된 고품격 생활공간
오경아
오경아가든디자인연구소 대표
“한국에서 정원이 붐을 이룰 방법은 없는지 고민했다. 주말농장을 가거나 잠깐 머무는 곳에서 정원을 즐기기는 어렵다. 생활공간 안에 정원이 있어야 즐길 수 있고, 매일 일상에서 부딪쳐야 한다. 그 방법의 하나로 포트-에이블 가든을 제안한다.”
오경아 대표는 지난 3월 30일부터 4월 3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 ‘2016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까사미아 부스를 도심 속 생활정원으로 꾸민‘포트-에이블 가든Potable Garden’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인테리어 브랜드인 까사미아의 제품 전시를 위한 무대로 만들어졌다.기획의도는 흙이 없는 도시 속에서도 화분과 가든 퍼니처만을 이용해 만드는 도시형실내외 생활정원을 제안하는 것이었다.
포트-에이블 가든은 작은 화분 하나만으로도 아파트나 주택, 건물 옥상 등 도심에 서 쉽게 생활정원을 가꿀 수 있는 홈 가드닝 팁을 제시한다. 정원에는 가구와 식물이 조화를 이룬 ‘그린 타워Green Tower’와 여섯 가지 형태의 도시형 정원 모델이 전시됐다.
그린 타워는 까사미아의 테이블, 벤치, 수납장, 스툴 등이 해피트리, 시트러스,틸란드시아 등의 식물이 어우러진 조형물이다. 밀튼, 몬타나 등 까사미아의 인기 가구와 다채로운 식물이 어우러진 탑 형태의 조형물은 까사미아 부스의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여섯 가지 정원 모델은 ▲책상이나 옷걸이를 이용해 매달아 키우는 식물을 연출할 수 있는 행잉 가든Hanging garden ▲상추, 케일 등 인공조명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로 가득한 키친 가든Kitchen garden ▲봄을 완성시켜 줄 수선화,튤립 등 야외식물을 키울 수 있는 베란다 키친 가든Veranda garden ▲침실에 천연 가습 효과와 동시에 공기 정화 효과를 줄 수 있는 베드룸 가든Bedroom garden ▲건조함에 잘 견디고 햇볕을 좋아해서 거실에 적합한 식물로 가득한 리빙룸 가든Living room garden ▲어둡고 건조해 드라이플라워를 만들기에 최적화 된 반 가든Barn garden으로 구성됐다.
까사미아는 토탈 인테리어 브랜드로 고품질의 생활공간을 지향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방 안까지 그린을 끌어들이는 전시를 제안하게 된 것이다.오경아 작가는 오래전부터 가구와 정원을 접목하는 작업을 구상해 왔는데 까사미아의 취지와 의도가 맞아 떨어져 이번 작업을 진행하게 됐다.
“대부분의 시민이 아파트 생활을 하는 한국에서 실제로 정원을 만들 별도의 공간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다면 실내를 활용할 수도 있으나 기존 실내조경은 별도의 조경 공간을 마련해 식물을 심고 조형물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조성됐다. 그러다 보니 규모가 큰 공공공간에서 일부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방법은 정원과 가구가 한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가구 속 식물, 가구 자체가 정원이 돼야 한다. 이를 통해 생활 속 정원이 구현되고 고품질의 주거 환경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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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만들기, 자세히 보면 ‘조경’이 보인다
주민상생협약 제도화, 젠트리피케이션 완화 책무
안상욱
천안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
도시재생 사업을 잘 들여다보면 대부분이‘조경’이라는 걸 아세요?
안상욱 천안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은 도시재생은 건축이나 도시계획 보다는‘사람’을 중시할 줄 아는 조경가들이 많이 참여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말한다.대부분 재생사업에는 주제 거리나 주제 공간 조성,도로 다이어트,간판 정비 등의 사업이 들어간다.다만 그것이 주사업이 될 수도 있지만,건축이나 도시에 묶여서 들어갈 수도 있다.다른 사업에 묶여서 시행되더라도 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조경가들이 참여할 가능성은 열리게 된다.무엇보다 도시재생에서는‘사람’을 재생의 원동력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조경가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안상욱 센터장은 현재‘천안의 구도심을 재생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지난해11월LH가 업무 위탁을 받으면서 올해1월부터 합류했다.국토교통부는2014년 최초로 지자체의 공모를 받아13개의 도시재생 선도지역을 선정했는데,천안시도 당시 근린재생형 사업으로 선도지역에 선정됐다.천안시 근린재생형 사업의 총 예산은2700억 원이고,동남구청 부지 복합개발 사업에2300억원이 투입된다.그 외 마중물 사업이라는 이름으로126억 원이 사업비로 책정돼,작년부터2017년까지3년간 실시 중인데,이 마중물 사업을 내년까지 완료하는 것이 안 센터장의 역할이다.
