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경관의 상세 5: 지당 주변의 정자
우리나라의 경우 지당과 정자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불가분의 관계를 형성해왔다. 아름다운 못이 있는 곳에는 그것과 조화를 이룬 정자 하나쯤 있기 마련이었던 것이다.
정자는 벽이 없이 개방된 건물이다. 이것은 주로 단층으로 건축되는데, 잠시 쉬며 놀다가는 곳이며, 더불어 주변의 경관을 완상하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지당 주변에 지어지는 정자는 그것 자체가 하나의 경물로서의 기능을 가지기도 한다. 정자가 주체가 되어 다양한 기능을 가지기도 하지만 객체가 되어 감상의 대상으로 여겨지기도 하였다는 것이다. 그러하니 어찌 정자에 대하여 시각적 고려를 소홀히 하였겠는가!
정자에 대한 기록은 신라 소지왕이 거동하였다는 천천정(天泉亭) 이『삼국유사』제일 사금갑(射琴匣)조에 보이기도 하나 지금 남아있는 것은 모두 조선시대 이후에 건축된 것들이다. 이들 정자들 가운데에서 지당과 연관된 정자들을 살펴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물과의 상관성을 가장 중요한 설계원리로 생각하였음을 알 수 있다. 정자를 물 쪽으로 바싹 붙여 지어 물과의 접촉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였거나 아예 누하주(樓下柱)를 두어 다리가 물에 잠기도록 함으로써 정자에 있는 사람들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느낌이 들도록 만들기도 하였다.
정자는 평면적으로 볼 때 방형 평면이 대부분이지만 육각형, 팔각형도 존재한다. 규모는 작은 경우 정면 1칸에 측면 1칸이지만 큰 것은 정면 7칸에 측면 3칸에 달하는 것도 있다. 지붕은 팔작지붕이 가장 많고 모임지붕도 다수 있는데, 특별한 경우 정(丁)자형 맞배지붕으로 만들기도 한다. 지붕의 재료는 기와가 많으나 민가의 경우 볏짚이나 억새를 쓰기도 하였다.양식은 비교적 간편한 구조인 민도리 소로수장양식이나 익공양식이 대부분이며, 다포양식도 있으나 이것은 궁궐 등의 특수 사례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문창은 완전히 개방된 것과 실을 갖는 것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계자난간이나 평난간을 설치한다. 바닥은 대부분 마루를 깔아 통기성을 높였다.
수경관의 상세 6: 경석의 도입
우리나라 옛 정원에 조성된 지당 주변에서는 경석(景石)이 도입된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이것을 보면 오래 전에는 지당 주변에 모양이 아름답거나 특이한 형태의 돌을 도입하는 것이 일반적인 취향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석은 다른 말로 첩석(疊石), 석조(石組), 조경석(造景石), 경관석(景觀石)이라고도 하며 수석이나 괴석까지도 경석의 범위에 포함한다. 정원연구에 천착한 고 민경현은 “첩석의 소재인 자연형상의 산석은 각암(角巖)이 대부분이다”라고 하여 우리나라 경석의 특징을 한마디로 설명하기도 하였다. 경석을 설치하는 것은 우리나라 지당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의 지당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선인들이 수경관과 석경관의 아름다운 조화를 추구할 줄 아는 안목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당 주변에는 경석 이외에도 석등, 석함, 석분, 석련지 등과 같은 돌요소를 놓기도 하는데 앞에서 다룬 식물요소나 정자와 같은 건축요소를 포함해서 지당을 보다 아름답게 장식하기 위하여 부가하는 경관요소들을 통칭하여 경물(景物)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