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문화의 시대, 조경을 넘어] 조경, 화려한 외출
  • 에코스케이프 2008년 09월
미술가는 그림을 그리고, 건축가는 건물을 만들고, 조경가는 나무를 심는다. 이러한 사실들은 아직 정답처럼 견고하지만, 우리 주변을 둘러보자. 조금은 변화가 있지 않은지. 조경가가 그림을 그리고, 미술가가 건물을 만들고, 건축가가 나무를 심는 것이 아주 부자연스러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돈”의 문제이든 아니든, 우리는 어쩔 수없이 넘보기도 하고 넘보는 것을 허용하기도 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작은 줄기가 한줄기로 만나고, 한줄기가 여러 줄기로 나누어지는 하천과 강의 물줄기처럼.
그렇다면 조경가들이여, 죄의식을 벗어던지고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다른 세계를 만나보자. 조경인들의 화려한 외출은 시작되었다.

1. 조경음악회, 옥상녹화음악회음악을 통해 대중을 만나다.
야외음악회, 행사의 주최는 모단체, 공연은 음악가, 소비의 주체는 관람객들, 장소는 앉기 편하고 음향설치가 가능한 야외무대. 음악회의 주제는 하늘, 별, 나무, 꽃, 혹은 그들의 관심사. 조경가는 관람객이며, 굳이 조경가라는 이름은 의미가 없다. 이것이 대부분 야외음악회의 풍경이다.그러나 조경음악회 “숲으로 가는 길”. 주최는 환경과 조경, 공연은 조경가와 음악가, 소비의 주체는 일반 시민과 조경인, 장소는 공원 야외무대, 음악회의 주제는 자연과 환경이다. 공원을 만드는 조경가가 직접 무대를 올렸다. 이곳에서 “조경가”는 단지 관람객의 일부이거나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 공원의 설계·시공자가 아니다.
조경가가 공원이나 광장이 아닌 음악으로서 시민들을 만나게 된 것은 대한민국에서 조경분야가 시작된지 30여년만의 일이다. 조경인들의 전문가다운 음악 솜씨에 기분 나빠하거나 시비를 거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많은 갈채와 박수가 쏟아진다. 누군가 공연을 하고 누군가 박수를 보내고, 이렇게 자연스런 일이 있다니. 이런 당연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어찌 지금까지 외도를 꿈꾸지 않았는지. 조경공간의 문화적 가능성과 조경인들의 경계를 넘어서는 문화적 시도들을 자극해 본다. 공간의 계획과 행위가 모두 문화적 시도의 일부가 되었을 때, 비로소 조경가는 물리적 장치를 위한 일개 공로자라는 기계적 가치에서 벗어 날 수 있을 것이다.

2. 조경, 일상의 문화 속으로 - 희경이 동네의 한평공원 이야기
조경학과 삼학년생인 희경이네 집 앞에는 한평 정도 되는 작은 공터가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했다. ‘쓰레기가 싫어요!’라는 애교 섞인 표현도, ‘쓰레기 투척 금지’라는 경고도, ‘CCTV 설치’라는 협박도 소용없었다. 그만 포기해도 될듯한데, 다행히도 그녀는 끈기가 있어, 결국은 조경학과 학생다운 방법을 찾아냈다. ‘그래! 작은 마을 공원을 만들자!’ 그런데 옆집 아주머니는 좋아할까? 희경이는 자신의 스케치를 들고 옆집 아주머니를 찾아갔다. 아주머니는 자신도 대책의 필요성을 절절히 느끼고 있던 터라, 옳다구나 적극 찬성했다. 하지만 까다로운 그 아주머니, 벤치 모양은 이래서 마음에 안 들고, 꽃은 저래서 마음에 안 든단다. 게다가 다른 숙제까지 주셨다. 옆집 옆집 아저씨는 항상 그 옆에 차를 대시는데, 불편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래서 희경이는 또 그 스케치를 들고 옆집 옆집 아저씨의 퇴근시간을 기다려 의견을 들었다. 처음에는 좀 귀찮아 하셨지만, 이내 동의하시고 자신의 주차 방식을 바꾸어 새로 만들 작은 공원에 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신다. 그런데 이곳은 뒷집에서 내려다보이는 곳이니, 그 집 의견도 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신다. 희경이는 스케치를 들고 또 뒷집을 찾아갔고, 이후에도 몇 집을 더 순례했다.그들의 요구를 감안하여 스케치를 고친 후, 드디어 공사를 시작했다.
벽돌을 쌓아 화단을 만들고 나무를 심고. 지나가던 옆집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애쓰는 희경이가 안쓰러워 거들어 주셨고 공사가 끝나는 날에는 함께 모여 공원을 만들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나누었고, 작은 공원의 미래를 의논했다. 그리고 지난 일 년 동안 작은 공원은 쓰레기 대신 많은 즐거움을 주었다. 희경이는 계절마다 다른 색을 발하는 꽃이 좋았지만, 옆집 아주머니는 여름 내내 그늘에서 수다를 떨 수 있는 벤치를 좋아했다. 옆집 옆집 아저씨는 저녁식사 후 벤치에 앉아 담배 한 대 물 수 있어 행복해했다. 모두 각자 이 한평의 작은 공원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비밀을 간직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희경이네 동네 사람들은 조경 속으로 들어왔다.


<본 원고는 요약문 입니다>

월간 에코스케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댓글(0)