대상지는1990년까지 천안시의 중심 시가지였다.신시가지들이 개발되면서 원도심인구들이 빠져나가고1990년대 중반부터 생기를 잃게 된다.마중물 사업에는 이곳에 있는 빈 상가450개를 채우는 사업이 있다.이를 위해 세 가지 아이템이 있는데,하나는 천안에 있는10여 개 대학8만여 명의 대학생들을 원도심 지역에서 놀고 즐기고 창업을 하는 주체로 유도하는 계획이다.두 번째는 음악·미술 공연 활동들을 끌어들여 천안시민과 외부인의 문화 소비를 일으킴으로써 활기를 불어넣어 주자는 것이다.셋째는 천안역을 통해 접근하는 다문화 주체들이 많은데,이들이 필요로 하는 음식이나 소비물품 등을 특화시키는 전략이다.현재 센터는 이 사업들을 성공시키기 위해 각종 위원회를 조직하는 과정에 있다.
안상욱 센터장은 이곳을 모범적인 사례로 만들겠다는 포부가 강하다.특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주민상생협약’의 틀을 만드는 것이다.도시가 활기를 찾으면 임대료가 상승되고 기존 주민들이 쫓겨나는 현상이 반복돼 왔는데,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자체와 지역주민조직 또는 임대인들이‘임대료를 천천히 올리겠다’는 약속을 맺는 것이다.그는 건물주로부터의 각서가 있어야 사업을 지원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근근이 버텨오던 대상지에 외부로부터 수천억 원이 들어오면 이 자체가 자본 시장화 된다.그럼 원래 이곳을 지탱해 오던 사람들이 경쟁력을 잃고 쫓겨나는 일이 반복된다.그 고리를 끊거나 지연시킬 수는 없을까.기존 활동 주체들이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도 나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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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없는 한옥은 앙꼬 없는 찐빵”
신한옥에 조응하는 전통조경의 현대적 재해석 필요
박경자
전통경관보전연구원 원장
“한옥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문화재로서의 한옥이 아닌 사람이 거주하는 현대 생활공간으로서 진화한 신한옥에 대한 실험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이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하지만 건축물에만 국한돼 한옥의 멋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3월24일 서울특별시 한옥 보전 및 진흥에 관한 조례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한옥 건축과 관련된 지원 범위가 확대됐다.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은 한옥과 한옥마을의 지원범위 수준을 명확히 하고,건축자산 진흥구역의 관리·운영 규정을 신설해 우수 건축자산으로서 가치가 있는 한옥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또한 한옥장인 인증제를 도입하고,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운영,한옥 등 건축자산 지원센터 설치 규정도 명시해 체계적인 한옥관리 기틀을 마련했다.서울시는 기존한옥 개·보수 및 신축 지원금을1억 원까지 지원해 줬는데 이번 개정으로 지원금이1억8000만 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국토부와 각 지자체에서도 관광자원으로서 개발하기 위해 한옥 건축에 대한 지원방안을 내놓고 있다.이에 따라 한옥 조성이 보다 활발해질 전망이다.박경자 원장은 한옥 조성에 대한 지원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데 이에 조응하는 전통조경에 대한 제도적 지원은 미비하다며 개선을 촉구했다.그에 따르면 진정한 한옥의 가치를 느끼기 위해서는 건축과 정원이 어우러져야 함에도 서로 엇박자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제도적 지원뿐만 아니라 신한옥에 조응하는 전통조경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전통한옥을 현대에 맞게 개량한 게 신한옥이다.한옥을 짓는 데 현대건축의 공법들을 활용하는 신한옥에 대한 실험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조경 실무는 이를 뒤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하지만 전통조경의 현대적 재해석에 대한 연구는 비교적 활발하게 돼 있다.이를 바탕으로 제도를 마련하고 실무에 반영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는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조경학 박사학위를 받고,중국 칭화대학교 건축학원 방문학자를 지냈다.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 전문위원을 역임하고, 2012년부터 현재까지 경기도 문화재위원을 맡고 있다.그동안 전통조경 관련2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동북아 한·중·일 정원,석가산,명승 등에 관한 학술 연구를 지속해 오고 있다.특히 한국 전통조경의 현대적 재해석에 관심을 갖고 연구 중 이다.
박경자 원장에 따르면 전통조경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은 전통의 형태,즉 옛날 있었던 모습을 가져오는 것과 전통의 분위기를 가져오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특히 전통적 정신과 맥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그는“전통조경의 복원이나 재현의 개념이 아닌,현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원으 로 재해석하는 작업에 여생을 바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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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반녹화기술, 깍두기가 되지 말자
융복합 시장 확대, 기술 발전과 선순환 구조 만들 것
김현수
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 회장,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의 변화가 시작됐다.
올해 초 김현수 회장이 취임하기 전부터 이미 많은 기대감과 수근거림이 존재했다.그가 협회의 외연을 확장하고,정체된 국내 인공지반녹화 산업의 활로를 모색하는 데 적임자라는 이야기다.
