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을 구성하는 재료의 표현과 감성
현대 미술과 관련 분야에서 재료에 대하여 구체적인 의미를 부여하게 된 계기는 2차 대전 이후 모더니즘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나타났다고 한다. 즉 사물에 대한 모더니즘의 총체적 가치가 개별성을 억누른데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탈 모더니즘의 방향을 총체성의 분해로 설정하여, 모더니즘의 총체적 가치를 깨려함으로서 본격적으로 재료에 대한 의미 부여와 미학적 가치에 대한 고찰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정원에 등장하는 재료에 대한 역사적 고찰이나 그에 따른 미학적 관점에 대한 연구가 뚜렷하게 촉발된 사례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하지만, 현대건축에 나타나는 재료의 적용과 경향에 비추어 정원에 등장하는 다양한 재료들의 표현과 응용을 살펴볼 때 앞서 언급한 미술사조에 따른 흐름과 경향에 직?간접적 영향을 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정원에 도입되는 다양한 재료는 공간을 구성해주는 기본 매개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서 심미적 표현 대상으로 인식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현대 정원의 다양성을 발견할 수 있는 쇼몽 가든 페스티벌의 또 다른 흥밋거리는 주제의 효과적인 전달과 표현을 위해, 일상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재료를 적절히 변형하거나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한 점을 꼽을 수 있다. 때로는 기상천외하기도 하며 실현성에 의문을 품게 하는 사례들도 포함되어 있지만, 디자이너의 의도를 적절히 표현하고 감상자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감흥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재료의 표현방식은 색다른 정원 감상의 묘미를 느끼게 해준다. 또한 색다른 실험 예술의 일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정원 디자인을 위한 흥미로운 경험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두 번째 이야기는 독창적인 발상과 아이디어의 표현을 위해 쇼몽의 정원에서 활용된 재료의 변형과 특징에 대한 매듭을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재료의 질감과 조합에 스며있는 감성을 느껴보고자 한다.
보편적으로 정원에서 발견되는 구성요소들의 주된 재료는 식물을 중심으로 물, 돌과 같은 자연소재와 적당한 가공이 가해진 목재와 금속들을 언급할 수 있고, 현대에 접어들어 빈번히 나타나는 유리, 섬유, 플라스틱과 같이 인위적인 가공과 변형이 가해진 인공소재로 구분할 수 있다. 본 이야기는 이러한 소재들에 대한 재료학적인 관점, 즉 다분히 실험적이기도 하며 분석적인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접어두고, 설계자의 의도에 따라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은 재료들의 감흥, 그리고 감성을 전달하는 사례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또한 궁극적으로 다양한 소재들의 적절한 조합과 표현방법을 살펴봄으로써 정원의 스토리를 전달하는 매개체 혹은 전달자로서의 재료를 해석해보고자 한다.
재료가 전달하고자 하는 표현을 키워드로 쇼몽의 정원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몇 개의 특징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재료가 가진 근원적 속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표현을 유도하는 것, 재료가 가진 표면 질감이 일차적으로 우리의 감각기관에 전달하는 의미에 더하여 유추적 해석을 동원하는 것, 그리고 재료들의 비물질적 특성을 통하여 미디어적 의미전달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 등이 그것인데, 이러한 구분을 바탕으로 정원 디자인에서 중요 요소 중 하나인 재료를 들여다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