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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보편적 가치를 넘어서
  • 에코스케이프 2010년 겨울

오랜 동안 비어 있는
긴 의자 하나
오전엔 새가 한 마리 모퉁이에 앉아 고개를 갸우뚱대다간
새가 혼자 앉기에는 너무 큰 긴 의자
종일 햇빛만 앉아 있는
긴 의자  
- 장석남 “긴 의자”중에서

<조경생태시공>에 의자에 관한 글을 실으며 시詩를 인용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다 여기면서도 장석남의 시 한 편을 옮겨 오면서 글을 시작하려고 한다. 때로는 우리가 행하는 일상적인 것에서 벗어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여기기 때문이다.
의자는 앉아서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만 만들어지고 설치하는 것일까? 그 의자에 앉아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할까?

월든의 의자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월든 호수에서 생활하면서 의자 세 개를 선택해서 썼다고 하는데, 하나는 고독을 위해서, 다른 하나는 친구를 위해서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사교를 위한 의자였다고 한다. 소로우가 썼던 서로 다른 세 개의 의자 유형은 의자가 지닌 보편적인 기능들을 나타내고 있다. 그는 고독을 위한 의자라고 칭했으나 이는 혼자서 육체적, 정신적 휴식을 취하고자 했을 때에 사용했을 것이다. 옥외공간에서 고독과 마주하기 위한 의자를 설치하고자 한다면, 의자 인근의 환경과 장치물 등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할까? 우리 내면과 대화를 나누고 더 나아가 영혼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의자는 소란스러움으로부터 이격된 한적한 곳에 위치해 있어야 할 것이다. 번잡함에서 벗어나 사유하고자 할 때, 찾아가 앉아 쉬며 자신에게 말걸어 마주하고 싶은 의자는 현대인이 필요로 하는 의자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 의자가 배치된 주변의 환경에 의해 좌우된다. 자연과의 교감이 느껴지고, 자연 속에 내 스스로 동화되어 합일을 느낄 수 있을 때에 일상의 시끄러움과 복잡함은 스러지고 평온을 찾을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이미지가 전달되는 장소와 휴게공간을 우리 현대인들은 필요로 한다. 이끼가 낀 석탑 인근에 배치된 의자 하나는 무심코 스치고 지나갔을 공간에 구심점 역할을 하여 잠시 머무르게 하는 요소가 되고, 그 의자로 하여금 삼라만상이 변한 시간의 흐름 또는 역사의 한 장면과 마주하게 하는 시간성을 내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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