실제 취임 후 몇 개월이 지나진 않았지만,벌써부터 변화의 조짐이 읽혀진다.협회상임이사의 절반 이상이 새로운 인물들로 채워졌다.그중에는 기존 이사에서 상임이사가 된 전통적인 회원도 있지만,건축,도시농업,에너지,생태순환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외부에서 영입돼,새롭게 진영을 갖춘 것이다.이런 외부 인물 영입은 융복합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그는 이미 총회에서“융복합으로 신시장을 개척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김현수 회장은 가끔 국내 인공지반녹화기술이 잘 차려진 식단이 아니라‘깍두기 신세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단다.사람들이 요구하는 메뉴를 풀세트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듯해서다.현재 옥상을 차지하기 위해 정원,도시농업,드론,저류시설 등등 다양한 시각들이혈투를 벌이고 있는데,한 번 더 생각하면 이들은 모두 녹화를 기반으로 충분히 품을 수 있는 것들이다.서로 대립만 할 것이 아니라 교류를 하면 새로운 융복합 시장이 열리게 된다.다양한 요구들을 복합적으로 충족시켜 줘야 경쟁력을 가진다는 의미에서‘융복합’은 인공지반녹화업체들이 깍두기가 아닌 잘 차려진 식단으로 가는 중요한 전략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협회 회원들도 이미‘우리 영역을 키우는 방법이 융복합이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다.그래서 김현수 회장은 스스로의 역할을“서로 알게 하고 만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회원사들이 건축사,발주자와 알게 하고 만나게 하고,관련 공무원들을 알게 하고 만나게 하고,연관된 기술자나 집단을 알게 하고 만나게 하는 것”
언뜻 그는 기술보다 시장 확대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인다.하지만 항상 기술은 수요와 연동돼 있다.한국의 녹화기술이 세계 최고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아쉽지만 그만큼의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하지만 한국의 녹화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만 열리면 기술이 고도화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그래서 협회가 나서서 시장을 확대하는 것은 결국 기술과 시장의 상호 발전을 이루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일과도 같다.
협회는 앞으로 회원들의 울타리가 되어 줄 생각이다.토목-건축-조경에서 조경은 후순위에 부속공정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인공지반녹화는 그중에서도 일부다.이런 불안정한 시장에서 기술의 가치를 인정받기는 힘든 일이다.그래서 기술인증 제도도 추진하고,건축사 교육에 옥상녹화를 포함시키는 등 발주자의 인식 변화도 유도해 나갈 생각이다.
“다양한 분야를 엮어 가겠다.앞으로2년간 신사업 확대를 위한 모멘텀을 확보하는 계기를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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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10돌 맞이 조경박람회, 재정비가 필요하다
지난 4월 21일부터 24일까지 코엑스에서 ‘대한민국 조경·정원 박람회’가 열렸다.환경과조경사도 부스를 마련해 박람회에 참여했다. 불과 얼마 전 같은 장소에서 다른 박람회를 취재했던 터라 어느 정도 사람들이 붐빌 것을 예상했으나, 이번 박람회는 입구부터 한산했다. 비단 평일 아침 시간대만 그랬던 건 아니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주말임에도 사람들이 뜸했다. 그나마 22일에는 한국조경사회 자재분과위원회가 주관한 신기술 ·신자재 세미나가 진행된 덕에 비교적 많은 조경인들이 박람회를 방문했다. 사람이 적고 전시품목의 규모나 숫자가 확연하게 줄어서 전시장 내부가 한 눈에 들어왔다. 예전 박람회 때 한 조경인은 “시설물밖에 볼 게 없다”며 사실상 ‘조경’보다는 ‘조경산업’이란 말이 박람회 명칭으로 더 적합할 것 같다고 말했었는데, 그때는 최소한 다양한 시설물을 체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박람회에서는 시설물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참가업체들은 운반이 용이한 시설물을 일부 가져다 놓는 수준이었다.박람회 정체성이 무엇인지 의문이 드는 부스도 많았다.
조경박람회는 2006년 ‘대한민국 환경조경 박람회LANDEX’란 이름으로 처음 열렸다. 이후 2008년부터 열린 ‘대한민국 조경 박람회’는 한국조경사회를 중심으로 전시·박람회 전문기업인 리드엑스포와 함께 조경업체들을 유치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사람들에게 선보여 왔다.
그런데 2014년부터 한국조경사회와 리드엑스포는 결별하고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벌써 세 번째 박람회를 치렀다. 그동안 조경업체들의 참여는 계속 줄어들었고 프로그램도 부실해졌다. 지난해 한겨레신문의 한 기자는 공식석상에서 “조경의 수준이 이거밖에 안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또한 올해 박람회장을 찾은 한 건축가는 박람회에 볼 것이 없다면서 “조경 수준 별로네” 하는 말을 남기고 박람회장을 떠났다.
조경 분야는 40여 년 만에 겨우 관련법 하나를 마련했다. 최근 업역 침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 대외적인 홍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일반인을 만나는 가장 큰 대외홍보 창구 중 하나인 조경박람회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조경가 입장에서 조경을 타이틀로 한 박람회 이미지가 추락하는 건 썩 달갑지 않은 일이다. 조경박람회 재정비 작업이 절실해 보인다.
‘대한민국 조경·정원 박람회’는 내년에 10돌을 맞이한다. 10년 주기로 열리는 독일의 IGA(국제정원박람회)는 세계 3대 정원박람회로 자리 잡고 있다. 정원의 역사가 오래된 독일의 IGA와 같은 박람회를 기대하긴 어려운 현실이지만,최소한 10돌에 걸맞은 모습은 갖춰야 하지 않겠는가.
조경의 이미지 제고와 분야 발전이란 대승적인 차원에서 한국조경사회를 비롯한 조경단체들이 힘을 모을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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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로 만나는 조경] 기분 좋은 빛이 내리다
게티 센터Getty Center는 로스앤젤레스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웨스트우드 북쪽, 산타모니카 산 정상에 자리 잡은 종합예술센터입니다. 석유 사업으로 재벌이 된 장 폴 게티는 르네상스에서 후기 인상파까지 상당한 양의 유럽 예술 작품을 수집했다고 하는데요, 생전에 자신의 소장품들이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전시되기를 희망해서 지금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단 주차비는 별도입니다. 그래도 참 너그러운 부자 아닙니까? 우리나라에도 이런 존경받는 부자들이 많아지면좋겠습니다만.
뜨거운 태양과 아름다운 주변 풍경,
그리고 거기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순백의 우아한 건축물.
게티 센터에 대한 첫인상은 그랬습니다. 누구 작품인가 했더니만 역시 백색의 건축가로 유명한 리처드 마이어Richard Meier 작품이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건물까지는 모노레일을 타고 한참을 이동하는 데, 이동하는 동안에도 정상에서 볼 아름다운 풍경의 예고편을 즐길 수 있습니다. 산 정상부에서 만난 흰색 건물들은 캘리포니아의 강렬한 태양 빛을 받아 마치 그리스 신전 같은 모습으로 등장을 합니다. 건물 내부는 이탈리아의 티볼리Tivoli 지방에서 가져온 1만6000 톤 석회암을 이용했다고 하는데 석회암에는 나뭇잎이나 깃털, 가지 같은 자연물의 화석도 볼 수 있다고 하니 아마도 유럽의 오래된 역사도 같이 가져오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순백색의 외벽뿐만 아니라 부드러운 건물의 곡선도 캘리포니아의 푸른 하늘과주변의 빼어난 자연환경과 절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덥고 건조한 캘리포니아의 기후가 어쩐지 이탈리아와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게티 센터는 건축물 내부에서도 풍부한 자연의 빛을 아주 잘 사용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밖으로 시선을 시원스럽게 열어 주는 커다란 창을 만들어 강한 명암 대비를 보이는 주변 경치를 보여 주기도 하고, 천창을 열어 햇빛을 그대로 실내로 끌어들이기도 합니다. 곳곳을 둘러보면 건축가가 태양을 재료로 썼다는 느낌도 들 정도입니다. 역시 훌륭한 건축가는 주변 경관과 자연까지 잘 다루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사진은 이탈리아에서 온 석회석 벽면에 캘리포니아의 빛이 내려오는 장면입니다. 빛이 내리쬐는 천창 아래의 벤치에 앉아 있는 미국(아마도?) 남자를 한국에서 여행 간 사람이 찍은 거지요. 이렇게 설명하니 정말 다국적인 사진이네요. 그러고 보니 사진기는 일본 제품이군요. 장소가 미국이니 다국적인 게 오히려 당연한 것 같기도 합니다. 하여간 제가 방문했을 때가 정말 뜨거운 한여름이었는데도 희한하게도 건물 내부에서 천창을 통해 내려온 빛은 따뜻하면서도 신성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빛이 내리는 곳에 모델(?)까지있으니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었습니다.
‘천장의 틀도 빛을 만나니 저렇게 아름다운 패턴으로 변하는구나. 또 시간이 흐르면서 저 패턴도 같이 변하겠지? 백색의 외벽, 베이지색의 석회석과 어우러지는 빛과 그림자. 아 정말 멋진 건축이구나.’
가끔 건축을 너무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건축가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정말 훌륭한 건축가는 주변 경관을 건축으로 잘 소화하는 그런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양복 잘 차려입고 맨발로 있는 것 같은 건물들을 볼 때도 비슷하고 말이지요.
기분 좋은 빛이 내리는 그런 공간.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동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토문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도시건축 소도 등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분야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신구대학 환경조경과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여자대학교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2014년까지 오하이오주립대학교.주로 조경 계획 및 경관 계획 분야에 학문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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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어 실드
외부 오염물질 차단해 청결한 실내 생활 보장
원앤티에스의 퓨어 실드가 IF 디자인 어워드International Forum Design Award를 수상했다. IF 디자인 어워드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dot Award, IDEA 디자인 어워드International Design Excellence Awards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꼽힌다.
IF 디자인 어워드는 독일의 국제디자인포럼International Forum Design이 수여하는 상으로, 1953년부터 시작해 오랜 전통과 역사성을 갖고 있으며 매년 독일에서 시상식이 개최된다. 50개 이상의 국가에서 2만 여 개 이상의 작품이 접수되며 1차적으로 1000여 개의 작품을 선정 후, 엄정한 심사를 거쳐 제품, 패키지, 커뮤니케이션, 인테리어, 콘셉트 디자인, 서비스 디자인, 건축 7개 부문으로 나누어 최종 75개 작품을 선정해 골드 어워드IF Gold Award를 수여한다.
이번에 IF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 퓨어 실드는 아파트 출입문 옆에 설치되는 출입통제 시스템과 에어 샤워air shower 기능이 결합된 제품이다. 주거 공간으로 들어가기 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와 외부 오염 물질로부터 내부 공간을 보호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외부 활동 후 실내에 들어가기 전에 퓨어 실드의 출입 통제 시스템을 거쳐 승인이 이뤄지면 상부와 중간부에서 전해지는 바람을 통해 옷에 남아있던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하부의 원형을 통해 먼지를 흡입해 항상 쾌적한 실내 공간이 유지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간결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미니멀 하고 심플한 형태로 디자인되었으며, 보다 친근감 있는 이미지로 사용자가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제품 중간에 위치한 디스플레이를 통해 그날의 미세먼지의 농도와 대기오염 정도를 확인할 수 있어 이용자에게 편의성을 제공한다. 또한 에어 샤워에 필요한 모터와 필터를 측면에서 쉽게 탈부착할 수 있도록 해 교체 및 점검을 하기에도 용이한 장점이 있다.
제품 문의: 02-338-2882, http://monadesign.co.kr
- 원앤티에스 / 원앤티에스 / 2016년05월 /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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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정원] 일본의 명원25
에도 시대 말기의 정원(3)
시카나엔
시키나엔識名園은 외국 사신에 대한 접대와 국왕 일가의 보양保養을 위해 지은 류큐琉球 왕가 최대의 별저이다. 그러한 목적성 때문인지 시키나엔은 탁 트인 조망을 얻을 수 있도록 높은 지대에 자리를 잡았다. 예전 류큐국의 수도인 슈리성首里城의 외항 나하那覇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별저의 3면은 축산으로 보강하고 나무를 가득심어 험한 바닷바람을 피할 수 있도록 했고, 자연적으로 솟아오르는 풍부한 용수를 얻을 수 있는 천혜의 장소성까지 지니고 있어 풍수적으로 길한 땅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다.
류큐 왕가의 별저는 시키나엔과 17세기 후반에 지어진 다옥어전茶屋御殿이 대표적이다. 다옥어전은 슈리성의 동쪽에 있는 까닭에 동원東苑(토엔)이라고 불렸고, 시키나엔은 슈리성의 남쪽에 위치해 토엔과 대조적으로 남원南苑(난엔)으로 불렸다. 시키나엔은 본시 청나라에서 보낸 책봉사冊封使의 영접을 위해서 조영된 영빈관으로 가경嘉慶5년(1800)1에 쇼온왕尙溫王(상온왕)의 책봉을 위해 청나라 황제가 보낸 정사正使 조문해 趙文楷와 부사副使 이정원李鼎元을 영접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大橋治三·齊藤忠一, 1998).
사쓰마薩摩 번주였던 시마즈 이에히사島津家久(도진가구)는 케이쵸慶長 14년(1609) 류큐를 공략한 공로를 인정받아 막부로부터 류큐를 영토로 배령拝領받았다. 시마즈는 아마미 제도奄美諸島만 직할령直轄領으로 삼아 다스리고, 오키나와沖縄 본도本島 이남에 대해서는 류큐 왕국이 독립 국가의 체제를 존속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그렇지만 시마즈는 중국과의 교역에서 얻어지는 이익을 차지하기 위해서 내부적으로는 류큐국을 사쓰마번의 관리하에 두어 섭정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류큐국의 왕위 계승까지 철저히 간섭했다. 실제로 류큐 왕가인 쇼尙 가문은 시마즈 씨로부터 왕위 계승의 허가를 받은 다음 당시 류큐를 지배하던 중국의 황제에게서도 류큐 국왕으로 책봉되는 이중 절차를 밟아야 했다. 바로 이때 중국 황제가 보낸 책봉사를 영접했던 곳이 시키나엔이었다(西桂, 2005).
시키나엔은 3면이 축산과 식재로 둘러싸여 있는 아늑한 분위기의 공간에 동서 약 150m, 남북 약 50m의 대규모 못을 조성해 정원의 중심이 되도록 했다. 못에는 2개의 섬을 만들었는데 하나는 2개의 아치교에 의해서 연결되는 중도中島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풍 정자四阿인 육각당이 있는 섬으로 이 섬 역시 아치교로 연결되도록 했다.
류큐 왕국은 중국과 가까운 지리적 입지성 때문인지 건축과 정원에서 일본 양식보다는 중국적 양식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시키나엔의 경우에도 어전의 건축 양식이나 정자의 건축 양식 그리고 석교의 형태와 디테일에서 중국풍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류큐 석회암을 사용하여 못의 호안을 축석하고, 아열대 기후에서 자라는 식물을 다수 도입해 장식한 것을 보면 중국이나 일본의 양식과 또 다른 류큐만의 독자적인 경관성을 살필 수 있다. 이처럼 정원의 디테일에서 중국풍이나 류큐의 독자적인 양식이 보이기는 하지만, 정원의 전체적인 구성에서는 에도 시대 일본 본토의 다이묘大名 정원에서 볼 수 있는 작정 기법들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못 주변을 회유하며 정원의 아름다움을 완상하는 지천회유 양식은 일본의 독특한 정원 양식이어서 시키나엔의 조성에 일본 정원의 영향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정원의 남쪽에는 중국 사신이 권경대勧耕台라고 이름을 붙인 전망대가 있어 나하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가 있다. 예전에 현재의 나하시가 경작지였을 때 왕이 이곳에 서서 농부들을 격려하고 농사를 권장하였다고 한다. 그 당시 왕은 눈앞에 펼쳐진 엄청난 농지를 보면서 나름대로 뿌듯한 마음을 가졌을 것 같다. 중국에서 온 책봉사들도 권경대에서 보이는 경작지의 모습을 보고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고 하니 당시시 키나엔은 정원 내부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멀리 떨어진 또 다른 대상까지도 포함한 정원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또 다른 개념의 차경 기법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못의 남쪽에는 배를 대는 주양장舟揚場(후네아게바)이 있다. 주양장은 왕과 그 일가들이 못에서 뱃놀이하던 배를 대기 위한 곳이다. 뱃놀이는 동아시아 3국의 정원에서 흔히 행해졌던 것으로 특히 중국의 정원에서 뱃놀이를 즐겼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주양장 역시 중국 정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시키나엔에 주양장이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시키나엔은 단순히 지천회유식 정원이 아니라 지천주유식 정원을 겸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못의 수원은 육덕천育德泉(이쿠토쿠센)이라는 이름의 샘에서 용출하는 물이다. 육덕천은 왕이 마시던 샘물인데, 바닥의 2곳에서 많은 양의 물이 솟아오른다. 육덕천의 둘레는 류큐 석회암을 사용해 돌 모양 그대로 이를 맞춰 쌓았다. 이러한 쌓기 방식을 아이카타 쌓기あいかた積み라고 하는데, 류큐의 독특한 축석 방식이다. 육덕천으로부터 입수된 물은 못을 한 바퀴 돌아 롱구滝口(타키구치)를 통해 폭포 형식으로 떨어진다.
시키나엔에서 볼 수 있었던 옛 경관 가운데에서도 사시사철 피어나는 꽃들의 아름다움은 특별했던 모양이다. 봄에는 못의 동쪽에 조성한 매림에 매화꽃이 만발해 봄을 알렸고, 여름에는 샘 주변에 등나무 꽃이 지천이었으며, 가을에는 도라지桔梗(길경)꽃이 가득 피어 그야말로 별천지를 방불케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러한 모습들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모두 파괴됐고, 그 후 쇼와昭和 50년(1975)부터 정비가 진행돼 지금은 일반인들에게도 공개하고 있다.
이 정원은 2000년에 유네스코가 ‘구수쿠グスク 유적 및 류큐 왕국琉球王国 유적’을 묶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으며, 일본의 국가지정 특별명승으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홍광표는 동국대학교 조경학과,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를 거쳐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조경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경기도 문화재위원,경상북도 문화재위원을 지냈으며,사찰 조경에 심취하여 다양한 연구와 설계를 진행해 왔다.현재는 한국전통 정원의 해외 조성에 뜻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저서로『한국의 전통조경』,『한국의 전통수경관』,『정원답사수첩』등을 펴냈고, “한국 사찰에 현현된 극락정토”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또 한국조경학회 부회장 및 편집위원장,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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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디자인의 발견] Case Study: 크리스토퍼 로이드
굵고 촘촘한 재배식물의 화단디자인
전문 정원사로서의 삶을 산 크리스토퍼 로이드
크리스토퍼 로이드Christopher Lloyd(1921~2006, 영국, 정원사, 저술가)는 그레이트 딕스터Great Dixter의 주인이기도 하지만 평생 동안 그곳에서 정원사로 일하는 것을 직업으로 여기며 살아온 사람이기도 하다. 크리스토퍼가 정원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그가 태어난 집 그레이트 딕스터와 깊은 연관이 있다. 그의 아버지 나다니엘 로이드는 아트 앤드 크래프트 운동의 포스터 디자이너였는데 그는 1910년, 이미 16세기에 지어진 아주 오래된 집과 정원인 그레이트 딕스터를 구입했다. 그리고 그는 당시 아트 앤 크래프트
문화 운동을 함께 하던 건축가 에드윈 루티엔Edwin Lutyens(1869~1944, 영국, 아트 앤 크래프트 건축가)에게 이 집의 개조를 맡긴다. 이때 에드윈은 건축뿐만 아니라 정원의 구성에도 관여를 했고, 이때 정원 윤곽은 큰 변형 없이 지금껏 이어져 오고 있다.
사실 크리스토퍼가 정원 일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다섯 살 무렵부터로 그의 어머니 데이지를 따라다니면서 였다. 데이지는 가든 디자이너인 거투르드 지킬Gertrude Jekyll(1843~1932, 영국, 가든 디자이너)과 친구로, 식물 구성법과 식물 관리의 노하우를 그녀로부터 전수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크리스토퍼와 거트루드 지킬이 실질적으로 만난 것은 몇 번 되지 않고 크리스토퍼가 너무 어렸기 때문에 직접적인 배움을 받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그가 어머니를 통해 거트루드 지킬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은 틀림없다.
거트루드 지킬의 영향과 크리스토퍼 로이드의 독창성
크리스토퍼의 식물 디자인은 거트루드 지킬이 보여줬던 색, 형태, 질감의 연출법에 바탕을 두고 있다. 초본식물을 이용한 화려한 화단의 연출, 식물을 낱개로 쓰지 않고 묶어서 사용하되 이웃해 있는 식물군과의 색상과 형태를 맞추는 연출 등은 거트루드의 재현을 그대로 보여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크리스토퍼는 독자적인 자신만의 식물 연출법을 시도한다. 거트루드 지킬과 크리스토퍼 로이드의 가장 차별되는 특징은 이른바 ‘베딩Bedding’이라고 불리는 영국식 화단 조성법을 다시 도입해 자신만의 감각으로 재해석한 부분이다. 거트루드 지킬은 베딩을 지나치게 화려함만을 강조한 낭비적인 화단 연출법이라는 이유로 배격하기도 했다.
식물 디자인에 있어 크리스토퍼의 가장 중요한 철학 사상은 ‘끊임없이 아름다운 화단’의 연출이다. 그는 화단이 한 계절만 아름답고 나머지는 심심하게 비는 구성을 기피했다. 그가 그레이트 딕스터에 만든 길쭉한 화단, 롱 보더Long border(길이 63m, 폭 1.5m의 화단)는 3월 초부터 10월 말까지 한 달 간격으로 색이 달라지는 놀라운 광경을 연출한다. 이런 연출이 가능한 이유는 매우 촘촘한 식물의 구성과 이미 진 식물을 다른 식물로 교체해 주는 정원 기법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그의 기법은 피에트 우돌프를 주축으로 많이 시도되고 있는 ‘자생종을 이용한 화단’ 구성과 완전히 다른 기법이다. 그의 화단에서는 자생종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 원예 재배종, 외래종을 써서 꽃의 색상을 좀 더 선명하고 화려하게 표현하고 다년생 외에도 한시적이지만 화려한 꽃을 피우는 1년생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로이드의 차별화된 식물 연출법
크리스토퍼 로이드의 식물 구성법은 ‘끊임없는 풍성함’을 원칙으로 한다. 이를 위해 그는 식물을 구성하는 데 있어 몇 가지 원칙을 고수했다.
1) 촘촘하고 풍성하게 Bold & Solid: 그는 식물의 잎과 꽃 모두 선명한 색과 형태를 지니고 있는 것을 선호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그는 자생종보다는 사람에 의해 변화되고 진화된 재배종을 정원에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왜냐하면 이런 재배종은 좀 더 진한 색상과 다양한 형태, 좀 더 오랫동안 꽃을 피울 수 있도록 개발됐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열대 지방의 식물은 물론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외래식물까지도 식물의 형태와 색에 따라 적극적으로 활용해 말 그대로 정원 전체가 풍만한 색과 형태로 연출되도록 디자인했다.
2) 혼합화단 Mixed border: 크리스토퍼의 화단은 초본
식물만이 아니라 교목, 관목 등이 함께 어우러진 화단으로 구성됐다. 이 혼합화단은 거트루드 지킬에 의해 제안된 것이지만 크리스토퍼 로이드는 좀 더 진화된 형태로 구체적인 나무의 선정 방법에 이르기까지 좀 더 진화된 혼합 화단을 제안했다.
3) 베딩의 활용 Bedding: 화려한 꽃을 피우는 1년생 식물을 이용한 베딩을 적극적으로 화단 구성에 활용했다. 크리스토퍼는 다년생 초본식물이 지니고 있는 매우 짧은 시간 동안 꽃을 피워주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이 베딩의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베딩 설명 참고).
4) 원예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화단 구성: 크리스 토퍼 로이드는 원예의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자연 상태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좀 더 아름다운 색상과 형태로 새롭게 탄생한 식물의 재배종을 활용해 자연스러움과는 다른 정원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췄다.
크리스토퍼에 의해 재탄생한 영국식 전통 화단 구성법 ‘베딩’
크리스토퍼와 거트루드 지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베딩 화단 구성법’의 활용이라고 할 수 있다. 크리스토퍼 로이드는 19세기 영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지만 노동력이 많이 들고 식물의 소비가 지나치다는 이유로 사라지고 있는 이 베딩 화단을 다시 살려낸 장본인이다. 그는 이 영국식 전통을 버리지 않고 가져오는 대신 여러 가지 면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식을 연구했다.
그가 개발한 방법은 흔히 ‘비정형 베딩Informal bedding’이라고도 하는데 전통적인 베딩이 식물을 이용해 기하학적 문양이나 패턴을 만들어 냈다면, 크리스토퍼 로이드는 문양이나 틀을 만들지 않고 자연스러운 형태로 식물을 심었다.
하지만 그의 베딩은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라 변화된 형태로 1년생 식물과 다년생 식물을 함께 심었다. 이 1년생 식물들은 다년생이 꽃을 피우기 전까지 빈자리를 채워 주는 역할을 대신하면서 화단 전체를 화려한 색감으로 잡아 주는 역할을 한다.
전통적인 베딩이 일괄적인 색 채우기 식의 구성이었다면 크리스토퍼의 방식은 다양한 색상을 섞어 이웃해 있는 다년생과 조화를 이루도록 만들어 냈다.
오경아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현재는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영국 에식스 대학교(The University of Essex)위틀 칼리지(Writtle college)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고,박사 과정 중에 있다.『가든 디자인의 발견』,『정원의 발견』,『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외 다수의 저서가 있고,현재 신문,잡지 등의 매체에 정원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칼럼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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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기법] 그늘정원 조성 기법(4)
이끼정원의 조성 원리
이끼정원 조성 시 유의사항
모든 정원이 그러하듯 이끼정원 역시 이끼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울창한 원시림이나 공중습도가 높은 계곡에서처럼 이끼가 최상의 상태로 생육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환경을 갖춰야 한다.
첫째, 북서풍을 차단하고 그늘을 만든다. 이끼정원은 전형적인 그늘정원으로 이끼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음지(Full shade) 또는 반음지(Half shade)를 만들어야 한다. 혹은 건물과 건물 사이, 건물 내 중정과 같이 인위적인 그늘이 조성되는 곳도 이끼정원을 조성하기에 적합하다. 간벌과 가지치기가 잘 된 인공 침엽수림 ―예를 들면 잎갈나무림, 잣나무림, 삼나무림과 같은―의 하층부와 같은 곳은 규모가 큰 이끼정원을 조성하기 좋다.
우리나라의 경우 겨울철에 부는 한랭한 북서풍이 식물 생존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겨울에도 휴면하지 않고 녹색을 유지하는 이끼에게 차고 건조한 바람은 치명적일 수 있다. 만약 조성할 부지 내에 적당한 숲이나 그늘이 없다면 북서풍을 막고 그늘을 만들어 줄 수 있도록 교목을 식재하거나 시설물을 배치한다.
규모가 큰 이끼정원을 조성하고자 한다면 우드랜드 가든(Woodland garden)을 계획하는 것도 방법이다. 우드랜드 가든은 숲의 경관을 주제로 조성한 정원으로 이끼정원에 좋은 환경을 제공해 줄 것이다. 우드랜드 가든을 조성할 때에는 나무줄기의 굵기와 간격, 성장
속도와 특성 등을 고려해 세심하게 배식계획을 수립한다. 교목을 너무 밀식하지 않도록 유의하고 특히 상록성 교목의 수를 제한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록성 교목이 많아질 경우 숲 전체가 깊은 음지(Deep shade)가 돼 정원이 어두워지고 이끼와 더불어 식재할 수 있는 숲속식물의 범위가 줄어들게 된다.
기존 숲을 이용한 이끼정원의 경우는 간벌과 가지치기를 시행해 숲 내부의 공간감을 확보하고 산책로와 쉼터를 계획한다. 시설물을 배치할 때에는 현장감이잘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므로 도면만을 가지고 계획하는 것보다 가급적 자주 현장을 찾아 그 안에서 어우러질 수 있는 정원을 구상하는 것이 좋다. 또한 계획 및 시공 시 기존 수목의 뿌리가 다치지 않도록 나무와의 거리를 유의하고 울타리나 경계를 조성할 때 밧줄이나 끈 등으로 나무의 기둥을 묶는 행위를 삼간다.
중정과 같이 건축물과 연계된 그늘은 불가피한 조건에서 만들어지는 그늘정원이므로 가급적 그늘에서 잘 자라는 음수이면서 건축물과의 조화가 좋은 식물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좁고 제한적인 공간을 고려해 천천히 자라고 전정에 강한 수목을 선발해야 하는데 단풍나무, 사람주나무 등이 대표적이다.
둘째, 공중습도를 유지한다. 이끼의 원활한 생육을 위해서는 높은 공중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서풍을 차단하고 나무를 심어 그늘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공중습도가 유지되기는 하지만 조성 초기나 건조기와 같은 특별한 경우를 대비해 미스트를 설치하는 것이 좋다.
주변보다 지형이 낮은 공간에 이끼정원을 만드는 것도 습도를 높이는 방법이 된다. 이렇게 되면 바람을 차단하는 효과와 더불어 공중습도를 높일 수 있고 지형의 변화감으로 인해 새로운 볼거리를 줄 수 있다. 단, 낮은 곳으로 빗물이 고일 수 있기 때문에 우수시설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여유 공간이 있다면 이끼정원 내에 계류나 연못을 조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계류를 따라 흐르는 물은 부지 전반에 공중습도를 높여주고 물가에 자라는 식물을 도입해 계절감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셋째, 이끼의 아름다움이 표현될 수 있는 디자인을 구상한다. 이끼는 다른 어떤 식물보다도 작고 조밀하다. 촘촘히 모여 난 이끼는 붙어 있는 지면의 형태에 따라 굴곡을 달리한다. 이끼는 식물체 하나하나의 형태나 아름다움이 아닌 군집된 형태와 그 기반이 되는 지면과 어우러지는 조화가 아름다운 식물이다. 때문에 다른 어떤 식물보다도 지면의 디자인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끼정원은 여백을 디자인해야 한다. 이끼는 바닥에 낮게 붙어 자라는 식물로 키가 큰 다른 식물과 혼식할 경우 이끼의 군집된 면이 주는 아름다움을 바로 잃어버리게 된다. 때문에 가급적 선이 강조되는 수형이 좋은 낙엽수를 이용하고, 혼식하는 초본류를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화려한 색감과 다양하고 풍성한 잎의 형태가 압도하는 보통의 정원과는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선과 여백의 미가 중시되는 수묵화처럼 단순하면서도 절제된 공간을 연출해야 한다.
이끼정원에 유용한 식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